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83 인터넷 전쟁 =========================================================================
뚜르르, 뚜르르.
전화 입력이 끝나고 통화 버튼을 누르자 거짓말처럼 신호가 갔다.
이동통신에 대해 전문가가 이 모습을 보았다면 정식 개통도 안 된 휴대폰이 어찌 작동이 되는 지 의문에 빠질 거다.
진실은 2G 중계기가 샌프란시스코 일부 지역에 설치된 상태라는 것이다. 바로 넥스트컴캐스트가 운영 중인 2G 통신 장비였다.
유재원은 미국에서도 언젠간 이동통신 사업에도 진출할 마음이 있지만 2G 단계에선 아니었다.
2G 수준의 통신 환경에서는 유재원이 원하는 모바일 서비스는 전혀 이뤄질 수 없었던 탓이다. 그러니 최소 3G 혹은 4G부터가 제대로 된 시작이었다. 그렇게 늦게 시작해서 제대로 된 점유율을 가질 수 있겠나 싶지만, 3G 끝자락에 이르러 4G를 준비해야 할 때가 되면 자본 부족으로 나가떨어지는 이동통신사가 나온다. 그걸 인수하면 간단히 해결이다.
유재원의 로드맵에 대해 넥스트컴캐스트의 헨리 사무엘 사장은 적극 동의했다. 대신 통신 분야 대한 노하우는 필요하다는 의견이었고, 이를 위해 통신장비 개발과 운영에 대해서는 연구는 진행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협력사로 지목된 회사가 TG 모바일이 되는 건 당연했다. 유재원이 지분 49%를 가지고 있기에 TG 모바일의 이익 중 반은 유재원의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용권 사장도 적극 동의했고, 이를 통해 사전 테스트용으로 몇 개의 장비가 설치되었다.
거의 완성된 통신장비지만, 넥스트컴캐스트나 ID 테크놀로지의 기술이 필요한 분야는 생각보다 많았다.
가장 기본적인 과금 시스템만 해도 TG의 기술력으론 만들기 어려운 일이었다. 사용자마다 발송한 문자 갯수나 통화시간을 계산해서 요금을 책정하고, 지로 용지를 뽑아 발송하는 건 상당히 큰 시스템이 필요했다.
그러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회사는 ID 테크놀로지, IBM, 오라클 같은 회사들뿐이었는데, 이용권 사장도 당연히 ID 테크놀로지를 선택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도 실리콘밸리로 상징되는 첨단기술 개발에 적극 지원하는 정책을 펴고 있기에 통신장비의 테스트 운영에 대해 허가를 내주었다.
덕분에 지금처럼 완성된 지 며칠 안 되는 따끈따끈한 휴대폰인데도 안테나 아이콘이 가득 뜬 상태였고, 바로 전화를 걸 수 있었던 거다.
-여보세요?
전화벨 소리가 3번쯤 울렸을 때, 연결이 되었다. 수화기 너머로 여보세요 한 마디였지만, 감동이 몰려왔다. 비록 벽돌처럼 투박하긴 해도 음질이 훌륭했다. 더욱이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까지 거의 모든 분야에 직접 관여해 만든 물건이 제대로 작동하는 걸 보니 감동이다.
“티파니? 나야!”
유재원은 짐짓 감동을 숨기고 평소처럼 말했다.
-아, 재원이구나.
“지금 통화 괜찮아?”
-응! 리포트도 다 썼으니까, 얼마든지 할 수 있지.
여기에선 조금 착오가 생겼다. 유재원은 통화 음질을 물어보는 것이었는데, 티파니는 통화할 수 있는 상황이냐고 알아들은 것이다. 그래도 큰 문제는 없다. 티파니와 통화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전화를 받은 티파니도 일반 유선전화와 차이를 느끼지 못했으니 평소처럼 반응한 것이다.
유재원은 티파니와 30분 정도로 짧게 통화를 하고 종료했다.
레밍턴이나 최강욱과의 통화도 길어봐야 5분을 넘기기 힘들었던 유재원이 티파니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딱히 내용은 없었지만 시간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이번 통화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1시간쯤 후에 잠깐 집 앞에서 보기로 약속까지 했다.
“응, 30분 통화에 10%나 깎였네.”
통화를 마치고 보니 배터리 잔량이 10%나 사라졌다. 단순 계산으로 연속 통화 시간을 따져보면 5시간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적당한 건가? 모자란 건가?”
21세기 모바일 기기에 익숙한 유재원은 5시간이란 시간이 많이 부족하게 느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죽기 직전에 사용했던 모바일 기기는 한 번 충전으로 일주일 정도 사용하는 건 거뜬했다. 기억에 희미하게 남은 21세기 초의 스마트폰 역시 8시간 정도는 썼던 것 같다.
“오랜만에 기억의 궁전에 들어가 봐야겠네.”
유재원은 눈을 감았고, 몇 분 후 눈을 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2G를 위해 나온 첫 번째 휴대폰의 성능은 다들 고만고만했다. 연속통화 시간은 4시간 정도였고, 실제로는 그보다 더 짧았다. 게다가 충전시간도 매우 길어서 8시간 이상 걸렸단다.
“그래도 이 정도에서 안주하면 안 되지.”
일단 프로토타입이 기존의 것들보다는 모든 면에서 좋긴 했지만, 개선의 여지도 충분했다. 유재원은 당분간 본인이 직접 들고 다니면서 불편한 점을 체크하고, 문제점은 직접 고치기로 했다.
다만 근본적인 속도 문제는 어쩔 수가 없다.
1세대 아날로그 방식에서 완벽한 디지털 통신으로 변신하긴 했지만, 전송 속도는 처참했다. 이론적으로는 64Kbps였는데, 실제 나오는 속도는 30Kbps였다.
예전이라면 엄청나게 빠르다 싶었을 거다. 몇 년 전만 해도 유재원은 2400bps 모뎀을 썼으니 말이다. 지금은 ADSL로 인해 8Mbps는 안정적으로 뽑아주고 있다. 덕분에 넥스트컴을 비롯한 여러 인터넷 사이트도 텍스트 기반에서 이미지 기반으로 옮겼다. 일부 사이트는 벌써 동영상 스트리밍을 시작했다.
30Kbps라는 속도도 유재원의 집 뒷산에 테스트용 중계기가 있어서 나오는 속도지 거리가 멀어지면 더 떨어질 거다.
“일단 실사용을 해보면서 성능 테스트를 해봐야지. 그러면 분배를 어떻게 할까?”
유재원은 1차로 만들어진 프로토타입 10개의 분배를 놓고 고민했다.
TG 모바일에 보내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10개를 다 보낼 필요는 없다. 프로토타입이라 세부 스펙이 최종판과 달라질 확률은 이미 100%다. 그러니 도시나 시골, 산악 등에서 통화가 잘 터지는 지 확인하는 데 쓰는 정도다. 그러니 서너 개면 충분하고 나머지는 휴대폰이 필요한 사람에게 보내서 테스트를 해보면 된다.
“레밍턴 사장이나 최강욱 실장에게도 보내주면 잘 쓰겠지? 티파니에게도 하나 주고. 음 부모님은 무리이려나?”
물론 이들이 전문적인 베타테스터는 아니니 정확한 데이터를 뽑아주는 건 무리겠지만, 지금 단계에선 그저 몇 마디 품평 정도로 충분했다.
퀄컴의 모뎀 칩도 리버전이 계속 될 것이고, 휴대폰 역시 설계 변경이 몇 차례 더 이뤄질 테니 말이다.
이렇게 지인들을 꼽아보는 유재원은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는 조금도 없었다.
어차피 시제품이 나오면 경쟁사들은 다들 어떻게 구해서 분해해 보는 게 IT업계의 일상이었다. 그렇지만 리버스엔제니어링을 해도 그 기술을 자기들의 제품에 적용하진 못한다.
휴대폰과 같은 첨단의 제품은 하나부터 열까지 제품의 모든 부분이 특허로 무장된 물건이기 때문이다. 리버스엔지니어링의 목적도 원래는 본인들이 보유한 특허를 경쟁업체가 침해했는지 보려는 것이었다.
지금 유재원의 손에 들린 휴대폰 역시나 디자인부터 운영체제까지 모두 특허로 보호되는 중이었다. 만에 하나 이를 침해하는 기업이 나타난다면 악명 높은 ID 그룹의 법무 팀과 마주해야 할 거다.
물론 한국의 경우엔 유재원도 확신할 수가 없다.
중소기업이 애써 개발한 기술을 대기업이 무단으로 가져다 쓰고 떵떵거리던 경우가 한둘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심지어 21세기에도 그러한 경향은 사라지지 않았다. 유재원 본인도 그런 피해자이지 않았던가.
“해 볼 테면 해보라지.”
두 번은 안 당한다.
미국이야 그나마 공정함을 기대해 볼만 하다. 하지만 한국 법원은 미지수였다. 대신 한국 법원에서도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한 대책은 진작 수행 중이었다.
한국 사법계에서도 김&정으로 대표되는 유재원의 세력이 서서히 힘을 키워가고 있었으니 말이다. 이걸로도 부족하다면 보다 적극적인 개입도 불사할 작정이다. 내키진 않지만 사법부에서 재벌들이 차지하고 있던 자리를 ID 그룹이 독점 차지하는 것 역시 마스터 플랜에서 충분히 고려한 사안이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열심히 현안을 챙겼던 유재원은 50분쯤 후, 책상을 정리했다. 티파니와 만나기로 한 시간이 가까워졌으니 외출 준비를 위해서다.
격이 없는 자리였기에 그럴듯한 옷을 챙겨 입진 않았다. 청바지에 티셔츠면 충분했고 지갑과 상자 하나를 드는 것으로 끝이다.
소살리토 시푸드 레스토랑에서 만난 티파니 역시 간편한 차림이다. 진작부터 집 근처에서 볼 땐 가벼운 차림으로 보자고 했기에 부담이 없었다. 물론 이렇게 꾸미지 않아도 티파니의 미모는 조금도 줄지 않았다.
“자, 선물이야.”
유재원은 대뜸 티파니를 보자마자 상자를 꺼냈다.
“우와, 뭐야?”
상자를 받은 티파니는 미국사람답게 바로 그 자리에서 개봉했다. 그 안에는 TG 모바일과 지인들에게 돌리고 남았던 휴대폰 하나가 들어 있었다. 휴대폰 본체는 물론이고 주먹덩이만한 충전기, USB 케이블 그리고 유재원이 직접 타자로 쳐서 만든 설명서가 있었다.
“이게 뭐야?”
“보는 바와 같이 휴대폰이지. 방금 전에 통화했었잖아. 그때 이걸로 통화했던 거야.”
그러면서 유재원은 주머니에서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보였다.
“그럼 이게 2G 휴대폰이야?”
유재원의 말에 티파니가 깜짝 놀랐다.
티파니는 컴퓨터공학과 3학년이었고, 성적도 우수했다. 게다가 남자친구가 ID 그룹 오너인 만큼 IT에 대한 배경지식도 풍부했다. 그러니 2G 무선통신에 대한 뉴스도 알고는 있었는데, 벌써 통화가 가능한 2G 휴대폰이 나왔을 줄은 예상치 못했다.
“응! 오늘 배달 온 따끈한 물건이야. 일단 소살리토나 스탠포드 대학교, 실리콘밸리 정도만 커버될 거야. 다른 데로 넘어가면 먹통이지. 대신 그 안에서 휴대폰끼리, 휴대폰에서 유선전화도 OK! 국제통화도 문제없어. 다만 이제 막 나온 프로토타입이니 무슨 돌발적인 문제가 튀어나올지는 아무도 몰라. 그러니 써보면서 문제가 있으면 알려줘.”
유재원의 말에 티파니는 고개만 끄덕였다.
벌써 휴대폰을 켜보고 이것저것 만져보는 데 정신이 팔린 것이다. 티파니가 기능을 살펴보는 데 거침이 없었다. 휴대폰에 설치된 임베디드 운영체제는 매우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를 가지고 있었고, 다이얼패드 위쪽에 있는 방향키를 눌러서 조작하는 데 최적화되었다.
“그런데 이 휴대폰 이름은 뭐야?”
휴대폰을 한참이나 만져보던 티파니가 질문을 던졌다.
이것저것 잘 설명해주던 유재원은 갑자기 말문이 막혔다. 생각해보니 2G용 휴대폰에 이름은 만들어놓지 않았다는 걸 이제야 인식했던 탓이다.
스마트폰이었다면 ID폰이라는 말이 절로 나왔을 거다. 그렇지만 지금 나온 2G폰에 ID폰이란 이름을 붙여주기엔 기능적으로나 상징적으로 부족한 게 많았다.
2G는 과도기나 마찬가지였다.
통신 규격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뀌는 것이 제일 큰 의미가 있었지만,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순식간에 도태될 물건이었다. 덕분에 유재원에겐 존재감이 조금 약한 아이템이었고, 그 결과 이름도 아직 지어주지 않았던 것이다.
“응? 설마 이름을 아직 안 지은 거야?”
“만들기 바쁘다 보니 아직 생각을 못했네. 그럼 지금 지을까? 혹시 좋은 이름 있어?”
유재원의 물음에 티파니는 고개를 저었다.
“이름이야 많지. 그런데 이거 우리만 쓰는 게 아니라 매장에서 파려고 만든 거지?”
“응? 응! CDMA 방식이니 일단은 미국과 한국에서 팔릴 거야.”
“그러면 이름을 쉽게 지을 수는 없지. 이름이란 게 브랜드 가치에 직결되는 요소잖아. 그러니 제대로 연구를 해보고 붙여야지 않겠어?”
티파니는 경영에도 제법 능력이 있는 모양이다.
유재원이 과소평가했던 브랜드 가치도 놓치지 않았다. 틀린 말이 아니다. 단적으로 일성전자는 2G용 휴대폰 브랜드를 애니콜로 지었다. 한국에선 대박이었지만, 해외에선 그대로 쓸 수 없었다. 애니콜이라는 단어는 전화로 부르는 창녀들을 의미하는 속어였던 탓이다.
“그건 그러네. 그러면 제대로 의뢰를 해야겠다.”
자본주의가 일찍 발전한 미국에는 브랜드 네이밍을 전문적으로 해주는 기업도 이미 자리 잡고 있었다. 이곳에 의뢰를 하면 적당한 이름이 나올 것 같다.
“그래도 고마워. 앞으로 언제든 전화할 수 있는 거지?”
“그게 휴대폰의 장점이잖아. 무슨 일이 생기거나 보고 싶으면 언제든 전화해.”
“알겠어!”
휴대폰으로 인해서 자유에 제약이 생길 거다. 하지만 불통의 답답함 보다는 세상 그리고 사람과 늘 연결되면서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는 게 유재원의 취향이었다. 비록 프로토타입이긴 하지만 2G 폰이 생기니, 이제야 숨통이 좀 트이는 느낌이었다.
다시금 휴대폰을 만져보는 티파니를 보면서 앞으로 세상이 얼마나 달라질지 기대가 무럭무럭 커지는 유재원이다.
○ 인터넷 전쟁
-제2회 시큐리티 챌린지, 도전자의 실패로 마감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철벽 자랑. 1회차 네임드 도전자도 모두 실패.
-2CH.COM 커뮤니티 사이트로 전환해 앞으로도 계속 운영할 것.
-유재원 ID 그룹 회장, 시큐리티 챌린지 상금으로 걸렸던 1억 달러 기부.
-전 세계 난치병 어린이 치료에 전액 쓰일 것.
며칠 전 전 세계 뉴스 지면을 장식했던 소식들이다.
제2회 시큐리티 챌린지가 성공리에 마무리되었다. 철저히 ID 그룹과 유재원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만 그렇게 말할 수 있었고, 도전자의 입장에서는 그저 욕만 나오는 대회였다. 온라인으로 분명히 연결된 PC이었고, 충분히 해킹할 수 있는 것 같았는데, 결국 마지막까지 성공한 사람이 나오지 않았다.
이에 유재원은 대회 종료와 함께 직접 원격으로 접속해 금고 비밀번호가 담긴 파일을 받는 시범을 보여줬다.
그 모습이 텔레비전 뉴스를 탔다. 별다른 뉴스거리가 없었던 10월 말이었기에, 더더욱 자세히 보도되었다. 미국뿐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 역시 국제 뉴스 파트 혹은 IT 파트를 통해 보도되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한국 역시 빠지지 않았다. 아예 특집으로 만들었다.
많이 몰렸을 땐 100Mbps 이상의 트래픽이 터졌을 만큼 어마어마한 공격이 있었음에도 철통 보안을 자랑했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원격 접속 화면은 유재원이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입력하자 허무할 만큼 쉽게 열렸다.
파일 관리자로 문서 디렉터리에 접근했고, 곧장 금고 번호가 담긴 파일을 열었다. 금고 번호 역시 자릿수만 다 더하더라도 12자리 밖에 되지 않는 숫자였다.
상금으로 걸었던 1억 달러를 난치병 어린이 치료비로 기부한다는 건 유재원의 아이디어였다. 즉흥적인 결정이 아니라 제2회 시큐리티 챌린지를 기획할 때부터 이렇게 처리하겠다고 말했던 것이다.
여기서 2CH.com은 다시금 화제의 중심에 올랐다.
보통 기부라면 특정 재단에 돈을 내는 게 보통이었다. 그러면 재단에서 각자 방식으로 분배를 한다.
유재원은 이번에도 파격적인 방식을 발표했다.
‘주변에서 난치병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2CH.com에 올리세요. ID 파운데이션이 도와드리겠습니다. 다만 자원이 한정적인 만큼, 사용자들이 공감한 크기로 우선순위를 정하겠습니다.’
기부를 직접 하는 것은 물론, 대상자 선정 방식을 인터넷 커뮤니티의 기능을 적극 사용하도록 설계했다.
이미 2CH.com은 넥스트컴 게시판을 능가하는 초대형 커뮤니티가 되었다. 인터넷 인구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덕분에 상시 2CH.com에 접속한 사람은 진작 1만 명을 돌파했다. 사람들이 몰리는 저녁 시간이면 4, 5만 명이란 숫자를 보는 것도 어렵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그저 사이버라는 가상의 공간에 있던 네티즌이란 이들이 현실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그것도 난치병에 고통 받는 사람들을 돕는다는 매우 긍정적인 방식으로 말이다.
사연은 누구나 올릴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올리는 건 안 된다. 객관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공감 버튼을 누르는 것도 자유다. 대신 게시물마다 한 번만 가능하다. 아이디와 아이피 모두를 체크하니 중복 투표하긴 어렵다.
당연하게도 네티즌들의 반응은 폭발했다.
넥스트컴과 달리 유료 아이디가 없어도 글이 쓰는 게 자유로운 2CH.com이었고, 이에 따라 수많은 사연이 올라왔다.
순식간에 2CH.com은 인터넷 커뮤니티의 아이콘으로 등극했다.
한편 한국에서는 다른 서비스로 ID 그룹이 화제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바로 10월 중순에 출범한 인터넷 강의 서비스 기가스터디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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