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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마왕은 착하게 산다-274화 (274/628)

제274화

“헛소리! 헛소리다!”

올랜드가 부정했다.

“나는 쿠데타의 주모자가 아니야! 아니, 굳이 따지면 의심스럽기는 당신이 제일 아닌가! 어떻게 마탑주만이 아는 마탑의 최종 방위 시스템 암호를 알고 있었지!”

역으로 지크를 공격한다. 지크는 어깨를 으쓱였다.

“어쩌다 보니.”

“마탑의 최종 방위 시스템 암호가 어쩌다 보니 알게 될 만큼 허술하게 관리된다고 생각하는 거냐! 역시 네가 가장 의심스럽다!”

“하하하! 이 봐, 올랜드 드웨인. 내 신분은 보장한 건 너야. 카르위먼에 확인까지 받아가면서. 그런데 이번엔 내가 의심스럽다? 내가 정말로 마탑을 적대하는 자라면 너도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순 없어.”

“나, 난 카르위먼을 믿었을 뿐이다!”

“그럼 이제 카르위먼은 믿을 수 없다고 하는 거냐?”

“……!”

당장이라도 ‘그렇다!’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올랜드는 감히 입을 떼지 못 했다.

세계 널리 퍼져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카르위먼. 아무리 궁지에 몰려 있는 상황이라도 그 카르위먼에 대해 대놓고 믿을 수 없다고 할 강단은 올랜드에게 없었다.

지크가 자신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톡톡 치며 말했다.

“말이란 건 생각해 가면서 해야지. 아니면 네가 무슨 말을 내뱉든 다른 사람들이 불만을 표할 수 없는 힘이 있거나.”

“이익!”

올랜드가 이를 갈았다. 당장이라도 마법을 사용하고 싶은 듯 손을 벌벌 떤다. 그러나 끝내 지팡이의 마력은 사용되지 않았다.

“지크 씨…라고 하셨소.”

“그렇습니다.”

자신에게 조심스레 질문을 하는 한 마법사에게 지크는 쾌활하게 대답했다.

“정말로 당신은 올랜드 드웨인이 쿠데타를 지휘한 수괴라고 하는 것이오?”

“그렇습니다.”

“거짓말입니다!”

지크의 긍정과 올랜드의 부정이 겹쳤다.

“난 쿠데타를 진압하기 위해 여러모로 노력했습니다! 아시지 않습니까! 그런 내가 왜 쿠데타의 수괴 노릇을 한단 말입니까!”

올랜드가 하소연을 하듯 다른 이들에게 말했다.

“마탑주를 노리고 있으니까.”

그러나 지크는 간단하게 올랜드의 주장을 찍어 눌렀다.

“현 마탑주를 끌어 내리고 많은 고위 마법사를 날려버리면 그만큼 마탑주의 자리에 네가 가까워지지. 이미 쿠데타가 일어날 걸 알고 있으니까 그만큼 대비하기도 쉬워져. 즉, 공을 세우기 쉬워진다는 거야. 그리고 쿠데타 진압의 공이 크다면 당연히 마탑주의 자리도 그만큼 가까워지겠지.”

“난 그런 적 없다!”

사람들은 대체 누구의 말을 믿어야할지 곤란해 했다. 하지만 한 명, 윌위스만은 아니었다.

쿠데타의 지휘는커녕 존재조차 모르던 그가 자신이 범인이라고 생각할 리 없다. 즉, 그에게 있어 지금 용의자는 하나였다.

“올랜드, 정말 네가….”

“아니야! 이런, 빌어먹을! 쿠데타를 정말로 지휘한 건 당신이잖아!”

“난 아니다!”

두 부자 간의 주장이 충돌했다. 성난 눈이 서로를 노려볼 때, 지크가 조용히 끼어들었다. 그가 윌위스에게 말했다.

“말했던 것처럼 전 로브 놈들을 쫓고 있습니다. 그놈들은 사람을 타락시키는데, 종종 타락시키려는 사람 주변의 인간을 협력자로 만들죠. 이번에 놈들의 표적이 된 건 윌위스 드웨인 당신이고, 협력자는 여기 있는 올랜드 드웨인입니다.”

“계속 이상한 소리를 지껄인다면 정말로 죽인다!”

“좋을 대로 해봐. 한데, 그러면 사람들이 널 정말로 의심하지 않을까? 너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려는 사람을 죽인다는 수상한 행동을 했다고 말이야.”

“이익…!”

가볍게 올랜드의 입을 틀어막은 지크는 계속 말했다.

“쿠데타를 일으킨 다른 가문들도 로브 놈들의 협력을 받은 정황은 포착됐습니다만, 그들은 어디까지나 이용 대상에 불과했을 겁니다. 진짜 협력자는 올랜드 드웨인이죠. 로브 놈들은 올랜드 드웨인이 정말로 원하던 걸 미끼로 접근했을 겁니다.”

지크는 자신의 얼굴 앞에 있는 올랜드의 지팡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바로 마법을 말이죠.”

“…그게 무슨 소리인가.”

윌위스가 물었다.

“원래 이 인간은 마법에 그다지 재능이 없었다고 했죠? 그걸 도와준 겁니다.”

“재능이 없는 자의 마법을 발전시키는 방법이라니! 그런 방법이 있을 리가 있는가!”

만약 그런 방법이 있다면 마법의 근간 자체가 흔들린다. 때문에 윌위스는 한순간 자신의 처지와 상황마저 잊고 소리쳐 부정할 수밖에 없었다.

“정확한 방법은 모릅니다. 그놈들은 워낙에 특이한 방법을 많이 알고 있어서요. 하지만 대충 예상은 갑니다.”

지크는 올랜드를 거만하게 내리깔아보며 충격적인 말을 던졌다.

“남의 마법을 강탈하는 거죠.”

“…뭐?”

윌위스의 입이 떡 벌어졌다. 다른 이들의 반응도 그와 다르지 않았다. 다만 올랜드만이 지크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

“헛소리를…!”

“헛소리가 아니다, 올랜드 드웨인. 조사를 해보니 네가 본격적으로 마법적 재능을 발현한 시기는 네 부인이 죽은 시기와 얼마 차이가 나지 않더군. 게다가 네가 개화한 마법은 공교롭게도 부인이 몸담은 학파의 것이고.”

올랜드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거기서 생각했다. 혹시 네가 얻은 그 대단한 마법은, 네 부인에게서 빼앗은 게 아닌가 하고. 네 부인도 상당히 재능 있는 마법사였다고 하더군. 네가 드웨인가의 인간이 아니라면 눈도 마주치지 못 할 그런 재능이 있는 자 말이다.”

“어디까지! 어디까지 날 우롱할 셈이냐! 내가 아내의 마법을 빼앗았다고!”

“그래. 그리고 그 때문에 네 부인이 죽은 게 아닐까라고까지 생각한다.”

퍽!

올랜드가 지팡이를 휘둘렀다. 딱딱한 지팡이의 끝부분이 지크의 얼굴을 후려쳤다.

지크의 얼굴이 잠시 돌아갔다. 그의 입가에서 피가 주르륵 흘렀다.

올랜드가 지크를 살벌하게 노려봤다.

“네 말대로 나와 아내는 정략결혼이었다. 부부생활이 좋지 않기도 했지. 하지만 내가 마법을 빼앗기 위해 아내를 죽였다고? 헛소리에도 정도가 있는 법이다! 애초에 남의 마법을 빼앗는 일이 가당키나 하단 말이냐!”

올랜드는 큰 소리를 쳤다. 주변 분위기는 어느새 올랜드를 은근히 편들어주는 기색이 되어 있었다.

아무래도 남의 마법을 빼앗을 수 있다는 걸 납득하지 못했고 지크가 올랜드의 죽은 아내까지 들먹이는 것에 반감을 가진 것이다.

그러나 지크는 개의치 않았다.

침을 뱉어 입안에 고인 핏물을 뱉어내고 말했다.

“가능하지 않을까? 난 충분히 가능하다고 봐. 지금 네가 네 딸의 재능을 훔치고 있는 것처럼 말이야.”

올랜드의 움직임이 멈칫했다.

“예전에 말했었지? 우리가 대지의 환수의 마력을 이용해 엘레나를 교육시킬 때 말이야. 마력이 조금씩 소실되고 있다고. 난 그게 엘레나의 마법적 재능을 어딘가로 빼앗겼다고 생각했어. 그리고 그 대상을 찾았지.”

덥석!

지크가 올랜드의 멱살을 잡았다. 그의 얼굴 앞에 자신의 얼굴을 밀어넣고 말했다.

“말해봐. 대체 왜 재위크가에서 사용한 네 마법에 노웸의 마력이 섞여 있었는지 말이야.”

올랜드의 눈이 커졌다.

“솔직히 처음엔 협력자가 누군지 몰랐어. 너와 마탑주, 둘까지는 용의자를 좁혔는데 그 이후가 힘들더군. 하지만 노웸의 마력이 깃든 네 마법을 보고는 확신할 수 있었다.”

올랜드가 입을 뻐금거렸다. 설마 거기서 자신의 정체가 들키다니.

“그, 그건 거짓말….”

“뭣하면 당장 엘레나에게 노웸의 마력을 사용해서 마법을 사용하게 만들자고. 그리고 그 이후 네가 마법을 사용하는 거야. 그때 네 마력이 깨끗하다면 넌 무죄가 되는 거지. 어때, 당장이라도 해볼까?”

올랜드의 변명이 지크에게 막혔다. 지크의 말대로 할 시, 불리한 건 분명 올랜드 자신이었다.

“…설마, 정말로!”

올랜드가 대꾸를 못 하자 사람들이 놀란 눈으로 올랜들를 쳐다봤다. 그 시선은 곧 하나하나 분노와 경멸로 바뀌어 갔다.

“아, 아닙니다! 난 아니…!”

올랜드가 다급하게 변명을 시작했지만 지크는 그의 마지막 변명마저도 끊어버렸다.

“포기하라고, 친구. 이미 여러 곳에 네가 범인이라는 증거를 잡아놨어. 너에게 협력하는 척을 하고 있던 만큼 무척이나 쉬웠거든.”

지크는 빙긋 웃었다. 정말로 친근함이라고는 눈곱만큼도 보이지 않는 놀라운 웃음.

“드디어 목표를 이뤘다고 생각했지? 기쁘고 기뻐서 환희했지? 그런데 이걸 어쩌나. 지금 네 앞의 운명은 마탑주가 되는 장밋빛 미래가 아닌, 쿠데타를 포함해 여러 죄목으로 처벌받는 어두운 미래뿐이야. 어때, 잠깐의 희망은 달콤했어?”

“으, 으으, 으으으…!”

올랜드가 잡고 있는 지팡이가 부르르 떨린다. 그가 핏발 선 눈으로 지크를 노려봤다.

“이, 빌어먹을, 개자식이이이이이!”

퍼어어엉!

순간 올랜드의 몸에서 막대한 마력이 방출됐다. 방 안의 집기가 날아가고 사람들이 몸을 숙이다.

지크도 윈두르를 방패처럼 사용해 바람을 막았다.

“드디어 본색을 드러냈군 그래!”

“죽여버린다! 너만은 절대로 죽여버리겠어!”

증오가 절절이 흐르는 음성으로 그가 외쳤다.

그 모습은 그가 자신의 죄를 인정하는 모습 외로는 보이지 않았다. 그 광경을 윌위스가 멍하니 쳐다봤다.

“…정말인 거냐. 정말 네가 이 짓을 한 거냐, 올랜드!”

“그래, 내가 했다!”

그가 윌위스를 노려보며 외쳤다.

“어째서 그런 어리석은 짓을…!”

“이제 와서 그런 아버지 같은 표정은 집어치우시지!”

윌위스가 충격 먹은 얼굴을 했다.

“언제부터 당신이 나한테 관심이 있었지? 마법의 재능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당신은 날 자식 취급조차 하지 않았어! 그런 작자가 이제 와서 그런 얼굴을 하지 말란 말이다!”

올랜드가 내뿜는 마력이 더욱 거칠어졌다.

“어째서라고는 더욱 묻지 마라! 어떻게든 마법을 단련하고 어떻게든 마탑의 권력을 쟁취해야 한다! 그것들 전부 당신에게 배운 거니까! 그럼에도 묻는다면 내가 답할 이유는 단 하나다! 바로 당신이 마탑의 권력을 잡으려 한 것과 같은 이유야!”

윌위스는 입을 다물었다. 새하얗게 질린 표정이 마치 올랜드의 마법에 얼어붙은 것 같았다.

“다시는 아버지 운운하지 마! 나는 당신이 나에게 관심을 끊은 후에 단 한 번도 당신을 아버지라고 생각한 적이 없으니까!”

그는 단호하게 부자의 관계단절을 선언했다. 윌위스는 단 한 마디도 대꾸하지 못 했다.

“으음, 아버지에 대한 원한이 깊군. 뭐, 네가 마탑주에게 누명을 씌우려 했던 이유는 알겠어. 그런데 엘레나에게 재능은 왜 뺏은 거냐? 그 아이는 누구에게 피해주고 그럴 아이는 아니었잖아?”

심각하게 돌아가 감히 윌위스와 올랜드의 사이에 끼어들기 어려운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었지만 지크는 그런 분위기 따위 단번에 깨버리고는 올랜드에게 물었다.

“아버지가 잘돼야 자식이 잘되는 법! 게다가 그 아이의 재능을 영원히 빼앗을 생각도 없었다!”

무척이나 지크의 마음에 드는, 쓰레기 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웃기고 있네. 그때까지 받을 자식의 상처는 생각지도 않고? 누가 봐도 네 행동은 네가 그토록 욕하던 네 아버지의 행동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만? 아니, 오히려 네 쪽이 더 쓰레기 같아.”

“이 자식이!”

올랜드가 지팡이로 바닥을 찍었다. 마력이 듬뿍 담긴 지팡이가 큰 소리를 냈다.

“네놈이 내 심정을 알기나 한단 말이냐! 기대에 부흥하지 못 하고 가족은 날 경멸의 눈초리로만 본다! 주변에서는 명가의 녀석이 마법 하나 제대로 사용하지 못 한다고 비웃음 당하지! 이런 상황을 네놈이 당해 봤냔 말이다!”

“응.”

피를 토하듯 울분을 쏟아내는 올랜드에게 지크는 너무도 쉽게 고개를 끄덕였다. 올랜드가 순간 말을 잇지 못할 정도의 태도였다.

“뭐?”

“돌아가신 친어머니는 툭 하면 모든 면에서 모자란다고 들들 볶았고 새로 들어온 새어머니는 뒤에 태어난 동생에게 가문을 물려주려 온갖 트집을 잡아대지. 친어머니의 행패 탓에 아버지도 정이 떨어져 동생에게 가문을 물려주려 수작질을 해대고 주변 가신들도 경멸의 눈초리로 봐. 게다가 나이가 차도록 제대로 마력을 개방하지 못 해 결국은 하인들에게조차 무시당했지. 이 정도면 너에게도 못잖은 환경 같지 않아?”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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