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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마왕은 착하게 산다-164화 (164/628)

제164화

이곳 뒷 경매장에서도 쉽게 보기 힘든 엄청난 돈 경쟁. 그것도 두 번째로 일어난 경쟁이다.

하지만 얼마나 치열하고 격한 경쟁이라도 승자는 나오는 법.

“낙찰됐습니다!”

경매사가 커다랗게 목소리를 높였다. 사람들이 승자를 위해 커다랗게 박수를 쳤다.

그렇게 ‘호수의 눈물’의 주인도 결정됐다.

미다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안도와 격정이 교차하는 복잡 미묘한 한숨이었다.

결국 그는 목표한 두 물품을 모두 낙찰 받았다. 하지만 그에 따른 피해는 너무도 컸다. 그의 전 재산이 날아갔고 빚까지 졌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타일렀다.

‘괜찮아. 어차피 돈은 만들면 된다.’

금을 만들 수 있는 그의 능력상 빚을 갚는 건 그저 시간의 문제일 뿐이다.

‘그래도 담보는 좀 그렇군.’

혹시나 하는 상황 때문에 그는 그의 신용은 물론 담보까지 사용해 돈을 긁어모았다. 담보를 생각하자 입맛이 썼다.

‘아무리 급하다고 해도 내 마차를….’

그의 트레이드마크. 그의 부의 상징이자 능력의 상징.

게다가 개인 무력까지 담당하는 황금마차를 담보로 맡겨야 하는 상황이 그는 아직도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현실이었다.

‘돌려주지 않겠지.’

빌린 돈을 전부 쓰진 않았다. 이 돈을 돌려준다면 빚은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변제되는 빚은 신용으로 빌린 빚부터일 게 뻔했다. 황금 마차는 빚을 모두 갚을 때까지 담보로써 가지고 있을 것이다.

‘앞으로는 한동안 계속 금만 만들어야겠어.’

최대한 빨리 황금 마차를 찾아야 한다. 화려한 사치도 부리지 못하고 계속 금만 만들 미래에 다시 한번 한숨이 나왔다.

하지만 직원이 가지고 들어 온 ‘호수의 눈물’에 마음이 조금 가라앉았다.

‘그래도 약속은 지킬 수 있게 됐군.’

자신에게 힘을 준 자들과의 약속. 이것만 넘긴다면 더 이상 그들과 엮일 일은 없을 것이다.

‘혹, 나중에 만나더라도 내 밑에 무릎 꿇고 있겠지.’

그런 미래를 상상하자 더러웠던 기분이 다시 안정됐다.

어쨌든 할 일은 전부 끝났다. 그는 다소 느긋하게 나머지 경매가 진행되는 것을 바라봤다.

* * *

경매가 끝났다. 마지막 물품이 낙찰된 후, 경매장의 사람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제 오늘이란 시간이 끝났다고 생각할 것이다. 집으로 돌아가 오늘의 일을 정리하고 취침에 들 것이다.

하지만 지크는 아니었다. 오히려 그의 본격적인 활동은 지금부터였다.

“너희들은 돌아가 있어.”

지크는 일행에게 손을 내저었다.

“아니면 나랑 같이 즐길래?”

“아니. 먼저 가있을게.”

지크가 말하는 ‘즐긴다는 것’은 보통 사람들이 ‘즐긴다는 것’과 상당히 차이가 있다는 걸 알고 있기에 라일라는 대번에 거절했다.

“가자.”

라일라가 그렇게 말하고 밖으로 나갔다. 그녀의 뒤를 따라 한스와 스녹도 객실을 나갔다.

“레오나 씨.”

지크는 나가려는 레오나를 불렀다. 그녀가 지크를 바라본다.

“내일 아침에는 ‘호수의 눈물’을 볼 수 있을 겁니다. 편안하게 잠자고 일어나요.”

“그럴게.”

믿는다는 듯 맑은 눈망울로 레오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도 객실을 나섰다.

“아, 참!”

지크가 잊은 게 있는 것처럼 객실 밖으로 몸을 내민다. 그리고 옹기종기 모여 떠나는 일행에게 말했다.

“오늘 밤에 도시가 많이 소란스러울 테니까, 알아둬.”

그렇게 말하는 지크는 무척이나 즐거워 보여, 일행은 뭐라 할 말을 찾지 못했다.

* * *

일행을 돌려보낸 지크는 경매장 주변에서 서성였다. 입구 근처 의자에 걸터앉아 마차들이 잔뜩 모인 곳을 쳐다봤다.

한 재력 하는 인간들만 모인 곳이라 마차 하나하나가 화려하기 짝이 없었지만, 역시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건 미다스의 황금 마차였다.

주변에 세워둔 횃불의 빛을 반사해, 야심한 밤에도 화려한 금빛의 위용을 뽐낸다.

하지만 언제나 주변을 재력으로 압도하던 그 황금 마차가, 적어도 지금은 본래의 위용을 뽐내지 못했다.

황금 마차에 붙어있는 한 장의 종이 때문이었다.

그건 황금 마차가 돈을 빌리기 위한 담보물이 되었다는 걸 의미하는 증서였다.

마차를 타기위해 움직이던 사람들이 증서를 보고 웅성거린다.

그 특유의 외향 때문에 황금 마차는 사람들에게 유명했다. 그런 황금 마차가 담보물이 되어있다니.

사람들 사이에서 옅은 비웃음까지 새어나왔다.

몇몇은 이번 경매에서 압도적인 경쟁을 펼치고 승리한 사람이 황금 마차의 주인이 아니겠냐는 설득력 있는 말도 나왔다.

그때, 마차의 주인이 등장했다.

미다스는 황금 마차를, 정확히 말해 황금 마차에 붙어 있는 증서를 불쾌하게 쳐다봤다. 그의 곁에는 몇 명의 사람이 더 있었다.

‘돈은 빌려준 경매장의 인간이겠지.’

미다스가 돈을 빌린 곳은 경매장이었다.

경매장은 담보를 제공한 자, 그리고 경매장을 자주 이용한 자들에 한하여 신용으로 돈을 빌려주곤 했다.

‘하여간 돈에 환장한 놈들 같으니.’

그러나 오늘만큼은 그들의 돈에 대한 집착이 지크를 도와줄 것이다.

미다스와 직원들이 황금 마차 옆에 선다. 직원들이 뭐라 뭐라 미다스에게 말하는 게 보였다.

반환 날짜나 이율 같은 것들을 마지막으로 전해주는 것일 것이다.

미다스는 뚱한 표정으로 그것들을 듣고 있었다.

‘들을 필요 없어, 미다스.’

지크는 마법 상자를 손에 들고 무언가를 꺼냈다. 그건 미다스가 지크의 상황을 엿보기 위해 줬던 금괴였다.

‘넌 더 이상 그들과 사이좋게 지내지 못할 테니까.’

* * *

“이걸로 설명을 마치겠습니다.”

황금 마차를 가지러 온 경매 직원에게 미다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황금 마차를 한 번 바라본다. 당분간은 이것과 떨어져 있어야 했다.

조금 불안감이 들긴 했다. 지금 그의 무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이 황금 마차인 것이다. 그러나 그는 불안감을 억눌렀다.

‘언제나 부를 수 있어.’

도시 안이라면 그의 지배력이 미치는 거리 안이다.

좀 늦어질 수도 있지만 바로 마차, 정확히 말해 마차를 이루고 있는 황금을 불러들일 수 있다.

‘잠시 안녕이다.’

미다스는 황금 마차를 복잡하게 쳐다봤다.

그때였다.

‘응?’

가까운 거리에서 지배력이 미치는 금 하나가 포착됐다. 지금 지배력이 미치는 금 중 그에게 없는 건 하나다.

미다스는 금이 느껴지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미다스는 어렵지 않게 지크를 발견했다. 그는 해맑게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리고 금을 입가에 가져다 대고는 입을 열었다.

-들려?

미다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알고 있어?’

지크의 행동은 마치 그가 준 금괴가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아는 것 같았다.

미다스의 생각을 읽은 것일까. 지크의 미소가 조금 더 진해졌다.

-네 생각대로야. 난 네가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알고 있거든.

그리고 대놓고 금괴를 툭툭 두드려댔다.

“…미다스 씨?”

옆에 있는 경매장 직원이 이상하게 쳐다본다. 하지만 미다스는 그들에게 신경을 쓸 여유가 없었다.

‘어떻게?’

그의 능력을 알고 있는 자들은 얼마 없다. 있다고 하면 그에게 능력을 준 자들 정도.

하지만 미다스가 생각을 정리하기도 전에 지크는 계속해서 충격적인 이야기를 해줬다.

-오늘 경매는 좋았지? 네가 원하는 물품 두 개를 전부 다 낙찰 받았잖아. 조금 비싸긴 했어도 결국 승리자는 너지. 참 대단하다고 생각해.

칭찬이 이어진다. 하지만 미다스는 전혀 기분이 좋지 않았다. 불안한 기분이 스멀스멀 기어올라 왔다.

-그런데 정말로 미안한데 말이야. 내 연약한 양심에 찔려서 더 이상 거짓말을 하지 못하겠는 거 있지. 그래서 양심고백을 하려고. 네가 경매장에 올려주고 네가 낙찰 받은 ‘대지의 눈물’ 말이야.

어째서일까. 충분히 거리를 두고 있는 지크의 얼굴이, 미다스의 눈에는 너무도 선명하게 보였다.

-가짜야.

미다스의 머리에 충격이 내달렸다.

“…뭐라고?”

저도 모르게 입에서 의문성이 터져 나왔다.

“네?”

경매 직원이 당황해 되물었다. 그러나 여전히 미다스의 신경은 직원에게 향하지 않았다.

-그건 ‘대지의 눈물’ 같은 게 아냐. 아니, 생각해보니 맞긴 하네. 그건 내가 만들게 하고 내가 붙인 이름이니까. 에이, 그럼 계속 ‘대지의 눈물’로 가자고. 어감은 좋잖아?

지크의 목소리에 즐거움이 섞이기 시작했다. 미다스의 눈은 그와 반대로 벌겋게 충혈 됐다.

-일단 한번 ‘대지의 눈물’을 꺼내 보겠어?

미다스는 급히 마법 상자에서 ‘대지의 눈물’을 꺼냈다.

-그거 붉지? 구리로 만들어서 그래. 거기에 미스릴을 조금 섞었지. 그리고 환각 마법을 걸었어. 말 그대로 ‘있어 보이게’ 만들려고 말이야. 한 마디로 그건 ‘보물’ 같은 건 전혀 아니라는 거지. 미스릴을 섞어 가격이 조금 나가긴 하겠지만 네가 낸 금액만큼은 아닐 거야.

지크는 마법 상자에서 금괴 몇 개를 꺼냈다. 그리고 대놓고 공중으로 던졌다 받았다를 반복했다.

미다스에게는 익숙한 금괴였다. 그가 ‘대지의 눈물’의 대금으로 준 금괴니까.

-당연히 뒷 경매장에 올리는 게 불가능한 물품이지만, 다행히 나한텐 너라는 훌륭한 ‘협력자’가 있지 않겠어? 네 도움은 정말로 컸어. 그런 허접한 물품을 뒷 경매장에 올려주기도 하고 무지막지한 돈으로 낙찰 받아주기도 했으니까 말이야. 정말로 우리 어머니도 너만큼 아낌없이 주진 않았을 거야.

미다스의 몸이 부들거리기 시작했다. 그의 얼굴이 터질 듯 붉어졌다.

-그러고 보니 너 같은 녀석을 칭하는 호칭이 하나 있었지? 어디 보자. 그게 뭐였더라? 아마 네가 엘프를 보고 생각했던 호칭이었던 것 같은데….

지크는 턱에 손을 대고 머리를 갸웃거렸다. 그러다 막 깨달았다는 듯, 과장되게 손가락을 튕겼다.

-호구! 그래, 호구였어!

콰드득!

미다스의 손에서 ‘대지의 눈물’이 부서져 나갔다. 대단한 괴력. 곁에 있던 직원이 몇 발자국 물러났다.

-아니, 너처럼 이렇게까지 챙겨준 녀석에게 그냥 호구라고 부를 순 없지. 뭐가 있을까. 개호구? 아냐. 그 정도는 너의 그 ‘호구스러움’을 표현하지 못해. 음….

지크는 고개를 숙이고 한참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곧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다시 시선을 맞췄다.

-이거다 할 호칭이 생각이 안 나네. 그냥 심플하게 이렇게 부르자.

지크가 말했다.

-멍청한 개호구라고.

퍼석!

‘대지의 눈물’이 완전히 부스러져 땅에 떨어졌다.

지크가 배를 잡고 웃는 모습이 보인다. 금괴를 통해 그의 웃음소리는 아주 선명하게 전달됐다.

-이 금괴를 통해서 내 계획을 전부 꿰뚫어보고 있다고 생각했지? 그래서 그 허접하기 이를 데 없는 금속 덩어리인 ‘대지의 눈물’을 사는데 아무런 망설임이 없었지? 그런데 이걸 어쩌나. 넌 철저하게 나한테 놀아난 거야. 네가 엿들은 내 계획은 전부 너한테 들려주기 위해 짠 연극 각본이었거든. 넌 그 각본에 의해 놀아난 불쌍한 피에로고 말이야. 그것도 모르고 네 약점을 없앴다고 기뻐했겠지.

그리고 지크는 자신의 트레이드 대사를 상큼하게 말했다.

-어때, 잠깐의 희망은 달콤했어?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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