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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Pay, No Gain.
#312 No Pay, No Gain.(8)
혹시나 싶은 유재원은 ID톡을 열어서 그간 계열사의 인사부장들로부터 받았던 직원 고용동향 보고서를 종합해 보기 시작했다.
계열사별로 따로 보고된 숫자들을 ID 스프레드시트에 하나로 합쳐서 의미 있는 도표로 만드는 작업이었다.
“예상대로잖아.”
결과는 역시나였다.
작년 말부터 퇴사자 숫자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었다.
유재원은 인사부장들의 쪽지를 모두 닫고 이번엔 김택준의 아이디를 더블클릭했다. 일단 김택준이 어째서 사직서를 냈는지 먼저 알아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네! 회장님. 김택준입니다!
다행히 김택준은 컴퓨터 앞에 앉아 있던 모양인지 응답이 곧바로 왔다.
“퇴사 신청하셨다고요?”
-헉! 제 사표가 회장님까지 보고되는 거였습니까?
김택준은 깜짝 놀란 모양이다.
본인의 직위가 팀장이니 기껏 올라가봐야 그의 선배인 이찬수 부사장이나 더 올라가면 레밍턴 사장 정도에서 끝날 줄 알았던 것 같다.
“팀장님뿐만이 아니라 정직원들의 인사 관련된 일은 모두 보고 있죠.”
인사 변동은 아무리 직급이 낮아도 유재원에게 모두 보고된다는 건 모르고 있었던 게 확실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ID 그룹의 전체 비용 중에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바로 인건비 항목이었기 때문이다. 직접 운영하는 공장은 디스플레이 공장과 패키지 공장뿐이었기에 시설 유지와 보수에 필요한 금액은 매우 작았다. 안드로이드 사에 딸린 하드웨어 파트도 있긴 했는데, 대부분 OEM제작 방식이라 무시해도 될 정도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인사 변동 사항이 모두 유재원에게 올라온다고 해도, 유재원이 일일이 신규고용이나 퇴사에 대해 관여하는 건 아니다.
ID 그룹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개발자들의 입사 시험지는 직접 보고, 나머지 직군은 보고만 받는다.
제법 규모가 커진 ID 그룹이 공채라는 게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무직 또는 청소나 경비 등의 일반 직군은 계열사 사장이 알아서 채용하고, 개발직군의 경우 유재원의 허락을 얻어야 하니 공채를 할 이유가 없었다.
조금 전 만든 인사 변동 도표 중에 도드라지는 부분이 바로 개발직이었다.
숫자를 그래프로 만들어 보면 더욱 확실해진다. 꾸준히 우상향의 기울기를 그리는 그래프가 튀어 나왔으니 말이다. 특히나 치솟는 기간이 있는데 안드로이드 사 상장 후에 기울기 값의 상승이 두드러지게 보였다.
이미 퇴사한 사람들에겐 그 이유를 물어볼 수는 없고, 대신 이번에 등장한 최신 케이스인 김택준에게 물어보는 게 제일 간단하지 않겠는가. 물론 개인의 케이스를 전체로 확대하는 건 무리겠지만, 적당히 걸러 들으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퇴사를 결심하신 이유가 뭐예요?”
-아, 저기. 그러니까 말입니다……. 제가 원래 해보고 싶은 일이 있었습니다. 게임 제작입니다!
김택준은 매우 어려워하면서 말을 시작했다. 그래도 참 다행스럽게 주저주저하면서도 그 이유를 솔직하게 말해주었다.
게임제작!
김택준의 퇴사 이유를 떠올려 보던 유재원이 최상위에 놓고 있었던 일이었다.
-제가 SI일을 하면서 제일 많이 다뤘던 게 네트워크 시스템 개발이었습니다. 덕분에 서버와 클라이언트 사이에 신뢰감 있는 데이터를 안정적이고 빠르게 다루는 노하우를 빠르게 익힐 수 있었지요. 보통 기업의 사무자동화에 쓰는데, 저는 이걸 가지고 대규모 온라인 게임을 만들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게임은 게임인데 대규모 온라인 게임이라니.
김택준의 말에 유재원의 머릿속에 ‘벌써’라는 말이 바로 떠올랐다.
원래 김택준은 한국 게임역사에 한 획을 그은 게임을 만든 사람인 건 맞다. 그런데 그건 한참 뒤의 일이었다.
한국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혈맹 시리즈를 만들었는데, 그 초기작인 혈맹 1의 상용화 서비스는 1998년이나 되어야 시작되는 일이었다. 그것도 연초가 아니라 9월에나 시작했으니 유재원은 4년도 넘게 남은 일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김택준이 유재원을 만나서 네트워크를 다루는 노하우도 쌓고, 여기에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사람들을 다루는 법이나, 일을 나눠서 하는 법도 배우고, 결정적으로 안드로이드 상장 기념 보너스를 분배 받으면서 김택준이 결심한 것 같았다.
물론 이러한 요소 중에 가장 큰 힘을 발휘한 건 두말 할 것도 없이 안드로이드 사 상장이었다.
안드로이드 사 상장 보너스 분배 원칙에 따르면 김택준이 받은 보너스 금액은 수억 원 대였다. 비록 소속은 ID 테크놀로지였지만, 안드로이드 사 상장에 기여한 점이 높다고 평가되어 제법 큰돈을 받게 되었다.
지금 김택준의 소속은 ID 테크놀로지였지만, 안드로이드사가 ID 테크놀로지 소속일 때, 유재원을 도와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커널 시스템도 함께 작업하기도 했고, 네트워크 시스템도 김택준의 손길이 닿아 있었다.
ID 테크놀로지의 부사장인 이찬수보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 대한 기여도가 더 높았다. 덕분에 주택복권을 2, 3개 연달아 1등을 맞아도 얻지 못할 큰 금액의 보너스를 받을 수 있었고, 덕분에 오랫동안 꿈꾸고 있던 온라인 게임 제작을 결심할 수 있었다.
“온라인 게임이요? 그거 저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는 건데. 혹시 어떤 식인지 말해줄 수 있나요?
-아, 그건……. 완전 비밀이지만, 회장님이시니 특별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대신 다른 사람들에겐 비밀입니다.
목소리에 곤란함이 다소 담겨 있었지만, 유재원에게만큼은 비밀이 없었다.
“물론이죠.”
-아직 완성된 프로젝트가 아니라 무척 부끄럽네요. 여하튼 제가 만들고 싶은 온라인 게임은 바로 액션성을 상당히 강조한 RPG 온라인 게임입니다. RPG인만큼 직업과 종족도 다양하지요. 이렇게 각 클래스를 선택한 유저들은 게임 속에서 협동 혹은 대립 경쟁하고, 이를 통해 유저들이 스스로 스토리를 만들어가도록 하고 싶습니다.
김택준의 목소리엔 뜨거운 열기가 담겨 있어, 하마터면 유재원까지도 전염될 뻔했다. 하지만 전생에 혈맹 1에 몇 백만 원 정도 써 본 라이트유저였던 유재원인지라 이상과 현실은 아주 다르다는 걸 잘 알고 있기에, 금세 평정을 되찾았다.
“그러면 한 서버에 사람들이 무척이나 많이 접속해야겠네요?”
-역시 회장님이시네요. 정확하십니다. 사람들끼리 부딪쳐야 밀도 있는 스토리가 생기지요. 그러니 서버의 스펙을 최대한 높이고, 네트워크 프레임워크도 잘 짜서 단일서버에 천 명 정도의 사람들이 동시에 접속할 수 있게 만들고 싶습니다.
1천 명이라.
확실히 김택준은 게임을 보는 감각이 있는 사람이었다. 단일 서버에 1천 명이 접속한다면 사람들이 스토리를 절로 만들 것이다.
“음, 알겠어요. 확실히 매력적인 계획이네요. 그런데 서버에 대한 대책은 있으세요?”
- 당연히 회장님의 클라우드 서버를 빌릴 생각입니다.
김택준의 말에 유재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현존 최고 성능의 PC라도 1천 명 이상이 접속할 수 있는 성능을 내려면 여러 대의 PC를 연결해야 한다. HPC 인증 부품으로 PC의 성능이 크게 늘었다곤 해도, 아직은 이를 처리할 연산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PC기반으로 이게 가능한 업체는 ID 테크놀로지가 유일했다. 그리고 여러 대의 PC를 하나로 묶어 단일서버처럼 만들어주는 기술은 ID 테크놀로지의 전매 특허였다.
그렇기에 김택준이 PC로 서버를 만들어보겠다고 했다면, 그건 헛소리로 치부했을 것이다. 아니면 클라우드 기술을 빼돌렸다는 뜻일 수도 있으니, ID 그룹의 법무팀과 미팅을 잡아 줄 생각까지 했다.
다행히 클라우드 서버를 쓴다고 했으니, 거기까지 가는 불상사는 없을 듯 하다.
“탁월한 선택이네요. 말씀하시는 걸 들어 보니 게임도 잘 나올 거 같습니다.”
-그렇죠? 회장님이 그리 말씀해주시니 불안감이 한결 가시는 느낌이네요.
유재원이 긍정적으로 평가해주니 김택준의 목소리가 확 밝아졌다.
그도 그럴 것이 김택준이 주변사람들에게 ID 테크놀로지를 나오겠다고 말만 하면 기겁을 하며 미쳤다는 소리가 기본으로 따라왔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ID 그룹의 위상은 날로 커나가고 있었다.
취업예비생들의 최우선 순위였던 유수의 대기업들을 다 밀어내고 ID 그룹이 1등으로 등극한 건 이제 뉴스거리도 아니었다.
최첨단 직군인 IT업종이었고, 근무 환경도 엄청나게 좋았다. 하루 8시간 근무에 토요일은 칼 같이 오전 근무만 있었다. 여기에 직업 선택에서 가장 중요한 월급도 대기업이나 금융권을 다 포함하더라도 우위였다.
더욱이 계열사 상장과 같은 중대한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안드로이드 사 상장과 같이 그룹 전체에 보너스를 준다고 하니 인기가 폭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ID 그룹에 입사하기는 하늘에서 별을 따는 것보다 어려웠다.
다른 대기업처럼 기수를 딱딱 나눠 공개 채용을 하면 그나마 가능성이 높았을 터인데, ID 그룹은 이제껏 단 한 번의 공개 채용이 없었다. 그저 각 계열사마다 결원이 생기거나 TO가 늘어나면 수시 모집을 했다.
ID 그룹에서 대우가 제일 좋고, 덕분에 취업준비생에게도 제일 인기가 좋은 개발 직군의 경우엔 아예 시험을 치러야 하는데, 그 시험이 보통 어려운 게 아니라는 건 다들 알고 있었다.
오죽하면 넥스트컴에 ID 뽀개기라는 동호회가 만들어졌고, 수만명에 달하는 회원이 가입할 정도였다. ID 그룹을 부셔버리겠다는 게 아니라, ID 그룹의 취업문을 뚫겠다는 의미의 동호회였다. 가입한 사람들도 대부분 ID 그룹에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었고, 어쩌다가 취업문을 뚫은 이들도 가입해서 노하우를 알려주는 식이었다.
이렇게나 인기가 좋은 ID 그룹이었고, 그중에서도 핵심 중 핵심인 테크놀로지에 있는 김택준이었으니, 부모님은 물론 친구들이 죄다 뜯어 말리는 건 당연했다.
“혹시 지금 투자 받나요? 자리가 남아 있으면 저도 도와드리고 싶네요.”
유재원은 김택준이 만드는 혈맹 1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할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이찬수가 김택준을 추천했을 때, 두말 않고 고용했던 이유에 혈맹이 큰 작용을 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었다.
원래 유재원의 생각은 96년 아니면 97년쯤에 게임 개발 스튜디오를 하나 맡겨서 대규모 온라인 게임 개발을 맡길 계획이었다. 그런데 본인이 먼저 나섰으니, 일단 숟가락이라도 올려야 하지 않겠는가.
놀랍게도 김택준의 반응은 의외였다.
-아, 그거는……. 이미 다 받아놔서 어려울 것 같습니다.
유재원이 투자를 한다고 하면 이제까진 100이면 100 모두가 좋아했다. 유재원이 선택한 투자라는 건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무모한 게 많았고, 당사자들은 무척이나 절박했던 것이 대부분이었으니 말이다.
김택준도 그럴 줄 알았다.
최근 안드로이드 사 상장 기념 보너스가 개인 수준에서는 제법 큰돈이지만, 사업을 하는 데 있어서는 작은 돈이었다. 게임 개발에 드는 인건비도 상당했고, 개발이 완료되고 나서는 서버를 구축하고, 전용선을 깔고, 마케팅을 하는 데 드는 돈은 훨씬 많았다.
김택준이 그걸 모르진 않았을 테고, 유재원도 그걸 생각해서 투자를 제안했는데 벌써 투자를 다 받았다니.
알고 봤더니 김택준도 그냥 수중에 돈이 좀 생겨서 사표를 던진 건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속에는 제법 큰 야망이 있는 사람이었다. 바로 유재원과 같이 자기 사업을 크게 해보고 싶다는 야망이었다. 더구나 이런 김택준을 부추기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IT에 투자를 하고 싶은 돈 많은 사람들이었다.
미국은 물론이고 한국에서도 우후죽순 창업하는 IT회사들이 많았는데, 대부분 내실은 없었다. 그런데도 수많은 기업들이 탄생할 수 있었던 건, 국가적 지원도 있긴 했지만, 그보다 더 많은 건 IT붐에 솔깃해진 묻지 마 투자자들이었다.
김택준이라면 한국 IT업계에선 이름을 크게 날렸으니, 유재원의 도움 없이도 투자 자금을 크게 모을 수 있었다.
“벌써 다 찼어요?”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이미 끝났다니 어쩔 수 없죠.”
김택준의 마음이 확고하다는 걸 확인한 유재원은 미련 없이 놓아주기로 했다. 이미 마음이 떠난 사람을 계속 붙잡아 봐야, 웬만해선 되돌리기 힘들다는 건 잘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아, 그런데 게임은 혼자 개발할 거예요?”
-아닙니다. 규모가 큰 게임이니 팀을 꾸려야겠지요. 친구들을 열심히 모으고 있는 데, 잘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대화가 마무리 되는 시점에서 유재원이 다시 질문을 날린 건 궁금한 게 딱 하나 남았던 탓이다.
그건 바로 김택준이 영혼의 파트너를 찾았나 궁금해졌던 것이다.
바로 성재명이라는 사람인데, 한국 게임업계의 신화와 같은 사람이었다. 혈맹 1과 함께 한국의 게임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온라인 게임이 또 하나 있으니 바람의 나라라는 게임이었다.
바람의 나라는 넥슨이란 회사에서 지금쯤 한창 개발 중일 텐데, 이걸 만든 핵심 개발자가 바로 성재명이였다.
성재명은 바람의 나라를 거의 완성 직전까지 만들었는데, 넥슨 경영진과의 불화로 퇴사를 했고, 이후 김택준과 만나 의기투합해 만든 게 혈맹 1이었다.
타임 테이블로 보면 현재 시점에서는 김택준과 성재명 사이에 접점이 하나도 없었다. 그러니 혈맹 1이 지금부터 개발된다면 유재원이 알던 모양으로 나올 확률이 지극히 떨어진다.
“알겠어요. 나중에 게임이 완성되면 연락주세요.”
-물론입니다!
과연 김택준이 예전처럼 성공할지, 아니면 다른 길을 걸어갈 것인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 될 것 같다.
그렇게 김택준과의 통화를 마친 유재원은 모든 계열사 인사부장들에게 올해 발생한 퇴사자들의 자세한 정보를 파악해 올리라고 지시했다.
유재원이 매일 받는 보고서에는 결과만 담겨 있었다. 어째서 퇴사했는지, 어떤 일을 담당했고, 그간 사내의 평판과 같은 자세한 자료는 빠진 상태였다. 퇴사자들의 빅데이터를 모아서 분석을 해보고 싶었기에, 인사부에 제법 큰일을 안겨준 것이다.
“응? 이건 뭐야?”
그런데 이보다 더 유용한 보고서가 한국의 정보팀에서 올라왔다.
최근 임직원의 동향 조사 보고서였는데, 개발팀에 접촉하는 헤드헌터들이 그렇게나 많다고 한다.
이미 검증된 인재들인 만큼, 새로 시작하는 회사들이 겪는 인력난을 단번에 해소할 방법으로 ID 그룹 소속 개발자와 팀장급 인재를 스카우트 하려고 혈안이라는 보고서가 올라왔다. 그나마 다행히 아직 헤드헌터의 제안에 혹한 사람들은 없다고 했다.
스카우트의 경우 ID 그룹을 떠날 결심을 하게 만들 만큼 통 큰 제안을 하는 회사들은 아직 없었기 때문이란다. 더구나 헤드헌터를 쓰는 회사들은 이제 막 조직된 신생 기업들인지라, 과연 계약을 지킬 수 있을 지도 의문인 곳이 많았다고 한다.
“한국이 이런데, 미국은 볼 것도 없겠지?”
한국의 사내 동향 보고서를 받자 유재원은 자연스럽게 미국의 임직원들을 떠올렸다.
몇 백명 수준인 한국에 비해 10배가 넘는 수준을 자랑하는 규모였다. ID 그룹의 존재감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ID 그룹 임직원들을 향해 움직이는 헤드헌터들의 숫자도 상당할 것이라 예측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활동하는 헤드헌터의 숫자와 최근 늘어난 퇴사자의 숫자 사이엔 분명 연관성이 높을 거라는 추측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하긴, 경쟁사의 처지에서 보면 헤드헌터를 열심히 돌릴 수 밖에 없다.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IT분야에서 ID 그룹의 임직원들은 확실하게 검증된 인재 아니겠는가.
반면 유재원의 입장에서 인재들이 빠져 나간다는 건 그룹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소였다.
물론 ID 그룹이 발휘하는 가공할 역량엔 유재원이 가진 능력이 99%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하지만 그룹의 규모가 커지고, 사업영역이 확대되면 유재원 혼자서 모든 걸 다 감당하기는 불가능하다.
어느 한 곳도 밀리지 않을 탄탄한 전선을 구축하려면 확실한 인재 밖에는 답이 없다.
지금이야 다른 IT회사들의 경쟁력이 별 볼일 없으니 헤드헌터들의 활동에 효율성이 떨어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거대한 경쟁자들이 등장하면 분명 변화가 생길 거다.
“음, 미리 예방할 수 있는 조치를 해야 하는데 말이지.”
유재원의 뇌리에서 게임을 하겠다는 생각은 완전히 사라졌다.
대신 나중에 가서도 흔들리지 않을 탄탄한 시스템을 만들 궁리를 시작했다. 가장 먼저 뒤져 보는 건 마스터 플랜이었다.
철저히 준비한 만큼, 온갖 전략과 기술이 가득 든 나침반이었다. 그러나 매우 아쉽게도 마스터 플랜에는 이런 경우를 대비한 비법 같은 건 들어있지 않았다.
전생에 ID 그룹처럼 거대한 조직을 경영한 경험이 있었다면, 분명 방책을 만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전생에 유재원이 했던 사업은 기껏해야 고용인원이 30명이 채 안 되는 작은 규모였기에, 이런 걸 생각할 일이 없었다.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는 데이터는 유재원의 머릿속에 상당했다. 한국 그리고 미국의 메이저 일간지 신문을 그대로 담아 놓은 기사 자료 검색을 시작했다.
“아! 있다.”
기사 검색을 시작하고 나서 몇 분 지나지 않아 유재원에게 딱 좋은 방법이 담긴 기사를 바로 찾을 수 있었다.
-금성그룹, 사내 벤처 사업자 육성!
-아이디어 사원에게 파격적 창업자금 지원!
유재원이 일일이 검증해 모은 인재들을 외부로 빼앗기지 않을 적절한 방법으로 사내 벤처만한 게 없어 보였다.
안드로이드 사 상장으로 받은 지분 매각 대금이 아직도 어마어마하게 남아 있으니 생색만 내던 국내 기업들과 달리 진짜로 사내 벤처 사업정책을 펼쳐나갈 수 있다. 여기에 몇 가지 보조 정책을 더한다면 핵심 인재들이 회사를 뛰쳐나가는 건 최대한 방비할 수 있을 것 같다.
유재원은 컴퓨터에 스케줄러를 띄우고 최대한 빨리 발표할 수 있는 날짜를 가늠해 봤다.
유재원의 시야에 딱 들어오는 스케줄은 3월 3일 텍사스 ID 소프트웨어 본사 방문이었다.
“아무래도 텍사스 행사가 좀 커지겠네.”
ID 소프트웨어 개발진들에게 피드백을 주면서 사내 벤처사업 육성 정책도 발표하면 아주 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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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잘 보내시고, 월요일에 다시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