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294화 (294/1,007)

00294  그레샴의 법칙  =========================================================================

누군가에게 이런 상황은 무척이나 곤란했을 거다. 정의로운 일을 하는 데 조그만 티끌하나 묻으면 큰일 나는 줄 아는 사람들이라면 화를 버럭 내면서 자리에서 일어나고도 남았다.

유재원은 아니었다.

비록 비즈니스를 하는데 있어 보통의 기업과 차별화되는 윤리 의식과 환경 보호를 강조하고 있기는 하다. 도덕책에서 배운 그대로 의심 없이 행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하는 게 21세기 들면 커다란 강점이 되어줄 거라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올바른 게 곧 커다란 힘이 될 때가 곧 온다.

그렇지만 선의가 있으니 잘될 거라고 나이브하게 생각한다거나, 조그만 티끌 하나 묻는 게 두려워서 극도의 결벽증을 보이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다 망한 사람들 많이 봤지.’

윤리적으론 옳지 않다. 그런데 역사가 증명해주는 것은 때로는 구정물이 튀는 걸 감수해야 할 순간이 있다는 것이다.

바로 지금과 같은 순간이다.

엄밀히 따졌을 때 김&정 법무법인이 진행 중인 위안부와 강제 징용 등의 일제 피해자 배상 소송에서 김영철의 도움은 필요 없는 게 맞다. 어떤 법적 논리를 들이대더라도 일제 피해자들에게 일본 정부와 전범기업에 면죄부를 줄 수 없으니까.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원고인 피해자들에게 패소 판정이 나왔고, 이를 뒤집기까지 엄청난 시간과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필요했다.

사법부라는 곳이 대다수 국민들의 법 상식과는 동떨어진 형태로 운영되고 있기에 일어난 참사였다. 이러한 모습을 유재원은 뉴스로 보기도 했고, 직접 체험하기도 했던 당사자였다. 덕분에 유재원은 사법부를 지배하는 논리는 힘 있는 자들의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번엔 다를 줄 알았다.

하지만 긍정적 결과를 내줄 거라고 기대했던 1심 판결이 기약 없이 늦춰지면서 역시나 달라진 걸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면 이 사태를 그냥 보고만 있어야 하나? 그러지 않기 위해 워싱턴 DC까지 날아온 게 아니던가. 김 대통령에게 직접 문의도 하고 부탁도 하려고 말이다. 그러니 김영철이라고 똑같은 일을 못할 이유도 없다.

결론이 도출되자 유재원은 즉각 입을 열었다.

“오? 정말요? 거기까지 신경을 써주신다 하시면 저야 고맙죠. 그러면 전 총리께도 잘 말씀을 드려 볼게요.”

“역시 유 회장이오.”

조금 긴장의 눈빛이었던 김영철은 바로 반색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자리를 요청한 김영철은 미국에 와서 유재원의 존재감이 한국에서 어림대중으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크다는 걸 실감했다.

광고 단가가 비싸기로 유명한 타임스퀘어에 ID 그룹의 로고가 떡하니 붙어 있었고, 전광판의 움직이는 광고에도 넥스트컴캐스트니 안드로이드니 하는 ID 그룹의 대표 상품들이 끊이지 않고 흘러 나왔다.

미국 정계에서도 유재원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심지어 텔레비전을 틀었을 때는 시큐리티 챌린지에서 이어진 1억 달러의 기부에 관한 뉴스가 나왔다.

그걸 보고 무릎을 탁 쳤다.

엄청난 기부로 명성도 얻으면서 동시에 자기 회사에 이용자들을 끌어들이는 방법이 보통이 아니었다.

이러한 평가는 호텔 프라이빗 미팅룸에서 유재원이 경호원의 제지에 확 돌아섰을 때 깜짝 놀랐다. 식겁했다고 해도 전혀 과장이 아닐 정도다. 본인의 경호원이 그런 해프닝을 만들 줄은 예상도 못했던 김영철이었다.

전재준을 가지고 콩고물 좀 주워 먹어보겠다고 괜히 나선 것 같다.

전재준이 개인적으로 주는 것뿐만이 아니라, 그를 여의도로 불러와서 친 민정당파로 만들고 통일 국민당에 균열을 내보겠다는 다목적이 깔린 미팅이었는데, 저렇게 미련 없이 가버리면 낭패였다.

이런 상황에서 유재원의 고맙다는 말을 들으니 비로소 긴장이 풀리는 김영철이었다.

“꼭 좀 부탁해요. 말이 되지도 않는 이유로 질질 끄는데, 도통 이해를 못하겠더라고요. 게다가 최근엔 우리가 패소할 거라는 말까지 돌아서 힘이 쭉 빠지고 있었거든요. 김 소장님이 나서 준다니 천군만마를 얻은 것 같네요.”

유재원은 김영철에게 칭찬도 남발했다.

당연히 의도가 다분한 칭찬이다. 만에 하나 패소라도 떨어지면 김영철도 심한 부담을 느끼라고 하는 소리였다.

다음 날.

뉴욕에서 일정을 마친 유재원은 워싱턴 DC로 이동했고, 호화로운 의전에 몸을 맡겼다. 유재원은 김 대통령의 손님이기도 했지만, 클린턴 대통령과의 친분도 상당했기에 유재원에 대한 대접도 덩달아 좋아졌다.

무엇보다 김 대통령의 방미 행사도 전보다 격상되었다. 전생에는 그냥 공식 방문 정도였다면 이번엔 클린턴 대통령의 초청에 의한 국빈 방문이라서 더욱 성대한 행사로 준비되었다.

유재원은 정상회담 이후 만찬에 참석해 한국과 미국의 우호를 상징하는 존재가 되었다. 미국에선 아메리칸 드림이 아직도 현재 진행 중임을 알리는 상징이었고, 한국에는 625전쟁 후 잿더미에서 시작한 한국이 최첨단 IT분야를 선도한 기업인을 배출했다는 자부심이 되었다.

덕분에 여기저기 불려 다니는 일이 많았지만, 유재원은 전혀 귀찮지가 않았다.

만찬행사에 초대된 사람들의 면면은 다들 대단한 사람들이라 이들과 친분을 다져 놓는 건 사업적으로도 매우 바람직한 일이었다.

물론 이번 초청행사에 참석하게 된 가장 큰 이유인 김 대통령과의 면담도 빼먹지 않았다.

김 대통령은 아직도 유재원에 대한 감정이 상당했던 모양인지 처음엔 좀 툴툴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삼당합당이라는 정치적 결단(?)이자 야합을 감행한 건 대통령 자리를 위해서였다. 그렇게 강력한 정계개편을 치르고 난 후유증은 대단했다.

민주화 운동을 하던 동지 대부분이 등을 돌렸고, 배신자 취급까지 당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어렵사리 탄생한 민정당은 첫 총선에서 과반 득표에 실패했다. 통일 국민당의 급격한 부상 때문이었다.

급조된 통일 국민당의 성공은 김 대통령이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었다. 그리고 여기에 유재원의 강력한 지원이 있었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었다. 텔레비전에 통일 국민당 CF가 나온 것을 봤을 때 당시 김 대통령도 눈을 떼기 힘들었을 만큼 매력적이었으니 말이다.

이걸 보고 설마 했는데, 설마는 진짜가 되었다.

전명헌의 돌풍이 대선까지도 이어진 것이다. 당의 분석은 한국엔 냄비 근성이 심하니 대선까진 이어지지 않을 거라 했는데, 완전히 빗나가고 말았다.

더욱 김 대통령을 마음 졸이게 한 건 아들 김영철이 운영하는 중앙여론조사연구소에서 따로 올려 보내는 일간 여론조사 보고서였다.

예전 총선을 치를 때, 당에선 압승을 할 거라고 장담했던 와중에 유일하게 참패할 거라고 예측했기에 김 대통령의 신뢰는 대단했다.

그런 김영철의 대선 여론조사 보고서에서 위험이 감지된 것이다. 총선 이후에도 무서운 기세로 따라 붙던 전명헌이 급기야 대등한 수준까지 올라온 것이다.

천만 다행으로 전명헌의 건강 이상 때문에 상승세가 크게 꺾였고, 바로 딜을 치고 들어간 덕에 자진사퇴를 유도할 수 있었지만, 그대로 달렸으면 본인의 대권이 위험했었다.

위험은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총리직을 내주고, 국회 권력 일부도 통일 국민당과 공유하고 있는 불안전한 형태였기에 전명헌과 유재원을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너무도 불안해서 미국 방미를 핑계로 유재원의 의중을 떠보기 위한 자리를 만들어진 것이다. 이 자리에서 유재원은 김 대통령과 날을 세울 수도 있었지만, 큰 그림을 위해 뒤로 미루었다. 대신 무척이나 공손한 태도로 김 대통령을 대했다.

정신적 나이는 유재원이 조금 더 많았지만, 액면가를 따지면 한참 어린 것이라서 전혀 어색한 모습은 아니었다.

“대통령님께 궁금한 게 하나 있습니다.”

이쯤하면 됐다고 생각한 유재원은 드디어 본론을 꺼낼 수 있었다. 원래 성격이라면 대화가 시작되기만 하면 바로 본론으로 직행했을 텐데, 상대가 상대이다 보니 한참이나 늦어졌다.

“그 일제 사건에 관한 거라면 어제 들었습니다. 본인도 당연한 결과가 있는 건을 두고 법원이 이렇게 시간을 끄는지 모르겠습니다. 귀국 후에 잘 알아볼 테니, 유 회장은 안심하세요.”

게다가 어제 만났던 김영철이 뭔가 좋은 말을 해주었던 모양인지 유재원이 본론을 꺼내기도 전에 답을 했다.

역시 어제 김영철을 만난 건 헛수고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덕분에 번거로웠던 동부 출장이었지만 결과는 확실하게 얻었다.

대신 유재원도 김 대통령으로부터 확답을 들은 이상 만찬이 끝난 직후 숙소인 호텔로 돌아와서 전명헌에게 통화를 했다.

전재준의 사면(?)을 부탁하기 위해서다. 전명헌은 아직도 전재준에 대한 미움이 남았던 모양인지 그다지 내키지 않으셨다. 이 정도 벌로는 전재준이 철들지 못할 거라는 말이 나왔다. 오히려 유재원이 추궁을 받았다.

갑자기 전화해서 전재준을 용서해달라는 이유에 대해 정확히 물어보셨기에 김영철과의 일도 말씀을 드렸다.

전명헌은 잘 알겠다고 하고는 이야기의 주제를 다른 것으로 넘겼다. 전재준의 처분이 앞으로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겠지만, 유재원은 김영철의 부탁을 확실히 들어주었다.

다음 역시나 주제는 정치였다. 당연히 조금 전 끝난 한미정상회담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후 정치 상황은 어떻게 변할 거 같으냐?

“흠, 제가 점쟁이도 아닌 데 그걸 어떻게 아나요?

-틀려도 아무 말 않을 테니 네 생각이나 좀 말해 다오.

“알겠어요. 상식선에서 따져 보자면 남북 정상회담에 지지를 받는 대신, 미국에도 뭔가를 줘야겠죠. 이를테면 한미 FTA의 조기 협상 시작이나 쌀시장 개방 같은 거요. 아마 단독회담에서 클린턴 대통령이 김 대통령에게 상당한 압력을 넣었을 거예요. 그래도 일방적인 요구만 하진 않았을 거예요. 남북회담에서 김 대통령이 북한에 보여줄 보폭도 크게 늘어났고, 남북 경협에 대해서도 지지를 받았을 거라고 봐요.”

일단 엄살을 부리고 이야기를 시작하는 유재원이다.

김영삼 대통령과 김일성의 남북정상회담은 이전엔 성사되지 못했던 초대형이벤트인지라 상상의 영역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역사에 기반을 둔 예측을 했다. 한미 FTA나 쌀시장 개방은 당시 엄청나게 큰 정치적 동요를 불러오는 사건이었다.

특히 지금처럼 국회나 대학에서 운동권의 힘이 컸을 때는 실제 보다 훨씬 더 과장된 공포감이 조성되어서 제법 커다란 파도를 일으켰다.

-오! 그렇구나. 쌀시장 개방이랑 한미FTA라. 김 대통령이 머리가 좀 아프시겠다. 그나저나 클린턴 대통령의 경협 지지라니. 괜찮은 소리구나.

FTA와 쌀시장에 대해선 남의 일처럼 듣는 전명헌이었다. 대신 본인이 듣기 좋은 남북 경협에 대해선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아, 그런데 할아버지.”

-왜 그러느냐?

“북한 투자는 좀 냉정히 보시고 움직이세요. 남들이 움직이고 나서 움직이셔도 전혀 느린 게 아니라고 봐요.”

이쯤해서 우려의 말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전명헌은 북한 투자에 대한 장밋빛 환상을 가지고 있지만, 그게 그렇게 마냥 좋은 건 아니었다. 북한에 투자했다가 쫄딱 망한 회사가 한둘이 아니다. 심지어 이전 생에서 미래 그룹도 크게 손해를 보았다.

-흠, 그러냐?

아쉽게도 유재원의 위기감은 전명헌에게 제대로 전해지지 못한 모양이다. 유재원도 이보다 더 강하게 말할 수는 없었다. 목소리에 힘을 싣기 위해서는 근거가 필요한데 아직은 말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전명헌과 통화를 마친 유재원은 바로 침대로 가서 눈을 감았다. 보통이라면 컴퓨터를 좀 하다가 잠이 들었겠지만, 어제 오늘 심력을 쓰는 일이 많아서 피곤했기에 바로 잠에 떨어졌다.

유재원은 다음 날 바로 샌프란시스코로 돌아왔다.

한미정상회담 일은 어제로 끝났고, 이제는 자신을 위한 일을 할 때였기 때문이다. 임대이긴 해도 전용기가 있어서 이동도 수월했다.

참고로 유재원이 당분간 쓸 일 없는 전용기는 직위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이용권이 발부된다고 한다. 아마 출장이 잦은 임원들이 제일 많이 쓸 것이고, 정보팀도 심심치 않게 사용할 거라고 했다.

여기에 유재원은 전용기 사용을 요청할 수 있는 사람들에 하나의 팀을 추가했다. 바로 유재원이 사적으로 결성한 스페셜 팀이다. 그들의 임무는 일본이 필사적으로 소거하고 있는 일본제국주의 시절 만행의 증거를 수집하는 일인데, 자연스럽게 이동 거리가 많았다. 전용기가 있으면 그들이 일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해줄 거다.

이렇게 주변을 정리한 유재원은 오랜만에 평범한 일상을 시작할 수 있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샤워를 하고, 간단한 아침밥을 먹은 후에 서재의 컴퓨터 책상에 앉는 일이었다. 책상 밑에 놓인 본인이 직접 조립한 커스텀 컴퓨터의 전원을 발가락으로 켜는 것도 잊지 않았다.

뉴에그2가 개인용으로는 최고의 사양을 자랑하고, 디자인도 좋긴 한데 전문가의 영역에서 일을 보는 유재원에겐 부족한 게 많았다.

명색이 ID 그룹 회장이니 책상 위에 뉴에그2가 놓여 있긴 해도, 실무에 사용하는 건 직접 조립한 커스컴 컴퓨터다. CPU가 무려 4개가 꽂히는 서버용 보드에 메모리 용량도 512메가에 이르고, 하드디스크의 용량도 8기가나 되는 초고성능 컴퓨터다.

운영체제도 안드로이드 엔터프라이즈 버전이 설치되었는데, 하드웨어 스펙에 맞게 별도의 튜닝을 해주었다.

그럼에도 아직 유재원은 만족을 몰랐다. 일단 느린 부팅 속도와 느린 로딩 속도가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스카시 방식의 하드디스크를 레이드로 묶어서 최대한 빠른 전송속도를 구연했지만, 21세기 초에 나왔던 SSD를 따라가기엔 멀었다.

미래전자 제2공장에서 플래시 메모리칩이 나오고 있으니 억지로 SSD를 만들 수도 있었다. 하지만 SSD 제어를 담당할 AP는 이제 겨우 개발을 시작했다. 게다가 플래시 메모리칩의 집적도가 낮아서 대용량을 만든다고 하면 메인보다 더 큰 물건이 나오기에 몇 년 만 더 기다리기로 했다.

컴퓨터의 부팅이 끝나니 알람이 여러 번 울렸다.

이젠 놀라지 않는 유재원이다. 오히려 이제 알람이 없으면 오히려 불안해지는 지경이었다. 유재원은 화면에 뜬 알람을 차례대로 정리했다. 그러다가 눈에 확 들어오는 게 있었다.

“오! 제리로부터 답장이 왔네!”

저번 주에 있던 미팅 중에 가장 뜻깊었던 것이 제리, 데이비드와의 만남이었다. 둘이 어떤 선택을 할 지 기다리고 있었는데, 드디어 답이 온 모양이다.

유재원은 곧장 이메일을 열었다.

“분량 봐라.”

유재원이 친구들이나 지인들과 이메일을 주고받을 때 쓰는 분량은 길어 봐야 대여섯 줄 정도였다. 업무적인 보고를 받을 땐 첨부 파일로 상당한 분량의 보고서나 자료가 첨부되긴 한데, 대여섯 줄이면 웬만한 의사소통은 끝이다.

-우리의 선택은 두 번째입니다. 언제든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제리가 보낸 메일은 딱 두 문장이었다.

역시 스탠퍼드의 괴짜들 아니랄까봐 딱 필요한 말만 담았다. 분명 선택하기 전에 엄청나게 많은 이야기가 오갔을 텐데, 그건 쏙 빼고 핵심만 담았다.

“그럴 줄 알았지.”

동시에 제리와 데이비드의 선택은 유재원의 의도와 완벽히 부합했다.

사실 유재원은 제리와 데이비드의 인터넷 가이드에 대한 지분 투자는 그다지 생각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둘이 만든 검색 사이트는 검색 봇이란 혁신을 담고 있었지만, 유재원이 바라보는 것은 그 이상이었다.

검색 봇이 등장했으니, 다양한 알고리즘이 적용되면서 훨씬 효율적이고도 정확한 검색 봇을 만드는 경쟁이 시작될 것이다. 또한 사용자들이 입력한 검색어를 바탕으로 파생된 다양한 응용법도 나타날 거다.

제리와 데이비드가 이전보다 진화했기에 앞으로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이 높긴 한데, 아직 증명된 건 아니다.

그렇기에 넥스트컴의 검색엔진으로 사용하면서 제리와 데이비드의 검색엔진 개량 실력을 지켜본 후 결정하고 싶었다.

그러면 처음부터 넥스트컴의 검색엔진 계약을 말했으면 될 텐데, 굳이 지분 투자를 먼저 이야기한 건, 바로 스탠퍼드와 실리콘밸리 등등에서 태동할 수많은 예비 창업자들에게 가능성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대박 아이템을 가진 사람들이 유재원을 찾아와 퍼텐셜을 터트리는 공식이 정착되는 것!

그렇게만 되면 유재원은 어색하기 그지없는 억지 인연들을 만들 필요도 없이 앉은 자리에서 대박 아이템만을 골라잡을 수 있게 된다.

유재원은 곧장 답신을 보냈다. 오래 기다릴 것 없이 오늘 오후에 학교 카페에서 보자고 말이다. 짧은 이메일 발송을 완료한 유재원은 다음 안건으로 넘어갔다.

-와레즈 대응 방안 법률 검토 완료.

제목만 봐도 법무실장 앨런이 보냈다는 걸 알 수 있는 이메일이었고, 유재원은 지체없이 바로 열었다.

내용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유재원이 말했던 과격한 방법 중 상당수는 연방법 그리고 각 주법의 검토 결과 시행해도 문제가 없다는 보고였다.

불법으로 문제가 되는 건 딱 하나, 악의적인 컴퓨터 바이러스를 대량으로 유포하는 것이었다.

역시 그건 문제가 될 줄 알았다. 대신 나머지 방법들에 대해선 OK가 난 것이나 다름이 없으니, 유재원은 바로 행동을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추천과 리플, 선작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원고료 쿠폰, 후원 쿠폰도 완전 감사합니다~!!!

이전 편에 달아주신 소중한 리플을 모두 읽어 보았습니다. 응원과 비판, 조언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독자 님께서 무얼 우려하시는 지 잘 알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미 결말까지 완성된 스토리의 흐름을 멋대로 막 바꾸는 일은 없을 겁니다. 다만 저의 가장 큰 단점이 설명이 길다는 것인데 그걸 최대한 억제해서 빠르게 진행하겠다는 말이었습니다.

그리고 일성 반도체 공장의 백혈병 건을 그냥 두고 보고 있는 것이 이상하다는 의견이 유독 눈에 보였습니다.

당연히 끝까지 그런 태도를 유지하진 않을 겁니다.

훼리호 사건도 과격하게 방지하지 않습니까. 그런 주인공인데 그 사건을 그냥 두고 보진 않을 겁니다.

이미 이전 편에서 떡밥도 깔아 놓았습니다.

스탠퍼드 루실 팩커드 어린이 병원에 입원한 백혈병  어린이에게 기부금을 전달한 행사였지요.

기왕 이렇게 되었으니 더 설명을 드리자면, 본격적인 개입 시점은 주인공의 덩치를 더 키우고, 한국에서 선진국병이 막 터지기 시작하는 때로  잡아 놓았습니다. 지금 이루어 놓은 것도 대단한 크기이긴 한데, 한국서 여포 메타를 시전하기엔 아직 부족한 게 사실이니 말입니다.

그렇기에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합니다.

그러면 언제냐? 현실이었다면 IMF와 함께 개입이 있었겠지요. 다만 제 글 속에선 2,3년 정도 시간 가속이 이뤄진 상태이니 94년 말, 95년부터??라고 예상합니다. 계획했던 것과 실제 글이 다르게 나오는 경우가 많아서 확답을 드리진 못하지만, 그때가 되면 소개 글에 명시되어 있는 대 재벌 해체 전문가의 면모를 확실히 보여드릴 수 있을 겁니다.

이런 이야기들은 작가의 말 대신 본문에서 부드럽게 보여드려야 했는데, 제 실력이 부족해서 혼란을 드렸습니다.

깊은 사과드립니다.

앞으로는 더욱 열심히 집중해 글을 쓰겠습니다. 응원을 해주시면 더욱 잘 할 것 같네요. 많은 성원 부탁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