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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로 압도한다-324화 (324/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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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Pay, No Gain.

#310 No Pay, No Gain.(6)

워크래프트는 예전 그대로 나와도 명작이었다.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으로 시작해서, 대규모 온라인 게임에 이르는 워크래프트 시리즈의 시초였다. 마지막에는 프랜차이즈 영화는 물론이고 가상현실 게임까지 확장했으니 수십 년을 뽑아낼 수 있는 막강한 콘텐츠였다.

“오오!”

덕분에 기대감을 갖지 않으려고 해도 실리콘시냅스라는 로고가 화면에 떠오르자 유재원은 감탄이 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몇 초 안되는 짧은 로고였지만, 효과음이나 디테일이 이제껏 실행했던 게임들과는 한 차원 정도 더 높았던 탓이었다.

곧이어 프롤로그 동영상이 나왔다.

이전에는 매우 단순한 그래픽과 저 화질로 나왔던 영상이었는데, 지금은 적어도 640*480의 해상도에 화려한 그래픽으로 무장했다. 캐릭터마다 수십만 개의 폴리곤을 사용해 사실적으로 묘사했고, 배경이나 사물에도 폴리곤이 아낌없이 들어갔다. 거기에 실제와 같은 고해상도의 텍스처를 입혔고, 입자가 풍부한 빛과 수많은 특수효과도 들어갔다.

컴퓨터 그래픽 영화 수준으로 공을 들였는데, 이를 가능하게 했던 것은 뉴욕에 새롭게 만들어진 데이터 센터의 힘이었다.

매일매일 신규 사용자가 증가하는 인터넷이지만, 1만2천8백대의 HPC로 엮은 클라우드 서버는 그러한 수요를 모두 충족하고도 남을 능력을 보였다.

데이터센터 관리자들이 봤을 때 전체 시스템의 80%는 전기만 먹는 유휴상태였다. 사실 여력이 남은 HPC에는 유재원이 코요테시티의 데이터 센터를 만들 때부터 돌리고 있던 자연어 기계학습 프로그램이 돌아가는 중이었지만, 우선순위는 그저 최하위였기에 데이터센터의 사용자들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기계학습 점유율은 크게 줄어드는 식이었다.

빡세게 1년을 돌려도 쓸 만한 결과물이 나오는 과제는 아니었기에, 얼마든지 뒤로 미뤄둘 수 있었다. 유재원은 그렇게 남은 연산력을 실리콘 시냅스의 CG팀에게 제공했고, 이에 감명을 받은 CG팀들은 본인들이 발휘할 수 있는 최대의 역량을 발휘한 것이다.

뉴욕 데이터 센터를 독점하듯 사용해 뽑아낸 결과물이 지금 유재원이 보는 1분 30초 정도의 짧은 클립 영상이다.

역시 실리콘 시냅스의 클래스가 그대로 담겨 있었다.

“시작은 합격! 그래도 진짜 중요한 건 게임성이지.”

일단 시작은 좋았지만, 게임은 역시 플레이가 재미있어야 하는 법 아니겠는가. 프롤로그 영상을 스킵 없이 끝까지 본 유재원은 게임을 시작했다.

몇 시간이 지났다.

유재원은 아직도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고, 밝았던 창밖 샌프란시스코 만에는 아름다운 노을이 깔려 있었다.

컴퓨터 앞에서 한시도 떠나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는 건, 책상위에 널린 햄버거 포장지나 마운틴듀 빈 깡통, 과자 봉지들이었다.

거침없는 베타테스터를 위해 비워진 음식들의 잔해는 보통 때라면 쌓이기도 전에 김대석이나 집안 청소를 해주는 직원에 의해 치워진다. 그러나 오늘 조금 다른 이유는 서재의 문 앞에 방해 금지라는 팻말을 걸어 놓았기 때문이다.

누군가 서재에 들어와 본인의 집중도를 깨는 걸 막아두기 위해 유재원이 직접 걸었다. 그 덕에 유재원이 이뤄낸 업적은 대단했다. 워크래프트 비공개 베타 버전에 담긴 오크와 휴먼의 미션을 모두 깼다. 리테일판에 담길 전체 분량 중에 1/3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그게 두 시간 전쯤에 이뤄낸 업적이었고, 지금은 인터넷 기반 멀티 플레이를 열심히 치르고 있는 중이었다.

실리콘 시냅스의 개발진은 유재원에게 비공개 베타버전을 보내면서 안에 담긴 미션을 모두 깨는 데 최소 하루는 걸릴 거라고 자신했다.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은 아직은 낯선 장르였고, 인공지능에도 공을 들여서 컴퓨터의 전투력을 최대치로 높여놓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리테일판에서는 난이도 조정이 있겠지만, 인공지능 능력을 테스트하기 위한 설정이었다.

심지어 메인 미션의 경우 게임이 시작할 때 상대방 진영에는 자원이 금과 나무가 풍족한 상태로 시작했다.

물량의 절대적 차이를 컨트롤로 극복하면서 생산도 열심히 해야 하니 쉽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는데, 유재원은 이쪽 방면으로 고인 물 수준을 넘어 화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인터페이스가 구식이었다면 애를 먹었을 터인데, 저번에 유재원이 준 조언을 모두 받아들인 실리콘 시냅스 덕분에 옛 실력을 그대로 뽐낼 수 있었다.

숫자 키를 이용한 스마트한 부대지정이나 마우스 오른쪽 클릭으로 이동이나 공격이 모두 되는 점, 웨이포인트 지정 후 일꾼을 찍어 놓으면 자원을 알아서 캐는 개선점 덕분에 마이크로 컨트롤이 가능해지면서 첫 시도에 다 깨버렸다.

“본게임도 나쁘지 않네!”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플레이했으면서, 나쁘지 않다는 말로 허세를 부린 유재원은 바로 배틀넷을 시작했다.

시중에 풀린 베타 버전은 아니었기에, 일반인과 매칭이 되는 건 아니었다. 실리콘 시냅스의 테스터들과 매칭이 되는 것인데, 여기서도 유재원의 실력은 아낌없이 뿜어져 나왔다.

오크를 잡던, 휴먼을 잡던 무슨 종족이든 유재원이 선택하면 사기성이 여지없이 뿜어졌다. 그렇게 열심히 플레이를 하다 보니 13승 0패라는 엽기적인 성적표가 나왔다. 이전에는 없었던 사기 캐릭터의 등장에 테스터 사이에 만들어진 랭크도 흔들렸다.

배틀넷의 매칭 방식은 이기면 이길수록 고수와 매칭이 되고, 지면 질수록 낮은 랭크와 매칭이 되는 방식이었다. 연승을 했으니, 점점 랭크가 올라서 13번째 매치의 경우에는 현재 배틀넷에서 제일 높은 탑랭커와 매칭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탑랭커는 20분도 버티지 못하고 유재원에게 패배를 선언해야 했다.

테스터들 사이에 난리가 난 건 당연했다. 혹시나 배틀넷 모드에 페어플레이를 파괴하는 취약점이 있을지 모른다는 공포감까지 느꼈다.

멀티 플레이에서 제일 중요한 건 페어플레이였고, 페어플레이를 보장하지 못하는 멀티 플레이는 망할 수밖에 없었다.

멀티 플레이의 파괴력은 둠을 통해 확인한 워크래프트의 개발진들은 싱글미션에 비견될 만큼 크게 공을 들이는 중이었다. 무조건 인터넷에 접속해야 하는 멀티 플레이의 특성 상 불법복제를 완벽히 차단할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저런 사기 플레이가 가능하다면 멀티플레이는 꽃을 피워보기도 전에 망한 거 아니겠는가.

다행히 유재원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테스터들 사이의 소동은 빠르게 마무리 되었다. 배틀넷에 접속하는 플레이어들은 인증키가 있어야 한다. 인증키를 확인해 보니 유재원에게 발행된 것임을 알고서 혼란은 사라졌다.

대신 개발자나 테스터들은 플레이를 해본 지 하루도 안 되는 유재원이 어떻게 이런 어마어마한 실력을 뿜어내는 것인지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 동시에 유재원의 플레이를 본 개발자들은 설계했던 방식과는 다르게 사용하는 걸 보고는 설계를 다시 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했다.

개발자들에게 두통을 안겨준 유재원은 스트레스를 말끔히 해소했고, 이날 저녁에는 편안한 잠에 들 수 있었다.

다음 날.

-티파니네 외가 모임은 잘 다녀왔니?

“네! 다들 좋은 분이셨어요. 제가 가니까 한식까지 차려주시더라고요.”

아침부터 유재원은 전화 통화 중이다. 티파니네 가족 모임에 대해 유재원 말고도 기대가 크신 분이 계셨으니, 부모님이었다. 특히 어머니는 티파니에 대한 관심이 지대했다. 오죽하면 요즘 영어를 배우고 계신다고 했다. 답이 없는 입시학원식 영어가 아니라, 실전용으로 원어민 강사를 불러서 배우는 중이라고 했다.

-세상에. 거기 미국 아니니? 식재료 구하기도 힘들 텐데, 재원이 너를 엄청 챙기시는 모양이다. 맛은 있었니?

“네, 제대로 된 한식이더라고요. 그것도 궁중 정식이요.”

프레더릭이나 티파니네 가족 말고는 딱히 그런 건 아니었지만, 굳이 그런 걸 언급해서 부모님 마음을 무겁게 만들고 싶진 않았다.

-다행이네. 그런데 티파니 네는 무슨 일을 하는 집이니?

역시 진짜 용무는 이거였던 모양이다.

하긴, 부모님 세대에는 결혼에 있어 상대의 조건도 중요한 요소이니 당연한 물음이었다.

“음, 티파니의 부모님은 블랙스톤이라는 펀드를 운영하시고요, 외할아버지는 셰브롱이라는 석유업체 오너시더라고요.”

유재원은 숨기는 것 하나 없이 이실직고했다.

이제껏 괜히 꼬아서 말씀을 드렸다가 괜한 오해가 생겨날 수도 있었으니 그대로 이실직고 했다.

-블랙스톤? 셰브롱?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네. 아무튼 사업하신다는 거구나.

천하의 셰브롱이 단순 사업으로 치환되었다. 하긴 어머니가 한 번 듣고 아실 정도가 되려면 인지도가 코카콜라 정도는 되어야 할 것이다.

“금성칼텍스라에 정유회사 있죠? 그게 셰브롱이랑 금성이 합작해서 세운 회사에요.”

-아! 칼텍스? 알지.

“최 실장님께 물어보면 잘 설명해드릴 거예요. 아니면 인터넷으로 찾아 보셔도 되고요. 아, 사진 찍은 거 많은데 보내드릴까요?”

-그래? 그러면 좋겠다. 네 아버지가 너무 궁금해 하시더라.

아버지 핑계를 대지만, 어머니도 그에 못지않을 거라는 걸 유재원은 잘 알고 있다.

고성능 디지털 카메라는 아직 나오지도 않았고, 조그만 필름 카메라로 찍은 사진이 있는데, 어제 현상을 맡겼으니 며칠 내로 사진이 올 것이다. 그거를 다시 스캔하여 이미지 파일로 만든 다음 어머니의 전자 우편으로 보내는 방식이다.

물론 어머니가 전자 우편으로 날아온 첨부파일을 다운받아서 압축을 풀고 이미지 뷰어로 그림을 보는 건 무리다.

어머니의 직함은 ID 인베스트먼트 이사인 만큼 수행비서가 있고, 컴퓨터를 잘 하는 사람이니 그가 유재원을 대신해서 처리를 해줄 거다. 전에는 황재홍이 그런 일을 했었는데, 이젠 사장으로 되면서 부하직원에게 일을 넘겨주었다고 알고 있다.

이후 어머니는 밥 거르지 말고 잘 챙겨 먹고, 일도 쉬엄쉬엄 하라는 평소 전화를 할 때마다 매번 주시는 당부를 하고는 통화가 마무리되었다.

“그러면 어머니 말씀대로 밥부터 잘 챙겨먹어야지.”

통화를 마친 유재원도 그 당부를 그대로 따랐다.

냉장고에서 한 번 먹을 분량으로 개별 포장된 반찬을 다 꺼내 놓았다. 수행비서인 김대석이 항상 꼼꼼하게 챙겨 놓고 있어서 모자란 건 없었다. 이뿐만이 아니라 최근엔 티파니가 집에 자주 놀러 오면서 음식을 싸가지고 온 것도 많았다.

분명 그녀의 어머니인 마리나 부인이 만든 음식일 텐데, 스튜나 빠에야 같은 게 많았다. 물론 맛도 탁월했다.

그렇게 아침을 꼼꼼하게 챙겨먹은 유재원은 바로 본인의 일을 시작했다.

가장 먼저 시작한 건 어제 플레이했던 비공개 베타테스터 판의 피드백을 주는 일이었다.

“이거, 글로는 잘 전달이 안 되는 거 같네.”

컴퓨터에 ID 워드프로세서를 띄워 놓고 한참이나 키보드를 치던 유재원은 이게 아니다 싶었다. 작성된 분량을 다시 읽어보니 뼈만 아프지, 어떻게 고쳐야 할지는 그다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싶었다.

백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게 낫다는 말은 여기에서도 통용되는 속담이었던 것이다.

물론 ID 소프트웨어의 오너는 유재원이니 억지로 시키면 하긴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식으로 지시를 했다가 망하는 게임 개발사는 수도 없이 많았다. 아무리 바른 방향이라도, 개발자가 억지로 하게 되면 제대로 된 게임이 나오지 않는다.

더구나 로메로 같은 경우에는 존 카멕에 대한 경쟁심도 있고, 자기 재능에 대한 자신감도 충만했다. 그런 사람의 자존심을 뭉개버리면 팀워크가 박살나는 건 순식간이다. 최악의 경우엔 예전처럼 갈라설 수도 있다.

물론 이건 최악의 가정이다.

전에 유재원이 ID 소프트웨어에 방문했을 때, 보여줬던 직원들의 반응을 보면 무슨 사이비 교주를 대하듯 했으니 말이다. 그래도 사람의 마음이라는 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법이다. 사소한 말 한 마디, 표정 하나로 섭섭함이 생기고, 큰 균열이 일어날 수도 있다.

사이가 좋을 때부터 서로 배려하는 게 좋은 관계를 끝까지 유지하는 비결 아니겠는가. 물론 이렇게 해줬는데, 호구 잡으려고 드는 사람이 있다면 과감히 끊는 법도 잊지 말아야 하겠지만 말이다.

“음, 아예 직접 텍사스로 가서 프레젠테이션을 제대로 해줘야겠는 걸.”

잠깐 생각을 해보던 유재원은 단순한 피드백을 담은 IDW파일 하나를 툭 보내는 것 대신, 아예 직접 날아가 얼굴을 보고 설명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번에 리턴 투 캐슬 울펜슈타인에 투입된 자금도 자금이지만, 게임 명가인 ID 소프트웨어의 계속 이어나가기 위해서다. ID 소프트웨어 로고가 붙어있으면 생소한 신작이라도 믿고 사는 수준이 되려면 망작이라는 것 자체가 없어야 한다.

“그러면 그림을 그려야 하는데.”

유재원이 제안할 개선점은 말 대신 그림으로 표현하는 게 훨씬 좋다. 지금 적용된 일본식 RPG에서 따온 인터페이스 대신 인게임 화면에서 모든 이벤트 신을 처리하는 방식이라던가, 아이템이나 플레이블 캐릭터의 스텟을 조정하는 방식 등을 백 마디 말로 하는 것 대신 그냥 그림만 딱 보여주면 끝이다.

설계도나 청사진 같이 산업 디자인 쪽으론 자신 있는 유재원이다.

예전 에그 PC의 전체적인 모습이나 설계도를 그려서 TG에 보내줬을 때, 이용권 사장은 그걸 보고 디자인스쿨을 나온 전문가가 그려준 것이라고 착각할 정도였다. 다만 유재원이 발휘한 프로의 실력은 기억의 궁전에 특별히 넣어둔 자료였다는 것이다.

기억의 궁전에는 없는, 새로운 걸 표현하는 그림에는 소질이 영 없다는 건 본인이 잘 알고 있었다.

“이게 진짜 망작이네.”

유재원은 흰 A4 용지 한 장을 꺼내 그려 봤다.

리턴 투 캐슬 울펜슈타인에서 시작하자 주어지는 퀘스트를 새롭게 디자인 한 콘셉트 그림이었다. 텍스트로만 잔뜩 나왔던 것을 그림으로 바꿔 보려니 마음처럼 잘 되지 않았다.

10분 정도 꼼꼼하게 그렸다고 생각했는데, 결과물은 거의 낙서에 가까웠다. 텍스트로 보여주는 거나 이걸 인게임 이벤트 신으로 만드는 거나 그게 그거인 것이다.

“이럴 때, 전문가를 쓰는 거지.”

유재원은 바로 김대석에게 영화나 광고 분야의 콘셉트 작가를 찾아 달라고 부탁했다.

영화가 촬영에 들어갈 때, 단지 대본만 가지고 일을 시작하는 건 아니다. 직접 연기를 해야 할 배우는 물론 촬영을 준비하는 사람들도 감독이 찍고자 하는 이미지가 무엇인지 바로 이해할 수 있게 그림으로 보여주는 데, 이를 전문으로 그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급하게 사람을 구하는 것이었지만, 운 좋게도 오후쯤에 유재원의 집에 전문가가 찾아왔다. 아무래도 이틀짜리 일에 1천 달러라는 제법 큰 보수를 건 게 주요했다.

그렇다고 이름 높고 실력이 검증된 프로 작가를 데려온 건 아니었고, 미술대학교를 졸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초보 작가였다.

외부에 뿌릴 자료도 아니고, 내부에서 짧은 프레젠테이션에 사용할 그림이기에 유재원에겐 이것도 과분한 경력이었다.

이름은 왕웨이. 대만계 미국인이고, 나이는 28세였다.

젊은 사람이고 게임도 좋아해서 유재원과 말이 잘 통했다.

덕분에 유재원의 머릿속에 있던 리턴 투 캐슬 울펜슈타인의 콘셉트를 상당히 높은 싱크로율로 결과물을 뽑아 주었다.

“와우, 기대 이상이네요.”

“고맙습니다. 저는 회장님의 상상력에 더 감탄했습니다.”

“그야, 제가 워낙 게임을 좋아해서 말이죠. ID 테크놀로지로 제일 처음 만든 게 게임이었고,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도 게임을 잘 돌리려고 만든 거였어요.”

말도 잘 통하고 실력도 좋아서 본인만 괜찮으면 ID 소프트웨어나 다른 게임 개발사의 콘셉트 아트 디자이너로 갈 수 있게 해주겠다고 하니 생각을 좀 해봐야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게임 분야로의 진출은 생각해 본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유재원은 와주면 좋고, 아니라도 상관없다는 식으로 해본 제안인지라 두 번 권하진 않았다. 대신 생각이 있으면 일주일 내로 알려달라고 전자 우편 주소를 알려줬다.

“오늘은 이쯤 할까요?”

저녁 5시쯤에 이르렀을 때, 유재원은 작업을 멈췄다. 하루에 끝날 분량은 아니었기에, 내일 다시 오라고 하고, 왕웨이를 돌려보냈다.

“그러면 이제 다시 해볼까?”

왕웨이는 보냈지만, 유재원은 아직도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다.

어제 30분 플레이하고 치워버렸던, 리턴 투 캐슬 울펜슈타인을 이번엔 끝까지 해보기 위함이다. 뼈를 때리려면 일단 팩트부터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위잉!

“응?”

게임을 하려는데 컴퓨터에서 갑자기 생소한 알람소리가 났다. 띵하는 맑은 종소리가 났다면 전자 우편이나 ID톡 쪽지가 왔다는 알람이었고, 좀 더 묵직하게 뚱 하는 소리가 나면 에러가 터졌다는 신호였다.

그런데 민방위 방송처럼 위잉 하는 소리라니. 기억을 더듬어보던 유재원은 화들짝 놀랐다.

“북한!”

이 소리는 전명헌의 손에 들려 보냈던 뉴에그2 PC에 담긴 루트킷이 정상 작동했을 때 나오도록 했던 특별한 알람 소리였기 때문이다.

============================ 작품 후기 ============================

추천과 리플, 선작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원고료 쿠폰, 후원 쿠폰도 완전 감사합니다~.

오늘부터 기다리고 기더리던 한가위 연휴 시작이네요.

독자님도 명절 준비 잘 하셨나요?

저도 이번 연휴를 통해 리프레쉬를 확실히 하고 돌아오겠습니다. 잔뜩 마셨던 무리수도 쫙 빼고 말이지요.

복귀는 27일 자정이겠네요.

다들 풍성한 한가위 보내시고, 27일 자정에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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