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8화
웅웅웅웅-
나의 손가락이 오리하르콘 더미에 닿자.
무형의 기운이 손가락을 타고 내 몸 안으로 흘러 들어왔다.
‘으으음…….’
순수하지만 강렬한 기운이 몸을 휘젓고 지나다닐수록, 소멸과 창조의 힘이 증폭되어 갈수록.
점차 나는 나의 몸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
‘이건…….’
신력이 증폭되어 갈 때마다.
점차 나의 영혼이 몸을 벗어나려 한다.
‘음… 일단 계속 오리하르콘을 흡수하지 말고 한계치까지만 흡수할까.’
아직 육신을 벗어던지고 진정한 신으로 등극하기엔 해야 할 일들이 너무도 많았다.
‘거기다가 완전한 신이 되어 버리면 내가 개입하기도 쉽지 않아질 테니까.’
베논이 고룡들을 몰살한 뒤.
칩거에 들어간 것만 봐도 개입의 여파를 능히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 아직은 아니야. 그래도 일단 이 정도로 흡수를 했으면 두 신과 싸워도 쉽사리 무너지진 않겠지.’
* * *
약속했던 2주를 꽉 채운 뒤.
나는 다시 페이트 왕국으로 돌아갔다.
“돌아오셨군요. 기도는 잘하고 오셨습니까?”
별관으로 돌아온 나는 레논을 보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2주간 금식하며 간절히 베논 님을 부르짖었지만… 별말은 없으셨습니다.”
“허어…….”
안타까움을 이기지 못한 듯 크게 탄식하는 레논.
“그렇다면 저희는… 정말로 신탁을 따라 양민들을 학살해야 하는 겁니까?”
“음…….”
‘베논이 휴식기에 들어갔으니 당장 그럴 필요는 없겠지.’
하지만 베논이 제자리로 돌아온다면.
이 안건은 다시금 우리의 골머리를 아프게 만들 터였다.
‘차라리 베논의 상태가 온전치 않은 지금 뭔가 변수를…….’
내가 고민에 잠기어 가던 그때.
“흑남님! 부탑주님! 큰일 났습니다!”
갑자기 한 흑마법사가 화급히 우리를 향해 달려왔다.
“무슨 일이지?”
“적들이… 적들이 쳐들어오고 있답니다!”
‘적? 설마 레바논에서 움직인 건가?’
페이트를 침공하고도 우리가 군세를 물리지 않은 걸 보고.
잠시 내전을 중단한 뒤 전쟁에 참전한 것일지도 모른다.
“어느 왕국이지?”
“그것이, 도미닉 왕국과 드루이드 그리고 백탑이 연합한 연합군이라고 합니다.”
전령의 말에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드루이드랑 마법사들이 손을 잡았다고?’
자연을 신봉하고 또 사랑하는 드루이드와 달리.
마법사들은 자연 또한 마법의 일부일 뿐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두 세력 간에 마찰도 많았기에 서로 손잡을 가능성은 낮을 거라 예상했건만.
‘아무래도 우리가 페이트 왕국을 점령한 게 저들에게 큰 위기감을 줬던 모양이네. 완전… 개꿀인데?’
그러잖아도 마신의 명령을 거역할 명분이 없어 고민하던 중에.
저쪽이 알아서 명분을 만들어 주러 올 줄이야.
‘적들과 싸운다는 핑계로 전쟁을 최대한 질질 끌면, 구태여 베논의 신탁을 안 따라도 되겠지.’
신탁을 따르고 싶었으나.
적들의 파상 공세로 인해 못 따랐다고 하면 될 테니 말이다.
예상 밖의 호재에 나는 새어 나오려는 미소를 삼키곤 덤덤히 물었다.
“적의 병력은?”
“아직 정확히 확인되진 않았으나 약 20만 정도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20만?!”
나와 달리 크게 놀란 레논이 전령에게 연거푸 질문을 쏟아 낸다.
“허… 20만이라니. 드루이드와 마법사들을 다 합쳐도 5만이 안 될 텐데. 도미닉이 전군을 보내기라도 한 건가?”
“그 부분도 영향이 있겠습니다만… 들어온 첩보에 따르면 비취 숲의 엔트들도 대거 참전을 했다고 합니다.”
“아.”
‘엔트들도 참전을 했다고?’
엔트.
드루이드들의 친우이자 평생을 숲에서 서식하는 나무의 정령들로.
그들을 전장에서 맞닥뜨릴 일은 굉장히 희박하다고 한다.
‘그 게으름뱅이들까지 몸을 일으켰을 줄이야. 이번 전쟁에 진짜 위기감이 들긴 한 모양이네.’
설마 저들이 종족, 직업을 떠나 하나의 이념 아래에서 뭉칠 줄이야.
“허 참… 설마 엔트들까지 나설 줄은 생각도 못 했습니다.”
“아무래도 페이트 왕국을 점령한 게 저들의 위기의식을 건드린 모양입니다.”
“어쩌시겠습니까?”
레논의 물음에 나는 덤덤히 대답했다.
“어쩔 수 없군요. 일단 신탁을 이행하기보단 눈앞의 불부터 끄는 게 맞지 않겠습니까? 일단 병력을 모으죠.”
“예!”
* * *
한편 같은 시각.
천계.
[그래. 대륙의 운명이 걸려 있는데, 움직여야지.]
레바논이 진군 중인 드루이드들과 마법사들을 내려다보며 희미한 미소를 짓는다.
[정말 레바논 님의 계획대로 착착 진행이 되고 있어요!]
[그래. 일단은 말이야. 하지만 정령신들과 베논이 싸우기 전까지 안심할 수는 없다.]
레바논의 말에 옆에 있던 천사가 나지막이 묻는다.
[그런데 과연 베논이 나설까요? 이미 세계에 개입한 여파가 심해서 사릴 것 같아요.]
[아마 그렇겠지. 하지만 흑마법사들이 전쟁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승리하려는 낌새가 보인다면, 좋건 싫건 정령신들도 움직일 수밖에 없을 거다. 그럼 베논도 어쩔 수 없이 나설 수밖에 없겠지.]
[그럼 베논이 정령신들과 싸워서 이기건 지건…….]
레바논이 스산한 미소를 지으며 천사의 말을 이어받아 말한다.
[그땐 내가 직접 나서서 베논을 소멸해야지.]
미소를 머금은 채 말을 이어 가는 레바논.
[내가 베논의 힘을 빼앗아 온다면 구태여 세계를 멸망시킬 필요도 없겠지.]
[그럼요! 그땐 레바논 님께서 아가멤논의 힘을 온전히 습득하시는 게 되는 거잖아요.]
[그래. 네 말이 맞다. 거기다가 아가멤논의 후계자도 내가 직접 찾아서 죽이면 되고.]
[정말 엄청난 묘수인 것 같아요!]
천사의 알랑방귀에도 레바논은 아랑곳 않고 지상에 있는 흑남을 내려다봤다.
[다만, 일이 뜻대로 돌아가려면 흑남이 잘 싸워 줘야겠지.]
* * *
다음 날, 점심.
페이트 왕국 왕성.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지금이라도 흑마법사들과의 관계를 끊어 내야만 합니다!”
“그렇습니다! 만약 연합군이 대승을 거두기라도 한다면, 그들은 우리에게 흑마법사들과 손을 잡은 죄를 물을 것입니다!”
“그러니 오히려 흑마법사들을 도와 전쟁을 치러야 하는 것 아닙니까?! 우리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길로 들어섰다는 걸 왜 모르시는 겁니까?!”
“지금이라도 잘못된 걸 바로잡을 생각을 해야지, 그게 무슨 망발이오!”
세 세력이 연합한 연합군이 페이트로 오고 있다는 소식이 왕궁을 강타한 탓일까.
귀족들은 두 파로 나뉘어 온종일 으르렁거리며 좀처럼 자신들의 주장을 꺾지 않았다.
“하아…….”
결국 이렇다 할 소득 없이 회의가 파하자.
나밀라 여왕은 한숨을 내쉬곤 엘런 백작을 응시했다.
“엘런, 내가 어찌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지?”
“주신 랄프께서 지금은 환란의 시대라고 제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우리는 흑마법사들한테 나라를 빼앗기는 수모를 겪었습니다. 즉, 환란의 시대는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뜻이지요.”
“그럼 네 말은 흑마법사들이 이번 전쟁에서 승리할 것이라는 뜻이냐?”
여왕의 물음에 엘런 백작이 고개를 끄덕여 보인다.
“그렇습니다. 주신님의 말씀대로 환란은 지속될 것입니다. 그러니 전쟁에 최대한 간섭하지는 않되 흑마법사들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국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봅니다.”
“으음… 하지만 이번 기회가 환란을 벗어날 절호의 기회일 수도 있지 않겠느냐.”
“그리 생각하시는 것도 지당한 일입니다. 하나 저는 주신님의 말씀을 어겼다가 페이트에 더 큰 환란이 찾아오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엘런 백작이 진정으로 충언을 올리자.
“후우… 일단은 알겠다. 물러가 보거라.”
여왕은 엘런 백작을 내보내고 시름에 잠겼다.
“주신이시여… 저는 도대체 어찌하면 되겠습니까…….”
* * *
한편, 같은 시각.
[…주신이시여, 저는 어떠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것입니까.]
별관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중.
내 머릿속으로 여왕의 기도가 울려오자 나는 생각에 잠겼다.
‘흠… 아무래도 페이트 왕국이 두 파벌로 나뉜 모양이네.’
연합군의 기세가 워낙 만만치 않았기에.
페이트 왕국이 흔들리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왕국의 운명이 걸린 일이니까. 하지만… 이 기도엔 굳이 응답해 줄 필요가 없을 것 같네.’
아무리 그녀가 나의 신도가 되었다고 해도.
내가 모든 걸 알려 줄 필요도, 그러할 의무도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왕이 어떤 선택을 내릴지 궁금하기도 하고.’
그녀가 과거, 내가 내렸던 신탁을 전심으로 믿는다면 지금의 태도를 고수하겠으나.
만약 나에 대한 의심이 남아 있다면 연합군의 손을 잡을 수도 있을 터.
‘잘못된 결정을 내린다면… 그에 합당한 벌이 따를 거다. 그보다 그건 그렇고, 내일 있을 회담도 준비해야 되는데.’
오늘 아침.
연합군 측에서 우리와의 회담을 원한다는 서신을 보내온 터라.
내일 연합군과의 회담이 잡혀 있었다.
‘어디… 또 무슨 헛소리를 하려고 하는지 들어나 볼까.’
* * *
다음 날, 점심.
숲 한가운데 차려진 회담 장소에 도착한 난.
맞은편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한 명씩 응시했다.
‘옷차림을 봐선 저 노인이 백탑주일 거고, 저 사람이 드루이드들의 수장인가? 겉보기엔 별것 없는 것 같은데.’
내가 사람들의 면면을 살피던 중.
백탑주로 보이는 노인이 천천히 입을 연다.
“일단 백탑을 대표하여 회담 요청에 응한 흑남에게 감사를 표하는 바이네.”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해져서 말이야.”
내가 심드렁하게 대꾸하자.
백탑주가 나를 보며 나지막이 말한다.
“지금 자네들은 심각한 죄를 저지르고 있네. 알고는 있나?”
“심각한 죄?”
“그렇다네. 대륙의 질서를 어지럽히고 수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있는 게 죄가 아니라면 뭐겠는가? 하나! 아직 그 죄를 용서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네.”
백탑주는 나를 비롯하여 흑마법사들을 주시하며 계속 말을 이어 갔다.
“지금이라도 페이트에서 군세를 물리고 검은 대지로 돌아가게. 그리하면 우리 또한 병사를 물리겠네.”
“우리보고 물러나라고?”
‘겨우 만나서 한다는 소리가 이딴 거였어?’
나는 어이가 없어 피식 웃으며 백탑주를 바라봤다.
“이봐, 겔런. 뭔가 착각하는 것 같은데, 나는 그쪽의 권고나 들으려고 이 자리까지 나온 게 아니야.”
“…뭐라고?”
“오히려 나야말로 그쪽에 권고하고 싶은데. 전면 항복 해라. 그러면 너희의 목숨만큼은 보존할 수 있을 거다.”
도발에 가까운 나의 발언에 겔런 백탑주의 표정이 점차 어두워져 갔다.
“…그럼 끝까지 싸우겠다는 건가? 정녕 대륙을 파멸의 길로 밀어 넣어야만 만족하겠나?!”
“멸망이라니?”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을 이어 갔다.
“대륙의 주인만 바뀔 뿐이지 달라지는 건 없어. 그리고 파멸이라는 말은 나와 맞지 않는 것 같은데. 난 대륙을 구원하기 위해 이러고 있는 것뿐이다.”
점령하고 정복하여 사람들의 몰살을 막는다.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었다.
“…구원?”
“그래. 구원.”
“감히 학살자들이 구원을 논해?!”
백탑주의 옆에 앉아 있던 여인이 분노하며 벌떡 일어났으나.
나는 느긋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학살자라니? 어디까지 우리를 쓰레기로 보고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우린 막무가내로 사람을 죽이지 않아. 그저 필요하면 할 뿐이지.”
“헛소리!”
분노한 드루이드의 수장의 입에서 벼락 같은 일갈이 튀어나왔다.
“궤변이라니? 그냥 솔직하게 말하는 게 어때? 우리한테 비취 숲을, 터전을 잃을까 봐 겁난다고. 그리고 겔런 백탑주 당신도 좀 더 솔직해져. 백탑이 지금의 위치를 잃진 않을까 걱정된다고 솔직하게 말을 해.”
“뭐, 뭐라고?”
백탑주가 헛웃음을 흘리자.
나는 빈정거리며 계속 말했다.
“그렇잖아? 우리가 이 전쟁에서 승리하면 흑마법이 백마법보다 우위에 있다는 게 여실히 드러나는 셈이니 말이야. 왜? 우려했던 일이 대륙에 까발려질까 봐 두렵나?”
“이, 이 간악한 놈이…….”
시종일관 평온한 표정을 유지하던 백탑주의 얼굴에도 혈관이 잡히자.
회담의 분위기는 삽시간에 험악해져 갔다.
“더 이상은 못 들어 주겠네요. 겔런 님, 놈들과는 대화가 통하지 않아요. 무의미할 뿐이라고요!”
드루이드의 수장인 여인이 더는 못 참겠다는 듯 활을 꺼내어 들려 하자.
겔런은 황급히 그녀를 진정시킨다.
“후우… 일단은 진정하게. 오늘은 싸우러 온 게 아니라 대화를 하러 온 것이지 않나.”
“…사죄하죠. 감정이 조금 격해졌네요.”
여인이 활을 내리자.
겔런 백탑주는 다시 나를 보며 운을 뗐다.
“정녕 이 전쟁을 멈출 생각은 없는 건가?”
“그럼 이런 건 어때. 2만의 드루이드가 우리의 밑으로, 노예가 되겠다고 선포한다면 우리 또한 진군을 멈추지.”
“저 간악한 새끼가 감히…….”
화르르르륵-
나의 도발에 눈이 뒤집힌 것일까.
여인의 어깨 너머로 새의 형상을 한 불의 정령이 튀어나와.
당장이라도 나를 향해 공격할 태세를 갖추었다.
“마이브, 진정하게.”
“진정이요? 저런 모욕을 듣고도 참으라고요?”
마이브라 불린 여인이 나를 죽일 듯 노려보며 소리 친다.
“그래도 대화가 통할 거라 생각했는데 내 생각 이상으로 쓰레기였군. 목이나 씻고 기다려라, 네 놈의 목을 베어다가 비취 숲의 입구에 영원히 걸어 둘 거니까.”
“아, 그래?”
그에 나도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너희도 진심으로 목숨을 거는 게 좋을 거야. 만약 너희가 전투에서 패배한다면, 그날로 드루이드라는 존재들은 영원히 흑마법사들의 노예로 살게 될 거다.”
* * *
회담이 끝나고 2주 뒤.
“애덤성에서 긴급 서신이 도착했습니다! 1만 엔트들과 드루이드들의 집중 공세가 이어지고 있어, 급히 지원병을 파견할 것을 요청해 왔습니다!”
“10만의 대군이 안트라성을 두드리고 있다고 합니다!”
마침내 연합군과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흑남님! 큰일 났습니다! 베이르성이 적군에게 함락됐다고 합니다!”
“바밀리아성 또한 함락 직전이라고 합니다!”
연합군을 쉽사리 물리칠 것이라는 기대감과 달리.
저들의 기세가 워낙 강한 터라 우리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음… 다른 곳은 몰라도 바밀리아성은 최전방이라 병력을 꽤 배치했었는데, 그걸 뚫었다고?’
각 병단들이 전장에서 분전 중이라는 보고도 속속 올라왔으나.
승전보보단 패전보가 대부분이었다.
‘씁… 대륙의 정예들이라 그런지 확실히 다르긴 한가 보네.’
백탑과 드루이드.
대륙을 지탱하던 거목들이라 그런지 역시 무시하지 못할 존재들이긴 했다.
‘내가 움직여야 되나.’
이대로 전쟁을 방치했다간 페이트 지부가 적들의 손에 넘어가게 될 터.
내가 깊이 고심에 잠겨 있던 중.
[내 생각 이상으로 형편없네요.]
불현듯 나의 머릿속에 레바논의 음성이 울려왔다.
[형편없다니요?]
[그럼 그만한 병력을 가지고도 지고 있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요?]
레바논의 빈정거림에도 나는 최대한 무심함을 유지했다.
[결국 우리가 이길 겁니다.]
[아니요. 그대로 갔다간 질 게 훤히 보이네요.]
[조롱이나 하려고 오신 겁니까?]
‘거참, 할 일 없는 여신일세.’
내가 속으로 혀를 차던 중.
다시금 레바논의 목소리가 울려왔다.
[그러니 제가 좀 도와주도록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