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8====================
테크노피아 1993
며칠 후.
“제2회 시큐리티 챌린지를 시작합니다!”
유재원은 카메라를 보며 무제한 해킹 대회의 시작을 선언했다. 1회 대회와는 달리 박수나 환호는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유재원이 구름과 같은 매스컴의 취재진과 함께 나와 있는 곳은 코요테 시티의 데이터센터로 아무나 들어올 수 없는 구역이었기 때문이다.
원래는 ID 테크놀로지 본사 앞 공터에서 하려고 했는데, 해킹용 PC의 설치 때문에 부득이하게 데이터센터가 선택되었다.
원래 미국식 농담으로 유재원은 일단 뉴 에그 PC만 하나만 보여주려고 했다. 네트워크 연결은커녕 전원도 들어오지 않는 상태로 말이다.
폭스뉴스의 첫 보도에 대한 유재원이 소심한 반론이었다. 폭스뉴스는 소포폭탄을 받은 유재원이 복수심에 유나바머의 PC에 백도어를 열어 정보를 빼냈다고 호들갑이었다. 그 보도를 비슷한 수준의 언론들이 받아쓰기를 시작했고, 급기야 미국 반대편에 있는 뉴욕타임스까지도 논조는 좀 다르긴 했지만, 개인정보 보호를 일개 기업과 소수의 소유주에게 맡길 수 없다는 식이었다.
폭스뉴스의 보도는 몰라도 뉴욕타임스 기사에 대해선 유재원도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인데, 문제는 시작이 틀렸다는 것이다.
유나바머는 애초에 첨단기술 혐오자였다. 문명을 거부하고 깊은 숲속 오두막집에서 살았던 사람이다. 당연히 그의 집에는 컴퓨터 같은 건 없었다. 그저 낡은 타자기 한 대와 산더미처럼 쌓인 종이만 가득했다.
그걸 비꼬려고 오프라인 상태의 뉴에그 PC를 보여주려고 했다. 하지만 너무 가볍게 보이고, 언론의 보도에 일일이 대응할 필요는 없다는 레밍턴의 조언에 생각을 바꾸게 된 것이다.
매우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장소로 코요테 시티 데이터센터만 한 게 없다. 또한, 컴퓨터 전문가들에게 ID 그룹이 꼼수를 쓰지 않는다는 걸 확인시켜주기에도 최적의 장소였다.
뉴에그 PC에 외장형 광케이블 모뎀을 연결하는 것도 보여주었고, IP주소도 공개했다. 또한, CCTV로 24시간 촬영해 오프라인에서는 대회가 끝날 때까지는 누구도 접근하지 않는다는 걸 확인시켜주기로 했다.
뉴에그 PC에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2.0 게이밍 에디션이 설치되어 있었고, 기본 탑재된 네트워크 모니터링 프로그램을 통해 외부에서 접속을 시도한 IP의 통계도 실시간으로 집계 중이었다.
“벌써 1만 명이 돌파했네요. 빠르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명성 혹은 상금, 아니면 뭔가를 노리고 대회가 시작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의 숫자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런데도 뉴에그 PC는 건재했다.
보통 서버 컴퓨터 같았으면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몰리면 트래픽을 감당하지 못해 다운되기 일수였고, 그나마 괜찮으면 웹서버 프로그램만 정지한다. 하지만 뉴에그 PC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이는 오히려 네트워크 기능이 미비한 게이밍 에디션의 장점이다.
서버라면 접속한 이들에게 웰컴 페이지를 전송해준다고 대역폭을 다 낭비하게 되지만, 개인용인 게이밍 에디션은 대량의 접속이 시도되면 비상식적 상황으로 인지하고 접속을 차단해버린다.
그러면 제2 시큐리티 챌린지가 사기냐 하면 절대 아니다.
이런 내용은 소매점용 정품이나 대기업 컴퓨터를 구매하면 함께 제공되는 두툼한 설명서에 확실히 기술되어 있기 때문이다.
ID 플래그쉽 스토어나 ID 그룹과 계약을 맺은 소매점에서 애드웨어 버전을 복사해 온 사람들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홈페이지에서 ID 워드 파일로 된 설명서를 받아 보면 된다. 물론 그 분량이 두툼한 소설책과 비견될 만큼 두꺼워서 제대로 찾아본 사람은 그다지 많진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제대로 된 해커라면 설명서를 정독하는 건 기본자세다. 그러니 실력 있는 해커라면 저렇게 시작하자마자 접속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유재원이라면 아예 한발 더 나아가 대규모 DDoS 공격으로 경쟁자들이 접속하는 걸 한 달 정도 차단해버렸을 것이다. 이렇게 경쟁자들을 모두 지쳐 떨어져 나가게 만들면 독점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또한, 진정한 해커라면 자신이나 레드먼드에 있는 수백 명의 안드로이드 개발자가 찾지 못한 취약점을 찾아서 뚫고 들어와야 한다고 유재원은 생각했다.
“제2회 시큐리티 챌린지를 위한 익명 게시판도 개설했습니다. 참가자 여러분이 쉽고 빠르게 의견과 정보를 교환할 수 있고, 진행 상황도 공지가 될 것입니다.”
유재원의 말과 함께 자막으로 2ch.com이라는 주소도 떴다.
도메인까지 갖춰진 인터넷 사이트지만 접속해보면 누구나 글을 쓰고 읽을 수 있는 익명의 게시판만 나오는 홈페이지다. 완전 텍스트로 이뤄져 있기에 대량의 접속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사이트였다.
특징이라면 완전한 익명성, 그리고 스레드 방식이라는 것이다. 사용자들이 원하는 주제에 따라 새로운 스레드를 개설해서 원하는 만큼 정보나 의견을 교환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당연히 일회용은 아니다. 제2회 시큐리티 챌린지가 끝나면 대형 커뮤니티 사이트로 탈바꿈될 예정이다. 다만 익명성은 막장으로 치닫는 가속 페달과 같기에 처음부터 관리는 무척이나 빡빡하게 진행할 계획이다.
모니터링 아르바이트생을 대거 배치해서 욕설만 가득한 게시물은 칼같이 삭제한다는 방침이니 말이다. 이와 함께 2ch.com의 게시물을 기반으로 하는 자연어 기계학습도 시작한다. 이를 통해 영어를 습득함과 함께 여기서 얻어진 지식을 기반으로 인터넷 전용 필터링 기술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제법 거대한 프로젝트이지만 이러한 내용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ID 테크놀로지 내에서도 한 손에 꼽을 만큼 적다. 워낙 파급력이 강한 기술이니 레밍턴이나 앨런, 리사와 같이 믿을 수 있는 소수와만 협업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도전자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유재원의 인사를 마지막으로 제2회 시큐리티 챌린지라는 100일의 무제한 레이스가 시작되었다.
다음 날.
잠에서 깬 유재원은 평소와 달리 욕실로 직행하지 않고 바로 컴퓨터 앞에 앉았다.
잠깐 속으로 뭔가를 기도한 유재원은 컴퓨터의 전원을 켰다. 무척이나 경건하게도 이번만큼은 발가락이 아닌 손으로 직접 전원 버튼을 눌렀다.
부팅은 순식간에 끝났고, 익숙한 바탕화면이 나타났다. 여기서 보통은 ID 톡을 실행하고 ID 웹브라우저를 실행해 넥스트컴의 뉴스 페이지를 둘러 보았지만, 오늘은 좀 달랐다. 웹브라우저를 실행하긴 했지만, 처음 접속한 페이지는 2ch.com이다.
막강한 처리능력을 가진 데이터센터와 유재원의 집 사이를 광케이블로 연결해놓은 덕에 일체의 버벅댐도 없이 순식간에 페이지가 열렸다.
생성된 스레드는 이미 수천 개를 넘었다. 게다가 스레드마다 유저들의 글로 가득했다. 살짝 긴장한 유재원은 제일 인기 있는 스레드부터 빠르게 읽었다.
유재원의 눈길에는 긴장감을 숨길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21세기 초, 인터넷이 태동했던 때 해킹 대회가 종종 열리곤 했다. 보통은 보안회사 주최로 열린 대회였고, 유재원처럼 자신들의 보안 능력을 자랑하려고 여는 대회였다. 그런데 이렇게 열린 대회 중 적지 않은 대회가 시작한 지 하루도 못가 뚫리는 일이 발생했었다.
유재원도 안드로이드 2.0이 그렇게 당하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다.
물론 자신의 소프트웨어 개발 능력이 1993년대의 수준과는 비교를 거부한다는 건 당연히 자타공인 인정한다. 하지만 만에 하나라고 ID 톡의 혐짤 이메일의 경우처럼 본인이 미쳐 신경 쓰지 못했던 취약점이 있을 수도 있고, 이전 역사에서는 포텐을 터트리지 못한 천재가 나타날 수도 있는 것 아니겠는가.
“후아, 다행이네.”
최신 스레드를 읽은 유재원은 안도했다.
아우성치는 참가자들은 모두 안드로이드의 철옹성 같은 보안에 혀를 내두르고 있었다. 달걀로 바위를 치는 것 같다는 말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견고함을 대신했다.
동시에 무조건 접속을 거부하는 건 꼼수 아니냐는 볼멘 목소리가 있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는 원격 로그인 화면까지 보았고, 그걸 스크린 샷으로 올렸기에 그런 소리 하는 사람들은 능력이 없다는 것으로 찍혀버렸다.
시큐리티 챌린지가 있는 100일 동안 아무 일 없기를 바라며 유재원은 2ch.com을 닫았다.
웹브라우저를 닫고 ID 톡을 실행하니 기분 좋은 소식은 계속 들어왔다.
-보스, 계약금이 입금됐습니다.
레밍턴 사장의 보고였다.
CIA로부터 빅데이터 검색기 패키지 계약금 4백만 달러가 입금되었다는 보고였다.
ID 그룹 전체 매출로 보면 그다지 큰 건도 아니었다. 100일마다 갱신되는 안드로이드 애드웨어 광고 단가는 이제 개당 200만 달러 수준까지 상승했다. 미국은 물론 전 세계 PC에 설치되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인 덕에 광고를 직접 보는 사람들도 그만큼 늘어났고, 광고 효과도 확실히 증명된 덕이다.
어쩌면 2000년에 진입하기 전에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광고 슬롯 하나 가격이 슈퍼볼 광고를 능가할 거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그냥 들으면 떡 벌어지는 이야기지만,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다. 미국에서만 매년 1천만 대가 넘는 신규 PC가 팔리는 중이었고, 전 세계적으로는 2천만 대 이상이 보급 중이다. 새롭게 팔리는 PC에는 모두 안드로이드 운영체제가 설치되었고, 이중 최소 1/3은 애드웨어 버전이다.
보급된 PC 숫자가 1억 대를 돌파하게 되면, 슈퍼볼 시청자 숫자를 능가하는 것이니 광고 단가가 슈퍼볼 단가를 넘어서는 것도 당연했다. 게다가 한 번 쓱 지나가면 끝인 슈퍼볼 광고와 달리 안드로이드 광고는 최소 하루에 한 번은 노출된다. 재부팅이 잦은 사용자라면 그 이상이다. 게다가 인터넷과 연동하면 보다 자세한 정보를 전하거나, 즉각 주문으로 이어질 수도 있으니 안드로이드 광고의 단가 상승은 그 끝이 어디일지 유재원도 짐작할 수 없을 정도였다.
-패키지 설치 장소로 랭글리 본부를 지목했더군요. 그래서 제가 실무팀과 함께 이번에 버지니아주에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버지니아주 랭글리에서 제일 유명한 건 역시나 CIA 해드쿼터일 거다. 그런데 거기까지 레밍턴이 갈 필요가 있나 싶기도 했다. 컴퓨터 설치는 TG 미국 지사, 네트워크 세팅은 시스코에 맡겨도 충분한 일이었으니 말이다.
“하루짜리 일정은 아니죠?”
-예, 시스템 운영이나 유지 보수에 관해서는 아직 협의가 끝나지 않은 부분이 좀 있지 않습니까. 여기에 현장에서 즉각 피드백을 줘야 할 부분도 있으니 3박 4일 정도 걸릴 것 같습니다.
“제법 기네요. 엠마랑 그렇게 오래 떨어져 있는 건 처음일 텐데 괜찮겠어요?”
-그게 좀 걱정이긴 합니다만, 충분히 견딜 수 있습니다.
엠마는 레밍턴과 섀넌 사이에 얻은 딸이었다.
딸은 보통 아빠를 많이 닮는다는데, 엠마는 엄마를 더 많이 닮아서 얼마나 귀여운지 모른다. 이제 겨우 1살을 조금 넘겼을 때이니, 천사처럼 보일 것이다. 만약 자신이 레밍턴이었다면 하루라도 떨어져 있기 싫을 텐데, 무려 4일이나 출장을 자청하니 애사심이 다시 한번 보였다.
“고마워요. 잘 부탁해요,”
-뭘요. 이 정도 일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레밍턴이 출장을 다녀오면 한층 더 잘해주기로 하고, 대화를 마무리했다.
“할 일은 이제 다 끝난 건가?”
회사의 업무는 완벽했다.
우려했던 제2회 시큐리티 챌린지도 순항 중이었고, 한국과 미국의 개발팀이 동시다발적으로 만드는 여러 소프트웨어 개발 상황도 순조로웠다. 최근 시작했던 반도체 사업부의 영업이나 개발도 본궤도에 오른 지 오래고, USB용 칩 개발도 문제가 없었다.
공적인 일은 그야말로 완벽했다. 이제 남은 건 사적인 일이다.
앞으로 한 달 정도 한국에 들어가 있을 테니, 다른 사람들이었다면 한동안 못 볼 친구들과 모임이라도 가졌을 거다. 그런데 지금 유재원은 연락하는 친구들이 몇 없었다.
마스터플랜에는 대학교에 들어가 많은 친구를 만들어야겠다고 설정되어 있긴 했는데, 정작 지금 연락을 주고받는 건 길버트와 티파니 말고는 학과 교수님들이 전부였다.
길버트야 유재원이 부르면 언제든 달려올 녀석이니 부담은 적지만, 티파니는 좀 특별했다.
“뭘 해야 잘 놀았다고 할 수 있으려나?”
유재원은 이번 생에서도 놀기보다는 일만 했던 덕에 자신감이 떨어졌다. 그렇다고 인터넷에 물어볼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여러 가지 주제로 자유게시판 같은 건 있긴 했지만, 연애 상담 같은 걸 할만한 건 아직 없었던 탓이다. 무엇보다 넥스트컴의 대다수 사용자는 유재원과 비슷한 성향이었다.
전부를 도매금으로 취급하는 건 아니지만, 통계 데이터가 그렇다. 밖에서 놀기보단 컴퓨터 앞에 앉아서 게임이나 온라인 채팅을 즐기는 걸 선호하는 사람들이 월등히 많다. 이들이 답해주는 내용도 비슷할 테니, 그냥 알아서 찾는 게 최선이었다.
“음, 꼭 샌프란시스코에만 놀라는 법은 없지.”
결국, 유재원은 무리수일 것 같은 아이템을 꺼냈다.
샌프란시스코보다 훨씬 크고 번화한 도시 LA로 내려가서 디즈니랜드에 가는 거다.
디즈니랜드가 도출된 유재원의 논리 회로는 생각보다 훨씬 복잡했다.
일단 기본 명제가 신나게 놀자는 것이었다. 그러니 멈춰 있는 것보다는 몸을 쓰는 데이트이어야 했다.
문제는 유재원 본인이 술을 금하는 중이었고, 미성년자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클럽이나 술집에 가는 건 탈락이다. 그렇다고 요트 같은 걸 빌려서 샌프란시스코 앞바다에서 노는 것도 무리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티파니와의 친밀도가 그 정도로 높진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요트를 빌려서 노는 것에 관해 부담을 느낄 공산도 크다.
그러면 남는 게 볼링이나 테니스 등 운동을 직접 하는 것도 있겠지만, 그건 유재원이 별로였다. 그나마 NBA나 MLB 같은 프로스포츠 관람은 괜찮을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앉아서 구경하는 거라서 신이 날지는 의문이다.
그러다가 유재원의 눈에 디즈니랜드가 들어왔다. 약간 유치하긴 해도 신나게 놀기에 딱 좋은 게 테마파크 아니던가.
테마파크의 큰 단점은 바글바글한 사람들과 이로 인해 놀이기구마다 길게 늘어선 줄인데, 자본주의의 나라 미국에서는 이것도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 패스트 패스라는 게 있다. 말 그대로 급행료 식의 요금을 더 내는 걸로 긴 줄 서지 않고 탈 수 있다. 그렇다고 놀이기구마다 내는 건 아니고, 패스트 패스 정책이 적용되는 모든 놀이기구에 적용되는 특별한 티켓이다.
다만 페스트 패스를 끊은 사람들이 한데 모이면 짧긴 해도 줄이 생길 수 있고, 아예 페스트 패스가 없는 놀이기구가 있기도 했다.
“싫다고 하면 그랜드캐니언 투어나 하자.”
몇 년 전 부모님과 친척들이 미국에 왔을 때, 재미있게 즐겼던 투어였다. 헬리콥터를 타고 돌면서 끝내주는 경치를 감상하는 것도 재미있던 일이었다.
이밖에도 LA의 주요 맛집들을 임원들에게 물어서 메모해놓았다.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부터 타코처럼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점까지 최소 여덟 곳 이상의 리스트를 뽑았다.
그렇게 다 짜고 보니 스케일이 제법 커졌다.
LA까지 비행기를 타고 가고, 디즈니랜드로 가서 저녁까지 실컷 놀다가 저녁을 먹고 밤 비행기를 타고 돌아온다는 코스였다.
물론 유재원도 남자였기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호텔 예약 카드도 만지작거렸다. 당일치기 데이트가 어쩌다 보니 1박 2일짜리 데이트로 확장될 수도 있는 것 아니겠는가. 하지만 결국 호텔은 유보했다.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해 봐도 거기까지는 너무 나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보면 짧은 데이트치고는 스케일이 상당했다. 당연히 지출도 상당할 것 같지만, 애초에 돈을 버는 이유가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 아니겠는가.
전생처럼 죽기 직전까지 후회만 하는 건 다신 겪고 싶지 않은 일이었다. 티파니와 아무 일이 없더라도 나중에 추억의 책갈피 하나를 남길 수만 있다면 남는 장사였다.
“다 됐다.”
유재원은 꼼꼼하기 그지없는 성격 그대로 정리된 스케줄을 ID 워드로 옮겨 적었다. 동시에 문의 전화를 날려 페스트 패스와 같은 중요한 아이템을 구할 수 있는지 직접 확인까지 했다. 그렇게 모든 준비를 마친 유재원은 ID 톡을 실행하고 티파니 아이콘을 더블 클릭했다.
이제 남은 건 티파니와의 최종 담판뿐이다.
============================ 작품 후기 ============================
추천과 리플, 선작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원고료 쿠폰, 후원 쿠폰도 완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