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308화 (308/1,007)
  • 00308  어뷰징 대란  =========================================================================

    나스닥(NASDAQ)은 미국의 장외거래주식시장이다. 뉴욕 증권거래소(NYSE)에서 운영되는 주식거래와는 별도의 시장으로 전미증권협회에 등록된 주식이 매매된다. 장외거래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컴퓨터 전산망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중이었다.

    컴퓨터나 전용 단말기를 통해 상장기업의 매도호가와 매수호가를 실시간으로 조회하고 주문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다.

    시작이 장외거래주식시장인 만큼 뉴욕증권거래소 같은 대규모 오프닝벨 행사는 없지만, 기업 공개 시 상장 기념식을 한다.

    오늘 유재원이 참석하는 행사가 바로 안드로이드 사의 나스닥 상장기념식이었다.

    안드로이드 사의 사장은 케빈 존슨이다. 그러니 엄격하게 따지면 케빈 존슨이 브로드웨이의 나스닥 본사 메인스크린 앞에 마련된 상장 기념식 행사장에 서야 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이나 일반 시민들까지 안드로이드 사의 주인은 유재원이라는 걸 안다.

    심지어 나스닥도 마찬가지였다.

    -안드로이드 사의 모태는 1989년 유재원 회장이 설립한 ID 테크놀로지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첫 제품이었던 안드로이드 알파는 그래픽 인터페이스를 채용한 도스 시스템으로 경쟁사의 제품보다 게임에서 확실한 강점을 보여주었고, 거의 무료에 가까운 가격으로 폭발적인 기세로 시장 점유율을 장악했습니다.

    장내 아나운서의 목소리와 함께, 나스닥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거대한 메인스크린에 안드로이드 사의 역사를 알려주는 영상이 소개되었다.

    -이후 안드로이드 사는 유닉스 체계에 리본 인터페이스라는 GUI를 채택한 1.0 버전을 성공적으로 발표했고, 애드웨어라는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창출했습니다. 다시금 폭발적인 성장을 보이며 기존의 강자인 MS를 합병하였고,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는 PC 운영체제 시장을 완벽히 장악했습니다. 그리하여 1994년 2월 1일 오늘 사상 최대의 규모로 나스닥에 입성했습니다.

    -창립자이자 오너인 유재원 회장을 모시겠습니다.

    장내 아나운서의 멘트에 맞춰 유재원이 나스닥 메인스크린 앞에 섰다.

    유재원의 복장은 그야말로 캐주얼한 후드 티와 청바지였다.

    나스닥의 분위기 자체가 자유로웠기에 상장 기념식에 딱히 정해진 드레스코드는 없었다. 유재원도 투자자들에게 안드로이드 사의 기업문화를 이미지로 보여줄 수 있는 게 바로 복장이라 생각해서 고른 게 후드 티였다.

    다만 의류 브랜드는 신경을 썼다. 상하의 모두 미국 브랜드로 후드 티는 갭이라는 브랜드였고 청바지는 리바이스였다.

    아직 미국에는 자국우선주의가 일어나진 않았지만 미국에서 돈을 벌고 있으니, 미국의 상품을 먼저 쓰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유재원은 생각했다. 게다가 오늘 행사는 영상으로 남아서 길이길이 기억될 것이기에 신경을 썼다.

    심지어 나스닥 본사에 올 때 탄 자동차도 평소에 주로 타던 롤스로이스가 아니라 캐딜락 리무진으로 바꿨을 만큼 꼼꼼했다.

    유재원이 단상에 서자 플래시가 요란하게 터졌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나스닥에 상장되는 안드로이드 사의 규모는 역대 최대급이었다. 시작부터 258억 달러라는 건 뉴욕증권거래소에도 없는 기록이었다. 심지어 오너는 아직 20대도 아닌 10대였다.

    나스닥 역사에서 이전에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 같은 기록이었다. 기네스북도 발 빠르게 움직여서 경재분야 신기록으로 등재될 거라고 홍보할 정도였다.

    “안녕하세요? ID 그룹 회장이자 안드로이드 사의 오너인 유재원입니다. 제가 알파를 만들었을 때만 해도 이런 영광스러운 자리에 설 거라는 상상은 조금도 못해봤습니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네요. 음…….”

    준비된 원고를 읽던 유재원은 살짝 울컥해졌다.

    그도 그럴 것이, 나스닥 관계자 그리고 취재를 나온 매스컴들 심지어 손바닥이 벌게지도록 박수를 치고 있는 ID 그룹 임원들마저도 유재원이 가진 내력은 모른다.

    그저 절망의 끝에서 막연한 희망을 가지고 만들었던 마스터 플랜이었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나 여기까지 왔다.

    그렇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ID 그룹의 수많은 계열사 중에 이제 겨우 하나 상장하는 거다. 마음을 다시 잡은 유재원은 다시 집중하면서 준비한 말을 풀어냈다.

    “이 기적을 오직 저 혼자서 이뤄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와 같은 꿈을 꾸면서 함께 달려준 우리 ID 그룹 식구들과 제가 만든 프로그램을 좋아해주시고 기꺼이 인터넷으로 공유해주신 유저 분들의 호응 덕에 이 자리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우리 안드로이드 사는 이러한 분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혁신과 진보를 이어나가겠습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보다 쉽게 컴퓨터를 할 수 있도록 만들 것이고, 이를 통해 위대한 진보를 이뤄내겠습니다.”

    유재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박수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아직 끝은 아니다.

    “마지막으로 주주님께도 확실한 약속 하나를 드립니다. IT기업들이 배당이 짜다고 알려져 있더군요. 안드로이드 사가 이런 우려는 확실히 벗겨드리겠습니다!”

    안드로이드 사의 PR까지 확실하게 한 유재원은 단상에 준비된 버튼을 꾹 눌렀다.

    나스닥이 안드로이드 사에 부여한 거래용 심볼 문자는 ADOS였고 공모가 25.8달러로 역사적인 거래가 시작되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시작부터 녹색불이 들어왔다.

    한국 주식 시장과 달리 주가의 상승은 녹색이었고, 하락이 붉은색이다.

    -안드로이드 사, 나스닥 상장 성공적!

    -주당 25.8달러로 시작해 30.96달러로 마감! 하루만에 20% 상승

    안드로이드 사의 상장은 미국에서도 엄청난 이슈로 다뤄졌다. 컴퓨터 분야의 성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이벤트였기 때문이다.

    매년 수천만 대의 컴퓨터가 팔렸고, 그만큼 컴퓨터 환경이 빠르게 구축되면서 IT라는 산업군이 형성되고 있던 와중이었다. 그러나 컴퓨터 업계에 관심이 있던 사람들이 아니면 그 변화를 감지하는 건 어려웠다.

    자동차 산업이 부흥했을 땐 도로의 모습이 바뀌었고, 굴뚝 기업들이 크게 성장했을 때엔 거리가 바뀌었다. 반면 컴퓨터 산업이 발전하면서 겉으로 바뀌는 건 없었다. 하지만 기업 내, 그리고 집 안의 모습은 빠르게 바뀌고 있었다.

    폭발적인 성장이 시작될 임계점에 서서히 다다르고 있었고, 오늘 안드로이드 사의 상장이 그 시초가 될 것임을 확실히 보여주었다.

    미국에서도 떠들썩했지만, 이보다 더 난리가 난 곳은 따로 있다.

    한국이었다.

    법관 탄핵과 일제강점기 피해자 특별법 제정이라는 굵직한 정치 이벤트 때문에 안드로이드 사의 상장 준비 소식은 뒷전에 밀려 있었다.

    덕분에 안드로이드 사가 나스닥에 상장되어 30.96달러로 마감되었다는 소식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안드로이드 사 나스닥 상장 성공!

    텔레비전과 신문은 앞 다퉈 이 소식을 전했다.

    더구나 한국 매스컴에서 최강욱이 주도하는 매스컴 점유 작전은 현재 진행형이었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남은 만큼, 아직 완벽히 끝난 건 아니었기 때문이다. 유재원만큼이나 꼼꼼한 최강욱은 완벽한 마침표를 찍기 위해 정책을 유지 중이었다.

    그런 와중에 안드로이드 사의 성공적인 상장이 이뤄졌으니, 매스컴들은 그야말로 활활 타올랐다.

    ID 그룹의 광고 따먹기가 아니어도 며칠 동안은 이어질 핵폭탄급 이슈였다.

    유재원이 미국에서 세계적 기업을 일궜다는 건 익히 아는 이야기였지만, 비상장 상태인지라 그 성공의 크기를 가늠하긴 힘들었다. 그나마 ID 인베스트먼트의 투자가 성공리에 끝나고 청산이 이루어질 때 어마어마한 세금을 납부하면서 극히 일부를 확인했을 뿐이다.

    유재원의 재산 크기나 ID 그룹의 규모를 파악하는 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나 뉴에그 컴퓨터의 판매량을 가지고 예측해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차에 안드로이드 사의 상장이 이뤄졌다.

    주가총액은 기업의 규모를 가늠하는 가장 직관적인 수치였다.

    -안드로이드 사, 주가 총액 309억6천만 달러!

    -한화로 25조776억 원, 세계 초일류 국산 기업 탄생!

    달러로 쓰는 것도 모자라 한국 원화로 변환까지 해주었다. 현재 환율인 1달러당 810원을 기준으로 잡으니 25조 규모의 회사라는 게 딱 나왔다.

    -유재원 회장 보유 지분 49% 매각

    -12조2천억 수익 예상!

    -세상에서 가장 부자인 17살!

    -ID 그룹 비서실, 회장 지분 매각에 따른 소득세 성실 신고 할 것!

    돈 이야기는 끝이 없이 이어졌다.

    소득세로만 3조4천억 원을 찍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설명에 기사를 읽은 사람들은 뒤로 넘어갔다. 소득세 신고 하나로 국가 재정의 1/11은 혼자서 채우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덕분에 미국에서는 작은 논란이 일어났다.

    미국에서 돈을 잔뜩 벌어서 세금은 한국에서 낸다는 것이다. 예상했던 대로 이런 논란이 최초로 나온 건 보수 매체인 폭스 뉴스였다.

    다행히 논란은 오래가지 못했다.

    ID 그룹이 한국 국적의 회사라는 건 진작 알려진 이야기였고, 미국 법인에서 발생한 수익에 대해서는 미국에 성실히 세금을 납부 하는 중이었다. 게다가 ID 그룹의 고용인 대부분 미국인이었고, 사회 공헌도 미국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여기에 ID 그룹에 우호적인 언론과 인물도 상당했다.

    CNN, TBS, NBC 등등의 방송국들은 유재원의 성공을 바람직한 아메리칸 드림으로 소개했다. 비록 본사는 한국이지만, ID 그룹이 성장할수록 미국의 이익에 큰 도움이 된다는 걸 강조했다.

    가장 열성적인 건 역시 TBS이었다.

    테드 터너가 유재원과 한 배를 탄만큼 터너 브로드밴드 시스템 산하 방송국들은 유재원을 지지하는 데 망설이지 않았다.

    덕분에 한국에서는 축제 분위기였다.

    -금동대향로와 안드로이드 사 상장 등. 한국의 국운이 날로 융성해지고 있다.

    한 달 하고도 며칠 전이었던 한겨울, 충청남도 부여의 능산리 절터에서 주차장 공사를 하던 중 백제금동대향로가 발견되었다.

    백제 문화의 정수로 손꼽힐 만큼 엄청난 수준의 유물이었다.

    이것이 출품되면서 국운이 융성해지고 있다는 증거라면서 호들갑을 열심히 떨었다. 유재원은 그 기사를 보고 유물 하나 나왔다고 국운 운운하는 건 너무 나간 거 아닌가 싶었는데, 이제는 안드로이드 상장까지 연결시켰다.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기 위해, 역사 청산 작업 더욱 가속화해야!

    이어진 기사를 보고 비로소 유재원은 맥락을 읽을 수 있었다. 아무래도 청와대 쪽에서 작업을 치고 있는 것 같다.

    역사 청산이란 김 대통령이 취임식 때부터 밝혔던 사안이었다. 지금이야 일제강점기 때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김 대통령의 최종 목표는 제5 공화국이었다. 그 의도를 숨기면서 한수 진행해 나가는 건 분명 정치 고단수의 움직임이었다.

    그렇게 대한민국이 축제 분위기였지만, 모두가 그런 건 아니었다.

    1994년 2월 2일자 한국의 신문이 걸린 가판대를 쭉 보면 유독 튀는 신문사 하나가 있다. 바로 대한일보였다.

    모두가 안드로이드 사의 상장에 대한 기사가 1면에 났지만, 대한일보는 쌀시장 개방 반대 농민 시위가 1면을 장식하고 있었다.

    2월 2일.

    대한일보의 분위기는 무거웠다. 한 달 전부터 법관 탄핵에 대해 비판적인 논조의 기사들을 계속 내다보니 유료 구독자의 숫자가 계속 떨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신문사의 가장 큰 수입원은 광고 수주인데, 수주 금액도 날로 줄어들고 있는 중이었다.

    다른 신문사들은 사상 최대의 실적으로 연말에 돈 잔치를 실컷 했다는 데, 대한일보는 딴 세상 이야기였을 뿐이다.

    사측에서는 실적 하락으로 설날 나오는 떡값 보너스를 대폭 줄이겠다고 공지를 했다. 당연히 기자들이나 직원들은 항의를 했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이렇지 않았다.

    대한일보는 한국 최고의 종이 신문이었고, 대우도 업계 최고였다. 그만큼 입사도 어려워서 언론고시라는 말이 있었을 정도였고, 언론인이 되려는 사람들에게 선망의 대상이기도 했다. 그런데 순식간에 그 위상과 대우가 추락해버렸다.

    원인은 간단했다.

    어제부터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한 주인공 유재원과 생긴 오래된 문제가 쌓이고 쌓이더니 지금과 같은 사태를 만들었다.

    이러한 흐름을 더는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었던 정치부장 심재국은 오전 11시 석간 마감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대한일보 편집국장 사무실까지 왔다.

    자의로 온 건 아니었다.

    부장들끼리 모여 담배를 피다가 이거 회사 망하는 거 아니냐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왔고, 위에다 무어라고 말이라도 해봐야 하는 거 아니냐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렇다고 다 같이 가기엔 부담이었으니, 넌지시 이야기 해볼 총대가 필요했다. 결국 부장들 중에 짬밥을 제일 많이 먹은 정치부장 심재국이 후배들의 등살에 떠밀려 이 앞까지 온 것이다.

    “국장님, 심재국입니다.”

    한숨을 푹 쉰 심재국은 결국 편집국장실의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잠시 후 들러오라는 소리가 났다.

    문을 열어 보니 너구리굴이 따로 없었다.

    자욱한 담배 연기가 사무실 안에 가득했다. 부장들이 위기감을 느낀 것만큼 편집국장도 근심이 크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석간 마감이 코앞인데, 갑자기 무슨 일이야?”

    “국장님, 이제 우리도 결단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결단?”

    짧게 물어오는 편집국장의 말투에 압박감이 상당한 심재국이었다. 같은 데스크여도 짬밥에서 나오는 분위기가 남달랐다.

    “유재원 케이스 말입니다.”

    다 아는 걸 이렇게 되물어보면서 괜히 압력을 주는데, 괜히 부담스럽게 만드는 게 편집국장의 스타일이었다.

    “항복 선언이라도 하라고?”

    “항복이라니요. 언제 우리가 전쟁이라도 치렀습니까? 이번 기회에 유재원이에게 좋은 기사 몇 개 써주고 간을 좀 보자는 거지요. 옆집의 동하 신문은 그렇게 ID 그룹의 광고도 들어왔다고 하더라고요.”

    심재국은 조근하게 동하 일보의 근황을 전하면서 의견을 피력했다. 놀랍게도 편집국장은 화를 내지 않았다. 회사의 방침 혹은 본인의 마음에 들지 않은 기사가 올라오면 부장들을 불러다 폭언을 쏟아 붙는 게 기본인 사람이었다.

    덕분에 기자는 물론이고 부장들까지도 어려워하는 사람이었다. 그나마 나이는 좀 고려를 해주는 덕에 부장들 중에 제일 나이가 많다고 심재국이 지금 총대를 메게 된 거다.

    편집국장은 꽁초가 된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끄고는 새로운 장초를 빼물었다. 그리곤 담뱃갑을 심재국에게도 내밀었다.

    마일드세븐 보단 말보로 레드를 주로 피는 심재국이었기에 전혀 땡기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한 개비 집어 맞담배를 피웠다.

    그렇게 몇 모금 마셨을까.

    “누군 월급 줄어드는 게 좋은 줄 아는가? 솔직히 말해서 나도 그러고 싶네.”

    놀랍게도 편집국장은 그간 보여주지 않았던 속마음을 꺼내보였다.

    “예? 그럼 된 거 아닌가요?”

    “사장님 생각에는 변함이 없으시네. 존재감이 보다 커진 만큼 그 견제를 우리밖에 할 수 없다고 하시면서 더욱 열심히 비판을 하라고 조금 전 하명하셨단 말일세.”

    사장님이란 소리에 심재국의 표정이 확 굳었다.

    사주라고 해도 기자들의 기사에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다는 게 그가 대학교에서 배웠던 저널리즘이었다. 그러나 대한일보에 와서는 대학교에서 배웠던 지식은 아무것도 쓸모가 없다는 걸 실감했다.

    대한일보에서 사장님의 방침은 곧 법이었다. 거기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애써 만든 기사는 빛도 보지 못하고 사라진다.

    사장님의 생각이 확고하시다니 앞으로도 대한 일보의 방침은 변함이 없을 거다. 그러면 당연히 ID 그룹과 관계 개선도 불가능하다.

    유재원의 존재감이 작았을 땐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계열사 하나 상장했을 뿐인데, 한국 최고의 부자로 거듭났다. 아직 상장하지 않은 계열사의 위력도 어마어마했다.

    이게 다가 아니다.

    유재원과 전병헌의 돈독한 관계는 이미 증명이 되었다. 그에 따라 미래그룹도 대한 일보와 점점 거리를 두는 중이었다.

    “자네가 가서 사장님께 직언을 올려 볼 텐가?”

    편집국장의 물음에 심재국은 손사래를 쳤다.

    대화라는 건 말이 통할 사람이랑 하는 것이었다. 그럴 줄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인 편집국장은 마지막으로 입을 열었다.

    “그나마 괜찮은 칼럼 하나를 받았네. 자본주의의 심장 미국에서 첨단 기술인 IT로 신기록을 세우며 상장에 성공한 ID 그룹을 본받아야 한다는 내용일세.”

    편집국장도 그냥 놀고만 있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었다.

    대한일보 기자들이 이름을 걸고 좋은 기사를 쓰는 건 사장님의 방침 상 불가능했기에, 외부필진을 동원하는 꼼수로 수를 쓴 것이다.

    심재국은 부디 석간으로 나가는 칼럼이 좋은 효과를 보여주길 기원했다.

    ============================ 작품 후기 ============================

    추천과 리플, 선작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원고료 쿠폰, 후원 쿠폰도 완전 감사합니다~!!!

    큰 일을 연달아 치렀으니 일단 주변 정리도 좀 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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