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135화 (135/1,007)
  • [135] 사막의 폭풍 ==============================

    #81-2

    -예? 이라크 말씀이십니까? 거기는 중동에서도 대표적인 친미 국가인데요? 충분히 컨트롤할 수 있습니다.

    1980년부터 1988년 8월까지. 유재원이 회귀하기 직전 종결된 이란-이라크 전쟁이 있었다.

    이라크가 이란을 침공하면서 시작된 전쟁이었는데, 여기서 미국이 이라크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심지어 영국이나 프랑스와 같은 서방 국가와 사우디 등 기타 이슬람 국가, 심지어 소련까지도 이라크를 지원했다.

    이는 이란을 이슬람 혁명으로 집권한 근본주의 세력이 반미, 반소 노선을 걸으면서 스스로 고립을 자초한 결과였다. 특히 주 이란 미국대사관 인질 사건으로 인해 미국의 이란에 대한 적대감은 최고치였다.

    이란-이라크 전쟁이 끝난 지 몇 년 지나지 않았으니, 아직도 이라크가 친미적인 국가라고 인식되는 게 미국인들의 일반적인 생각이었다.

    후세인 대통령이 과격한 발언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원래 과격한 사람이라는 걸 세상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다.

    -왜 그러십니까? 혹시 중동 시장에 관심이 있으십니까? 그쪽 정세에 대해 좀 알아 볼까요?

    당연히 궁금하다.

    이미 석유 선물 시장에 3천만 달러를 꽂아 넣었고, 곧 7천만 달러가 추가 투입될 예정이니 말이다. 회귀를 통해 미래의 흐름을 알고 있는 유재원이다. 하지만 회귀 이후 여러 가지 일을 하면서 전생의 흐름과 달라진 일이 상당히 많았다.

    덕분에 기억의 궁전 안에 담아 놓았던 뉴스라이브러리가 현실과 맞지 않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자신이 일으킨 작은 변화가 커다란 태풍으로 성장해서 중동의 상황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만에 하나 전쟁이 나지 않거나, 늦게 발발하면 생돈 1억 달러가 허망하게 날아가는데,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있나.

    “아, 그냥 뉴스 보다가 궁금해서 물어본 거예요.”

    레밍턴이 ID 인베스트먼트의 창업에 대해 알고는 있지만, ID 인베스트먼트가 어떤 식으로 투자한다는 건 모르는 상태였다.

    지금 알려줘 봐야 걱정만 시킬 테니, 일단 유재원 본인만의 고민으로 남겨두기로 했다.

    “쓸데없는 잡념에는 운동이 최고지.”

    유재원은 컴퓨터를 끄고 책상 옆방으로 이동했다.

    거기엔 트레밀뿐만이 아니라 벤치 프레스, 데드리프트, 중량 스쿼트를 할 수 있는 역기봉과 중량판을 갖춘 상태다. 소리가 나지 않도록 두꺼운 고무 패드까지 깔았다.

    맨손체조로 준비운동을 한 후에, 트레밀을 달린 후, 3대 코어 운동을 한 세트씩 도는 게 유재원의 운동이다.

    비싼 PT를 받으면서 자세를 교정받아서 혼자 하더라도 충분히 자세가 나왔다. 무게를 많이 쓰지 않더라도 헉 소리가 절로 나온다. 1시간 정도 땀을 쫙 빼고 나니, 쓸데없는 기우가 말끔히 사라졌다.

    4월의 마지막 주.

    안정적인 운영을 자랑하는 넥스트컴의 국제 뉴스 게시판에 마이크로소프트의 기사가 우르르 올라오기 시작했다.

    작년의 극적인 재판과 달리 지금 진행 중인 항소심은 너무도 무난했다. 덕분에 매스컴에 마이크로소프트의 사정이 나오는 일은 지극히 드물었는데, 오늘은 예외였다.

    -제국이 무너진다!

    -마이크로소프트 운영체제 점유율 과반 붕괴!

    어제 ID 테크놀로지에서 기념비적인 보도자료를 배포했기 때문이다.

    바로 IBM 호환 PC 운영체제 점유율에서 안드로이드 알파의 비율이 마의 40%를 돌파했다는 자료였다.

    100개 중 40개의 비율이니 작아 보일 수 있을 테지만, 불과 몇 달 전만 하더라도 이 분야의 절대 강자는 마이크로소프트였다.

    90%의 점유율이었으니 완벽한 독점이나 다름이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안드로이드 알파는 그 짧은 시간에 무시무시한 성장을 거듭했다. 그래픽 인터페이스와 게임 지원의 강화라는 두 가지의 무기로 마이크로소프트의 약점을 제대로 파고드는 데 성공했다.

    그렇다고 나머지 60%가 마이크로소프트의 것이냐?

    그건 아니다.

    게이츠 회장에게 호탕한 일침을 날렸던 개리 킬달의 DR-DOS와 이와 비슷한 도스 호환 운영체제가 초저가 공세를 통해 15% 이상의 점유율을 획득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점유율은 이제 안드로이드 알파와 비슷한 40% 초반의 점유율이었다.

    이러한 결과는 안드로이드 알파의 강력한 공세가 큰 이유이기도 했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자체적인 붕괴도 큰 몫을 차지한다.

    MS-DOS 4.0에 ID 오피스를 견제하기 위해 집어넣은 자체적인 확장 메모리 관리 시스템의 호환성과 안정성이 지극히 나빴다.

    DOS 4.0 사용자 중에 한창 작업 중에 프로그램이 먹통이 되고, 한창 게임에 빠져 있던 순간 리부팅이 되는 경우를 수도 없이 겪었다. 오류를 해결하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가 패치를 배포했지만, 그래도 완벽히 수정되진 못했다.

    제임스 어거스틴처럼 유능한 프로그래머를 다 해고해버렸고, ID 테크놀로지와의 재판에서 참패하면서 조직력이 크게 흐트러졌다.

    이런 마이크로소프트에 치명타를 가한 것이 컴퓨터 바이러스였다.

    한국에서는 예루살렘 바이러스라는 이름으로, 미국에선 13일의 금요일 바이러스라고 명명된 컴퓨터 바이러스는 매달 13일이 금요일인 날에 활동한다.

    공격 방식은 도스의 시스템 파일을 복구 불가능하게 삭제한다. 이뿐만이 아니라 컴퓨터 안에 있는 EXE나 COM과 같은 실행파일을 모조리 삭제한다.

    참으로 공교롭게도 이번 달 4월 13일이 금요일이었다.

    유재원의 활약으로 PC 통신이나 인터넷 사용 인구가 많이 늘어난 미국이었다. 이 덕분에 예루살렘 바이러스가 번지는 속도도 예전과 달리 몰라보게 빨라졌다. 그렇지만 아직 컴퓨터 보안에 대해선 인식이 낮았고, 컴퓨터 바이러스를 막는 백신은 더 낯선 물건이었다.

    13일이 되었을 때, 컴퓨터를 켠 많은 이들은 자신의 컴퓨터가 먹통이 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시스템 파일이 지워져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심지어 부팅 디스켓으로 부트해서 시스템 파일을 복구해도 금세 먹통이 되었다.

    바이러스를 치유하지 않은 상태로 시스템 파일을 복구해봤자, 곧 바이러스가 작동하면서 문제를 일으킨 것이다.

    참 안타까운 일이었는데, 예루살렘 바이러스는 MS-DOS에서 제일 잘 작동했다. 바이러스가 만들어지던 당시 MS-DOS의 점유율이 최고였으니, MS-DOS에 최적화가 이뤄진 것이다.

    안드로이드 알파를 사용한 컴퓨터는 문제없었다.

    호환성도 떨어졌을 뿐만이 아니라, 시스템 파일을 보호하는 기능이 있는 안드로이드 알파에서는 바이러스가 정상 작동하지 않았다.

    XT와 같은 구형 PC가 많은 한국에도 예루살렘 바이러스로 큰 피해가 있었다. 어떤 학교는 컴퓨터실 수업을 하기 위해 컴퓨터를 켜자 다 먹통이 되는 일도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예루살렘 바이러스를 잡는 백신 프로그램은 진작 만들어져 있었다는 거다.

    그것도 컴퓨터 전문가가 아닌 김철수라는 의대생이 만든 프로그램이다.

    백신 프로그램의 이름은 V6.

    컴퓨터를 잘 아는 유재원이라도 V6라고 하면 6기통 엔진이 먼저 떠오른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V6를 컴퓨터 백신에다 붙여줬나 싶었는데,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다.

    예루살렘, 브레인, DIR 바이러스, LBC 바이러스, 벌꿀 바이러스, 미켈란젤로 바이러스. 90년에 기승을 부리는 6가지의 악성 바이러스를 확실히 치료할 수 있다고 해서 V6라는 것이다.

    V6는 넥스트컴이나 학원가를 통해 빠르게 배포되었고, 한국에 바이러스 피해가 커지는 걸 막을 수 있었다.

    바이러스에 걸리지 않았어도, 예비로 V6를 받는 사람들도 많았다. 덕분에 13일부터 넥스트컴 자료실의 최고 인기 자료에 랭크되었고, 이후로 지금까지 내려올 줄을 몰랐다.

    언론에서도 V6를 만든 의대생에게 주목하는 건 당연했다. 그런데 매스컴이 V6 제작자와 인터뷰한 후 내보낸 기사의 제목이 유재원을 팡 터지게 했다.

    -제2의 유재원 탄생

    -최연소 의학 석사이자 컴퓨터 바이러스 전문가 김철수 등장

    -젊은 천재 계보는 끊어지지 않았다

    제2의 유재원이라니! 젊은 천재라니!

    V6의 개발자인 김철수라는 의대생의 나이는 유재원의 2배인 28살이다.

    젊다고 하기엔 좀 많은 나이다. 하지만 기사를 받아들이는 국민은 기사의 제목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심지어 V6를 만든 의대생 본인도 제2의 유재원이라는 타이틀을 좋아하는 듯한 기색이었다. 인터뷰 답변 중에 앞으로는 안드로이드 알파용 백신을 만들어서, 세계를 석권하고 있는 국산 운영체제의 자존심을 지켜나가겠다고 하는 포부까지 보였을 정도다.

    유재원 본인이 언급되었으니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게다가 안드로이드 알파를 위해 보안 프로그램을 만들어주면 안드로이드 생태계가 강해지는 것이니, 회사의 이익이기도 했다. 그래서 좋은 백신을 기대하고 있고, 응원한다는 이메일을 하나 보내주었다.

    하여튼, 그렇지 않아도 침몰 중이었던 마이크로소프트의 제국은 13일의 금요일에 터진 예루살렘 바이러스 사태로 더더욱 추락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추락할수록 안드로이드 알파는 비상한다. 대규모 컴퓨터 제조 업체들이 본격적으로 안드로이드 알파를 기본 운영체제로 채택하기 시작한 것이다.

    개당 10달러라는 저렴한 가격이었지만, 대량으로 팔리는 만큼, 수익금의 규모도 엄청나게 커졌다. 4월 말에는 ID 오피스의 판매 수익금을 능가할 정도였다.

    덕분에 넥스트컴, 데이콤 지분 매입, 신규 직원 고용 등등으로 돈을 많이 썼는데, 회사의 현금 계좌에는 이전보다 더 많은 돈이 들어와 있는 것이다.

    시간은 눈 깜짝할 사이에 흘렀다.

    몇 달 전만 해도 얼었던 땅을 녹였던 따스했던 바람이 이제는 뜨거운 열풍으로 바뀌는 6월 말이 되었다.

    유재원의 예상대로 ID 테크놀로지의 잔고에 달러가 넘쳐났다.

    스테디 셀러로 돌입한 울펜슈타인의 정산금, 판매량 역주행을 시작하며 작년보다 잘 팔리기 시작하는 ID 오피스, 여기에 안드로이드 알파의 유행과 기타 수익까지.

    회사를 운영하면서 돈도 많이 썼지만, 그보다 더 많은 수익금이 들어오니 잔고가 쌓일 수밖에 없다.

    오죽하면 시중 은행들 사이에 달러가 모자라면 ID 테크놀로지로 가라는 말이 나돌 정도다.

    “3천만 달러 정도 더 보내도 될 것 같은데요?”

    2차 석유 선물 투자금으로 ID 인베스트먼트에 추가될 돈은 7천만 달러였다. 기존의 3천만 달러와 합해서 총 1억 달러를 선물시장에 투입하겠다는 것이 예전에 수립한 계획이었다. 물론 이 금액도 엄청난 크기라는 건 분명했다. 하지만 지금은 여력이 더 있다. 3천만 달러 정도를 더 보내서, 총 1억3천만 달러를 투자하고 싶다고 욕심을 내는 유재원이다.

    -안 됩니다.

    이러한 유재원의 생각에 제동을 거는 사람이 최강욱 비서실장이었다.

    최강욱은 명실상부한 회사의 이인자였다. 유재원의 직속 보좌로 ID 테크놀로지뿐만이 아니라 ID 인베스트먼트까지도 총괄했다. 그렇기에 레밍턴과 달리 1억 달러라는 막대한 금액을 석유 선물에 투자하는 계획도 알고 있었다.

    -1억 달러까지는 괜찮습니다. 작년부터 계획하신 일이니까요. 하지만 여기에 추가로 돈을 보내는 건 분명히 반대입니다. 사장님은 ID 테크놀로지와 ID 인베스트먼트 그리고 여기에 ID 소프트웨어와 넥스트컴까지 거느리고 있습니다.

    최강욱이 손을 꼽아가며 유재원이 만든 회사들을 꼽아줬다. 이것저것 하다 보니 어느새 4개나 된다.

    -회사의 규모나 영향력을 보면 ID 그룹이라고 선언해도 과하지 않을 지경입니다.

    -그런데도 예전처럼 주먹구구식으로 경영을 하면, 회사는 발전할 수 없습니다.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조직을 만들고 싶다고 하셨잖습니까. 그런데 정작 본인이 그걸 지키지 않으면 시스템이 무슨 소용입니까?

    최강욱 비서실장은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단호한 표정이었다. 게다가 최강욱의 말은 틀린 게 하나도 없었다.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안정적인 조직을 만들고 유지하는 것도 중요했다. 유재원은 전력을 기울이며 만들고 있는 ID 테크놀로지, 아니 ID 그룹이 자신의 사후에도 잘 돌아가길 바랐다. 기왕이면 세상을 더욱 좋게 만드는 긍정적인 기업을 만들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최강욱 비서실장의 말을 따르는 것이 옳다.

    “어휴, 알겠어요. 그럼 원래대로 7천만 달러만 송금해요.”

    -의견을 받아주셔서 고맙습니다.

    “뭘요. 앞으로도 제가 정신 못 차릴 때가 있으면 이렇게 쓴소리 자주 해주세요.”

    -물론입니다. 그게 제 일이니까요. 그럼 지금 바로 송금을 진행하겠습니다.

    7천만 달러는 모으는 건 참 오래 걸린 일이었지만, 송금하는 건 눈 깜짝하는 사이에 끝나버렸다. 80년대였다면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ID 인베스트먼트는 투자은행 허가를 받았기에, 신고만 확실히 하면 해외로 큰돈을 보내는 건 문제 없었다.

    송금이 정상으로 끝나자 유재원은 곧바로 ID 톡의 대화 상대를 투자매니저 빈센트 그린힐로 바꾼 다음 명령을 내렸다.

    “풋 옵션, 콜 매도는 모두 정리! 정산된 돈과 송금된 7천만 달러를 모두 투입해 선물과 콜옵션을 모두 매수하세요!”

    1억 달러의 거금을 헷지도 없이 순수한 단일 포지션을 잡으라는 미친 명령이다. 그러나 명령을 내리는 유재원은 투자 실패에 대한 걱정은 단 한 점도 없었다. 이제 남은 건 유가가 하늘을 뚫고 치솟을 때까지 무조건 달리는 것뿐이다.

    ========== 작품 후기 ==========

    추천과 리플, 선작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원고료 쿠폰, 후원 쿠폰 완전 감사합니다~!!

    후우~! 드디어 때가 왔군요.

    이럴 때, 마법의 단어 한 번 외쳐줘야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석유 선물들아, 떡상 가즈아~~!! GAZUA!!!

    혹시 진짜 주식이나 코인에 투자하는 독자님이 계신가요? 그렇다면 대박 터지시길 기원합니다!! 물론 투자에 관심이 없는 독자 님들도 행운이 함께할 거예요~!

    주말 잘 보내시고, 월요일에 봐요~~!!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