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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Pay, No Gain.
#306 No Pay, No Gain.(2)
며칠 사이에 일이 좀 있었다.
가장 큰 일은 D-day가 되었다는 것이지만, 한국이나 미국 그리고 일본에 제법 의미심장한 일이 몇 가지 일어났다.
한국에서는 국회에서 탄핵된 8명의 판사들이 낸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청구에 대한 판결이었다. 결과는 마태식을 비롯한 민사판례연구회 소속 판사들 모두 파면한다는 국회의 결정이 모두 인용되어, 다들 민간인이 되었다.
돌아가는 이야기를 보면 헌법재판소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한 명이라도 살리려고 했던 모양이었다.
그런데 신광렬 주심판사가 내놓은 증거가 워낙 명백했기에 그럴 수가 없었다고 한다. 특수 활동비를 모아다가 말을 잘 듣는 판사들에게만 나눠주기도 했고, 승진 잘 되고 힘 있는 자리도 민사판례연구회끼리만 독식한 증거들이나, 이번 일제강점기 피해자 재판에 이런저런 압력을 행사한 증거를 차곡차곡 모아두었다가 그대로 터트린 신광렬 판사의 공이 크다.
검찰도 탄핵 인용이 되자 기다렸다는 듯 8인 모두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 대목에서는 법원의 반항이 살짝 보였다. 핵심인 마태식이나 다른 주범들의 구속영장은 나왔지만, 3명은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면서 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은 강력 반발했다.
전화 통화나 아예 직접 만나서 말을 맞추는 정황이 명백했다. 즉, 증거 인멸의 정황은 심각했다. 법원이 말한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말의 실상은 국회의 탄핵부터 헌법재판소의 인용까지 시간을 너무 많이 줘서 범인들이 인멸할 수 있는 증거는 다 없앤 탓에 증거인멸의 우려가 사라진 것뿐이었다.
유재원도 정병우로부터 구속영장 일부 기각 소식을 들었을 때, 혀를 찼다. 그렇지만 크게 실망하진 않았다.
“법원이 조직 보호를 위해서 저러던 게 하루 이틀이 아니었지.”
유재원의 말마따나, 한두 번 보는 모습이 아니다. 더구나 이번 사건은 탄핵이 인용되었다고 끝날 일이 아니다.
마태식이나 다른 파면 판사들이 쌓은 어마어마한 부는 판사일 몇 십 년 했다고 벌 수 있는 돈이 아니었다. 돈을 받고 억울한 사람들을 짓밟은 정황이 명백했다. 벌써부터 마태식이 관여한 판결에 대한 불복 움직임이 터져 나오고 있는 중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라 판사들끼리 돈을 주고받은 정황도 있었다.
이걸 검찰에서 다 조사하면 대법원은 그야말로 줄초상을 치를 판이었기에, 내부 저항이 매우 극심할 거다.
유재원이야 그저 마음 편하게 보고 받았다. 탄핵은 한 번이 어렵지, 두 번은 쉽다. 내부 반발의 구심점이 누군지만 밝혀내면, 탄핵행 특급 열차에 태워주면 그만이다.
다음 뉴스는 유재원도 관련이 있는 일이었다.
이산가족상봉 행사가 코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여기에 대해선 약간의 논란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신청서에 답지한 것만 거의 100만 건이 넘는데, 상봉할 수 있는 가족은 500명에 불과했던 탓이다.
이렇게나 많은 신청자 중에 500명을 공정하게 뽑을 수 있느냐 하는 의혹이 생기는 건 당연했다. 심지어 늦게 도착한 신청서는 그냥 짬처리 되는 거 아니냐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산가족상봉 행사를 책임지고 있는 전명헌은 쇼맨십을 제대로 보여줬다.
신청서를 전산화하는 사무실을 기자단에 공개한 것이다.
실내 체육관 하나를 빌려놓고 수백 대의 컴퓨터와 컴퓨터 전문가들이 산더미처럼 쌓인 신청서를 전산화 하는 모습이었다.
OCR프로그램 세팅과 ID 오피스의 정교한 매크로 기능으로 신청서 하나를 전산화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3, 4초면 충분했다. 사람들이 하는 일은 스캐너에 서류를 올리고 버튼을 누른 다음, 스캔이 끝나면 서류를 교체해 다시 버튼을 눌러주기만 하면 된다.
이런 작업을 300명이서 하는데, 24시간 쉬지 않고 작업하기 위해서 6개 조를 돌린다고 한다. 덕분에 100만 장에 달하는 신청서를 모두 전산화 하는 데 걸린 시간은 일주일도 되지 않았다.
추첨도 즉각 이루어졌다.
유재원의 의견이라면 찰떡처럼 받는 전명헌은 떠들썩한 행사 대신에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방식으로 행사를 구성했다.
상봉행사를 신청한 이산가족 중 참관인을 뽑았고, 선관위에서도 감독관을 데려와서 추첨 행사의 신뢰도를 높였다. 당연히 엄청난 숫자의 취재진을 불러다 놓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추첨 프로그램이 돌아가는 모습을 누구나 볼 수 있게 커다란 프로젝터도 띄워 놓았다.
그렇게 해서 추첨 프로그램을 돌렸고, 오류 없이 한 번의 실행으로 500명의 명단이 추출되었다. 운 좋게도 참관했던 사람 중에 당첨자가 한 가족 나와서 매스컴에 싣기에 좋은 그림이 나왔다.
이렇게 추첨행사가 끝나고서 모아진 신청서 데이터는 용도는 사라졌지만, 파기되는 건 아니었다. 데이터베이스화 된 좋은 자료였기에 통일부로 이관된 후에 이산가족을 살피는 데 유용하게 사용될 예정이다.
500명의 명단은 바로 북한에 보내졌고, 북한에서 해당 명단의 가족을 수색해 상봉 의사를 물어보는 작업도 빠르게 끝났다. 노동당 차원에서 이산가족 행사를 추진하는데, 거부하는 북한 주민은 없었다.
다만 상봉이 당첨된 분들 중에 북쪽 가족이 노환이나 병으로 돌아가신 분들이 좀 계셨고, 그렇게 상봉 자격이 사라진 케이스에 한해 재추첨이 이뤄졌다.
그렇게 모든 준비가 끝났고, 오늘 상봉 가족들이 배를 타고 금강산으로 출발했다. 북한 정권 차원에서 금강산을 휴양지로 활용하고자 지어놓은 호텔이 있었다. 상봉 행사는 그곳에서 이루어지는데, 금강산 경관도 자랑하고, 앞으로 있을 미래그룹의 금강산 관광자원 개발에 대한 홍보도 겸사겸사하려는 의도가 뻔히 보이는 결정이었다.
이렇게 착착 진행 중인 이산가족 상봉행사지만, 옥에 티가 두 개 있었다. 심지어 둘 중 하나는 유재원을 향한 의혹이었다.
그것은 이번에 당첨된 상봉가족 중에 특정 지역 출신이 다른 지역보다 2배는 넘게 나왔기 때문이다.
바로 부산 지역이다.
일각에서는 통일 국민당이 취약한 부산 지역에서 당첨자를 많이 내 다음 총선의 선전을 기약하려고 저렇게 짰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참나, 내가 컴퓨터랑 소통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완전 램덤 추천을 어떻게 마음대로 고른단 말이야.”
유재원은 답답해 죽을 지경이다.
완전 랜덤이라 실행할 때마다 결과 값이 달라지는데, 그걸 특정 지역에 일부를 할당하는 건 불가능했다. 실행하기 전에 소스코드도 다 검증해놓고선 이제 와서 딴 소리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나왔다.
다른 하나의 티는 바로 일본의 망언이었다.
일제강점기 피해자 소송이 사법농단사태로 이어졌고, 이로 인해서 한국에서 역사 청산은 제대로 시작될 자세가 갖춰졌다. 김 대통령부터 일본에 대해서 강경한 태도였고, 그 상징이 바로 총독부 건물 해체였다.
일본에서는 역사적 가치가 있는 건물이니 벽돌 하나까지 모두 일본으로 옮겨가겠다고 했지만, 김 대통령의 의지는 단호했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이 급속도로 가까워지면서 최초의 남북이산가족상봉이라는 커다란 행사가 이뤄졌고, 이를 취재하기 위해 전 세계의 매스컴이 한반도로 몰린 상황이었다.
이게 너무도 배가 아팠던 모양인지 일본의 우익 정치인이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망언을 들먹였다. 또한 북한이 유화적으로 나오는 건 북핵 개발의 야욕을 숨기기 위한 것인데, 여기에 세계가 속고 있다면서 개탄했다.
이러한 망언 직후, 한국에서는 격한 반응이 터졌고, 일본에서도 반한감정이 응집되었다.
일본의 우익 성향 언론들은 단지 말로만 끝내지 말고 한국산 제품을 배척해 경제적으로도 특단의 조치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쪽도 웃기는 소리를 참 잘해. 게다가 겉 다르고 속 다르고.”
진짜 웃기는 일은 신일본투자은행에 광고 좀 주십사하고 매일 같이 징징거리는 언론 중에 저런 소리를 하는 곳도 상당했다는 것이다.
닛케이지수가 반등에 성공한 가장 큰 이유는 신일본투자은행 소속의 기업들의 고공행진이었고, 그만큼 일본에서 잘 나가고 있다는 증거였다. 광고비도 다른 기업보다 여유롭게 집행할 수 있으니, 언론이 기대는 건 당연한데, 우익 언론까지도 징징 거리고 있다는 게 문제다.
신일본투자은행이라고 하면 뭔가 일본 자본 같지만, 실상은 엄연한 한국 자본 회사였다. 일반인이라면 착각할 수 있지만, 언론인은 분명 잘 알고 있을 거다.
“뭐, 일부 우익 정치인이나 언론이 여론의 전부는 아니긴 하지만.”
이뿐만이 아니다.
이미 일본에서의 한류는 시작되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지금 일본에서 학생들 층에 어마어마한 붐이 불고 있는 게 있으니 프리쿠라라는 것이었다.
프리큐라라고 하니 뭔가 낯설게 들리지만, 스티커 사진기의 일본식 이름이었다. 이토추 상사가 대전 엑스포에 참관했다가 ID 테크노피아 관을 보고서는 바로 계약을 체결하자고 찾아왔고, 성사가 되었다.
일본에선 프린트 클럽이라는 상표로 정식 유통을 시작했고, 이걸 일본식 발음으로 대충 줄이면서 프리큐라로 굳어졌다.
주 이용층은 여중, 여고생들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부스에 들어가 사진만 찍으면 온갖 뽀샤시한 효과가 자동으로 적용되면서 몰라보게 예뻐진 모습이 만들어진다. 유재원은 휴대폰에 적용될 카메라 효과를 미리 만들어 본 것인데, 이전에 유행했던 프리큐라보다 퀼리티가 훨씬 좋았다.
이뿐만이 아니라 모니터 화면에 뜬 사진을 보고 각종 글자나 아이콘을 넣을 수도 있고, 예뻐지는 것 말고도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도 바꿀 수 있었다.
한 번 찍는데 1천 엔이라는 적잖은 돈을 내야했지만, 번화가에 있는 프리큐라는 긴 줄이 서질 만큼 성황이었다.
일반 사람들에게도 반응이 좋았다. 단지 뽀샤시한 보정만 해주는 게 아니라, 서류 첨부용 사진도 찍을 수 있기 때문이다.
명함사진 모드도 있어서 사진을 제출해야 하는데, 준비가 되지 않았을 경우 유용하게 사용할 수도 있다. 이때도 원본 왜곡 수준이 아닌, 적당하게 후보정를 해서 잡티도 제거해주고, 윤곽도 다듬어준다. 덕분에 경우에 따라선 사진관에서 비싼 돈 내고 찍은 것보다 결과물이 훨씬 좋을 때도 있었다.
프리큐라가 대유행이 된 만큼 유재원의 주머니에 들어오는 돈도 커졌다.
이미 입금이 끝난 계약금도 있었지만, 장비의 공급 원가 중에 남는 것도 많았다.
가장 큰 이득은 라이선스 요금으로 매출의 10%는 유재원의 몫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라 프리큐라에 들어가는 잉크와 특수한 포토용지도 ID 테크놀로지에서 공급하는 것이니 전체적으로 보면 유재원이 가져가는 비율은 50%를 훌쩍 넘는다.
일본 언론에서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한국산 제품이라느니 국부유출이라느니 하는 프레임을 씌우려고도 했다. 그러나 이미 여고생들 사이에 확고하게 자리 잡은 프리큐라였기에 아무런 타격도 없었다.
프리큐라를 들여놓겠다는 주문이 일본에서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벌써 예약된 것만 천 대 규모를 넘었고, 이런 속도가 계속 지속된다면 1년 내에 1만 대 보급도 꿈은 아니었다. 심지어 이러한 일본에서의 인기를 바탕으로 한국도 조만간 정식 유통을 시작할 예정이었고, 미국에도 거대 유통사들과 진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었다.
오히려 문제는 장비의 공급이었다. 이미 TG의 생산 설비도 포화 상태인지라, 따로 제작 업체를 알아 봐야 했다. 다만 성장에 한계가 있는 분야였기에 공장을 새로 세우는 건 무리였고, 인천공단의 전문 업체에 OEM 계약을 통해 생산량 폭증에 대비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면, 마지막은 미국 국회네.”
유재원의 무릎 위에 있던 쉘북에 떠오른 마지막 문서는 미국 국회 현황이었다.
미국을 뒤집어 놓은 어뷰징 대란에 대한 대책은 유재원의 방송국 순회 인터뷰 이후로 공론화되었고, 관련 입법을 추진하기 위한 공청회가 정식으로 열렸다.
레밍턴의 장담대로 로비스트들이 열심히 움직인 덕에 미국의 국회의원들은 유재원이 제안했던 방식에 긍정적이었다. 광고는 광고라는 것을 고지해야 한다면 대부분의 문제는 해결이다. 댓글 작업도 크게 보면 광고라고 치부할 수 있으니 말이다.
다만 반발도 제법 컸다.
광고 같지 않은 광고로 큰 수익을 보던 기업이나 사람들도 제법 숫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공청회는 인터넷에 먼저 적용하고, 이후 경과를 보고 현실에도 적용하는 방식으로 논의되고 잇다.
이뿐만이 아니라 유재원이 예전부터 주장했던 인터넷에서의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법률도 심도 있게 논의되었다. 개인정보 수집과 관리, 그리고 만에 하나 유출이 일어날 경우 기업이 책임져야 할 범위를 논하는 것이었다.
미국에서 관련 법률이 재정되면 한국은 자동으로 따라오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재원아!”
그렇게 문서에 한참 집중하고 있던 때에, 자신을 부르는 상큼한 목소리가 크게 터졌다.
티파니였다. 그리고 그녀 뒤에는 티파니의 부모님도 밝은 표정으로 있었다.
“안녕하세요! 아버님, 처음 뵙겠습니다. 유재원입니다.”
유재원은 달려와 안긴 티파니를 조심스럽게 내려놓고는 인사부터 올렸다. 티파니의 어머니인 마리나 핑크와는 자주 보긴 했는데, 티파니의 아버지와 보는 건 이 자리가 처음이었다.
티파니네 집에 갈 때마다 부재중이어서 이전까지는 도통 볼 수가 없었다. 그래도 집에 걸린 결혼사진이나 가족사진으로 얼굴은 미리 알고 있어서 그나마 어색함은 덜했다.
“그래, 반갑네. 티파니나 와이프로부터 귀에 딱지가 나도록 자네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 그 이전에 내가 자네 팬이었다는 건 다 까먹고 있는 모양이지만 말일세. 하여튼 반갑네! 스티븐 D. 핑크일세. 블랙스톤이라고 하는 자그마한 사모펀드 하나를 운영 중이지.”
“블랙스톤?”
드디어 티파니의 아버지에 대한 비밀이 공개가 되었다.
뭐, 비밀이라고 할 것도 없고 딱히 티파니의 아버지가 무얼 하시든 자신이랑 크게 상관은 없는 터라 애초부터 관심이 없었던 것뿐이었다.
그런데 과연 티파니가 모델1과 같은 최고급 전기 자전거를 타고 다녔던 이유가 바로 나타난다.
블랙스톤이라고 하면 사모펀드 중에서도 세계 최고의 규모를 찍어보기도 했던 회사였다. 물론 그 시점은 지금이 아닌 2010년 후반이지만, 지금도 제법 큰 규모를 자랑한다.
빈센트가 보내준 사모펀드 분석 보고서에 잘 나타나 있는데, 블랙스톤의 경우엔 대략 420억 달러 규모의 자금은 운용 중이었다. 물론 이 자금은 스티븐 씨의 개인 돈이 아니라 기꺼이 투자를 맡긴 투자자들의 것이지만, 그 큰 자금을 모았다는 것 자체가 스티븐 D. 핑크의 능력을 증명하는 일이었다.
스티븐이 유재원의 팬을 자처한 이유도 그가 운영하는 블랙스톤 펀드와 관련이 있었다.
바로 미국 시장이 답이 없을 때, 유재원의 ID 인베스트먼트가 일본 닛케이지수에 투자하는 걸 보고 따라했던 것이다. 이후에도 ID 인베스트먼트가 IT 투자 비중을 늘리자 스티븐은 본인의 펀드도 IT 섹터를 크게 늘렸다.
어떻게 보면 얌채처럼 따라한 것인데, 사실 이것도 대단한 것이다. 뭔가 성과를 보일 때 따라하는 건 쉽지만, 무모해 보일 때 따라한다는 건 아무나 못하는 것이었다.
하여튼 유재원 덕에 블랙스톤 펀드의 수익률도 상당히 좋았고, 덕분에 유재원에 대한 호감도 컸다. 그러던 차에 외동딸이 유재원과 사귄다니 이보다 좋을 수가 없는 스티븐이었다.
“안드로이드 사 상장도 축하하네. 지금 주가가 36달러 50센트나 한다지? 정말 대단해! 우리 펀드도 적잖게 들고 있으니 앞으로도 잘 부탁하네.”
“진짜요? 그건 몰랐네요.”
이미 상장이 끝난 만큼, 안드로이드 사의 주가 관리에 대해선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 유재원이다. 그렇다고 안드로이드 사를 내팽개치겠다는 건 아니다. 인위적으로 주가를 띄우겠다고 자사주 매입 같은 일을 하지 않는 다는 말이다.
주가는 그냥 예전에 했던 것처럼,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안정적인 관리 그리고 신제품 개발에 힘쓰면 알아서 올라갈 테니 말이다.
“그나저나, 난 자네가 참 부럽네.”
“네?”
“내가 장인어른과 만날 수 있던 건, 티파니가 겨우 생겼을 때거든. 그런데 자네는 결혼도 안 했는데, 벌써 초대를 받았지 않았나. 이미 자네를 인정하셨다는 거지. 하긴, 내가 장인이라도 안드로이드 상장을 보고나면 그럴 수밖에 없을 걸세. 그러니 전용기까지 보내주셨겠지.”
무슨 소리인가 했더니 스티븐의 장인어른, 그러니까 티파니의 외할아버지는 마리나와 스티븐의 결혼을 반대하셨던 모양이다. 그런데 티파니가 생기니 어쩔 수 없이 결혼을 허락했다는 말이었다.
“아빠!”
“여보!”
재미있는 일이었지만, 당사자 앞에서 너무 직설적으로 말씀을 하니 몸 둘 바를 모르는 유재원이었다. 다행히 티파니와 티파니의 어머니가 동시에 나서주신 덕에 진땀을 빼진 않았다.
“음, 자세한 이야기는 비행기에서 나누세.”
스티븐은 딸과 아내, 그리고 유재원을 이끌고 앞장섰다.
진짜로 일반 발권을 하는 곳이 아닌 전용기 사용자가 쓰는 VIP 게이트로 길을 안내했다. 유재원도 회사에서 임대했던 전용기를 탈 때 사용했던 통로라서 어색하진 않았다.
“저 기종이네. 멋지지 않나?”
대신 스티븐이 가리킨 전용기를 보고 입이 떡 벌어졌다.
부자들이 많이 쓰는 걸프스트림 기종이긴 했는데, 수직꼬리날개에 들어가 있는 문양이 유재원의 예상과는 완전히 달랐던 탓이다.
셰브롱.
그러니까 석유 업계의 일곱 마녀 중 하나인 셰브롱의 이중 갈매기 로고가 전용기의 수직꼬리날개에 선명히 박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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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손녀 사위가 돈은 좀 없어도 성실하고 머리도 아주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