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1====================
No Pay, No Gain.
#307 No Pay, No Gain.(23)
준비된 전용기에 오를 때까지만 해도 유재원은 설마 했다.
최대한 보수적으로 접근해서 티파니의 외할아버지가 셰브롱의 전용기도 사용할 수 있는 높은 자리에 있는 건가 싶었다.
전용기가 활주로를 박찰 때까지만 해도 그랬다. 그런데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출발한 전용기가 착륙할 때 그 생각은 완전히 달라졌다.
남쪽으로 한참 내려간 전용기가 안착한 곳은 비행기를 타려는 사람들이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공항이 아니었다.
거대한 성과 같은 저택에 딸린 개인용 활주로였다. 영화 속에서나 봤지, 실제로 현실에 이런 집이 있다는 건 오늘 처음 알았다.
착륙한 전용기에서 내렸을 때는 더더욱 놀랐다. 언제 준비한 건지, 레드카펫이 쭉 깔려 있었고 그 끝에는 커다란 자동차들이 대기중이었다.
저택에 활주로가 있는 대궐과 같은 집이면서, 저택과 활주로 사이에 거리가 좀 있었다. 게다가 상당히 큰 정원도 있어 차를 타고 이동 하는 게 정답이었다.
리무진 앞에는 백발의 할아버지가 기다리고 있었다. 설마 저 분이 티파니의 외할아버지인가 싶었는데 아니었다.
“큰 아가씨. 본가 방문을 환영합니다.”
“알프레드 아저씨도 오랜만이에요.”
마리나와 인사를 주고받는 걸 보고서야 백발의 할아버지가 외할아버지가 아닌 집사님이라는 걸 알았다. 자세히 보니 확실히 집사님다운 모습이었다. 연미복 비슷한 검은 정장에 나비넥타이, 거기에 하얀 장갑을 끼고 있었으니, 그야말로 집사님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마리나에게 먼저 인사했던 알프레드는 비행기에서 내린 다른 사람들에게도 깍듯하게 인사했다. 다만 사람마다 온도의 차이는 있었다.
스티븐이나 유재원에겐 기계적인 느낌이 다분했지만, 마리나와 티파니에겐 따스함이 절절히 묻어났다. 제일 친근한 모습을 보인 건 역시 마리나였다. 아무래도 전용기를 타고 온 사람 중에 알프레드 집사와 제일 많이 지냈던 사람이 마리나일 테니, 당연한 모습일 것이다.
“아버지는요?”
“어제부터 도착해 계십니다. 이번 모임에 대해 매우 기대하시는 눈치였습니다.”
“신기하네요. 매번 가장 늦으시던 분이 제일 먼저 오셨네요. 그러면 다른 아이들은요?”
아이들?
“큰 아가씨가 제일 먼저 도착하신 겁니다. 테레사 아가씨와 레이첼 아가씨는 출발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제이콥은요?”
“아, 막내 도련님은 아직도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죄송합니다.”
“알프레드가 죄송할 게 뭐 있나요. 오냐오냐 키웠다가 막나가게 만든 아버지 탓이 크죠.”
인사를 마치고 바로 차에 타지 않고, 마리나와 알프레드 사이에 대화가 오고갔다. 마리나의 동생들 이야기였던 모양이다. 마리나는 3녀1남 중 장녀이고, 두 여동생과 막내 남동생이 있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제이콥이라는 막내 동생은 가족 모임에도 잘 나타나지 않는 모양이다.
곧이어 티파니의 가족과 유재원이 준비된 차에 올랐다.
알프레드가 직접 운전하는 차에는 마리나와 스티븐, 티파니가 탔고, 유재원과 유재원의 두 경호원은 다음 차에 탔다.
부드럽게 움직인 차는 금세 대저택의 대문에 도착했다.
쇠창살을 예술적으로 꼬아서 만든 대문은 자동차 두 대가 동시에 지날 수 있는 커다란 길을 단단히 막고 있었다. 특히나 압박적인 건 대문 중심에 달린 커다란 셰브롱 로고였다. 누가 보더라도 이곳이 셰브롱 오너 가문의 본가라는 걸 확실하게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원격으로 제어되는 대문인 모양인지, 티파니 가족과 유재원이 탄 자동차가 가까이 도착하니 육중한 철문이 부드럽게 열렸다.
뭐지?
가까워지는 저택을 보며 유재원은 살짝 혼란스러웠다.
티파니의 집안 내력이 이렇게나 어마어마할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탓이다. 티파니의 부모님이 그냥 평범한 직장인이었다고 해도 유재원은 상관없었다.
연애를 하는 데 제일 중요한 요소는 서로의 관심과 사랑이지 집안 내력 따위는 아무 필요도 없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이번 티파니의 외가 가족 모임 참석에 대해서 뭔가 거대한 기대를 한 건 하나도 없었다. 단지 티파니네 외할아버지나 외가 쪽의 가족들이 궁금했을 뿐이었다.
물론 100% 기대가 없었다는 건 아니다.
평소 티파니가 들고 다니던 액세서리나 모델1과 같은 전기자전거, 그리고 거주한 곳을 보고 제법 잘 사는 집이라는 건 자연스럽게 인식했으니 말이다. 실제로 티파니의 아버지인 스티브가 블랙스톤이란 사모펀드를 운영하고 있다고 하니 아귀가 딱 맞았다.
사실 그것도 놀라운 일이었다.
현재 시점에서 블랙스톤 펀드의 규모가 작긴 해도, 21세기 초중반만 되면 세계 최대의 사모펀드가 된다. 웬만한 나라의 국부 펀드보다 더 큰 규모를 자랑하니, 스티븐의 영향력도 어마어마했다.
재미있는 건 스티브의 유머감각이 펀드의 네이밍에 그대로 적용되었다는 것이다. 지금은 블랙스톤인데 나중에 규모가 커지면 블랙록으로 바꾸는 것이다. 여기서 규모가 더 커지면 블랙마운틴이 될 지도 모르겠다.
하여튼, 티파니의 아버지만 해도 범상치 않은 분이었는데, 전혀 기대도 하지 않았던 티파니의 외가 쪽이 더 엄청난 집안이었다.
그냥 대기업도 아니고, 미국에 석유와 가스 공급의 25%를 책임지고 있는 셰브롱의 오너라니. 좋아해야하는 건지 말아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이건 덤인가?”
뭔가 꺼림칙한 건 티파니와 연결된 게 그냥 우연히 이뤄진 게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었다.
유재원의 이번 생을 철저하게 가이드하는 건 전생에서 만든 마스터 플랜이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마스터 플랜에는 여자 친구나 아내 될 사람을 미리 점찍어 놓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마스터 플랜 실행에 도움이 될 배경의 처가를 찜해 놓고 열심히 구애해서 결혼한다는 식은 너무도 리스크가 컸다. 타인의 마음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 다는 걸 전생에서 확실하게 체험한 유재원이다.
자기가 제 마음을 다스리는 것도 쉽지 않은데 어떻게 타인의 마음을 멋대로 조종할 수 있단 말인가.
그렇기에 유재원은 본인이 자신 있는 IT분야에 최선을 다해 거대한 기업을 일구겠다는 식으로 마스터 플랜을 설계했다.
티파니의 아버지나 외가가 이렇게 대단할 거라는 건 전혀 예상에도 없었던 일이다.
그러면 이게 100% 우연이 만든 일일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건 아니었다.
유재원은 이 세상에 우연히 생긴 일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누리고 있는 삶이란 전생에서부터 부단히 설계하고 정성을 들인 덕에 이뤄진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번 일은 마스터 플랜보다 더 큰 힘이 작용한 것이라고 봐야 하는 게 정확했다. 바로 유재원이 회귀를 거래했던 그 절대적 존재 말이다.
“그분과 어떤 식으로 거래를 했었지?”
절대적인 존재는 꿈속 세상에서 딱 한 번 만났고, 시간도 짧았다. 섬광처럼 짧게 빛나고 순식간에 사라졌지만, 무척이나 강렬한 기억인지라 지금도 생생했다.
유재원은 10대 중반부터 알 수 없는 계기로 계속 이어지는 꿈을 꾸게 되었다. 이후 꿈을 다루는 여러 가지 기법들을 익히고, 이를 이용해 꿈속 세계를 크게 확장해 나갔다.
그렇게 만들어진 세계는 마치 가상현실 같았다.
수많은 NPC들과 동식물, 심지어 상상 속의 환수도 살아 있는 것처럼 생생히 활동하는 그런 세계였다.
그런데 사람의 정신력으로 그 큰 세계를 유지하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마치 컴퓨터 게임의 버그처럼 이상한 오류가 쏟아지기 시작하면, 유재원은 그 세계를 초기화했다. 모든 걸 백지 상태로 돌린 후, 새롭게 세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그렇게 초기화를 할 때마다, 새롭게 구축할 수 있는 세상의 크기가 한층 커지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여러 번 초기화를 하다 보니, 유재원의 정신세계 속 세상의 크기는 지구보다 더 커질 지경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안정한 오류는 여지없이 찾아왔다. 7번째 세계의 초기화를 앞둔 상태에서 고민 중일 때, 그 절대적 존재가 불쑥 나타났다.
그분의 모습은 유재원이 상상했던 수많은 NPC나 환수들의 범주를 아득히 초월해 있었다. 무엇보다 꿈속 세계의 모든 존재들은 유재원이 생각한 대로 행동하지만, 그분은 유재원의 제어를 벗어났다.
딱 봐도 자신의 정신과는 독립된 별개의 존재라는 게 확실히 느껴졌다.
그분은 유재원의 꿈속 세상에 무척이나 감명을 받았다. 그리곤 파괴할 것이라면 차라리 자기에게 파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다.
사람의 말로 전해진 건 아니다. 그냥 머릿속으로 이러한 의지가 전해졌다.
유재원은 그런 상황을 두려워하면서도 호기심을 보였다. 게다가 대가가 그럴싸한 것이라면 초기화 대신 저분에게 넘기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유재원은 거래의 대가를 물었고, 그분은 손가락 3개를 펼치며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했다.
소원이 3개나 된다는 소리에 유재원은 바로 수락했다.
안타까운 점은 내 소원 100개 들어주기 같은 식으로는 빌 수가 없었다는 거다. 매우 짧은 문장으로 된 소원만 들어준다고 했기에, 유재원은 최대한 머리를 굴렸다. 그렇게 해서 나온 소원 3가지는 죽기 직전의 기억을 고스란히 가지고, 초등 학교 5학년 때로, 회귀를 시켜달라는 것이었다.
여기서 착오가 생긴 건 언제 회귀가 되는 지 말하지 않았던 것이다.
거래를 마친 후, 눈을 뜨면 초등 학교 5학년 시절로 돌아갈 줄 알았는데, 멀쩡한 삶이 계속 되었다.
처음에는 절대적인 존재와의 거래가 사실은 아무 의미도 없는 개꿈이었나 싶었지만, 그건 아니었다. 그날 이후로 유재원은 꿈을 잃어버렸다. 눈을 감자마자 꿈속 세계로 진입하는 게 평소의 유재원이었는데, 그날 이후로 꿈을 단 한 번도 꾸지 않았으니 말이다.
깊은 사색 끝에 유재원은 회귀의 권능이 발동될 시점을 정하지 않았다는 걸 인지했다. 나중에서야 본인이 죽으면 발동이 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유재원은 그걸 파악하자마자 안도했고, 동시에 죽을 생각을 하니 겁도 났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바로 죽을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차라리 자연히 죽을 때까지 회귀 후의 삶을 위해 준비하는 게 훨씬 바람직한 것 아니냐는 결론에 이르렀다.
시간이 지날수록 신기술이 쏟아져 나올 거고, 오래 버티고 버틸수록 회귀 후의 삶에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덕분에 유재원은 폐인의 삶을 청산하고 새 출발을 할 수 있었다. 특히나 꿈속 세계가 사라지고 남은 공간에 절대기억력을 흉내 내는 기억의 궁전을 만들었던 건 전생에서 그분과의 거래 다음으로 잘한 일이었다.
덕분에 회귀 후의 삶을 준비하기 위해 했던 일이 커지고 커져서 큰 성공을 이루기도 했다.
뜻밖의 성공이지만, 잘 관리만 하면 되었는데, 욕심이 커졌다. 욕심이 많아지니 실수도 많아졌다. 결국 배신도 당하고 지독한 악연까지 생겨 쓸쓸한 죽음을 맞이했다.
“아, 지금 이게 중요한 게 아니지.”
유재원은 얼른 고개를 털고 다시 생각에 들어갔다.
지금 떠올리고자 하는 건 그분과의 거래 장면이었다. 꿈속 세계를 넘기는 대가로 3가지 소원을 들어준다고 말한 건 아니었다. 손가락 3개를 들었기에 유재원은 소원 3개라고 인지했던 것뿐이다.
“음, 손가락 3개 맞나?”
살짝 눈을 감고 그때의 기억을 찬찬히 되살려 보니 완전히 펼쳐진 3개 말고도, 반쯤 접힌 손가락이 하나 더 있는 것 같긴 했다. 제대로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려면 기억의 궁전에 들어가봐야겠지만, 분명 손가락은 더 있었다.
상식적으로 따져 보면 반쯤 접힌 손가락은 무시하는 게 맞다. 하지만 눈앞에 가까워지는 셰브롱의 거대한 저택은 상식을 완전히 벗어난 모습이었다.
공항에서 보았던 것처럼 귀빈을 맡기 위해 깔린 붉은 카펫과 양쪽으로 도열한 메이드들의 모습은 지금이 1994년이라는 걸 잠깐이나마 잊게 만들었다. 그리고 정문 앞에 나와 있는 백발의 노인은 분명 셰브롱의 2대 오너인 프레더릭 테일러 2세였다.
만약 그분께서 유재원이 빌지 않은 손가락 반개짜리 소원을 행운 대폭 상승과 같은 것으로 적용해 주신 거라면, 그래서 티파니와 이어진 거라면 지금의 상황이 충분히 이해가 된다.
“뭐, 아니면 말고.”
프레더릭 테일러 2세가 마중 나온 정문 앞에 자동차가 멈추면서 유재원의 상념도 끝났다.
그분의 배려라면 좋고, 아니라도 상관없다. 셰브롱의 오너가 같은 편이 되면 큰 힘이 되겠지만, 아니라도 유재원의 계획을 실행하는 데 있어 하등의 문제는 없다.
그저 지금은 복잡한 생각을 할 것 없이, 티파니의 남자친구에 충실하면 된다.
“외할아버지, 제 남자친구 소개시켜드릴게요. 유재원이에요.”
“재원아, 인사해. 우리 외할아버지 프레더릭 테일러 2세셔.”
“안녕하세요. 처음뵙겠습니다. 유재원입니다.”
티파니의 소개에 유재원은 허리를 크게 숙이며 인사했다.
프레더릭 테일러 2세는 엄격하고 진지한 표정으로 그 인사를 끝까지 지켜보았다. 사실 티파니가 인사시켜주기 전부터 서로간의 눈싸움이 좀 있었다.
아무래도 프레더릭 테일러 2세는 유재원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녀를 홀라당 홀린 놈팡이로 보는 듯 했고, 유재원은 그냥 신기해서 그랬다. 셰브롱의 오너랑 이렇게 마주할 일은 없을 줄 알았는데, 코앞에서 보고 있으니 말이다.
그것도 비즈니스를 위한 만남이 아니라, 100% 사적인 이유 때문이라니.
“반갑군. 프레더릭 테일러일세.”
티파니가 직접 소개를 해주니 프레더릭도 유재원에게 말을 놓았다.
“평생 결혼하지 않고, 나랑 같이 살 거라던 우리 손녀가 남자친구가 생겼다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를 하더군. 언젠가 그런 날이 올 줄은 알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빠른 것 같아서 억울했네. 그래서 보자고 했지.”
“그러세요? 저를 직접 보시니 어떤가요?”
“자네는 내가 알던 아시아인하곤 좀 다른 것 같군. 회사에 있던 녀석들은 내 앞에선 속내를 쉽게 드러내지 않았거든.”
“그분들이야 할아버지에게 고용된 몸이니 그런 거고요. 저야 티파니 덕에 이렇게 당당할 수 있는 거죠.”
프레더릭 테일러의 존재감이나 영향력이 대단한 건 사실이지만 유재원도 주눅 들지 않았다. 한 번 죽어보고 나니 겁이라는 게 사라져버린 것 같다. 직접 대면해 보니 심박수가 막 올라가지도 않았고, 말도 술술 나왔다.
“후후, 우리 손녀가 대단하긴 하지. 그래도 자네 역시 그리 평범한 내력을 가지진 않은 것 같던데? 자세한 이야기는 들어가서 하지. 우리 집에 온 걸 환영하네.”
겉보기와 달리 프레더릭 테일러는 대단한 손녀바보이신 모양이다. 엄격하고 진지했던 표정도 티파니 앞에선 와장창 깨지고 말았다.
옆에서 대화를 지켜보고 있던 스티븐은 무척이나 억울한 표정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스티븐이 이 집에 정식으로 초대를 받을 수 있었던 건 티파니가 태어난 다음이었다. 그런데 유재원은 시작부터 마음이 활짝 열린 상태이니 차별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장인어른이 전용기를 보내줬을 때부터 예상은 했지만, 실제로 대면하고 보니 더욱 마음이 쓰렸다. 그렇다고 대놓고 내색할 수도 없었다. 게다가 아내인 마리나가 손가락으로 쿡 찌르니 쑥 사라졌다.
곧이어 굳게 닫혀 있던 저택의 정문이 활짝 열렸고, 프레더릭 테일러가 티파니,유재원과 나란히 걸었다. 그 뒤를 마리나와 스티븐이 따랐다.
저택으로 입성한 후, 짧은 환영식이 있었다. 이후 스티븐 마리나 부부, 티파니 그리고 유재원과 두 경호원에게 각각의 방이 배정되었다.
“무슨 방이 이리 넓어?”
유재원은 본인에게 나온 방을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학교 교실 2, 3개는 만들 수 있을 만큼 커다란 방이었다. 방 안에 여러 개의 작은 방으로 나뉘어져 있었고, 거실이나 서재가 따로 있었다.
알프레드 집사님의 설명으로는 수행원이 많은 VIP급 손님이 올 때 내주는 방이라고 한다. 덕분에 유재원과 경호원 둘이 지내기에도 터무니없이 넓었다.
그렇다고 황량하진 않았다. 그림과 도자기, 조각상 등등 딱 봐도 보통이 아닌 예술작품과 가구가 잘 배치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안타까운 점은 인테리어 중에 최신 기기는 거의 없다는 것이었다.
전기를 쓰는 건 전등과 커다란 오디오, 전화기 하나가 전부였다.
컴퓨터는커녕 텔레비전도 없었다. 여기에 있는 동안 자는 시간 빼고 이 방에서 지낼 시간은 그다지 많진 않겠지만, 컴퓨터와 텔레비전이 없다는 건 유재원에겐 크나큰 단점이었다.
똑똑!
방을 둘러보는 데, 노크 소리가 났다. 문을 열어 보니 티파니였다. 편안한 차림으로 옷을 갈아입은 티파니는 할 말이 좀 많아 보였다.
============================ 작품 후기 ============================
추천과 리플, 선작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원고료 쿠폰, 후원 쿠폰도 완전 감사합니다~!!!
티파니의 집안 스펙이 좀 파격적이긴 했죠?
그렇지만 앞으로의 스토리 전개가 갑자기 딴 세상으로 가는 일은 없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