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81 2G =========================================================================
영식이는 지체 없이 메일을 열었다.
시큐리티 챌린지에 학교에서 고안했던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보다 재원이가 보낸 이메일을 보는 게 더 우선순위가 높았던 거다.
“냉무? 냉무가 뭐지?”
메일을 클릭해보니 본문엔 냉무라는 단어 하나만 적혀 있었다. 대신 첨부 파일로 IDW파일이 하나 있어서 단어 하나만 달랑 있다고 허탈감을 느낄 일은 없었다.
곧바로 첨부 파일을 받았고, ID 워드로 열었다. 암호가 걸려 있었던 모양인지 암호를 입력하라는 메시지 박스가 나타났다. 영식이는 고민할 것도 없이 냉무라는 단어를 입력하고 엔터를 쳤다.
암호 입력칸이 곧 해독 중이라는 메시지로 바뀌면서 막대그래프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최고 단계 암호가 걸렸던 모양인지 막대그래프가 차오르는 속도가 조금 느렸다.
“국민 PC를 사야 하는데.”
이걸 보고 컴퓨터 업그레이드를 하고픈 마음이 생기는 영식이였다.
컴퓨터에 대해 새로운 기사가 뜰 때마다 열심히 찾아보았고, 넥스트컴의 컴퓨터 동호회에도 가입해서 매일 접속하는 수준이었다. 당연히 국민 PC 사업은 영식이의 최대 관심 사안이었다.
지금은 국민 PC 혜택을 적용할 모델을 선정 중이었고, 발표는 빠르면 9월 말 늦어도 10월 초에는 끝낼 것이라고 했다.
사실 국민 PC 사업 중 반은 이미 시작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데이콤에서 ADSL을 신청하면 새 PC를 살 때 최대 50만 원이나 지원을 해주기 때문이다. 정부와 상관없이 기업 자체에서 수행하는 행사였다. 다만 정부의 국민 PC 사업과 결합하면 더더욱 싸게 살 수 있으니, 영식이처럼 기다리는 사람들이 더 많다.
다만 486을 산지 1년 조금 넘었을 뿐인데, 새로운 PC 구입을 해달라고 어머니에게 말하기는 더더욱 부담스러웠다. 정부와 데이콤이 지원을 해준다고 해도 PC 가격은 여전히 비쌌으니 말이다.
특히 이번에 새로 나왔다는 HPC는 정말 그림의 떡이었다. 원체 비싼 물건인지라 보조금을 다 받아도 비쌌다. 넥스트컴 컴퓨터 동호회에 HPC를 샀다고 인증이 올라오는 걸 보면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아, 됐다.”
딴 생각을 하는 사이 문서의 암호화가 해제 되었고, 드디어 화면에 파일 안 내용이 표시되었다.
A4 반쯤 되는 짧은 편지와 함께 이미지 파일 하나가 포함된 문서였다. 편지의 내용은 요즘 근황에 대해 말해주는 것이었다. 짧긴 해도 시시콜콜한 현장의 이야기가 다 들어 있었다. 3D 라이브러리인 글라이드 X 3.0 차세대 표준안을 정하려는 데, 기존의 업체들이 텃세를 부렸다는 이야기나, 시큐리티 챌린지의 현황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다가 영식이의 눈에 맨 마지막에 단락이 확 들어왔다.
-이번에 뉴에그2를 출시했는데 생생한 피드백이 부족해. 다들 좋은 소리만 해서 진짜인지 모르겠어. 영식이 네가 좀 써보고 평가 좀 해줘. 물건 받는 방법은 아래 첨부한 이미지에 나와 있어. 아, 그리고 플래그쉽 스토어에 가는 김에 직원들이 얼마나 친절한지도 보고 알려줘라.
처음엔 이게 뭔가 싶었다.
바로 페이지를 넘겨서 첨부 이미지를 보았다. 거기엔 서울 로데오 거리의 ID 플래그쉽 스토어 약도와 함께 큼직한 바코드 하나가 들어 있었다. 플래그쉽 스토어 크루에게 보여주면 알아서 해줄 거란다.
“헉.”
헉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철이 일찍 든 영식이였다. 그러니 문장에 담긴 속뜻도 즉각 읽혔다. 재원이가 자신에게 뉴에그2를 선물한 거나 다름이 없다. 일단 사용해보고 피드백을 달라고 하긴 했지만, 그건 자신이 부담을 느낄까 해놓은 말이라는 걸 즉각 알 수 있을 정도다.
뉴에그2는 최하급 모델이 350만 원은 넘는 초고가 PC이었다. 어머니가 제대로 알려주신 적은 없지만, 어머니의 두 달 치 월급보다 비쌀 거다.
부담이 확 느껴졌지만, 동시에 고맙기도 했다.
막말로 재원이가 자신에게 뭘 바라고 이런 걸 뇌물로 주겠는가. 영식이가 재원이에게 줄 수 있는 건 그저 고마운 마음뿐이다.
친구니까 주는 것이고, 친구니까 받는 거다. 고마운 마음은 공부도 열심히 하고, 컴퓨터 실력을 더 키워서 갚으면 된다.
“음, 그런데 서울까지 가야하네.”
서울에 가본 적이 없는 영식이는 혼자 가는 건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친구들과 가는 것도 곤란했다. 혹시 이런 편지를 자기 혼자 받은 거라면 아무래도 친구들 사이가 어색해질 수도 있으니 말이다.
“음, 어머니랑 가야겠네.”
결국 답은 어머니였다.
토요일은 오전만 일이 있고, 일요일은 쉬는 날이니 괜찮을 거 같다.
그날 저녁, 영식이네 집에는 약간의 소란이 있었다.
물론 유재원의 통 큰 선물 때문이었다. 일반적인 친구 사이라면 이렇게 큰 선물을 받는 건 말이 안 되는 이야기였지만, 유재원이라면 다른 차원에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기에 영식의 어머니도 결국 납득하셨다.
그렇게 영식이는 어머니와 함께 일요일 아침 서울행 고속버스에 올랐다. 낯선 지하철도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탔다.
그렇게 텔레비전에서만 봤던 로데오 거리의 ID 플래그쉽 스토어에 도착했다.
“여기 맞지?”
“네, 맞아요!”
일단 여주 시에서 보던 일반적인 가게들과는 차원이 다른 모습에 들어가기가 겁났다. 통짜 유리에 원목으로 꾸며진 가게 내부, 그리고 즐비한 컴퓨터들은 미래에서 온 세상 같았다. 너무도 깨끗해서 신발 벗고 들어가야 할 것 같은 기분이다.
게다가 가게 앞에 즐비하게 주차된 외제차들은 여주에선 쉽게 볼 수 없었던 차였다. 그나마 맥주로 대박 났다는 현미유 공장 사장님, 닭 팔아 대기업이 된 유경이네 아버지가 외제차를 사서 화제였는데, 여긴 눈만 돌리면 다 그런 차들이었다.
재원이가 보내준 이미지를 프린트 한 종이 한 장을 달랑 들고 온 영식이와 영식이 어머니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겨우 스토어에 들어섰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직원이 친절한 자세로 물어왔다. 볼품없다고 내쫓을까봐 걱정했던 건 기우였다.
“음, 잠깐만요.”
영식이는 가방을 열고 파일을 꺼내서 프린트한 종이를 전해줬다. 종이를 받은 직원은 이게 뭔가 싶었다.
“포스기기에 그 바코드를 찍으면 된대요.”
영식이의 부연설명에 직원은 그런 것도 있나 싶었다. 스토어에서 바코드를 찍는 건 구매를 결정한 손님이 계산을 할 때뿐이었다. 하지만 영식이가 워낙 진지하니 종이를 받은 직원은 일단 해보기로 했다.
손님이 무조건 왕이라는 식의 교육은 없었다. 하지만 손님이 직원에게 정중하다면, 직원은 손님께 최선을 다하라는 지침이 있었다.
“그러면 저를 따라 오세요.”
직원은 곧장 영식이와 어머니를 포스기 앞으로 안내했다. 그리고 포스기 담당 직원과 몇 마디를 주고받더니 영식이가 준 종이의 바코드를 찍었다.
놀라운 일은 그 직후 일어났다.
뉴 에그 2에서 제일 등급이 높은 프로 버전이 포스기에 자동 등록되더니 결제까지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직원들 사이에 신기한 걸 봤다고 호들갑이 났다. 그도 그럴 것이 자동 결제된 뉴에그2 모델은 며칠 전에 입고된 것인데, 매장에는 전시조차 되지 않은 물건이었다. 전산에는 올랐지만, 매장엔 전시가 안 되니 일부 직원들은 존재 자체를 몰랐다.
결제도 진짜였다.
혹시나 싶어서 주거래은행인 HSBC에 전화를 걸어 보니 뉴에그2 프로 소매가인 633만 원이 정확히 입금되었다고 한다.
직원들은 그저 신기했다.
바코드 하나로 이게 가능한 건 ID 하이테크 소속 연구원인 카스퍼스키와 그의 팀원들이 열심히 만든 원클릭 결제 시스템 덕이었다. 은행 전산망과 직접 연결된 시스템으로 카드 결제가 가능한 전 세계 매장 그리고 온라인 쇼핑몰에서 결제를 해준다.
지금은 시범 가동 중으로 유재원은 스스로 테스트를 자처했고, 이렇게 친구들과 지인들 선물에 요긴하게 사용 중이다.
“뉴에그 2 프로, 결제되었습니다. 그리고 VIP 회원 등록을 위한 고객정보카드를 작성하셔야 하는데요.”
1년간 구매 액수가 500만 원 이상이면 VIP 등극이고 이후 2년 간 혜택을 볼 수 있다. 영식이는 뉴에그2 프로 하나로 단번에 VIP에 등극이다.
“네? 네!”
VIP 혜택은 무척이나 다양한데, 체험 우선권도 있고 할인 혜택도 있다. 그리고 특급 배송이라는 것도 있다.
미국은 배달 문화가 없지만, 한국에서 가전제품을 사면 집까지 배달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러니 특급이라고 이름을 붙이려면 뭔가 더 특별한 것이 있어야 한다. 그것은 바로 손님까지도 모셔다 드리는 것이었다.
VIP손님을 아무 자동차로 모셔다 드릴 수 없는 법이니 벤츠로 모셔다 드린다. 제품은 별도의 특수 제작한 화물차로 따로 실어서 말이다. 전 세계 플래그쉽 스토어 공통의 서비스인데, 다른 지역보다 한국에서 특히 인기였다.
다행히 오늘은 배차가 없었기에 영식이와 부모님은 바로 특급 배송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다.
프로 버전이라고 19인치 트리니트론 모니터가 장착된 탓에 컴퓨터 박스의 크기가 영식이만큼 컸다. 그걸 보고 저걸 어떻게 들고 가나 싶었던 영식이 어머니의 고민은 특급 배송 서비스로 단박에 해결이었다.
곧장 배송이 이뤄졌고, 설치까지 일사천리였다. 일요일 오후부터 영식이는 HPC 풀세트로 무장한 뉴에그 2의 성능을 만끽할 수 있었다.
“대박이네.”
조그만 국산 13인치 모니터를 쓰다가 19인치를 쓰니 눈이 확 뜨였다. 게다가 컬러 모니터면 다 똑같다고 생각했었는데, 뉴에그2의 트리니트론 모니터는 색감과 선명도부터 차원이 달랐다.
그보다 더 엄청난 것은 처리 속도였다.
부팅도 순식간이었고, 연산력도 엄청났다. 시큐리티 챌린지에 도전하기 위해 만든 자작 프로그램의 작동 속도도 몇 배는 빨라졌다.
어제까지 사용했던 486으로는 1초에 수십 번의 공격을 겨우 시도했다면, 뉴에그 2는 그냥 실행만 해도 초당 수백 번이 넘었다. HPC에 맞게 프로그램을 최적화하면 1천 단위도 가뿐하게 넘을 것 같다.
“크아! 엄청나네!”
영식이는 평소 보이지 않던 격한 기쁨의 감정을 토해냈다. 그러면서도 엄청난 선물을 준 재원도 잊지 않았다. 곧장 고맙다는 말과 함께 몇 가지 내용을 담은 쪽지를 보내고는, 시큐리티 챌린지에 뜨겁게 도전했다.
다음 날.
-633만원 결제 되었습니다. 서울 로데오 ID 플래그쉽 스토어.
유재원이 일상을 시작하며 컴퓨터 켰을 때 나오는 알람이었다. 결제 장소를 보고 영식이가 뉴에그2를 수령했다는 걸 바로 알아보았다.
ID 톡으로 온 영식이의 쪽지도 있었다.
선물 고맙고 잘 쓰겠다는 말과, 로데오 거리 플래그쉽 스토어의 직원들이 참 친절했다는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이거 쪽지가 아니라 편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네.”
유재원이 서비스 품질을 좀 봐달라고 했던 건, 뉴 에그2를 부드럽게 선물해주기 위한 말이었을 뿐이다. 그러니 이에 대해 아무런 이야기가 없더라도 유재원은 괜찮았을 것이다. 그런데 영식이가 보낸 쪽지는 보고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직원들이 무얼 어떻게 도와줬는지 상세히 적혀 있었다.
“없었으면 그냥 넘어가지만, 일단 리포트가 왔으니 적용은 해야지.”
유재원은 해당 내용을 복사해서 최강욱 비서실장에게 발송했다. 인사 평점에 플러스 점수를 주던, 보너스를 주던 그건 최강욱이나 플래그쉽 스토어 매니저가 알아서 해줄 것이다.
“그 녀석은 뉴에그2의 성능을 제대로 쓰겠지.”
주민이 녀석이야 그 좋은 컴퓨터를 게임기로 쓰겠지만, 영식이는 프로그래밍에 소질이 있었다. 포텐셜이 제대로 터졌을 때 어디까지 올라갈 지는 유재원도 짐작할 수 없다. 그저 소박한 바람이라면 제2의 존 카멕 수준만큼만 되었으면 좋겠다.
반면 주민이나 수경이에게는 뉴 에그 2를 선물로 주진 않았다.
수경이네 사업은 이미 너무도 잘 되고 있었다. 유경식품과 유경치킨에 이어 유경택배까지 확장해서 유경 그룹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고용직원 숫자 300명을 한참 전에 넘었으니, 세법상으로도 대기업이고, 실제 기업의 규모도 대기업 수준이다.
주민이네 한우 사업도 잘 되고 있었다. 수경이네 집처럼 엄청나게 성장한 건 아니지만 서울 백화점에 한우를 공급할 만큼 컸다.
두 집 모두 뉴에그 2가 나오자마자 사서 줄 만큼 경제력이 풍부했다. 이미 가지고 있는 걸 선물로 주는 것처럼 민망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컴퓨터 대신 유재원은 한국에서는 쉽게 사지 못하는 전문 프로그램을 보내줬다. 게임과 응용 프로그램 골고루 섞었다. 게임은 영상물심의를 받아야 하는데, 넥스트컴의 유료 소프트웨어 판매 사이트는 그 법망을 살짝 피해가 있어서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음, 마무리까지 훌륭한가 볼까?”
유재원은 곧이어 카드 회사의 인터넷 조회 프로그램을 실행했다. 카드의 결제 이력이나 다음 달 결제할 금액을 인터넷으로 조회하는 건 조금 있으면 대중화될 서비스였지만, 현재로서는 일부 지역, 일부 고객에게 제공되는 중이다.
다행히도 유재원이 그런 특별한 고객 중 하나였다.
“역시, 메시지랑 실제 결제된 액수랑 오차가 있네.”
실제 결제된 액수를 보니 문자로 온 것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 플래그쉽 스토어에서 발행된 전표는 한국 원화였고, 카드사에서는 달러화를 한국 원화로 바꿔서 결제해준 탓에 수수료가 붙었던 것이다.
원클릭 서비스가 아직은 베타 수준인지라, 이것까지 제대로 계산해서 보여주진 못한 것이다. 미국 달러로 거래되는 출시 전 제대로 수정하지 않으면, 나중에 소비자나 가맹점에 큰 혼란을 줄 수도 있는 문제였다.
이미 파악한 문제이기도 했는데, 아직 고치지 못한 모양이다. 유재원은 카스퍼스키에게 해당 화면의 스크린 샷과 전표 번호, 그리고 짧은 메모를 첨부해 이메일로 보냈다.
빨리 문제를 해결하라고 재촉하지 않아도, 이런 이메일 하나면 압박감은 충분하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10월이 되었다.
시간은 만능의 해결사라는 게 이번에도 증명되었다. 답이 없었던 퀄컴에서 드디어 모뎀 칩 샘플을 보내왔던 것이다.
부품을 받자마자 유재원은 바로 하이테크연구소에 보내 휴대폰을 시범 제작토록 했다. 하이테크 연구소에서 설계와 조립을 하고, 여기에 필요한 부품은 ID 그룹의 여러 계열사들이 공급해주는 방식이었다.
유재원은 안드로이드 사와 함께 휴대폰에 탑재될 운영체제를 만드는 작업에 돌입했다.
태블릿 PC용 최적화 작업과는 또 다른 작업이었다. 완전 기초적인 휴대폰이었고, 장착될 디스플레이 장치는 320*200 해상도의 256컬러 밖에 안 되는 물건이었다. 기능도 문자 확인이나 전화번호부, 간단한 메모 정도만 하는 수준이니 초소형 임베디드 운영체제를 만드는 작업이었다.
물론 유재원의 눈엔 허접하게 보이는 프로토 타입도 원래 나왔던 피처폰들과 비교하면 몇 년은 앞선 물건이다.
“하암.”
한창 코딩을 하던 유재원이 시계를 보았다.
며칠 동안 아침부터 새벽까지 모니터만 보며 프로그래밍을 짰다. 상당한 난이도가 있는 작업이었지만, 유재원에겐 그저 지루하기 짝이 없는 시간이었다. 그러다가 시계를 본 유재원은 뭔가 생각이 난 듯 컴퓨터에 달력을 띄웠다.
“오늘이 10월 9일이지? 그러면 정보팀에서 연락이 올 때가 됐는데.”
날짜를 헤아려 본 유재원은 살짝 긴장된 표정이 되었다.
한국 정보팀에 왜 연락이 없냐고 먼저 물어볼까 싶었는데, 마침 띵 하는 소리와 함께 쪽지가 날아왔다.
-정보팀입니다.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준비 완료 쪽지에 유재원은 채팅으로 전환해 자세한 정보를 들었다.
"이제 시작할까?"
현지의 상황을 확인한 유재원은 다부진 표정을 지었다. 기다리고 있던 연락이었지만, 막상 시작하려니 약간의 망설임이 생겼던 탓이다. 마음의 준비가 끝난 유재원은 곧이어 컴퓨터 옆에 있는 전화기를 집어들고 다이얼 버튼을 눌렀다.
전화번호 입력이 끝나자 곧 뚜르르 하는 벨소리가 났다. 몇번의 벨소리가 이어졌다.
"설마?"
설마 연결이 되지 않는 건가 싶었다. 아예 연결이 되지 않는 건 계획에 없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벨 소리가 다섯 번쯤 울렸을 때가 되서야 찰칵하는 소리와 함께 연결되었다.
-하암, 예예, 부안해양경찰서인데…….
“부안 여객선 중 하나에 폭탄을 설치했다. 모든 배들은 지금 당장 항구로 돌아가 대기하도록 명령해라. 6시간 후에 다시 전화하겠다.”
유재원은 상대방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폭풍처럼 말을 쏟아내고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 작품 후기 ============================
오늘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네요.
연재글을 쓰고 있던 중에 속보로 뜬 자막을 보고 믿을 수 없었습니다.
참으로 착잡하고 안타깝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