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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마왕은 착하게 산다-324화 (324/628)

제324화

그건 기묘한 광경이었다. 하늘 높이 뜬 환한 보름달의 빛을 통해 그 모습은 세상에 환히 드러났다.

팀의 온 피부가 꾸물텅거린다. 마치 피부 아래로 수많은 벌레들이 기어다니는 것 같다. 징그럽기 그지없는 모습이었지만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팀의 몸에 본격적으로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키가 커지고 몸의 근육이 터질 듯 부풀어 오른다. 눈동자가 노랗게 변하고 손톱도 짐승처럼 자라났다. 입은 길게 튀어나왔으며 이가 뾰족하게 자랐다. 특히 송곳니가 도드라졌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털이었다. 은빛의 뻣뻣한 털이 피부 위로 덥수룩하게 자라났다. 마치 한 치의 틈도 없이 풀이 빽빽히 자라난 초원과도 같은 모습이었다.

“어?”

“저, 저…!”

상식과는 궤를 달리하는 그 모습에 병사들이 당황했다. 손가락질을 하며 당황성을 내뱉었다.

그러나 너무 충격적인 장면이었는지 어떤 행동에 나서진 못했다. 그건 기사도 마찬가지. 얼빠진 표정이 그의 심적 충격을 대변했다.

하지만 지크는 달랐다.

후웅!

팀이 변화의 낌새를 보이자마자 그대로 팀에게 뛰어들었다. 지금 팀의 상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는 확실히 알고 있었다.

그러나 팀은 지금은 지크와 어울릴 생각이 없었다. 그는 지크의 공격을 피해 지붕에서 뛰어내렸다.

탁!

지면에 내려앉았을 때 팀의 모습은 이미 인간의 모습을 대부분 잃고 있었다. 그의 샛노란 눈이 주변 병사들을 포착했다.

크앙!

소름 끼치는 울부짖음이 상회 안을 쩌렁쩌렁 울렸다. 그는 가장 가까이 있는 병사에게 달려들었다.

촤악!

병사는 반응하지 못했다. 날카롭게 돋아난 팀의 손톱은 너무도 쉽게 병사의 목을 갈랐다. 분수처럼 솟구친 병사의 피가 팀의 은빛 털로 쏟아졌다.

히죽!

팀이 더 이상 인간이라 부를 수 없는 얼굴로 웃었다.

“으, 으아아아악!”

“괴물이다!”

병사들이 기겁하며 비명을 질렀다. 무기를 집어 던지고 살길을 찾아 입구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이, 이놈들! 거기 서지 못해!”

황급히 팀을 쫓아 지붕 아래로 내려온 기사가 명령을 했지만 그 누구도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 그저 공포에 쫓겨 밖으로 도망가려 할 뿐이었다.

그러나 팀은 그들의 도주를 허락할 생각이 없었다.

팀이 병사들에게 달려들었다. 전부 입구에 모여 주었기에 일일이 쫓을 수고를 덜었다. 병사들이 비명을 지르며 먼저 도망치기 위해 얽히고설켰다. 하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도주가 어려워졌다.

팀이 순식간에 그들에게 가까워진다. 그걸로 병사들의 운명은 끝이었다.

쩌억!

그는 길쭉하게 변한 주둥이를 쩍 벌렸다. 날카로운 이빨이 그대로 드러났다. 가장 가까이 있는 병사의 머리를 물어뜯었다.

콰드득!

단단한 이빨과 상상을 초월하는 치악력으로 인해 두개골이 뚫리다 못해 으스러졌다. 핏덩이가 팍 터지며 사방으로 뇌수와 살점을 흩뿌렸다.

“으아아아악!”

“살려줘!”

반항을 한답시고 병사들이 연약한 주먹을 뻗어봤지만 그게 소용이 있을 리가. 팀이 휘두르는 앞발에 손과 팔이 뭉텅이로 잘려 나가고 가공할 이빨이 살과 뼈를 물어뜯었다.

“그만두지 못해!”

기사가 노성을 토해내며 달려갔지만 너무 늦었다. 그가 정문에 도착했을 때 남은 건 피 웅덩이와 이리저리 튄 살점과 뼛조각, 그리고 그 사이에 서 있는 흉폭한 괴물이었다.

“이 자식이이이!”

분에 찬 기사가 검에 마력을 가득 채우고 달려들었다.

“죽어어어!”

거센 기합과 함께 기사가 검을 휘둘렀다.

쿠웅!

검이 팀의 팔에 적중했다. 그러나 마력 때문에 날카로움과 강도 모두 월등히 상승했을 그 검은, 팀의 피부를 뚫지 못했다.

“뭣…!”

기사가 놀랐다.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나려 했지만 팀의 손이 더 빨랐다. 완전히 은빛 털에 뒤덮인 손이 기사의 목을 붙잡았다.

“컥!”

기도가 압박되며 숨이 턱 막힌다. 팀은 기사를 들어 올렸다. 키가 평범한 사람보다 족히 1.5배는 될 것같이 변한 상태. 기사는 목이 조여 허공에 매달린 채 두 다리를 버둥거렸다.

“커헉!”

그래도 기사인지 검은 놓치지 않아 팀의 팔을 계속 찔렀다. 하지만 팀의 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지크는 혀를 찼다. 공에 눈이 멀어 괜한 곳에 끼어들더니 결국 부하들을 다 죽이고 저도 팀에게 제압당했다. 너무나 한심한 작자였다.

일단 지크도 나름 막으려고 노력을 했다. 그러나 팀의 움직임이 너무 빨랐다. 병사들의 저항이 조금이라도 효과가 있었다면 몇 명이라도 혹 구했을 수도 있겠지만 병사들에겐 그 조금의 시간을 버는 것마저도 불가능했다.

기사에게서 눈을 뗀 지크는 팀의 모습을 전체적으로 훑었다.

늑대 인간. 지금 팀의 모습을 정의하는 가장 완벽한 단어는 그것일 것이다.

지크에게는 익숙한 모습이다. 회귀 전에도 전력을 다해야 할 때 취하던 모습이 저것이다. 팀에게 웨어울프라는 별명을 붙였던 것도 저 모습이 이유였다.

“이봐, 지크.”

피를 봐서 화가 조금 진정된 것일까. 팀이 의외로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뭐야.”

“내 손에 이 녀석 보여?”

회귀 전에도 생각했지만 늑대 같은 주둥이로 참 말도 잘한다. 부하만 아니었다면 목을 베 입안이 어떻게 생겼는지 해부해봤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

“보이지. 그 멍청한 놈이 뭐 어떻다고.”

“인질이잖아. 뭐, 곤란에 빠진 표정이나 분에 찬 목소리를 내야 하지 않아?”

무슨 소리를 하는가 했더니. 지크는 콧방귀를 뀌었다.

“그런 멍청한 놈을 내가 왜 구해야 하지?”

기사가 숨이 막혀 새파래진 얼굴로 무어라 소리친다. 하지만 지크는 그 언어 같지도 않은 언어에 귀 기울일 생각이 없었다.

“제 공 하나 세우자고 병사들까지 죽음의 구렁텅이에 빠트린 놈은 필요 없어. 뭐, 구할 능력이 된다면 또 모르지만, 너와 싸울 때 인질 신경 쓴다면 내가 뒤질 게 분명하거든.”

“크흐흐흐흐!”

지크의 말이 마음에 드는지 팀이 낮게 웃음을 흘렸다.

“이봐, 지크. 제안할 게 하나 있는데 말이야.”

“제안?”

“나랑 편먹지 않을 테냐?”

의외의 권유였기에 지크는 제법 놀랐다.

“원래는 널 부하로 삼을 생각이었지만, 네 실력이 예상 이상인 걸 보고 마음을 바꿨다. 내 편이 된다면 돈도 필요 없어.”

이 말에는 더 크게 놀랐다. 천하의 팀 플랫이 돈이 필요 없다니.

“원래 넌 내 돈을 노린 것 아니었냐?”

“그랬지. 돈을 빼앗은 다음 부하로 삼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싸워보니 알겠더군. 넌 자격이 있어. 내 협력자가 될 자격이. 네 말대로 난 쓰레기에 양아치지만, 협력자의 돈은 빼앗지 않아.”

그 말은 사실이었다. 회귀 전 팀은 온갖 약탈을 자행하고 다녔지만 윗사람이었던 지크는 물론이고 다른 측근들의 재산에는 일절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오히려 필요하면 돈까지 빌려줬었다! 그 팀 플랫이!

팀이 저런 말을 한다는 건 지크가 그만큼 마음에 들었다는 뜻이었다.

지크는 팀의 저 말이 반가웠다. 회귀 전 가까웠던 인연이 다시 손을 내민 것이다. 이 어찌 감동을 받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리고 그만큼, 지크의 마음은 반대로 무겁게 내려앉았다.

“…좋아. 너와의 협력이라면 괜찮겠지.”

“오, 역시 그렇지? 너라면 그럴 줄 알아…!”

“단, 조건이 있다.”

신나서 떠들던 팀이 지크를 쳐다본다. 지크는 잠시 말을 망설였다. 팀이 자신의 조건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0%였으니까. 그가 조건을 내걸면 그와 팀의 인연은 확실히 적대적인 방향으로 흐를 것이다.

그러나 지크는 끝끝내 그 말을 내뱉었다. 그건 회귀 후의 지크를 움직이고 있는 원동력이었으니까.

“너, 나쁜 일 그만두고 나랑 같이 착한 일이나 하자.”

“…뭐?”

팀의 늑대 얼굴이 기묘하게 변했다. 웃기지도 않는 농담을 들었다는 얼굴이다. 헛소리를 들었는지 확인하듯 귀까지 후벼 팠다.

“이봐, 지크. 지금 내가 뭔가 잘못 들은 것 같은데 말이야. 다시 한번 말해주겠어?”

“같이 착한 일을 하고 살자고.”

“…….”

팀은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양아치 짓을 하면서 온갖 헛소리를 들어왔지만 아마 지금 들은 것이 최고의 헛소리이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착한 일을 하자고? 둘이서?”

“그래.”

“이봐, 지크. 너 뭐 잘못 먹었어?”

팀의 질문은 무척이나 진지했다.

“착한 일? 우리가? 어이, 지크. 너와 만난 지 얼마 안 됐지만 너 같은 부류는 잘 알아. 당연하지. 나와 비슷한 부류니까. 그리고 우리는 ‘착한 일’ 같은 개념과는 거리가 먼 인종이야.”

팀이 자신이 들고 있는 기사를 보란 듯 흔들었다.

“그게 어떤 것이든 욕망 가는 대로 행동을 하지. 강약의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사회와는 맞지 않아. 그런데 착한 일을 하자고?”

팀의 눈이 돌변했다.

“내가 한 권유는 둘이서 같이 이 세상을 유린하자는 소리다! 착한 일? 그딴 뭣 모를 헛소리를 위해 한 소리가 아니라고!”

자신의 제안이 모욕당했다고 느낀 것일까. 팀의 분노는 지금까지와는 방향성이 달랐다. 하지만 그가 진심으로 화를 내고 있다는 건 확실했다.

“다시 한번 말하마, 지크. 내 협력자가 되어라. ‘착한 일’이라는 개 같은 소리 말고 같이 ‘나쁜 짓’ 하자고.”

지크는 느꼈다. 아마도 저게 팀의 최후의 제안일 것이다. 주변에 팀의 살기가 자욱하게 내려앉았다. 그가 지크의 답을 기다렸다.

“맞아. 분명 너와 나는 비슷한 부류다. 적어도 착한 일을 할 만한 놈들은 아니지.”

자신의 설득이 먹힌 것일까. 팀의 눈이 순간 부드러워졌다.

그러나 지크의 말은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하지만 고작 그딴 ‘부류’라는 단어로 뭉뚱그려 내가 할 일을 제한한다고? 대체 누가 그걸 정했지?”

지크의 목소리가 단호했다.

“내가 어떤 부류의 인간이건 상관없어. 내가 착한 일을 한다고 정했고, 나는 그걸 할 뿐이다. ‘부류’든 ‘인종’이든 그딴 걸 내가 알까 보냐!”

지크가 윈두르를 들어 팀을 가리켰다. 아까의 부드러움은 거짓인 듯 팀의 기세는 다시 거칠어져 있었다.

“마지막 제안이다, 팀 플랫! 나와 함께 ‘착한 일’을 하며 다녀라! 그러면 네 예전 죄는 내가 책임지고 없애주마!”

“지랄.”

지크의 말을 팀은 한 마디로 걷어차 버렸다.

“뚫린 입이라고 헛소리는. 오냐, 알았다. 네가 병신같이 돌아버린 놈이라는 건 잘 알았어. 내가 미쳤었지. 만난 지 얼마 안 된 놈을 고작 술자리에서 마음 좀 맞았다고 친구처럼 생각했다니.”

“끄륵!”

팀의 분노가 손아귀까지 전해진 듯 아직 살아 있던 기사가 숨넘어가는 소리를 냈다. 하지만 그 불쌍한 기사의 상태를 지크도 팀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냥 계획대로 널 죽이고 재산이나 털어가야겠다. 계획은 틀어졌지만 네 재산과 이 상회의 귀금속을 훔치면 그럭저럭 채산이 맞겠지.”

“…거절이냐?”

“그럼 내가 그따위 병신 같은 제안을 받아들이리라고 생각한 거냐?”

“…그래.”

마음속에 여러 감정들이 돌아다녔다. 하지만 그중 가장 큰 감정은 역시 심란함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지크는 마음을 순식간에 가라앉혔다. 전투 중에 평정심은 중요하다.

“그럼 팀 플랫. 네놈은 여기서 죽어라.”

“그건 내가 할 말이다, 병신 같은 자식!”

둘은 바로 상대에게 뛰어들었다. 철저한 살의를 바탕으로 서로를 죽이기 위한 전투의 시작이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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