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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마왕은 착하게 산다-305화 (305/628)

제305화

“어라?”

지크가 눈을 깜박였다. 상황을 보아 하니 시아 루브렌터의 그림자를 시체 안에 넣을 생각인 모양이었다.

‘아직 그림자가 부족한 것 아니었어?’

하지만 생각보다 몸의 반응이 더 빨랐다. 윈두르에 터질 듯 마력을 불어넣고 휘둘렀다.

쿠웅!

컨델에게 막혔다. 그러나 그건 이미 예상했던 바다. 오히려 그건 미끼였다. 지크는 검기가 날아간 곳과는 반대되는 곳으로 몸을 날렸다. 그리고 다시 여러 번의 검기를 날렸다. 그렌도 시아의 부활을 원치 않았는지 토르니움을 연달아 휘둘렀다.

하지만 컨델의 몸을 아끼지 않는 움직임에 모두 가로막혔다. 컨델은 몇몇 공격은 아예 몸으로 막아내는 독함을 보였다. 그림자에 막혀 부상은 없었지만 그만큼 컨델이 필사적이라는 방증이었다.

그의 노력에 힘입어 시아의 그림자 인간은 성공적으로 자신의 시체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지크와 그렌이 잠시 물러났다.

“어떻게 된 겁니까, 제너드 씨. 시아 루브렌터의 그림자 인간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거 아니었습니까?”

지크의 질문에 그렌은 제대로 대답할 수 없었다. 그의 경험으로도 분명 그랬기 때문이다.

“…분명 그럴 겁니다. 아니라면 저 작자 성격상 아직까지 부활시키지 않을 리 없지요.”

“그건 그렇죠.”

지크가 수긍했다.

“그렇다면 단순히 시체를 움직이게 만들려는 것뿐일까요. 하긴, 저 그림자 인간의 시체라면 다른 것들보다 강한 놈이 나오겠군요. 우리를 처치하고 다시 그림자를 모으려는 모양입니다.”

“…제가 알기로 한 번 시체에 깃든 그림자는 다시 나올 수 없습니다.”

지크가 눈살을 찌푸렸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저 애인에 미친 놈이 단순히 지금의 위기를 벗어나려고 제 애인이 부활하는 걸 포기하고 있다고요?”

“…저도 믿기지 않습니다.”

놀랍게도 지금만큼은 지크와 그렌의 생각이 일치했다. 하지만 여기서 계속 대화를 나눠봐야 사태는 해결되지 않는다. 둘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컨델에게 달려들었다. 정확히는 그를 넘어서 시아 루브렌터의 그림자 인간이 스며든 시체를 막으려 했다.

그러나 컨델의 묵묵한 방어는 정말로 단단했다. 지크와 그렌의 공격을 처절하게 막아냈다.

그리고 컨델의 그 노력은 분명 보답받았다.

꿈틀!

누워 있던 시아 루브렌터의 손가락이 움찔거렸다. 그것의 움직임은 더욱 많아졌다. 발가락이 움직였고 손바닥이 뒤집혔다. 팔이 옆으로 나아갔고 무릎이 살짝 들렸다. 그리고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번쩍!

시아 루브렌터의 눈이 뜨였다. 그것이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 마치 마네킹처럼 그것은 지크와 그렌, 그리고 컨델을 바라봤다. 시아의 입이 살짝 벌려졌다. 아기가 옹알이를 하듯 소리없이 입을 오물거리던 그녀.

“…컨델?”

그녀의 목에서 소리가 나왔다.

팟!

컨델이 목을 돌렸다. 한창 치열한 전투 중이라 그건 분명 치명적인 빈틈이라 부를 만한 것이었지만 컨델은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지금 들린 말은 그가 오래전에 잃었던, 정말로 듣고 싶었던 목소리였던 것이다.

“시아!”

컨델이 크게 외쳤다. 그녀의 얼굴, 머리카락, 목소리 그리고 항상 눈꺼풀에 가려져 있던 아름다운 눈까지. 그가 그리워했던 모든 것이 거기 있었다.

하지만 감상에 빠진 그와 다르게 지크와 그렌은 감상에 빠질 이유도 여유도 없었다. 윈두르와 토르니움이 각각 빈틈투성이인 컨델의 목과 몸통을 노렸다.

스윽!

시아가 팔을 뻗었다. 그녀의 몸에서 검은색의 기운이 튀어나왔다.

콰아아앙!

굉음이 터졌다. 쏜살같이 날아온 검은 기운은 지크와 그렌을 말 그대로 날려버렸다.

퍼엉! 퍼엉!

섬 바깥으로 두 개의 검은 물보라가 치솟았다.

“지크!”

“그렌!”

라일라와 라라가 놀라 둘의 이름을 큰 소리로 불렀다. 다른 이들도 깜짝 놀랐다. 그만큼 지크와 그렌이 검은 액체 위로 처박힌 모습은 위험해 보였다.

다행히도 둘은 별다른 상처가 없었다.

“아아, 젠장! 날아다니는 건 라일라의 마법에 의한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지크가 검은 액체를 털어내며 투덜거렸다. 그렌도 토르니움을 지팡이 삼아 몸을 일으켰다.

둘에게 해방된 컨델이 시아에게 다가갔다. 그의 눈은 기쁨에 가득 차 있었다.

“시아!”

“…컨델?”

멍한 눈으로 자신을 보는 그녀를 컨델은 와락 껴안았다.

“아아, 시아! 나의 시아! 드디어 깨어났구나!”

험상궂은 얼굴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남의 행복을 짓밟고 자신의 인생을 진창 속에 처넣으면서도 보고 싶었던 이다. 죽음이라는 절망 속에서 되찾은 그녀의 몸은… 무척이나 차가웠다.

컨델은 놀라 시아의 어깨에 묻었던 얼굴을 뗐다. 멍한 표정의 그녀가 보인다.

“컨델?”

“그래! 나야! 네 연인 컨델이야!”

“컨델….”

“…시아?”

“…컨델.”

시아의 상태가 이상했다. 누가 봐도 보통의 인간이라고 생각되는 반응이 아니다.

갑자기 시아가 팔을 들었다.

퍼어엉!

그녀의 손에서 다시 검은 기운이 뻗어나갔다. 컨델을 급습하려던 지크와 그렌이 황급히 양쪽으로 피했다.

“엄청 사나운 아가씨네.”

기운은 잃지 않고 뻗어나가 공동 벽에 커다란 구멍을 만들었다. 그걸 보고 지크가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지크는 곧 다시 입을 놀렸다.

“열심히 부활시키긴 했는데 보니까 제대로 안 된 모양인걸? 이거 어쩌나. 네 애인은 진짜로 뒈져버린 모양이야.”

컨델이 지크를 노려봤다.

“헛소리! 아직 그녀의 부활은 완성되지 않았다! 그뿐이야!”

“오호? 그럼 그녀가 아직 온전히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고?”

“당연하지!”

그 말을 듣고 지크는 마음을 놓았다.

‘정말로 다행이야. 자기 의식이 실패했다고 멋대로 절망해 주저앉진 않을 것 같으니까.’

자신의 힘이 모자라 눈앞에서 애인의 부활이 실패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더욱 절망적일 거라는 생각을, 지크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콰앙! 콰앙!

그사이 그렌은 계속 공격을 가했다. 하지만 시아는 엄청나게 강했다. 공방이 벌어질 때마다 토르니움이 밀리는 것이 확연히 보였다.

그 모습을 컨델이 희열에 차 쳐다봤다.

“시아는 부활한다! 그리고 더 강해질 것이다! 내 사랑을 방해한 개자식들! 내 사랑을 능멸한 빌어먹을 놈들! 지금부터 부활할 시아의 모습을 똑똑히 봐라!”

퍼엉!

주변의 검은 액체에 물기둥이 솟아 올랐다. 그렌이 이를 악물었다.

“저 검은 물이 시아 루브렌터의 몸에 흡수되면 안 됩니다! 의식이 진행되면 정말로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될 괴물이 만들어질 겁니다!”

‘검은 액체가 괜히 있는 게 아니었군.’

지크는 그것의 정체를 알게 됐다.

“흥! 어떻게 방해를 할 것이냐! 너희 일행들은 내 능력에 막혀 있고, 너희도 나 혼자 막는 데 충분하다!”

컨델의 어조는 자신만만했다. 조금 어그러지긴 했지만 결국 그의 생각대로 상황이 돌아가고 있던 것이다.

지크도 그의 자신감을 인정했다.

‘조금 있으면 지원군이 오겠지만, 그걸 믿기엔 사태가 좀 많이 심각하군.’

여기에 정말 시아 루브렌터가 완성되어 버린다면 상황이 걷잡을 수 없게 될 가능성도 있었다.

때문에 지크는 자신의 능력 중 하나인 혓바닥을 다시 사용했다.

“이대로 시아 루브렌터를 완성하겠다고?”

“그렇다!”

“그래, 그거 잘됐네.”

사태를 이해하지 못한 것처럼 지크는 웃으며 말했다.

“그녀의 정신이 드는 즉시 네가 한 악행을 모조리 읊어주면 되겠군.”

“…….”

컨델의 얼굴이 굳었다. 동시에 시아에게 다가오던 검은 액체의 기둥들도 멎었다. 지크는 윈두르를 내렸다. 아예 윈두르를 거꾸로 땅에 박고 지팡이처럼 몸을 기댄 채 늘어졌다.

“뭐 해? 네 애인을 완성하는 거 아니었어? 빨리 해. 네 애인과 진지하게 할 얘기가 있으니까.”

오히려 지크가 채근했다. 컨델이 지크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

“…컨델?”

시아가 그를 부른다. 지성이 없는, 인형 같은 눈으로.

첨벙!

솟아오른 검은 액체의 기둥이 스러졌다.

“…네놈들은 나와 지금의 시아만으로 충분해.”

“그게 네 대답이냐?”

지크는 피식 웃었다.

“곧 죽어도 애인한테 네 더러운 이야기는 듣게 하기 싫다 이거지? 좋아. 그럼 다시 한판 해보자고.”

지크는 숨죽여 웃었다.

“그런데 너, 지금부터는 좀 다를 거다.”

“뭐?”

“당신은 저 시체를 맡아요!”

그렌에게 말을 한 지크가 컨델에게 달려들었다.

콰앙!

전투가 재개됐다. 컨델이 그림자를 쭉 뻗어 지크의 발을 치려 했다. 그러나 마치 미래라도 읽듯 지크는 미리 발을 뺀 상태였다. 그러며 다시 한번 윈두르를 휘둘렀다.

콰앙! 콰앙!

지크의 윈두르가 계속해서 컨델의 급소를 노린다. 하지만 컨델은 여유 있게 막았다. 지크는 그렌과 협공을 하면서도 컨델에 이렇다 할 치명상을 입히지 못했다. 게다가 지금은 그렌마저 시아와 맞붙느라 도움을 주지 못하는 상황.

하지만 컨델은 상황이 조금씩 이상해짐을 느꼈다.

‘왜 점점 버거워지지?’

콰앙!

자신의 목을 노리던 윈두르를 쳐낸다. 쉽게 쳐낸 것 같았지만 컨델은 인상을 썼다. 분명 방금 전보다 윈두르가 좀 더 깊이 파고들었다.

‘칫! 이까짓 것!’

컨델이 주먹을 휘둘렀다. 그러나 이번에 지크는 너무도 쉽게 그의 주먹을 피했다. 지크가 싱긋 웃었다.

“응, 익숙해졌어.”

콰앙!

지크의 주먹이 컨델의 관자놀이를 후려쳤다. 그림자가 방어하고 있어 컨델은 머리가 터지는 건 막을 수 있었지만 잠시 정신이 흐려지는 걸 피할 순 없었다.

지크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폭풍 같은 검격이 그의 몸을 후려쳤다.

“크으으윽!”

컨델은 반항했다. 날아오는 검격을 쳐내고 오히려 지크에게 반격을 넣었다. 효과는 뛰어났다. 지크의 검격이 멈췄고 역으로 지크를 물러나게 만들었다.

하지만 방금 전의 상황은 컨델에게 위압감을 심어주기에는 충분했다.

‘어떻게?’

지금까지와는 다르다. 점점 지크의 공격이 자신에게 맞고 있었다.

‘저 녀석은 변한 게 없는데?’

지크의 파워와 스피드는 별로 달라진 게 없었다.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파워와 스피드다.

그러나 오히려 그 때문에 더 당황스러웠다.

“하아앗!”

커다란 소리를 내며 컨델이 그림자를 뻗었다. 지크는 공격을 피했다. 그리고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이제 다 보인다.’

확실히 컨델의 파워와 스피드는 지금의 지크보다 훨씬 위다. 게다가 형체가 없는 그림자를 활용한 공격은 예상을 뛰어넘는 공격을 가능하게 했다.

‘그런데 그러면 뭐 해. 사용자가 초본데.’

익숙해지기 전에는 무척이나 위험하고 까다로웠다. 물론 익숙해진 지금도 위험하긴 마찬가지.

그러나 처음보다는 여유가 생겼다.

컨델이 주먹을 휘두른다. 하지만 지크는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어디로 주먹을 뻗을지 다 보인다.’

물론 그것만으로 피하기는 힘들다. 컨델은 변칙적인 그림자의 능력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컨델은 그 변칙적인 능력을 규칙적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거리가 있으니까 팔의 그림자를 늘리겠지.’

후웅!

지크의 예상대로 그림자가 쭉 뻗어왔다. 하지만 이미 한 수 앞서 움직이던 지크를 맞출 수는 없었다.

컨델이 무릎을 굽히는 게 보였다.

‘앞으로 뛰려고? 그림자를 이용해서?’

투웅!

컨델이 앞으로 뛰었다. 지크는 그에 맞춰 윈두르를 밀어넣었다.

흠칫!

컨델이 화들짝 놀랐다.

‘그림자를 넓게 펼치겠지.’

갑작스러운 공격을 받았을 때 컨델이 계속 사용하던 방법이다. 많은 공격을 막을 수 있는 기술이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는 시야를 가려버린다.

그리고 지크 같은 자가 상대인 경우, 움직임을 놓친다는 건 치명적이었다.

푸욱!

“커억!”

짜릿한 손맛이 올라온다. 지크는 히죽 웃었다.

‘드디어 한 방!’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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