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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로 압도한다-210화 (210/1,007)

[210] 로열로드 (王道) =========================

29.999달러?

숫자를 본 유재원이 느낀 첫 감상은 괜찮은데? 라는 생각이었다. 3D 가속 칩과 글라이드 X2의 라이센스로 14.5달러 정도로 치면 제법 괜찮은 가격이기 때문이다. 아니, 괜찮다기보다는 후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글라이드 X2는 VGA 제조사와 게임 개발사에 무료로 공급하는 중이었고, 글라이드 X2 역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 무료로 탑재되는 미들웨어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유재원의 반응이 잉?'이라고 바뀐 건 소수점을 잘못 읽었다는 걸 알아차린 순간이었다.

29.999달러가 아니라 299.99달러였다.

299.99달러라니!

이 가격은 플레이스테이션이 처음 출시되었을 때의 가격이다. 점이 애매하게 찍혀서 한눈에 알아보지 못한 건 본인의 실수였지만,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 가격을 적어놨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다행히 숫자만 떡하니 적혀 있는 건 아니었고, 추가적인 설명이 몇 줄 더 있었다.

-299.99달러, 이 가격은 가칭 플레이스테이션의 발매 예정 가격입니다. 시장 조사를 했을 때, 이 가격 이상으로 책정하면 구매 의향이 대폭 하락했고, 이 아래로 책정하면 소니의 적자가 폭증하기에 가장 적정선을 찾은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상기해드린 부품의 목록을 보시면 하시겠지만, 원가만으로 299.99달러를 훌쩍 뛰어넘는 상태입니다. 여기에 3D 가속 칩과 글라이드 X2의 라이센스가 더해지면 소니의 부담은 더욱 거대해집니다.

“이 사람 엄살이 심하네!”

이건 제안서가 아니라 구구절절한 호소문이었다.

쿠타라니 켄의 말대로 플레이스테이션은 본체를 손해를 보고 팔았다. 그게 소니의 전통이 된 것처럼 후속기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게임 사업이 망하지 않고 오히려 더 승승장구해서 소니의 엔터테인먼트 분야를 이끌고 갈 수 있었던 것은, 소프트웨어 매출액과 이익이 본체를 팔 때마다 생긴 손해는 메꾸고도 남을 만큼 거대했기 때문이다.

호소문은 몇 줄이 더 남았기에 유재원은 툴툴거리면서 다시 읽었다.

-물론, 원하신다면 소니는 합당한 라이센스 사용료를 지급할 용의가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보다 더 끈끈하고도 긴밀하며 서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제안을 하고자 합니다.

서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제안?

-플레이스테이션이 완성되면 소니는 게임 사업을 전담할 자회사를 설립할 예정입니다. 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라고 합니다. ID 그룹이 단순한 라이센스만 공급하지 않고, 보다 적극적으로 플레이스테이션에 참가할 의향이 있으시다면 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의 지분을 드리겠습니다. 설명이 모자란다면 언제든 말씀하십시오. 제가 직접 귀사를 방문해 설명하겠습니다.

-플레이스테이션 프로젝트 총괄 매니저, 쿠타라니 켄.

이것으로 문서는 끝이었다.

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 지분이라니.

살짝 끌리긴 하다. 망해가는 소니를 벌떡 일으켜 놓을 만큼 핵심적인 사업체였기 때문이다. 관건은 획득할 수 있는 지분의 양이다.

3D 가속 칩, 그리고 글라이드 X2 두 개의 라이센스만으로 대주주 규모의 지분을 달라고 하는 건 본인이 생각하기에도 날강도였다. 그러면 지분율을 높이기 위해서 라이센스 뿐만이 아니라 신기술은 물론 일정 규모의 자본까지도 참가해야 한다.

“이야, 이 사람 말발만 좋은 줄 알았더니 협상도 할 줄 아네!”

전생에 쿠타라니 켄의 별명은 구라까니 켄이었다.

플레이스테이션 1에서는 그나마 괜찮았는데, 후속기인 2나 3을 낼 때 스펙을 가지고 허풍이 너무도 심했다.

플레이스테이션 2에서는 사람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처리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CPU에 이모션 엔진이라는 거창한 이름까지 붙였고, 3D 가속 칩의 경우엔 향상된 3D 가속 성능을 자랑한다고 그래픽 신디사이저라고 했다.

이렇게 2에서 태동한 구라 능력은 플레이스테이션 3에서 대폭발했다.

플레이스테이션은 몸짓이나 감정까지 인식한다고 말하거나, 플레이스테이션 2 성능의 1천 배라고 하기도 했다. 급기야 플레이스테이션 3은 게임기가 아닌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기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금은 매니저 직급이라서 허풍이 적은 것 같지만, 나중에 높은 자리에 올라가면 분명 허세가 폭발할 거다.

전조는 충분히 보인다. 아직 존재조차 하지 않는 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SCE)라는 주식을 팔아서 ID 테크놀로지의 고급 기술을 넘겨받겠다는 의도가 뻔히 보인다. 물론 유재원은 SCE가 성공할 것을 아니까 납득하긴 했는데, 다른 사람이라면 턱도 없는 제안이었을 것이다.

“가만? 글라이드 X2는 안드로이드 기반 라이브러리인데?”

그러다가 유재원은 쿠타라니 켄이 간과하고 있는 중요한 사실을 떠올렸다.

글라이드 X2는 3D 라이브러리였지만,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한다. 무슨 말인고 하니 라이브러리를 사용하려면 먼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띄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플레이스테이션은 인텔 호환의 x86 CPU가 아니라 게임기용으로 커스텀된 CPU를 사용하고 MIPS라는 별도의 명령어를 쓴다.

즉 x86기반의 안드로이드를 게임기 전용으로 최대한 다이어트 시켜서 만들어야 한다.

“아, 게임기는 하드 디스크도 없지?”

나중에 가면 게임기에 하드디스크가 기본으로 장착되지만, 지금은 그런 건 무리였다. 그저 1MB 수준의 ROM에 설치하는 게 보통이다. 여기에 주 기억장치 용량도 2MB이니 최대한 슬림하게 줄여야 게임이 부드럽게 운영된다.

“소니가 그런 걸 할 수는 없을 테고? 그럼 우리가 해야 하잖아.”

그게 다 ID 테크놀로지에서 해줘야 하는 일이다.

그러면 게임기 전용 운영체제를 따로 만드는 대규모 작업을 수행한 만큼 SCE의 지분도 커져야 했다.

유재원은 ID 테크놀로지의 기술 지원에 대한 가치에 대해 가늠해 보았다. 딱 떨어지는 답이 나온 건 아니다. 대신 처음 생각하고 있던 가격보다는 한참 상승했다.

“적어도 40% 이상은 받아야겠다.”

기왕 게임기 전용 운영체제를 만들면, 여기에 몇 가지 독특한 기능을 넣어서 플레이스테이션의 가치를 더 높일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VCD 플레이어다.

유재원은 안드로이드의 2번째, 3번째 패치를 하면서 이미지, 동영상 코덱도 발표했다.

PCX나 GIF 같은 구식 파일보다 훨씬 적은 용량을 사용하면서도 고화질, 고해상도를 띄울 수 있는 코덱이었다.

지금은 그저 성인 사이트에서만 좋다고 하며 사용 중이지만, 범용적인 용도로도 가능성은 무궁무진했다.

그중 하나가 VCD가 있다. 안드로이드 동영상 코덱을 사용하면 영화 하나를 CD에 넣어서 재생하는 것도 가능하다. 당연히 VHS용 아날로그 테이프보다 화질이 월등히 좋다. 이 기능을 플레이스테이션에 넣는다면 단순한 게임기가 아니라 비디오 플레이어를 대신할 장치로도 효용이 생기는 것이다.

“아, 진동 조이패드도 있지.”

3D 가속 칩으로 게임 성능이 아케이드 게임장을 능가한 컴퓨터였다. 이에 맞춰 게이머들을 위한 장비들도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걸 보고 유재원은 진동패드를 내볼까 생각 중이었다.

레드먼드의 안드로이드 사업부에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고스란히 인수한 하드웨어 부문도 있었기 때문이다. 진동 조이패드는 컴퓨터에도 좋지만, 게임기에는 더더욱 좋은 기능이다. 진동을 통해 게임의 상황이 실제로 느껴지니 몰입도가 배가 된다. 아직 발매하진 않았는데, 이걸 플레이스테이션에 적용하면 닌텐도와의 경쟁에서 훨씬 앞서게 된다.

여기에 유재원은 히든카드도 있다.

“아예, 우리가 플레이스테이션용 게임도 낼 수 있고.”

안드로이드 1.0을 발표하면서 만든 버추얼 복싱 게임은 물론 전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둠과 둠 2도 있다.

“음, 그러면 40%도 부족하고 49% 정도는 받아야 할 것 같은데?”

과욕이 절대 아니다.

객관적으로 따져 봐도 유재원이 아예 독자적인 게임기 사업을 시작해도 될만한 일이었다. 그걸 포기하고 SCE와 함께한다는 건 동업자 수준의 지원이었다. 그러니 지분도 동업자에 걸맞게 49%는 가져오는 게 정상이다.

“쿠타라니 켄이나 소니 경영진이 받아들이려나?”

유재원은 상관없다.

받아들이면 좋고, 아니면 직접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꾸리면 되는 것이다. 어차피 게임기를 만드는 데 엄청나게 어려운 기술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건 서드파티를 많이 확보해 양질의 게임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것인데, 유재원에겐 이것도 그다지 문제 될 건 없었다.

“좋아. 그러면 답장을 써 볼까?”

생각을 모두 정리한 유재원은 곧장 답변서 작성에 돌입했다.

폼을 맞춰서 정성을 들여 쓰는 건 아니고, 본인의 생각만 확실히 정리하는 것이다. 이렇게 정리된 파일을 앨런에게 보내주면, 앨런이 이끄는 법률팀이 법률검토와 형식에 맞는 문서로 탈바꿈해서 다시 유재원에게 보고한다.

최종 확인을 하고 마음에 들면 소니에 답신을 보내는 것이다. 예전엔 그냥 유재원이 직접 보내기도 했는데, 거대한 기업으로 성장하다 보니 걸리는 게 많아지면서 살짝 복잡한 단계가 맞춰졌다.

그래도 일반 대기업처럼 며칠씩 걸리는 건 아니다. ID 톡이라는 최고의 메신저가 있었기에 아무리 길어도 이틀 이상 걸리진 않는다. 그것이 공룡이 되고도 여전히 민첩하게 움직이는 ID 그룹만의 장점이다.

“자, 그러면 슬슬 출국 준비를 해 볼까?”

일을 마친 유재원은 컴퓨터를 껐다.

한국에서 충분히 휴식을 취한 유재원이다. 이제 미국으로 가서 소니와의 협상도 적극적으로 임하고, 대학교에 다닐 준비도 해야 한다.

“생각해보니 출국도 일이네.”

예전처럼 그냥 훌쩍 미국으로 떠나면 섭섭하게 생각할 사람들이 참 많았다.

일단 큰집과 외갓집에도 들리고, 주주이자 은사님들도 찾아뵙고, 한국 사업장들도 한 번씩은 들려 얼굴을 비춰줘야 할 것 같다. 마지막으로 전명헌 의원님도 빼놓을 수 없다. 약속을 지켜주셔서 고맙다는 말도 전하고, 대선 준비에도 살짝 보탬을 드려야 한다.

같은 시각.

실리콘밸리의 터줏대감은 HP였다. 실리콘밸리의 시작과 함께한 유구한 역사를 가진 HP의 성장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그렇지만 존재감을 따진다면 HP를 능가하는 회사가 있다.

거대한 공룡 인텔이다.

IT산업은 컴퓨터의 발달과 함께했다. 컴퓨터의 수많은 부품 중에 가장 중요한 건 역시나 CPU였고, 세계에서 제일 좋은 CPU를 생산하는 곳은 인텔이라는 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었다.

인텔 역시나 꾸준한 혁신으로 컴퓨터의 성능을 끌어 올리는 중이었다. 18개월 주기로 컴퓨터의 성능을 2배로 향상하고, 가격에는 변함이 없다는 무어의 법칙을 실행하고 있으니, 이들의 자부심은 인정할 만했다.

그런 인텔의 수뇌부들이 본사 깊숙한 곳에 자리한 회의실에 모였다.

현 CEO인 앤디 그로브를 비롯해 펜티엄 CPU를 설계한 수석 엔지니어, 그리고 높으신 양반들 앞에 왜 불려 나왔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인 프로그래머 두 명이 있다.

인텔에 웬 프로그래머 하겠지만, 자사가 만든 하드웨어를 다양한 플랫폼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드라이버나 유틸리티 제작을 하고 있었기에, 작은 규모의 개발팀도 운영 중이다. CPU를 직접 다루는 만큼 숫자는 작아도 프로그래머들의 실력은 최고라고 자부했다. 물론 ID 테크놀로지가 나오기 전까지 말이다.

“자네들이 해줘야 할 게 있네.”

앤디 그로브가 막 회의실에 들어와 멀뚱히 서 있던 프로그래머 둘을 불렀다. 임원들 앞 책상에는 컴퓨터 2대가 세팅되어 있었으니 프로그래머들은 그나마 다행이라는 표정이다.

컴퓨터는 인텔이 자랑하는 펜티엄 CPU가 장착된 최신의 고성능 PC였고, 두 대 모두 안드로이드 1.0 운영체제가 탑재된 상태였다. 프로그래머들에게도 매우 익숙한 환경이었다.

“벤치마크 프로그램이 설치되어 있을 걸세. 아마 자네들도 잘 아는 프로그램일 거야.”

앤디 그로브의 말에 프로그래머들은 바탕화면을 보고는 피식 웃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앤디 그로브가 말한 벤치마크 프로그램이라는 건 그들이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인텔이 CPU의 성능과 안정성을 테스트해보기 위해 만든 인텔 버닝 테스트 프로그램이다.

실제 구동 방식은 파이값을 계산하는 것이다. 끝이 없는 무리수였기에 초당 몇 자릿수를 계산할 수 있는가를 두고 성능을 가늠한다. 또한, 파이값 찾기를 계속 돌리면서 CPU의 연산력을 한계까지 뽑아내고, 동시에 안정적으로 작동하는가를 체크한다.

입출력 성능을 확인하는 테스트도 있다. 인텔은 전통적으로 경쟁사들보다 하드디스크를 읽고 쓰는 능력이 더 좋았는데, 탄탄한 기본 설계 능력에 드라이버적인 지원도 신경을 썼기에 달성한 결과였다.

“두 시스템에서 그걸 동시에 실행해서 나오는 결괏값의 차이가 나올 걸세. 자네들이 그 이유에 대해서 파악 좀 해주게나.”

좀 더 어려운 주문이 들어왔다.

연산력에 대한 차이는 여러 가지의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인텔의 최고 경영자가 직접 지시한 일이었기에 불려 온 둘은 곧장 작업에 착수했다.

최고경영자인 앤디 그로브뿐만이 아니라, 데이브 하우스 부사장, 노이스와 무어 등 인텔의 고위직들이 다 모여 있어서 등에 식은땀이 다 났다. 그래도 항상 하던 일이었으니 마우스와 키보드를 잡은 손은 부드럽게 움직였다.

전문가답게 무턱대고 프로그램을 실행하지 않았다.

“시스템 상태부터 확인하겠습니다.”

“그러게.”

허락이 떨어지자 둘은 안드로이드 장치 관리자를 실행하고, 시스템 정보 확인을 눌렀다. 운영체제가 연결하고 있는 모든 장치를 확인해주는 항목이었다. 만약 올바르지 않은 연결이라면 장치의 이름과 함께 커다란 느낌표가 붙는다.

다행히 느낌표가 붙은 항목도 없다. 성능도 최고다. 인텔 펜티엄 66MHz에 메모리 용량은 8MB나 되는 고성능 컴퓨터였다. 그리고 두 컴퓨터의 스펙도 완전히 같았다.

이번엔 운영체제 관리자에 들어갔다. 설치된 소프트웨어와 드라이버의 상태를 보여주는 곳인데, 거기에서 차이가 보였다.

하나는 안드로이드 엔터프라이즈 버전이 최신 패치까지 모두 설치된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1.0이 막 출시된 버전이 설치되었다.

차이는 그것뿐이었다.

“그럼 실행하겠습니다.”

프로그래머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버닝테스트를 시작했다. 어째서 높으신 양반이 이런 테스트를 시키는 것인지 도통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테스트가 10분 정도 이어졌을 때.

두 컴퓨터 사이의 점수 차이에서 뭔가 차이가 나기 시작했다. 그것은 안드로이드 1.0이 엔터프라이즈에 최신 패치가 설치된 시스템보다 대략 5%의 성능이 더 높게 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벤치마크 프로그램이 하드디스크를 읽고 쓰는 능력을 테스트하는 시점에 이르러 값의 차이가 더 벌어졌다.

“차이가 났습니다.”

프로그래머의 외침에 임원들 사이에 웅성거림이 커졌다. 그렇지만 큰 동요는 없었다.

엔디 그로브 CEO를 비롯한 다른 임원들도 이미 이런 양상이 나온다는 걸 인지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프로그래머도 이유에 대해 짐작하기가 힘들었다.

그냥 보기에 최신 시스템을 지원하는 엔터프라이즈 버전이 좋은 성능을 내주던가, 아니면 비슷하게라도 나와야 한다. 그런데 무료로 풀리는 광고 버전보다 점수가 더 떨어지다니 이해할 수가 없었다.

프로그래머는 즉각 입출력 상태를 눈으로 볼 수 있는 모니터링 프로그램을 띄웠다. 엔터프라이즈 버전에서 추가된 관리 기능 중 하나인데, 컴퓨터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검사하기에 이만한 프로그램이 없다.

단순히 버닝테스트의 수치로 보았을 때보다 훨씬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이를 통해서 확실히 성능 차이가 있다고 확언할 수 있다.

“우리는 도대체 왜 그런 차이가 나는지 알고 싶다는 겁니다. 혹시 우리 인텔 CPU에서만 발생하는 문제일까요?”

앤디 그로브의 질문에 프로그래머는 막막했다. 답하려면 따져 봐야 할 게 많았다.

조금 전엔 운영체제상에서 간략히 조사하긴 했지만, 제대로 하려면 본체를 열어 봐야 한다. 하드웨어적으로 CPU의 발열을 제대로 시켜주는 지, 메인보드와 하드디스크 사이를 연결하는 커넥터가 잘 결합 되었는지도 따져 봐야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다른 시스템도 비교해봐야 한다. AMD나 사이릭스 같은 x86 호환 CPU에서도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패치별로 결괏값을 비교해야 한다.

“알겠습니다. 그럼 시간을 드리죠. 이전에 하고 있었던 일은 잠깐 멈추십시오. 스케줄 조정도 해드릴 테니 여유롭게 조사해서 상세한 리포트를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검증을 하실 때 타 회사의 호환 CPU도 꼭 대조군에 넣으세요.”

“알겠습니다.”

프로그래머 둘은 앤디 그로브의 명령을 바로 받았다. 특히 타사라고 강조한 부분을 놓치지 않았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인텔의 CEO와 임원들을 깜짝 놀라게 한 성능 문제는 인텔 CPU가 품고 있던 심각한 버그인 멜트다운의 패치 영향이다. 당연히 맬트다운 패치는 따로 발표하지 않고 잠수함 패치로 배포했다.

덕분에 전후 사정을 모르는 인텔에서 이 상황을 크게 오해하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추천과 리플, 선작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원고료 쿠폰, 후원 쿠폰도 완전 감사합니다~~!!!

어제, 그러니까 4월 5일부로 원스토어뿐만이 아니라 카카오페이지에서도 연재가 개시되었습니다. 편하신 곳에서 보시면 됩니다. 그런데 편당 결제 사이트는 편당 5천자로 딱 끊어서 올라오니 어느 쪽이 유리한지 잘 계산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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