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276화 (276/1,007)
  • 00276  High Performance Computer  =========================================================================

    잠깐의 생각으로 결론을 내보려던 유재원은 아무래도 조금 고민을 좀 더 해봐야 할 것 같았다.

    “아버지, 지금 당장 가부를 말해드려야 하나요? 몇 가지 검토할 사항이 좀 있거든요.”

    -아아, 그건 아니다! 며칠 고민해도 상관없다.

    “네, 그렇게 까지 오래 기다릴 건 아니고요. 1시간이면 되요.”

    -그래, 안 해도 상관없으니 너무 부담 갖지 말거라.

    유봉만은 혹시나 부담될까봐 안 해도 상관없다는 말까지 남겼다.

    “에이, 그 조그만 협회장이 무슨 부담이겠어요. 다만 걸리는 게 몇 가지 있어서 그래요. 곧 전화 드릴게요.”

    당연히 유재원은 한국의 조그만 스포츠 협회장 자리 하나 정도는 아무런 부담이 없다.

    ID 그룹의 양대 축인 테크놀로지와 인베스트먼트의 규모는 날로 커져가는 중이었고, 당연히 돈을 갈퀴로 벌어들이는 중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잠깐 ID 그룹의 현황을 살펴보면 견실한 성장이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일단 ID 그룹의 근본이라는 테크놀로지의 규모는 날로 커지고 있다.

    컴퓨터 시장은 매달 5~6%의 성장이 이뤄지고 있고, 이는 분기마다 최소 20%, 연간 8, 90%의 성장이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다.

    그렇게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는 컴퓨터에는 모조리 안드로이드 운영체제가 탑재 중이다. 최근 광고 판매 수익은 5천만 달러를 돌파했고, 대기업 컴퓨터에 기본 설치되는 애드프리 버전의 판매로 매월 3천만 달러의 매출을 이뤄냈다.

    엔터프라이즈 버전의 판매는 아직 수백만 달러 수준이지만, 기업용 운영체제 시장도 무섭게 커나가고 있다.

    꾸준히 팔리는 ID 오피스와 둠 2의 매출도 엄청난 수준이다. ID 오피스는 매달 100만 장 이상, 둠 2는 아직도 수십 만 장의 매출이 찍히는 중이다.

    넥스트컴캐스트도 500만의 고정 가입자로부터 매달 이용료가 입금되고 있고, ADSL의 가입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 이용료를 연체한다거나 셋톱박스를 조작해 몰래 보는 얌체가 없는 건 아니지만, 수익은 착실히 나고 있었다.

    데이터센터도 마찬가지다. 지출이 상당했지만, 서버를 임대하거나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하는 학교와 기업이 늘면서 수익으로 전환된 상황이다.

    다만 테크놀로지가 늘 수익만 내는 사업만 하는 건 아니다. 하이테크를 비롯해 테크놀로지 산하의 수많은 벤처 기업들이 유재원을 대신해 모바일을 비롯한 미래 먹거리의 연구 중이었고, 이들은 수익률과는 거리가 먼 조직이었다.

    특히 몇 달 전 출범한 반도체 사업부는 대표적인 블랙홀이었다. 반도체 장비라는 게 기본적으로 수십억 원씩 하는 비싼 몸값을 자랑했고, 이를 사용할 연구원의 몸값도 상당했던 탓이다. 물론 코퍼마인 기술로 크게 대박을 치긴 했는데, 컴퓨터 업계의 진보를 위해 라이선스를 싸게 푼 탓에 아직 수익보다는 지출이 큰 상황이다. 그래도 벌어들이는 돈이 워낙 크니 반도체 사업부나 다른 스타트업 기업에 투자하는 돈은 아무런 부담이 없다.

    “아참, 하드웨어 부문도 있지.”

    마지막으로 소소한 크기지만 안드로이드 사업부의 하드웨어 부문도 수익을 기록 중이었다. 라이브 포스피드백이 탑재된 조이스틱, 패드는 게이머들의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덕분에 USB의 보급도 순조롭다.

    신형 조이스틱에 더욱 강화된 라이브 포스피드백 기능이 더해지면서 매출을 이끌고 있다. 다른 주변기기 회사들 역시 라이브 포스피드백 기술 도입에 적극적이어서 라이선스 판매도 호조다.

    이처럼 잘 나가는 테크놀로지와 달리 인베스트먼트는 조금 숨고르기 중이었다.

    이미 2개의 전설을 써놓은 인베스트먼트였고, 지금은 세 번째 전설적 투자를 준비 중이었는데, 단기에 큰 수익을 올렸던 이전 투자와 달리 이번엔 좀 기간이 길게 잡았다. 덕분에 남들이 보기에 조금 주춤거리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고, 실제 한국의 뉴스에 그런 기사가 뜨기도 했다.

    당연히 그런 기사를 쓰는 신문은 유재원에게 악감정이 있는 대한 일보가 주축이었다.

    유재원의 투자 감각이 떨어졌다느니, 두 번 성공해서 자만에 빠졌다는 식이다. 하지만 그걸 가지고 뭐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이 여름에 접어들면서 IBM과 같은 IT 대형주의 주가가 17%나 하락했다.

    12달러였던 주가가 10달러 대로 내려왔던 것이다. 하지만 ID 인베스트먼트에서 돈을 빼는 투자자들은 그다지 많진 않았다.

    유재원에 대한 믿음이 그만큼 탄탄했다는 의미였다. 오히려 투자 기준점을 낮출 수 있다고 돈을 더 넣는 사람들이 있었다. 금융실명제의 전격 실시로 금융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가운데 ID 인베스트먼트만이 활황이다.

    좋은 판단이다. 자기들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사실도 기꺼이 왜곡하는 기사들을 써내는 신문 기사를 따라가면 돈만 잃었을 거다.

    언론들은 마치 주식에 올인한 것처럼 쓰고 있지만 ID 인베스트먼트의 투자는 주식만 집중된 건 아니다. 영화나 음반에도 투자했고, 이는 당장 내년에 큰 수익으로 돌아올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실리콘밸리의 엔젤 투자자로서 가능성이 있는 수많은 회사에 투자했다.

    보통 엔젤 투자는 100개를 투자해서 하나만 성공해도 대박이라고 하는데, ID 인베스트먼트는 앞으로 차원이 다른 적중률을 보여줄 거다. 단지 시간이 좀 필요할 뿐이다.

    “핸드볼이라.”

    유재원은 핸드볼 협회에 아버지가 이름을 올리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았다. 다만 협회라는 것에 대한 불신이 가득할 뿐이다.

    한국에서 제대로 역할을 하는 협회는 양궁뿐이다라는 말이 나올 만큼, 협회는 비리의 온상이었다. 핸드볼처럼 프로리그가 없는 경기라도 예외는 아니다. 국가대표 선발을 두고 이런저런 비리가 터지는 건 일상이었고, 폭행이나 추문도 문제다.

    괜히 협회장을 맡았다가 아버지나 ID 그룹의 이름에 오물이 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아주 단점만 있는 것도 아니다.

    핸드볼 협회는 아직 대한체육회에 정식으로 인가를 받지 않았다. 이걸 뒤집으면 대한체육회의 인가를 받은 협회로 등록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핸드볼협회를 시작으로 대한체육회에까지 진출할 여지를 만들 수 있다. 대신 체육계에 대한 투자를 해야 할 텐데, 유재원은 재벌들의 전횡으로 온갖 비리가 가득했던 체육계를 정화하는 일이라면 기꺼이 주머니를 열겠다는 마음이 있었다.

    이는 정의감의 발로가 아닌 복수심이 근본에 있었다.

    어떻게 해야 그 응어리진 마음이 풀릴지는 모르겠지만 전생에 단단히 찍힌 그 기업들이 잘 되는 꼴은 절대 못 본다.

    마스터 플랜에서도 21세기 초 체육계에 커다란 비리가 터졌을 때, 개입하는 계획이 있었다. 아버지가 미리 체육계에도 발을 드리고 계신다면, 마스터 플랜의 계획보다 더 확실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다.

    반대급부로 핸드볼 발전을 위해 투자를 해야겠지만, 큰돈이 드는 건 아니다. 핸드볼 실업팀 숫자는 얼마 되지 않았고, 핸드볼 팀을 운영하는 학교도 소수다. 이렇게 저변이 좁은 상황에서 어떻게 올림픽에 나가 메달을 속속 따오는 건지 신기할 정도다.

    무엇보다 ID 파운데이션에 유재원은 그룹 차원에서 매년 상당한 기부금을 내고 있으니 문제없다.

    따르릉.

    유재원의 생각이 긍정적으로 결론이 내려질 때 쯤, 다시 한 번 전화벨이 울렸다.

    아버지가 또 전화를 한 건가 싶었지만, 먼저 전화를 받은 김대석의 표정을 보니 그건 아닌 모양이다.

    몇 마디 주고받더니 김대석의 눈이 크게 떠졌다. 다른 회사 사장들이나, 주지사에게 전화가 와도 저런 반응은 아니었다.

    덕분에 유재원의 궁금증이 한층 증폭되었다.

    “청와대 비서실이랍니다.”

    청와대?

    막상 정체를 알고 나서는 시시해진 유재원이다. 군부독재 시대를 제대로 겪은 김대석이야 청와대의 권위나 막연한 공포심 같은 게 있을 수 있겠지만, 별별 일을 다 보았던 유재원에겐 그다지 어려운 곳은 아니었다.

    다만 청와대에서 지금 본인에게 전화를 한 이유는 도통 짐작이 되지 않았다.

    “여보세요? 유재원입니다.”

    -ID 그룹 유 회장이오? 나 박광용이요.

    박광용?

    이름을 듣자마자 유재원의 뇌리에 인사 정보가 확 떠올랐다.

    기억의 궁전에 정리해 놨던 인사 목록에 있던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박광용은 그냥 비서도 아니고 비서실장이다. 비서실장이 되기 전에는 국회의원이었고, 청와대로 옮기면서 의원직을 사퇴했다. 당연히 그의 출신은 민자당이다. 김 대통령의 손발이 되어 활동하가다 내년 겨울쯤 대통령특보 자리로 옮기고, 다음 해엔 부산지역 지역위원장으로 내려와서 다음 총선에 국회로 돌아간다.

    따듯한 자리만 골라가는 것도 능력이었고, 그런 면에서 박광용은 능력자다. 이런 능력을 국가를 위해서 쓰면 좋았을 텐데, 박광용은 그 정도까지 되는 사람은 아니었다. 각종 이권에 개입했고, 뇌물도 수수해서 검찰청 포토라인에서 서기도 했던 인물이다.

    “그런데요?”

    자연스럽게 유재원의 말투도 그다지 호의적이진 않았다.

    -음.

    당연히 박광용으로서는 이런 퉁명스러운 말투는 처음 들어보는 터라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도 그럴 것이 박광용과 대화나 통화를 했던 기업인들은 그렇게 정중할 수가 없었다. 그런 말에 익숙해져 있다가 유재원의 ‘그런데요?’ 한 마디가 쑥 들어오자 빈정이 확 상했다. 하지만 박광용도 기분 내키는 대로 전화를 끊을 입장이 아니었다.

    대통령의 뜻을 대신 전해야 하는 비서실장이었고, 지금 유재원에게 전화를 먼저 건 것도 대통령의 의중을 전달해야 했기 때문이다.

    -우리 김영삼 대통령님께서 11월에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방미하실 거요. 그때 교민들과 만찬을 할 건데 대통령께서는 유 회장도 참석하길 바라고 계시오.

    김 대통령의 방미는 3달이나 뒤의 일이었다.

    한참이나 남은 스케줄을 벌써 정한다는 건 유재원에겐 신기한 일이었다. ID 그룹의 경우 유재원의 스케줄은 대충 한 달치 정도는 미리 만들어 두긴 하는데, 돌발적인 결정을 많이 하는 유재원이기에 나중에 보면 훨씬 복잡해진다.

    다만 대통령이 직접 움직이는 행사라면 이렇게 일찍 스케줄을 확정해 놓을 만 하다고 생각은 했다.

    “영광이네요. 정확한 날짜를 알려주시면 스케줄을 검토해보고 알려드리죠.”

    -뭐, 뭐라?

    유재원의 말에 박광용이 결국 제 성질을 이기지 못하고 반말이 튀어 나왔다. 박광용의 입장에서 대통령이 직접 콕 찍어 귀한 행사에 초청했으면 바로 승낙이 나와야지 스케줄을 보고 검토 후 알려준다니.

    박광용에게는 건방짐이 하늘을 찌르는 것처럼 들렸다.

    하지만 유재원은 될 수 있으면 그 행사에는 참석할 작정이었다. 김 대통령이 대선 때의 일로 자신을 적대시했고, 아직 화가 풀리지 않은 것 같았다.

    단적으로 금융실명제 실시 후에, 가장 빈번히 조사를 받은 금융사는 바로 ID 인베스트먼트였으니 말이다.

    -이보시오, 유 회장. 유 회장이 총리님께 국민 PC 사업을 제안한 것도 잘 알고 있소. 그 사업이 잘 굴러가려면 청와대의 협조가 필수일 텐데, 이리 나오면 곤란하오.

    하여간 그새를 못 참고 본색을 드러내는 박광용이다.

    그런데 하필 국민 PC를 언급하다니. 박광용 비서실장의 정치 감각에 대한 평가를 한 단계 더 낮추는 유재원이다.

    그도 그럴 것이 국민 PC 사업으로 유재원은 이익을 보는 건 아니다.

    이익을 보는 건 한국의 PC 제조업체, 그리고 국민 PC 지정 업체 선정을 맡을 고위 공무원들이다. 유재원은 PC가 많이 팔리면 팔릴수록 손해다. 지출할 보조금의 액수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니 말이다.

    “음? 무슨 말씀이신지요? 저는 기꺼이 참석을 하겠다는 건데요? 다만 백악관 초청행사 같은 것과 겹칠 수도 있으니 확인해 보겠다는 거였어요. 그리고 국민 PC사업에 대해 따져 보면 제가 손해를 감수하는 건데, 그리 생각하신다면 섭섭하네요.”

    -백악관 초청 행사가 있단 말이오?

    권위에는 권위로 맞서는 게 제일이다.

    백악관이란 소리가 나오자 불만어린 박광용의 목소리가 쏙 들어갔다. 지지율이 80%를 넘고 있는 김영삼 대통령이라도 한국에서나 제왕이지 미국에서는 영향력이 미미했다. 유재원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예.”

    유재원은 이번에도 짧게 대답했다. 무슨 행사인지 말해줄 필요는 없다는 투였다. 박광용도 그걸 분명히 느꼈지만, 이번엔 화를 낼 수 없었다. 게다가 국민 PC 사업이 유재원에게 이익이 없다는 것도 그의 예상 밖의 일이었다.

    국민 PC 사업이 유재원을 움직일 지렛대로 사용될 수도 없으니 박광용이 전화를 걸기 전 생각했던 그림은 모두 무너졌다.

    -알겠소. 그러면 자세한 일정이 정해지면 연락드리겠소.

    완벽한 KO패를 당한 박광용은 먼저 백기를 들고 통화를 끊었다.

    “김 대통령이 11월 방미할 때, 만찬 행사에 날 초청할건가 봐요. 수락할 생각이니 나중에 연락이 오면 비서실 선에서 마무리해주세요.”

    유재원은 수화기를 김대석에게 주며 만찬 행사에 대한 지침을 줬다.

    김 대통령의 만찬 행사장에 가서 딱히 얻어먹을 건 없지만, 김 대통령의 자신에 대한 적대함이 어느 정도인지는 직접 확인하고 싶다.

    그러는 사이 자동차는 이미 새 집에 도착해서 멈춰선 상태였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도착한 지 좀 된 것 같았다.

    곧바로 차에서 내린 유재원은 기쁜 마음으로 새집에 입성했다.

    몇 주가 지났다.

    8월의 중순에 접어들었지만, 샌프란시스코의 기후는 여전히 가을처럼 좋았다.

    그동안 유재원은 새집으로 이사 온 기념으로 티파니를 비롯한 회사 임원들과 집들이도 거하게 치렀다.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한국에서 부모님과 친척들이 찾아오기도 했다.

    여러 가지 사건사고로 집을 옮겼다고 하니 걱정이 되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밝은 모습의 유재원을 보고서 다들 안심하졌다.

    폭탄소포를 직접 받고도 잠깐 기분 나빴던 것이 전부였던 만큼, 유재원은 멘탈 하나 만큼은 탄탄했다. 전생에서부터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다져진 멘탈이니 파파라치를 비롯한 최근의 문제는 유재원에겐 버거운 일도 아니었다.

    스탠퍼드에 입학하기 전에 그랬던 것처럼 부모님, 친척들을 모시고 며칠 동안 관광을 다녔다. 그랜드캐니언 투어와 디즈니랜드, 메이저리그 관람은 물론이고 이번엔 3층짜리 대형 요트를 빌려 바다낚시도 즐겼다.

    그렇게 휴가 아닌 휴가를 즐기는 동안 몇 가지 일이 있었다.

    아버지 유봉만은 핸드볼 협회 회장으로 추대되었고, 이를 축하하는 의미로 ID 재단은 핸드볼 발전 기금으로 10억 원을 기탁했다.

    유재원 입장에서는 그다지 큰돈은 아닌데, 핸드볼 협회는 감격했다.

    협회를 만들고서 이만한 지원금이 들어온 건 처음이었던 탓이다. 88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도 국가에서 주는 메달 연금 말고는 협회 차원의 포상은 없었다. 재력이 부족했던 탓이다. 이제는 상황이 달라져서 다른 종목 선수들이 핸드볼을 부러워한다는 기사까지 나올 정도다.

    국민 PC사업도 출범했다.

    -체신부, 정보고속도로 사업 최종단계 돌입 선언!

    -전 총리, 정보고속도로의 마지막은 각 가정마다 PC를 보급해 연결하는 것!

    -이른바 국민 PC 사업 주장, 국가가 최소 30만 원에서 최대 50만 원까지 PC구매 지원.

    유재원의 예상대로 모든 PC에 지원금을 주는 건 아니었다.

    국민PC사업단이라는 게 출범했고. 중소기업 위주로 일정 스펙 이상의 PC를 제시 받아서 국민 PC로 인정해주는 거다.

    한국의 PC업체들과 용산의 컴퓨터 업체는 부푼 꿈을 꾸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 중에 먼저 앞서는 사람도 있었다.

    -세진 전자랜드, ID 테크놀로지로부터 50억 원 투자 유치!

    -이성수 세진 사장, 자신감 가득! 압도적 가성비의 국민 PC 선보일 것!

    한국으로 돌아갔던 이성수 사장이 잠잠했는데, 국민 PC 사업만 시작되길 기다리고 있었나 보다.

    국민 PC 사업으로 한국이 들썩일 때, 미국의 컴퓨터 업계에도 비슷한 분위기였다.

    -AMD 신형 HPC CPU, K6-400 출시일 확정, 9월 7일!

    CPU업계 중 제일 먼저 HPC CPU의 출시 일을 확정한 것이다.

    신형 CPU의 이름은 K6였고, 최고사양 모델은 PR400이다. 그놈의 퍼포먼스레이팅을 과감하게 버렸으면 좋겠는데 HPC까지 끌고 와버렸다. 유재원 앞으로 날아온 리테일 패키지를 보니 실제 작동 속도는 333MHz이었다.

    이전에 발표한 최상급 모델이 100MHz도 넘지 못했던 걸 생각하면 엄청난 성능의 향상이었다. 333이라는 숫자와 함께 눈길이 가는 건 어른 주먹 2개 크기의 쿨러였다. 유재원이 선물로 줬던 타워형 쿨러에서 약간 작아지긴 했어도 파격적인 크기였다.

    333이라는 숫자, PR400을 찍기 위해서 마지막까지 쥐어 짠 것을 쿨러 하나로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인텔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인텔, 펜티엄 II-300 발표.

    -9월 9일 소매점에서 누구나 살 수 있을 것!

    AMD와 마찬가지로 발표행사를 하면서 유재원에게 샘플을 보내줬다.

    경쟁자보다 한발 늦긴 했고, 작동 속도도 33MHz정도 느리다. 하지만 인텔의 마이크로아키텍처의 효율은 AMD보다 좋았다. 실제 벤치마크 성능은 인텔의 펜티엄 II가 5%정도 더 빨랐다.

    발열에 있어서도 AMD보단 나아서 기본제공된 쿨러는 초코파이처럼 납작하게 생겼다. CPU와 맞닿은 부분에 구리심이 박혀 있어서 성능도 괜찮았다. 무엇보다 인텔은 AMD와 달리 출시 당일 소매점에서 직접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통망이 부실한 AMD 제품은 발매 당일 그리고 며칠 후까지도 소매점에서 찾을 수 없다는 걸 공격하는 것이다.

    유재원이 알기에 본래 예정된 출시일은 9월 20일쯤이었는데, AMD가 먼저 선수를 친 것이다.

    두 업체의 경쟁적 발표로 HPC 컴퓨터 시대는 본격 개막되었다.

    ============================ 작품 후기 ============================

    추천과 리플, 선작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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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엄청 덥죠?

    7월부터 이렇게 더웠던 건 없던 거 같네요. 다들 건강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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