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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관까지 들어온 업체 중에 계약서를 쓰지 못한 곳은 인텔뿐이었다.
“조금만 시간을 주시면 바로 달려가겠습니다!”
다들 짜장면 먹으러 가는 데 혼자만 손가락을 빠는 아이처럼 그 모습을 부럽게만 보던 팀장은 끝까지 여지를 놓지 않았다.
“그럼요. ID 그룹의 문은 언제나 열려 있습니다.”
유재원도 개발팀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답해주었다.
메모리, 3D 가속카드, 사운드 카드 등등의 처리 능력이 코퍼마인 공정으로 크게 향상되었다더라도 화룡점정은 역시나 CPU였다. HPC의 완성은 바로 CPU까지 코퍼마인 공정으로 만들어진 제품으로 통일하는 것 아니겠는가.
이런 상황에서 CPU 업계의 제일 덩치가 큰 인텔의 참여는 유재원의 큰 그림에 필수적인 요소였다.
비즈니스까지 완벽하게 끝낸 유재원은 훨씬 홀가분한 표정이 되었다. 수지도 맞았다. 겨우 오늘 하루 하는 행사지만, 준비 비용으로만 수백만 달러의 지출이었다. 무대를 만들고 인테리어를 꾸미는 것도 일이었지만, 메인 스테이지에서의 시범과 체험관을 꾸민다고 HPC 클래스 부품을 빠르게 양산하기 위해 협력 업체들을 다그쳐야 했다.
당연히 다그치는 것도 맨입으로 이뤄진 건 아니었고, ID 그룹의 긴급 주문을 통해 이뤄졌다. 즉, 이번 행사에서 보여준 HPC 클래스 부품은 하나하나 수제작으로 만들어진 비싸디비싼 부품이라는 이야기였다.
입장권이 유로 티켓이긴 했지만, 원체 저렴한 가격인지라 컨벤션 센터 대관료를 치르면 끝이었다. 그나마 코퍼마인 라이센스가 잘 팔려서 첫날부터 남는 장사가 되었다.
더욱이 라이센스의 과금 설계를 보면 반도체가 많이 팔리면 팔릴수록 ID 테크놀로지가 받는 로열티의 금액도 커진다.
조금 복잡한 계산이 필요하겠지만, CPU는 개당 10달러, 3D 가속 칩의 경우엔 5~7달러, 사운드카드용 DSP 칩의 경우 2~3달러. 이더넷을 비롯한 I/O 확장카드용 칩은 1달러 이하다.
특허 인정 기간이 20년이니 앞으로 ID 테크놀로지는 새로 시작하는 사업이 모조리 망한다더라도 망할 일 없는 회사가 된 것이나 다름이 없다.
유일한 불안 요소는 바로 반도체 업체들이 생산량을 속이는 것이었다.
사용한 웨이퍼 개수에 따라 라이센스 비용이 결정되는데, ID 테크놀로지가 협력사 공장에 직원을 파견해서 웨이퍼 개수를 헤아려보는 건 불가능했다.
그렇지만 유재원은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했다.
컴퓨터 운영체제를 바로 자신이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저런 부품은 독자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메인보드 위에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은 다음, 운영체제를 설치해줘야 컴퓨터가 작동한다.
애드웨어 버전의 경우 사용자의 시스템 구성 정보를 받을 수 있고, 이를 종합해서 각 칩의 생산량을 대략 측정할 수 있다. 제조사의 자체 보고와 수집된 데이터가 큰 차이가 나면 바로 검사에 들어가면 그만이다.
만에 하나 사용자들이 시스템 구성 정보 수집을 거부하는 게 문제가 될 수 있지만, 그래서 만든 게 HPC 클래스였다.
부품 박스에 HPC 클래스 마크가 찍혀 있는 것으로 끝이 아니다. 컴퓨터 부팅이 끝나고 나서 시스템 관리자의 각 부품 항목에서도 HPC 마크를 확인할 수 있다. 다만 HPC 인증기를 돌리고 나서야 마크가 뜨도록 만들었다.
이런 인증 프로그램 자체가 통계용 프로그램과도 같았다.
컴퓨터 유저들은 사소한 마크 하나에도 민감하다. HPC 클래스 부품을 구매한 사람이라면 운영체제상에서도 그 마크가 잘 뜨는 지 한 번은 확인할 것이다.
라이센스 비를 제대로 계산하지 않는 회사가 있다면 이렇게 얻은 통계 데이터를 바탕으로 따지면 되고, 그래도 바뀌는 게 없으면 회수하면 그만이다.
비즈니스를 성공적으로 끝낸 유재원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메인 스테이지로 돌아왔다.
여긴 이미 축제의 현장이었다. 남들 게임을 하는 걸 구경하는 게 무슨 재미가 있을까 걱정하기도 했던 일부 임원들의 예상과는 반대로 랭커들이 킬을 올릴 때마다 환호성이 터졌고, 응원하던 랭커가 죽는 순간엔 탄식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현재 경기 중인 랭커들은 그야말로 인생 경기를 펼치는 중이었다.
-어어! 레일건! 레일건 리스폰!
-저 선수 머릿속에 타이머라도 있는 것 같습니다! 바로 레일건을 습득해서 발사합니다!
더블킬!
메인 스테이지용 스피커에서 짜릿한 메시지가 터졌다.
-이제 다른 랭커들도 잘 알 겁니다! 이 플레이어가 레일건을 들면 답이 없다는 사실을요!
-또 나왔습니다! 원샷! 투 킬!
넥스트컴캐스트에서 어떤 경기든 중계할 수 있다고 데려온 캐스터와 해설이 경기의 박진감을 한층 드높였다.
주인공은 ID 페이탈리스트라는 최연소 랭커였다.
데미지는 막강하지만 한 방 쏘고 나면 충전 시간이 제법 길고, 조준도 힘든 무기로 랭커들을 휩쓸었다. 레일건을 한 방 쐈는데, 킬 숫자가 2개가 올라간 것도 버그는 아니다.
이건 레일건의 탄환이 관통형이었고, 공교롭게도 두 명의 플레이어가 사선에 겹쳐 있기에 일어난 일이었다. 집에서 수십 판을 돌려도 펼치기 힘든 슈퍼 플레이어였는데, 벌써 두 껀이나 올린 모양이다.
페이탈리스트는 피지컬만 좋은 게 아니었다.
전략적인 판단도 훌륭했다. 개인전은 본인 빼고 모두가 적인 15:1 모드로 치러지는 데, 여기서 8등 안에 들어야 다음 라운드로 진출하는 형식이다. 이렇게 되면 보통은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해서 게임이 재미가 없어질 수도 있는데, 패이탈리스트는 이를 거꾸로 뒤집어 본인이 먼저 치고 나갔다.
지루한 게임이 나오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 킬 점수도 제법 후하게 정했고, 이는 보너스와도 직결되는 데, 그걸 노리고 대범하게 공격적 플레이를 보였다.
“그렇지! 죽이라고!”
다만 페이탈리스트가 화려한 플레이를 선보이는 것 좋은데, 응원하는 사람까지 과격해졌다. 드레스를 입고 꽃단장을 한 티파니가 허공에 주먹을 휘두르면서 환호와 함께 ‘원 모어 킬’을 외치는 모습을 보여줄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응? 언제 왔어?”
그러다가 유재원이 가까이 온 것을 보고는 화들짝 놀랐다.
“조금 전에. 그나저나 경기는 재미있어?”
“응? 당연하지! 방금 슈퍼 플레이 못 봤지? 끝내주더라. 그나저나 좀 앉아 봐. 안 보이잖아!”
그렇지만 티파니는 원래 모습을 들켰다고 내숭을 떨진 않았다.
애초에 숙녀와는 거리가 멀었던 성격이었고, 한창 경기에 몰입한 상태였기에 순간적으로 유재원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역시 티파니다웠다.
그나마 아예 유재원은 눈에도 보이지 않는 길버트보단 나았다. 이 녀석은 아예 메인 스크린에 넋이 나가 있는 상태였다.
살짝 쓴웃음을 지은 유재원은 순순히 티파니 왼쪽의 빈자리에 가서 앉았다. 경기가 끝나고 시상식이 될 때까지 여유가 있으니 잠깐 이야기라도 나누고 싶어 이렇게 자리를 만든 것인데, 아예 경기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할 팔자인 모양이다.
그래도 이거 하나는 확실했다.
HPC 엑스포 by 코퍼마인이라 명명한 오늘 행사는 더할 나위 없이 성공적이었다는 사실이다.
며칠 후.
-재원아! 뉴 에그 2에 대한 문의가 폭주 중이란다. 미국에서 난리도 아니야.
평소와 같이 서재에서 업무를 보는 유재원에게 TG 이용권 사장의 ID 톡이 들어왔다.
“예상했던 거잖아요.”
에그 시리즈에 대한 사용자들의 충성도는 다른 컴퓨터 제조사와 달리 유별날 정도였다. 컴팩이니 델이니 하는 대형 PC 제조업체들도 수년 전부터 대량의 PC를 팔아치웠지만, 에그 시리즈만큼의 충성도는 얻지 못했다.
그것은 에그 시리즈만이 가진 독특한 아이덴티티 때문이었다.
최고의 PC였고, 최고의 인테리어 소품이기도 했다. 어디에 두어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세련된 디자인에 성능도 나무랄 데 없이 완벽했다. 오직 하나의 단점은 일반 컴퓨터보다 조금 더 비싼 가격이지만, 이를 통해 아무나 살 수 없는 명품과도 같은 속성까지 얻게 되었다.
-그래도 이건 다르단다. 그 알루미늄 케이스와 프레임이 제대로 먹힌 것 같다.
이번 뉴 에그 2에 적용된 알루미늄 소재는 확실히 미래지향적이었다.
싸구려처럼 반짝이는 것이 아니라, 무광택 은색으로 마감한 게 주요했다는 평가였다. 게다가 보기엔 얇고 가벼운 알루미늄이 제법 커다란 덩치를 자랑하는 티리니트론 모니터를 허공에 띄우고 있는 건 보기에도 신기한 모습이었다.
물론 언제나 최고의 성능을 자랑하는 에그 PC였고, 이번엔 HPC 클래스 인증까지 더해지면서 시너지 효과가 대단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HPC 클래스라는 브랜드도 이번 이벤트 하나로 인지도가 콱 박혔다.
미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에서 반도체나 IT 기술 관련 뉴스를 전할 때마다 ID 테크놀로지의 이름은 빠지지 않았다.
다시 한 번 기적을 일으켰다는 말과 함께 기존 반도체의 성능을 한 번에 몇 배로 끌어 올리는 기술을 만들었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여기에는 일 잘하는 ID 그룹 홍보부서와 마케팅부서의 힘도 컸지만, 코퍼마인 공정의 파괴력 자체가 거대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시겠지만, 당장 출시하는 것은 무리예요. 일단 예약만 받으시죠.”
아직 뉴 에그 2는 대량 생산 체제가 잡히지 않았다.
저번 코퍼마인 행사에서 보여줬던 물량이 바닥까지 박박 긁어모은 전부였다. 그도 그럴 것이 뉴 에그 2에 들어간 HPC 클래스 인증을 받은 메모리나 3D 가속카드, 사운드 카드 같은 부품도 사실 해당 제조사의 실험실에서 소량으로 제작된 물량이었던 탓이다.
코퍼마인 기술이 좋다고는 해도, 일단 반도체 공정의 일부를 바꿔야 하는 건 틀림 없는 사실이다.
먼저 접촉을 했던 3개 회사는 이미 일찌감치 공정을 전환을 시작한 상태였지만, 대량 생산을 시작하기까지는 적어도 몇 개월은 더 걸릴 예정이다. 어쩌면 코퍼마인 기술을 개발했던 시간보다 반도체 회사들의 공장 전환 기간이 더 길 수도 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미래 전자의 제2 반도체 공장, 보통은 대전 공장이라고 말하는 시설은 이미 준비가 다 끝났다는 점이다.
현재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건 웨이퍼 세척액을 코퍼마인 공정에 맞게 교체하는 작업인데, 미래 전자 제2 반도체 공장은 이제 겨우 완공상태라서 화학 약품이 주입되지도 않았다. 덕분에 바로 코퍼마인 공정을 추가해서 곧장 HPC급 메모리를 쏟아낼 수 있었다.
“게다가 제일 중요한 HPC 클래스의 CPU가 나와야 화룡점정이 되는 거잖아요. 괜히 반응이 좋다고 혹해서 내놨다가 에그 PC의 정체성을 무너트릴 수 있어요.”
컴퓨터의 성능은 최소 반 이상이 CPU에 의해 결정된다.
반면 저번 행사장에서 선보였던 뉴 에그 2에 장착된 CPU는 인텔의 평범한 펜티엄 CPU였다. 반쪽짜리 시스템이었고, 심각한 언밸런스 상태였다. 뉴 에그 2를 완성할 마지막 퍼즐은 HPC 클래스 인증을 받은 CPU다.
인텔이 되었든, AMD가 되었든 코퍼마인 공정을 빠르게 도입하고, 가장 강력한 성능을 발휘하는 모델이 뉴 에그 2에 장착될 것이다.
-휴, 네가 그렇게 말하면 어쩔 수 없지.
뉴 에그 2의 조기 출시가 물 건너가서 너무도 아쉬운 이용권이었다. 그렇지만 아직 용무는 끝나지 않았다.
-그나저나 단말기는 잘 만들어지고 있니?
이용권이 에그 PC와 함께 직접 다루고 있는 일이 바로 TG 모바일 출범이었다.
중계기와 관리용 서버는 이미 계약을 끝내놨고, 지금은 전국 지도를 보면서 효과적인 커버리지를 위해 중계기를 놓을 자리를 사들이는 중이다. TG 모바일뿐만이 아니라 신세기통신도 함께 뛰어든 탓에 자리싸움을 놓고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그렇지만 포철과 코오롱이 합작해서 만든 신세기통신은 경영진도 두 파로 나뉜 상태라서 의사 결정이 한 박자 느렸다. 덕분에 언제나 한발 앞서고 있는 건 TG 모바일이었다. 식별 번호도 011로 받았기에 사전 마케팅도 열심히 하는 중이다.
“그럼요!”
유재원은 문제없다는 듯 짧게 답장을 보냈다.
사실 휴대전화 같은 건 아직 설계도 하지 않았다. 애초에 유재원의 관심사 중에 피처폰은 리스트에 없었던 탓이다. 하지만 기술적으로 만들 수 있는 준비는 다 끝났다. 고밀도 기판을 비롯해 모바일용 주요 부품은 신 일본투자은행이 보유한 회사들이 만드는 중이었고, 가장 중요한 모뎀칩도 퀄컴이 개발 중이다.
게다가 ID 인베스트먼트는 퀄컴의 주요 대주주 중 하나로 등극한 지 오래였고, 이번 코퍼마인 라이센스도 퀄컴과 공유할 정도로 협력이 잘 되는 중이다.
이렇게 보면 모바일용 부품 중에 유재원이 찜 해놓지 않은 게 없어 보였다. 심지어 LCD의 경우 공장을 차려놨으니 말이다. 이미 터파기 공사를 끝내고 지금은 지반을 다지는 작업 중이었다.
H빔과 조립식 외장재로 공장 건물을 빠르게 완성하고 내부 설비는 최신식으로 만든다는 계획이었다. LCD 기술에 대한 라이센스도 일본의 샤프와 협상 중이었는데, 거의 논의가 끝나가는 상태다. 물론 긍정적으로 말이다.
이를 통해 최초로 출시되는 피처폰도 최소한 문자 메시지 기능을 비롯해 간단한 테트리스 게임이라도 할 수 있는 LCD를 탑재할 작정이다.
마지막 남은 건 피처폰용 임베디드 운영체제였다.
전화를 받고 끊기만 하는 거라면 따로 운영체제가 필요 없겠지만, 유재원이 원하는 기능을 넣기 위해선 매우 작은 용량의 날렵한 운영체제가 필요했다. 그것도 ID 그룹의 역량으로 충분히 수행할 수 있는 작업이었기에 문제없다는 듯 말했다.
“빠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초에는 실제 작동하는 걸 보여드릴게요.”
심지어 유재원은 날짜까지 장담했다.
-그렇게나 빨리?
이동통신 시범 서비스가 내년 여름에 잡혀 있으니, 유재원이 제시한 스케줄은 기본적으로 1분기 정도 더 빠르다. 그렇다고 당장 일을 시작한다는 건 아니고, 본인만의 스케줄이 있다는 걸 이용권에게 알려주는 것이었다.
그렇게 이용권과의 ID 톡을 마무리 지은 유재원은 회사 돌아가는 상황을 잠시 살폈다.
ID 톡 하나만 봐도 전체 상황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해놨기에, 김대석을 부를 필요도 없었다.
“흠, 넥스트컴캐스트는 ADSL 보급률이 좀 느린 게 흠이네.
전체 상황을 살펴본 유재원의 한 마디다.
ADSL은 넥스트컴캐스트를 통해 한국에서는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고, 미국에서도 이제 예약을 받는 중이었다. 다만 유재원이 보기에 신청자 숫자가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게 흠이었다. 한국은 아직도 486이 대세인 시절이라 인터넷으로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게 문제였고, 미국은 잠재 수요는 제법 잡히고 있긴 한데, 백본망 자체가 완성되지 않아서 서비스해줄 수도 없는 상태다.
백본망용 광케이블을 열심히 까는 중이고, 클린턴 행정부에선 케이블 방송망을 인터넷이나 통신 서비스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도 통과시켜줬다. 그러니 지루하고 돈도 많이 드는 백본망 건설 작업이 끝나면 바로 미국 전역에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다.
전에 사무엘 사장과 이야기했던 무료 이메일 서비스도 그와 함께 시작할 것이고, 개인용 홈페이지도 제공하면 본격적인 인터넷 사업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러면 검색 엔진을 만들겠다고 하는 사람들도 나오겠지?”
포털은 이미 넥스트컴의 압도적 점유율을 자랑하는 중이다.
뉴스 서비스를 비롯해 자료실과 채팅방, 다양한 주제를 가진 게시판 등등. 오죽하면 인터넷을 한다는 말은 넥스트컴을 한다는 말과 거의 같은 말로 쓰일 정도였다. 그렇지만 이 시간에도 새로운 웹사이트는 늘어나는 중이었다.
언덕 위에서 자그마한 눈덩이가 굴러 내려오면서 점차 덩치를 키우는 것처럼 그 숫자는 가파르게 증가 중이었다. 그러니 이렇게 많아진 웹사이트를 통합적으로 검색하게 해주는 서비스에 대한 수요도 점차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누군가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검색 사이트를 만들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유재원은 그 누군가가 좀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혼자서 인터넷이란 거대한 신대륙을 개척하는 것에 대해 막중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던 탓이었다.
물론 이에 대한 바탕에는 자신감이 있다.
후발주자들의 추격이 아무리 거세더라도 절대 본인은 넘어서지 못할 거라는 자신감이었다.
“3차 투자상품의 판매도 예상했던 대로고.”
ID 인베스트먼트 빈센트 사장의 보고를 보고 하는 말이었다.
한국 사람들, 그리고 일부 글로벌 투자자들이 손을 꼽으며 열리기만 기다렸던 ID 인베스트먼트의 제3차 투자상품이 드디어 개시되었다.
다만 투자상품의 형태는 이전과는 조금 달랐다.
1, 2차의 경우엔 투자 기한이 정해져 있었고, 기한이 지나면 자동으로 청산 작업이 이뤄졌었다. 이번 3차의 경우엔 기한이 없고, 돈을 넣고 빼는 것도 자유로웠다. 게다가 투자 분야에 대한 공지도 미리 이뤄졌다.
IT 산업에 대한 투자를 집중할 것이라고 말이다.
기다리던 투자자 중에 IT에 대해 믿음이 없는 사람들은 투자를 포기하겠지만, 그래도 좋다는 사람도 많았다.
특히 한국에서는 묻지마투자라는 말이 나올 만큼 ID 인베스트먼트 지점은 그야말로 돈을 싸 들고 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오죽하면 쏠림 현상이 너무도 심하니 정부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기사가 나올 정도였다. ID 인베스트먼트가 잘나가는 모습에 배 아파 죽을 것 같은 경쟁 투자은행의 사주를 받은 기사임이 틀림없다.
유재원은 이러한 냄비 현상이 나쁘게 보이진 않았다.
비록 남들이 다 해서 따라 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미국의 IT 붐이 터질 때 피어나는 과실을 맛볼 수 있는 사람도 많아지니 말이다. 그렇게 알부자들이 많아져야 ID 그룹이 출시할 비싼 제품들도 많이 사줄 것이 아니겠는가.
“그나저나, 일성은 왜 감감무소식일까?”
갑자기 일성이 떠오른 건 ID 인베스트먼트 다음으로 올라온 인텔의 코퍼마인 라이센스 최종 계약서 때문이었다.
저번 HPC 엑스포에서 발을 동동 구르던 인텔의 개발팀장이 있었다. 그가 했던 장담대로 바로 다음 날 인텔의 최고경영자인 앤디 그로브가 미팅을 요청했다. 유재원도 기다렸다는 듯 바로 응했고, 즉각 약속이 잡혔다.
둘 사이의 관계는 몇 번 서신을 주고받은 게 전부인 사이였다. 게다가 작년에는 보안성 패치 때문에 인텔의 성능 하락 폭이 커서 작은 마찰이 있기도 했다.
그렇지만 엔지니어이자 개발자라는 공통점 덕에 대화는 정말 잘 통했다. 당연히 레이센스 계약도 성공적이었다.
반면 일성 전자는 아직도 감감무소식이었다.
유재원은 일성 전자에 상당한 감정이 있었다. 하지만 사심을 빼고 오로지 비즈니스적 차원에서 일성 전자에도 코퍼마인 공정에 대한 제안서를 넣었다. 현재 일성 전자는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7%대의 점유율을 자랑하는 업체였으니 말이다.
거대한 덩치를 자랑하는 기업 집단이라 의사 결정 속도가 느린 건지, 아니면 재벌 오너의 사적 감정 때문에 응답을 씹는 건지 아직 분간되지 않는다.
띵!
일성에 대해 고민하던 찰나 유재원의 ID 톡이 알람을 울렸다.
“응? 하이테크? 그것도 레드먼드 하이테크네? 이 양반들이 웬일이람?”
놀랍게도 한 달에 한 번 연락이 올까 말까 하는 레드먼드의 하이테크 연구소에서 직통으로 날아온 알람이었다. 바로 열어보니 ‘우리가 해냈습니다!’라는 짧은 메시지와 함께 10초짜리 동영상 파일이 첨부되어 있었다.
“뭘 해냈다는 거지?”
유재원은 바로 다운로드를 시작했고, 다운로드가 끝나자마자 재생시켰다. 그리곤 입이 떡 벌어졌다.
웬 창고 안에서 찍은 듯한 영상 속에는 웬 비행물체 하나가 호버링 중이 아닌가. 깜짝 놀란 유재원은 다시 동영상을 재생했다.
모니터 안에는 투박하긴 해도 프로펠러 4개의 쿼드콥터 드론이 있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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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주말은 진짜 익사이팅했지요?
현실이 상상 그 이상인지라, 깜짝 놀랐습니다. 재미있긴 했는데, 부담도 크네요. 현실보다 더 재미있게 쓰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저도 그냥 현실성 항목에 걸어놓은 리미트를 풀고 막 써 봐야 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