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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로 압도한다-310화 (310/1,007)

00310  어뷰징 대란  =========================================================================

신광렬 판사는 최근 우울했다.

법원 내부의 문화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힘내라고 응원을 해주었을 거다. 국정조사에서 그의 양심선언으로 인해 판사 탄핵이라는 초유의 일이 가능했으니 말이다. 대신 법원으로부터는 배신자라고 낙인이 찍혔을 터이니 출근은 하는 게 하루하루 힘들 거라고 생각하고 응원을 했을 거다.

하지만 신광렬의 우울은 법원 내의 왕따에 기인하지 않았다.

오히려 국회 국정조사 이후 본인의 주변 상황이 예상과는 전혀 다른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었기에 오는 우울감이었다.

당연하게도 신광렬은 법원이라는 조직이 얼마나 폐쇄적인지 본인이 잘 알고 있다. 그러니 내부 고발자에 대한 처우 역시도 어떨 거라고 확실하게 예상할 수 있었다. 덕분에 마태식 라인에 설지, 유재원을 따를지에 대한 계산도 쉽게 했다.

유재원 혹은 마태식을 따를 경우 이익과 불이익을 손쉽게 계산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유재원을 선택하는 것도 오래 걸리지 않았다.

덕분에 국정조사에서 최선을 다해 내부 상황을 까발렸고, 외부로 유출하면 안 되는 문서도 들고 나와서 흔들었다.

그 결과 하늘과 같은 고등법원장급 판사들과 고법 부장급 판사 8명이 날아갔다. 그것도 한직에 있던 사람들이 아니라 노른자 중 노른자라는 법원행정처에 있던 양반들이 쑥 뽑혀 나갔고, 나중에 변호사도 못하게 법조인 자격도 상실했다.

마태식 라인을 법원 내에서는 보통 사법부 하나회라고 부를 정도로 똘똘 뭉친 사람들이다. 실제로 민사판례연구회라는 소모임을 통해서 뭉쳐 있었다. 게다가 이게 불법은 아닌 게 대법원에서는 판사의 능력 향상을 위해 본인이 원하는 연구회에 속해 능력을 배양토록 권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보통은 본인이 부족함을 느끼는 분야가 있으면 그걸 채우기 위해서 해당 연구회에 가입하거나 관심이 있는 분야를 선택하는데, 민사판례연구회는 예외였다.

아무나 가입할 수 없는 연구회다. 그도 그럴 것이 다른 연구회와 달리 민사판례연구회는 속한 회원들을 조직적으로 밀어주고, 끌어주며 사법부의 요직을 가져가기 위해 노력하는 곳이었기에, 철저한 검증과 공동의 이익을 가진 일부만이 입회자격이 부여되기 때문이다.

당연하게도 이번에 날아간 8명 모두 민사판례연구회 소속이었다. 그리고 날아간 숫자보다 훨씬 많은 이들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신광렬은 확실히 그들에게 찍혔다. 그리고 내부고발을 못마땅해 하는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에게도 확실히 찍혔다.

“그러면 다른 사람에게 그랬던 것처럼 왕따를 시켜야 할 거 아니야!”

본인의 사무실에서 산더미처럼 쌓인 배당된 재판 문건을 보고 있던 신광렬이 버럭 화를 냈다. 법원에서 찍힌 판사를 배척하는 방법 중 하나가 굵직한 사건에선 제외하고 직급에 맞지 않는 시시껄렁한 사건만 잔뜩 배당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국회에서 돌아온 신광렬에게는 평소와 같은 사건 배당이 있었다. 급이 떨어지는 것도 없었다.

심지어 왕따의 다른 증거인 동료들의 배척도 없었다. 눈치를 주는 일도 없었고, 위로 불려가 조인트를 까이는 일도 없었다.

왕따가 없어서 좋은 거 아니냐 싶겠지만, 이건 신광렬이 그리는 그림이 아니었다. 양심선언으로 인해 조직에서 철저히 배척을 받다가, 결국 버티지 못하고 사회로 나와야만 했다. 그래야 김&정 법무법인에 꽃가마를 타고 입성할 수 있을 거 아닌가!

양심선언의 주인공 신광렬과 함께 요즘 법조계에서 가장 높은 주가를 올리는 게 김&정 법무법인의 두 파트너 변호사였다.

명예는 물론이고 ID 그룹으로부터 어마어마한 수임료까지 받았다. 신광렬의 경우엔 통장까지 봤던 터라 너무도 부러웠다.

덕분에 국회에서 더욱 열심히 증언했다.

이제 남은 건 꽃가마를 타면 되는 건데, 내부에서의 배척이 없는 것이다. 오죽하면 억지로 배척 받은 척 하고 나갈 생각까지 했다. 하지만 판사 조직이라는 건 너무도 협소하고 소문도 빠르게 난다.

그렇기에 억지 춘향식의 방법은 애초부터 할 수가 없었다. 덕분에 신광렬은 민사판례연구회 놈들이 이런 계획을 미리 알고 이전과 달리 왕따 낙인을 찍어주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게 될 정도였다.

하지만 그건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민사판례연구회에 아직 남은 판사들은 수십 명에 이른다. 남은 이들의 결속력을 위해서라면 신광렬은 확실히 축출되어야 했다.

너무 답답한 신광렬은 결국 배석 판사들과 술집으로 갔다. 술집에서 얼큰히 취했다 싶을 때 본인의 처지에 대해 물었고, 비로소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왕따라니요? 판사님 뒤에 유재원 회장님이 있다는 걸 다 온 세상이 다 아는데, 누가 감히 판사님을 왕따시키겠어요?”

이유를 듣고 나니 너무도 허무했다.

생각해보니 배석 판사 녀석의 말이 맞았다.

판검사에게 라인을 잘 타는 것도 중요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스폰서였다. 오죽하면 사법고시에 붙기만 하면, 그때부터 중매쟁이들이 달라붙어서 난리였다.

신광렬도 그렇게 중매로 결혼했다.

지방에 좀 큰 병원의 병원장 딸이었다. 나중에 판사에 임용되고 나서 세상 돌아가는 걸 좀 알게 되고나서는 괜히 빨리 결혼했다고 후회하기도 했다.

그만큼 스폰서가 중요했는데, 생각해보니 자신은 한국을 뒤흔들고 있는 유재원 회장이었다.

순간 신광렬 판사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당장 법복을 벗을 필요는 없는 거 아니겠는가. 그런데 그러면 김&정 법무법인에 꽃가마를 타는 건 한참 뒤로 미뤄지는데, 약속이 지켜질지 또 걱정이 들었다.

불안감을 참을 수 없었던 신광렬은 퇴근 후 집으로 돌아와 전화기를 들었다.

“아, 그래요?”

-예, 회장님. 송구합니다.

“괜찮아요. 그럴 수도 있죠. 그나저나 법원이 그렇게 나올 줄은 예상 못했네요.”

유재원은 지금 신광렬의 전화를 받는 중이었다.

먼저 연락이 온 건 최강욱 비서실장이었다. 신광렬이 정병우에게 연락을 했고, 정병우는 최강욱에게 연락을 해서 연결된 통화였다.

사장단과 화상미팅으로 한창 업무 지시를 하는 중이었지만, 한국의 일도 그만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유재원은 기꺼이 회의를 잠시 멈추고 전화를 받았다.

-그래서 말인데 회장님, 죄송스럽게도 당장 판사를 그만두고 김&정 법무법인으로 가는 건 어렵겠습니다.

자기 때문에 회의가 멈췄다는 걸 잘 아는 신광렬은 무척이나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래요? 아쉽네요. 신 판사님처럼 정의롭고 유능한 분이 김&정으로 와주시면 보다 좋은 일을 훨씬 많이 할 수 있었을 텐데요.”

유재원도 신광렬을 확실히 대우했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긴 한데, 신광렬에 대한 대우가 앞으로 법원의 개혁에 중요한 변수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신광렬이 몰락하게 되면 판사들은 신광렬을 반면교사로 삼아서 절대 조직을 배신하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신광렬이 어디에 있든 승승장구할수록 조직 내 논리보다 정의(?)와 양심을 우선시하는 이들이 많아질 거다.

“그러면 이렇게 할까요?”

-예, 말씀하십시오.

“억지로 나오는 건 그림이 좋지 않다는 건 신 판사님도 동의하시죠?”

-예, 물론입니다.

“그러면 맡으신 직분에 충실히 임하세요. 지금처럼 법률과 양심에 따라 정의로운 판결을 내리면서 열심히 활동하세요. 김&정의 문은 언제든 열려 있으니 상황이 괜찮다 싶으시면 언제들 오시면 됩니다. 그러면 그때 꽃가마를 태워 모셔올게요. 그때 지금 계산해드리지 못한 것도 이자까지 쳐서 정산해드리죠.”

물론 신광렬이 진짜 정의로운 사람은 아니라는 건 잘 아는 유재원이다. 하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었으니, 억지로라도 정의로운 재판관이 되어야 한다. 당연히 그 대가는 나중에 김&정 법무법인에 들오면 1원 단위까지 정확히 계산을 해주겠다는 유재원의 말이었다.

-아! 알겠습니다.

신광렬은 일체의 망설임도 없이 유재원의 말에 바로 대답했다. 게다가 목소리도 처음에 비해 확실히 밝아졌다.

“혹시 제 말이 못 미더우시면 녹음이라도 해두세요. 다시 천천히 말씀드릴게요. 준비 되셨어요?”

-아, 네네!

혹시나 싶어 녹음까지 하라고 하는 유재원이다.

이미 정병우에게 전화를 할 때부터 녹음하고 있었던 신광렬은 저도 모르게 시인하고 말았다. 유재원은 똑같은 말을 또박또박 되풀이해줬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대회의 녹취록이 유출된다더라도 상관없다는 생각이었던 탓이다.

개인적인 이득을 청탁하는 게 아니라 법률과 양심 그리고 정의를 위해 힘써달라고 말했으니 하늘 아래에 떳떳했다.

심지어 신광렬이 본의와 달리 정의로워지는 것이 유재원에겐 이익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에는 불법적인 행태로 운영되는 기업이 재벌부터 시작해 중소기업까지 부지기수였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철퇴가 떨어지면 그만큼 ID 그룹이 한 발 앞설 수 있으니 완벽한 이득이었다.

“더 물어보고 싶은 게 있나요?”

-어, 없습니다.

그렇게 신광렬과의 통화를 마친 유재원은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았다.

유재원의 쉘북 화면 속에는 최강욱과 레밍턴을 위시해 ID 그룹의 사장단들이 각자 사무실에 앉아 있는 모습이 띄워져 있었다.

왼쪽에는 커다란 메인스크린이 있고, 좌측에 바둑판처럼 여러 사람들의 얼굴이 있다. 단순한 프로필 사진이 아니라 VGA급 해상도의 라이브캠 화면이다.

ID 톡의 기본 기능이었던 화상 채팅 서비스는 이제 여러 사람이 다중화상미팅 기능으로 발전했다.

예전엔 그냥 연결만 되었다면, 발전적인 회의를 진행할 수 있는 보조 기능들이 많이 구현되었다. 관리자가 누군가에게 발언권을 줄 수도 있고, 침묵시킬 수도 있게 되었다. 또한 특정 화면을 메인스크린에 띄울 수도 있고, 그게 접속한 모든 사람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ID 오피스와 연계되어 문서를 직접 띄우고 메모를 하거나 문서 자체를 수정하고, 접속한 이들과 공유도 가능했다.

덕분에 다중화상미팅과 공유 문서 기능이 포함된 ID 톡 풀 패키지 버전은 고용량, 고사양 프로그램이 되었다.

고속 인터넷은 기본이고 자신의 화면을 인코딩하면서 나머지 7명의 동영상을 버벅임 없이 디코딩할 수 있는 처리능력이 있는 HPC급 CPU가 필요했다. 덕분에 문자 메신저 기능과 1:1 화상 채팅 기능만 있는 기본형 ID 톡과 다중화상채팅에 공유문서 작업 기능이 있는 풀 패키지를 분리해서 배포 중이었다.

어차피 둘 다 무료 프로그램이라서 원하는 기능이 있는 걸 사용하면 된다. 게다가 버전이 달라도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는 건 문제 없었으니 큰 혼란이 일어나는 일도 없었다.

“어디까지 이야기했었죠?”

자리에 앉은 유재원이 말했다. 단기 기억에 문제가 온 건 아니고 주위를 환기시키는 차원에서 되물은 것이다.

-회장님께선 5억을 말씀하셨고, 우리는 과하다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접속한 이들 중 가장 선임인 레밍턴이 대표로 말했다.

5억?

이건 바로 안드로이드 사 상장 기념 보너스에 관한 이야기였다.

적은 비용으로 열정을 쥐어짜는 데 스톡옵션만한 정책은 아무리 찾아 봐도 없다. 주식이라는 게 회사의 가치였고, 회사의 가치는 직원들이 열심히 일을 할수록 높아진다. 물론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성공에 이르지 못한 기업도 상당수였지만, 성공한 기업 중에 직원들이 열일 하지 않는 기업은 없다.

그런데 일을 많이 하는 만큼 임금도 많이 줘야 했다. 문제는 대기업이면 상관없는데, 이제 시작한 작은 벤처기업은 그만한 자금력이 없었다. 그래서 열정을 불태우도록 만들 미끼로 주식을 미리 주는 것이다.

만에 하나 상장이 되어 대박이 나면 그걸로 좋고, 중간에 회사가 망하면 망하는 것이지만, 돈 대신 주식이 주어졌으니 창업자에겐 손해는 아니었다.

이러한 속성 덕분에 미국 IT 기업이 중에 100이면 100 모두 채용하고 있는 게 스톡옵션 정책이다. 하지만 ID 그룹은 아니었다.

덕진 국민학교의 선생님 3분에게 주어진 ID 테크놀로지 우선주를 제외하고는 모든 주식은 유재원에게 있었다.

안드로이드 사가 상장했어도, 스톡옵션으로 대박이 난 사람은 없다. 대신 유재원은 처음부터 상장을 하면 일부 이득을 회사 사람들에게 보너스로 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게 5억 달러였다.

본래는 지분 매각 대금의 10% 정도를 생각했었다.

안드로이드의 핵심인 커널을 비롯해 리본 인터페이스, 글라이드 X와 같은 중요한 기능은 모두 유재원이 만들었으니 자기의 몫은 9로 놓고, 보조프로그램과 버그 제거 패키지 제작, 유통, 수금, QA 등등 소프트웨어 유통 전반을 처리한 나머지 부서의 공을 1로 잡았다.

10분의 1이니 퍼센트로 따지면 10%이고, 이번 기업공개를 통해 유재원에게 떨어진 120억 정도 되는 금액 중 세금을 비롯해 상장 작업에 들어간 여러 가지 비용을 제하고 순수하게 떨어진 금액은 대략 90억 달러 정도였다.

유재원은 본인의 생각 그대로 9억 달러 정도를 보너스로 쾌척할 마음이었다. 그런데 최강욱 비서실장이나 부모님 그리고 교장 선생님까지도 다시 생각해보라고 한 목소리로 말해서 5억 달러가 된 것이다.

그런데 사장단회의에서는 그것도 많다는 의견이 나온 것이다. 레밍턴이야 그러려니 하는데, 안드로이드 사 사장인 케빈 존슨도 같은 의견이었다. 그나마 빈센트 그린힐만 유재원의 편이었다.

“아, 그렇죠. 그런데요. 원래 제가 생각하고 있던 건 9억이었거든요.”

-헉! 9억 달러요?

-회장님의 배포가 남다른 건 알겠지만, 건설적으로 쓰이는 게 훨씬 좋지 않겠습니까?

-그렇습니다. 벤처기업 수십 개는 세우고도 남겠습니다!

다중화상채팅 상태가 자유발언 모드라서 다들 자기 의견을 자유롭게 피력했다. 유재원은 죄다 침묵을 시킨 후 발언을 시작했다.

“그래봐야 비율로 따지면 10%입니다. 안드로이드 사의 성공적인 상장에 우리 임직원들의 노력이 10%도 안 들어갔다는 말씀이신가요? 게다가 거기서 더 줄어든 5억이거든요.”

유재원의 발언이 시작되니 사장단의 입이 닫혔다.

“무엇보다 실망스러운 건, 인건비를 그저 비용으로 생각하는 여러분의 마인드네요. 저는 ID 그룹이 전 세계의 인재들 모두가 선망하고 부러워하는 회사로 만들고 싶거든요.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죠? 그들의 능력만큼 그에 따른 확실한 보상을 해주는 걸 보여주는 게 최고의 방법입니다. 이러한 원칙이 계속 지켜진다면 우리 ID 그룹은 전 세계 인재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거고, 그만큼 ID 그룹의 성장도 지속가능할 겁니다.”

이러한 원칙에 따라 유재원은 오너이자 최고의 개발자로서 9의 몫을 가져가는 거다. 그러니 남은 임직원들도 나머지 1을 가져갈 당위성은 충분했다.

“일단 9억 중에 4억 달러는 제가 보관해놓겠어요. 이건 94년 말, 오직 성과를 기준으로 분배하기로 하죠. 나머지 5억 달러는 지금 보너스로 집행하겠습니다.”

유재원의 생각이 확고하게 표출되자 레밍턴을 위시한 사장단도 결국 뜻을 굽혔다. 게다가 유재원이 생각하는 인재들의 블랙홀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다른 기업과 확연히 차별되는 임금만큼 확실한 방법도 없었다.

“분배 방식은 제가 어제 생각해 놨습니다. 공유 문서로 올려놨으니 살펴보시고, 각 계열사 인사부는 해당 기준에 따라 임직원들의 보너스 수령금액을 계산해서 서울로 보내세요.”

5억 달러의 분배 원칙은 간단했다.

안드로이드 사의 상장이지만, ID 그룹 전체 임직원에게 나눠진다. 명분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는 ID 테크놀로지 시절부터 시작되었기에 성과도 ID 그룹 전체와 나누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신 안드로이드 사에는 2억 달러를 배정했고, 나머지 테크놀로지를 비롯한 ID 그룹 계열사에는 3억 달러를 배정했다.

상장의 주체인 안드로이드 사가 2억?

이런 의문이 들 수도 있겠지만, 종업원 숫자를 따지면 나머지 계열사에 비해 훨씬 적다. 단순 1/n으로 해도 두당 돌아가는 금액은 안드로이드 사의 직원이 훨씬 많다.

“무조건 1/n은 아니에요. 오래 근무하고, 맡은 일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개발과 가까울수록 비율이 높아지고, 근무 일수가 적고 관련성이 없으면 작아져요. 그래서 아쉽게 느껴질 직원도 제법 될 텐데, 이러한 원칙은 다른 계열사 상장에도 그대로 적용될 겁니다.”

이러한 원칙을 가지고 계산을 해보면 ID 테크놀로지 때부터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핵심 개발진으로 지금까지 근무한 프로그래머의 경우 대략 3억 원 정도의 보너스가 나온다.

반면 안드로이드 개발과 관련성도 떨어지고, 근무 일수도 적은 ID 엔터테인먼트에 근무하고, 최근에 채용된 신규직원이라면 100만 원 정도가 나온다.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을 나누면 반이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안드로이드 사 상장을 우리 임직원 모두가 기쁨을 즐길 수 있게 힘써 주시기 바랍니다.”

-예, 회장님.

유재원의 카리스마 넘치는 지시에 사장단들은 한 목소리로 화답했다.

화상 회의를 마치자 기다렸다는 듯 김대석이 시원한 물을 가져다주었다. 그렇지 않아도 말을 많이 해서 목이 탔던 유재원은 고맙게 받아 마셨다. 곧이어 김대석은 메모도 하나 전해주었다.

“회장님, 회의를 하시는 중에 티파니 님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회의가 끝나는 대로 이 번호로 연락을 달라고 했습니다.”

웬 전화번호인가 싶더니 티파니가 남겼다는 거다.

“그래요? 몇 분 전에 왔나요?”

“30분도 더 됐습니다.”

유재원은 김대석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로 전화를 들어 다이얼을 돌렸다.

-여보세요?

티파니는 지금껏 전화기 옆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인지 벨이 울리자마자 바로 여보세요 소리가 났다.

“응! 나야, 재원이! 많이 기다렸어?”

-흠, 30분쯤? 괜찮아! 학교 과제를 하고 있어서 멍하니 있던 건 아니었으니까. 게다가 자기도 일하고 있던 거였잖아.

“그렇게 생각해주니 고맙네. 그런데 이 번호는 뭐야? 처음 보는 전환데?

-아! 여기는 외할아버지네 집이 거든.

외할아버지가 아직 정정하다는 이야기는 지금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티파니는 자신의 가족이나 친인척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니 유재원도 티파니에게 자신의 집안 이야기를 한 적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오! 그래? 외할아버지께서는 정정하셔?”

-그럼! 얼마나 튼튼하신데. 그런데 외할아버지랑 이야기를 하다가 재원이 네 이야기가 나왔거든. 근데 할아버지가 엄청 관심을 보이시더라.

안드로이드 사 상장으로 미국은 물론 전 세계 뉴스의 주인공이 된 유재원이었다. 티파니의 외할아버지가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건 당연한 이야기 아니겠는가.

다만 티파니의 말투가 평소와는 좀 다르다. 평소엔 못할 말 하나 없을 것처럼 거침없이 말하는 게 티파니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혹시 무슨 부탁이라도 받았어? 우리 사이에 어려운 게 뭐 있다고 그래. 뭐든 말해봐.”

-와, 어떻게 알았어? 사실 외할아버지가 평소 그런 분은 아니신데, 재원이 너는 반응이 다르시더라고. 꼭 한 번 만나보시고 싶다는 거야.

“뭐, 어려운 일도 아니네. 거기 어디야? 바로 날아갈게.”

돈 이야기도 아니고, 손녀 남자친구 좀 보고 싶다는 데 응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게다가 전용 비행기가 있는 유재원에겐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우와! 우와! 고마워! 그런데 지금 당장은 아니고 2월 말에 외가 가족 모임이 있거든. 그때 정식으로 초대할게.

“알았어! 그러면 2월 말엔 통으로 비워 놓을게.”

여자 친구의 외할아버지는 물론 외가쪽 가족모임으로 규모가 좀 커지긴 했는데, 어떠랴 싶은 유재원이다.

큰 짐을 덜어낸 티파니의 목소리도 평소처럼 돌아왔다. 대화의 내용도 이런 저런 일상으로 이어졌다.

-아참! 근데 요즘 2CH에 접속은 해봤어?

“2CH? 최근엔 안드로이드 상장작업 한다고 다른 걸 할 시간이 없었어. 그런데 왜 그래?”

2CH은 제2회 시큐리티 챌린지의 참여자들을 위한 커뮤니티 사이트였다. 챌린지가 끝난 이후에도 계속 운영 중이었고, 영어권 최대의 커뮤니티 사이트로 성장 중이었다.

-요즘 거기 분위기가 너무 이상해서 말이야.

“이상해? 뭐가 이상한 건데?”

-음, 말로는 설명 못할 이상한 게 있어. 자기가 직접 보면 알 수 있을 거야.

유재원은 티파니의 말에 곧장 움직였다.

무릎 위에 쉘북을 펼치고 웹브라우저를 실행해 2CH.com에 접속했다.

============================ 작품 후기 ============================

추천과 리플, 선작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원고료 쿠폰, 후원 쿠폰도 완전 감사합니다~!!!

정치인이나 고위 관료 입장에서 아무리 털어도 먼지 안 나오는 재벌이 있다면 그야말로 끔직하겠죠?

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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