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240화 (240/1,007)

[240] New Experience =========================

“여보세요?”

바로 좋아할 줄 알았는데, 반응은 예상 밖이다. 예상치 못한 침묵이라니. 슬쩍 당황한 유재원은 혹시 전화가 끊겼나 싶어 되물어 봤다.

-우와! 진짜? 진짜 그 기술을 만든 거야?

다행히 전화가 끊긴 것은 아니었다.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빠르게 되물어 보는 티파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재원이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상기되어 있었다.

이제 보니 실망으로 침묵한 게 아니라, 티파니도 깜짝 놀라서 바로 대꾸할 여력이 없었던 모양이다.

“흐흐, 내가 언제 거짓말하는 거 봤니?”

-아니! 그러니까 더 놀랐지. 세상에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반도체 성능 향상 공정을 3개월 만에 뚝딱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아.

“3개월이 아니라 100일 약간 더 넘지. 하여튼 그때 올 거지?”

-당연하지! 그런데 내가 준비해야 할 거 없니?

“없어. 티파니는 언제나 몸만 오면 돼.”

신나게 말을 하던 유재원이 흠칫했다. 몸만 오라니. 이거 완전 아저씨급의 전형적인 프러포즈 대사가 아닌가.

다행히 티파니는 그 말에 민감하게 반응하진 않았다. 미국과 한국의 정서 차이란 차원의 벽 하나 정도는 있는 수준이다.

-알겠어. 초대해 줘서 고마워. 그런데 네가 직접 발표하는 거지?

이어서 되물어 보는 티파니의 음색을 들어보니 그 생각에 확신이 들었다.

“응! 일단 기조 연설은 내가 하긴 할 거야. 세부적인 현장 수준의 기술 설명은 리사 슈 부장이 할 거고.”

-오! MIT에셔 모셔 왔다는 리사 슈 말이지. 알겠어! 그때 보자!

통화를 마친 유재원은 한숨을 돌리고 다시 컴퓨터로 눈을 돌렸다.

“흠, VIP 초청은 이걸로 됐고. 나머지 또 준비할 건 없나?”

IDW로 작성된 체크 리스트를 보며 유재원이 중얼거렸다.

단순히 몇 개의 리스트로 이뤄진 문서가 아니라, 1월부터 오늘 날짜까지 일자별로, 하나의 일자당 최소 다섯 개에서 많게는 10개가 넘는 항목들이 있는 문서였다.

오랜만에 전면에 나서는 일이니 허투루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쇼케이스의 장인 수준으로 준비 중이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번에 준비하는 쇼케이스도 일반 기업들이 하는 신제품 발표회와는 차원이 다르게 준비했다.

애초에 발표하는 것도 반도체 기술이니 가전제품이나 컴퓨터같이 소비자들이 만져볼 수 있는 상품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다른 기업처럼 기술만 보여주고 끝나면 너무도 밋밋할 거라는 우려가 있었다.

유재원도 그 의견에 100% 동의했다.

이러한 우려를 미리 방지하기 위해서 유재원은 이번 쇼케이스의 테마를 엑스포라고 잡았다. 기술 자체에 포커스를 맞추는 게 아니라, 기술을 통해 발전된 컴퓨터로 즐길 수 있는 퍼포먼스를 보여줘서 일반 기업과 일반 소비자들을 자극하겠다는 것이다.

덕분에 행사장은 대전 엑스포 전시관을 준비하는 것처럼 전문가와 일반인들이 동시에 체험할 수 있는 수많은 체험장을 만들었다.

여기에 더해서 구리 배선 공정이 적용되어 일반 반도체와 차원이 다른 퍼포먼스를 발휘하는 제품들을 한 방에 관통할 수 있는 단어를 만들었다.

HPC 클래스였다.

HPC라는 건 ‘High Performance Computer’의 약자였고, 이 인증을 받기 위해선 적어도 현존하는 부품보다 월등히 나은 퍼포먼스를 발휘해야 한다. 물론 구리 배선 공정과 이와 연관된 기술들이 대중화되면 HPC의 구분은 거의 희미해지겠지만, 지금과 같이 이제 막 시장에 나오는 상황에서는 HPC 마크는 소비자들에게 확실한 차별성을 제공해줄 것이다.

당연히 HPC 인증은 유재원의 ID 그룹이 혼자서는 할 수 없는 마케팅이었다.

덕분에 최대한 많은 협력사를 찾아서 시제품 제작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이러한 HPC 마케팅에 협조한 회사를 보자면 미래 전자와 ATI, 크레이티브 테크놀로지 등이 있다.

미래 전자는 메모리를 만드는 곳이었고, ATI는 3D 가속카드를 만드는 회사로 두 회사에 구리 배선 기술의 테스터로 삼아서 시범 생산을 해 보았다. 3D 가속카드와 메모리칩은 반도체의 회로도가 CPU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덜 복잡해서 테스터로 삼기에 좋았다.

크레이티브 테크놀로지는 싱가폴의 컴퓨터 부품 회사인데, 주로 사운드와 동영상 관련 부품을 만드는 회사였다. 이번에 ID 그룹과 적극적으로 협력해서 고음질 처리에 효율적인 PDS 칩을 만들기로 했다.

역시나 시범 생산에서도 좋은 결과가 나왔다.

반도체 생산 공정이라는 건 무척 민감한 작업이었다. 사소한 단계 한두 가지만 바뀌어도 안정화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제법 길었다. 보통은 6개월 길면 1년 이상이 걸리기도 하는데, 세 회사 모두 1개월 만에 HPC 급에 걸맞은 칩을 생산할 수 있었다.

그만큼 ID 테크놀로지 반도체 사업부가 만든 기술의 상업성이 뛰어나다는 증명이기도 했다.

이어서 유재원은 다음 항목으로 넘어갔다.

“음, 랭커들의 참석 비율도 좋고.”

랭커란 둠 2의 최상위 클래스에 아이디를 올린 게이머들이었다.

HPC의 성능은 기업에도 유용하지만, 게이머들도 확실히 체감할 수 있는 요소였다.

특히나 몇십 밀리 세컨드 차이로 승패가 갈리는 최상위 클래스에서는 컴퓨터의 성능이 중요한 요소였기에 랭커들을 모아놓고 HPC를 이용한 작은 둠 2 대회를 계획한 것이다. 당연히 상금도 있고, 현장 관람을 위한 자리도 크게 마련했다.

이를 위해서 행사장도 샌프란시스코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컨벤션 센터로 일찌감치 전세를 내서 인테리어 작업을 하는 중이다.

물론 이번 행사는 게이머만 생각하는 행사는 아니었다.

기업이 사용하는 거대한 통계 프로그램이나 데이터베이스 프로그램이 HPC 상에서 얼마나 잘 돌아가는지 확실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4월 24일은 눈 깜짝할 사이에 찾아왔다.

유재원은 당일까지도 무척이나 바빴다. 티파니에게 전화했을 때 10일 정도 시간이 남아 있어 여유롭다고 생각했는데, 하루하루 지나면서 행사장이 완성되어 가고, 직접 가서 준비 상황을 체크하다 보니 생각지도 못했던 미진한 문제들이 쏟아져 나왔다.

특히 문제가 되었던 것은 바뀐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호환성 개선 문제였다. 첫판은 잘 돌아가던 게임이 다음 스테이지에서 문제가 생긴다거나, 갑자기 멈춰버리는 등의 문제가 튀어나왔다.

심지어 안정성을 자랑하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가 뻗어버리는 일까지 벌어졌다.

한창 쇼케이스를 하다가 프로그램이 멈춰 서면 이런 망신도 없었기에, 유재원은 사력을 다해 버그를 잡았다.

다행히 원인은 곧 밝혀졌다.

3D 가속카드나 메모리처럼 구리 배선 공정 덕에 빨라진 부품의 작동속도를 소프트웨어가 따라가지 못하고, 에러를 뿜었다.

원인을 파악했기에 문제 해결은 빨랐다. 유재원에게는 이 정도 수준의 트러블을 해결하는 건 쉬운 일이었기에, 즉각 현장에서 코드를 수정했다. 그러고 나니 오히려 성능이 더 올라갔다. 이유 없이 살짝 멈칫했던 현상도 사라지면서 쾌적하기 이를 데 없었다.

“보스! 시스템 올 그린입니다.”

“저희도 준비 완료입니다.”

레밍턴이 최강욱과 연달아 보고했다.

레밍턴은 조명부터 주인공인 컴퓨터까지 오늘 행사의 모든 하드웨어를 담당했고, 최강욱은 사람들을 관리했다.

두 사람이 좋다고 하면 모든 준비는 끝난 것이다.

첫 번째 기조연설을 맡은 유재원도 엄지손가락을 척 들어 보였다.

그렇게 HPC 엑스포가 시작되었다.

“우와!”

조금 전 모스콘 컨벤션 센터에 도착한 길버트 오웬은 떡 벌어진 입을 다물기 힘들었다.

유재원과 함께 오리엔테이션도 참여했던 길버트 오웬은, ID 그룹의 열렬한 추종자였다. 동기인 유재원이 이끄는 회사라는 점도 크게 작용했지만, 그에 못지않게 최신의 컴퓨터 기술을 선도한다는 점이 길버트의 마음을 완전히 매료시켰다.

게임이나 여러 소프트웨어도 끝내줬지만, 일반 PC와는 다른 수준의 컴퓨터가 특히나 매력적이었다.

덕분에 길버트의 집에는 뉴 에그 PC가 두 대나 있고, 지금 메고 있는 가방엔 쉘 북 하나가 들어 있다. 당연히 그 컴퓨터 안에는 ID 그룹이 발표했던 소프트웨어와 게임들이 잔뜩 설치되어 있다. 길버트는 당연히 전기 자전거에도 눈독을 들였지만, 너무나 비싼 가격에 눈물을 머금고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길버트였으니 이번 ID 그룹의 ‘HPC 엑스포 by 코퍼마인’이라는 행사가 발표됐을 때부터 참가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비단 길버트 오웬 뿐만이 아니었다.

함께 전자공학을 전공하는 동기들도 HPC 엑스포가 열린다는 광고를 보자마자 티켓을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ID 그룹 주관 행사는 언제나 은혜롭기로 소문이 났기 때문이다. 참가자들이 빈손으로 돌아가는 일 없도록 사은품도 엄청났고, 볼거리도 풍부했다. 덕분에 티켓 구하는 것부터가 일이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일이 벌어졌으니, 유재원이 길버트에게 직접 VIP 티켓을 주면서 초대를 한 것이다.

직접 만난 건 아니다. 정답은 ID 톡이었다.

사실 오리엔테이션 후에 ID 톡에 친구로 저장해 놓은 다음엔 짧게 대화를 나누기도 했지만, 이후로 그 주기가 점점 길어졌다. 유재원을 동경하긴 했지만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 같아서 먼저 말을 걸기가 어려웠다. 그렇다고 유재원이 길버트에게 먼저 톡을 준 것도 한 손에 꼽을 만큼 적었기에 ID 톡 친구는 그저 관상용이 된 지 오래였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엊그제 그 ID 톡으로 유재원이 먼저 대화를 신청했고, 채팅창으로 길버트가 그렇게도 얻고 싶어 하던 티켓을 보내준 것이다.

“처음엔 왜 그림 파일을 보내주나 했지.”

알고 봤더니 그게 티켓이었다.

간단히 프린터로 뽑아서 가져오기만 하면 티켓이 되는 것이다. 주의해야 할 건 티켓의 고유 번호와 바코드였다. 고유 번호와 바코드가 훼손되지 않게 잘 뽑기만 하면 된다. 티켓이란 항상 매표소에 가서 살 수 있다고 알고 있던 길버트였다. 온라인으로 티켓을 보내줄 수 있다는 것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덕분에 길버트에겐 여러 가지 상상이 마구 떠올랐다.

온라인 티켓 매매부터 온라인 선물하기 기능도 있었다. 온라인으로 바코드를 보내고, 받은 사람은 오프라인 가게에서 선물로 교환하는 방식이었다.

그렇지만 아이디어 정리는 다음에 하기로 하고, 이보다 급한 건 행사의 참석이었다. 워낙 흥분한 탓에 오늘이 오길 기다리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른다. 오죽하면 그렇게 열심히 즐겼던 둠 2 멀티플레이도 건너뛸 정도였다.

역시나 도착해보니 컨벤션 센터 앞엔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사실, 저들도 승리자였다. 엊그제와 어제, 이틀 동안 사전 발매된 티켓을 얻었으니 줄을 설 수 있었다. 그렇지만 길버트는 그 줄의 맨 끝에 서지 않았다.

“VIP란 말씀!”

집에서 출력한 A4용지에 찍힌 티켓에는 VIP라는 세 글자가 박혀 있었다. 그렇기에 일반인 입구와는 멀리 떨어진 VIP 입구로 당당히 걸어갔다.

일반인 입구와는 달리 한산한 VIP 입구였다. 그런데 마음과 달리 입구와 가까워질수록 살짝 마음이 떨리는 길버트였다. 가까이 와서 보니 말끔하게 차려입은 어떤 사람은 금박이 입혀진 티켓을 내는 걸 봤기 때문이다.

“뭐지?”

집에서 뽑아 온 종이 티켓인 길버트는 괜히 불안해졌다. 그러는 사이 어느덧 길버트 차례가 되었다.

“어서 오세요. 티켓을 보여주시겠습니까?”

정중한 요청에 길버트는 가방을 열어서 쉘 북 사이에 껴 놓았던 A4용지를 내밀었다. 애지중지하느라 접지도 않았다.

다행히도 VIP 입구 직원은 이게 뭐냐고 되물어 보지 않았다. 대신 컴퓨터와 연결된 바코드 리더에 길버트가 내민 티켓의 바코드를 찍었다. 그러자 모니터 위에 길버트 오웬이라는 이름이 뜨면서 ‘회장님 초대(President invite)’나 ‘이용등급 최상’이라는 수식어도 큼지막하게 떴다.

“길버트 오웬님, 방문을 환영합니다.”

VIP 입구 직원의 태도도 한결 밝아졌다. 곧이어 컴퓨터가 뭔가 새로운 출력물을 토해냈다. 손바닥만 한 크기의 종이에 길버트 오웬이라는 이름과 함께 몇 개의 코드가 적혀 있었다.

그렇게 출력된 종이를 투명한 비닐이 연결된 목걸이에 담아서 길버트에게 줬다.

“행사장 안에서는 항상 착용하시길 바랍니다. 길버트 오웬님은 회장님 초청 손님이기에 행사장 내 모든 시설과 식당, 만찬장을 다 둘러볼 수 있습니다. 다만 출입증을 검사할 때마다 이걸 제시하시면 됩니다.”

친절한 설명도 곁들이면서 말이다.

길버트의 입이 다시금 떡 벌어졌다. VIP라고 입장만 빨리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행사장 안에서도 방문할 수 있는 부스들이 나뉠 줄은 몰랐다. 사실 이건 기본적인 사안이라 사전에 다 공지가 되었지만, 자기 일이 아니면 관심이 없는 길버트가 찾아보지도 않았던 탓이다. 게다가 지금도 길버트는 사이드메뉴(?)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메인 스테이지에서의 자리가 중요했다.

코퍼마인으로 명명된 구리 배선 기술을 발표하는 유재원의 모습을 꼭 보고 싶었고, 리사 슈라는 MIT에서 스카우트된 인물이 얼마나 잘났나 확인해 보고 싶었다.

“와우!”

역시 유재원은 길버트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메인스테이지로 가보니 길버트의 자리는 무대 중앙이었고, 그것도 제일 앞줄이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난관에 봉착한 것도 그때였다.

길버트의 자리 바로 옆에 웬 드레스를 입은 금발의 미녀가 앉아 있는 게 아닌가. 심지어 귀걸이부터 목걸이, 반지까지 어디 상류층 파티에 나갈법하게 풀 세팅이었다. 청바지에 티셔스 하나만 입고 나온 길버트와는 너무도 비교되었다.

여자 앞에선 말도 잘 꺼내지 못하는 숙맥이었기에, 괜히 마음이 불편해지기만 했다. 그렇기에 길버트는 등에 메고 있던 가방에서 쉘 북을 꺼냈다. 행사가 시작할 때까지 교수님이 산더미처럼 던져주신 과제나 할 작정이었다.

유재원은 패스트 트랙을 타고 과제는 물론 시험 걱정이 없지만, 평범한 학생인 길버트에겐 꿈과 같은 일이었다.

“응? 쉘 북이네?”

역시나 옆에 앉은 여자가 바로 관심을 보였다. 하긴, 같은 VIP니까 쉘 북을 몰라볼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꾹 참고 제 할 일만 하는 길버트였다. 키보드 워리어로 다져진 번개 같은 타이핑 속도로 하얀색으로 가득했던 ID 워드프로세서 화면에 깨알 같은 글씨들을 채워 넣었다.

“거기, 수식 전개가 틀렸네.”

한창 타이핑 중에 딴죽이 들어왔다. 길버트는 무시하려고 했지만, 수식에 눈이 가는 걸 막을 순 없었다.

“헉!”

그런데 지금 다시 보니 진짜로 수식에 문제가 있었다.

“오, 오타입니다.”

되지도 않는 변명과 함께 길버트는 계산기를 다시 두드리며 수식을 고쳤다.

동시에 옆에 앉은 여자의 정체가 더더욱 궁금해졌다. 그도 그럴 것이 길버트가 풀고 있던 과제는 선형대수학 문제였다. 2학년 때나 배우는 건데, 요즘 스탠퍼드 교수님들이 유재원 때문에 자극을 받았는지, 아니면 제2의 유재원을 찾는답시고 어려운 문제를 내주시는 통에 애를 먹고 있었다.

-신사 숙녀 여러분, 행사가 3분 후 시작됩니다.

다행히 길버트는 이어진 장내 방송으로 곤란함을 벗을 수 있었다. 아쉬운 표정으로 쉘 북을 덮고 가방에 넣은 후, 쇼가 시작되길 기다렸다.

3분은 짧았다.

메인스테이지에 펼쳐진 대형 스크린이 켜지며 ID 그룹의 로고가 대문짝만하게 떴다. 곧이어 그래픽이 바뀌면서 하나의 문장을 만들었다.

-여러분, 미래를 만날 준비가 되셨습니까?

짤막한 메시지 한 줄이었지만, 행사장 안에는 ID 그룹의 팬보이들만 모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기에 엄청난 환호성이 터지는 것도 당연했다.

곧이어 무대가 열렸고 유재원이 나타났다.

그 모습에 괜히 뿌듯해지는 길버트였다. 그도 그럴 것이 유재원의 옷차림은 학교에서 종종 보았던 청바지에 하얀색 라운드 티였기 때문이다. 드레스코드만 봐도 옆에 앉은 미녀보다 자기가 유재원과 훨씬 가까웠다. 아니 똑같은 스타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욱이 저렇게 간편한 차림의 유재원이었지만, 걸음걸이엔 자신감 넘쳤다. 그야말로 길버트가 꿈꾸는 이상형 그 자체였다.

========== 작품 후기 ==========

추천과 리플, 선작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원고료 쿠폰, 후원 쿠폰도 완전 감사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