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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로 압도한다-207화 (207/1,007)

[207] 로열로드 (王道) =========================

○ 로열로드 (王道)

“벌써 여름이네?”

무심코 창문을 열다가 바람에 무더운 열기가 담겨 있는 걸 느낀 유재원이다. 5월에는 일본의 일로 정신없이 지나갔고, 6월은 후속 작업으로 정신이 없었다. 덕분에 시간 감각이 조금 옅어졌는데, 창문을 타고 온 바람에 열기로 계절을 느낄 수 있었다.

샌프란시스코라면 7월에도 25도 이상 올라가진 않는 봄 날씨라서 바람에 열기는 없는데, 이곳은 덕진리 고향 집이라서 7월 초에도 무더위가 느껴지는 것이다.

“곧 입학이네.”

여름이 끝나면 유재원의 신분에 ‘대학생’이라는 단어가 추가된다. 평소와 크게 달라질 건 없지만, 그래도 인생에 커다란 기점은 되는 것이라서 기분이 조금 이상하긴 했다. 그렇다고 유재원은 평범한 캠퍼스 라이프를 꿈꾸진 않았다.

대학교 1학년이라면 친구들도 많이 만나고, 미팅도 하면서 F 학점 몇 개 정도 받아보는 경험도 나쁘지 않겠지만, 애초에 유재원은 그럴 마음이 조금도 없었다.

ID 그룹이 조 단위 매출을 찍을 때부터 새로운 친구를 사귄다는 건 불가능해졌다. 유재원 본인부터가 누가 접근하면 다른 의도가 없는지 먼저 따져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대학교에 가면 학생들보다는 교수들과 더 어울리게 될 것 같다.

“아니, 같다가 아니라 확정이지 뭐.”

유재원은 대학교에 들어가 할 일은 이미 마스터플랜에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무척이나 고심해 만든 것이니만큼 100% 달성하는 게 본인에게도 이로운 일이다.

“그나마 미국 대학교는 놀 시간도 없이 공부만 한다니 다행이지.”

한국은 대학교에 입학하면 끝이라고 한다. 아예 공부와 손을 떼지 않는 이상은 졸업에 문제가 생기는 일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은 다르다. 입학이 곧 시작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졸업장 받는 건 어렵다고 한다.

특히 스탠퍼드와 같은 최상위권 공대는 학업이 과중하기로 자자한 대학교였다. 수업도 어렵고 리포트도 많다고 하니, 재학생들이 한눈을 팔 시간이 없다.

대학교 생활에 대한 상상을 조금 했던 유재원은 다시금 컴퓨터 앞에 앉았다.

ID 그룹은 시작부터 온라인을 기반으로 했다. 덕분에 지금에 와서는 거의 모든 업무를 컴퓨터 앞에서 처리할 수 있는 자동화를 다 이뤄냈다.

덕분에 업무 처리가 효율적이라는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있다. 메일함에 쌓인 서류를 다 처리하고 나서 잠깐 쉬었다가 돌아오면, 어느새 잔뜩 쌓여 있다는 것도 그중에 하나다.

-D, 산요 인수협상 중간보고!

-T, ID 오피스 3.0 프리뷰 버전을 올렸습니다.

-T, ID 톡 4.3 개선 방향 확정, 검토 바랍니다.

-H, SSL 프로젝트, 1차 보안 테스트 합격!

메일함을 다 검토한 지 몇 분 지나지 않았다.

창가에서 솔솔 불어오는 여름 향기를 잠깐 맡았다고, 다시금 메일함이 차기 시작했다. ID 인베스트먼트, ID 테크놀로지는 물론 ID 하이테크에서도 날아왔다.

쉬운 구분을 위해서 간단한 테그를 만들도록 했다. 복잡하게 만들 수도 있었지만, 알아보기 쉽게 각 사업부의 머리글자를 이메일 제목 맨 앞에 붙이도록 했다.

유재원은 취향대로 H로 시작하는 하이테크 보고서부터 읽었다.

“벌써 SSL을 만들었네?”

SSL은 Secure Sockets Layer의 줄임말로 보안 소켓 레이어라고 한다. 정보를 주고받는 패킷에 완전한 암호화를 걸어서 안전한 통신을 가능하도록 해주는 기능이다. 이를 통해 인터넷 결제도 안전하게 하고, 인터넷 뱅킹도 가능하게 해준다.

SSL 프로젝트의 책임자로 러시아에서 모셔온 유진 카스퍼키스를 내정하고 ID 테크놀로지에서 차출한 소수의 S급 개발자들을 모아 팀을 만들었다. 처음엔 좀 삐걱거리는 듯했지만, 다들 한가락 하는 사람들이고 회사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니 이렇게 성과가 잘 나왔다.

유재원은 곧장 답장을 써서 넥스트컴 메인프레임에 SSL을 올려 좀 더 큰 규모의 테스트를 진행하라고 했고, W3 협회장인 팀 버너스리에게도 보내서 표준화를 진행하라고 했다.

온라인 상거래에서 가장 핵심인 보안 기술을 선점하면, 나중에 돈은 저절로 굴러들어오게 되어 있다.

“흐흐, 표준화를 한다고 무료로 풀어야 한다는 법도 없잖아. 뭐, 초반엔 무료였다가 나중에 유료화를 할 수도 있고.”

사악하게 웃는 유재원이지만, 악덕 기업이 될 생각은 없었다. 2010년대까지 인터넷의 성장기로 보고, 그때까진 무료로 공급할 생각이었으니 말이다.

-T, 신규 소프트웨어 개발 제안서

그사이 새로운 이메일이 또 날아왔다.

발신인은 ID 테크놀로지 레드먼드팀의 에서 날아온 것이다.

“신규 소프트웨어 개발 제안서라니! 열어보지 않을 수가 없잖아.”

유재원이 열어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이메일이 많았지만, ‘신규’라는 매혹적인 단어에 마우스 커서가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메일을 열어 보니 간단한 개요와 함께 IDW 파일이 첨부되어 있었다.

신규 소프트웨어는 바로 이미지와 동영상 편집기를 만들어 보자는 것이었다. 갑자기 왜 이런 제안을 했나 봤더니 2월과 6월에 발표한 안드로이드 1.0의 두 번째 패치 때문이었다.

2월의 패치에는 유재원이 만든 이미지 포맷과 동영상 코덱이 포함되었고, 6월 패치에는 코덱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설정이 세팅된 프리셋 파일들이 들어가 있었다. 그런데 이러한 것들은 일반인보다는 전문가들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서, 사용하기가 까다롭다.

그렇기에 그래픽 인터페이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편집 프로그램을 만들면 크리에티브용 툴에 경쟁력이 있을 거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IDW 파일을 열어보니 훨씬 구체적이었다.

인터페이스의 대략적인 모습과 함께 프로그램에 담길 기능들이 소개되어 있었다. 유재원은 그림판 정도로 생각했는데, 자세히 보니 포토샵 같은 프로그램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동영상 편집기 역시나 마찬가지다.

개요만 봤을 때는 무비 메이커 정도의 편집기를 생각했는데, IDW에 담긴 설명은 본격적인 영상 편집 프로그램이었다.

창작용 도구 프로그램들도 제법 커다란 시장이었다.

특히 21세기 들어서 개인까지도 인터넷을 통해 방송을 시작할 수 있게 되면서 수요는 폭증했다. 유재원은 기존의 업체가 어느 정도 성장을 하면 인수를 하려고 했는데, 지금부터 자체 개발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제안자가 누구지?”

동시에 이번에 발표한 고성능 이미지 포맷과 동영상 코덱을 보고 크리에티브 툴을 떠올린 사람의 이름을 확인했다.

“저스틴 애브래쉬?”

유재원의 기억에는 없는 신선한 이름이었다. 오히려 이 점이 더 좋았다. 코덱만 보고 이 정도 기획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능력자가 확실했기 때문이다. 회사 안에 이런 인재가 많을수록 ID 그룹의 저력도 커 나가는 것 아니겠는가.

같은 시각.

일본의 대표적인 전자회사 소니에서는 중요한 안건 하나를 두고 그룹 최고 경영회의가 진행 중이었다.

최대 안건은 5월 일본을 강타한 경제 위기에 대한 대책이었다.

부동산 거품 붕괴로 인한 주가의 폭락은 주식담보대출 부실로 이어졌고, 그렇지 않아도 허약해진 일본의 크고 작은 은행들은 정부의 지원에도 무너졌다. 은행이 무너지면서 많은 기업이 문을 닫았고, 일본의 경제는 다시 한 번 큰 침체에 빠졌다.

그나마 일본이 80년대부터 무역 흑자로 쌓아놓은 대량의 보유외환 덕에 IMF 구제 금융까지는 신청하지 않아도 될 정도였지만, 실물 경제는 완전히 박살이 났다. 신규 고용 지수는 뚝 떨어졌고, 소비도 위축되면서 기업들의 매출도 급감했다.

정부는 비상 대책을 마련한다고 정신이 없었지만, 마땅한 방법은 없었다. 기업 역시 마찬가지였지만, 그대로 손쉬운 해결책은 있었다. 바로 대규모 구조조정이다. 방만해진 조직을 슬림하게 바꾼다고 대량 해고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일본의 평생직장 신화가 바로 올해 92년부터 붕괴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동시에 비정규직이 새롭게 생겨났고, 비정규직을 관리할 인력파견업체라는 새로운 회사가 나타났다.

소니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 진행 중인 그룹 최고 경영회의에서도 대규모로 구조조정을 준비하기로 했고, 신규 프로젝트도 대부분 취소가 결정되었다.

“다음 안건은?”

피곤함이 가득한 오기 노리오 사장의 물음에 회의 진행을 맡은 임원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프로젝트 PS입니다.”

임원의 말에 회의장에 웅성거리는 소리가 커졌다.

조금 전 취소했던 프로젝트와 마찬가지로 역시나 말이 많던 프로젝트였기 때문이다.

당연히 소니의 중역들은 그 프로젝트 역시 취소하는 게 좋겠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이고 있었다. 프로젝트의 전망은 오리무중인데, 성공도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수 의견으로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사람도 있었고, 1년간 들인 노력도 아깝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차라리 직접 들어보지.”

오기 노리오 사장의 말에 회의장이 잠잠해졌다.

매우 경직된 기업문화를 가진 일본이었고, 비교적 첨단 기술을 다루는 소니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렇기에 오기 노리오 사장의 말은 곧 법이었다.

“예, PS 프로젝트팀장을 호출했습니다.”

잠시 후, 후덕한 인상의 30대 후반의 남자가 회의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아이템이 게임기였던 만큼, 수석 엔지니어 중에서도 젊은 사람이 팀장으로 선정된 것이다.

“사장님, 그리고 임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플레이스테이션 프로젝트팀장 쿠타라니 켄입니다.”

소니가 야심 차게 준비했던 프로젝트는 바로 차세대 미디어인 CD를 사용한 게임기 개발이었다.

CD는 소니가 필립스와 함께 만든 차세대 매체였다. 그래서 소니는 CD의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방법들을 연구 중이었고, 그중에 게임이 나온 것이다.

CD 데이터 저장용으로 사용하면 650MB나 되는 대용량을 사용할 수 있다. 게다가 찍어내는 비용은 반도체를 사용하는 카트리지보다 훨씬 저렴하다. 읽기 속도가 느린 게 흠이긴 했지만, 가격을 생각하면 큰 단점도 아니다.

소니는 이렇게 좋은 CD를 게임기의 미디어의 표준이 되길 원했다. CD를 제작하는 데 소니의 기술도 들어간 만큼, 게임 CD가 대량으로 만들어지면 로열티도 많이 받을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닌텐도와의 협력도 거의 완성단계였는데, 생각지도 못했던 뒤통수를 맞았다. 작년 닌텐도가 CD를 사용한 신제품을 발표하면서 필립스와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유를 따져보니 닌텐도는 CD를 사용하면서 소니에 줘야 할 분배금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같은 기술에 훨씬 저렴한 가격을 이야기하는 필립스로 가는 건 있을 수 있지만, 발표 하루 전 바꿔 버리는 것은 기업 간의 신의를 저버리는 일이었다.

이후 소니는 게임계의 강자 세가(SEGA)와 접촉해 차세대 게임기를 공동 설계하자고 제안했다. 이미 세가와는 CD 라이센스를 양쪽이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체결한 상태였고, 세가는 메가 CD라는 게임기를 출시해서 괜찮은 반응을 얻고 있었다. 하지만 세가와의 협력도 무산되었다.

소니는 게임기 하드웨어도 만들 줄 모르고, 소프트웨어도 만들 줄 모르는데 우리가 왜 협력을 해야 하느냐면서 무시당했다.

두 회사로부터 대놓고 면박을 받은 소니는 이를 박박 갈면서 자체 개발로 선회했고, 그것이 플레이스테이션 프로젝트였다.

원래 플레이스테이션이라는 코드명은 닌텐도가 CD를 이용한 차세대 게임기에 붙이려던 코드명이었는데, 닌텐도가 뒤통수를 치자 소니 경영진이 그 이름을 그대로 가져왔다.

닌텐도가 무산시킨 플레이스테이션을 보기 좋게 성공해 복수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경제 위기로 인해서 PS 프로젝트도 취소의 위기에 놓였다.

“우리는 이대로 물러나도 좋습니까? 소니는 평생 웃음거리가 될 겁니다.”

쿠타라니 켄은 전망이 어쩌니, 미래 수익이 어쩌니 하면서 희망적인 말은 하지 않았다. 대신 작년부터 소니가 받은 치욕들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주었다.

효과는 좋았다. 오기 노리오 사장부터 이마의 핏줄이 꿈틀거린 게 증거다.

“으음. 방법이 있나?”

역시나 오기 노리오 사장은 프로젝트 취소 대신 무겁게 되물었다. 마치 좋은 방법이 없으면 쿠타라니 켄을 가만두지 않을 것 같은 압박이다.

그냥 질러본 것이었다면 오기 노리오 사장의 기세에 멈칫하겠지만, 쿠타라니 켄은 배짱도 좋았고 머리도 영리한 사람이었다.

“예. 최근 미국 컴퓨터 업계의 트렌드는 3D 게임입니다. 3D 가속을 해주는 전용 칩이 나와서 보통 성능의 컴퓨터에서 워크스테이션에서나 볼 수 있는 3D 화면이 부드럽게 나옵니다. 플레이스테이션에 3D 가속 칩을 달면 기존의 콘솔 게임기와는 차원이 다른 차별성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3D 가속 칩 추가? 그러면 단가가 더 비싸진다는 말 아닌가?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데 더 비싼 물건을 누가 사겠나?”

“소니가 언제 내수 시장만 보고 장사하셨습니까? 일본은 어렵지만 외국 시장은 아닙니다.”

회사가 어렵긴 해도 망할 정도의 위기는 아니었다. 일본의 내수는 어렵지만, 해외에서는 물건이 잘 팔리고 있었다. 특히 점점 살아나는 미국 시장에서 소니의 워크맨은 선풍적인 인기였다.

오죽하면 기본 300달러부터 시작한 비싼 3D 가속카드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고 있다. 심지어 999달러짜리 전문가급 3D 가속 카드도 적잖게 팔려나가는 걸 직접 확인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글라이드 X2라는 3D 라이브러리가 다 만들어져 있고, 넥스트컴 개발자 채널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모델도 수천 개가 쌓여 있습니다. 매일 수백 개씩 추가되고 있고요. 무엇보다 개발환경이 컴퓨터라서 게임 개발사의 효율성도 최고입니다.”

쿠타라니 켄은 3D 가속 칩에 대한 칭송이 끊이지 않았다.

엔지니어이자 게이머였던 쿠타라니 켄은 이미 3D 가속 카드가 달린 고성능 컴퓨터를 구매한 상태였다. 게임을 즐기는 것은 물론, 예제를 이용해서 간단한 게임을 직접 만들어보기도 했다.

쉽게 사용할 수 있는 C언어 기반이라서 어렵지 않았다. 반면 쉽게 만든 것치고 결과물은 너무도 좋았다.

비디오 게임기를 위한 개발 툴을 사용했을 때와 효율성 면에서 차원이 달랐다.

“글라이드 X2? 그거 ID 그룹이 만든 거 아닌가?”

기술동향을 잘 아는 어떤 임원의 말에 회의실 웅성거림이 커졌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일본에서 ID 그룹이라고 하면 유재원이란 젊은, 아니 젊다는 것도 모자란 어린 녀석이 사장으로 있는 회사라는 인식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를 인수하고 PC 운영체제와 오피스 프로그램까지 점령했다지만, 일본은 PC98시리즈가 대세였기에 큰 영향이 없었다.

그나마 이름을 크게 알린 건 엄청나게 효율적인 일본어 입력기가 발표되고부터였다. 컴퓨터용 문서를 생산하는 속도가 기존의 키보드 자판과 차원이 달라서 PC를 도입하는 회사들이 속속 늘어났다.

그렇지만 올해부터는 ID 그룹에 대한 인지도에 대격변이 일어났다.

일본 경제가 연착륙하려는 시점을 파고들어 서슴없이 물어뜯은 야비한 승냥이가 바로 ID 인베스트먼트였고, 여기의 수장이 유재원이다라는 식이었다.

이미 골병든 부동산 시장은 사망 선고를 받은 것이나 다름이 없다. 즉, 연착륙은 턱도 없는 이야기였지만 일본의 방송사와 금융전문가, 칼럼니스트들은 유재원과 ID 그룹을 과대평가하면서 절대 악으로 그리는 중이었다.

“야마모토 이사님, 설마 우리나라의 경제를 ID 그룹 혼자서 약탈했다는 언론의 말을 믿으시는 건가요?”

쿠타라니 켄은 거침이 없었다.

어차피 플레이스테이션 프로젝트가 취소되면 본인은 할 일이 없어진다. 가뜩이나 연구개발 비용을 줄이고 있는데, 그가 돌아갈 부서 역시 인력 감축이 예고된 상황이었다. 그는 1년 이상 장기 차출된 상태였고, 게임 전문이었으니 퇴출 1순위였다.

“결론은 이겁니다. 3D 가속 칩의 성능과 3D 라이브러리의 생산성은 확실합니다. 3D 게임의 유일한 단점은 게임 용량이 크다는 것이지만, 그건 우리가 가진 CD를 통해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걸 단지 우리만 알고 있을까요?”

회의실이 다시 침묵에 잠겼다.

말은 안 해도 모두의 시선이 오기 노리오 사장에게 집중되었다는 건 누구나 알 수 있는 상황이기도 했다.

그렇게 1분쯤 지났을 때.

“진행하게. 대신 시작한다면 닌텐도는 확실히 밟게.”

“예!”

장고 끝에 나온 오기 노리오 사장의 말에 쿠타라니 켄은 짧게 대답했다. 사장의 결단이 선 이상 장황한 대답은 필요 없다.

오기 노리오 사장에게 허리를 깊게 숙이며 인사를 하고 회의실을 나선 쿠타라니 켄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거의 달리듯 팀으로 돌아온 그는 플레이스테이션 프로젝트가 계속된다는 걸 팀원에게 알렸다.

우와아!

쿠타라니 켄의 호출에 설마 자신들도 팀이 해체될 줄 알고 마음을 졸이던 팀원들이 크게 환호했다.

환호하는 팀원들을 그대로 두고 본인의 자리에 앉은 쿠타라니 켄은 컴퓨터에 워드프로세서를 실행하고 장문의 제안서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제는 결과로 보여줄 때였다.

========== 작품 후기 ==========

추천과 리플, 선작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원고료 쿠폰, 후원 쿠폰 완전 감사합니다~!!!

어제 엄청 더웠지요? 오늘은 더 덥다고 합니다.

봄이 좀 왔다 싶으니, 여름인 거 같습니다.

다들 건강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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