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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명가 초월급 네크로맨서-155화 (155/174)
  • 헌터명가 초월급 네크로맨서 (155)

    진혁은 이미 마력소멸탄에 대해 알고 있었다.

    세한의 특수부가 수집한 수 많은 정보들 중엔,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첨단병기에 대한 정보도 포함되어 있었으니까.

    ‘마나와 마기를 충돌시킨 반발력을 이용할 생각을 하다니.’

    자칫 반경 수백 미터를 날려 버릴지도 모르는 물건을 우주 공간에 띄워놓는다는 정신 나간 발상.

    하지만 그보다 더 정신 나간 것은 병기의 위력이었다.

    고작 수십 발의 금속기둥을 떨어트리는 것만으로 수십 제곱 킬로미터를 완전히 초토화시킬 수 있는 무시무시한 병기.

    진혁이 마력소멸탄의 약점을 알지 못했다면, 아마 그는 지금 이곳에 존재하지 못했으리라.

    ‘생명체를 제외한 구조물엔 큰 피해를 입히지 못한다.’

    그것이, 진혁이 용들에게 지하 공간을 만들도록 요청한 이유였다.

    수십 미터 정도의 여유만 있더라도 마력소멸탄은 지표를 뚫고 들어오지 못할 것이므로.

    덕분에, 그는 망자군단과 함께 미국의 엽사들과 대치할 수 있었다.

    “어떻게……!”

    마력소멸탄을 맞고도 살아나온 진혁과 괴수들.

    그들이 모래 먼지 속에서 걸어 나오자, 미국엽사협회의 협회장인 에이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눈을 부릅떴다.

    놀란 것은 그녀의 휘하에 있던 엽사들 역시 마찬가지.

    셀 수조차 없을 만큼 많은 괴수들이 사막의 지평선을 가득 채운 모습에 엽사들은 저도 모르게 손에 쥔 무기를 꽉 쥐었다.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진혁이 입을 연 것은 그때였다.

    “즉시 전투를 포기하고 돌아가라. 그렇지 않는다면.”

    말을 멈춘 그의 눈이, 푸르게 빛났다.

    “너희는 이곳에서 살아 나갈 수 없다.”

    말과 함께 진혁의 눈에서 피어오르는 귀기가 엽사들의 심장을 조여 왔다.

    자기도 모르게, 에이미와 미국의 엽사들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마른 침을 삼켰다.

    그럼에도, 그들은 물러나지 않았다.

    손에 주먹만 한 통신 구슬을 쥔 에이미가 무어라 중얼거렸다.

    “플랜B 발동.”

    ―알았다.

    그러자, 통신 구슬 너머에서 대답이 들려왔다.

    동시에.

    슈우우우!

    수십킬로미터 너머에서 날아온 수백 발의 포탄이 망자군단의 머리로 쏟아졌다.

    콰과과광!

    그 대부분은 재생이 완료된 결계에 막힌 채 공중에서 폭발했지만, 몇 발은 부서진 결계의 틈 사이를 뚫고 망자들이 서 있는 대지 위에서 폭발했다.

    “공격!”

    그것을 신호 삼아, 미국의 엽사들이 저마다 자신들의 무기를 들고 망자군단을 향해 진격했다.

    ―아니, 어떻게 화약 무기 따위가 괴수의 항마력을?

    ―진혁 님, 이건 평범한 포탄이 아닙니다. 마정석을 사용한 것 같습니다!

    “역시 미국인가, 믿는 구석이 있었군.”

    폭발과 함께 소멸당한 몇몇 망자들.

    만약 저 폭발에 휩쓸린다면 그 역시 무사하지는 못하리라.

    “결국, 최악의 선택을 했는가.”

    하지만 진혁은 두려워하지 않았다.

    아니.

    두려워하기는커녕, 그의 입가엔 알 수 없는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너희가 선택한 최후니, 너희가 감당해야 할 거다.”

    진혁의 중얼거림과 함께.

    망자군단이, 몸을 움직였다.

    *    *    *

    ―결계 파괴 확인. 재생까지 예상시간 3분. 2차포격 개시하겠습니다.

    “알았다.”

    ―전차대대입니다. 진격을 허가 바랍니다!

    “불허한다. 괴수를 상대로 기동전은 쓸모없단 걸 모르나? 보병들과 함께 움직이도록!”

    사막색 천막으로 만들어진 임시지휘소.

    그곳에서 대괴수부대, BSG(Beast Strike Group)를 이끄는 사령관 존은 혀를 찼다.

    “실전 경험이 아무리 없다기로서니, 이런 헛소리나 하고 있다니…….”

    무기와 시설부터 그것을 운용하는 인적자원까지 모든 면에서 미군 최고만이 모였지만, 그의 눈에는 차지 않았다.

    미국 내에서 대규모의 게이트크러시가 일어났을 때, 혹은 헌터들이 중앙정부를 적대할 때를 대비하여 만들어진 부대.

    괴수나 헌터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물리공격에 대한 저항, 항마력을 뚫기 위해 부대에서 운용하는 모든 총탄과 포탄엔 마정석이 박혀 있었다.

    분명 헌터나 괴수들에겐 어느 정도 효과를 보였지만 다이아몬드를 포탄으로 쏜다고 해도 될 만큼 어마어마한 재정이 소모되기에,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에서도차도 고작 여단급 하나를 창설하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실전 경험은커녕, 훈련 한 번 하는 것조차 의회의 반대에 부딪힐 만큼 어마어마한 비용을 소모하니 제대로 된 훈련이 되었을 리 없다.

    그나마 시뮬레이터를 활용해 어느 정도 효과는 있었지만, 현실과는 분명 동떨어져 있는 상태.

    그럼에도, 그들은 나설 수밖에 없었다.

    ‘상대는 괴수로 이루어진 군대다.’

    괴수는 무리를 지을 뿐, 전략을 사용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상식.

    하지만, 저 괴수들을 부리는 것은 괴수가 아니라 인간이다.

    ‘미스터 서……라고 했던가.’

    인구에 비해 어마어마한 숫자의 헌터들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

    그중에서도 수많은 괴수를 다루는 것으로 유명한 헌터.

    ‘그 당시엔 이렇게 많은 괴수를 움직일 수 있다는 말은 없었는데…… 뭔가 변화가 있었나 보군.’

    하지만, 작전에 변경은 없다.

    미국이 자랑하는 헌터들과 자신들이 함께한다면, 수만의 괴수도 그저 숫자에 불과할 뿐.

    감히 미합중국의 한복판을 영토로 선언한 머저리는, 곧 자신의 주제를 깨닫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상한 점이 있었다.

    ‘그런데, 왜 포격이 멈춘 거지?’

    포병대대의 두 번째 포격이 쏟아지고도 남았어야 할 시간임에도, 포탄이 날아오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포병대대장, 2차 사격은 어떻게 된 거지?”

    존은 들고 있던 무전기를 켜고 물었지만,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포병대대장?”

    무전기를 껐다 켠 다음 재차 물어봤지만, 응답이 돌아오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

    “통신 고장인가? 이건…….”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사령관의 마음속에서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사령관님!”

    부관이 급히 천막 안으로 뛰어들어 온 것은 그때였다.

    “무슨 일이지?”

    애써 불안감을 억누른 채, 존은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

    하지만.

    “포병대대가, 전멸했습니다!”

    “뭐라고?”

    부관의 다음 말을 들은 순간, 사령관은 평정심을 유지할 수 없었다.

    “30킬로미터 후방에 배치해 놓은 포병대대가 갑자기 전멸했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으니, 그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용이…….”

    “뭐?”

    “용 두 마리가 나타나서, 순식간에 배치해 놓은 자주포와 병력들을 쓸어버렸다고…….”

    “적에게 용이 협조하고 있다는 사실은 들었지만…대체 어떻게 그 모든 감지장치를 뚫고 들어온 거야!”

    부관의 그다음 말을 들은 사령관은 갑자기 끓어오르는 분노에 소리쳤다.

    허나, 존에겐 더 이상 화를 낼 여유조차 없었다.

    “미상 비행물체 둘 확인! 용으로 추정됩니다!”

    레이더를 확인하던 장교의 말에 사령관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당장 대공장비들 다 긁어모아서 갈겨 버리라고 해!”

    “현재 요격 준비 중…….”

    사령부의 장교들이 다급하게 움직이던 그 순간.

    콰아아아아!

    붉고 푸른 광선이, 사령부의 녹색 천막을 덮쳤다.

    용의 권능으로 만들어진 숨결을, 마법강화처리가 되었다지만 녹색의 두꺼운 천 따위가 막을 수 있을 리 없다.

    천막과 그 안의 사령관을 포함한 장교들은 순식간에 재도 남기지 못하고 사라졌다.

    불행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키이이이이!”

    “크으으!”

    진혁의 사령술에 의해 부활한 망자들이 괴수의 모습으로 병사들을 덮쳤다.

    “사격!”

    투타타타타!

    전차포와 중기관총, 소총에서 천문학적인 액수의 마력탄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이 자식들, 죽지 않습니다!”

    “젠장, 약점을 제대로 노리라고!”

    “머리를 세 발이나 맞고도 움직인단 말입니다!”

    마정석을 박아 넣은 탄환들이 통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미 죽은 망자들이 총탄 몇 발 맞는다고 죽을 리 없다.

    전차포나 유탄에 당해 박살 난 몇몇을 제외한 망자들은 총탄을 몸으로 받아가며 병사들을 향해 돌진했다.

    “사, 살려……!”

    콰드득!

    살육이 시작되었다.

    무기가 무용지물이 되어 버린 병사는 평범한 인간일 뿐.

    아무리 총을 맞아도 달려드는 망자들 앞에서,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도망치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타앙!

    “제, 제임스! 저 자식 죽은 거 아니었어?”

    “이 미친놈이 이젠 동료를……!”

    투타타타!

    괴수에게 죽은 이들이 다시 일어나 과거 동료였던 자들에게 총탄을 퍼부었다.

    “이건…… 이건 지옥이야.”

    “후퇴해라! 후퇴!”

    몰려드는 망자들.

    그리고 죽어 다시 살아난 동료들이 자신들에게 총부리를 겨누는 상황.

    공포에 질린 군은 그대로 와해될 수밖에 없었다.

    헌터들 역시 별반 다를 것은 없었다.

    “오스틴! 이 개자식이 감히 배신을……!”

    “배신이 아냐! 저 자식, 이미 죽었어! 죽었는데 살아 움직이는 거라고!”

    진혁의 망자들과 싸우다 죽은 헌터들은, 그대로 살아나 동료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망자가 된 헌터들이 가진 강력한 이능이 어떠한 제약도 없이 쏟아져나오자, 살아남은 헌터들은 밀릴 수밖에 없었다.

    협회장, 에이미는 이 참혹한 광경을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바라봤다.

    “이건…… 이건 전쟁이 아냐.”

    일방적인 살육이자, 불공정한 싸움이었다.

    아군은 적을 죽일 수 없고, 적은 아군을 죽일 수 있다.

    게다가, 죽은 아군은 다시 되살아나 적의 편으로 돌아선다.

    그녀가 이 말도 안 되는 전쟁에 대해 깨달았을 때에는, 이미 상황은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망가져 있었다.

    “후퇴, 후퇴해! 일단 이곳에서 어떻게든 살아…….”

    패배를 직감한 에이미는 남은 헌터들이라도 살리기 위해 후퇴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그녀는 끝까지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쐐애애액!

    저 멀리서, 총탄처럼 빠른 속도로 날아드는 붉은 색의 거검.

    콰드득!

    S급 헌터인 그녀를 보호하는 온갖 보구와 마법 술식을 가볍게 꿰뚫은 거검은, 곧장 에이미의 몸 한복판에 꽂히고도 모자라 땅에 박혀 들었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커, 커헉…….”

    단말마와 함께, 그녀의 눈에서 생기가 사라졌다.

    ―협회장을 제거했습니다.

    검을 날린 식귀, 성준이 그 모습을 보고 진혁에게 보고했다.

    진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머지도 놓치지 마라. 한 놈도 남겨 두어선 안 된다.”

    도망치는 헌터들을 바라보는 그의 눈이, 차갑게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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