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291화 (291/1,007)

00291  그레샴의 법칙  =========================================================================

유재원이 미국에 돌아온 건 11월 11일이었다.

숫자만 보면 지인들, 특히 티파니에게 빼빼로 과자를 돌려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 날이지만, 실제로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목요일이었다.

비서실에선 미리 공항에 나와 기다리고 있었고, 레밍턴과 같은 회사의 고위 임원들과는 통화로 입국을 알렸다. 티파니의 경우엔 입국 당일 만나서 한국에서 가져온 소소한 기념품을 전해주기도 했다.

역시 생각대로 아기자기한 선물에도 티파니는 환하게 웃으며 좋아했다. 선물들에 대한 보답도 키스로 즉각 돌아왔다.

“자기야, 놀라지 마라.”

“응? 무슨 일인데?”

“레드핵이란 해커 있었잖아.”

“아, 레드핵! 깜빡하고 있었네. 그런데 왜?”

“죽었대.”

심지어 유재원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충격 소식까지도 전해줬다.

레드핵은 유재원의 컴퓨터에 최초로 악성코드를 띄우는 데 성공했던 해커였다. 그 악성코드라는 게 사람 놀래키는 사진 하나가 전부였지만, 다양한 방면으로 응용이 가능했던 코드였다. 덕분에 ID 톡이나 ID 웹브라우저에서 그림파일 처리에 있었던 취약점을 빠르게 수정할 수 있었다.

그런데 죽었다고?

예전에 티파니가 레드핵의 IP를 물어봤던 기억이 그제야 났다. 유재원은 별 생각 없이 후보 IP 몇 개를 말해줬는데, 알고 봤더니 스스로 추적을 했던 모양이다.

프락시 서버를 이용했으니 웬만한 수단으로는 추적이 불가능했을 거고, 분명 합법적인 수준을 뛰어 넘는 테크닉을 활용했을 것 같다. 티파니도 컴퓨터에 대해 일반인보다 더 잘 다루는 전문가였고, 어쩌면 취미생활로 해킹을 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렇게 레드핵의 단서를 찾은 티파니는 ID 그룹 정보실에 제보를 했다고 한다. 티파니는 ID 그룹에서 아무런 직책도 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유재원과 사귀고 있다는 거 하나로 티파니의 제보는 무시할 수 없는 일이 되었다.

정보실에서 레드핵 추적 팀은 매우 축소된 상태였다. 불법적인 일은 저지를 수 없으니, 유재원은 레드핵 추적에 대한 생각을 거의 접은 것이다. 대신 2CH.com에 올라온 난치병 사연 검증으로 집중되었다.

어마어마하게 많은 사연들이 올라오고 있지만, 주간 통계를 내어 상위 게시물만 검증하면 되었기에 혼란이 크진 않았다.

하여튼, 티파니의 제보는 결정적이었단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바로 멕시코시티, 미국 바로 아래에 있는 나라 멕시코의 수도였다.

“세상에! 멕시코 사람이었다고?”

“응! 고등학생이었대.”

유재원은 레드핵이 미국사람인 줄 알았다. 가십 잡지이긴 해도 미국 잡지와 능숙하게 인터뷰까지 했고, 오프라인에서 만나 인터뷰를 하려고 시도까지 했으니 미국에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멕시코라니. 어쩐지 추적이 쉽지 않다 했다.

다만 정보실의 레드핵 추격 팀은 티파니의 제보를 바탕으로 멕시코까지 직접 날아가 확인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레드핵이 죽었다는 결과를 확인했다. 다만 죽음에 이른 경위는 완벽히 파악하진 못했다.

“나는 대충 알 거 같아.”

“응? 뭔데?”

유재원이 우려했던 시나리오가 있었다.

우쭐하면서 실력 자랑하려다가 갱단에게 잡혀 시큐리티 챌린지에 강제되는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우려였다. 그런데 미국도 아니고 멕시코라면 아예 마약 카르텔이 설치는 나라였다.

유재원의 우려가 현실로 될 가능성이 미국보다 몇 배는 더 높은 곳이었다.

악성코드를 보내긴 했지만, 그게 죽을 일은 아니었는데 참 안타까운 일이다.

한편으로 티파니의 해킹 실력이 궁금해졌다. 그러나 지금은 그걸 물어볼 분위기는 아니었기에 나중으로 미뤄야 했다.

다음 날.

유재원은 일상으로 돌아와 본인의 할 일을 시작했다.

다만 평소와는 약간 순서가 달랐다. 오랜만에 미국으로 돌아왔으니 사장단 회의를 먼저 하는 게 순서지만, 제일 먼저 만난 건 앨런을 비롯한 법무실 직원들이었다. 게다가 평소라면 ID 톡의 화상 채팅으로 만났을 텐데, 지금은 직접 실리콘밸리 사무실로 가서 만났다.

일렉트로닉아츠 외에 수많은 회사들과의 저작권 집단 소송부터, 와레즈 운영자들과의 한 판 투쟁까지 법적으로 조치할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고소장 분석은 끝냈습니다.”

법무실장인 앨런은 듬직하게 말했다.

“역시 우리가 예상했던 그 수준이었습니다.”

레밍턴과 함께 ID 그룹의 시작과 함께한 앨런은 조그만 소프트웨어가 지금의 거대한 그룹에 이르기까지 겪었던 수많은 법적 절차를 책임지여 오늘까지 왔다. 최강욱과 레밍턴이 이인자 그룹이라면, 앨런은 딱 한 발 뒤에 물러서 있는 삼인자 그룹의 최고 실세였다.

“다만 저쪽에서 듀이앤르부프를 선임한 만큼 우리도 대대적인 대응이 필요합니다.”

“이번에도 폴&스미스로 가죠.”

“알겠습니다.”

유재원은 익숙한 폴&스미스를 선택했다. 매번 함께 해서 이제는 거의 한 팀처럼 느껴지는 폴&스미스 법무법인이었다.

비록 덩치에서는 듀이앤르부프에 크게 밀리지만, 능력은 오히려 앞서 있다고 해도 과한 말은 아니다. 듀이앤르부프가 법무법인의 본분은 잊고 덩치불리기에 열심인 반면 폴&스미스는 의뢰인의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러니 21세기에 들어서 듀이앤르부프는 파산했고, 폴&스미스는 그 명성을 유지했다.

“대신 법무실이 적극 움직여줘야 할 일이 있어요.”

“그게 무엇입니까?”

“와레즈라고 들어 보셨어요?”

“와레즈? 처음 들어 봅니다만, 좋은 느낌은 아니군요.”

역시 앨런도 감이 좋다.

유재원은 바로 쉘 북을 열어서 챈들러의 자유소프트웨어라는 사이트를 띄워 줬다. 그리곤 아예 앨런에게 직접 쉘 북을 넘겨줘서 살펴 볼 수 있게 했다. 쉘 북은 진작에 프로젝터와 연결해놨기에 함께 회의에 참석한 법무실 간무들도 커다란 스크린으로 챈들러의 자유소프트웨어가 무슨 사이트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세상에.”

법을 다루는 사람들인 만큼, 사이트를 확인하자마자 크게 놀랐다. 그야말로 온갖 저작권 위반의 총합이었다.

“일렉트로닉아츠는 우릴 고발할 게 아니라, 여기 먼저 운영정지 가처분신청을 해야 할 거 같은데요?”

견적도 바로 나온다.

유재원이 알아본 바로는 챈들러의 자유소프트웨어라는 사이트가 현존하는 와레즈 중에서 가장 활발히 운영되는 곳이었다. 하루 방문자 숫자도 수십만에 달하고, 이에 따라 발생되는 트래픽도 제일 컸다.

일단 여기부터 때려잡은 다음에 다른 유사 와레즈 사이트를 잡겠다는 것이 유재원의 전략이었다.

“그렇죠? 그런데 이런 비슷한 형태의 사이트가 우리 클라우드 서버를 이용해서 만든 곳도 많더라고요.”

챈들러의 자유소프트웨어처럼 체계적이지도 않았고, 방대하지도 않았지만 비슷하게 꾸며놓은 사이트도 몇 개 보였다.

“이뿐만이 아니라, 대학교나 기업이 운영하는 인터넷 게시판을 공유 사이트로 변질된 경우도 많고요.”

이를테면 같은 주제로 뭉치기 좋으라고 만들어준 커뮤니티 게시판 같은 것이다. 한국에선 동호회라고 명명되었지만, 미국은 보통 클럽이라는 이름으로 고착화되었다. 클럽 게시판 중에서 자료실이라는 곳은 십중팔구 공유 사이트가 되었다.

“일단 저작권 위반으로 고소하겠습니다. 챈들러의 자유소프트웨어는 불법을 이용한 영리활동까지 했으니 어마어마한 피해배상금이 나올 겁니다.”

지당한 이야기다.

다만 유재원이 원하는 건 이러한 공유 사이트들의 원천적인 차단이었다.

“저작권 보호를 위한 인터넷 모니터링 부서도 만들어야 할 거 같은데, 법적으로 문제될 건 없겠죠?”

“바로 조사해보겠습니다.”

유재원의 물음에 앨런의 확답이 즉각 나오진 않았다. 법조인답게 무척이나 신중한 태도였다. 90년대 초의 미국은 아직 개인의 자유가 우선순위에 있기 때문이다. 나중에 수많은 테러에 시달리고 급기야 911이 터지면서 안보를 위해 개인의 자유를 억압할 수도 있다는 애국 법까지 탄생하게 되지만, 지금은 자유가 먼저였다.

당연히 유재원은 이런 반응이 나올 줄 알았다.

그렇기에 유재원 개인적으로 와레즈에 대응하는 방법도 하나 모색했다. 그것은 바로 생태계 파괴다.

챈들러의 자유소프트웨어에서 유료 프로그램을 받는 사람들은 공짜로 값비싼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 있다는 인식이 콕 박혀 있다. 편히 받을 수 있는데, 돈을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여기는 와레즈에서 받은 소프트웨어가 패키지와 같이 정상 작동한다는 믿음이 있다.

그 믿음을 박살내주는 것이 유재원의 계획이었다.

바이러스도 좋고 중요한 정보를 빼돌리는 멀웨어도 좋다. 그냥 분할 압축된 파일이 잘 풀리지 않아도 괜찮다. 아예 받아 보니 쓰레기 파일만 잔뜩 들어 있는 거처럼 속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결과적으로 와레즈에서 받은 소프트웨어는 몹쓸 물건이라는 인식만 심어주면 된다. 단순한 페이크 파일을 넘어서 와레즈에서 프로그램을 쓰다가 컴퓨터를 포맷을 해야 할 정도로 망가지면 자연스럽게 인식이 나빠질 거다.

이와 함께 집안에서 편히 프로그램을 구매할 수 있는 다운로드 플랫폼을 띄우는 것이 유재원의 커다란 그림이다.

넥스트컴에 붙어 있는 유료 소프트웨어 판매 서비스는 아무래도 접근성이 좀 떨어지니, 아예 독자적인 사이트를 만들고 할인 행사를 대대적으로 하면, 인터넷보급과 함께 크게 성장할 거라고 확신할 수 있다.

다만 전자의 경우 위법적인 요소가 다분했기에, 기업에서 대놓고 할 수 있는 아니었다.

“음, 그건 너무 과격한 방법인 거 같습니다.”

앨런도 유재원의 방식에 대해 최대한 순화해 과격하다는 표현을 썼지만, 사실은 아예 불법인 거나 다름이 없었다.

“네, 바로 실행할 건 아니니까, 제대로 준비해보죠.”

일단 유재원은 한 발 물러섰다. 그러나 와레즈를 비롯한 불법사이트와의 전쟁에서 순순히 물러설 생각은 추호도 없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앨런의 법무실과 미팅을 마친 유재원은 레밍턴과 만날 수 있었다.

“별일 없었죠?”

“예! 보스가 덩치 큰 조직들을 독립시켜주신 덕에 한결 편해졌습니다.”

워낙 너스레를 잘 치는 레밍턴이라서 회사를 분할했다고 투덜거리는 건지 진짜로 편해졌다고 하는 건지 애매했다.

“덕분에 엠마랑 놀아주는 시간도 많아져서 섀넌도 좋아합니다. 어쩌면 내년에 둘째가 생길지도 모르겠습니다.”

“잘 됐네요. 그러면 좀 더 편하시라고, 조직개편 몇 번 더 할까요?”

“아이고, 됐습니다. 적어도 제 밥값은 해야죠.”

유재원의 말에 레밍턴은 두 손을 절래 흔들었다.

레밍턴은 ID 테크놀로지가 더 축소될까 걱정인 모양이다. 일이 좀 편해졌다고 해도, 자기 힘이 줄어드는 걸 원하는 사람은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걱정할 거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ID 테크놀로지의 규모는 순식간에 부풀어 오를 테니 말이다.

“그나저나 한국서 일은 잘 보셨습니까? 뉴스에서 그 어마어마한 소떼가 올라가는 모습을 보긴 했습니다만. 그 전 총리라는 분과 보스가 매우 가까운 사이인 거죠?”

“예, 거의 친할아버지라고 생각하고 있죠.”

유재원은 전명헌에 대해 레밍턴에게도 비교적 상세히 말해줬다. 둘이서 딱히 만날 일은 없을 테지만, 나중에라도 뭔가 협력할 일이 생길 수도 있지 않겠는가.

당연히 신의주의 투자에 대해서도 숨기지 않았다.

“괜찮겠습니까? 북한에 투자라니.”

역시나 레밍턴은 바로 거부감을 보였다. 특별한 반응은 절대 아니다. 아마 미국사람 중에 북한에 호의적인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거다. 예전부터 북한은 불량국가로 낙인찍힌 지 오래다. 국가가 주도해 위폐도 만들고, 마약도 만들고, 심지어 테러도 여러 번 저질렀다.

최근엔 핵개발 의혹까지 붉어졌다.

북한은 90년대 들어서 가중된 전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흑연감속형 원자력 발전소를 만들겠다고 난리였다. 전력이 부족한 건 사실이긴 한데 본래 목적은 여기서 나오는 고농도우라늄을 모아 핵물질을 축적하려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유화책을 쓰기 시작했고, 그게 며칠 전 있었던 소떼 방북으로 정점에 올랐다.

미국은 핵개발 의혹을 이산가족 상봉행사와 남북정상회담으로 돌파하려는 거 아닌가하는 의심을 하고 있었고, 대중의 인식도 마냥 호의적으로 보진 않았다.

“대대적으로 들어갈 건 아니라서요. 대신 북한의 통신기간망을 우리가 가지고 있으면 여러모로 도움이 되겠지요. 또, 이곳을 통해 중국 동북삼성 지역도 진출하는 데 교두보로 쓸 수도 있고요.”

“보스가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따라야죠. 이제껏 보스 말 따라서 실패한 적이 없었으니 말입니다.”

갑자기 부담감이 훅 들어온다.

북한이나 중국은 대한민국 안보에 가장 큰 위협이었다. 당연히 대책도 열심히 짜보긴 했는데, 그게 잘 먹힐지는 유재원도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국가 차원의 전략에 대응하려면 당연히 국가 수준의 힘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으니 유재원이 바른 선택을 하더라도 후폭풍은 어떻게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아직 결정한 건 아니니까 먼저 나가진 마세요.”

“그러면 언제 가부가 결정하실 건가요?”

“곧 한미정상회담이 있잖아요. 거기서 뭔가 답이 나오지 않겠어요? 거기서도 답이 없으면 내년 남북회담에서 결정이 되겠죠.”

“알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한국 대통령의 방미 행사에 보스도 초청되셨다고 하셨지요?”

“네, 11월 말쯤에 워싱턴DC까지 한 번 다녀와야 할 거예요.”

“예! 그런데 보스.”

갑자기 레밍턴이 무게를 잡았다.

“그때는 귀찮으셔도 의전은 확실히 받으셔야 합니다.”

무슨 말을 하려고 그러나 싶더니 의전에 대한 이야기였다.

유재원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회사 안에서야 의전 같은 걸 따지지 않는 유재원이었다. 레밍턴이 잘 알고 있는 것처럼 귀찮았던 탓이다. 하지만 그걸 외부로까지 확장하면 곤란하다는 거다.

“예, 우리야 언제나 보스는 보스지만, 분명 겉만 보고 판단할 사람도 많습니다.”

레밍턴의 말에 유재원은 완전 동의했다.

그러면 안 되는데, 겉만 보고 얕잡아 보는 이들이 세상엔 참 많다. 특히 이번 김 대통령의 방미 같은 행사는 국가적인 행사는 그냥 세상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게 정답이다.

이후 유재원은 레밍턴과 ID 테크놀로지의 현안에 관해 이야기를 잠깐 더 나눈 후 행사를 위해 함께 이동했다.

2CH.com의 인지도를 순식간에 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린 시큐리티 챌린지 기부 행사였다. 이번 주 기부 대상자로 선정된 이들 중에 놀랍게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아이가 있었던 것이다.

앓고 있는 병은 백혈병이었고, 부모님의 사정도 지극히 어렵다고 한다. 그런데 아이가 너무 해맑고, 착하기까지 했다. 첨부된 사진을 보니 진짜 천사 같았다. 덕분에 추천수가 우르르 몰렸고, 순위권에 들 수 있었다.

정보팀의 검증도 통과해서 기부 대상자로 선정되었는데, 놀랍게도 아이가 입원해 있는 병원은 스탠퍼드 대학교에 딸린 루실 패커드 어린이 병원이라고 했다.

이를 확인한 유재원은 기부금을 직접 주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임원들과 함께 다녀오기로 한 것이다.

그날 저녁, 유재원은 기부 행사를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감동이 넘치는 뜻깊은 행사였다 . 안타까운 건 유재원이 알고 있던 백혈병 약은 아직 시판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글리벡이라는 약이 백혈병을 앓는 이들에게 특효였다. 치료는 물론 심지어 완치도 해주었기에 백혈병 환자들에겐 글리벡은 희망이라는 다른 이름이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글리벡은 21세기는 되어야 나오는 물건이었다.

천사 같은 아이를 보니 당장 글리벡의 핵심물질인 이매티닙을 만들어주고 싶었지만, ID 그룹의 제약, 생명공학 진출은 먼 훗날의 일이라서 불가능한 일이었다. 설사 이매티닙을 합성했다고 해도 임상실험을 통과하려면 한참이 걸리는 일이었다.

다행히 아이는 백혈병이 심하게 진행된 건 아니었고, 관리를 꾸준히 하면 성인이 될 때까지도 버틸 수 있다고 하니 치료비를 꾸준히 지원해주는 것으로 마음을 대신했다.

“어?”

집에 돌아와 가벼운 옷으로 갈아입은 유재원은 자석처럼 컴퓨터 앞에 앉아서 전원을 켰다. 곧이어 넥스트컴의 대문에 접속했다. 그런 유재원의 눈에 새로운 광고 배너가 하나 들어왔다. 넥스트컴을 둘러보는 게 유재원의 취미였고, 그중에서 새롭게 등록한 광고 배너가 있으면 꼭 클릭을 해보는 게 새롭게 생긴 취미다.

조그만 배너 하나지만, 실제로는 일용할 광고비를 꼬박꼬박 주시는 광고주님 아니겠는가. 더구나 넥스트컴에 배너 광고를 한다고 하면 대부분 IT관련이니 새로운 동향을 파악하기에도 좋았다.

덕분에 유재원은 새롭게 뜬 배너를 보고 무심코 클릭을 했는데, 기대하지도 않았던 화면이 유재원을 반겼다.

제리와 데이비드의 인터넷 검색 가이드라는 긴 이름을 가진 페이지였지만, 연필처럼 긴 검색 칸과 서치라는 버튼은 확실히 달려 있었다.

똑바로 봐도, 거꾸로 보아도 검색 사이트가 분명했다.

============================ 작품 후기 ============================

추천과 리플, 선작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원고료 쿠폰, 후원 쿠폰도 완전 감사합니다~!!!

열기가 조금은 꺾인 느낌이지만, 아직도 더워요!! 비는 도대체 언제 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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