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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마왕은 착하게 산다-238화 (238/628)

제238화

“드웨인 양도 다른 학파의 공부를 해보진 않았어? 아버지처럼 다른 길이 더 맞을 수도 있었을 텐데.”

“그거야 어느 정도 마력이 있을 때 얘기야. 마력을 해방시키지 못한 드웨인 나이대의 사람은 어느 학파에서도 안 받아줬을걸.”

“선생님의 말씀이 맞아요.”

“그렇군.”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마차는 어느 저택으로 들어섰다.

과연 마탑의 중요 회의에 젊은 나이임에도 참여할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은 사람답게 올랜드의 저택은 크고 화려했다.

마차에서 내린 지크 일행은 사용인들의 안내를 받아 식당으로 향했다.

“어서 오십시오.”

상석에 앉아 있던 사람이 일어서며 말했다. 이 저택의 주인인 올랜드 드웨인이었다.

“아빠!”

“잘 있었니, 엘레나.”

딸에게 미소를 지어주며 그가 걸어 나온다. 엘레나가 그의 품에 풀썩 안겼다.

“건강해 보이는구나. 아무래도 새롭게 하게 된 공부가 즐거워 그런 것 같은데, 맞니?”

“네!”

그녀가 밝게 웃으며 대답했다. 최근 상당히 친해졌다고 생각한 지크와 라일라로서도 처음 본, 한 사람의 딸로서의 엘레나 드웨인의 모습이었다.

“정말로 재미있어요! 선생님도 잘 가르쳐 주시고요! 아, 선생님을 소개해 드릴게요!”

엘레나가 올랜드의 품에서 벗어나 라일라의 곁으로 다가왔다.

“제 아버지세요.”

“올랜드 드웨인이라고 합니다. 딸을 보살펴 주시고 있는 점, 아버지로서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라일라라고 해요. 드웨인 양은 훌륭한 제자랍니다. 이해력도 빠르고 암기도 뛰어나요. 아버지로서 무척 기쁘시겠어요.”

“하하! 무척이나 자랑스러운 딸이죠.”

엘레나의 어깨에 손을 얹고 말하는 올랜드의 모습에서는 딸을 많이 사랑하는, 소위 딸바보의 모습마저 언뜻 보이는 것 같았다.

“그런데 옆의 분은….”

“지크라고 합니다. 라일라의 친우죠. 오늘은 라일라의 에스코트로 따라왔습니다.”

“수업 때 종종 도움을 주시기도 하는 분이세요.”

엘레나가 덧붙였다.

“그렇군요. 아, 손님들을 너무 오래 세워뒀군요. 이쪽으로 앉으시죠.”

올랜드의 안내에 따라 사람들이 착석했다. 집주인인 올랜드가 상석에 앉고 그 오른편에 엘레나가 앉았다. 엘레나의 맞은편으로 라일라가 앉았고 그 옆으로 지크가 앉았다.

올랜드가 신호를 하자 음식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상당히 훌륭한 음식들이었다. 사람들은 식기를 들어 앞에 있는 음식을 음미하기 시작했다.

지크와 라일라가 식사하는 모습을 본 올랜드와 엘레나가 살짝 놀랐다. 두 사람 모두 식사 예절에 틈이 없었다.

‘역시 두 분 다 그냥 떠돌이는 아니신가? 하긴, 그 정도의 마법을 사용하는 선생님이나 선생님의 마법을 쉽게 막아내는 지크 씨나 범상 찮은 분들이시지.’

오히려 뭔가 사연이 있는 사람들이라는 게 더 설득력 있었다.

올랜드도 엘레나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는 모양이었다.

“두 분 다 식사 예절이 능숙하시군요.”

“오다가다 보니 배우게 되더군요.”

“예전에 배울 기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크와 라일라의 답변이 신통치 않자 그 화제에 대한 걸 둘이 꺼린다는 걸 알고 주제를 돌렸다.

올랜드가 엘레나를 쳐다봤다.

“공부는 잘돼 간다고 했지?”

“네!”

“혹시 마력이 해방될 낌새는 있니?”

지금껏 방긋방긋 웃던 엘레나의 얼굴이 굳었다. 그것만으로도 답변은 충분했다.

“아직이구나.”

“…네.”

올랜드가 라일라에게 고개를 돌렸다.

“어떻습니까, 선생님. 엘레나의 마력이 깨어날 기미는 보입니까?”

“아뇨.”

라일라의 단호한 대답이 들려온다. 하지만 엘레나는 풀이 죽긴커녕 오히려 얼굴의 긴장을 풀었다.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란 건 이미 알고 있는 일이었어요. 그걸 각오하고 저는 가르친다고 했고 엘레나는 배운다고 했죠. 제가 언제까지 엘레나를 가르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때까지는 최선을 다할 거예요.”

라일라가 엘레나를 향해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다.

“엘레나도 포기하지 않을 거고요.”

“물론이죠!”

라일라의 말을 들은 엘레나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엘레나의 각오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굳군요. 아버지로서 딸을 어느 정도 이해를 하고 있다고 생각을 했는데 아무래도 저도 조금 편견에 차 있었나 봅니다. 좋습니다. 선생님과 엘레나의 생각이 그렇다면 전 전폭적으로 지지를 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후 올랜드는 엘레나를 향해 말했다.

“성과를 내든 스스로 결말을 짓든 얼마든지 해보거라. 할아버지의 핀잔은 이 아비가 막아주마. 뭣하다면 이 집으로 들어와도 상관없다.”

“고마워요, 아빠!”

언제나 자신의 편을 들어주는 아버지의 손을 엘레나는 꼭 잡았다.

“그래도 할아버지 집에는 계속 있을래요. 못마땅한 기색을 보이시긴 하지만 그래도 절 소중히 아껴주는 건 그대로거든요. 할아버지 집이 편하기도 하고요.”

“그래. 네 생각이 그렇다면 그러려무나.”

그리고 올랜드는 손님들과 대화를 이어갔다.

대부분은 엘레나가 어떻게 수업을 받고 있는지를 물어봤다. 그리고 선배 마법사이자 부모로서 어떤 분야에 힘을 실어주기를 부탁하기도 했다. 그리고 엘레나와도 조금씩 이야기를 나눴다.

나머지는 라일라가 어디서 마법을 배웠는지 같은 개인적 호기심이나 마탑에 들어오지 않겠냐는 권유 정도였다.

라일라는 마법에 대해서는 독학이라고 답변했고 마탑에 들어가는 건 딱 잘라 거절했다.

라일라가 마법을 독학으로 배웠다고 하자 크게 놀랐던 올랜드는 마탑으로 들어오라는 권유를 그녀가 거절하자 무척 아쉬워했다.

하지만 끈덕지게 권유하진 않았다.

그렇게 얼마간 시간이 지난 후. 식사 시간이 끝났다.

떠나는 지크 일행을 배웅하기 위해 올랜드는 건물 밖까지 마중을 나왔다.

“앞으로도 제 딸을 잘 부탁드립니다.”

라일라에게 먼저 인사를 하고 지크에게도 인사를 건넨 올랜드가 엘레나를 꼭 껴안았다.

“열심히 하거라. 알았지?”

“네!”

그렇게 올랜드와의 저녁 식사는 끝났다.

셋은 올 때처럼 올랜드의 마차를 타고 돌아왔다. 집이 가까이에 있는 엘레나가 먼저 내리고 지크와 라일라도 숙소 앞에서 내렸다.

“어땠어? 올란드란 사람.”

라일라의 질문에 지크는 턱을 쓰다듬었다.

“수상해.”

“수상한 점이 있었어?”

라일라가 놀라 물었다. 그녀는 올랜드에게 별다른 혐의점을 찾아내지 못한 것이다.

“내가 보기엔 친절하고 자상한 사람 같던데. 나이가 어린 나한테도 꼬박꼬박 선생님 칭호를 붙였고 말이야. 게다가 딸의 꿈을 최선을 다해 응원하는 걸 보면 아버지로서도 무척 좋은 사람 아냐?”

“그러니까 수상하단 거야. 너무 착한 인간 같잖아. 원래 그런 인간들이 꿍꿍이를 한 움큼 잡고 있는 법….”

“으이그!”

지크의 팔뚝을 툭 치고 라일라가 숙소로 들어갔다. 지크도 얼른 그녀의 뒤를 따랐다.

“하여간 생각하는 것 하고는….”

“그런 놈들이 실제로 많아. 겉으로는 세상 선한 인간인 것처럼 행동하고는 뒤로는 더러운 짓을 하는 거지.”

“그냥 네가 심술을 부리는 게 아니고?”

“그게 없다고는 말 못 하지.”

지크는 낄낄거렸다. 하지만 장난스러운 웃음은 얼마 가지 않고 곧 진지한 얼굴로 바뀌었다.

“네 말대로 대단한 혐의점은 없어. 억지로 엘레나와 엮어야 조금 의심스럽지 않을까 하는 점이 조금 있을 뿐이야.”

“…그런 게 있었어?”

라일라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정말로 이런 면에서는 지크를 따라가지 못할 것 같았다.

“일단 올랜드와 엘레나의 얘기를 들어보면 엘레나가 이렇게 마법을 포기하지 않은 이유는 아버지 같기도 해.”

“그게 이상하다고? 엘레나의 마법 공부를 유일하게 지지해주는 사람이 올랜드 드웨인인 건 마탑의 마법사들도 대부분 알고 있는 사실이잖아.”

“달라, 라일라. 딸이 꿈을 좇는 걸 지지해주는 것과 딸이 꿈을 좇도록 유도하는 건 엄연한 차이가 있어.”

“…엘레나가 절대로 마법을 포기하지 않으려 하는 고집을 올랜드 드웨인이 만들었단 소리야?”

“확정적인 건 아냐. 내가 그들의 대화에서 미세하게 그렇게 느꼈을 뿐이니까. 게다가 설혹 그렇다 해도 대놓고 그런 건 아닐 거야. 엘레나의 의도에 자신의 의사를 교묘하게 섞은 정도겠지. 물론 미성숙한 아이에겐 그 정도의 유도로도 충분했겠지만.”

“…또 있어?”

“엘레나의 교육에 대한 대화에서도 조금 이상한 점이 있었어. 엘레나는 마력이 문제지 다른 마법적 성취는 천재적이잖아?”

라일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마력에 관해서는 별달리 궁금해하지 않았어. 적어도 어떤 식으로 마력을 해방시킬지 정도의 의견은 물을 수도 있는데 말이야. 반대로 마력을 제외한 엘레나의 마법적 성취에 관해서는 굉장한 관심을 보였지. 자기가 스스로 어떤 쪽을 먼저 키우는 게 낫지 않겠냐며 의견 반영까지 하면서.”

그렇게 말하니 수상하긴 하다. 하지만 라일라는 고개를 저었다.

“그 정도는 아버지로서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잖아. 마력은 엘레나의 약점이니까 일부러 그 화제를 피한 걸 거고. 그 외의 마법적 성취는 엘레나가 충분히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분야니 그쪽을 집중적으로 물어봐 엘레나의 기를 세워준 걸 거고. 교육 방침의 제안도 아버지이자 수준 높은 마법사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야. 그렇게 생각하면 난 올랜드 드웨인은 그냥 좋은 아버지로밖에 보이지 않는데?”

“그렇지.”

지크는 딱히 반박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말했잖아. 억지로 엮어야 조금 의심스럽지 않을까 하는 점이라고. 하지만 라일라.”

지크가 라일라의 얼굴 앞에 손가락 하나를 가져다 댔다.

“지금처럼 단서가 별로 없을 때는 이런 사소한, ‘이렇게 생각하면 좀 의심스럽지 않나’라는 사실이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도 있어. 물론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지. 하지만 뇌리 안쪽에 쑤셔 박아 넣을 가치 정도는 돼.”

틀린 말도 아니기에 라일라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잠입을 안 해? 난 네가 윌위스 드웨인과 올랜드 드웨인을 용의자로 찍었을 때 바로 잠입을 할 줄 알았는데.”

라일라는 알버스 윈플과 르누 언 트 드라스 때를 떠올렸다.

“그때는 급했을 때니까. 나름 위험부담을 안아야 할 필요가 있었잖아. 그런데 지금은 엘레네 드웨인이 조금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긴 해도 급한 상황은 아니야. 용의자가 둘이기도 하고.”

“그러면 이번엔 착실하게 단서만 모을 생각이야?”

“정해진 게 어디 있겠냐. 상황 판단을 해서 그때그때 움직임을 정해야지. 상황이 급하게 돌아간다면 잠입은 언제든지 할 수 있어.”

지크는 마탑이 있는 곳을 쳐다봤다.

“그래도 마탑은 나도 지금 실력으로 잠입하기 껄끄러운 곳이니, 웬만하면 단서가 나와 줬으면 해.”

* * *

올랜드 드웨인의 초대를 받은 지 바로 하루 뒤. 이번에 지크 일행은 윌위스 드웨인의 초대를 받았다.

초대를 전하며 엘레나는 무척이나 긴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에 볼 사람은 자신의 마법 공부에 호의적인 아버지가 아니라 호의적이지 않은 할아버지였던 것이다.

라일라는 그녀를 달랬다. 그리고 기꺼이 초대에 응했다.

그날 저녁. 지크와 라일라는 새로운 저택에 서 있었다.

“당신이 엘레나의 선생님이군.”

기본적인 예의는 갖추고 있지만 눈빛에 탐탁찮음을 잔뜩 머금은 윌위스가 그들을 맞았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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