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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로 압도한다-221화 (221/1,007)

[221] 왕좌의 게임 ==============================

“복국? 네 입맛이 언제부터 이렇게 구수해진 게냐? 나 때문이라면 개의치 말고 먹고 싶은 거 먹거라.”

전명헌 의원은 복국이라는 글자에 화색이 돌았다. 간단히 배를 채운다면 기름기 많은 치킨보다는 복국이 훨씬 취향에 맞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본인의 입맛보다는 유재원을 더 챙기는 전명헌 의원이다.

운전대를 잡고 있던 50대의 수행 비서는 속으로 깜짝 놀랐다. 전명헌이 남 입맛을 먼저 생각하는 일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오늘 처음 들어보는 말이었다.

미래 그룹 본사에서 점심때가 됐다면 언제나 만수옥이라는 설렁탕 집으로 가는 게 전명헌의 시그니처 무브였다. 전명헌의 아들들이 와도, 며느리와 손자 손녀가 와도 변함이 없었다.

“네, 그래서 저기가 마음에 드네요.”

“허허, 그렇구나. 최 기사. 초원 복국집으로 가세.”

운전대를 잡고 있던 사람은 ‘예, 의원님!’하고 대답하면서 차를 몰았다. 목적지는 전방에 귀퉁이에 보이는 초원 복국집이었다.

초원 복국집이 점점 가까워질수록 유재원의 두근거림이 살짝 커졌다.

애초에 이 시간에 이곳으로 도착하는 건 유재원이 모두 의도한 바였다. 오늘 부산 행사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통일 국민당의 부산지구당 행사가 아니라 초원 복국집에 들러 밥 한 끼를 먹는 일이었다.

배고프니 밥을 찾아 먹는 건 매우 기본적인 삶의 모습이었다. 모두가 하는 일상적인 일에 불과했다. 그렇지만 역사적 흐름에서 봤을 때, 배고픈 사람들을 배를 든든히 채워주던 이곳에서 상당히 중요한 사건이 하나 일어난다.

그것도 멀지 않은 일로 12월 11일에 터지는 사건 하나가 있다.

그날 현지의 정부 기관장들이 모여 제14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려고 지역감정을 대놓고 부추기자고 모의한 것이 통일 국민당 관계자의 도청으로 드러난 사건을 말한다.

공권력이 대놓고 선거에 개입하는 것도 끔찍한 일인데, 그들이 개입하는 방식은 나라에 좋을 게 하나도 없는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것이었다. 게다가 이 일이 통일 국민당 사람이 도청해서 외부로 드러나게 되었다.

선거가 18일 남은 시점에서 터진 가장 큰 사건이었고, 이로 인해 선거판이 크게 흔들렸다. 딱 봐도 여당의 최대 악재였다.

초원 복국집에 모여 지역감정을 부추기자고 모인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전 법무부 장관, 부산시 교육감, 안기부 부산지부장, 부산경찰청장, 부산상공회의소 회장과 부회장, 부산시장, 부산지검장, 부산지구 기무 부대장으로 그 면면이 너무도 화려했다.

시장과 교육감 등의 지방자치 기관은 물론이고 안기부와 기무부대까지 있으니 사건의 크기가 너무도 컸다.

당연히 여당에 크나큰 악재였고, 대위기였다. 그렇지만 선거에서 실제 타격을 입은 건 야당 쪽이었다.

지역감정을 배척해야 함에도 자기가 거제도 출신이라고 부산에서 ‘우리가 남이가?’를 외치고 다닌 여당 후보와 언론의 예술적 프레임 전환이 콤보를 이루며 막대한 시너지 효과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언론이 문제였다. 군과 안보 기관, 지역 정부가 콜라보를 이뤄 지역감정을 부추기자고 불법 선거를 모의했던 상황을 불법 도청국면으로 바꿔버렸다. 지역감정보다 불법 도청이 더 나쁜 것이라고 모든 언론이 한목소리를 내니 넘어가지 않을 사람이 없었다.

그렇기에 전명헌 의원 덕에 한국의 14대 대통령 선거에 개입하겠다고 마음을 먹을 때부터 유재원의 뇌리에 초원 복국집 사건이 큰 존재감을 내뿜었다.

고민도 컸다.

초원 복국집 사건을 어떻게 다룰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유재원의 머릿속에서 초원 복국집 사건을 다각도에서 다뤄 보면서 수많은 시뮬레이션이 이뤄졌지만, 아쉽게도 아직 결론이 나오진 않았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한 번 직접 방문해서 현장의 분위기라도 체험해보면 뭔가 좋은 생각이 나지 않을까 해서, 와보는 것이다.

초원 복국집은 붉은 벽돌로 올린 3층짜리 신식 건물이었다.

슬레이트집이 아직도 즐비한 때였으니, 확실히 세련돼 보였다. 맛집이라고 근방에 소문도 자자해서 유력자들이 찾아올 만했다.

“어서 요세요!”

문을 열고 들어가니 중년의 주인아주머니가 반갑게 맞아 주었다.

“어? 어!”

유재원 그리고 전명헌 의원을 바로 알아봤는지 어? 하는 소리가 컸다.

유재원이야 이미 세계적 명성을 가진 상태였으니 당연한 반응이다. 전명헌 의원도 경제계에서 유재원에 뒤지지 않을 명성이 있었고 대선 레이스가 코앞에 오면서 하루도 빠짐없이 텔레비전에 나오는 중이니 몰라볼 수가 없다.

“이게 뭔 일이고! 우리 가게에 정말 귀한 손님 오셨어!”

귀한 손님이라고 해봐야 먹는 양은 별 차이가 없을 텐데, 주인아주머니의 호들갑 때문에 부끄러워지는 유재원이다. 게다가 목소리도 홀이 쩌렁 울릴 정도로 커서 직원들이 다 나와보는 통에 난리였다.

전명헌 의원님은 그것도 좋다고 악수회를 시작했다. 손을 꽉 쥐는 특유의 악수법과 함께 눈도 마주쳤다. 그렇게 하면 선거에서 자신의 한 표로 돌아올 거라는 믿음이 있으신 것이다.

그렇게 잠깐의 소란이 있었고, 유재원과 전명헌 의원 일행은 방으로 안내되었다. 상석에 전명헌 의원이 앉았고, 유재원을 비롯한 수행원이 차례대로 앉았다. 상을 따로 구분한다거나, 방을 따로 쓰는 짓은 없었다.

재벌 2세만 되도 같은 급이 아니라면 밥을 같이 먹지도 않았다. 3세로 내려오면 그 차이는 더욱 심해져서 같은 인간 취급도 없었다.

이에 반해 창업세대는 그런 구분이 없다. 전명헌 의원의 옛날 일화를 보면 사람 냄새가 물씬 나는 게 많았다. 그러다가 미래가 그룹 체제가 되고 나서 흑역사도 좀 많이 쓰긴 했지만, 사람 자체가 달라지진 않았다. 그렇기에 유재원은 전명헌의 소탈한 모습이 참 마음에 들었다.

“어디 보자.”

착석을 마친 전명헌 의원이 입맛을 다시며 메뉴판을 보았다. 복국집이라고 타이틀을 내건 만큼, 메뉴도 전부 복요리가 전부였다.

그렇기에 주문한 음식도 복 매운탕, 복튀김 같은 복요리였다. 대신 사용하는 복어의 종류에 따라 가격이 조금 차이가 났는데, 전명헌 의원은 제일 비싼 까치복으로 주문했다.

“아, 맛있네. 역시 재원이 네가 고르니 대박이구나.”

대박이란 말이 이제 전명헌 의원님에게서 나오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수준에 이르렀다.

말에 전염성이 있다는 것을 실감한 지는 오래다. 유재원은 21세기의 정보나 단어가 자신의 입으로 나오는 걸 무척이나 경계했지만, 감탄사 같은 건 유재원도 제어할 수 없었다. 그렇게 나온 말 중에 ‘대박’이 있었고, 유행을 타버렸다.

순식간에 덕진리로 퍼졌고, 유재원과 가까운 사람들에게도 퍼졌다.

“부산 애들도 이리로 와서 보양 좀 하라고 해야겠어.”

이어진 전명헌 의원의 말이 유재원의 귀에 꽂혔다.

딱 한 숟가락 잡수셨지만, 칼칼하고 매콤한 맛이 완전히 마음에 드신 모양이다. 유재원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전명헌 의원의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이는데, 순간 확 꽂히는 게 있었다.

‘가만! 여길 통일 국민당 홈그라운드로 만들면, 그놈들이 작당 모의를 하러 찾아오진 않을 거 아냐?“

초원 복국집 사건이 겉으론 야당의 호재였다.

부정선거는 현재 진행 중이라는 걸 확실히 고발하는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야당에 크나큰 악재로 변질하였다. 그러면 차라리 초원 복국집 사건이 생기지 않도록 만들면 되는 거 아니냐는 생각이 딱 드는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이 사건이 터지더라도 묵묵히 부정 선거를 할 거다. 최소한 문민정부가 들어서고 나서야 선거의 중립성을 조금이나마 인정해줄 만하다. 그러니 지역감정만 폭발시킨 초원 복국집 사건은 아예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게 나을 거라는 생각이 확 들었다.

‘함부로 예단하긴 이르지!’

지금 여론 지도는 전생의 상황과 좀 다르다.

ID 그룹의 존재감 때문이다. 한국에 ID 그룹이 매년 푸는 마케팅 비용은 1천억 대를 훌쩍 넘었다. 광고와 협찬을 비롯한 다양한 마케팅 기술을 이용해서 ID 그룹이 소비자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러한 공격적 마케팅의 수혜를 입는 일차적인 부류가 바로 신문과 방송사였다. 열심히 만든 광고가 대중과 만나는 대표적 창구였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엔 일성과의 광고 전쟁으로 신문사들의 경영실적이 눈에 띄게 개선 중이었다.

지방의 조그만 지역 신문에도 ID 그룹의 전면 광고가 내걸릴 정도였으니, 다들 유재원의 돈맛이 무엇인지 확실히 보고 있다.

초원 복국집 사건이 예정대로 터진다더라도, 유재원은 ID 그룹의 힘으로 프레임 전환이 되는 걸 막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하지만 생각과 달리 언론이 말을 따르지 않아서 일이 틀어지면 대단히 힘든 상황이 펼쳐지는 것이라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쿡쿡.

열심히 생각 중이었는데, 옆구리가 간지러워진 유재원이다. 고개를 돌려 보니 전명헌 의원을 비롯해 같은 밥상에 앉아 있던 수행원분들이 전부 본인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유재원의 옆구리를 찔러준 건 수행비서인 김대석이었다. 딴생각하느라, 전명헌 의원이 몇 번 불러도 답이 없었기에 바로 신호를 준 거다.

“그냥 두지 그랬나. 뭔가 번뜩이는 생각을 하는데, 우리가 방해한 것인지도 모르잖아.”

오히려 전명헌은 유재원을 두둔했다.

콩깍지가 단단히 씌워진 게 틀림없다. 밥 먹다가 딴생각을 하는 것을 마치 난제의 실마리를 찾은 건 아닌가 하고 생각하시는 거다. 이 정도라면 쓸데없는 제스처에도 엄청난 의미를 부여할 것 같다.

“아니에요. 제가 좀 한눈을 잘 팔아요. 그런데 무슨 질문을 하셨어요?”

초원 복국집 사건을 대놓고 전명헌 의원에게 말할 수는 없었기에, 말을 돌리는 유재원이다. 그렇지만 조금 전 떠오른 초원 복국집 사건의 원천 차단 아이디어는 확실히 유효한 것라 기억해 두었다.

“아, 미국 대선 말이다.”

미국은 한국의 가장 큰 동맹국이다.

6·25 때 참전해서 함께 싸워줬으니 피를 나는 혈맹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지금도 미국의 영향력은 그 어떤 나라보다 크다. 그러니 전명헌 의원이 관심을 두는 것도 당연했다. 정치적인 이슈뿐만이 아니라, 경제적인 면에서도 누가 대통령이 되는 가에 따라서 울고 웃는 기업이 나뉜다.

“저야, 클린턴에 올인이죠.”

미국 대선이라면 숨길 것도 없다.

ID 그룹이 1천만 달러라는 거액을 클린턴 후원회에 기부했다는 건, 이미 휩쓸고 지나간 뉴스였다. 덕분에 헤리티지 연구소의 에드윈 풀러 이사장을 비롯해 공화당 쪽에서 조금 실망했다는 전화도 몇 번 받았다.

폭스처럼 공화당 성향의 과격한 언론사의 경우 외국인으로부터 정치 후원금을 받았다고 맹공을 펼치기도 했다.

외국인은 참정권이 없으니 정치후원금을 낼 수 없다. 맞는 소리였다. 그럴 줄 알고 ID 그룹은 레밍턴이나 앨런, 빈센트 그린힐과 같이 미국 국적이 확실한 임원들이 움직였다. 본사는 한국에 있어도 자회사들이나 지사는 미국에 세금을 내는 기업이니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폭스의 과격한 뉴스는 평소처럼 반향도 없이 사라졌다.

“그러냐? 그러면 공화당 쪽엔 1달러도 안 줬다는 게 사실인 게로구나.”

“네!”

전명헌 의원의 물음에 유재원은 간단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전명헌은 혀를 찼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너무 심한 거 아니냐? 민주당이 백 년 만년 계속 집권할 것도 아닌데, 그렇게 차별하면 큰일이다.”

“맞는 말씀이네요. 공화당이 싫어서가 아니라 부시가 싫은 거라서, 내년부터는 적당히 기부도 할 거예요.”

“아, 그런 거냐?”

미국의 정치 명문인 부시 일가는 나중에 또 대통령을 한다. 그것도 클린턴 다음에 바로 시작한다. 그런데 이 양반이 저지른 트롤짓 때문에 제일 큰 피해를 본 곳이 한국이었다. FTA도 그렇고 북한 문제도 그렇고, 아들 부시가 미국 대통령이 되면서 확 꼬였다.

지금 해빙기인 남북 간의 관계는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더욱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북한의 핵 개발도 포기를 끌어냈고, 그 대가로 경유와 경수로도 지원하는 중이었는데, 아들 부시가 딱 나타나서 죄다 파기시켰다.

이뿐만이 아니라 이후 일어난 사건들을 보면 그야말로 무능의 극치를 달리는 양반인지라 정을 줄 수가 없었다.

“그러면 한국도 비슷하겠구나?”

미국은 정치 후원금 제도가 잘 정비되어 있다. 반면 한국은 아직도 법제가 미비한 상태였다. 정치 후원금에 대한 법률은 국회에서 만드는 데, 국회는 제 발을 찍는 법률을 일부러 만들 이유가 조금도 없었다.

그렇기에 한국은 정치후원금이 아닌 정치 자금으로 불리는 상태였고, 정치 자금을 모집하는 방식도 철저히 베일에 가려놓았다.

“네, 한국에서 특정 정당에 돈을 낸 적은 한 번도 없어요.”

TG 모바일 때문에 돈을 뜯기긴 했지만, 회계상으로는 엄연히 전파 사용료 명목으로 지출된 것이다. 그러니 공식적으로 정당이나 정치인에게 돈을 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혹시 돈 모자라요?”

“허허, 이 전명헌에게 돈 없느냐는 소리를 하는 건 네가 처음일 거다. 물론 너라면 그런 소리를 할 자격은 되지.”

올해 미래 그룹의 전체 매출은 수십조 원을 가뿐하게 넘었다. 자동차와 플랜트, 건설 부문은 여전히 초강세였고, 조선업도 순항 중이었다. 오직 전자분야에서 죽을 쑤는 상태인데, 내년부터 제2 반도체 공장이 가동되면 180도 반전될 거라고 기대했다.

그렇게 막대한 매출을 올리는 중이지만, 순수익을 따져 보면 확 줄어서 단위가 조가 될지, 억이 될지 애매해지는 상황이다. 원가가 커서 빠져나가는 게 많다 보니 마진율이 매우 낮아지기 때문이다.

“그래도 쌓아놓은 돈이 좀 있단다. 곶감처럼 야금야금 빼먹다가는 언젠간 다 바닥나겠지만, 지금은 아니지.”

“다행이네요. 저는 세금만 많이 낼 거라서요. 청와대에 가셔서 하고 싶은 일에 마음껏 막 쓰세요.”

유재원은 정치인들이 손을 벌릴 때마다 반박으로 내는 레퍼토리는 바로 세금이었다.

뒷돈을 바라는 정치인도 얼마 없었지만, 그런 자들이 나타날 때마다 하는 소리가 청와대에 가서 마음껏 쓰라는 소리였다.

작년엔 특별한 이벤트가 없어서 납부한 세금의 크기가 작았지만, 올해는 다르다. 닛케이 지수 선물 투자로 대박을 터트린 덕에, ID 인베스트먼트의 법인세로 예정된 금액은 수십억 달러에 이른다.

“당연히! 그래야지! 그런데 막 쓸 생각은 아니다. 우리 재원이가 어떻게 번 돈인데, 허투루 낭비할 수 있겠느냐?”

유재원은 전명헌 의원의 말에 약간 난감해졌다.

전명헌의 눈빛을 보니 조만간 청와대의 주인이 자신이 될 거라는 확신이 단단히 박혀 있었던 탓이다.

그렇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김칫국을 대접째 마시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ID 그룹 한국 지사에서 총선 전부터 운영 중이었던 여론조사 조직은 지금도 열심히 운영 중이었다. 이곳에서 최근 업데이트된 지지율을 보면, 전명헌 의원은 아직 3등인 상태였던 탓이다.

대선을 한 달하고도 2주 남겨 놓은 시점에서의 지지율 1등은 김영삼 후보로 38.5%, 2등은 김대중 후보 32%, 그리고 3등이 전명헌 의원으로 28.6%였다.

선거는 승자가 모든 걸 가져가는 게임이다. 그러니 전명헌 의원과 그의 대선 캠프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어야 했다. 하지만 전명헌 의원이나 수행원들, 서울의 캠프 관계자들은 지금 보는 것처럼 느긋하기 그지없다.

그도 그럴 것이 4월의 총선에서 누구도 예상치 못한 통일 국민당의 돌풍을 일으킨 당사자가 이번에도 전폭적으로 도와준다고 하니 다들 기대 중인 것이다.

느긋함은 선거 준비 상황에서 확실히 드러난다.

대선 공약집을 보면 구멍이 숭숭 뚫린 상태로 커다란 총론만 있지 구체적인 실천 방안은 하나도 없다. 무엇보다 문제인 건 지역 맞춤 공약은 텅텅 비었다. 해당 지역의 현안을 제대로 긁어줘야 감동을 불러올 수 있는데, 통일이니 경제니 하는 뜬구름 잡는 것만 가득하다.

선대 본부까지도 유재원 한 사람만 믿고 제대로 움직인 사람이 없었다는 이야기다.

“이번에도 너만 믿는다! 네가 하라는 일이라면 뭐든지 해치우마!”

반짝이는 전명헌 의원의 눈빛은 부담스럽기 그지없다.

후보 본인이 이런 태도이니 선대 본부가 설렁설렁 굴러가는 게 이해가 될 정도다. 유재원이라고 해서 무엇이든 뚝딱 나오는 도깨비 방망이를 가진 것도 아니었기에 참 난감하다.

그런데 하라는 대로 다 하겠다고?

유재원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피었다.

진짜로 그럴 수 있는지 떠볼 수 있는 좋은 질문 하나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 작품 후기 ==========

추천과 리플, 선작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원고료 쿠폰, 후원 쿠폰 완전 감사합니다~!!!

많이 기다리셨죠? 저도 많이 보고 싶었습니다.

앞으로 쭉 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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