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38화 (38/1,007)

[38] 슈퍼 시너지 효과 ==============================

#32-1

○ 슈퍼 시너지 효과

“아이고, 회장님. 제가 신제품, 신기술 개발에는 신경도 안 쓰고 땅 투기에 올인한다고 하는 게 아니잖아요.”

신제품 개발?

키보드 워리어 다음 아이템은 이미 생각해 둔 상태였다.

신기술?

이 시대 사람들은 상상도 못 했을 기술들이 차기 아이템을 통해 세상에 나타나게 될 것이다.

“제 말은, 신제품이나 신기술 개발은 당연하고, 이러한 혁신 활동을 꾸준히 뒷받침할 수 있는 안정적인 수익처도 만들어야 한다는 거예요. 매출에 상관없이 매달 꾸준한 수익이 들어오면 얼마나 안심이 되겠어요?”

유재원은 여기서 SWOT 분석이라도 해줘야 하나 고민했다.

동시에 자기가 왜 삼보 컴퓨터에 이런 귀중한 정보를 주면서도, 회장님의 타박을 들어야 하나 하는 작은 회의감도 들었다.

분명 이번 일은 나중에 돌이켜 보면 천금보다 더 귀한 정보였다.

삼보 컴퓨터는 앞으로 10여 년간 한국의 컴퓨터 업계의 성장과 맞물려 잘나갈 테지만, 2000년대 이후로는 우르르 무너져 버린다.

삐삐, 유선 인터넷, 케이블방송 등등 IT와 연관된 사업에 투자하기도 하고 심지어 증권업까지도 했는데, 전부 망하면서 이익은커녕 엄청난 부채만 남겨준 거다.

유재원은 이러한 삼보의 행보를 훨씬 건실하게 유도하고 싶었다.

21세기의 핵심 키워드인 모바일과 초고속 인터넷에만 진출을 유도하고, 기술을 강화한다면 2000년대 들어 삼보에 찾아왔던 위기는 쉽게 넘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다 스마트폰의 대중화 시대가 오면 엄청난 성장을 이룰 수 있다.

삼보 컴퓨터에 엄청난 특혜를 주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그럼에도 이 계획은 전생에 철저한 검증을 통해 만들어진 마스터 플랜이기도 했다.

유재원의 파트너로 삼보 컴퓨터가 선택된 이유는 명확하다.

ID 테크놀로지와 거래를 통해 확인된 것처럼 갑질도 심하지 않았고, 대금 지급도 약속한 날에 따박따박 입금해준다. 유재원에게만 이런 게 아니라 다른 거래처에도 같은 대우였다. 대기업들보다 확실히 낫다.

이러한 객관적 지표 말고도 개인적인 호감도 있다.

전생에 1998년쯤 유재원은 삼보 컴퓨터를 받았다. 부모님이 286 컴퓨터에 이어 사주신 두 번째 컴퓨터였다.

있는 돈 없는 돈 다 모아서 샀으니, 애착도 심했다. 그런데 이 컴퓨터를 2년 뒤에 삼보컴퓨터가 당대의 최고 성능으로 무상으로 업그레이드해준 것이다.

삼보 컴퓨터의 최대 히트작인 드림시스 체인지업이란 모델이었기 때문이다.

광고 모델은 코리안 특급 박찬호였고, 2년 후 무상으로 업그레이드해준다고 광고를 했는데, 실제로 지켜준 거다.

애지중지하던 컴퓨터가 2년 후 최신 사양으로 업그레이드되었으니 얼마나 좋았겠는가. 게다가 이번 생에서도 삼보컴퓨터가 먼저 찾아와 인연이 시작되었으니, 삼보 컴퓨터에 대한 호감이 커지는 건 지당했다.

“음. 그건 그렇지.”

회장님도 유재원의 열변에 수긍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매출과는 별도로 안정적인 수익처가 있다면, 경영에 훨씬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었다.

“고민을 해보마.”

“네, 회장님의 생각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유재원은 당장 투자를 같이하자고 닦달하진 않았다. 그나마 안정적인 투자처인 부동산을 권유해도 이 정도 반응이다.

지금은 여기서 더 말해봐야 마음에 닿지 않을 것이다.

부동산에 대한 투자는 상투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너무도 확실한 정답이기에 사람들이 다들 몰리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유재원이 무조건 부동산만 보유하자는 건 아니다.

부동산의 가치는 꾸준히 상승하지만 때로는 달러화가 더 높을 때도 있고, 금, 석유와 같은 자원이 높을 때도 있다. 물론 주식도 빠지지 않는다.

투자의 중심을 부동산에 두고 상황에 따라 여러 투자처를 골고루 사용하면서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대신 유재원은 삼보 컴퓨터가 황금의 90년대에 벌어들인 막대한 수익을 엉뚱한 곳에 낭비하지 않고, 황금알을 낳을 이동통신 사업에 전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해볼 참이다.

전생의 3대 통신 업계의 전횡에 대해선 이미 질려버린 참이었다. 모바일도 문제고 초고속인터넷도 문제다. 망 중립성은 개나 줘버렸다가 외국 인터넷 업체엔 돈을 뜯기고, 국내 인터넷 업체로부터는 돈을 뜯으면서 성장을 방해했다.

결국, 대한민국 인터넷과 모바일 생태계를 엉망으로 만들어버렸다.

삼보 컴퓨터를 대안 통신사로 삼고, 여기에 ID 테크놀로지가 혁신적인 스마트폰으로 시장을 선도한다면, 세계 시장 석권은 일도 아니다.

“이해해주니 고맙네.”

이렇게 회장님 심기를 조금 불편하게 만든 유재원이었지만, 삼보 컴퓨터의 대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전에는 대접받지 못했던 점심도, 근처 호텔로 회장님과 함께 가서 먹었으니 친분은 한층 돈독해진 건 분명했다.

“이제 체신부로 갈까요?”

그랜저에 오른 유재원이 다음 행선지를 말했다.

“예, 사장님!”

그런데 돌아오는 반응이 특이했다. 오늘 서울행에 오를 때까지 편안하게 대했던 운전 특기 형님이 군기가 바싹 든 이등병처럼 대답하는 게 아닌가. 게다가 여주에서부터 경호원 겸해서 동행했던 두 직원도 경직된 모습이다.

“잉? 갑자기 왜 그래요? 편하게 있어요.”

유재원은 오히려 이런 모습이 어색했다.

하지만 직원들 입장에선 절로 반응할 수밖에 없는 것이, 유재원이 비즈니스를 하는 모습을 곁에서 보는 건 처음이었던 탓이다.

서울의 높은 빌딩에 입주한 중견 기업의 회장님과 얼굴을 맞대고 앉아서 대등한 대화를 하는 모습은 12살 꼬맹이가 아니라 다 큰 사업가였다. 게다가 점심도 호텔에서 대접을 받기까지 했다.

직원들은 삼보 회장님과 유재원이 있는 자리에 함께 겸상한 것은 아니지만,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점심을 대접받았다. 그게 훨씬 편하고 좋았다.

이러한 경험이 유재원을 새롭게 인식하게 하였다. 이전까지는 비록 고용한 사장임에도 동네 형과 동생의 관계가 강했다면, 이후로는 사장님으로서의 존재감이 한층 커진 탓이다.

“뭐, 좋을 대로 하세요.”

“예, 사장님!”

몇 번 말해도 분위기가 풀리지 않으니, 그냥 제풀에 풀리도록 놔두는 유재원이다. 그러는 사이 두 번째 목적지인 체신부에 도착했다.

경찰서나, 검찰청에 도착한 것도 아니고, 정보통신과 우편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였음에도, 유재원을 제외한 차 안 세 사람은 더욱 굳어버렸다.

“여러분들은 이 근처 빵집이나 다방에서 쉬고 계세요.”

이번에도 같이 올라 가지고 하면 경기를 일으킬 것으로 보였다. 운전사 형님과 조수석에 앉은 직원은 바로 반색하며 엉덩이를 들썩였다.

“아닙니다. 어려운 자리에 가시는 사장님을 어찌 홀몸으로 보낼 수 있겠습니까?”

그랜저 뒷자리에 유재원과 앉은 이는 예외였다.

‘이름이 이경식이던가?’

나이는 26. 정육점 집 장남이다. 군필에 힘이 좋다는 것 말고 별다른 특기 사항은 없었는데, 인제 보니 깡이 좀 있다.

이경식이 이리 나오니 나머지 직원들도 뒤로 물러설 수가 없었다.

결국, 유재원은 직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체신부 정문으로 들어섰다.

“장관님, 처음 뵙겠습니다. ID 테크놀로지 유재원입니다. 그리고 이쪽은 저를 보좌해주는 직원들입니다.”

“하하하! 어서 오너라. 나도 반갑다. 오명이다. 자 이리 앉아라. 자네들도 편히 앉게”

오명은 푹신한 의자에 자리를 권했다.

유재원은 냉큼 자리에 앉았고, 직원들도 그 옆으로 자리했다.

“젊다고 말은 들었는데, 직접 보니 정말 놀랍구나.”

체신부 장관은 이마가 반짝반짝 빛이 나는 48세의 아저씨였다. 반짝이는 이마 말고는 전체적으로 평범한 모습이다.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나와서 미국에서 전자공학 박사를 따온 분으로, 해당 부서에 적합한 경력을 가진 사람이었다. 낙하산을 타고 내려온 장관이 아니라, 전공과 경력을 인정받은 기술관료다.

오명은 유재원에 무척이나 호의적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유재원의 존재는 자신이 체신부에서 했던 사업들이 성공적이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금 미국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그냥 언론의 과장이 아니라 진짜 들불처럼 일어나고 있었다.

덕분에 청와대에서 내년에 국운을 걸고 유치에 도전하는 세계 박람회 조직위원장으로 자신을 중요하게 고려하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서울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정부가 새로운 업적사업을 찾다가, 다른 선진국이 올림픽 이후 세계 박람회 개최를 통해 선진국에 진입하는 모습을 보고 유치를 결정한 것이다.

그 선진국이란 바로 이웃 나라 일본이다.

도쿄 올림픽을 개최했고, 이후 오사카 세계 박람회를 성공적으로 치러내면서 세계로부터 선진국이라는 인정을 받았다.

오명 체신부 장관은 정부가 공을 들이고 있는 그 막중한 자리가 자신으로 낙점된 것을 유재원의 존재가 크게 작용했다고 생각했다.

당연히 유재원에 대한 존재를 정부와 청와대에서도 인식하게 되었다.

이번에 자리를 만든 것은 유재원의 공에 대해 치하해 주기 위함도 있었지만, 청와대에서 자리를 만들기 전 사전조율 성격도 강했다.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미국에서 큰 사업을 하고 있다지?”

“네, 인터넷이라는 최신의 통신 기술이 생긴 덕에 저 같은 어린이도 미국에 프로그램을 팔 수 있었습니다.”

유재원도 분위기를 파악하고 오명의 공을 칭찬했다.

인터넷은 오명이 관여한 일은 아니나, 통신망 자체는 체신부 장관의 소관이었다.

게다가 오명의 경력을 크게 보면 아예 관련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그가 참여한 TDX(전 전자교환기; 교환원이 없이 다이얼이나, 버튼을 인식해 상대방의 번호를 찾아 통화를 연결하는 전자 장치) 개발이 성공하면서 통신의 폭발적 성장을 일으켰다.

TDX 덕에 모뎀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으니, TDX가 없었으면 PC 통신도 없었고, PC 통신이 없었으면 인터넷도 못했을 거다.

“일하는데 애로사항은 없나?”

“예. 다행히 일은 순조롭습니다. 딱 아쉬운 게 있다면 PC 통신 속도인데요. 시간이 지나면 크게 빨라질 거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통신 속도가 아쉽다는 거지?”

21세기 중반에 나온 초광속 통신 만큼은 아니어도, 최소한 초기 인터넷 속도인 1메가 정도는 나왔으면 바람이 없겠다.

미국과의 인터넷 통신이 하도 느려서 나온 푸념이었다.

“음, 그 점에 대해선 나나 우리 부처도 고민하고 있지. 그래서 ISDN을 구축해 보려고 연구 중일세.”

응?

ISDN?

========== 작품 후기 ==========

오늘도 연참 성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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