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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마왕은 착하게 산다-326화 (326/628)

제326화

주변을 뒤덮은 살기가 더욱 자욱해졌다.

팀의 공격이 연속으로 지크에게 작렬했다. 강하고 탄력 있는 근육이 만들어낸 힘이 단단하고 날카로운 손톱을 가속시킨다.

지크도 윈두르로 반격했지만 눈이 돌아간 팀의 공격에 밀렸다.

그러나 지크의 머리는 냉정했다. 화가 머리끝까지 오른 상대는 위험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빈틈도 크다.

쾅!

크게 휘두른 팀의 팔을 막은 지크가 휘청거렸다. 팀이 눈을 빛냈다. 그의 야생적 본능은 지크가 보인 빈틈을 놓치지 않았다.

크앙!

주둥이를 쩍 벌리고 팀이 머리를 들이밀었다. 이대로 목덜미를 물어뜯을 생각이었다. 그러나 흥분 때문에 시야가 좁아진 그는 지크의 발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몰랐다.

퍼어억!

비틀거리는 몸을 억지로 세우려 하지 않고 오히려 그 움직임을 이용해 지크는 팀을 향해 발길질을 했다.

우연인지 아니면 노린 것인지 지크의 발은 팀의 사타구니를 그대로 가격했다.

끄륵!

쩍 벌렸던 팀의 입이 순식간에 닫혔다. 털과 가죽에 보호되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중요한 급소 부분이다.

예상도 못한 상태에서 마력이 가득 담긴 발에 쳐 맞으니 일순 몸에 힘이 풀렸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지크가 검을 휘둘렀다.

콰아앙!

팀의 몸이 날아갔다. 창고 두 동을 관통하고는 바닥에 처박혔다. 그의 가슴에 긴 자상이 생겨 피를 울컥 뿜었다.

하지만 마음 편하게 누워 있을 시간은 없었다. 하늘로 향해 있던 팀의 눈에 허공에서 자신을 향해 떨어져 내리는 지크가 보였다.

지면을 향해 있는 윈두르의 날이 달빛에 반짝였다.

팀이 황급하게 몸을 굴렸다.

콰지직!

윈두르의 검신이 지면을 가볍게 파고들었다. 만약 저 공격을 맞았다면 아무리 팀이라도 치명적인 부상을 입었을 것이다.

팀이 급히 몸을 일으켰다. 그의 가슴의 상처는 벌써 아물고 있었다.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듯 지크가 다시 달려들었다.

콰앙!

한 방을 크게 먹은 덕에 정신을 조금 다잡았는지 팀의 움직임이 다소 정교해진 느낌이 든다. 하지만 그걸 지크가 두고 볼 리 없었다.

“아쉽네! 조금만 더 힘을 줬으면 고자가 됐을 텐데!”

“닥쳐!”

수치심이 분노를 다시 키운다. 팀의 공격이 다시 무뎌졌다.

날아오는 손톱을 쳐내고 발길질을 역으로 걷어차며 이빨을 피했다. 당장이라도 몸을 찢어발길 것 같은 위험천만한 상황 속에서도 지크는 그리움을 느꼈다.

‘이 미숙함, 정말로 오랜만이야.’

회귀 전, 지크가 그렌의 손에 죽기 한참 전의 일이다. 팀이 지크의 부하로 들어온 후, 지크는 팀을 철저하게 훈련시켰다.

기본적으로 육체적인 능력은 좋았지만 아무래도 야성적인 면이 더 컸던 팀과 대련을 하며 빈틈 하나하나를 채워줬다.

그렇게 성숙해진 웨어울프 팀 플랫은 힘의 마왕 지크의 측근 중 하나로서 세계에 악명을 떨쳤다.

하지만 지금, 처음 지크가 팀의 교육을 시작했을 때, 기술적으로 완성되지 못했던 팀의 움직임이 지크 앞에서 다시 펼쳐지고 있었다.

‘이건 고쳐야지.’

쓸데없이 큰 팔의 움직임을 윈두르로 쳐 꺾는다.

‘시선 처리가 어설퍼.’

자신의 목을 향한 팀의 시선을 보고는 목을 살짝 움직여 녀석의 눈을 어지럽혔다.

‘그런 스텝을 하면 발이 꼬인다니까.’

균형이 조금 엇나간 팀의 발을 툭 쳐 몸을 휘청이게 했다.

‘내가….’

지크가 윈두르의 끝을 팀에게 겨눴다.

‘당황하면 아무렇게나 팔을 휘두르지 말라고 했지!’

퍼어억!

윈두르의 검 끝이 팀의 몸에 틀어박혔다. 아직 재생이 끝나지 않은 가슴의 검상에 정확히 틀어박힌 윈두르가 내장을 거칠게 헤집었다.

“커헉!”

이번 공격은 상당히 치명적이었던 듯 팀이 피를 토했다.

촤악!

붉은 피를 잔뜩 묻힌 채 윈두르가 빠져나왔다. 팀이 상처를 붙잡고 몇 발자국 물러섰다.

“이…!”

그의 샛노란 눈이 지크를 노려본다.

“이 개자식이이이이!”

두 팔을 앞으로 쭉 뻗고 팀이 달려든다. 지크도 마주 달려들었다.

쿠웅!

지크는 왼쪽으로 몸을 웅크려 눈앞까지 온 팀의 오른 손을 전력으로 튕겼다.

팀이 왼손을 꺾어 지크의 얼굴을 노렸다. 지크가 급히 윈두르의 방향을 전환했다. 윈두르의 날이 팀의 팔을 노렸지만 팀은 개의치 않았다.

제대로 힘이 실리지 못 한 지크의 칼이 자신의 털과 가죽을 뚫을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서걱!

하지만 결과는 전혀 달랐다. 얇긴 하지만 팀의 팔이 베였다.

“뭐…!”

팀이 경악했다. 하지만 지크는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그대로 품에 뛰어들어 윈두르를 휘둘렀다.

서걱!

“크악!”

정확히 상처가 난 곳을 직격한 윈두르에 팀이 비명을 질렀다. 재생되고 있던 상처가 더 커졌다.

팀이 마치 지크를 안기라도 하듯 팔을 오므렸다. 그러나 지크는 몸을 숙여 옆으로 빠져나가며 옆구리를 베었다.

서걱!

다시 한번 피가 튀었다.

“이런 젠장! 빌어먹을!”

팀은 미칠 것 같았다. 동시에 너무도 당혹스러웠다. 지금껏 웬만한 공격은 우습지도 않게 튕겨버린 자신의 털과 가죽이 너무도 무참하게 베이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거야!’

차라리 처음부터 이렇게 베였다면 이해라도 갔을 걸. 그의 털과 가죽은 지크의 칼질을 제법 잘 막아내고 있었지 않은가. 힘을 제대로 실어 베는 게 아니라면 별다른 데미지를 주지 못 하고 있었다.

‘설마 힘을 숨기고 있었던 건가?’

하지만 그건 아닌 것 같았다. 그 사이 팀의 상처는 늘어갔다.

그 모습을 보며 지크는 자신의 예상이 맞았음을 느꼈다.

‘역시 모르는군.’

회귀 전의 팀도 한참을 있다가 깨달았다는 녀석의 약점.

치명상을 입으면 일시적으로 방어력이 떨어진다.

회귀 전 팀의 말에 의하자면, 아마도 치명상을 회복하기 위한 회복력에 몸의 기능이 집중되며 그 부작용으로 방어가 취약해지는 게 아닐까 추측됐다.

‘처음 그 사실을 알았을 때 당황한 나머지 까딱했다간 죽을 뻔했다고 했지.’

팀이 그 사실을 오랫동안 몰랐던 이유는 간단했다.

치명상을 입을 기회가 없었으니까.

팀이 처음부터 얼마나 대단한 실력을 가졌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화였다. 그리고 그건 회귀한 후 팀과 직접 맞상대하며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치명상을 입었을 시 방어력 하락’이라는 약점을 처음 깨달은 지금, 팀은 본 실력을 발휘하지 못 했다. 괜히 회귀 전에도 죽을 뻔했다고 너스레를 떤 게 아니었다.

콰드득!

윈두르가 팀의 왼쪽 팔뚝에 틀어박혔다. 이번 공격은 제대로 들어갔다. 팀의 팔뚝 절반이 베였다.

“크윽!”

베인 팔 쪽 손가락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지 팀의 손이 축 늘어졌다.

기회였다. 지크는 바로 팀의 부상을 입은 팔 쪽으로 몸을 이동시켰다. 공격 기능을 상실해 빈틈이 보이는 왼팔 쪽에 공격을 퍼부을 셈이었다.

“자, 잠깐!”

팀이 다급하게 외쳤다.

“내가 졌다! 네 말대로 할게!”

지크의 공격이 멈칫했다.

“…내 말대로 한다고?”

“그래! 착한 일이든 뭐든 다 해주마! 그러니까 이제 그만해!”

팀이 지크 쪽으로 멀쩡한 오른쪽 손바닥을 내보이며 그만하라는 행동을 보였다.

“착한 일을 한다는 거지?”

“이런, 젠장! 착한 일이든 지랄이든 뭐든 한다니까!”

모든 걸 포기한 듯 팀이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지크는 잠시 팀을 쳐다보다가 윈두르를 거뒀다.

“처음부터 그렇게 나왔으면 얼마나 좋냐.”

철없는 아이를 대하는 어른처럼 지크가 말했다. 하지만 거기에 분명 적대적 의사는 없었다. 팀이 눈을 빛냈다.

‘걸렸다!’

팀은 착한 일 따위 할 생각이 없었다. 지금 말은 어디까지나 당금의 위기를 모면하려는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당장 지크를 이길 순 없을 것 같았다.

‘재생만 하면 바로 도망친다!’

그가 틈을 볼 때였다.

“따라 와. 일단 이 난리부터 수습하고 봐야지.”

지크가 몸을 돌렸다.

‘기회다!’

상황이 이렇게 된다면 얘기가 또 다르다. 방심한, 그것도 등 뒤를 보이며 무경계한 상대를 죽이는 건 무척이나 손쉽다.

‘멍청한 놈!’

지크를 비웃으며 팀은 멀쩡한 팔의 손톱을 세웠다. 아직 재생이 끝나지 않았지만 언제 이런 완벽한 기회가 다시 올지 알 수 없다.

팀은 상처를 무시하고 움직였다.

지크는 아직 등을 돌린 채 말을 잇고 있었다.

“네가 죽인 녀석들은 걱정하지 마라. 내가 꼭….”

‘그딴 걱정 안 해!’

팀의 손톱이 지크의 등 뒤에 꽂혔다. 아니, 그런 것 같았다.

팀은 자기 앞으로 어떤 섬광 같은 것이 날아오는 걸 얼핏 본 것 같았다.

촤악!

피가 튄다. 팀의 손톱에 의해 지크의 등에 구멍이 뚫린 것일까. 그러나 지크의 등은 멀쩡했다.

‘왜….’

팀은 의문에 휩싸였다.

‘녀석이 멀어지고 있지?’

해답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등에 충격이 일었다. 시야에 더 이상 지크가 잡히지 않았다. 검은 하늘을 유유히 밝히고 있는 커다란 보름달이 떠 있는 하늘이 보였다.

“무… 커헉!”

목구멍으로 비릿한 피가 새어나왔다. 팀은 거세게 피를 뱉었다. 동시에 가슴에서 화끈한 고통이 올라왔다.

“끄윽!”

팀은 고개를 움직여 자신의 상태를 파악했다. 어느새 쓰러졌는지 자신은 바닥에 누워 있었다.

왼쪽 가슴에는 구멍이 뻥 뚫려 피를 분수처럼 쏟아내고 있었다.

“뭐, 뭐가 어떻….”

“간단한 일이야.”

지크의 목소리가 들린다. 팀의 목이 옆으로 돌아갔다. 지크가 윈두르를 어깨에 걸치고 쓰러진 팀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내가 네 가슴에 구멍을 뚫은 거지. 아무리 재생력이 높은 너라도 심장이 박살난 이상 살아나는 건 불가능해.”

그건 목을 베는 것과 같이, 재생력이 높은 팀을 죽일 수 있는 유이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팀은 여전히 이해를 하지 못했다. 분명 방심한 지크의 등을 기습한 자신이 아니던가. 상황은 반대가 되어야 했다.

그런 팀을 배려하듯 지크가 팀의 옆에 쪼그려 앉았다.

“네 항복 선언 말이야. 나는 전혀 믿지 않았어.”

“뭣…!”

“내가 방심했다고 기뻐하며 기습했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내가 보여준 틈에 지나지 않아. 함정에 빠진 너를 내가 역으로 기습하며 승부가 난 거고. 좋은 거 하나 가르쳐줄까?”

지크는 담담히 가지고 있는 비밀 하나를 풀었다.

“너, 거짓말할 때 오른손 검지를 미묘하게 꿈틀거려.”

팀의 눈이 크게 떠졌다. 그 모습을 보면서 지크는 계속 말을 이었다.

“그래서 네 항복을 믿지 않고 역으로 이용했지. 내가 네 음모를 알아챈 것도 그 때문이야. 네가 언제 어떤 말에 거짓말을 하는지 전부 알 수 있었으니까.”

“그, 그런…!”

팀은 말이 나오지 않았다. 설마 자신조차 모르는 버릇을 만난 지 얼마 안 되는 타인이 알고 있다니.

“팀, 난 말이야. 너에 대해 아주 잘 알아. 방금 내가 말한 습관도 그렇고, 네가 갑자기 내 공격에 베이기 시작한 것? 넌 치명상을 입으면 방어력이 약해져. 아마도 그 능력을 가진 후에 치명상을 입은 적이 없으니 몰랐던 거겠지.”

갖고 있던 또 다른 의문이 풀렸다. 하지만 팀은 전혀 기쁘지 않았다. 오히려 방금 전 가졌던 의문들을 합친 것보다 더 큰 의문이 떠올랐다.

“…넌…누구야.”

지크의 눈이 안타까움으로 물들었다. 하지만 목소리만은 차분하게 말했다.

“네 미래의 주인이었던 자.”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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