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2] 로열로드 (王道) =========================
쿠타라니 켄은 떨어진 패드를 주울 생각도 못 했다.
사람이 육체를 통해 외부에서 느끼는 감각은 다섯 가지다.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으로 미디어를 통해 쉽게 만날 수 있는 건 시각과 청각이었다. 그래서 시청각 자료라는 말이 따로 만들어졌을 정도다.
게임기도 마찬가지다. 텔레비전을 통한 시각, 스피커를 통한 청각은 쉽게 만들 수 있었다. 그나마 제대로 된 그래픽과 사운드 효과를 만드는 것도 기본적인 수준이라서 다른 걸 신경 쓸 여력도 없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지도 못한 순간 자리에서, 훨씬 앞서 나가는 존재도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는 쿠타라니 켄이었다.
초 고해상도의 깔끔한 화면이 매끄럽게 움직이는 것에 입이 떡 벌어져서 멍하니 보는데, 손에서 갑자기 강렬한 진동이 터졌다.
너무 놀란 나머지 쿠타라니 켄은 쥐고 있던 패드를 놓쳐버렸다. 마치 패드가 살아 있는 도깨비처럼 손안에서 꿈틀거렸다.
“뭐, 뭡니까?”
얼마나 놀랐으면 열심히 익힌 영어 대신, 모국어인 일본어가 다 튀어나왔다.
“놀라게 해서 미안해요. 라이브 포스 피드백이라는 기술이죠.”
라이브 포스 피드백!
진동이라니.
심장의 두근거림이 너무도 컸다. 그래도 중요한 파트너가 될지 모르는 사람 앞에서 추태를 계속 부릴 수 없기에, 바로 패드를 주워들었다. 이번엔 손아귀가 하얗게 될 정도로 강하게 잡았다.
쿵쿵!
인트로 화면 안에서 폭발하는 장면이 나올 때마다 패드에서 진동이 전해졌다. 다시금 짜릿한 감각이 전해졌다.
그렇게 몇십 초가 지났을까. 이번엔 아예 온몸에 힘을 딱 주고 바보 같은 반응을 보이지 않기 위해 작정을 했다. 그런데도 점점 벌려지는 입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인트로 화면부터 비주얼의 쇼크였기 때문이다.
지구에 열린 포탈에서 악마들이 쏟아져 나오고, 악마들이 도시와 군대를 몰살시키는 화면이었는데, 놀랍게도 모든 화면이 3D였다. 그것도 어설픈 폴리곤에 색종이 같은 텍스처를 입힌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빛과 표면의 질감이 살아 있었다.
화면의 비주얼에 더욱 빠져들게 하는 건 진동이었다.
지금도 까무러칠 것만 같지만, 진동은 마냥 울리지만은 않았다. 폭발의 크기와 양상에 따라 진동의 강도와 유지 시간이 저마다 달랐다. 아예 눈을 감고 있어도 손에서 느껴지는 감각에 따라 화면의 양상을 떠올릴 수 있을 정도다.
어째서 라이브 포스 피드백이라고 이름이 붙여졌는지 알 것 같았지만, 이는 그저 시작에 불과했다.
“시작했어요. 이제 조작하세요.”
“어? 로딩도 없었는데요?”
쿠타라니 켄의 물음에 유재원은 그저 웃음만 보였다. 인트로 화면은 사실 실제 인게임 상황은 아니다. 따로 만든 CG 동영상이다. 동영상이 재생되는 중에 스테이지 로딩을 계속하고 있어서 인트로가 끝나자마자 자연스럽게 게임으로 전환된 것이다.
21세기엔 범용적인 기술이었지만, 지금은 사기처럼 느껴질 것이다.
원리는 쉬워도 실제 구현은 어렵다. 시스템 성능이 좋지 않으면 로딩하는 중에 동영상이 끊기니 말이다. 읽기 작업을 할 때 CPU를 거치지 않고 하드 디스크를 제어하는 기술과 동영상을 부드럽게 재생하는 기술이 있어야 한다.
쿠타라니 켄은 패드를 직접 움직여 보고 나서야 게임이 시작되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여기서 진정한 라이브 포스 피드백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었다.
처음 주어진 무기는 권총이지만, 검지로 트리거 버튼을 당기자 탕 소리에 맞춰 짧은 진동이 왔다. 진동은 들고 있는 무기에 따라 다양하게 바뀌었다. 무기가 강력할수록 진동도 컸다. 압권은 전기톱이었다.
최고급 A/V 스피커로부터 강렬한 엔진 소리와 함께 손에서 진동이 끊이지 않으니 진짜 전기톱을 쓰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게다가 진동은 무기를 쓸 때만 작동되는 게 아니었다. 플레이어가 타격을 받을 때마다 날카로운 진동이 왔고, 울퉁불퉁한 지면을 달릴 때나 용암 대지처럼 HP가 줄어드는 땅에 떨어질 때도 진동이 왔다.
게임에 촉각이라는 감각이 하나 더 더해지니 몰입도가 완전히 달라졌다. 그렇지 않아도 그래픽과 사운드가 끝내주는 게임이었기에 쿠타라니 켄은 헤어나올 수 없을 만큼 빠져버렸다.
“와, 끝내줍니다.”
스테이지 1의 보스를 20번 재시도 끝에 성공했다. 그것도 혼자서는 불가능했었고 옆자리에 있던 켄스케와의 협동 플레이로 겨우 보스를 잡은 쿠타라니 켄은 패드를 내려놓을 수 있었다.
쿠타라니 켄과 켄스케 모두 다음 장으로 넘어가고 싶어서 손가락이 꿈틀거렸다. 하지만 회사에서 비싼 출장비를 줘가면서 미국에 보내준 본분은 잊지 않았다.
“100% 장담하는데, 이 게임은 성공할 겁니다!”
쿠타라니 켄은 둠 2의 칭찬부터 시작했다. 엄지손가락을 척하고 치켜세우는 데 망설임이 없을 정도다. 그만큼 게임의 수준이 압도적이었다.
비주얼만 봐도 그렇다.
대량의 폴리곤에, 고해상도 텍스처, 자연스러운 조명과 질감까지.
플레이스테이션용 게임을 시범적으로 몇 개 만들어 봤던 쿠타라니 켄은 둠 2의 비주얼을 보니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이다.
화면은 또 얼마나 부드러운가. 폭발과 함께 대량의 파편이 쏟아져도 멈칫거리는 게 없었다. 로딩도 무척이나 빨라서, 지루함을 느끼지 못했다.
“게다가 라이브 포스 피드백이 압권이었습니다!”
태생이 엔지니어였기에 신기술에 대한 찬사는 대단했다.
플레이스테이션용 패드도 만드는 중인데, 지금 손에 쥔 것과 비교하면 장난감 수준이다. 십자 방향 버튼과 게임용 버튼 4개가 전부였고, 모양도 매우 경박하게 생겼다. 아이들 손에 맞춰서 어른이 오래 잡고 있으면 손에 쥐가 날 것 같다.
당연하게도 손에 쥐고 있는 패드를 놓고 싶지 않았다. 특히 포스 피드백 기술은 플레이스테이션에 꼭 넣고 싶었다.
혹시 SCE의 지분율 상승에 대한 대가로 추가 제공하겠다는 기술이 포스 피드백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 쿠타라니 켄이었다. 그게 아니었으면 유재원 회장이 자신과 켄스케를 이 자리로 데려와 게임을 시켜줄 이유가 없으니 말이다.
기다리기만 하면 포스 피드백 기술도 플레이스테이션에 적용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진 쿠타라니 켄이었다.
“혹시 이 게임을 돌린 시스템을 볼 수 있을까요?”
덕분에 쿠타라니 켄의 호기심은 패드에서 시스템 자체로 넘어갔다. 소니의 연구실에서도 이만한 비주얼을 내는 시스템을 만들긴 어려웠다. 얼마나 대단한 시스템인지 직접 눈으로 보고 싶었다.
“어려울 거 없지요.”
유재원은 쿠타라니 켄의 말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두 사람도 같이 일어서려고 했다. 아무래도 한 사람으로는 움직일 수 없는 엄청나게 커다란 시스템을 상상하고 있던 모양이다.
실물은 그들의 상상을 완전히 초월했다.
자리에서 일어난 유재원은 의자 옆쪽에 있던 선반의 서랍을 열었다. 그리곤 케이블 몇 개가 연결되어 있던 넓적한 것을 들어 보였다. 가로 33cm 세로는 24cm 두께는 대략 3cm 정도 되는 넓적한 물건에서 케이블을 분리한 뒤 직접 쿠타라니 켄에게 넘겨줬다.
“이건 뭡니까?”
생각보다 가벼운 무게감이었고 뜨뜻미지근한 열감이 느껴진다. 이러한 조합은 처음인지라 쿠타라니 켄은 아리송한 표정이다.
“흐흐, 뭘까요?”
유재원은 쉽게 답을 주지 않았다.
그러다 쿠타라니 켄은 뭔가 생각난 듯 깜짝 놀란 표정이다. 그의 표정 변화에 맞춰 유재원은 넓적한 물건의 끝을 잡고 뚜껑을 열어 보였다.
반으로 갈리며 열린 넓적한 물건 안에는 환한 빛이 나왔다. 바로 TFT-LCD 화면이었다. 88키 키패드도 딱 보였다.
“노트북!”
빙고!
노트북이다. 뉴 에그의 뒤를 잇는 신제품으로 셸(Shell) 북이라 명명되었다. 디자인을 가리비에서 따왔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에그 시리즈의 전통이 된 폴리카보네이트 케이스를 채용했고, 당대에 따라올 수 없는 스펙을 탑재했다. 기본 486부터 시작했고, 최고급형은 펜티엄이다. 메모리와 하드디스크도 데스크톱 스펙에 비견된다.
지금 쿠타라니 켄 손에 들린 건, 양산용이 아닌 특별한 튜닝이 된 것이다. 3D 가속 칩을 추가했고, 미래 전자에서 특별히 선별한 수율 높은 메모리도 잔뜩 올렸다. 이렇게 고르고 고른 부품을 가지고 오버클록까지 시켜 놓았다. 덕분에 소매용으로 나온 모델보다 25% 정도 더 강력한 성능을 내서 둠 2도 부드럽게 돌려줄 수 있었다.
“세상에.”
이제는 기가 질리는 쿠타라니 켄이었다.
노트북은 모양부터가 기존의 제품과는 완전히 달랐다. 그렇다고 너무 낯설고 호감이 가지 않는 것이 아니라, 너무도 가지고 싶다는 욕망을 자극했다.
성능은 또 어떤가.
웬만한 PC에서는 잘 돌아갈 것 같지도 않은 둠 2를 매끄럽게 실행했다. 직접 플레이해봤던 쿠타라니 켄은 대형 컴퓨터를 뒤에 숨겨두고 게임을 실행한 것으로 생각했을 정도다.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 하지만 노트북의 LCD 화면에는 본인이 만든 캐릭터가 그대로 들어 있었다. 패드를 연결해서 보니 움직이기까지 했다.
LCD의 잔상 때문에 살짝 어지러움이 느껴지긴 했지만, 분명 그래픽의 수준은 스크린으로 보았던 것 그대로다.
“ID의 하드웨어 제조 기술력 정말 놀랍습니다. 소프트웨어 회사인 줄 알았는데…….”
쿠타라니 켄은 말을 잇지 못했다.
소프트웨어는 ID 그룹은 이미 세계 최고라고 자타 공인으로 인정하고 있다.
안드로이드라는 운영체제가 순식간에 PC 시장을 장악한 데에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삽질도 한몫했지만, 그보다 완성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드웨어 부문에서도 최고 수준이라는 걸 다시금 상기되었다. 아니 소니보다 몇 배는 더 앞서 있다고 해야 했다. 이 정도 기술이면 직접 비디오 게임기를 만들어도 무방하다.
“장시간 비행으로 많이 피곤하실 텐데 오늘은 이쯤 할까요?”
표정이 복잡해지는 쿠타라니 켄을 보면서 유재원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네!”
쿠타라니 켄과 켄스케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노트북에 떠 있는 둠을 보는 눈빛에 아쉬움이 가득했다.
“그 셸 북 프로하고 패드는 하루만 빌려드릴 테니 마음껏 해보세요. LCD의 잔상이 심하니까 텔레비전에 연결해서 플레이하는 걸 추천해요.”
쿨한 유재원은 그런 아쉬운 마음을 읽고 셸 북과 패드도 내줬다.
“우와! 고맙습니다.”
둘은 바로 환호했다.
쿠타라니 켄이 엔지니어였으니 사용법을 따로 알려줄 필요도 없었다. 반대로 그만큼 전문가였으니 기술 유출에 대해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 하지만 유재원은 걱정하지 않았다.
이미 관련 특허는 모두 등록되었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의 기업 중 매달 누가 특허를 많이 내는지 따져 본다면 ID 그룹은 TOP 10이라는 순위권을 놓쳐본 적이 없다. 그만큼 매달 대량의 특허를 쏟아냈다.
혹시나 특허의 허점을 찾는다면 우회해서 기술을 베낄 수 있지만, 유재원은 비슷한 특허도 죄다 받아 놓았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이긴 ID 그룹의 법무팀을 소니가 이길 수 있다면 멋대로 베껴도 되겠지만, 아니면 각오해야 할 것이다.
다음 날.
오후 1시에 유재원은 쿠타라니 켄과 첫 번째 공식적인 미팅을 시작했다. 유재원은 혼자였고, 쿠타라니 켄은 켄스케라는 직원을 대동했다. 알고 봤던 켄스케가 영어에 매우 능통한 사람이었다.
이 자리에서도 이야기의 시작은 둠 2와 진동 패드, 그리고 셸 북이었다. 잠을 자야 하는데, 둠 2를 즐긴다고 새벽까지 깨어 있었다고 한다. 아침을 먹은 후에도 비몽사몽이었으니 미팅을 오후 1시로 잡아 준 유재원에게 고맙다고 말하는 걸 잊지 않는 둘이다.
“그래, 소니의 답은 뭔가요?”
대화의 물꼬를 튼 유재원은 뒤로 빼는 것 없이 본론으로 들어갔다.
“아, 그것은…….”
보통의 일본인과는 다르게 직설적인 화법에도 익숙한 쿠타라니 켄이었지만, 이 순간만큼은 평소의 모습이 나오지 못했다. 오히려 어제는 보이지 않았던 불안감이 가득했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행에 나서기 직전, 회사의 경영진으로부터 받은 한계선이 유재원이 말했던 것과는 한참 모자랐던 탓이다.
소니의 고지식한 경영진은 귀한 지분을 내주는 것에 거부감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다. 쿠타라니 켄도 제일 적극적이긴 했지만, 그건 돈 대신에 주식을 줌으로써 라이센스 비용을 아껴 기술 개발에 투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ID 그룹 몫으로 내주는 SCE 지분의 한계는 출발 전 확실히 못을 박고 왔다.
최대 26%.
미국으로 출발하기 전까지만 해도 쿠타라니 켄 역시나 3D 가속 칩과 글라이드 X2 라이브러리의 라이센스를 얻는 정도로는 충분할 것 같았다.
그런 생각이 어제 와장창 박살 났다. 안일했구나 하는 뒤늦은 후회가 들 정도였다. 더욱 열심히 임원들을 설득했어야 했다. 아니면 플레이스테이션 프로젝트를 살렸던 때처럼 사장님과 담판을 지었어야 했다. 그런데 겨우 26%로 만족하고 와버렸다.
“제가 제시한 것과 상당히 차이가 나는 모양이네요?”
쿠타라니 켄의 곤란한 기색을 바로 읽은 유재원이다.
“플레이스테이션 전용의 초소형 운영체제, 포스 피드백 기술, ID 소프트웨어의 게임들. VCD 기능 등등. 이런 비장의 기술을 추가로 내줘도 부족한가요?”
이어진 유재원의 말에 쿠타라니 켄의 표정이 더욱 곤란해졌다.
어느 것 하나 버릴 수 없는 큼지막한 대박이었다. 유재원이 열거한 기능이 모두 탑재된 플레이스테이션이라면 절대 망할 수가 없다.
“절대 부족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고지식한 상부에서 제 의견을 쉽게 받아주지 않네요.”
쿠타라니 켄의 목소리에 괴로움이 가득했다.
먹음직스러운 먹이를 앞에 두고도 먹을 수가 없으니 정말 끔찍했다. 심지어 그게 무슨 맛인지 알고 있으니 더욱 죽을 노릇이다.
어떻게 패드에 진동 기능을 넣을 수 있었을까!
엄지손가락으로 조정하는 아날로그 스틱의 편리함은 또 어떠한가. 게다가 물 흐르듯 부드럽게 흐르는 3D 기술은 진심으로 가지고 싶은 아이템들이었다.
“저희가 제시할 수 있는 최대치는 26%입니다. 어젯밤 전화로 열심히 설명했는데도, 사장님이 너무 완고하셔서……. 시간을 좀 더 주시면 꼭 설득하겠습니다.”
쿠타라니 켄의 눈빛에는 결기가 가득했다.
할 수만 있다면 사장님 멱살을 잡아서라도 꼭 이번 계약을 체결하고 싶었다.
“아, 그러실 것까지는 없습니다. ID가 꼭 소니와 함께 손을 잡고 게임기 시장에 진출해야 법은 없잖아요.”
쿠타라니 켄은 설마 했다.
유재원이 준 것도 아니고 하루 빌려준 것이라서 셸 북을 뜯어보진 못했다. 하지만 겉으로 보기만 해도 셸 북의 완성도는 가히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셸 북을 만든 기술을 그대로 게임기에 적용한다면 순식간에 만들고도 남는다.
생산 능력도 의문을 제기할 수 없다. 에그 PC의 하드웨어를 만드는 TG의 연간 출하량은 300만 대를 넘은 지 오래다. PC보다 더 간단한 게임기라면 순식간에 양산할 수 있다.
그렇다고 소프트웨어가 문제냐?
소프트웨어 분야 역시나 ID 그룹은 강력했다. 자체 제작하고 있는 게임은 물론이고 세계 최대의 게임유통사인 일렉트로닉아츠와도 거의 밀월관계 수준이다. 이를 통해 신작 게임을 게임기에 공급하는 건 문제도 아니다.
“우리 ID 그룹이 직접 게임기 시장에 진출하는 방법도 있고요.”
유재원의 말이 끝나자 켄스케는 통역을 하기도 전에 탄식이 나왔다. 한발 늦게 말을 전달받은 쿠타라니 켄도 마찬가지였다.
쿠타라니 켄의 불안감은 근원은 바로 이것이었다.
ID 그룹의 기술과 자본력이면 직접 진출해도 무방했다. 그야말로 신기술로 무장한 차세대 게임기라면 태풍의 핵으로 떠오를 것이라 장담했다.
그러다가 문뜩 이상하다는 느낌이 드는 쿠타라니 켄이다.
유재원 회장은 ID 그룹의 저력을 확실히 인지하고 있다. 그런데도 협상의 최우선 순위는 SCE의 지분참여였다.
‘뭔가 이유가 있다!’
실낱같은 희망을 발견한 쿠타라니 켄의 머릿속이 복잡하게 돌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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