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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마왕은 착하게 산다-212화 (212/628)

제212화

호수의 눈물의 마력이 사방으로 퍼져 나간다. 커다란 호수라는 지리적 이점도 있어 호수의 눈물의 마력은 더욱 활발하게 움직였다.

호수의 수면을 부드럽게 타고 넘어가던 마력이 배를 탄 연합군이 있는 곳까지 도착했다.

치열하게 전쟁을 하고 있는 연합군들에게도 그 마력은 느껴졌다.

이미 전해진 일이기에 놀라지 않았다. 몇몇이 전투 와중에도 신기하게 자신의 피부를 쓸어 본 것뿐이다.

그러나 호기심을 표하는 건 거기까지. 마법을 준비하던 연합군들이 마법을 바꿨다.

지금까지 주변 동료와 맞춰 여러 속성을 융합했지만 지금부터 펼칠 마법은 단 하나.

물의 마법뿐이었다.

콰아아아아아!

거대한 물줄기가 멘티스를 향해 날아간다. 사람 두셋은 통째로 집어삼킬 수 있는 굵기의 물줄기는 회전력까지 겸비해 호숫가를 때렸다.

“끄아악!”

“아악!”

철의 일족의 엘프들이 단말마를 지르며 쓰러진다. 얇은 엄폐물 정도는 물줄기가 그대로 관통했다.

조금 전의 마법들보다 훨씬 위력적인 마법이 쉴 새 없이 날아오니 철의 일족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퍼엉! 퍼엉!

물줄기를 얻어맞은 불덩이들도 터져 나갔다.

“물러서지 마라! 자기 자리를 지켜!”

후방에 있던 켄디스가 한 걸음 걸어 나와 큰 소리로 외쳤다.

“녀석들이 호수의 눈물을 쓴 거다! 당황할 것 없어! 조금만 기다려라!”

호수의 눈물은 영향력 내에서 물계통 마법의 위력을 크게 올린다.

언뜻 보면 연합군에게 크게 유리한 것 같지만, 연합군이 진작부터 호수의 눈물을 동원하지 않은 이유는 있었다.

후웅!

호수의 눈물의 마력이 주변을 훑고 지나간다. 피부로부터 물의 마력이 느껴졌다.

문제는 그 마력을 느낀 자들이 철의 일족의 엘프라는 것이었다.

“쏴라!”

켄디스의 명령에 따라 철의 일족이 마법을 구사했다. 그들이 선택한 건 연합군과 똑같은 물의 마법.

그리고 호수의 눈물은 그들의 마법까지도 강화시켰다.

퍼어엉!

커다란 물줄기가 호수 수면을 때린다. 주변에 있던 연합군의 배가 크게 흔들렸다.

그 빈틈을 노리고 철의 일족이 쏜 화살이 연합군들을 덮쳤다. 화살에 맞은 엘프들이 크게 비명을 지르며 호수에 떨어졌다.

콰지직!

아예 마법에 맞아 배가 통째로 분해되는 케이스도 있었다.

다른 마법들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었지만, 그 마법들은 물의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는 엘프가 사용하는 마법이었다.

그리고 그조차도 전부 물의 마법과 상성이 뛰어난 마법들이었다.

그쯤 되니 호수의 눈물의 마력은 더 이상 연합군에게 이득을 가져다주지 못했다. 어떻게 보면 호수의 눈물의 마력을 퍼뜨린 건 연합군의 악수 같기도 했다.

그러나 의미가 없는 건 아니었다.

화륵!

철의 일족의 진영 사이사이를 메우고 있던 불덩이들의 덩치가 급격하게 작아졌다.

성인 남성보다 머리 하나는 큰 크기에서 거의 반 토막이나 성인 남성의 허리 크기까지 줄어들었다. 온몸에 타오르는 불꽃도 어딘가 생기가 없었다.

호수의 눈물의 마력이 불덩이들을 억제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모습을 확인하고 연합군은 사력을 다해 노를 젓기 시작했다.

* * *

“후우~!”

심부 안에서부터 숨을 바깥으로 몰아쉰다. 로만느는 자신이 들고 있는 호수의 눈물의 마력을 느끼며 저 멀리 보이는 멘티스를 바라봤다.

“수고하셨어요.”

로만느의 옆에 있던 라일라가 말했다. 로만느는 미소지었다.

“수고는요. 수고는 오히려 라일라 양이 더 했죠.”

“저는 어디까지나 로만느 님을 도운 것뿐이에요.”

로만느가 호수의 눈물을 깨울 때 옆에서 마력을 보조한 것이 바로 그녀다. 하지만 로만느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저 혼자서는 이렇게까지 하지 못했습니다. 호수의 눈물의 마력도 제가 예상한 것보다 멀리 퍼졌고요.”

그녀의 말은 사실이었다. 로만느 혼자서 호수의 눈물을 다뤘다면 그 영향력은 아슬아슬하게 멘티스의 끝자락을 뒤덮는데 그쳤을 것이다.

하지만 라일라의 도움을 받은 순간 그 영향력은 훨씬 커져, 지금 호수의 눈물의 영향력은 멘티스의 절반을 뒤덮을 정도였다.

‘확실히 대단한 마법사야.’

인간이, 그것도 저런 어린 나이에 이만한 마력과 마법력을 갖고 있다니.

꽤 오랜 세월을 살아온 로만느조차 경악할 실력을 갖고 있었다.

‘게다가 지금도 재능이 전부 개화한 것 같지도 않고.’

자신을 구해준 지크라는 사람도 대단한 인간이었지만 라일라도 거기에 꿀리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로만느는 그녀에 대한 감탄과 더불어 하나의 의구심도 품었다.

‘그녀의 마력에 호수의 눈물이 너무나 잘 반응했어.’

뛰어난 마법사인 그녀에게 보조를 부탁한 건 로만느 자신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엄청나게 커다란 효율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녀에게 기대한 건 말 그대로 보조였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 이상이었다.

라일라와 호수의 눈물의 궁합은 너무나 잘 맞았고, 그 결과는 지금 호수를 넘어 멘티스의 반절을 뒤덮은 호수의 눈물의 영향력으로 나타났다.

‘그저 우연인가?’

그렇게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호수의 일족의 무녀는 무녀로 인정된 순간부터 호수의 눈물의 마력과 동화되기 위한 수련을 쌓는다.

그러나 그런 수련을 일절 받지 않은 라일라가 호수의 눈물과 이런 궁합을 보이다니.

‘솔직히 조금 허탈하네.’

무녀로서의 일생이 부정된 감각도 조금 들었다.

“왜 그러세요? 혹시 뭔가 또 시키실 일이 있나요?”

정신을 차리고 보니 라일라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로만느는 얼른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니에요. 잠시 다른 생각이 들어서 말이죠. 나이를 먹으니 괜히 잡생각만 느네요.”

인간으로 치면 아직 생생한 20대의 외모를 유지하고 있는 로만느가 그런 말을 하니 무척 이상했다.

라일라는 뭐라 대답하지 않고 어색한 미소만 띄웠다.

로만느가 멘티스를 바라봤다.

“일단 계획은 순조롭네요.”

슬슬 멘티스로 다가가던 연합군이 배에서 내리고 있었다. 철의 일족이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숫자는 연합군이 월등히 많다.

거기에 철의 일족의 비장의 수였던 불덩이들도 호수의 눈물 때문에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니 멘티스에 상륙하는 연합군들의 수도 점점 불어났다.

“그러게요. 이제는 지크 녀석이 잘 해주면 될 거예요.”

“후훗, 동료를 무척 신뢰하는군요.”

“그럼요.”

라일라는 단호히 고개를 끄덕였다. 종족은 다르다지만 젊은 나이의 사람이 굳건한 신뢰로 맺어져 있는 걸 보면 절로 흐뭇한 미소가 흘러나온다.

“그 녀석, 사람 괴롭히는 것 하나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으니까요.”

“…….”

로만느가 예상한 것과는 신뢰의 이유가 조금 달랐다.

* * *

성의 가장 높은 첨탑에서 르누는 전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의 일족이 호숫가에서 조금씩 조금씩 밀리고 있다. 그는 이를 부드득 갈았다.

“빌어먹을 호수의 눈물!”

첨탑의 난간 부분을 르누가 거세게 내리쳤다.

그의 눈은 치열하게 전투가 펼쳐지는 곳을 떠나 연합군의 진영이 있는 호숫가에 꽂혔다.

거기에 있었다. 호수의 눈물을 든 호수의 일족의 무녀가.

“그러니까 내가 말했잖나. 호수의 눈물이 돌아왔다고.”

첨탑의 지붕 때문에 생긴 어둠 안에서 불쾌한 소리가 들려온다.

듣기 거슬리는 쇳소리의 목소리. 르누는 씨근덕거리며 뒤를 돌아봤다.

목소리의 주인이 어둠 안에서 한 걸음 걸어 나왔다.

그는 로브를 입은 자였다.

자연스럽게 르누의 곁에 선 그는 다시 한번 그 듣기 싫은 목소리를 냈다.

“이제 온전히 믿겨지나?”

“…끄응!”

르누가 앓는 소리를 냈다.

일단 협력을 하고는 있지만 서로 간의 신뢰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두 사람이다.

때문에 르누는 로브를 입은 자의 말이 거짓말일 가능성도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로만느가 직접 들고 나타난 호수의 눈물과 그 힘을 보며 르누는 로브를 입은 자의 말이 거짓이 아님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어쩔 거지?”

“네 응원군은 언제 나타나는 거냐!”

르누가 거칠게 말했다. 하지만 로브를 입은 자는 동요하지 않았다.

“원한다면 지금이라도. 하지만 사용할 시점을 잘 생각하는 게 좋을 거다. 내 부하들이라도 저 엘프 연합군을 압도할 정도는 아니니까.”

로브를 입은 자가 르누에게 주기로 한 도움은 그의 병력이었다.

불의 나무의 힘을 다루는 의식이 끝날 때까지 르누는 로브를 입은 자들의 병력을 동맹군으로서 부릴 수 있었다.

“내 병력을 멘티스에 상륙시켜 네 일족과 같이 막게 했다면 설령 상대에게 호수의 눈물이 있다 해도 상륙 시점부터 더 수월하게 막을 수 있었을 것을. 하긴, 이미 지나간 일에 왈가왈부하는 것도 재미없지. 네가 내 병력의 멘티스 상륙을 막은 시점부터 있을 수 없게 된 일이니까.”

“…….”

그건 자신을 믿지 않고 자신의 병력을 멘티스에 발을 딛지 못하게 한 르누에 대한 비웃음이었다.

르누도 알고 있었지만 엄연한 사실이니 별다른 대꾸를 하지는 못했다.

퍼엉!

그 와중에 멘티스 중앙에 흙더미가 높이 솟았다.

“그 땅굴이군.”

“…….”

로브를 입은 자만이 낮게 말을 이을 뿐, 르누는 핏발 선 눈으로 땅굴과 연결되어 있음이 분명한 구멍을 노려봤다.

“네 일족이 후퇴한다.”

로브를 입은 자의 말대로 켄디스가 병력을 물리고 있었다. 그건 이미 약속된 상황이었다.

호수의 눈물로 불덩이, 철의 일족이 플레임 트루퍼라고 부르는 것들의 힘이 약해진 상황에 전황마저 불리해지면 철의 일족은 호수의 눈물의 영향력 바깥까지 철수하기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호수의 눈물의 영향권이 너무 크다. 대체 어떻게 된 거지?’

라일라의 존재를 모르는 르누로서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원인을 파악할 때가 아니다.

“…네 병력은 지금 호수 밖 숲에 숨어 있는 게 맞겠지?”

“물론. 연합군의 뒤를 칠 준비는 언제든지 되어 있다. 신호만 기다리고 있지.”

르누는 로브를 입은 자가 가리킨 곳을 쳐다봤다. 짙은 숲으로 가려져 있어 그 병력이 보이진 않았지만, 어쨌든 자신이 동원할 수 있는 병력이 적의 후방에 있다는 건 마음을 든든하게 했다.

“잠깐.”

로브를 입은 자가 첨탑의 난간에 손을 대고 몸을 조금 앞으로 뺐다.

“무녀가 움직이는군.”

“뭐?”

르누가 바로 시선을 돌렸다. 로브를 입은 자의 말처럼 무녀가 배에 조심스럽게 몸을 싣고 있었다.

“무녀가 직접 멘티스로 오려는 모양이야.”

“아마 멘티스 자체를 호수의 눈물의 영향권 안에 둘 생각이겠지.”

르누가 이를 갈았다.

무녀의 몸이 위험해질 수도 있지만 멘티스를 호수의 눈물의 영향권 안에 둔다면 그만큼 철의 일족은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만약 호수의 눈물의 영향권이 여기까지 미치면 어떻게 되지?”

“걱정 마라. 아무리 호수의 눈물이 대단한 물건이라고 하더라도 이 성 주위까지 그 영향력을 발휘하진 못해.”

“그 말은 곧 이 성 주위가 아니라면 호수의 눈물의 영향권 안에 떨어진다는 거군.”

르누는 침묵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어쩔 거지? 지금부터 얌전히 백기라도 만들 텐가?”

“헛소리!”

르누는 로브를 입은 자의 말을 일축했다.

“뭐, 그렇지. 그저 농담이었어. 너무 심각해지지 말라고. 차라리 잘 됐어. 우리 생각을 이렇게 바꿔보지.”

“…어떻게 말이지?”

“무녀와 호수의 눈물이 멘티스로 들어 왔다. 즉, 생각을 바꿔보자면, 지금은 무녀와 호수의 눈물을 확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말이야.”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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