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295화 (295/1,007)
  • 00295  그레샴의 법칙  =========================================================================

    일단 순한 맛부터 시작했다.

    현재 미국에서 제일 큰 와레즈 사이트인 챈들러의 자유소프트웨어 사이트에 본인의 이름으로 상큼한 경고장을 날려주는 것이다.

    사이트 내의 불법적인 콘텐츠를 정리하지 않으면 법적 조치에 들어가겠다는 내용을 담은 경고장을 전자 우편으로 발송했다.

    한국이라면 내용증명을 우편으로 보내는 것으로 법적 조치가 시작되었다는 걸 보여주겠지만, 챈들러의 자유소프트웨어 사이트에는 사무실이나 운영진의 개인정보가 전혀 등록되어 있지 않았다.

    그나마 공개된 건 사이트 마스터의 전자 우편 주소뿐이기에 여기로 보내는 게 전부다.

    “당연히 무시하겠지?”

    애초에 유재원은 요구가 받아질 거라는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았다.

    당연히 후속 조치가 준비되고 있는데, 연방 법원에 사이트 폐쇄 가처분 신청과 함께 정식 폐쇄 명령 그리고 손해배상 소송이 동시에 이어진다.

    그렇지만 이것은 조치의 끝이 아닌 시작에 불과했다.

    유재원은 법원에서 자신의 변호사들이 질 거라는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하지만 법적 조치 말고도 자체적인 대책을 준비하는 건 다 이유가 있다.

    “법원에서 문제가 다 해결되면 세상이 유토피아로 진작 변했겠지.”

    법원에서 판결이 나왔다고 해서 문제가 끝나지 않는 경우는 상당히 많다. 특히 와레즈와 같이 현재의 법이 아직 다루지 못한 신기술의 영역에 있는 범죄라면 더욱 말썽이다.

    사이트 폐쇄 명령이 떨어졌다고 해도 이름과 운영진만 살짝 바꾼 변종들이 금방 나올 테니 말이다.

    유재원이 괜히 앨런 법무실장에게 페이크 파일부터 바이러스까지 괜히 문의해본 게 아니었다. 법적 조치와 함께 합법과 위법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타는 강력한 수단까지도 동시에 수행하기 위해서 물어본 거였다.

    유재원은 일단 간단하게 DDOS부터 시작했다.

    DDOS라는 건 사이트 서버가 감당하지 못할 만큼의 접속 요청을 보내서 다른 유저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걸 방해하는 공격기법이다. 또한 대량의 접속 요청과 함께 서버의 보안 프로그램을 마비시켜 취약점을 유발하는 데 사용되기도 한다.

    다행이라면 챈들러의 자유소프트웨어는 서버 운영체제로 리눅스를 서버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해커들이나 스스로 모든 세팅을 하고 싶은 사람들의 취향을 기가 막히게 파고 들어간 리눅스는 매우 작은 점유율이지만 그 지분을 서서히 넓혀가는 중이었다. 유재원으로서는 참 다행이다. 챈들러의 자유소프트웨어 사이트 서버가 안드로이드 엔터프라이즈 버전이었다면 자기가 만든 걸 자기가 공격해야 하는 애매한 상황이었을 터인데, 리눅스라니 그런 모순은 생겨나지 않았으니 말이다.

    더욱이 리눅스는 이제 막 태어났고, 수많은 사람들이 커널 소스를 직접 다루다 보니 일반 사용자들은 잘 모르는 취약점이 상당했다.

    “됐다.”

    유재원은 자신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컴퓨터들을 이용한 DDOS 공격을 시작할 세팅을 마쳤다. 실행 버튼 하나면 즉각 챈들러의 자유소프트웨어는 접속이 불가능하게 될 거다.

    다만 유재원은 바로 공격을 시작하진 않았다. 이메일을 보낸 지 아직 30분도 지나지 않았다. 적어도 답신을 쓰기까지 몇 시간의 여유는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제리와 데이비드를 만나고 돌아오면 딱 맞겠는데?”

    유재원은 제리와 데이비드의 미팅을 하고 돌아온 시간 정도면 챈들러의 자유 소프트웨어 사이트 운영자에게 시간을 충분히 준 거라고 생각했다.

    그때까지 답장이 없으면 공격 시작이다! 물론 답장이 왔더라도 유재원의 요구에 부합하지 않으면 공격이다!

    그날 오후.

    유재원은 학교 카페에서 제리, 데이비드와 재회했다. 학교까지는 경호원이 준비한 차를 타고 갔다.

    학교 앞에 살았을 땐 전기 자전거를 타고 금방 갔을 텐데, 소살리토로 이사하고 나서부터는 이동거리가 상당히 길어진 탓에 차를 타지 않으면 학교에 가는 건 무리였다.

    제리와 데이비드는 일찌감치 카페에 나와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인지, 유재원이 카페에 들어서자마자 벌떡 일어나 맞이했다.

    “어? 얼굴이 왜 그래요? 매일 같이 검색엔진 개량 작업을 하는 거예요?”

    유재원도 제리와 데이비드를 알아보고 반갑게 달려왔는데, 안녕하냐는 인사말보다 먼저 나온 건 얼굴 지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두 사람 모두 다크 서클이 광대뼈까지 내려올 정도로 짙어졌던 탓이다.

    “부끄럽지만 그건 아니야.”

    “1번과 2번 중에 뭐가 더 나을까 이야기하는 게 쉽게 끝나지 않더라고.”

    제리와 데이비드가 부끄럽다는 듯 말했다.

    심플함 그 자체였던 전자 우편에는 딱 두 문장으로 2번을 선택했다고 했었다. 그런데 실제로는 아직도 고민 중이었던 모양이다.

    “헉, 그러면 1번으로 바꾸겠다는 거예요? 이미 계약서랑 계약금 들고 왔는데?”

    계약금이란 소리에 제리와 데이비드의 눈이 확 뜨였다.

    유재원은 제리와 데이비드가 이제 와서 1번으로 마음을 바꾼다고 들어줄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현재 인터넷 검색엔진 기술에서 제리와 데이비드가 치고 나오긴 했지만, 아직 유재원의 성에 찬 건 아니었다. 나중에 나올 이들도 보고, 그래도 성에 차지 않으면 혼자만 쓰고 있던 기술을 공개할 생각도 하는 유재원이었다.

    그러니 유재원에게 가장 좋은 방법은 2번인 넥스트컴에 검색엔진으로 일정 기간 쓰다가 향후 동향을 살피는 것이었다.

    “계약금?”

    돈이라는 소리에 둘의 표정이 대번에 바뀌었다.

    돈을 숭배하는 배금주의자라는 건 아니고, 지금 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돈이었을 따름이다. 그도 그럴 것이 넥스트컴에 광고를 시작한 지 겨우 일주일 지났을 뿐인데, 제리와 데이비드의 인터넷 가이드로 몰리는 사람들의 숫자는 10배가 늘었다. 사람들이 대량으로 검색어를 입력하면 스탠포드 전산실에 빌렸던 서버가 감당을 못할 지경이다.

    원래 역사에선 이렇진 않았다. 그런데 유재원이 대대적으로 정보 고속도로 사업을 시작했고, 어린 나이에 인터넷으로 성공했다는 걸 보여주기까지 했다. 유재원이 한국인인지라 한국에서 제일 뜨겁게 반응했지만, 미국이라고 미지근한 건 아니었다.

    결정적으로 캘리포니아 지역 한정이지만 초고속의 ADSL 상용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네티즌의 숫자가 폭증했다.

    학교에서는 제리와 데이비드의 인터넷 가이드 서비스를 돌리느라 다른 전산망이 먹통이 될 지경이었기에, 최대한 빨리 서버를 구해서 독립하지 않으면 서비스를 강제 종료할 수밖에 없다는 최후통첩이 왔다.

    학생들의 창업을 독려하는 것이 스탠퍼드 대학교의 기풍이긴 했지만, 그것도 정도가 있는 것이다. 게다가 학교에서 봤을 때 둘의 사이트는 이미 성공한 거나 다름이 없었다. 적당한 투자자를 잡아서 서버만 대량으로 구축하면 끝나는 거 아니겠는가.

    오죽하면 학교에서는 투자자를 모으는 게 어렵게 느껴진다면 대신 모집해주겠다는 제안까지 했을 정도다.

    이미 유재원이라는 대어를 물은 둘에겐 택도 없는 소리였지만, 서버 때문에 고생이라는 건 분명했다.

    “그러면 계약서를 볼 수 있겠습니까?”

    계약금이란 소리에 얼어붙은 제리 대신 데이비드가 나섰다.

    “그럼요. 간단하긴 한데 꼼꼼히 보세요. 근데 여기서만 보셔야 해요. 이것도 기업 비밀이니까요.”

    유재원은 서류 가방에서 법무실이 만들어 준 계약서 한 부를 꺼내 둘에게 줬다.

    계약서는 겨우 3장짜리였다. 보통 보험 하나 가입할 때 작성하는 계약서를 보면 웬만한 책 한권 두께를 자랑할 정도였고, 글씨 크기도 깨알만큼 작았다. 물론 그건 보험 계약이니 따져야 할 게 많아서 분량이 많아 기긴 했는데, 그래도 다른 보통 기업들에 비해서 ID 그룹의 계약서는 분량이 적은 건 분명한 사실이다.

    꼭 필요한 내용만 꾹 눌러 담았기 때문이다.

    제리와 데이비드에게 내준 계약서도 마찬가지다. 제일 중요한 넥스트컴이 둘의 검색엔진을 사용하는 기간 그리고 사용 요금에 대한 것이 제일 컸다. 또한 검색엔진의 관리와 파생되는 데이터의 소유권에 대해서도 명시가 되어 있다.

    사용자들이 입력하는 검색어는 넥스트컴의 것이고, 검색엔진의 검색 봇이 수집한 데이터는 제리와 데이비드의 소유라는 것도 명시했다. 두 가지 데이터가 만나서 파생되는 메타 데이터는 공평하게 서로 복사해서 보유하기로 했다.

    또한, 검색엔진이 돌아갈 서버의 하드웨어 관리는 넥스트컴에서 하고 검색엔진의 유지보수는 제리와 데이비드가 하는 내용도 명시되어 있다.

    당연히 검색엔진의 소유권은 제리와 데이비드에게 있으며, 서로가 원할 경우 계약은 자동 갱신되고, 사용료는 사용자들의 반응과 사용량에 따라 다시 계산하기로 했다.

    이미 대기업인 넥스트컴캐스트와 이제 막 시작한 스타트업인 제리와 데이비드 사이의 협상력이란 하늘과 땅 차이임에도 매우 공평하게 작성된 계약서였다.

    그렇지만 둘에겐 이러한 조건들은 바로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모양이다.

    “음, 즉시 지급되는 계약금은 1년 사용료의 20%이고, 나머지 80%는 매 분기마다 나눠서 총 4회에 걸쳐 지급한다는 거네요?”

    “그런데 사용료 부분이 빈칸인데요?”

    역시 둘이 가장 먼저 챙겨 본 것은 사용료 부분이었다.

    “네, 사용료를 우리가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는 없잖아요. 이 자리에서 결정한 다음 빈 칸에 써 넣고 도장을 찍으면 확정 되는 거예요. 수표책을 가져왔으니 계약이 체결되면 이 자리에서 바로 드릴게요.”

    유재원의 설명에 제리와 데이비드는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진득한 긴장감도 바로 올라왔다. 그도 그럴 것이 둘이서 거의 1년 동안 머릴 맞대고 만들었던 작품인 인터넷 가이드의 가치 평가가 지금 이 자리에서 이뤄지니 긴장하지 않을 길이 없었다.

    재미있는 건, 유재원이 오기 전까지 열심히 1번 제안이었던 지분 투자를 받는 게 더 낫지 않겠느냐고 따졌던 일은 순식간에 뇌리에서 사라져버렸고, 인지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긴장하실 거 없어요. 제가 두 분의 작품을 사는 사람이니 먼저 금액을 제시할게요. 마음에 들면 사인하시는 거고, 아니라면 금액을 맞춰 가는 거죠?”

    유재원은 능숙한 말로 협상을 주도했다.

    제리와 데이비드는 유재원의 말에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교수님 연구소에서 막 나오던 유재원을 불러 세웠을 때, 두 사람은 유재원을 쉽게 생각했다. 아무래도 그냥 겉으로만 보이는 면면을 보면 전문적인 이야기로 치고 들어가면 투자를 쉽게 받아낼 걸로 봤다.

    누구나 그럴듯한 계획은 있는 법이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유재원의 페이스에 휘말린 둘은 열심히 만든 시나리오를 한 마디 꺼내지도 못했다.

    제리와 데이비드는 유재원이 얼마를 말할 지 그저 두근거린 심정으로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약간의 정적이 흘렀다.

    불편해질 법도 한데 유재원은 그 정적을 즐기며 커피를 한 모금 마시기까지 했다. 무척이나 자연스러운 태도였다.

    “1년에 300만 달러 어떠세요?”

    그렇게 집중도가 정점에 이르렀을 때, 유재원은 자연스럽게 액수를 말했다.

    귀를 기울이던 제리와 데이비드로부터 후웁 하는 숨 들이마시는 소리가 크게 났다. 뭐지? 유재원이 듣기에 반응이 좀 애매했다. 적다는 건지 많다는 건지 도통 알 수가 없다.

    물론 유재원의 입장에선 매우 헐값이긴 했다.

    제리와 데이비드의 인터넷 가이드는 그냥 뒀으면 야후라는 포털 사이트로 발전될 사이트였다. 현재 인터넷 포털 사이트는 원조인 넥스트컴과 넥스트컴을 따라하는 후발 주자들의 경쟁 체제였다.

    넥스트컴을 넘볼만한 자본이나 기술을 가진 곳은 아직 등장하진 않았지만, 야후가 등장하면 모르는 거다. 그런 야후를 넥스트컴의 검색엔진으로 한정할 수 있다면 300만 달러는 싸게 막는 거다. 여기에 보다 강화된 검색엔진 탑재로 넥스트컴이 얻게 될 이익을 따지면 유재원이 남는 장사다.

    “음, 생각하시던 금액이 아닌 모양이죠?”

    “아, 그게!”

    “그러면 400만 달러.”

    제리가 뭐라고 말하기 전에 유재원이 100만 달러를 더 높였다.

    “이게 넥스트컴이 낼 수 있는 최선입니다.”

    일반적인 협상의 기술에서는 기대했던 것 이하로 말하고 점차 가격을 높여주는 게 보통이다. 그렇지만 유재원은 이 둘에게까지 그런 방식을 사용하기엔 미안했다. 자신의 등장으로 앞날이 불확실해졌으니 뭐라도 챙겨 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마음을 표현하는 데 있어 돈만큼 확실한 건 없다. 더욱이 유재원이 가진 개인 재산은 100만 달러의 추가 지출 정도는 거뜬히 감당하고도 남을 정도였다.

    “우와! 400만이라니!”

    “좋습니다! 아주 좋습니다!”

    둘은 조금이라도 늦게 말하면 제안이 사라질 거라고 착각한 모양인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동시에 콜을 외쳤다.

    사실 둘에게 300만 달러도 예상치를 훌쩍 뛰어 넘은 금액이었다.

    일주일 동안 제리와 데이비드 사이에 끊임없는 토론이 생긴 건, 사용료로 100만 달러를 부를지 말지를 두고 일어난 것이었다. 심지어 둘 다 100만 달러를 다 받을 거라고 생각도 안 했다.

    제리는 100만 달러를 질러놓고 가격을 낮춰가면서 협상을 해보자는 쪽이었고, 데이비드는 그렇게 세게 부르면 협상 자체가 깨질 거라는 쪽이었다. 둘 사이에 합의점이 나오지 않다 보니 차라리 지분을 팔자는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다.

    그런데 처음부터 300만이 나와 버렸다.

    사고회로가 순간 정지되는 건 당연했다. 심지어 거기에서 그치는 것도 아니고 100만이 더 올랐다. 제리나 데이비드 둘 다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사람인지라 100만 단위의 돈은 그저 많다는 느낌뿐이었다.

    현실감이 순간 날아가 버렸지만,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는 생각은 강하게 들었기에 둘 다 동시에 좋다는 말이 나왔다.

    유재원까지 모두 동의한 것이니 계약 체결은 순식간에 이뤄졌다. 사용료 금액에 400만 달러가 명시되었고, 서명란에 각자의 사인이 모두 들어갔다. 같은 서류를 2개 더 꺼내 똑같은 일을 반복했다.

    보통은 2부인데, 공증을 받기 위해서 한 부를 더 만든 것이다.

    “그러면 계약금을 드릴게요.”

    유재원의 말에 뒤에 시립해있던 김대석이 수표책을 전해줬다.

    평소엔 신용카드만 쓰던 유재원이었으니 수표책을 써보는 건 처음이지만, 어려운 건 아니었다. 금액란에 사용료의 20%인 80만 달러를 기입하고, 돈을 받을 사람인 제리와 데이비드의 이름을 넣은 후에 자신의 서명과 사인을 하면 끝이다.

    “HSBC에서 발행된 수표책이니, HSBC에 가면 바로 현금을 받을 수 있을 거예요.”

    계약서 하나와 수표 한 장을 받은 제리와 데이비드는 얼떨떨한 표정이다.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은 모양이다.

    “최대한 빨리 준비를 하시고 검색엔진 소스와 데이터베이스를 넥스트컴에 보내주세요. 그날 바로 넥스트컴 사이트의 검색엔진이 두 분이서 만든 걸로 바뀌고, 그날이 1년 계약의 시작일이 될 거니까요.”

    “예? 아, 예!”

    “그나저나 검색엔진 이름은 정하셨어요? 마케팅을 하려면 제대로 된 이름이 있어야 하는데 말이죠. 제리와 데이비드의 인터넷 가이드라는 이름이 나쁘다는 건 아닌데, 아마추어적인 느낌이 좀 강하잖아요.”

    “아, 그렇습니까?”

    수표를 이리저리 돌려보던 둘은 유재원의 지적에 둘은 곤란한 표정이 되었다. 임시로 붙인 인터넷 가이드 대신 제대로 된 네이밍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는데, 제대로 고민하진 않았던 탓이다.

    검색엔진 개량과 서버 문제, 최근엔 유재원의 투자 문제까지 중요한 문제들이 쏟아지고 있어서 이름을 정하는 건 후순위에 놓일 수밖에 없었다.

    “혹시 정해진 게 없다면 제가 추천해드릴까요? 야후 어떠세요?”

    유재원은 스트레이트다.

    넥스트컴과 정식 계약을 하게 되었으니 제대로 된 이름이 필요할 테고, 그러면 당연히 야후가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자신의 개입으로 흐름이 틀어졌으니 야후라는 이름이 붙여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예 본인이 직접 제안해버렸다.

    “음, 걸리버 여행기에 나오는 단어죠? 난 좀 이상한데?”

    “아니야. 느낌이 있어. PR할 때 유 회장님 이름 팔고 다닐 수도 있잖아.”

    “어? 그러네?”

    제리와 데이비드는 사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유재원의 제안을 바로 수용했다. 혹시나 싫다고 할까봐 살짝 걱정했던 유재원은 둘의 반응에 안도했다.

    “다른 이야기는 없지요?”

    이후 유재원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성공적인 계약 후에 뒤풀이를 하는 건 미국에서도 보편적인 일이긴 한데, 제리와 데이비드는 잘 노는 성격도 아니었고 당장 할 일도 많았다. 유재원도 남은 일이 있었기에 굳건한 악수를 하는 것으로 미팅을 마쳤다.

    성공적인 미팅이었다.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온 유재원은 곧장 컴퓨터 앞으로 직행했다. 외출할 때 켜놓고 나갔던 터라 부팅은 필요 없었다. 모니터만 켜면 끝이다.

    “역시!”

    출발하기 전 텅 비었던 전자 우편 함에는 스팸메일을 다 제거하고도 새로운 편지들이 10개 넘게 남아 있었다. 하지만 챈들러의 자유소프트웨어에 보냈던 전자 우편의 답장은 없었다. 발송 기록을 보면 편지를 읽어 본 건 몇 시간 전으로 나와 있었는데도 답이 없는 것이다.

    “어째 이런 쪽은 예상을 빗나가지 않는다니까.”

    투덜거린 유재원은 행동을 시작했다.

    그간 열심히 만들었던 DDOS 프로그램을 실행했다.

    데이터센터, ID 그룹 네트워크 그리고 유재원이 힘을 뻗칠 수 있는 여러 단체가 보유하고 있던 유휴 상태의 컴퓨터들이 유재원의 실행 명령에 즉각 반응했다. 순식간에 수천 대의 컴퓨터들이 챈들러의 자유소프트웨어 사이트에 접속해 트래픽을 폭발시켰다.

    모니터링을 위해 띄워 둔 ID 웹브라우저가 조금 버벅거리던가 싶더니, 이내 대량의 접속 때문에 지연된다는 메시지가 나왔다.

    시간이 지날수록 메시지는 조금씩 변했다. 잠시 후엔 타임아웃 메시지가 나오더니만, 급기야 인터널 서버 에러 메시지가 나왔다. 서버 컴퓨터가 다운된 것이다.

    챈들러의 자유소프트웨어에 대한 공격뿐만이 아니라 유재원은 다른 와레즈 사이트도 공격했다. 거기는 누구나 자유롭게 자료를 올릴 수 있는 방식의 와레즈였기에 방식을 조금 바꿨다. 바로 페이크 파일을 대량으로 올리는 방법이었다. 서버의 저장용량을 순식간에 바닥내면서 도배를 통해 파일 공유를 어렵게 하는 것이다.

    “채찍질은 적당히 한 거 같고, 이젠 당근도 들어줘야겠지.”

    유재원은 무조건 채찍만 들 생각은 없었다. 누구나 혹할 당근도 진작 준비했다.

    바로 세일 폭탄이다.

    넥스트컴 안에서 유료로 소프트웨어를 팔았던 섹션을 별도의 사이트로 독립시킨 다음, 이를 기념한다고 파격적인 세일 행사를 시작했다.

    심지어 출시된 지 좀 된 몇몇 소프트웨어는 무료로 풀기까지 했다.

    키보드 워리어와 울펜슈타인이었다. 아직 즐기는 사람이 제법 남아 있는 소프트웨어였지만, 과감히 무료로 풀었다. 둠1의 경우엔 75% 할인이라는 파격적인 할인율을 선보였고, 최신판인 둠 2는 50%할인 행사를 시작했다.

    또한, ID 엔터테인먼트 소속인 게임사들이 출시한 게임도 비슷한 수준의 행사를 개시했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물량 공세였다.

    ============================ 작품 후기 ============================

    추천과 리플, 선작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원고료 쿠폰, 후원 쿠폰도 너무 고맙습니다!!!

    주말이네요~!

    잘 보내시고, 다음 주에 다시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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