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200화 (200/1,007)

[200] Command & Conquer =========================

14대 국회의원 총선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사건을 꼽으라면 이지문 중위 양심선언이었다.

사건의 내용은 군대의 부재자 투표를 조직적으로 조작한 사건이다. 사단장부터 시작해서 대대장, 중대장과 같은 일선 지휘관들이 사병들에게 무조건 1번을 찍으라고 압력을 행사했다.

단지 말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옆에서 지켜보고 있기도 했고, 미리 찍어 놓기도 하는 등 전형적인 투표 조작까지 했다. 여기에 국군 기무사도 개입해서 장비를 동원해 중간에 검표까지 했다.

부재자 투표를 마치면 기무사 파견대가 발송업무를 책임졌다. 기무사 파견대엔 서신 검열기를 갖춰 놓고 있는데, 이걸 이용해 부재자 투표 용지의 내용을 미리 살펴봤다는 설명이다.

심지어 1번 일색이면 너무 뻔하게 보이니, 적당히 80% 정도로 나오게 하라는 구체적인 지시까지 있었다.

중립 선거를 감시해야 할 선관위는 아예 참관도 하지 않았다. 혹시나 외출이나 외박을 하는 병사가 이런 이야기를 고발할까 두려워서 군 전체에 금지령을 내렸을 정도다.

이지문 중위는 장교였기에 사병들에게 내려진 금지령엔 해당하지 않았고, 그의 중대장은 공정 선거에 대한 의식이 있어 크게 영향을 받았다. 결국, 많은 고민 끝에 양심선언 기자회견을 시작한 것이다.

김대석은 전화로 전달받은 내용을 빠르게 전했다.

전재준은 처음 듣는 내용이고 워낙 충격적이라서 아직도 멍한 표정이었고, 유재원은 두 번 듣는 것이라서 별다른 반응은 없었다.

잘 짜인 스케줄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은 이처럼 갑작스러운 돌발 변수가 발생했을 때, 이렇게 몸이 굳어버리는 건 종종 있었던 일이다.

“명예회장님께 가봐야 할 것 같은데요?”

“아? 아! 그래! 얼른 가보자.”

유재원의 말에 그나마 정신이 돌아온 전재준이 본인의 차로 달려갔다. 유재원도 차에 올라탔고 전명헌 명예회장이 있는 여의도 통일국민당 선거대책 본부로 이동했다.

“이런 쓰레기들을 봤나!”

선거대책 본부에 들어갔을 때, 유재원은 말릴 사람이 없을 만큼 커다란 화를 뿜어내고 있던 전명헌 명예회장을 볼 수 있었다.

“백주 대낮에 부정 선거를 질러? 야이, 상놈들아! 하늘이 무섭지도 않으냐! 천벌을 맞을 거다 이놈들아!”

그냥 화를 내는 것도 무서운데, 어디로 연결이 되었는지 모를 수화기를 잡고 열심히 소리를 내지르고 계셨다.

설마 노 대통령에게 전화하신 건 아니겠지.

살짝 걱정되긴 했지만, 전명헌 명예회장은 물불 가릴 줄 아는 사람이었으니 그렇게 막 나가진 않을 거라고 보는 유재원이다.

오히려 기차 화통을 삶아 드신 것처럼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를 들어 보니 정정하신 것 같아서 다행이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애초에 이번 사건은 통일 국민당에 나쁠 게 하나도 없었다. 사건이 이대로 아무도 모르게 진행되었다면 큰 타격이었겠지만, 투표일을 이틀 앞두고 터진 일이었기에, 그 후폭풍은 여당인 민주자유당이 다 뒤집어썼다.

87년 혁명을 통해 직선제를 얻어낸 국민이다. 비록 대통령을 뽑을 땐 실수를 하긴 했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조작을 하면 조진다는 걸 확실히 보여주었다.

물론 이렇게 타격을 받은 민주자유당은 교훈 따윈 전혀 없었다. 그래서 12월에 있는 대통령 선거에는 훨씬 더 큰 일도 서슴없이 꾸몄다. 관련자 처벌을 야당이 열심히 주장했음에도 이번 일을 주도한 핵심 세력은 물론 일선에서 실행한 사람들의 처단은 없었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열심히 두둔해주니, 선거에서 심판을 받는 것뿐만이 아니라 일을 벌인 사람들을 다 찾아내 일벌백계를 꼭 해야 할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반칙을 한 사람을 제대로 처벌하지 않으면, 다음번 반칙을 또 할 수 있는 용기를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뭐? 몰랐다고? 이런…!”

유재원과 전재준이 들어왔다는 것도 모르고 전화에 집중하고 있던 전명헌 명예 회장님의 꼭지가 돌기 일보 직전인 모양이다. 얼마나 화가 나셨으면 말이 점점 끊기기 시작했다.

“할아버지, 고정하세요.”

이대로 두면 화병에 쓰러지실 것 같아서 유재원은 얼른 달려가 말렸다.

“너 이름이 뭐야? 너는 절대 가만 안 둔다…….”

-아이고, 회장님 그게 아니고요.

통 사정하는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다 들려온다.

보통 사람이 이름을 물어보고 가만히 안 두겠다고 하면 ‘그래서 어쩌라고?’ 할 텐데 대한민국 최고의 재벌이자, 조만간 국회에 등원할 사람이다 보니 그러니 상대가 쩔쩔매는 모양이다.

다시금 속사포를 쏟아내려던 전명헌은 유재원과 전재준을 보고 멈칫했다. 그러더니 다음에 전화하겠다는 말을 마치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아, 너희 왔느냐? 참 면목이 없구나.”

전명헌은 본인의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고, 그 옆자리를 유재원과 전재준에게 권했다.

“밤잠도 줄이고, 새벽 별을 보면서 일어나 열심히 유세 활동을 하면 뭐하겠나. 저렇게 부정 선거를 하면 아무 소용이 없잖아.”

실망과 회의감이 큰 모양이다.

자리에 앉자마자 푸념이 쏟아졌다.

“그러게 말입니다. 이제라도 그만두시죠. 이딴 일은 원래 하던 놈들에게나 맡겨주시면 됐는데, 괜히 전면에 나서서 똥물을 뒤집어썼습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전재준의 말이 이어졌다.

전명헌이 정치에 나서겠다고 했을 때, 집안 식구들이며 참모들이 다 말렸다고 했다. 그게 지금도 남아 있던 모양이다. 게다가 전재준은 형들에겐 커다란 사업체를 물려주면서도, 자신은 그저 정치인이나 시키는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했다.

게다가 미래 그룹의 직계로서 온종일 움직이고 연설도 해야 하고, 평소엔 거들떠보지도 않던 서민들과 직접 만나 억지로 웃으며 악수도 하는 유세 활동은 너무도 싫은 일이었다.

유재원은 입이 떡 벌어졌다.

역시 전재준은 사고방식이 다른 사람이었다. 아무리 싫어도 그렇지. 전명헌이 어떤 성격인데 이걸 대놓고 말하다니 말이다.

“뭐야? 이놈이!”

역시 전명헌 명예회장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손이 확 올라갔고, 이에 전재준이 움찔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식이라고 통일 국민당에서 제일 확실한 텃밭인 울산 지역구를 마련해줬는데, 이딴 소리라니!

“할아버지. 군 부재자 투표 조작이 사회적 파장은 크지만, 실제 선거에는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 이렇게까지 낙심하실 일은 아닙니다.”

유재원의 말에 내려치던 손이 딱 멈췄다.

“국군에 징집된 사병은 60만 명 정도잖아요. 이들이 모두 하나의 후보에 투표하는 게 아니라, 주소를 둔 지역구 후보를 찍는 거죠. 지역구 숫자만큼 표가 분산되니 조작의 효과는 크지 않아요.”

상식적인 분석이었다.

하지만 소식을 듣고 지금까지 화만 냈던 전명헌 명예회장에겐 신선하다 못해 냉철하고 정확한 판단이었다.

“대신 지역구 투표함에 손대는 건 절대 못 하게 해야겠죠. 게다가 이번 일을 더욱 확대 재생산하면 여당의 도덕성에 큰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우리 성향의 유권자들에게 경각심을 주어서 더욱 집결할 수 있고요.”

“바로 그거다!”

유재원의 설명에 전명헌 명예회장이 무릎을 탁 쳤다.

동시에 유재원에 대한 평가도 한 단계 더 올라갔다. 참모들이나 정치인들도 발만 동동 구르며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상황에서 유재원은 사건의 여파에 대한 분석과 함께 대응책까지 딱딱 내놓았다.

더는 올라갈 수 없을 만큼, 높이 평가되었던 유재원인지라 더 올라갈 자리가 있는지도 의문이었지만, 전명헌의 머릿속에서는 분명 한 단계 더 높아졌다.

유재원의 의견은 전명헌의 입을 통해 곧장 통일 국민당 선거대책본부에 전달되었다. 투표함에 손도 대지 못하도록 감시할 인력을 급하게 모으기 시작했고, 열성 당원들도 모집했다. 그냥 자원봉사자를 모으는 게 아니라, 적잖은 임금까지 챙겨주는 자리였다.

선거비용 상한선이 있긴 하지만, 여당이 대놓고 부정 선거를 저지르는 판에 돈 좀 더 쓰는 건 문제도 아니었다.

돈 쓰는 일에 있어서 부족함을 느껴볼 수 없는 전명헌이었기에, 필요하다 생각되는 일엔 아낌없이 지갑을 열었다.

대책은 이뿐만이 아니다. 야당들과 함께 부정선거 규탄을 함께하는 대회도 크게 열기로 했다. 규모가 클수록 매스컴의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을 수 있었기에, 다른 야당들도 뜻을 함께하기로 했다.

그렇게 여러 가지 지시를 폭풍처럼 내리고 나니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꼭지까지 화가 올랐던 전명헌의 안색도 좋아졌다.

“재원아.”

전명헌이 유재원을 부드럽게 불렀다.

“네!”

“너는 유세를 할 때, 부정선거는 언급하지 마라.”

“네? 왜요?”

“앞날이 창창한 너까지 이 더러운 선거판의 똥물을 뒤집어쓸 필요는 없잖느냐. 네거티브는 나나 다른 후보들이 할 테니, 너는 긍정적인 이야기만 하여라.”

유재원은 전명헌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부정 선거는 당연히 규탄해야 할 일이었다. 유재원도 망설이지 않고 지를 작정이었다.

하지만 전명헌은 노 대통령과도 친분이 있고, 사업하는 데 있어 관료들의 도움도 필요하다는 걸 다 고려해서 하는 말이었다.

“그리고 재준이 너는 울산으로 내려가.”

유재원에겐 참 따듯하게 말했던 전명헌 명예회장은 제 자식에겐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 둘을 놓고 비교해보니 전재준이 너무도 한심하기 그지없었다. 나이까지 고려하면 비교 불가였다. 옆에서 알짱거리고 있으면 괜히 화만 더 날 것 같으니, 울산에 보내는 게 최선이라고 결론을 내린 것이다.

다이내믹 코리아라는 말이 있을 만큼, 그 짧은 시간에 참으로 많은 일이 있었다.

양심선언을 마친 이지문 중위는 발표를 다 마치지도 못하고, 근무지 일탈의 이유로 수방사 헌병대 소속 수사관 20여 명에게 연행되었다.

한국의 전례로 보았을 때, 배후를 캐내기 위해서 강압적인 조사에 들어가 있을 확률이 매우 높다. 어쩌면 증언을 번복하기 위해서 고문까지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후엔 불명예 퇴직으로 군대에서 나오게 될 것이고, 취직되는 것도 열심히 방해할 거다.

유재원은 그렇게 되는 꼴은 못 본다.

국군 부재자투표가 공정성을 갖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 준 이지문 중위가 사회에 나오게 된다면 ID 파운데이션을 통한 후원은 물론 안정적인 직업도 갖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이지문 중위처럼 사회가 긍정적으로 바뀔 양심적인 사람이 많이 나오게 하려면,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는 것만큼 좋은 게 없으니 말이다.

야당들은 똘똘 뭉쳐 여당을 규탄했다.

항상 앞서 나가는 전명헌 명예회장은 이번에 시행된 군의 부재자 투표의 무결성이 훼손 되었으니, 모두 소각하고 새롭게 실시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또한, 다시는 부정 선거를 할 수 없도록 전자 투표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연하게도 전자투표에 대한 이야기는 유재원이 전해준 이야기였다.

여당이나 선거관리위원회는 단 한 명의 말만 믿고 그렇게는 할 수 없다면서 거절했다.

국민이 보았을 때, 누구의 주장에 무게감이 실리는지는 명확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운명의 3월 24일이 되며 전국에서 14대 국회의원 총선거 투표가 일제히 시작되었다.

유재원은 이번에도 구경만 했다. 투표권을 얻기 위해선 아직도 몇 년은 더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다.

딱히 할 일은 없었기에, 덕진리 집으로 돌아가서 부모님과 함께 개표 방송을 보는 것이 전부였다.

-투표율 73.9%.

-총선사상 가장 낮은 투표율!

전문가들은 부정선거의 영향으로 역대 최악의 투표율이 나왔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모르는 소리였다. 지금의 투표율은 원래보다 2%는 더 높이 나온 결과였다. 게다가 투표율은 지속해서 하락세를 그리는 것이라서 나중엔 70%만 넘어도 대단히 높은 투표율이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다.

“어떠냐? 통일 국민당이 좀 많이 나올 거 같으냐?”

아버지 유봉만의 물음이었다.

원래 야당 성향이었던 유봉만은 처음엔 민주당 의원을 찍을 작정이었다. 그러다가 유재원이 통일 국민당의 전격적인 지지 선언으로 지지 정당을 바꾸셨다. 비단 아버지뿐만이 아니라 유재원의 친가와 외가, 심지어 덕진리 사람들까지 모두 다 바꾸었다.

그렇게 찍긴 했는데, 기왕이면 본인이 찍은 사람이 당선되면 더 기분이 좋은 게 인지상정 아니겠는가.

국민학교 때 88 올림픽의 한국 선수단 메달 숫자도 정확히 맞춰낸 아들이라면, 본인이 직접 유세까지 다녔던 통일 국민당의 선거 결과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 있었다.

“음…….”

유재원은 순간 등에 식은땀이 조금 났다.

기대감으로 아버지와 어머니의 밝은 눈빛을 보니 만에 하나 틀리기라도 하면 크게 실망하실 것 같았던 탓이다.

“선거는 워낙 변수가 많아서 제대로 예측하기 힘들어요. 게다가 며칠 전엔 부정 선거까지 터졌잖아요.”

일단 유재원은 틀려도 크게 실망하지 않을 밑밥부터 깔았다. 부모님도 그 점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었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예상은 지역구 31명, 전국구 10명 해서 총 41석 정도 나올 거 같아요.”

어제 최종으로 나온 여론 조사 결과가 41석이었다.

전생의 결과보다 10명이나 많아진 것이었으니, 유재원은 나름 뿌듯했다. 자신의 영향력이 국회의원 10명을 더 당선 시킬 만큼 거대해졌다는 증거였으니 말이다. 물론 이 숫자는 예상치였고, 실제로는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

“음? 많은 거니?”

다만 통일 국민당은 이제 막 창당한 신생 정당이기 때문에, 부모님은 이 숫자가 대박을 터트린 것인지, 아니면 쪽박인지 제대로 감을 잡지 못하셨다.

“이견의 여지가 없을 만큼 대박이죠.”

야당 중에 제일 큰 덩치를 자랑하는 민주당은 91년도에 창당되긴 했지만, 민주당계 정당을 계승하고 있어서 그 역사는 광복 직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런 민주당도 이번 총선에서 97석이 예상된다.

실제로 전생에서도 민주자유당은 이번 선거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정당이었다. 3당 합당을 통해 개헌선까지 확보했던 상태였는데, 14대 선거를 통해 그 의석은 140석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예상했던 개헌선은 물론이고 국회 과반선까지도 붕괴했다.

유재원이 대박이라고 하니 부모님은 모두 크게 즐거워했다. 아직 개표 결과도 나오지 않았는데, 너무 김칫국부터 마시는 거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들 정도였다.

덕분에 유재원은 그날 텔레비전 앞에 앉아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워야 했다. 자고 일어나서 최종 결과를 확인하는 것보다는 개표 상황을 직접 봐야 직성이 풀렸던 탓이다.

결국, 새벽 늦게 잠이 들었던 유재원은 해가 중천이 떴을 때 일어났다.

“하암, 결과가 어떻게 됐으려나?”

밀려드는 잠기운에 결국 결과를 끝까지 확인하지 못했다.

덕분에 깨자마자 컴퓨터 앞으로 달려가는 폐인 짓을 저질렀지만, 누구도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 아버지는 이사장 일을 하러 출근하셨고, 어머니는 선거를 도와준 분들과 뒤풀이하러 나가셨다.

지인들 한두 명이 도와준 게 아니라, 마을 사람들 심지어 여주와 서울에도 조직이 있어서 뒤풀이만 며칠은 할 거라고 했다.

부팅이 끝나자마자 바로 넥스트컴으로 접속했고, 곧장 뉴스 페이지로 들어갔다.

-제14대 국회의원 선거, 민자당 참패!

-민자당 138석, 민주당 99석, 통일국민 44석, 무소속 19석!

-통일국민당 대약진! 지역구 33명, 전국구 11명 국회 입성!

“와우! 44석?”

유재원의 예상보다 3명이나 더 많은 당선자가 나왔다. 14대 국회에 44명이나 되는 의원이 통일 국민당의 이름으로 입성했다.

-통일 국민당, 파격적 경제 개혁 공약과 미래 비전이 유권자를 사로잡았다.

이어진 기사에서는 미래 비전을 제시한 유재원과 재벌 출신으로 바닥부터 뛰어다녔던 전명헌 명예회장에 대한 칭송도 끊이지 않았다.

꼬르륵.

기사를 본 유재원은 비로소 긴장이 풀렸다. 시장기를 느낀 것도 동시였다. 식탁으로 가 보니 소고기뭇국에 10여 가지 반찬으로 아침 밥상이 다 차려진 상태였다. 밥만 빠진 상태였기에, 밥솥에서 퍼오면 식사 준비는 끝이다.

코끼리 밥솥에서 밥을 푸려는데 메모가 한 장 붙어 있었다.

-새벽부터 전화가 무척이나 많이 오더라. 그래서 전화기 코드는 뽑아 놨다. 그리고 전명헌 회장님이 꼭 전화해 달라신다.

아버지가 남겨 놓은 쪽지였다. 어쩐지 아침이 조용하다 못해 적막하더라. 일단 밥부터 먹은 다음, 전명헌 명예회장님께 전화를 해보기로 했다.

-고맙다! 고마워! 다 네 덕분이다.

전화가 연결되자마자 전명헌 명예회장으로부터 고맙다는 말이 먼저 나왔다. 유재원이 처음 장담했던 30석을 훌쩍 넘은 44석이라는 어마어마한 성적이 나와버렸다. 덕분에 통일 국민당은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였다.

-어디냐? 얼른 와라! 다들 너만 기다리고 있단다.

축제에는 주인공이 빠질 수 없다.

언론에서야 전명헌 회장의 리더쉽을 조명하고 있지만, 통일 국민당 수뇌부들은 모두 유재원을 주목했다. 전명헌 명예회장 본인도 마찬가지였다.

“아니에요. 제 역할은 어제 끝났습니다. 그리고 지금 축제 분위기를 낼 때도 아니고요.”

-그게 무슨 소리냐?

“올해 선거가 이게 다가 아니잖아요. 더 큰 선거가 하나 남아있잖아요. 앞으로는 할아버지가 잘 이끌어 나가셔야죠.”

나라에서 제일 큰 선거, 대선은 올해 12월에 있다.

그제야 전명헌 작은 승리 하나 가지고 너무 호들갑을 떠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예상 이상의 승리를 거두었음에도 흔들리지 않는 유재원의 모습에 혀를 내둘렀다.

그러거나 말거나 유재원은 생각해두었던 말을 시작했다.

“아참! 지금 할아버지가 해야 할 일이 하나 있어요.”

-무엇이냐? 앞으로 네 말이라면 뭐든 다 하겠다. 당장 연회도 취소하마.

“하하, 그렇게까지 할 건 아니고요. 무소속 의원들과 접촉하셔서 최대한 많이 통일 국민당으로 끌어들이세요. 통일 국민당이 싫다고 하면 민주당에라도 이어주시고요. 과반을 잃은 민자당이라면 분명 무소속을 끌어들여 과반 회복을 할 거라서요. 우리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선 꼭 저지하셔야 해요.”

유재원의 말에 전명헌도 한가롭게 축제를 즐길 상황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동시에 화도 좀 났다. 비싼 돈 들여 구축한 참모진 중에는 이런 조언을 해주는 녀석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알겠다. 바로 움직이마. 그리고 출국하기 전에 꼭 한 번은 들리거라. 응? 알겠지?

다시 한 번 유재원에 대한 욕심이 샘솟는 전명헌은 출국 전에 꼭 한 번 만나자고 말했다. 예전부터 생각하고 있던 일이 하나 있었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신 기회가 없을 것 같아서 약속을 강요하는 전명헌 명예회장이었다.

"아쉽지만 그건 안 되겠네요."

유재원은 단호히 거부했다.

========== 작품 후기 ==========

추천과 리플, 선작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원고료 쿠폰, 후원 쿠폰도 완전 감사합니다~~!!!

주인공 버프 덕에 엄청난 선전을 보인 통일국민당입니다.

이제는 대선에서도 버프를 받을 수 있을 것인가가 문제로군요~!

그나저나 MB가 제 집 찾아 갔네요.

화무십일홍! 사필귀정, 인과응보.

떠오르는 단어게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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