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25화 (25/1,007)

[25] 돈이 열리는 나무 ==============================

#23

“이것 좀 먹고 하려무나.”

어머니가 사과를 깎아 컴퓨터 책상 빈자리에 놓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모처럼 쉬는 일요일인데도 함께 교회에 다녀온 것 말고는 줄곧 컴퓨터 앞에서 애쓰고 있는 유재원이 걱정스러워 보이는 김말숙이었다. 예전엔 오락 게임을 한다고 온종일 앉아 있었다면, 지금은 일하는 것이라 걱정의 성격에 많은 차이가 있긴 했다.

더욱 미안한 건 집중을 깨는 이유가 단지 아들 재원이의 피로 문제 때문은 아니라는 거다.

“재원이 너, 수경이랑 많이 친하니?”

“에? 스갱이여?”

큼직한 사과 한 조각을 크게 입에 넣은 상황이라 발음이 제대로 안 나왔지만, 대화를 하는 데 문제는 아니다.

“그래. 수경이.”

“음, 친해요. 같은 반이기도 하고, 수경이는 반장이니까요. 그런데 왜요?”

여름방학 이후라고 한정을 한다면, 같은 반 남자아이 중에 수경이랑 대화를 가장 많이 해본 사람은 본인이라 확신할 수 있는 유재원이다.

“그래? 다름이 아니라, 어제 수경이네가 컴퓨터를 산다고 문의를 해오더라.”

어머니의 말에 유재원은 예전에 했던 대회가 기억났다.

경진대회에 나가 장관상을 타온 기사가 난 신문을 수경이가 가져다주었지 않았던가. 그때 수경이가 컴퓨터를 가르쳐달라고 했고, 유재원은 자기 엄마한테 사면 그러겠다고 했다.

“아, 그래? 어쩐지.”

아들의 설명에 김말숙은 상황이 이해가 되었다.

수경이네 엄마가 컴퓨터를 산다고 연락을 해왔는데, 글쎄 그 조건이 재원이가 수경이의 컴퓨터 선생님을 해주는 것이었다.

김말숙이 보기에 이건 재원이가 컴퓨터로 잘 나가니 찔러나 보자는 식으로 해온 줄 알았다. 그런데도 중간에 커트하지 못하고 재원이에게 물어본 건, 컴퓨터 한 대를 팔면 실적이 엄청났기 때문이다.

컴퓨터의 경우 주부 판매 사원 몫으로 떨어지는 이율이 10%였다. 100만원짜리를 팔면 10만 원이나 나온다. 다른 전자제품이 5% 정도인 걸 생각하면 무척이나 높았다.

“컴퓨터 가르쳐 주기로 약속했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파세요.”

“바쁘지 않니? 뭔가 빨리 완성해서 미국에 보내야 한다고 했잖아.”

“가벼운 프로그램이라서 쉬엄쉬엄해도 6일이면 끝낼 수 있어요.”

월요일까지 프로그래밍 완료하고, 다음날 화요일엔 예제 입력 끝내고, 수요일과 목요일은 그래픽 작업하고, 금요일에 사운드 작업하고, 토요일에 테스트해보는 게 미국판 키보드 워리어 제작 스케줄이었다.

신급 프로그래밍 실력의 유재원에겐 매우 넉넉한 스케줄이다.

“아참, 컴퓨터를 맞춰 줄 때 멀티미디어에 강화된 거로 추천해줘요. 사무용 컴퓨터는 말 그대로 사무용이라서, 집에서 쓰기엔 별로니까요.”

“알았다. 재원이 네가 그렇게 말하니 수경이 엄마에게 잘 말해 볼게.”

유재원에게 확답을 받은 어머니는 쉬엄쉬엄하라며 어깨를 토닥여주곤 물러나셨다. 어머니께 파이팅 하며 응원을 해준 유재원은 다시금 컴퓨터에 집중했다.

그러다가 문뜩 전생의 흑역사 하나가 기억났다.

생각해 보니까 전생에서도 수경이네가 컴퓨터를 산다고 어머니께 문의를 했다. 역시 조건도 비슷해서 재원이보고 컴퓨터를 알려달라는 것이었다. 그땐 경진대회에 나가지도 않았지만, 수경이네 부모님은 재원이가 컴퓨터를 일찍 다뤄봤으니 잘 알 거로 생각하셨던 모양이다.

그때는 알았다고 했다가, 나중에 컴퓨터를 진짜 구매했을 때 게임 하기 바빠서 수경이네 집에 한 번도 가지 않았다.

공수표를 날리게 된 어머니도 무척이나 곤란해 하셨고, 수경이네와도 더 사이가 나빠졌었다.

지금 보면 엉성하기 짝이 없는 게임들이 뭐가 그리 재미있다고 빠져들었는지 모르겠다. 하여튼 흑역사를 하나를 더 지운다는 생각으로 수경이에게 붙을 컴맹 딱지는 확실히 떼줄 작정이다.

10월 29일 토요일.

시간은 총알처럼 빠르게 흘렀고, 일주일 사이에 많은 일이 있었다.

일단 제일 큰일은 10월 모의시험이 있었다. 성적표가 나오기 전까지 담임선생은 유재원을 두고 조금 걱정하긴 했다.

덕진 국민학교의 전통이 5학년 2학기 때부터는 면학 분위기 조성이었다. 방법은 모의시험 성적으로 아이들을 쥐어짜 내는 것이고 저번 달 성적보다 떨어지면 틀린 개수만큼 매타작이었다.

유재원은 그런 분위기 속에서 특이한 존재였다.

학교에서 유재원의 사업을 전폭적으로 밀어주기로 결의했고, 심지어 선생님 중에 주주가 있을 정도였다. 그러니 성적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봐주기로 합의가 된 상태였다. 다만 너무 떨어지면 경고를 해주기로 했었다.

그런데 유재원은 선생님들의 예상과 달리 전 과목 100점을 받는 기염을 토했다.

전과목 100점은 반에서 혼자였으니 컨닝을 했다고 의심할 필요도 없었다. 담임은 물론, 교장 선생님까지 반색했다.

동시에 5반 아니 5학년 아이들은 곡소리가 났다.

동급생 중에 훌륭한 성공 사례가 나타나면 이렇게 된다.

유재원이는 어른처럼 회사 일까지 하면서도 시험도 전부 백 점을 맞는데 너희는 뭐 하느냐며 사랑의 매를 드는 것이 5학년 담임들의 레퍼토리로 추가된 것이다.

부모님도 좋아하시는 건 당연했다.

모의고사 성적표를 액자에 걸어 놓기까지 했다. 처음 맞는 올백이니 그럴 만도 했다. 앞으로 계속 뛰어난 성적표를 집에 가져오면 이런 호들갑도 잠잠해질 것이다.

사적인 큰일은 SKC 총판에서 양산을 끝낸 키보드 워리어 1.0 디스켓을 받아 온 일이었다. 디스켓 3천 장을 유재원 혼자서 들고 오는 건 무리였다.

다행히 자동차를 가진 사람을 구해서 가져왔다. 이번에도 현미유 공장 사장님의 도움이었다. 짐차와 운전 경력이 풍부한 직원 한 분을 지원해주셔서 아주 편하게 다녀왔다.

SKC 총판 주임도 유재원의 의뢰를 정확히 수행했다.

쭉 늘어놓은 키보드 워리어 1.0 디스켓 중에 멋대로 30장을 뽑아서 체크디스크를 돌려 보았다. 복사가 안 된 것이나, 베드 섹터가 나온 디스켓은 한 장도 없었다. 의뢰를 완수했기에 약속했던 보너스를 지급했다.

수령한 디스켓은 시내의 광고 가게로 옮겨 놓았다.

광고 가게에서 찍어낸 패키지 상자와 매뉴얼을 조립하고, 디스켓을 넣어 완성품을 만들어야 하는 작업이 남은 것이다. 찍어낸 종이꾸러미를 옮기는 건 번거로운 일이었고, 가게 뒤쪽으로 깨끗한 창고가 있어서 그곳에서 작업하기로 가게 사장님과 합의했다.

마지막으로 유재원은 부모님께 장담했던 것처럼 일주일을 집중해 작업한 끝에 미국판의 키보드 워리어를 완성했다.

결과물은 미국판과 국내용이 같은 것이라고 하기엔 다른 점이 무척이나 많았다.

일단 실행환경부터 큰 차이를 보인다.

한글판 키보드 워리어는 텍스트 모드로 돌아가는 반면에 미국판은 그래픽 모드로 돌아간다. VGA를 기본 환경으로 설정했기에 320*200에 256색이 나오는 화려한 그래픽을 자랑한다.

미디 모듈로 만든 고급스러운 배경음악과 호쾌한 효과음까지 넣었다.

특히 베이직에서 탈피해 볼랜드 터보 C 1.0으로 만든 프로그램은 확실히 달랐다.

여기에 유재원이 전생에 회귀를 준비하면서 만든 최적화 코드를 통해 막힘 없는 속도를 뿜어냈다.

386 컴퓨터라면 초당 60프레임이란 엄청나게 부드러운 화면을 볼 수 있다. 마치 빙판 위를 미끄러지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데, 유재원은 이 기술을 하드웨어 스크롤이라고 명명했다.

성능이 좀 떨어지는 286 컴퓨터라도 30프레임은 보장된다. 다만 인텔 8086 CPU가 달린 XT 컴퓨터는 실행이 안 된다.

전문가가 이 이야기를 들었다면 무슨 타자 연습기에 그렇게나 강력한 컴퓨터 성능을 요구하느냐는 물음이 당연히 나온다.

유재원이 권장 사항을 높게 잡은 이유는 별거 없다.

미국판 키보드 워리어에서 가장 힘을 준 포인트가 바로 게임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열심히 만든 게임 기능은 진가는 먼 미국까지 갈 것 없이 토요일에 확인할 수 있었다.

해가 하늘에 떠 있음에도 불어오는 바람이 조금 차가워지는 10월의 마지막 토요일 29일에 다람쥐 쳇바퀴 굴러가던 유재원의 일상에 조금 변화가 생겼다.

학교와 집을 반복했던 게 일이었는데, 오늘은 좀 다르다. 집은 집인데, 수경이네 집이 목적지였다.

드디어 수경이네 집에 어제인 금요일 컴퓨터가 설치되었고, 한창 상기된 수경이가 오늘 집으로 초대한 것이다.

토요일이라 오전 수업만 하고 끝나자, 유재원은 집으로 가지 않고 수경이 뒤를 쫄래쫄래 뒤따랐다.

수경이네 집은 덕진리 남쪽 샘골 마을에 자리하고 있다.

유재원의 집이 있는 내오마을보다 작은 곳인데, 학교에서 걸어서 20분 거리였다. 내오 마을 사람들이 벼농사를 많이 짓는다면, 샘골 마을에선 가축을 많이 기른다.

“냄새가 좀 심하지?”

마을 입구부터 축사가 있었다. 육우 수십 마리 키우는 제법 규모 있었고, 냄새도 강렬했다. 나란히 가던 수경이가 미안한 듯 물었다.

같은 반 남자아이들과도 씩씩하게 싸우는 수경이였지만, 한 번 울음이 터진 적이 있는데, 소똥 냄새가 난다고 놀렸을 때였다. 그래서 악취에 대해 조금은 예민했던 모양이다.

“괜찮은데. 축사니까 냄새가 나는 건 당연하지. 음? 여기부턴 또 다른 냄새네?”

“응, 여기부터는 닭장이야.”

소똥보다는 닭똥이 그나마 좀 낫다.

매일마다 다 모아서 쌀겨, 깻묵 등과 섞어 퇴비를 만드는 모양인지 암모니아 냄새가 좀 덜했다.

여기서 알 수 있듯 수경이네는 소도 키우고 닭도 키운다. 친구인 주민이네도 소를 키우긴 하는데, 규모는 수경이네가 몇 배는 더 컸다.

아버지 유봉만이 다니는 현미유 공장의 큰 고객 중 하나가 수경이네일 정도다.

수경이네 영향력은 덕진리 곳곳에 미친다. 단적으로 덕진리는 다른 마을보다 달걀을 싸게 살 수 있다. 수경이 부모님은 수경이가 태어나기 전에 덕진리에 들어온 외지인이었는데, 양계장을 시작하면서 마을에 인심을 산다고 마을 슈퍼에 달걀을 싸게 공급해줬던 덕이다.

부자라는 걸 한눈에 보여주는 건 비단 축사뿐만이 아니었다.

농장을 내려다볼 수 있는 언덕에 세워진 집은 동네 다른 집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시골집은 보통 시멘트벽에 슬레이트 지붕을 얹은 형태였다. 난방은 보통 연탄보일러였지만, 구들장을 놓고 나무를 떼는 집도 상당수였다.

언덕 위의 수경이네 집은 2층짜리 붉은색 벽돌집이었다.

집 앞에는 마당이 아닌 제대로 된 정원까지 있었다. 문도 집 안에서 열어주고 닫는 자동문에다가 창틀도 알루미늄 2중창이었다. 여기에 자가용과 트랙터도 있었으니 알아주는 부자라고 할 수 있었다.

“엄마! 나랑 재원이 왔어!”

집에 다 도착해서 벨을 누른 후 수경이가 크게 소리쳤다. 문에 인터폰이 연결되어 있으니 조용히 말해도 들릴 텐데 집안이 쩌렁 울린다. 컴퓨터를 자랑할 생각에 기분이 좋은 모양이라고 생각하는 유재원이다.

곧, 팅 하는 소리와 함께 잠금장치가 자동으로 풀리며 철문이 스르륵 열렸다.

“자, 따라와!”

수경이를 들어가자 정원의 모습에 제대로 보인다. 커다란 나무도 있고 바위도 있다. 연못도 있었는데, 물을 빼놓은 모양이다.

컹컹!

넋을 놓고 따라가다 갑자기 들린 큰 개 소리에 깜짝 놀랐다. 정원 한구석에 커다란 셰퍼드 두 마리가 꼬리를 미친 듯 흔들며 짖기 시작한 것이다. 수경이는 반가운 모양이고, 낯선 유재원은 경계해야 해서 꼬리를 흔들면서도 짖는 모양이다.

“조용히 해!”

멍멍!

주인 말귀를 알아들을 만큼 영특한 녀석들인지 수경이가 한소리 하자 짖는 소리가 줄었다.

정원을 지나 문 앞에 도착하니 수경이네 어머님이 나와계셨다. 수경이가 다 자라면 저런 모습이겠구나 하는 느낌이다. 한마디로 훤칠한 키의 미인이셨다.

“안녕하세요? 유재원입니다.”

일단 인사부터 꾸뻑 올리는 유재원이다.

“어서 오너라. 수경이한테 이야기 많이 들었다. 요즘 장한 일을 하고 있다지?”

“헤헤, 할 수 있는 걸 열심히 하다 보니 일이 커졌네요.”

“재원이네 부모님은 정말 좋으시겠다. 아들이 이렇게 미남에다 일찍 철도 들었으니 든든하시겠어.”

처음 만나는 수경이 엄마인데도 친근하게 다가와 주셨다.

아마도 장관상이나 10월 모의시험 100점, ID 테크놀로지 같은 성과가 유재원을 향한 친근감을 몇 배로 증폭시켜준 게 분명했다.

“다들 배고프지? 점심 차려 놨으니 컴퓨터 공부는 밥 먹고 하거라.”

유재원은 당장 컴퓨터를 만져보고 싶은데, 부모님 마음은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1층에 거실과 연결된 식당이 있는데, 딱 봐도 고급스러운 원목 식탁에 푸짐한 점심상이 차려져 있었다.

부담스럽게도 메뉴는 삼계탕이었다.

솥 하나에 닭 하나를 넣어 만든 게 아니었다. 자리마다 돌솥이 놓여 있는데, 닭 한 마리씩 들어 있었다. 인삼 냄새도 진하게 나는 것을 보니 제대로 본격적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라 여러 가지 맛깔스러운 밑반찬이 주룩 깔렸었다.

사위가 와도 이렇게 안 해줄 거 같았…….

“이잉, 또 삼계탕이야? 재원이는 동그랑땡이랑 햄 좋아한다고 했잖아.”

“이 녀석이. 재원이 핑계로 네가 먹고 싶은 거지? 엄마는 네 머리 위에 있으니까 챙겨줄 때 잘 먹거라.”

수경이의 투정을 보니 종종 해 먹는 음식인 모양이다.

하긴 닭을 대량으로 기르는 집이니 삼계탕 같은 걸 자주 먹긴 하겠다. 게다가 닭의 크기도 사위 오면 삶아준다는 씨암탉과는 달랐다. 어른 주먹 크기의 영계였다.

김칫국 좀 마시긴 했지만,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회귀를 계획하며 세워 놓은 이성관은 오는 사람 막지 않고, 떠나는 사람 잡지 않는다였다. 물론 오는 사람을 다 받아주는 건 아니고, 나름 정해놓은 기준은 있다. 떠나는 사람 잡지 않는다는 건 때에 따라서 연인보다 비즈니스를 우선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생의 악연은 현재에도 진행 중이다. 시작 선부터 멀찍한 곳에 앞서 있는 그 빌어먹은 놈들을 깨버리려면, 열심히 달려야 하니 어쩔 수 없다.

하여튼, 이 기준에 따르면 수경이는 나름 긍정적이었으니, 수경이의 부모님이 자신을 잘 챙겨주는 건 기분 좋은 일이었다.

그런데 사람은 셋인데, 삼계탕이 담긴 돌솥은 4개였다.

“아빠도 불렀으니까 조금만 참자.”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고, 문이 열리더니 건장한 30대 후반의 남자가 나타났다.

수경이의 아버지였다. 자리에 앉아 있던 유재원도 자리에서 일어나 꾸벅 인사했다. 오늘 처음 뵙는 분인데, 한눈에 무척이나 과묵한 성격이 확실히 보였다.

유재원의 인사를 ‘오냐’ 하며 받아주시고, 식사 시작을 알리는 것처럼 ‘먹자’라고 하는 게 전부였다.

삼계탕은 참 맛있었는데,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만큼 긴장된 자리였다. 차라리 분위기는 무시하고 먹는 데 집중하자는 생각에 열심히 숟가락을 놀렸다. 그러자 이번에는 또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삼계탕을 먹다 보니 문뜩 치킨 생각이 난 것이다. 그것도 새콤달콤한 양념이 넉넉히 버무려진 양념치킨이다.

시내에 겨우 나가봐야 치킨은커녕 통닭만 있는 시절인지라 더욱 그리워졌다. 밤늦게 프로그램을 짜면서 치킨에 시원한 맥주면 끝내주는데, 지금은 그걸 즐길 수 없다.

‘한 번 만들어봐?’

마침 수경이네 집이 대단위 양계장도 하니 생닭 수급도 문제없고, 동네에 커다란 식용유 공장도 있으니 기름이 많이 쓰이는 튀김 조리도 문제없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일일이 재료를 사다가 치킨을 만들기에는 시간이 없었다.

이미 벌여 놓은 일은 너무도 많았다. 수경이의 컴퓨터 공부도 벌여 놓은 일 중 하나이지 않은가.

조금이라도 빨리 끝내기 위해 닭과 밥을 열심히 퍼먹었다. 그 모습을 수경이 부모님이 흐뭇하게 보셨다. 깨작깨작하는 수경이와 달리 돌쇠처럼 밥과 닭을 해치우는 유재원은 확실히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유재원의 먹는 모습이 귀여웠던 걸까?

수경이 부모님이 자기 돌솥 안에 있던 닭다리를 뚝 떼어 올려주시는 바람에 식사 시간이 더 길어졌다.

결국, 올챙이처럼 배가 빵빵해진 다음에야 2층으로 올라간 다음에야 수경이의 컴퓨터를 확인할 수 있었다.

“와, 대박!”

한눈에 보자마자 대박이란 말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충격이다. 집이 부자니까 자신과 같이 컬러 모니터가 달린 286 AT를 산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떡하니 자리한 것은 무려 3! 8! 6! 이다.

이 컴퓨터라면 어젯밤 완성한 미국판 키보드 워리어의 베타 테스트를 한다고 서울까지 올라갈 것도 없다!

========== 작품 후기 ==========

추천과 리플, 선작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원고료 쿠폰, 후원 쿠폰 감사합니다~~!!!

오늘은 원래 올리던 시간 보다 일찍 올려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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