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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노피아 1993
일단 오명 위원장이 이메일을 보냈다는 것부터가 신기했다.
당연히 유재원은 다른 보고 사안들은 뒤로 제쳐두고 오명 위원장의 이메일부터 클릭했다. 그렇다고 반가운 마음에 무작정 클릭한 건 아니었다. 외부에서 날아온 메일을 열기 전에 보호 프로그램이 잘 가동되고 있는지 확인부터 했다.
안티바이러스 프로그램과 방화벽 프로그램이다.
안티바이러스는 안드로이드 알파 때부터 유명세를 치르기 시작한 V6 인터네셔널 버전이었다. 한국에서는 제2의 유재원이라는 타이틀로 이름을 알린 김철수는 V6 백신으로 컴퓨터 업계에서 엄청난 유명인사가 되었다.
이후 김철수는 전공 중이던 의대를 때려치우고 V6라는 안티바이러스 회사를 직접 차려 사업을 시작했고, 지금은 어느 정도 본궤도에 올랐다. 그도 그럴 것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위해 최초로 등장한 안티바이러스라는 타이틀은 V6 사업을 하는 데 커다란 도움을 주는 요소였다.
물론 김철수라고 우여곡절이 없는 건 아니었다.
안드로이드 알파에서 안드로이드 1.0으로 버전업이 이뤄졌을 때 운영체제의 코어가 도스에서 유닉스 체제로 바뀌면서 열심히 준비했던 V6 2.0이 낙동강 오리 알이 된 일도 있었다. 게다가 기존의 바이러스 역시 새롭게 바뀐 유닉스 체계에선 작동하지 않았으니 안티바이러스 프로그램 무용론까지 생겼으니 말이다.
그러나 해커들의 목표는 점유율이 제일 큰 운영체제였다. 유닉스 체계로 바뀐 안드로이드 1.0에 맞춰 바이러스 프로그램도 진화했다. 보안성이 한층 강화된 덕에 만드는 것도 어려워졌지만, 시간이 지나며 안드로이드 1.0에서 작동하는 바이러스도 출몰했고, 자연스럽게 V6의 효용도 다시 생겨났다.
여기에 유재원의 추천도 제법 큰 도움이 되었다.
안드로이드 커널 변경을 할 때, 김철수를 깜빡했던 것에 살짝 미안해진 유재원은 안티바이러스 프로그램으로 V6를 추천한다고 한 마디 해주었다. 객관적으로 보면 이렇게까지 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한국에서도 IT붐을 일찍 일으키고픈 유재원은 첫 세대나 다름이 없는 김철수가 화려하게 성공하는 게 더 좋았다. 게다가 안드로이드 1.0 용으로 만들어진 V6의 성능도 제법 괜찮았으니 억지 추천은 아니었다.
덕분에 수많은 제2의 유재원이란 후보자 중에 제대로 성공한 이는 김철수뿐이었다.
방화벽의 경우엔 미국의 보안 전문업체인 시만텍사가 만든 제품이다. 이 프로그램도 V6와 비슷한 경우였다. 대신 이곳은 유재원의 추천은 없었지만, 프로그램 자체의 성능으로 이 위치에 올랐다.
유재원이 코요테 시티에 만든 데이터센터의 방화벽도 이 회사 제품을 사용했을 만큼 신뢰성이 높았다. 물론 대다수 일반 사용자들은 백신이 뭔지, 방화벽이 뭔지 알지도 못했고 사용하지도 않았다.
두 가지 안전장치가 잘 띄워져 있는 것을 확인한 유재원은 이메일을 열었다.
-친애하는 ID 그룹 유재원 회장께.
이메일은 시작부터 옛 느낌이 물씬 났다.
“본인이 직접 작성한 건가?”
그건 또 아닌 것 같은 게, 오타는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본인이 종이로 쓴 편지를 비서에게 부탁해서 이메일로 발송한 것 같았다.
전체 분량은 A4용지 두 장으로 제법 길었다. 몇 줄이면 끝나는 메시지만 받던 유재원에겐 읽기 벅찬 분량이었다. 게다가 이렇게나 많은 분량 중에 수식어나 근황 이야기를 제외한 핵심 요지는 간단한 것이었다.
“그러니까 대전 엑스포 붐을 위해 협조 좀 부탁한다는 거잖아.”
이제 대략 한 달 하고도 20일 후인 8월 7일 그랜드 오픈하는 대전 엑스포를 세계에 알리기 위한 특별 프로그램을 제작하려고 하는 데 여기에 유재원의 출연을 부탁한다는 것이다. 역시 오명 전 장관은 쓸데없는 일로 연락을 하는 법은 없다.
다만 패널로 나와 달라는 것인지, 출연자로 한 토막 나와달라는 것인지는 언급이 없었다.
“흠, 프로그램 하나로 붐업이 되려나?”
프로그램 출연이야 어렵지 않다.
이미 대전 엑스포에 커다란 전시관을 만든 ID 그룹이니 엑스포가 크게 성공할수록 이익이었다. 그런데 유재원이 보았을 때, 특별 프로그램 하나로는 부족할 것 같았다.
물론 한국 내부적으로는 대전 엑스포의 성공은 예약된 것이나 다름이 없다. 경기는 호황기에 접어들어 가정마다 여유가 늘어났지만, 유흥거리는 없었다. 그러던 차에 자국에서 엑스포가 떡하니 열리면서 전국에서 관람객들이 대전으로 몰려들었다.
문제는 해외 관람객들이다.
압도적인 국내 관람객 숫자와 비교하면 해외에서 찾아오는 이들은 미미했다는 건 분명 사실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대전 엑스포를 국내용이라 헐뜯는 사람들도 많았다.
기왕 참가했으니 최대한의 성과를 내는 것이 유재원의 성격이었다. 당연히 성공도 확신한다. 대신 이전처럼 국내에서만 터지는 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정을 받겠다는 마음이 컸다.
“해외 관람객 유치가 어렵다면 해외 매스컴이라도 많이 불러오도록 하는 거지.”
미국을 비롯한 유럽 등지에서 하루짜리 뉴스로 끝나는 게 아니라 몇 날 며칠 이어지는 특대형 뉴스거리로 만든다면 대전 엑스포의 위상 상승과 함께 ID 그룹의 이름값도 자연스레 높아지는 것 아니겠는가.
일단 유재원은 두 개의 이메일을 작성했다. 하나는 오명 위원장의 부탁을 수락하겠다는 것, 다른 하나는 최강욱 비서실장에게 보내는 ID 그룹의 대전 엑스포 준비 상황을 살펴보고 싶다는 이메일이었다.
-이메일 받았습니다! 늦어도 내일 오전까지 정리해서 보고하겠습니다.
역시 최강욱이다.
타이밍 좋게도 최강욱 비서실장은 컴퓨터 앞에 앉아 있던 모양인지 즉각 답신을 보냈다.
-항상 고맙네! 자세한 이야기는 방송국에서 연락이 갈 걸세. 자네의 편의는 최대한 보장할 수 있도록 말해 놓겠네.
재미있는 건 오명 위원장으로부터의 답신도 오래 걸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국은 한창 오전 업무를 볼 시간이니 오명 위원장도 책상 앞에 앉아 계셨던 모양이다. 이에 유재원은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와 ‘필요하면 언제든 말씀하시라’는 내용의 답문을 또 보냈다.
오명 전 장관이 보여준 배려는 오늘날 유재원과 ID 그룹이 있게 만들어준 초석이나 다름이 없으니 무리한 요구만 아니라면 얼마든지 들어줄 용의가 있는 유재원이였다.
며칠 후.
아침 일찍 일어난 유재원은 평소처럼 하루를 시작하려다가 몸이 찌뿌드드하다는 것을 느끼곤 러닝머신 위로 올랐다.
돌도 씹어먹을 나이라는 17살인 만큼 항상 활력이 넘쳤던 터라, 살짝 당황했다. 하긴, 최근에는 일이 너무 많이 쏟아진 탓에 과로가 일상이었다. 회귀 후 이렇게 일을 열심히 했던 건 없었던 것 같다.
피곤하면 쉬어야지 웬 러닝이냐 싶겠지만, 회귀 후엔 체질이 좀 달라진 모양인지 땀을 쫙 빼고, 사우나 한 번 하면 피로가 싹 날아간다.
분명 나이의 앞자리 숫자가 바뀐다면 절대 하지 못할 일일 테지만, 지금은 남아도는 게 혈기였으니 아무런 문제가 없다.
“후아! 살 것 같다.”
개인용 사우나에서 땀을 빼고 나온 유재원은 스포츠음료를 마셨다. 스포츠음료가 담고 있던 차가운 기운이 온몸에 퍼지면서 활기가 새로 올라왔다. 동시에 허기(虛氣)도 밀려왔다. 죽었던 아침 입맛도 살아난 것이다.
유재원은 직접 아침을 차렸다. 메뉴는 역시나 시리얼이다. 평소 먹던 그대로 밥그릇보다 큰 그릇에 요거트를 반쯤 부었고 그 위에 콘 프로스트를 두 컵 정도 따른 것이 유재원의 아침밥이었다.
건강하게 먹는 것처럼 보이다가도 대충 먹는 것처럼 보이는 그런 이상한 식단이긴 했지만, 이걸 먹고 탈이 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식탁에 앉아서 간소한 식사를 마친 유재원은 식기세척기에 그릇을 집어넣고는 바로 서재로 돌아왔다.
오늘은 챙겨야 할 일이 제법 많은 탓에 일찍부터 업무를 시작하는 것이다.
-회장님, 우리의 다음 프로젝트는 저전력 프로세서 아니었나요?
모니터 속 리사 슈가 살짝 투정을 부렸다.
요즘 반도체 업계에서 인지도가 대폭 상승한 리사 슈는 처음 보았을 때보다 훨씬 생기가 넘치는 모습이었다. 끝이 보이지 않던 박사후과정을 겪다가 ID 테크놀로지 반도체사업부로 스카우트 되고 나서 본인의 능력을 아낌없이 선보였고, 그게 실제 업계에 변화까지 일으키고 있었으니 지금은 세상 살맛이 날 것이다.
코퍼마인 공정으로 대박을 터트린 ID 테크놀로지 반도체사업부의 다음 과제는 저전력 프로세서 설계였다.
인텔이나 AMD가 출시하고, 조만간 출시할 HPC 급 CPU는 매우 복잡한 회로와 함께 전력 소모도 크다. 현재 노트북 시장이 지지부진한 건 모바일 전용 CPU와 같은 전용 설계 없이 원래 PC용 제품을 그저 속도를 떨어뜨려 전력소모율을 줄인 방식이기 때문이다.
유재원은 아예 저전력에 적당한 성능의 CPU를 새롭게 만들 작정이다. x86 라이센스가 없으니 CPU의 마이크로 코드도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만들 작정이다.
반도체를 다루는 사람 중에 CPU를 직접 설계해보고 싶다는 욕심을 내지 않는 사람이 없듯 리사 슈도 마찬가지였다.
ID 테크놀로지 반도체사업부에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준비하는 중이었는데, 정작 유재원으로부터 온 건 본인이 생각하고 있던 것과 매우 큰 차이가 있는 것이었다.
“아아, 저전력 CPU 개발을 포기하는 건 아니고, 그보다 먼저 개발해야 할 과제가 하나 생겼을 뿐이에요. 큰 과제를 수행하기 전에 가볍게 몸풀기 문제를 푼다고 생각해주세요.”
-몸풀기 문제치곤 너무 어려운 거 아닌가요?
유재원의 설명에 리사 슈의 목소리는 한층 누그러졌다. 그렇지만 새로운 과제도 쉬운 건 아니었다.
-유니버설 시리얼 버스라니. 모든 주변기기를 통합하는 포트가 가능한가요?
그녀의 말대로 유재원이 몸풀기 문제라고 한 건 바로 USB용 칩세트였다.
“이미 설계는 제가 다 했어요. 슈 박사님은 그걸 ASIC 칩으로 만들어서 잘 작동하는지 검증 좀 해주세요.”
ASIC란 주문형 반도체라는 의미다.
예전에 반도체라고 하면 범용적 논리회로가 탑재된 제품을 말했지만, 최근에는 주문자가 원하는 기능만 담긴 전문 제품이 주류를 이루게 되었다. 대표적인 것이 3D 가속용 칩세트나 모뎀, 사운드처리용 DSP가 있다.
USB도 유재원은 별도의 전용 칩 방식으로 보급할 작정이다.
그렇다고 칩의 회로도를 직접 설계한 건 아니었다. USB 포트로 데이터나 신호를 주고받는 방식인 프로토콜을 규정하고, 이를 운영체제상에서 제어하는 로우레벨 드라이버를 완성한 것이다.
여기서 유재원이 리사 슈에게 맡긴 일은 이렇게 만들어진 드라이버와 프로토콜을 하드웨어적으로 처리해 줄 수 있는 칩의 설계였다.
“게다가 프로세서를 만드는 일과 큰 차이도 없어요.”
유재원은 칩 안에 USB를 하드웨어적으로 제어할 매우 작은 크기의 컨트롤러도 넣을 예정이었다. 이를 통해 USB 포트를 사용할 때 CPU 사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네?
리사 슈가 깜짝 놀라 되물었다.
프로세서 문제가 아니라 USB 설계가 끝났다는 말 자체에 깜짝 놀란 것이다. 유재원이 상상의 범주를 넘어섰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시리얼 포트를 대신한 차세대 입출력장치를 혼자 설계할 줄이야.
동시에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했다. 옆에서 본 유재원이란 존재는 필요하면 돈 생각하지 않고 바로 가져다 쓰고, 만약 가져다 쓸 게 없으면 스스로 만들어버리는 것을 몇 번이고 보았기 때문이다.
애초에 그녀를 실리콘밸리로 이끈 것도 코퍼마인 공정 때문이었고, 코퍼마인 공정이 생겨난 이유도 사용하는 CPU가 너무도 느려서 답답했다는 것에서 출발한 것이었다. 리사 슈도 컴퓨터에 주변기기를 연결할 때 사용하는 포트들이 중구난방이고 복잡하다는 건 예전부터 인정하고 있었다. 유재원과 같은 성격은 아닌지라 직접 고치겠다는 마음을 먹진 못했다.
비록 기대했던 저전력 프로세서는 조금 뒤로 미뤄졌지만, USB도 코퍼마인 공정처럼 컴퓨터에 커다란 변화를 줄 아이템이라는 건 분명했기에 리사 슈의 의욕이 다시 한번 차올랐다.
-그나저나 USB라는 말과 달리 포트의 모양이 생각보다 난도가 있네요. 핀도 많고 형태도 복잡해요. 제조사에서 만들기 까다롭겠어요.
리사 슈의 성향이 개발자이다 보니 개발자나 제조사 입장에 초점이 맞는 모양이다. 유재원은 반대였다.
“네. 아무래도 사용자 편의에 집중하다 보니 그런 모양이 나오더라고요. 나중에 2.0이나 3.0을 만들 때 확장성도 염두에 뒀고요.”
USB를 설계할 때 가장 고심한 것은 칩의 설계가 아니라 포트의 모양이었다.
기존의 수많은 포트를 단번에 통일해버릴 만큼 USB 기기는 사용하기 편리했다. 다만 딱 하나의 단점이 있으니 포트에 위아래 구분이 있어서 한 방에 제대로 꽂을 수 있는 확률이 50%라는 점이다.
유재원도 USB 장치를 사용할 때마다 한 방에 꽂은 적이 별로 없었다. 그렇기에 아예 처음부터 위아래 구분이 없는 모양으로 만들었다. USB 3.0의 모양을 그대로 따른 것이다. 다만 포트의 크기는 키웠다.
현재 가공 기술로는 작게 만들면 그만큼 비용도 많이 들고, 고장도 잘 날 것 같아서 크기만 2배 정도 키웠다.
“설계도는 곧 보내드릴게요. 문제가 발생하면 언제든 연락해주세요.”
-네, 열심히 만들어 보겠습니다.
유재원은 리사 슈와의 미팅을 종료했다.
그것으로 USB 건은 완전히 종료다. 리사 슈의 대화에서 나오지 않은 건 USB의 보급에 관해서였는데, 유재원은 메인보드 회사에는 무료로 풀 작정이었다.
메인보드에 기본적으로 장착이 되게 하려면 보드 제조사에 원가부담을 지우지 않는 게 최선이기 때문이다. 대신 USB 포트를 이용하는 제품을 만들 주변기기 회사들로부터 약간의 로열티를 받을 생각이다.
역시 부담이 되지 않을 만큼 적은 금액을 생각 중이다. 아예 무료로 풀 수도 있지만, 그러면 컴퓨터 자체를 고장 내는 불량품을 양산할 수도 있으니 적당히 가격을 붙인 것이다.
“USB는 이걸로 됐고.”
유재원은 쉴 틈도 없이 다음으로 넘어갔다.
이번엔 IDW 파일을 열었다. ‘안드로이드 2.0 해킹 대회 기획안’이라는 파일이었다. 이름 그대로 안드로이드 2.0 운영체제를 놓고 한판 해킹 대결을 펼치는 행사를 기획 중인 것이다.
“그놈의 폭스 티비가 문제야.”
폭스 티비로부터 시작된 루머는 다른 방송사들이 받아쓰기하면서 확대 재생산 중이었다. 무엇 하나 뚜렷한 근거도 없으면서 진짜 뭐가 있는 것처럼 보도하니, 컴퓨터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도 솔깃할 수밖에 없을 거다.
게다가 지금은 SNS같은 게 없어서 유재원의 반박이 곧장 사용자들에게 돌아가지도 않았다. 넥스트컴에 올린 글은 하루 만에 수만의 조회 수를 찍으며 투데이베스트 게시물에 오르긴 했지만, 확산력은 약했다.
일단 넥스트컴에 접속한 사람들에게만 전해지는 탓이다.
그렇기에 안드로이드 2.0에 백도어가 있다는 루머를 풀기 위해 기획한 것이 해킹 대회였다. 안드로이드 2.0의 보안 체계를 뚫고 PC 안에 든 정보를 가져오는 사람에게 1천만 달러의 상금을 주는 대회를 만들었다.
ID 그룹의 인지도를 단번에 세계구급으로 끌어 올렸던 글로벌 시큐리티 챌린지를 그대로 되살린 대회다.
이뿐만이 아니다.
유재원의 모니터 위에 새로운 IDW 파일이 열렸다. 두 번째 문서는 대전 엑스포 쇼케이스라는 이름이었다. 대전 엑스포를 차세대 IT 기술이 만들 미래를 현실에서 보여줄 행사로 만들 기획안을 담고 있다.
해킹 대회로 안드로이드 2.0의 보안성을 확실히 세상에 알리고, 곧이어 열리는 대전 엑스포에서는 IT기술의 장밋빛 미래를 보여줌으로써 ID 그룹의 이미지를 한 차원 더 높이는 기획안이다.
한국에서 엑스포 준비 상황을 점검했던 최강욱 비서실장의 보고에 따르면 하드웨어적인 준비는 완벽하다고 하니, 그 안을 채워 넣을 것만 제대로 준비하면 끝이다.
“잘 먹히면 좋겠는데.”
이 대목에서 살짝 걱정되는 유재원이다.
21세기 초반이나 중반이었다면 사람들의 취향을 확실히 알겠지만, 과연 93년대 사람들에게 지금 준비한 아이템들이 잘 먹힐지는 확신할 수 없던 탓이다.
“그래도 최선은 다해야지.”
하이테크 연구소에서 열심히 만드는 드론부터 시작해서, ID 그룹의 신제품들과 자신이 엑스포를 대비해 미리 준비해둔 아이템까지 개인적으로는 버릴 게 하나도 없었고, 여기에 더 채울 것도 없었다.
지금은 그저 압도적인 물량 공세가 잘 먹히길 기원하는 것밖에 없다.
“그나저나 CIA가 보여준다는 성의는 언제 나오는 거야?”
존 맥마흔 CIA 과학기술본부장이 직접 한 말이다. 이후로 거의 일주일이나 지났는데, 아직 아무런 일도 없다.
배신감까지는 아니어도 실망감이 올라오고 있을 때, 띵 하는 소리가 났다. 유재원의 ID 톡에 새로운 메시지가 날아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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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과 리플, 선작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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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월드컵이네요! 축제는 계속될 수 있게 대한민국 파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