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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명가 초월급 네크로맨서-146화 (146/174)

헌터명가 초월급 네크로맨서 (146)

허드슨강의 하구에 위치한 로우어 만.

하루에도 수십 대의 선박이 오가는 뉴욕의 관문 근처에, 북두칠성이 새겨진 거대한 비행정 하나가 떠 있었다.

검독수리.

세계 어디든 한 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는 가공할 속도를 가진 비행정의 격납고에 탄 것은 사람이 아니었다.

해골, 식귀, 용, 전갈사자.

이미 죽었으나, 망령군주의 명령에 의해 다시 되살아난 망자들.

주인인 진혁의 명만을 기다리며, 그들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저 고렘…… 정말이지, 볼 때마다 대단해.

전갈사자, 민호는 가동을 멈춘 고렘을 바라보며 연신 감탄했다.

네 발 동물의 모습을 한 망자였지만 그의 본래 신분은 강철마탑의 부탑주.

마도공학을 활용해 온갖 보구를 만들어 내는 것이 주 업무인 강철마탑의 마법사가 볼 때, 눈앞의 고렘은 그야말로 마도공학이 극한에 이르러서야 다다를 수 있는 경지였다.

―마법자아가 아니라 영혼을 심어 넣은 고렘이라니, 어떻게 이런 생각을…….

딜레이 때문에 행동이 굼뜬 마법자아와 달리, 영혼을 불어넣은 고렘은 마치 살아있는 사람처럼 움직인다.

수동적이고 느리다는 고렘의 편견을 완전히 깨부순 사례가 바로 눈앞에 있었으니, 그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도 당연한 일.

―그렇다면, 저희의 육체도 저 고렘으로 바뀌겠군요.

감탄하는 민호에게 대답한 것은 성준이었다.

―영혼을 불어넣어 움직이는 고렘이라면, 사실 저희 육체와 별다를 것도 없으니까요. 진혁 님께서도 염두에 두고 있을 것 같습니다.

구성물이 유기체냐, 무기체냐의 차이일 뿐 본질적으론 망자들의 육체와 동일한 것이 고렘.

―식귀의 몸도 분명 강하긴 하지만 한계가 있었는데, 사람처럼 움직일 수 있는 고렘이라면 좀 더 편리하겠어요.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는 듯, 식귀가 쓴 투구의 눈구멍이 번쩍하고 빛났다.

―허, 저 쇳덩이가 새로운 육체가 된다고? 좀…… 찝찝한데.

―뭐, 그럼 지금 그 뼈다귀는 멀쩡해 보이는 줄 알아?

고렘을 영 못미더워하는 자이츠의 말에 멜리나는 코웃음 쳤다.

―뼈다귀라니! 이건…….

용의 말에 자이츠가 발끈해 뭐라 말하려던 그때.

기이잉!

가동을 멈춘 고렘이 갑자기 울부짖기 시작했다.

―뭐야, 얘 멈춘 거 아니었어?

―무슨 일이야?

고렘의 마력엔진이 작동을 시작하면서 들리는 저주파음.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나자, 망자들은 당황해 의문서린 눈으로 고렘을 바라봤다.

그리고, 채 몇 초가 지나기도 전.

콰아아아!

강철거인의 등 뒤에 달린 추진기가 푸른 불꽃을 뿜어내며 고렘을 하늘 높이 밀어올렸다.

곧, 고렘은 순식간에 작아져 별처럼 반짝였다.

―뭐, 뭐야. 왜 제 멋대로 움직이는건데.

황당한 표정으로 고렘이 사라진 하늘을 올려다보던 멜리나가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 모습을 보던 민호는 뭔갈 깨달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주인이 부른 모양이군.

―진혁 님이 말입니까?

민호의 말을 들은 성준이 긴장한 듯 등 뒤에 찬 장검에 손을 가져다댔다.

뉴욕에서 연맹의 총회에 참석한 진혁이 느닷없이 자신들을 부를 이유는, 단 하나 뿐이었으니까.

‘적이다.’

마인, 혹은 괴수.

어느 쪽이건, 자신들의 힘이 필요한 때가 된 것이다.

―에휴, 이번엔 좀 한가한가 싶더니…….

―설마, 주인님께 불만이라도 있는 게냐, 제자야?

―불만은 무슨! 아니, 그보다 내가 언제부터 제자였다고 그래?

그것은 성준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었는지, 다른 망자들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장비를 점검했다.

이내.

―와라, 곧 마인들이 올 거다.

군주의 명령이 그들의 영혼과 연결된 선을 타고 전해진 순간.

―네, 진혁 님.

―조금만 기다리시오!

―어휴, 정말.

5분 뒤에 도착하겠습니다.

망자들을 일제히 답하고는 분주하게 움직였다.

주인의 명을 따르기 위해.

자유의 여신상.

영국으로부터 독립해 공화국이 된 미국의 상징이자 뉴욕의 랜드마크.

하지만, 리버티섬 위에 홀로 도도하게 서 있어야 할 자유의 여신상 주변엔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들이 새롭게 서 있었다.

각기 다른 크기와 모양을 지닌 수백의 검은 괴수들.

전신에 금속으로 만들어진 갑주를 착용했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공통점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생김새였지만.

그들은 모두 한 사람, 아니 한 마인의 명령을 받고 있었다.

―너희의 희생, 잊지 않겠다.

나이트.

철가면 아래로 들려오는 그의 굳건한 목소리 한편엔 안타까움이 녹아 있었다.

각기 다른 모습의 괴수로 변한 저들이,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지 못할 것이란 것을 알기 때문에.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단장님.

―마왕을 위해서라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괴수가 된 그의 부하들은 단장을 원망하지 않았다.

이날이야말로, 그들이 바라고 바랐던 대전쟁의 시작이었으므로.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순간에 참여하기 위해서라면, 목숨이나 육체 따위는 얼마든지 내던질 수 있었다.

그들의 마음이 전해진 것일까.

나이트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가, 간신히 입을 열었다.

―……알았다, 가라!

단장의 명령이 내려진 순간.

촤아아악!

수백의 괴수들이 허드슨강에 몸을 담갔다.

목표는, 강 건너에 있는 국제헌터연맹과 수많은 헌터들.

“저 녀석들, 대체 어디서 나타난 거야?”

“그게 중요한 게 아냐, 일단 공격해!”

뉴욕을 지키는 헌터들은 강 한가운데서 갑자기 등장한 괴수 떼에 당황했지만, 그들은 곧 괴수들을 향해 검과 마법을 겨누었다.

우우웅!

그와 함께 강 너머로 쏟아지는 마나와 오러 덩어리들.

하나하나가 삼 품, B급 이상에 해당하는 자들이었으니 그 위력은 평범한 괴수가 견딜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상대가, 평범한 괴수가 아니란 게 문제였지만.

티잉!

괴수들을 향해 쏘아낸 마법과 오러들은 놈들을 도륙하는 대신 괴수들의 몸을 뒤덮은 금속에 부딪혀 사방으로 튕겨 나갔다.

콰아앙!

“마법을…….”

“튕겨내?”

괴수 대신 튕겨 나간 공격에 두들겨 맞은 자유의 여신상이 옆으로 쓰러지자, 헌터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젠장, 우리 수준으론 어림도 없어!”

“지원은 언제 오는 거야? 근접능력자가 필요해!”

“마법도, 오러도 먹히지 않는 상대라니………!”

원거리 공격은 놈들의 장갑에 막혀 튕겨 나간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근접해서 장갑의 사이에 난 틈을 노리는 것뿐.

허나, 괴수의 물결 앞에 검 한 자루만을 들고 설 수 있을 만한 용기를 지닌 사람은 이 자리에 존재하지 않았다.

“우린…… 다 죽을 거야.”

“약한 소리 하지 마! 지원이 올 때까지 시간이라도 끌어야 해.”

강의 반대편에 거의 도착한 수백 마리의 괴수들을 바라보며, 뉴욕의 헌터들은 서서히 희망을 잃어 갔다.

다행히도.

쐐애액!

지원은, 그들의 생각보다 조금 더 일찍 도착했다.

“지원이다!”

“우린 살았어!”

자신들보다 강력한 헌터라면, 저 괴수들의 파도를 충분히 막아 낼 수 있으리라.

공기를 찢는 날카로운 소리를 듣자마자, 죽어 있던 헌터들의 눈이 다시 살아났다.

하지만.

쿠웅!

그들을 지원하러 온 자들은, 사람이 아니었다.

“괴, 괴수?”

수많은 해골들과 식귀, 비룡을 닮은 용과 전갈사자.

그리고, 그 중심에 선 은색의 고렘.

다름 아닌, 진혁이 이끄는 망자들이었다.

―주인, 괴수들의 장갑이 심상치 않군요.

멜리나의 등에 올라탄 진혁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들려온 것은 민호의 목소리였다.

―마나에 저항을 가진 물질인 것 같은데, 저도 처음 보는 물건입니다.

두려움보다는 호기심으로 반짝이는 목소리.

국내 제1의 마탑, 강철마탑에서 부탑주의 자리에 올랐던 남자의 말이니, 아마도 마인들이 새롭게 개발한 것이리라.

‘그러면, 상대하기 힘든가?’

마법도, 오러도 튕겨 내는 장갑으로 온몸을 두른 상대라면, 상대하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으리라.

허나.

민호의 답은 간단했다.

―그럴 리가요, 빈틈만 노리면 됩니다. 결국, 저 장갑이 내부까지 보호해 주지는 않으니까요.

―그러니까, 빈틈만 골라서 찔러 넣으란 거지?

―쉬운 일이군요.

타앗!

민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자이츠와 성준이 강변을 향해 내달렸다.

각기 얼음과 불의 정령력으로 강화된 오러가 뒤덮인 검을 꼬나쥔 망자들은 순식간에 괴수와의 거리를 좁혔다.

곧, 그들의 검이 빛났다.

푸욱!

―뭐야, 쉽잖아.

―이 정도라면, 스켈레톤들로도 충분히 가능하겠군요.

약점을 몰랐다면 모를까, 이미 알아챈 순간 파훼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푸푹!

둘의 검이 한 번 빛날 때마다 괴수 하나가 목숨을 잃었다.

장갑의 틈 사이를 노려 공격하는 정밀한 검술 앞에선 마나와 오러를 튕겨내는 장갑도 별 소용이 없었다.

—……!

순식간에 열 마리 넘는 괴수가 깊은 강물 속으로 사라지자, 두 망자를 공격하려던 괴수들은 알 수 없는 울음소리와 함께 목표를 바꿔 흩어졌다.

괴수들을 포위하듯 둘러싼 스켈레톤들과 그 뒤의 헌터들.

“온다!”

“장갑의 틈을 노려!”

파도처럼 밀려오는 괴수들을 향해, 해골들과 인간들이 무기를 치켜들었다.

허나, 그들과 괴수의 파도가 만나기 직전.

쏴아아아!

하늘로부터, 전조도 없이 회색의 비가 괴수들을 향해 쏟아져 내렸다.

신이 일부러 비구름을 모으기라도 한 듯, 정확히 괴수들이 모여있던 자리에 쏟아지는 빗줄기.

‘이건.’

빗줄기에서 느껴지는 미약한 신성력에 진혁의 눈이 이채를 띄었다.

곧.

―……!

쿠웅!

하나둘씩 쓰러지는 괴수들 사이로, 누군가의 모습이 보였다.

낡아빠진 잿빛 망토를 걸친 채, 등에 달린 한 쌍의 회색 날개를 이용해 하늘에 떠 있는 남자.

진혁은 그자의 정체를 잘 알고 있었다.

‘성자.’

엄숙한 표정으로 기도하는 성자를 올려다보며, 진혁은 표정을 굳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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