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317화 (317/1,007)

00317  어뷰징 대란  =========================================================================

#303 어뷰징 대란(10)

심지어 그 사건은 유재원 그리고 ID 파운데이션과 연관된 것이기도 했다.

바로 VoteForChild가 벌인 나비효과가 크게 비화된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어뷰징 그리고 어그로의 특징이라면 관심이 몰리면 몰릴수록 발광한다는 것이다.

VoteForChild가 그랬다.

제이크 팀장은 유재원의 지시에 따라 추천수 조작과 금품 수수의 명목으로 VoteForChild의 계정을 무기한 정지하고, 경찰에 고소했으며 VoteForChild의 조작을 통해 기부 대상자로 선정된 이들은 기부금 환수 조치를 한다고 2CH.com의 첫 화면과 ID 파운데이션 홈페이지에 공지사항으로 띄웠다.

마지막으로 이번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난치병 어린이의 치료비 기부 행사는 잠깐 멈추기로 했다. 제도권에서 보안책이 나오던가, 그것도 아니라면 자체적인 보안책을 마련해서 최대한 빨리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웃기는 건 VoteForChild의 대응이었다.

게임에서의 어뷰징, 그러니까 ELO랭킹을 은근슬쩍 올린다거나 대리 게임을 해주는 어뷰징이 들켰으면 잠수를 타는 게 보통이었다. 그러나 VoteForChild는 어뷰징과 동시에 어그로도 잘 끄는 인물이었다.

VoteForChild 계정이 정지되자 새로운 계정을 파고, ID 그룹의 난치병 어린이 기부 행사가 완전 조작이라면서 사방에 글을 올렸던 것이다.

유재원은 VoteForChild라는 녀석이 잠자코 자신에게 떨어진 처벌을 수용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돈이 걸린 일이었으니 법적인 반격을 해올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법무 팀을 동원하든 외부 법무법인에 의뢰를 하던 법정 소송 정도를 대비하도록 했다. 그런데 VoteForChild라는 녀석이 부끄러움도 모르고 저리 날뛸 거라는 예상은 못했다.

문제는 녀석이 올린 글이 제법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것이었다.

“조사 결과가 나왔어요?”

출국을 위해 공항으로 나온 유재원은 국제전화로 레밍턴과 통화 중이었다.

일이 급해서 부모님께 인사도 못하고 출국하게 되었다고 전화로 전할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다른 분들께는 전화도 못하고, 부모님께 대신 전해달라고 해야 했다. 그러고 나서 바로 레밍턴과 통화 중이었다.

-보스, 면목이 없습니다.

전화기 너머로 침울한 레밍턴의 목소리가 전해졌다.

“아, 있군요.”

-아직 전수조사가 끝난 건 아닌데, 벌써 2명이나 나왔습니다.

2명이 무슨 소리인가 하면 VoteForChild가 날뛰면서 사방에 글을 올리고 있는 건 ID 그룹도 자기처럼 기부 대상자를 조작했다는 내용이었다. 레밍턴은 일단 이에 대해 반박했고, 자체 조사를 했는데, 설마 했던 일이 진짜였던 것이다.

-그런데 조작을 했냐 하면, 그건 아닙니다.

-제보 글을 올렸고, 동료들에게 추천을 부탁했던 것이지 VoteForChild처럼 가짜 사연도 올리고 돈도 받는 식의 광범위한 조작을 한 건 아닙니다.

“그나마 다행이네요.”

VoteForChild와는 확실히 다른 건 돈은 받지 않았다는 점이다. 다만 그 점을 빼곤 VoteForChild와의 행적은 상당히 일치한다는 점이다.

기부 게시판에 올라오는 글 중에 어렵지 않은 케이스는 거의 없다. 그런데 어떤 글은 선정이 되고, 어떤 글은 묻히는 차이가 나타나는 건 순전히 운이었다. 해당 시간대에 어떤 성향의 네티즌들이 게시판에 상주해 있는 지가 제일 중요했다.

네티즌의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는 요소가 있으면 추천을 받고 아니면 지나친다. 그런데 여기서 변수가 생기는 건 초반에 받는 추천수였다.

추천수는 스노우볼과 똑같았다.

초반에 보통의 게시물보다 확 튀는 추천수가 달린 글이 있으면 네티즌들은 그 글을 먼저 보고, 추천 버튼도 쉽게 눌러준다.

-그리고 티파니 양도 이번 일과 관련이 있는 거 같습니다.

“티파니가요?”

-예, 그리고 언론에서도 그걸 인지한 모양인지 하나둘 기사가 나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음, 그건 대단히 염려스럽네요. 저야 얼굴 다 팔린 상태니 괜찮지만, 티파니는 일반인이잖아요.”

-그렇습니다. 그룹의 힘으로 최대한 막아 보겠습니다.

유재원은 그렇게 레밍턴과의 통화를 마치고, 이번엔 티파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벨소리가 울리는 중에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이번 일을 제일 처음 유재원에게 알려준 건 티파니였다.

티파니가 기부 게시판이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걸 알게 된 것도 그냥 눈팅만 하다가 알게 된 건 아닌 모양이다.

곧 통화가 연결되었고, 유재원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응! 내가 게시판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걸 알게 된 이유가 그거 때문이었어!

티파니가 목소리를 높였다.

이야기를 들어 보니 티파니도 주변에 아는 난치병 사연을 담은 글을 게시판에 올렸다고 한다. 같은 과에 다니는 친구의 동생이라고 한다. 덕분에 작성한 글의 내용도 충실했고, 내용도 솔직담백하게 담았다고 했다.

ID 워드프로세서로 글을 쓰는 데만 이틀은 걸렸을 만큼 정성을 들인 글이라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친구라서 바로 도와주기도 좀 그랬는데, 기부 행사에 정식으로 선정이 되면 편하게 혜택을 받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정성들여 올린 글을 사람들이 몰리는 저녁 시간에 딱 올렸다고 했다.

과연 정성을 들인 만큼 네티즌들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글을 올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사연들이 쏟아져 올라오면서 티파니가 올린 글이 밀려 내려가기 시작했다. 심지어 그런 글들은 별 내용도 없는 글이었다고 했다.

“아, 그 밀어내기 작업한 녀석이 VoteForChild이었구나.”

-응! 게시판을 지켜보고 있으니 딱 보이더라니까!

역시, 우리 티파니는 화끈하다.

자기가 정성들여 쓴 글이 속절없이 밀려나는 걸 봤으니 티파니가 눈에 불을 켜고 어뷰징 작업을 하는 녀석들을 잡아 내기 시작했단다.. 모니터링만 한 게 아니라 작업하는 시점을 기다린 후 바로 저격글을 올리기도 했고, 아예 VoteForChild를 대화방으로 불러내 따지기까지 했다고 한다.

이런 일 때문에 VoteForChild가 반박글을 올릴 때 티파니의 이야기도 있던 건데 문제는 언론이다.

자극적인 걸 좋아하는 언론에선 이렇게 사건 하나를 디테일하게 분석하지 않는다. 그저 ID 그룹 내에서도, 심지어 유재원의 애인인 티파니까지 난치병 어린이 기부 행사에 참여했다는 건 의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결정적으로 대중은 이런 이야기를 좋아한다. 사실 확인은 뒷전이고 일단은 자극적인 이야기를 듣고 뒷말을 무성히 나눌 것이다.

결국 유재원은 좋은 일을 위해 1억 달러나 쓰고, 의혹만 잔뜩 얻는 꼴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동시에 인터넷의 무서운 성장세에 겁을 먹고 있던 기존의 종이 매체와 텔레비전은 호재를 잡았다고 생각하고 더더욱 까기 시작할 것이다.

-나는 한 점 부끄러운 일은 하지 않았다구! 필요하다면 법정에 나가서 증언도 할 수 있어! 그러니 자기도 너무 걱정하지 마. 잘못한 건 VFC잖아.

티파니 말이 정답이다.

그렇게 언론전이 벌어진다하더라도 유재원은 떳떳했다.

직원들이나 티파니 모두 자기 주변의 어려운 사람들을 돕기 위해 움직였을 뿐이다.

무엇보다 2CH.com에는 누구나 글을 올릴 수 있고, 누구나 추천할 수 있는 공개 커뮤니티 사이트였다. ID 그룹의 직원이라고, 유재원과 사귀고 있다고 2CH.com을 사용할 수 없다는 규칙은 없다.

티파니와도 통화를 마친 유재원과 수행원들은 비행기에 올랐다.

다음날.

유재원은 무사히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고, 곧장 ID 테크놀로지 본사로 출근했다.

원래 스케줄이었다면, ID 테크놀로지 본사 빌딩 착공식이 먼저였을 것이다.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ID 그룹의 계열사들이 모두 집주할 수 있는 커다란 본사 빌딩 공사의 첫 삽을 뜨는 행사였으니 말이다.

공사비도 무려 4억 달러로 책정했을 만큼 커다란 일이었다. 다만 샌프란시스코는 가끔 지진이 발생하는 도시라서 마천루를 올리지는 않았다. 층수는 지상 5층, 지하 3층 밖에 되지 않지만 ‘ㅁ’형태의 거대한 건물로 웬만한 컨벤션 센터보다 크게 설계되었다.

나중에 ID 그룹의 규모가 지금보다 3, 4배 더 커져도 무리 없이 수용될 수 있을 만큼 크게 설계했다.

실리콘벨리의 땅값이 좀 비싸긴 해도 서울이나 도쿄만큼은 아니었기에, 총공사비는 4억 달러 규모에서 무리가 없었다.

그렇지만 지금 당장 급한 일은 이번 어뷰징 사태의 대응이기에, 행사를 취소하고 바로 회의를 소집했다.

-ID 그룹의 1억 달러 난치병 어린이 기부, 조작으로 빛이 바라다.

-인터넷의 빛과 어둠이 동시에 작용한 대표적 사례.

-검증 장치의 미비가 이번 조작 사태를 촉발했다.

-인터넷의 근본적인 한계를 드러낸 사건.

-여자 친구를 위한 소년 재벌의 기행?

넥스트컴 뉴스 페이지에는 이번 사건이 대문짝만하게 실렸다. 누가 시킨 것처럼 대부분의 기사들은 한 목소리를 냈다.

인터넷 매체에 대한 신뢰도 부족을 지적하면서 동시에 유재원도 간접적으로 디스 하는 내용으로 도배가 되었다.

언론만 보면 유재원이 잘못해서 이 사단이 일어난 것으로 착각할 수 있을 정도였다. 심지어 티파니 이야기까지도 왜곡해서 언론에 실었다. 티파니가 유재원의 여자 친구라는 건 실리콘밸리나 스탠포드 대학교에서는 다 알려진 사실이었다. 억지로 엮으면 저렇게 쓸 수도 있지만, 너무 나갔다.

“VFC이야기는 왜 하나도 없죠? 그리고 우리 사건 말고도 다른 어뷰징 케이스도 많이 있을 거 아니에요?”

유재원이 언론의 보도에 중에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 점이 이것이었다.

제이크 팀장은 간단한 검색과 다른 사이트 관리자와의 대화로 어뷰징 케이스가 수두룩하다. 조금만 조사해 보면 다 나오는 일인데, 다들 눈을 막고 있는건지 ID 그룹 건만 크게 다루고 있었다.

그렇다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유재원과 ID 그룹이 크게 잘못했고, 1억 달러를 허무하게 낭비했다는 이야기만 줄곧 하는 중이었다.

이러한 논조에서 제일 선봉에 선 언론사는 역시나 폭스TV이었다.

유재원에게 무슨 억하심정이 있는건지 몰라도, ID 그룹에 대해 조금만 나쁜 이야기가 있어도 몇 배로 부풀려 보도하는 게 이곳이었다.

폭스 뉴스만 보면 유재원이 1억 달러를 주기 싫어서 이번 일을 꾸민 것처럼 들릴 지경이었다.

“언론의 행태는 예전부터 정상적으로 돌아간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레밍턴도 넌더리가 난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래도 이제부터는 우리 턴입니다. 보스와 우호적인 언론사들이 움직이고, 우리의 반격도 시작되면 이놈들도 논조를 바꿀 수밖에 없을 겁니다.”

유재원이라고 해서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일단 ID 그룹에 우호적인 언론사들에게 이번 일에 대해 상세히 정리된 보도 자료와 함께 증거도 보냈다.

샌프란시스코 지역 신문들은 원래부터 유재원에게 우호적이었다. LA타임스도 마찬가지였다. 워싱턴포스트와 뉴욕 타임스와 같은 진보적 성향의 매체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테드 터너의 TBS도 있다.

안드로이드사의 지분 매입을 통해 한 배를 타고 있는 것과 같았고, 유재원에게 호감이 있었다. 반대로 폭스TV와는 원수지간이었는데, 이번 VFC 사건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일이 되는 건 당연했다.

“이번 일은 그냥 넘어갈 수 없어요. 인터넷 여론이 폭발한 지금이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데 최고의 적기입니다.”

무엇보다 인터넷 여론은 이미 임계점을 한참 지난 상태로 폭발해버렸다.

당연히 성토의 대상은 기존 매스컴의 바람과 달리 어뷰징을 했던 VFC에게로 쏠렸다. 돈을 받고 조작질을 한 게 너무도 명백했기 때문에, 가장 큰 지탄의 대상이 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불쌍한 난치병 어린이와 부모님들인데, 이들의 마음을 이용해서 자기들의 주머니를 먼저 채웠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었다.

언론에서 아무리 프레임을 전환 하려고 해도, VFC가 티파니까지 끌어들여 변명을 해도 절대 용납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유재원의 기대처럼 다음 날에는 매스컴의 보도에 변화가 생겼다.

-현실에서도 만연해 있던 조작, 인터넷으로도 이어졌다.

-공정 경쟁의 복병 어뷰징, 철퇴를 내릴 법률이 없다!

-익명성과 신뢰성은 양립가능한가? 인터넷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 필요할 때다.

하나둘, ID 그룹에 도움이 되는 기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어뷰징이 단지 인터넷에만 있던 게 아니고, 현실에서도 만연 했다는 기사부터, 이러한 행위에 대해 제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걸 지적하는 보도도 이어졌다.

제일 선두에 선 언론사는 TBS와 CNN이었다.

기행이 좀 심하고, 말투가 가벼워도 한편이 되면 든든한 사람이 테드 터너였다. 테드 터너가 보유한 방송국에서 이번 사건을 제대로 분석한 기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동시에 테드 터너의 전매특허인 막말도 터졌다.

-ID 그룹까지 싸잡아 비난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들 중에 제 돈으로 기부를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거라고 장담한다!

-폭스TV의 ID 그룹에 대한 과도한 비난은 의도가 너무 뻔히 보인다. 케이블 재전송료를 협상할 때가 가까워졌다는 것이다.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서슴없이 말하는 테드 터너였다.

유재원이 봤을 때 자길 도와주겠다는 건지, 일을 더 키우겠다는 건지 도통 감을 잡을 수 없을 만큼 화끈한 발언이었다.

정상적인 기사들이 나오면서 매스컴 여론도 비등해졌다.

그렇지만 논란의 크기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어제보다 더 커진 느낌이다. 애초에 이번 일은 하루아침에 잠잠해질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관련된 키워드가 난치병 어린이 기부, 1억 달러, 조작, 유재원, 여자 친구 따위의 매우 자극적인 것들의 묶음이었다.

무엇보다 미국이란 나라가 워낙 크다보니 소식이 전달되는 데에도 시차가 있었다.

인터넷이야 이미 ID 그룹의 손을 들어주는 게 다수가 되었지만, 전통 매스컴의 논란은 이제부터가 시작이었다.

그러는 사이 유재원도 발빠르게 움직였다.

유재원이 제일 먼저 찾은 곳은 코요테 시티의 데이터센터였다.

조셉 센터장의 안내로 데이터센터에서 가장 깊은 곳에 자리한 서버 실에 들어온 유재원은 사람들을 다 물린 후, 혼자서 서버제어용 콘솔 앞에 섰다.

“이건 벌써 쓰고 싶지 않았는데.”

클라우드 서버를 직접 제어하는 컴퓨터 앞에 앉은 유재원은 손가락을 풀었다. 그리곤 누구도 모르게 돌리고 있던 프로그램의 제어판을 열었다.

코요테 시티의 데이터센터가 가동되기 시작하면서 운영된 프로그램은 웹서버였지만, 그와 함께 유재원이 심어놓은 프로그램이 있었으니 바로, 기계학습 프로그램이었다. 정확히는 자연어 기계학습으로 넥스트컴과 2CH.com 등의 게시판을 모니터링하면서 사용자들이 올린 게시물을 바탕으로 현대 영어를 학습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역시, 아직 완성도는 미미하네.”

적용된 알고리즘의 수준은 몇 십 년은 앞서 있는 것이라고 자부한다. 그러니 시간만 충분히 준다면 만능 번역기까지도 무리 없이 발전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기계학습용 가속 칩이 따로 붙어 있는 것도 아니고, 데이터센터 운영에 무리가 없을 만큼만 연산력을 끌어다 쓰다 보니 학습 능률이 좋지 못했다.

그렇지만 지금 유재원이 시작하려는 일을 처리하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정도는 된다. 바로 욕설 필터링이다.

“욕을 안 하면 죽는 병에라도 걸렸나?”

VFC사태가 있기 전까지 2CH.com은 완전 개방된 커뮤니티 사이트 치고는 제법 깨끗했다. 그런데 사건이 터지고 나서 욕이 가득한 글이 올라오는 데, 그 속도가 무척이나 빨랐다.

VFC와 추종자들을 욕하는 사람들이나 VFC를 옹호하는 소수의 사람들 모두 욕을 하니 게시판이 깨끗한 곳이 없을 지경이었다. 이러다가 기껏 좋게 조성한 커뮤니티 문화가 순식간에 막장으로 굳어질 것 같다는 생각에 유재원은 욕설 필터링 시스템을 가동하겠다고 선언했다.

유재원은 곧장 자연어 학습 프로그램의 권한 설정을 시작했다.

사용자들이 게시물 업로드 버튼을 누르면 일단 학습 프로그램의 검증을 거쳐 가도록 만들었다. 욕설이 많이 담긴 글은 게시를 거부하고 필터링에 걸린 단어를 보여주도록 했다.

어떻게 해서든 욕을 하고픈 사람들은 필터링에서 벗어나도록 띄어쓰기를 넣고, 특수문자를 넣어서 단어를 변형한다고 할 테지만, 보통의 단순 필터링도 아니고 자연어 학습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만큼 확실히 처리해줄 것이다.

대신 수많은 커뮤니티의 트래픽이 자연어 처리 프로그램에 몰리면서 과부하가 걸릴 수도 있지만, 뉴욕에 HPC CPU로 무장한 대량의 클라우드 시스템이 추가되었으니 버벅거릴 일은 전혀 없다.

“3D 가속 칩이 언제쯤 텐서 코어까지 발전되려나.”

모니터링 프로그램을 띄워 놓고 필터링 시스템이 작동되는 걸 지켜보던 유재원이 잠깐 푸념했다.

코요테 시티와 뉴욕의 데이터센터를 합쳐 총 25,600대의 서버가 맹렬히 가동하면서 막강한 연산력을 뿜어내는 중이지만, 유재원의 성에 차진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가동 중인 연산력을 다 합쳐 봐야 21세기 중반에 나온 딥러닝 전용 가속칩인 텐서 코어 한 장의 연산력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효과는 확실하네.”

필터링 시스템을 켜니 게시판이 확 달라졌다. 게시물이 올라오는 속도도 줄었지만, 보기 싫은 욕설은 확실히 제거되었다.

특히 논리도 없이 ID 그룹을 비난하는 글은 완벽하게 박멸되었다. 그런 비난글 대부분은 무작정 욕부터 하는 글이었으니 필터링 시스템이 확실히 걸러준 것이다.

데이터센터를 나온 유재원은 LA로 이동했다.

다음 일정은 방송국과의 인터뷰였다. 어뷰징 사태에 대해 웬만한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텔레비전에 나와 다들 한마디씩 하는데, 유재원이라고 빠질 수가 없었다.

심지어 유재원이 인터뷰를 승낙한 방송국은 폭스TV였다.

부정적 여론의 본진인 폭스TV 폭파를 위해 칼을 뽑았다.

============================ 작품 후기 ============================

추천과 리플, 선작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원고료 쿠폰, 후원 쿠폰도 완전 감사합니다~!!!

LA에 진도 6.6의 큰 지진이 있긴 했는데, 스토리 진행에 집중하기 위해 과감히 스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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