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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로 압도한다-267화 (267/1,007)

00267  국민 PC  =========================================================================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드디어 우리는 금융실명제를 실시합니다. 이 시간 이후 모든 금융 거래는 실명으로만 이루어집니다.

1993년 8월 8일. 일요일 저녁.

텔레비전 속에서는 김영삼 대통령이 긴급 발표를 하는 중이었다. 장소는 청와대, 발표 형태는 특별 담화문으로, 청와대가 돌린 보도자료의 제목은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대통령 긴급재정경제명령’이었다.

내용은 유재원도 익히 알고 있었던 금융실명제였다.

재미있는 점은 대통령 뒤에는 청와대 비서진과 국무회의에 참석할 수 있는 장관 등이 의자에 앉아 있었는데, 다들 충격을 받은 듯한 모습이다. 텔레비전에 생방송으로 나간다고 다들 표정 관리를 하고 있었지만, 완전히 숨기긴 힘들었다.

제일 표정 관리가 안 되는 양반은 역시나 전명헌 총리였다.

총리 역시 명실상부한 국무위원이니 제일 첫 줄에 앉아 있었고, 덕분에 텔레비전에도 자주 잡혔다.

그만큼 김 대통령이 금융실명제는 철저한 보안 속에서 준비했다는 방증일 거다.

유재원이 알기로 김영삼 대통령은 금융실명제를 준비하는 실무진 전원으로부터 사표를 받아뒀다고 한다. 이어 ‘보안이 새어나가면, 실무진들은 전원 구속할 것’이라며 엄포를 놓기도 했고,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한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금융실명제를 준비하는 공무원 20명은 철저한 비밀 유지를 위해 두 달간 집에도 가지 못하고 경기도 과천의 주공아파트에서 합숙하며 일했다고 한다.

일부 고위 공무원은 해외로 출장을 나갔다가 귀국 후 곧바로 합숙소로 갔고, 출국을 위해 공항에 갔다가 비행기를 타지 못하고 연행되듯 합숙소에 합류했다는 전설과 같은 이야기도 있었다.

그러니 전명헌이 발표 직전까지 아무런 통보를 받지 못했던 것도 분명한 사실일 것이다. 하긴, 남북정상회담이 추진된다는 걸 유재원에게 미리 알려줄 만큼 비밀이 없는 전명헌이 이번엔 단 한마디의 언급도 없었다.

전명헌 총리만 따돌려진 건 아니다. 김 대통령의 측근들도 사전에 연락을 받은 게 없을 만큼 완벽한 보안이 유지되었다.

덕분에 대전 엑스포가 성공리에 개막하고, 첫 번째 주말을 맞는 터라 특집을 준비했던 텔레비전 방송국에서도 특집 프로그램을 끊고 대통령 긴급 명령으로 발동된 금융실명제의 설명과 이에 대한 후폭풍을 보도해야 했다.

그렇지만, 프로그램의 질이나 수준은 그다지 좋진 않았다. 금융 전문가들 몇을 긴급히 불러다 앉혀 놓고 이야기를 듣는 것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라는 분들도 급하게 호출된 탓에 준비가 모자라 제대로 된 설명을 해주진 못했다.

“타이밍 제대로네.”

유재원이 알기에 금융실명제는 원래 8월 12일 오후 7시 45분, 국무회의를 마친 후에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해서 전격 발표되었다.

지금은 본래보다 4일 빠른 8일 저녁 8시에 발표된 것이다. 엑스포 개장으로 전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었을 때, 뒤통수를 화려하게 후려쳤다. 금융실명제는 평범한 국민에겐 별다른 영향은 없다. 직격탄을 맞은 사람들은 금융 자산을 크게 가지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기업 정도였다.

그러니 지금이야 금융실명제로 떠들썩하지만, 며칠 지나면 매스컴은 엑스포 이야기로 다시 도배될 것이다.

다만 다시 화제가 될 일이 하나 있으니 김 대통령이 발표 마지막 단에 ‘12, 13일에 국회가 금융실명제법을 통과해주길 당부’했기 때문이다.

대통령 긴급 명령으로 현재 시각부터 실명제는 시행되지만, 아직 법제화는 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렇기에 김 대통령은 혼란을 피하고자 최대한 빨리 국회가 금융실명제법을 통과해달라고 당부했다.

여기가 김 대통령의 우려가 살짝 묻어나는 대목이기도 했다.

여당 단독 과반이라면 덧붙일 말도 아니었다. 하지만 단독 과반은 불가능한 상태이니 제2, 제3당의 협조가 꼭 필요하다.

띵!

유재원의 쉘 북에서 알람이 울렸다.

최강욱 비서실장을 비롯한 한국 지사 임원들이 보내는 메시지였다. 대충 보니 금융실명제 관련 보고들이 대부분이다. ID 인베스트먼트 한국담당인 황재홍의 경우 금융실명제 실시에 대한 그간의 준비상황이 즉각 보고되었다.

유재원은 작년부터 금융실명제가 실시될 수도 있다고 누차 말했었고, ID 인베스트먼트 한국 지사에도 언제든 대응할 준비를 하라고 지시했었다.

덕분에 ID 인베스트먼트는 3차 투자상품부터는 가명으로 상품에 가입하는 건 금지였다. 차명도 당연히 걸러냈다. 상품에 가입할 때 사진이 붙은 신분증과 가입자를 확인하도록 명시했으니 말이다.

기존 은행들처럼 영업 파트 직원들에게 각각 목표량을 할당하고 압박했다면 절대 지켜지지 않을 지시였다. 어떻게 해서든 할당받은 금액을 채우기 위해 마구잡이 영업을 하다 보면 가명이든 차명이든 받아뒀을 테니 말이다.

ID 인베스트먼트의 차별성은 이 대목에서 드러난다. 영업사원에게 실적의 압박은 없다. 고객들이 알아서 돈을 싸 들고 오는 중이어서 영업을 적극적으로 할 이유가 없었다. 오히려 검은돈을 걸러낸다는 이야기가 돌면서 그나마 숨통이 트이는 수준이었으니, 다들 적극적으로 유재원의 지시를 따랐다.

그러던 차에 김 대통령의 긴급 명령으로 금융실명제가 발동되면서 선견지명을 확실히 선보인 유재원의 평가는 다시금 한 차원 높아졌다.

더욱이 이날을 기다린 듯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보고서는 ID 인베스트먼트 한국 지사의 노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좋아. 당장 내일 감독관이 나와도 문제없겠어.”

황재홍이 올린 보고서를 보면서 유재원은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따르릉!

이번엔 전화였다. 발신자 번호가 표시되는 건 아니었지만 누가 걸었는지는 확실히 예측할 수 있는 전화였다.

“네, 총리님!”

-어떻게 대통령이 우리에게 이럴 수가 있냐!

역시나 유재원의 예상은 적중이다.

전화를 받자마자 불만이 가득한 전명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 양반, 우리를 국정 파트너로 생각은 하나 모르겠다. 총리를 꿔다 놓은 보릿자루로 만들 수가 있냐!

목소리만 들어도 길길이 날뛰는 모습이 선하다.

“그러게요. 이번엔 좀 심했네요. 발표 직전에야 알려준 건가요?”

-한 시간 전에 알았다. 급히 논의할 게 있다고 청와대로 부르더니 완전 일방 통보를 하더구나. 꿔다 놓은 보릿자루 신세가 뭔지 톡톡히 알았다.

비밀리에 직원들을 뽑고 경기도 아파트에서 합숙하며 준비했다가 전격적으로 이뤄진 금융실명제였으니 전명헌에게 사전에 말해줄 일은 아니었다.

전명헌 총리도 분명 하나회가 어떻게 끝장이 나버렸는지 옆에서 보았을 텐데, 아직 김 대통령의 방식을 잘 인식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국회로 가서 확 뒤집어버릴까?

“에이, 그러지 마세요.”

전명헌의 말에 유재원은 급히 만류했다.

-어째서? 계속 이렇게 받아주다 보면 호구 되는 거 순간이란다. 한 번 정도는 제 목소리를 내야 하는 법이다.

“제가 보기엔 아직 때가 일러요. 지금 대통령 지지율이 얼마인지 모르세요? 이번 발표로 국민적 지지자 엄청날 거예요. 소나기가 쏟아지는 데 그걸 일부러 맞을 필요는 없잖아요. 대신 실리를 챙기셔야죠.”

-실리?

“13일 임시 국회가 열릴 때, 딱 금융실명제 하나만 통과되라는 법은 없잖아요. 통일국민당도 일 잘한다는 소리 들을 수 있도록, 통일국민당의 발의했던 개혁법안 몇 개를 더 처리할 수 있는 거 아닌가요?”

-흠, 꼭 그래야 하냐? 다른 방법은 없는 거냐?

이번 금융실명제로 전명헌이 금전적 손실을 본 건 없을 거다.

유재원은 작년부터 금융실명제의 전격 실시에 관해 이야기했으니, 유재원의 말을 찰떡처럼 듣는 전명헌은 조처했을 테니 말이다. 단지 화가 난 건 전명헌의 말 그대로 국정 파트너가 아닌 꿔다 놓은 보릿자루 취급을 받았던 탓이다.

“네, 감정적으로 대응해 봤자 당장은 기분이 나아질지 몰라도, 결과적으로 큰 손해죠. 지금은 발을 맞춰주는 게 좋아요.”

유재원은 전명헌을 다시 달랬다. 대신 전에는 없던 단서를 달았다.

-알겠다, 지금은 맞춰주마!

전명헌도 유재원의 말을 알아들었다.

‘지금은’이라는 단언에 함축된 이야기를 바로 알아들은 것이다. 현재의 지지율은 하늘을 뚫고 우주에 진출할 것처럼 치솟은 상태였지만, 그게 영원토록 지속하진 않을 거라는 이야기를 전명헌은 찰떡처럼 알아들었다.

더구나 국회에서 금융실명제법을 처리하려면 통일국민당의 협조는 필수였으니, 이를 통해 민자당이 망설였던 개혁법안 처리에 지렛대로 삼을 수 있다.

통일국민당의 개혁법안들이란 현대의 진보정당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워낙 파격적이었다. 국가보안법 폐지 같은 게 기본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니 입법 자체가 되지 않을 거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심지어 통일국민당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유재원은 전혀 그럴 생각이 없다는 게 가장 중요하다.

지금 상황이 개혁법안을 실행할 좋은 기회였다.

당연히 국가보안법 폐지 따위는 아니다. 유재원이 전명헌에게 밀어준 건 2개였다.

하나는 군인과 군무원, 경찰 공무원이 국가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만든 국가배상법 제2조 1항 일명 이중배상금지 조항의 개정이고, 다른 하나는 대규모 재난 발생 시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책임을 임원과 사업주에게도 묻는 특별 재난법이었다.

두 개다 얻으면 좋겠지만, 첫 번째는 헌법 개정까지도 필요할 수 있어서 유재원이 보기에 특별 재난법이 우선 통과될 것 같다.

주요한 포인트는 3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사고에 대해, 해당 사업체의 임원은 물론 사업주까지 7년 이상의 징역형을 처하는 강력한 법률이다. 동시에 피해자의 보상은 국가가 먼저 하고, 국가는 사업자의 자산을 압류해 예산을 충당하는 최대한 빠른 피해보상이 이뤄지도록 하는 조항도 들어가 있다.

재난의 크기를 사망자 숫자로 정의하는 게 무척이나 비인간적으로 보이지만, 정확한 법 집행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수치화할 수밖에 없었다.

조만간 국가적 재난이 우후죽순 터지게 될 텐데, 오로지 돈만을 바라고 무차별적으로 개발만 했던 이들에게 경종을 울려줄 수 있는 법이 될 거다.

“이 정도면 충분한가?”

다른 사람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을 테지만, 일찍이 준비를 마친 유재원은 몇 번의 전화 통화를 하는 것으로 모든 대비가 끝나버렸다.

이대로 내일 출국하는 데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았는데, 예상치 못한 연락이 하나 더 있었다.

따르릉!

“재원아, 전화 왔다! 최 비서실장이다.”

출국을 위해 한창 짐을 싸는 중에 부모님의 부르는 소리가 났다.

“네.”

웬만한 전화는 그냥 넘겨버릴 테지만, 최강욱 비서실장이라면 꼭 받아야 할 전화였다. 캐리어에 한국에서만 구할 수 있는 물건을 챙겨 넣던 유재원은 곧장 자리를 털고 일어나 전화를 받으러 갔다.

-회장님, 일성 그룹의 최현희 회장이 회장님을 뵙고 싶다고 합니다. 일성전자 건 때문이라는군요.

역시나 최강욱의 전언은 보통 일은 아니었다.

“이번에도 나보고 찾아오라는 거예요?”

몇 년 전이던가.

최현희 회장이 한번 얼굴이나 보자고 한 적이 있다. 유재원은 그 말을 따르려다가 중간에 생각이 바뀌어 그냥 돌아와 버렸다. 이후로 일성과는 냉전 상태가 지속 중이다.

냉전이 펼쳐지는 전장은 일성 쪽인지라 ID 그룹에선 그다지 큰 소동은 없었지만, 일성의 각 계열사는 난리가 났다.

최근 일성을 뒤흔들고 있는 가장 큰 폭탄은 막강한 지분을 통해 억지로 굴러들어온 이사였다. 외부인에겐 절대 내어주지 않았던 일성 그룹 계열사의 이사회에 ID 그룹에서 임명한 이들이 낙하산처럼 꽂혔고, 이들은 이제껏 관례와 묵인으로 자행되었던 횡령과 배임을 일일이 고발하는 중이었다.

재벌개혁을 열심히 설파했던 학계나 사회운동가들 중에 능력이 검증된 이들을 뽑아 낙하산을 태우니, 각자에게 맡겨진 일을 120% 수행하면서 놀라운 결과를 쏟아내는 중이었다.

ID 인베스트먼트가 꽂은 이들의 고소 고발 활동으로 인해서 구속된 이들은 벌써 10명을 넘었다. 대부분 실무를 담당했던 부장, 과장들이지만 이사급도 제법 된다. 게다가 아직 진행 중인 사건은 이보다 훨씬 많은 20개 정도였고, 앞으로도 늘어나면 늘어났지 줄어들진 않을 거다.

당연히 이번 고소 대란으로 일성은 물론 친재벌 성향 언론사들은 ID 인베스트먼트가 부당한 권리를 행사한다고 난리였다.

투자회사는 투자만 하고, 경영에 간섭하면 안 된다는 논리였다. 당연히 논리도 없는 개소리에 불가했다.

주식이 가진 주권을 정당히 행사하는 것이고 당연히 합법적인 권리였다. 주식의 가치 자체가 경영에 간섭할 수 있는 것에서 출발하고, 이러한 가치 투자의 정점이 바로 M&A였다.

그렇기에 유재원의 위임을 받은 ID 인베스트먼트의 조치도 합법적이었다. 이게 불법적인 일이었다면 당장 일성 법무팀이 움직여서 법적인 제동을 걸었을 텐데, 거긴 꼼짝도 못 하고 있다.

하여튼 이런 상황에서 코퍼마인 기술을 대가로 일성전자 지분을 요구했으니, 최현희 회장이나 일성전자 사람들이 기겁했을 거다.

그렇다고 마냥 거부할 수만은 없는 게, 코퍼마인 기술이 없으면 반도체 시장에서 퇴출당하는 건 순식간이기 때문이다.

이미 시장에서는 HPC 인증이 대세였다. 대형 컴퓨터 제조업체들은 완벽한 HPC 인증을 받은 PC를 누구보다 빠르게 출시하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인텔과 AMD 역시 빠르면 9월 초, 늦어도 10월 말쯤에 HPC 인증을 받은 최신예 CPU를 출시할 거라고 발표했다.

3D 카드 제조사들의 움직임도 활발했고, 메모리 제조업체 역시 마찬가지다. 마이크론, 미래 전자, 금성전자 등의 메모리 반도체 업체에 대량의 HPC 인증 메모리의 발주가 쏟아지는 중이었다.

예외가 있다면 일성이다.

코퍼마인 기술이 없기에 HPC 인증 메모리 주문은 없었다. 아직 계약 맺은 물량이 있어서 공장을 놀리는 사태가 벌어지진 않았다. 그러나 회사의 앞날에 먹구름이 낀 건 확실하다. 최근 대량 거래 물량 일부가 위약금을 물고 취소가 되기도 했으니 징조는 확실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래전략실장이라는 김혁수는 모종의 꼼수로 유재원과 담판을 지어보려고 했다가 본론을 꺼내보지도 못하고 파투나고 말았다.

-그건 아닙니다. 회장님이 시간과 장소를 정하면 이에 맞춰 움직이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김혁수 미래전략실장은 대기발령이 났다는 정보팀의 보고도 있습니다.

“아하, 이번엔 제대로 하려는 모양이네요.”

유재원은 최현희가 직접 움직이겠다고 했으니, 무슨 소리를 할지 한 번은 만나서 들어 보고 싶었다.

“그러면 내일 오전에 보자고 하죠. 저의 미국 출국은 저녁으로 미루는 거죠. 장소는 격에 맞는 장소로 최 비서실장님이 준비해주시고요.”

-예, 알겠습니다!

최현희에게 거한 대접을 준비하라고 했다고 전생에 쌓인 복수심이 옅어진 건 아니다.

생각 같아선 냉수 한 컵 주는 것도 아깝다. ID 그룹의 대외적인 체면을 생각해서 적당한 자리를 만들어 달라고 했을 뿐이다.

유재원에게 아쉬울 건 없다.

일성전자 지분을 대량 매집하기 위해 밀어 넣은 자금 정도는 한 푼의 손해 없이 털어낼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다음 날.

유재원은 서울 미래호텔, 비즈니스 미팅룸에서 최현희 회장을 만날 수 있었다.

최현희 회장의 모습은 현역 시절 뉴스에서 많이 보았던 바로 그 모습 그대로였다. 나이가 들었을 때는 얼굴에 나잇살 같은 곡선이 많이 생겨서 인상이 부드러웠다면, 지금은 선 굵고 날카로운 느낌이 강했다.

먼저 와 있던 최현희도 날카로운 눈으로 유재원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살폈다. 그 모습에 유재원은 본인으로부터 무슨 느낌을 받았는지 물어보고 싶어졌다. 하지만 전명헌처럼 친한 사이도 아니었고, 앞으로도 친해질 마음은 없었다.

“유재원입니다.”

“최현희일세.”

인사는 유재원이 먼저 했다. 둘 다 이름이 곧 타이틀과 같은 사람인지라 인사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유재원은 푹신한 의자에 편안히 몸을 기댔다. 하지만 최현희가 김혁수와 마찬가지로 어처구니없는 이야기를 시작한다면 바로 자리에서 일어날 작정이었다.

곧이어 최현희 회장이 먼저 발언을 시작했다.

“김 실장이 큰 실수를 했네. 내 사과하지. 그리고 원하는 지분을 말해보게. 내어줄 수 있는 만큼 내어주지.”

최현희의 발언은 유재원의 예상을 놀랍도록 뛰어 넘어섰다.

============================ 작품 후기 ============================

추천과 리플, 선작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원고료 쿠폰, 후원 쿠폰도 완전 감사합니다~!!!

혹시 금융실명제 발표하는 거 라이브로 보신 분 있으실지 모르겠네요.

저는 꼬꼬마 시절이라서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유튜브로 되돌아보니 임팩트가 어마어마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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