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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로 압도한다-314화 (314/1,007)

00314  어뷰징 대란  =========================================================================

#300 어뷰징 대란(8)

“할아버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유재원은 전화를 받자마자 새해 인사부터 올렸다.

-응? 나인지 어떻게 알았느냐?

"흐흐, 다 아는 수가 있지요."

-진짜 소문처럼 초능력이라도 있는 거냐?

표정을 알 수 없으니, 농담인지 진담인건지 도통 모르겠다. 어쨌든 불필요한 오해는 줄일 필요가 있으니 유재원은 얼른 제 능력을 실토했다.

“초능력이라니요? 발신자 통보 서비스에요.”

아날로그 유선전화는 아직 무리지만, 같은 2G 디지털 휴대전화끼리는 이제 발신자 통보 서비스가 기본으로 된다. TG 모바일의 운영 시스템을 만들고 있는 게 ID 테크놀로지였고, 테스트 운영을 하면서 최근에 추가된 게 발신자 통보 서비스였다.

-호, 그러면 이제는 받기 싫은 전화는 안 받아도 되겠구나.

“네,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죠.”

-그런데 왜 내 전화기는 이 모양인 거냐?

다만 이 서비스를 받으려면 휴대폰을 업데이트해야 한다. 그래서 전명헌의 휴대폰은 아직 발신자 통보 서비스가 적용되지 않은 것이고, 유재원의 휴대폰은 동작하고 있는 것이다.

“며칠 후에 제가 서울에 가면 업데이트 해드릴게요.”

-업데이트? 그건 또 뭐냐?

“휴대폰 안에도 자그마한 운영체제가 들어 있거든요. 그 기능을 높이는 작업이죠.”

-에잉, 최신식이라고 음질도 좋고 편하긴 한데, 배워야 할 것도 많구나.

기능이 고도화되면 복잡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유재원은 TG 모바일의 정식 서비스 전에 최대한 소프트웨어의 완성도를 끌어 올릴 작정이다. 전명헌과 같이 나이 많은 어르신도 무리 없이 업데이트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완성하는 게 목표다.

-기자 회견 잘 보았다. 나스닥 상장까지 해서 대박을 터트리다니. 내가 다 뿌듯하더구나. 앞으로 어디까지 커나갈지 정말 궁금하기도 하다.

“칭찬 고맙습니다. 할아버지처럼 많은 분들이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덕이지요. 저도 할아버지가 자랑스러워요. 역대 최고의 총리라고 칭찬이 자자하잖아요.”

-흐흐, 대통령 일보다야 총리 일이 훨씬 쉽긴 하더라.

이전의 총리들은 하는 일이 없는 것처럼 보였지만, 전명헌은 스타일이나 존재감이 확실히 달랐다.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며, 행정에 관하여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한다는 대한민국 헌법 86조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최초의 총리였다.

전명헌은 일을 못하는 장관을 질책을 하는데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 김 대통령이 직접 관여한 인사라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판사 탄핵 사태에서도 부화뇌동하려는 법무부를 억지로 앉혀버린게 전명헌이기도 했다.

덕분에 판사 탄핵은 국회에서 온전히 처리될 수 있었고, 괜한 정치적 분란으로 확대되지 않았다.

김 대통령도 처음엔 전명헌이 껄끄럽긴 했을 것 같다. 그런데 요즘엔 국무회의 주재와 같은 일은 전명헌에게 완전 일임했다. 중대한 일을 앞두고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 다른 일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었다.

그 중대한 일은 바로 남북정상회담이었다.

북한에 가기 전에 동맹국인 미국과 조율해야 할 것도 많았고, 이웃나라와도 이야기 할 것이 산더미였다.

이런 상황에서 전명헌은 김 대통령에게 믿을 수 있는 사람으로 떠오른 것이다.

-부탁이 하나 있다.

“아, 당연히 해드릴 거니까, 부담 없이 말씀해주세요.”

속 시원하게 처리된 판사 탄핵에서 전명헌의 역할은 지대했다.

탄핵의 시발점인 국정조사가 언급된 것도 통일 국민당이었고, 탄핵도 통일 국민당이 주도했다. 통일 국민당 의원 중에서도 판사 출신이 있었지만, 법원을 두둔하지 않고 탄핵에 동참함으로서 한층 힘이 실렸다.

김 대통령처럼 강력한 정치력을 가진 사람도 민정당을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게는 못하는데, 전명헌은 너무도 쉽게 해냈다.

밖에서 볼 땐 쉬워도 실제로 이뤄내긴 어렵다는 걸 잘 아는 유재원이었기에, 전명헌의 부탁이라면 뭐든 들어줄 생각이었다.

-그리 말해주니 고맙구나. 그런데 그렇게 쉽게 말할 건 아니란다.

전명헌의 말을 들어 보니 확실히 난이도 높은 일은 아니었다.

-이산가족 상봉일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잖느냐. 그런데 중대한 난관 하나가 생겼다. 상봉 가족 선정을 해야 하는데, 여기저기서 들어오는 압력이 장난이 아니란다.

“아, 이산가족이요?”

전명헌의 인기가 김 대통령에 비견할 정도로 치솟게 만들어준 것이 소떼 방북이었다.

거기서 파생된 큰 이벤트가 두 가지 있는데, 제일 큰 건 5월의 남북정상회담이었고, 다른 하나는 3월의 이산가족상봉이었다.

북쪽에 가족이 남아 있는 이산가족 숫자는 상당했다. 아직 제대로 집계가 되진 않았지만, 남북 합산해 최소 1천만은 될 거라고 보고 있다.

그런데 3월에 있는 이산가족 상봉행사 인원은 겨우 500명이다.

간에 기별도 안 가는 숫자다. 당연히 어마어마한 신청자가 몰려들었다. 통일부에 쌓여 있는 상봉행사 신청 서류만 해도 수십만 건이 넘는다고 한다.

그중에서 북으로 보낼 수 있는 건 딱 500개밖에 되지 않는다.

“어떤 추첨 방식이든 뒷말이 나올 수밖에 없겠네요.”

-그렇지. 이미 뒷말은 무성하게 나오는 중이다. 우리는 북에 서류를 보낼 때 답지한 신청서를 다 보낼 수 있을 줄 알았거든, 그런데 500개만 받겠다고 하는 거 아니냐? 일단 다 받아서 생사 확인이라도 해주지, 뭐 그리 쪼잔 한지 모르겠다.

전명헌은 북한을 쪼잔하다고 비난했다.

하긴 신청서는 산더미로 쌓이는 데 딱 500개만 받는다고 하니 수가 턱없이 적긴 하다. 그런데 북한의 행정력으로는 그 많은 신청서를 받아서 일일이 생사를 확인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아직 고난의 행군 시기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북한의 인프라가 그렇게 좋은 건 아니었으니 말이다.

하여튼, 전명헌이 부탁하려는 건 컴퓨터 랜덤 추첨기를 만들어달라는 것이었다.

누구의 사심도 들어가지 않고, 자동으로 500명을 뽑아내는 방법은 컴퓨터 난수 추첨방식이 최선이었다. 게다가 유재원의 명성도 있으니 탈락한 사람들이 괜한 오해를 않도록 하는데도 최고라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어렵지 않죠.”

컴퓨터로 500개를 랜덤하게 뽑아내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건 유재원에겐 손쉬운 일이었다. 이름을 빌려주는 것도 딱히 문제될 건 없었다.

문제는 따로 있다.

“그런데, 서류는 아직 종이 상태라고요?”

-신청서를 받는 것도 일이었으니 말이다. 그걸 전산처리 하는 건 더 일이긴 하다. 그래도 걱정할 건 없다. 정보처리사 수천 명을 한 번에 고용해서 일감을 나눠주면 순식간에 끝나지 않겠느냐?

서류 입력은 그나마 분산작업이 수월한 분야이긴 했다. 그래도 한 사람의 염원을 풀 수 있는 일인데, 그렇게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해버리면 나중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음, 전산작업 하는 프로그램도 제가 만들어 드릴게요. 스캐너라는 게 있거든요.”

스캐너로 뜬다고 끝나는 건 아니다.

스캔된 데이터는 이미지 파일이니, 이것을 문서 파일로 바꿔주는 일을 해야 한다. 그런 프로그램을 OCR이라고 하는데, 실리콘밸리에서 제법 많은 벤처기업들이 연구 중에 있고, 인식률도 상상했던 것보다 좋았다.

OCR 프로그램은 실리콘밸리의 것을 쓰고, 데이터베이스에서 추첨하는 프로그램은 유재원이 만들면 빠르게 끝낼 수 있다.

-고맙구나! 그러면 상봉가족 추첨행사도 크게 열어 볼까 싶은데, 너는 어떠냐?

“음, 그건 좀 그렇지 않을까요.”

-오랜만에 가족을 만나는 사람을 뽑는데, 축제 분위기 아니겠느냐?

유재원이 난색을 표하자 전명헌이 의아해했다.

하지만 유재원은 이미 상봉행사 추첨 행사장 분위기가 그다지 좋진 않았다는 걸 뉴스를 통해 확인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행사장이 축제 분위기가 되려면 찾아온 이들 중에 당첨된 사람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그런데 행사장을 찾은 이들 중에 당첨자가 나올 확률은 그저 하늘의 뜻에 맡겨야 한다.

아예 한 명도 나오지 않을 수도 있고, 여러 명이 나올 수도 있다. 어찌되었든 확실한 건 당첨자보다는 떨어진 사람들이 훨씬 많다는 것이다.

“그냥, 이산가족 중 몇 분을 공정성을 직접 확인하는 차원에서 모시고, 추첨 행사는 생방송으로 짧게 진행하는 게 뒷말이 나오지 않게 하는 최선의 방법인 거 같아요.”

유재원의 기억으로는 보통 적십자회를 끼고 했던 것 같은데, 이번 행사는 남과 북 정부가 직접 진행하는 것이니 이 방법이 최선이었다.

-하긴, 이산가족 숫자만 수백만인데 500명 가지고 유난을 떠는 게 이상한 일이구나.

전명헌도 유재원의 설명을 듣고 생각이 바뀐 모양이다.

“그래도 시작이 반이라잖아요. 이제부터라도 크게 확대해 나가면 되는 거죠.”

궁극적으로 상시 상봉이 이뤄지면 끝날 일이다. 다만 이전에도 상시 상봉은 거의 통일 직전에나 이뤄졌던 일이니 당장은 숫자와 횟수를 확대해 나가는 게 중요했다.

통화를 마친 유재원은 곧장 추첨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한국 정부도 ID 오피스를 사용했고, 이산가족 신청서는 ID 데이터베이스로 관리하기로 했기에 작업은 1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추첨 방식은 프로그램 시작 시간과 그때 실행되는 난수 생성 함수를 통해 데이터베이스의 항목 500개를 뽑아내는 방식으로 그 어떤 외부 입력도 관여치 못하도록 만들었다.

핵심 코드를 짜는 건 5분도 걸리지 않았다. 대신 가장 많은 시간을 잡아먹은 건 화면에 추첨 중인 상태를 띄워주는 모니터링 기능을 만드는 것이었다.

난수 생성 함수가 띄우는 숫자들이 스크린에 쫘르륵 펼쳐지고, 그 위로 당첨된 사람들의 명단이 극적으로 떠오르게 만드는 데 공을 들였다.

더미데이터를 입력한 다음 실행해 보니 그럴 듯한 모습이 연출되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잠깐 프로그램을 살펴본 유재원은 만에 하나 데이터베이스에 장난을 치는 일이 있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추첨 과정에선 개입하지 못해도, 당첨시키고픈 사람의 데이터를 중복으로 여러 개 넣어 당첨 확률을 높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이에 대해 유재원은 똑같은 항목이 중복으로 있어도 하나의 데이터로 취급하도록 하는 코드도 추가했다.

OCR프로그램 건은 ID 톡으로 레밍턴 사장에게 지시를 내렸다. 실리콘밸리의 OCR 프로그램을 만드는 회사 중에 한글 인식률이 제일 좋은 곳을 찾아서 접촉해 달라는 지시였다.

성능만 좋으면 100개 정도 사서 이산가족 상봉행사 행정업무에도 쓰고, ID 그룹 내에서도 여러 방면에서 써보고 효율이 좋아지면 대량 구매도 할 생각이 있었다.

그렇게 전명헌의 급한 부탁을 최대한 빨리 처리한 유재원은 다시 본인의 일로 돌아갔다.

어뷰징 사태에 대한 대응이었다.

“상식적으로는 법률로 철퇴를 때리는 게 제일 좋은데.”

제이크 팀장이 보내준 보고서를 보며 떠올린 생각은 법적으로 어뷰징 자체를 차단하는 것이었다.

온갖 비열한 방법으로 공정한 경쟁 자체를 방해하는 게 어뷰징의 특징이다.

지금이야 틈새를 알아본 이들이 소규모로 일을 벌이지만, 나중에 가면 효과를 확인한 기업이나 돈 많은 조직이 그 규모를 크게 확대할 것이다.

21세기엔 아예 바이럴 마케팅을 마치 정식 마케팅의 한 방법처럼 영업을 했고, 이런 일만 전문적으로 하는 업체까지 생겨난다.

물론 찾아본다면 눈살 찌푸려지지 않는 바이럴 마케팅 케이스도 있을 거다. 특히 영화 분야의 경우엔 적은 비용으로 놀라운 효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바이럴 마케팅이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바이럴 마케팅은 어뷰징을 기본으로 하는 댓글 작업이었다.

알바든 정직원이든 이들이 하는 댓글도 비방과 왜곡이 주류였으니 말이다.

“음, 온라인에서 하는 광고는 무조건 광고라고 고지하지 않으면 불법으로 규정하면 되겠다. 돈을 받고 어뷰징을 하는 것도 광고로 치는 거지.”

네거티브 방식으로 일일이 불법의 경우를 규정하는 건 빠르게 발전하는 인터넷에 맞지 않는 방식이었다. 반대로 광고는 무조건 광고라고 명시 하도록 하면 수단과 방법이 달라지더라도 다시 법률을 만들 필요가 없다.

“생각해 보니 재미있네.”

누군가 제품 리뷰랍시고 악플을 잔뜩 달았는데, 거기에 다 광고라는 태그가 붙어 있으면 효과는 0점 아니겠는가. 물론 간 큰 양반들이야 불법으로도 일을 하겠지만, 이를 금지하는 법률이 있으니 때려잡기는 훨씬 수월해진다.

“그러면 어떻게 입법을 시키지.”

문제는 국회를 움직이는 거다.

한국은 그나마 답이 좀 보인다.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인터넷 관련 법률이 상정될 거라고 미리 예고된 게 많았다. 대부분 제2의 유재원을 만들어보겠다고 규제를 풀어주는 방향으로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통일 국민당을 지렛대 삼아서 인터넷 광고에 대한 법률 하나를 끼워 넣는 건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다.

“더 큰 문제는 미국이네.”

한국과 달리 미국은 유재원이 파고 들어갈 여지가 없었다. 미국 상원, 하원 의원 중에 유재원과 인연이 있는 사람들도 거의 없고, 표현의 자유가 한국보다 훨씬 강하게 지켜지고 있는 게 미국이었기 때문이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광고에서 경쟁사의 제품과 비교 광고도 하고, 심지어 비방도 자유로운 곳이 미국이다.

“그러면 표현의 자유는 건드리지 말고, 페어플레이와 공정 경쟁이란 키워드로 밀고 나가면 되겠다.”

잠깐 막히는 듯 했지만, 유재원의 방대한 두뇌는 기어코 효율적인 방식을 찾아냈다.

거대한 프로 스포츠 리그가 있는 나라가 미국이고, 생활 체육도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나라가 미국이었다.

그만큼 페어플레이는 민감하게 다뤄지는 요소였다. 이와 함께 제일 듣기 싫어하는 말은 거짓말쟁이였다. 어뷰징을 하는 사람들은 둘 다 저지르고 있으니 공분을 사기에 딱 좋았다.

“대대적으로 터질 기폭제 하나만 있으면 좋겠는데.”

부족한 건 대중의 시선을 한 방에 잡아 끌 이슈였다.

어뷰징이 문제라는 걸 사람들이 누구나 공감한다면, 시대 변한 줄 모르는 정치인들이라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그런 기폭제는 당장 머릴 쓴다고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었기에, 유재원은 미국에 돌아가면 다시 고민해보기로 했다.

그렇게 어뷰징 건에 대해선 반쯤 마무리했지만, 유재원의 일은 끝나진 않았다. 한국에서 할 일도 산더미였던 탓이다. 그나마 오늘까지는 설 연휴인지라, 바로 외부 출장을 하는 건 아니라서 다행이었다.

다음 날.

유재원은 집을 나와 서울로 이동했다.

명절 연휴를 잘 보내고 나서 본격적인 한국에서의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것이었다. 가장 먼저 참석한 건 도곡동에 올라갈 ID 그룹 글로벌 헤드쿼터 빌딩의 청사진을 공개하고, 첫 삽을 뜨는 일이었다.

“하나 둘 셋!”

숫자 구호와 함께 유재원과 ID 그룹의 한국 임직원들이 묶인 줄을 잡아당겼다. 그러자 커다란 유리 상자에 담긴 마천루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글로벌 헤드쿼터 빌딩의 초정밀 모형으로, 하늘을 향해 비죽 솟은 칼과 같은 형태의 빌딩이었다.

시공사는 미래건설이 선정되었다. 미래건설이라고 가산점을 준 건 아니었다.

전략기획실에서 응모한 건설사의 능력을 평가하고, 실제 시공한 마천루에 나가 실사도 나가 보고 역량을 평가해 나온 결과였다. 그런데 결과가 미래건설이다 보니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전명헌과의 친분으로 선택했다고 생각해도 뭐라고 반박할 수가 없었다.

공사비로 책정된 자금은 4천억 원이었고, 100% 유재원의 주머니에서 나왔다. 시공사에 바로 완납한 건 아니고, ID 그룹에 추가 자본금을 납입하는 형식으로 지금은 ID 그룹 법인계좌에 들어가 있다.

“유 회장이 우리를 선택해 준 걸 후회하지 않도록 세계 최고의 인텔리전트 빌딩을 만들어 보이겠네.”

미래건설 전재구 회장도 와서 행사장을 빛내주고 있었다. 한국 건설사 순위 1위에 빛나는 미래건설은 상당히 거대한 회사였다. 회장이 이런 행사장에 참석하는 건 낯선 일이지만, 유재원과의 친분을 위해서 직접 왕림했다.

“잘 부탁해요. 공사기간을 단축해달라고는 절대 하지 않을 테니 안전하게만 만들어 주세요.”

미래건설의 공사 능력은 이미 인정했다.

유재원이 바라는 것은 빠른 완공이 아닌 사고사 하나 없이 완성되는 것이다. 만에 하나 안전사고로 돌아가신 분이 한 분이라도 생기면 너무도 꺼림칙할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유재원은 신을 직접 만나보지 않았던가. 신도 있는데, 귀신이라고 없을 리가 없다. 그걸 상상하니 너무도 꺼림칙했다.

“안전에 대한 조카님의 관심은 내 잘 알고 있네. 특별히 당부해 놓지.”

전재구 회장의 장담에 유재원은 그나마 안심이 되었다.

회장이 직접 지시했는데, 간 크게 안전수칙 무시하는 양반들은 없겠지. 어디 소속되지 않은 일용직 노동자들이야 귀찮다고 무시할 게 뻔하지만, 자기 좋으라고 지키라는 수칙 안 지키는 분들은 그냥 퇴출시키는 게 편하다.

“다음은 광화문 광장입니다.”

기공식 행사를 치른 유재원의 다음 일정을 김대석이 챙겼다.

그곳에서 치를 행사는 일제강점기 피해자들을 위한 모금운동 피날레였다.

이번에 한국에서 잡힌 수많은 행사 중 가장 큰 지출이 예정된 행사이기도 했고, 그래서 더 기쁘기도 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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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네요, 푹 쉬시고 다음 주에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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