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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마왕은 착하게 산다-299화 (299/628)

제299화

서걱!

솟아오른 그림자가 컨델을 묶고 있던 줄을 잘랐다. 나름 마력을 구속하는 물건이지만 컨델의 힘을 감당하기엔 부족한 모양이었다.

컨델이 팔을 들었다. 그림자가 놈의 몸을 타고 올라 팔에 감겼다. 팔을 휘둘렀다.

콰앙!

윈두르가 컨델의 공격을 막았다. 상당히 무거운 공격이었다.

한스와 스녹이 컨델을 공격했다. 에스텔레이드가 빛을 뿜고 날카로운 미스릴이 운석처럼 내려 꽂혔다.

콰앙! 콰앙!

컨델의 발밑에서 뭔가가 튀어나와 공격 경로를 가로막았다. 그림자였다.

몇 개가 더 튀어나온다. 그 강함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바짝 긴장했다.

요하임이 뒤로 물러서며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린다. 반대로 지크와 한스, 스녹은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왔다. 라일라와 엘레나가 지팡이에 마력을 공급했다.

튀어나온 그림자는 그 특유의 부정형한 몸을 꿈틀대며 사람들을 공격했다.

지크와 한스, 스녹은 그것들을 일반 병사들에게 향하지 않도록 견제했다.

그림자가 또 다시 튀어나왔다. 예전 습격 때를 생각하면 상당히 힘든 싸움이 될 게 분명하다. 그러나 괜히 지원군을 잔뜩 끌고 온 게 아니다.

“백작님!”

“도우러 왔습니다!”

“오오, 잘 왔소!”

병력 중에서도 시에서 나름 고르고 고른 정예 기사들이 도달했다. 요하임이 그들을 반겼다.

“컨델 이시드가 범인이 맞았소! 당장 지크 님 일행을 도와 녀석들 체포해 주시오!”

“알겠습니다!”

기사들이 검을 뽑았다. 커다란 마력이 검에서 요동친다. 기사들이 참전하자 지크 쪽이 우세를 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크는 눈곱만큼도 방심하지 않았다.

‘녀석이 부릴 수 있는 그림자는 이 정도가 아닐 텐데.’

예전에 도망친 그림자들만 생각해도 지금보다 그림자들의 숫자가 더 많아야 한다. 무엇보다 컨델은 그림자 인간을 만들지 않고 있었다.

‘여유를 부리는 것 같진 않고, 모든 힘을 쏟아내지 못하는 이유라도 있나?’

만약 그렇다면 지크로서는 고마울 따름이다. 전력을 다하는 상대를 쓰러뜨려야 한다는 멍청한 생각은, 지크는 절대 갖고 있지 않았다.

기사들이 끼어들자 컨델이 인상을 찌푸렸다. 자신을 공격하는 지크를 죽일 듯이 노려본다.

지크도 그를 마주 봤다. 아주 환한, 원한을 갖고 있는 상대가 본다면 분통이 터져 어찌할 바를 모를 만큼 좋은 미소를 하며.

“제너드 씨는 어디 있나!”

요하임이 외치자 한 병사가 대답했다.

“발견한 비밀 통로에 무엇이 있는지 조사를 해보겠다고 들어가셨습니다!”

컨델이 반응했다. 안 그래도 험악한 표정이 더욱 악마처럼 일그러졌다.

‘비밀통로에 확실히 뭔가가 있는 모양이야.’

사방에 퍼져 전투를 하던 그림자들이 갑자기 뒤로 물러났다. 그중 하나가 바닥을 향해 몸을 내던졌다.

콰앙!

바닥에 크게 구멍이 뚫렸다.

‘도망치려는 건가?’

지크는 급히 윈두르를 휘둘렀다. 하지만 그림자가 지크의 앞에 끼어들었다.

“어이, 내 질문엔 대답해야지! 정말 그녀를 사랑했냐니까!”

컨델의 살벌한 눈초리가 다시 지크를 향했다. 그러나 그는 그 이상 도발에 넘어가지 않았다.

그가 아래층으로 사라졌다. 그림자들은 여전히 지크 일행에게 덤볐다.

“라일라!”

“응!”

지크가 신호를 주자 한스와 스녹이 뒤로 빠진다. 지크도 뒤로 물러섰다. 기사들도 지크의 신호를 본 요하임의 명령에 뒤로 물러났다.

라일라의 지팡이가 막대한 마력을 내뿜었다.

라일라가 마지막 영창을 외운다. 그림자가 덮쳐들었다. 하지만 그녀가 내뱉는 영창의 끝이 더 빨랐다.

후웅!

주변 공기가 진동했다. 그림자들을 중심으로 공기가 소용돌이쳤다. 가속된 공기가 거센 바람이 되어 몰아친다.

각각의 층을 이루어 서로 다른 방향으로 회전하는 공기들은 영향 범위 안의 모든 것들을 찢어버리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영향 범위 밖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강풍은커녕 머리카락을 흔들리게 하는 산들바람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바람 소리도 없다.

그러나 그림자들이 어떻게 찢어지는지는 확실하게 보였다. 베이고 찢기고 터진다.

바람 소리도 파괴 소리도 없이 그저 시각 정보만이 담담하게 그 참상을 전달했다.

소리 없는 파괴 행위가 끝나고, 그림자들은 완전히 사라졌다.

“…대단해.”

엘레나가 중얼거렸다. 정말로 라일라의 마법은 보면 볼수록 경탄을 일으키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림자들을 말 그대로 쓸어버린 라일라는 별거 아니라는 것처럼 태연하게 지팡이를 수습했다.

“우리도 가자.”

엘레나의 어깨를 툭 치고 그녀가 아래층으로 향했다.

이미 지크와 한스, 스녹은 계단을 이용해 컨델을 쫓아 간 상태였다.

“네, 네!”

엘레나가 허둥지둥 라일라의 뒤를 따랐다. 요하임도 명령을 내려 컨델을 쫓기 위해 병력을 움직였다.

기사와 병사들이 서둘러 계단을 내려간다. 그러면서도 라일라를 힐끔힐끔 쳐다봤다. 그 강하던 그림자들을 단숨에 해치운 마법에 경탄한 것이다.

컨델을 쫓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건물 중 가장 소란스러운 곳을 찾으면 그만이었다.

컨델을 막아서려다 당했는지 군데군데 부상당한 병사들과 시체들이 보였다.

그것들을 지나 달린 라일라와 엘레나는 곧 카지노 지하에 도착할 수 있었다.

카지노 지하에는 꽤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었다. 내려가기 쉽도록 착실하게 계단까지 나있다.

“여기가 비밀 통로인가 보구나.”

“네, 네….”

엘레나의 대답이 시원찮다. 구멍 근처에 벌어져 있는 참상 때문이었다.

상당한 수의 병력이 죽거나 부상당해 있었다. 아직까지 그녀는 이런 전투에 익숙하지 않았다.

라일라는 살짝 몸을 띄웠다. 그녀가 엘레나를 쳐다봤다. 그녀의 표정은 아직 창백했다.

“남을래?”

그녀를 향해 말한다. 엘레나가 다시 주변을 봤다. 침을 삼키고 눈을 한번 꼭 감더니 주먹을 불끈 쥐었다.

“갈래요!”

“그래.”

라일라가 살짝 웃으며 엘레나의 몸을 띄웠다. 그대로 둘은 입구 안으로 사라졌다.

* * *

지크는 한스와 스녹을 데리고 통로를 달리고 있었다. 저 멀리 도망치는 컨델의 뒷모습이 보였다.

그의 속도는 상당히 빨랐다. 지크가 쫓는 속도와 비슷한 정도였다.

‘한스와 스녹은 못 따라오겠군.’

실제로 둘과도 서서히 거리가 벌어지고 있었다. 그렇다고 둘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속도를 떨어뜨릴 수는 없었다.

‘녀석의 모습을 놓치면 그 상태로 추적이 불가능해질 거야.’

컨델의 그림자들은 지금껏 지크의 탐지 능력을 완벽하게 봉인해왔다.

컨델 자신도 그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지 지크의 감각에 걸리는 그의 기척은 무척이나 희미했다. 조금 더 멀어진다면 그림자들처럼 감각에서 사라질 것이다.

‘뭐, 일직선의 통로니 길을 잃진 않겠지.’

지크는 둘에게 최대한 빨리 따라오라는 말을 남기고 속도를 유지했다.

스윽! 스윽!

컨델의 발밑에서 그림자가 두 개가 튀어나왔다. 지크는 혀를 찼다.

‘이거 골치 아프겠는데.’

더 이상 놈에게 거리를 줄 순 없었다. 지크는 윈두르를 든 손아귀에 힘을 줬다.

지크와 그림자의 거리가 순식간에 줄어들었다.

가까워진 그림자가 몸을 쭈욱 늘렸다. 한 놈은 몸을 뾰족하게 바꿔 지크를 꿰뚫으려 했고 다른 한 놈은 몸을 활짝 펼쳐 짓누르려 했다.

지크는 온 힘을 다해 윈두르를 휘둘렀다.

서걱!

몸을 펼친 그림자의 몸이 깨끗하게 반쪽으로 갈려나갔다. 그러나 강하게 검을 휘두른 터라 지크의 몸은 무방비 상태가 됐다. 그대로 그림자가 지크의 몸을 꿰뚫었다.

퍼억! 퍼억! 퍼억!

섬뜩한 소리가 나며 지크의 몸에서 피가 확 튀었다. 세 갈래의 그림자 송곳이 지크의 몸을 관통했다.

그러나 지크는 신음 소리 하나 내지 않았다. 그저 눈꼬리를 한번 꿈틀했을 뿐이다.

퍼억!

지크가 윈두르를 그림자에 내리꽂았다. 그리고 마력을 잔뜩 주입했다.

퍼엉!

마력의 폭발에 그림자가 터졌다.

그림자가 사라지자 상처에서 피가 울컥 솟았다. 누가 봐도 치명상인 공격이다.

그러나 지크는 개의치 않고 계속 뛰었다. 그런 뒤 포션을 꺼냈다.

심장 같은, 정말 중요한 부위는 몸을 틀어 부상을 입는 걸 막은 상태다. 지크는 포션을 마시고 상처에 뿌렸다.

거짓말처럼 상처가 아물었다.

누가 보면 정신 나갔다고 할 방법. 그러나 그 덕에 컨델과의 거리는 줄었다. 녀석의 기척도 확실하게 감지할 수 있었다.

컨델이 자신 쪽을 살피는 게 보였다. 아마도 이를 간 것 같다. 지크가 크게 외쳤다.

“누구한테 가는 거야? 설마 그 뒈져버린 네 연인에게 꽃이라도 바치러 가는 거냐? 거기 가서 추모를 해도 좋고 울어도 좋고 방방 뛰며 기뻐해도 좋은데, 내 질문에는 대답하고 가야지! 너 정말 시아 루브렌터를 사랑했냐고!”

스윽! 스윽! 스윽! 스윽!

이번 그림자는 네 개다. 아무래도 지크의 도발이 먹혀든 모양이다. 그것들이 땅을 기어 달려들었다.

‘네 개를 한 번에 해치우는 건 좀 힘들지.’

그러나 지크는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그림자와 충돌하기 전, 윈두르에 마력을 넣어 그대로 휘둘렀다.

쿠우웅!

마력을 머금은 거대한 공기가 마치 망치처럼 그림자들을 후려쳤다.

그림자들이 멈칫했다. 하지만 큰 타격을 입은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지크가 원한 건 바로 그 짧은 틈이었다.

탓!

지크가 발을 굴렀다. 그대로 통로의 천장까지 뛰어올라 천장을 다시 한번 박차 그림자들의 뒤로 뛰어내렸다.

그림자들이 지크를 급히 공격했다. 그러나 지크는 환상적인 몸놀림으로 그것들을 피하고 다시 컨델을 쫓기 시작했다. 그림자들이 지크에게 달려들었지만 그들의 거리는 서서히 멀어졌다.

‘한스와 스녹이 잘 처리하겠지.’

그리고 곧 라일라와 엘레나도 올 것이다.

하지만 컨델은 끝끝내 지크를 떼어놓으려 작정한 것 같았다. 다시 한번 컨델의 발밑에서 그림자가 꿈틀댄다. 저놈들은 어떻게 처리할까 지크가 고민할 때였다.

지크의 감각에 무언가가 걸렸다.

‘이건.’

컨델 보다 앞쪽에 어떤 기척이 느껴졌다. 사람 같았다.

‘컨델 이시드의 지원군인가?’

잠깐 그런 생각도 들었지만 지크는 곧 컨델보다 앞서 이 지하 통로에 들어간 인물을 떠올렸다.

‘그렌 제너드!’

녀석을 따라잡은 것일까. 아니면 컨델을 잡기 위해 녀석이 잠복을 한 것일까.

‘그런데 이거 그렌 제너드의 기척이 아닌 것 같은데?’

앞서가던 컨델도 그 자의 기척을 느꼈는지 꺼내려던 그림자를 다시 집어넣었다. 그리고 속도가 조금 줄었다. 명백히 경계를 하는 모습이다.

누군가 컨델의 앞을 가로막는 게 보였다.

긴 붉은 머리가 인상적인 여자.

‘라라 브라우닝?’

생각해보니 그녀가 있는 게 이상한 건 아니다. 그녀는 그렌 제너드와 착 붙어 다녔으니까.

이상한 건 그녀가 혼자 있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봐도 그녀의 근처에 그렌 제너드는 보이지 않았다.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가 컨델에게 뭐라 소리치는 게 보였다. 멈추라는 말이었다.

그러나 컨델이 그 말을 들을 리 만무했다.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치우기 위해 그림자를 뽑아냈다.

‘상대가 되나?’

지크가 알기로 라라 브라우닝의 실력은 현재로선 그리 강하지 않다. 회귀 전, 자신의 앞을 거대한 요새처럼 막아서던 실력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그런 그녀가 컨델을 막을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콰앙!

“으윽!”

예상대로 그림자들의 포위 공격에 그녀가 신음을 삼키는 게 보였다.

‘일단 구해볼까.’

그녀도 그렌에 의한 불쌍한 피해자일지도 모른다. 지크는 전투에 뛰어들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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