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8화
나의 대답에 화들짝 놀란 올밀이 두 눈을 휘둥그렇게 뜬다.
“에델만 공작이 말입니까? 하지만…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정말 흑남님을 초대하고 싶었던 거라면 사람을 보내면 됐을 터인데, 왜 이런 번거로운 방식을 사용한 걸까요?”
“글쎄. 관심받는 걸 좋아하는 성격을 갖고 있는지도 모르지.”
“초청에… 응하실 겁니까?”
조심스러운 올밀의 물음에 나는 어깨를 으쓱여 보였다.
“고민 중이야.”
“하나, 만약 흑남께서 말씀하신 대로 이 모든 일이 에델만 공작이 꾸민 일이라면… 전 초청에 응해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가지 않으면? 백스 자작의 목이 달아나는 걸 방관하자는 건가?”
나의 질문에 올밀은 송구스러워하며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닙니다! 다만… 페른의 내부 사정 때문에 흑남님께 큰 실례를 끼치는 것 같아 그 점이 죄송스러워서…….”
“나도 백스 자작이 감옥에 갇히는 데 조금은 일조한 부분이 있으니 그리 생각할 필요 없어.”
나는 올밀을 보며 덤덤히 말을 이어 갔다.
“그보다, 아델만 공작의 거처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겠지?”
“예? 아, 예!”
“정 미안한 마음이 들거든 나와 동행을 하면 되겠네.”
나의 말에 고심하는 올밀.
“알겠습니다. 에델만 공작의 저택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하나 그는 곧 결의 찬 표정으로 내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 * *
두어 시간 뒤.
우리는 마차를 타고 왕성을 나가 어느 한 대저택 앞에 도착했다.
“이곳입니다. 이곳이 바로 에델만 공작이 왕도에 있을 때 거주하는 저택입니다.”
올밀의 설명이 끝나자.
나는 고개를 들어 대저택을 응시했다.
‘어두워서 그런가. 공작이 사용하는 저택치곤 뭔가 적막한 것 같네.’
하인들도, 시녀들도 모두 잠이 들었을 시간이라 그런지.
어딘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저택 주변을 맴돌고 있는 것 같았다.
따각, 따각-
그러던 그때 저택 입구 부근에서 희한한 소리가 울려왔다.
‘저건…….’
이윽고 입구에서 웬 등불을 든 노인이 모습을 드러냈는데.
오른발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나무로 된 작대기가 자리하고 있었다.
“흑남님이시지요? 주인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들어오시지요.”
“…….”
‘흠… 함정의 냄새가 풀풀 나긴 하는데, 그렇다고 여기서 발을 뺄 수는 없지.’
“안내해라.”
“이쪽으로 오시지요.”
나와 올밀은 노인을 따라 정원으로 들어섰다.
‘음…….’
저택으로 이동하는 중.
일렁이는 등불을 따라 여인으로 보이는 조각상들이 어렴풋이 모습을 보였다.
‘저 조각상들은 사별한 아내의 조각상인가?’
“정말 공작이 아내를 많이 아끼긴 한 모양이네.”
“예…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올밀은 이런 분위기가 익숙지 않았는지 마른침을 꿀꺽 삼켜 보였다.
“자, 이쪽으로 오시면 됩니다.”
노인의 안내를 따라 저택으로 들어서자.
화륵-
복도 곳곳에 걸린 횃불들이 환하게 빛을 발했고.
‘아니… 아무리 사랑했다고 해도 그렇지. 이렇게까지 하나?’
곳곳에 자리한 여인의 초상화들을 보며 나는 혀를 내둘렀다.
“들어가시지요. 공작님께서 안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이윽고 노인이 정중히 문을 열자.
“어서 오게. 기다리고 있었네.”
촛불들이 일렁이는 새벽녘 같은 거실에서 중년의 남자가 나를 반가이 맞이했다.
“저 남자가 에델만인가?”
“예, 바로 저 사람입니다.”
나는 올밀의 속삭임을 들으며 무심히 인사를 건넸다.
“흑남이다.”
“소문은 익히 들어 알고 있네. 하인의 신분을 뛰어넘어 이제는 흑마법사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불세출의 행정가라 들었지.”
‘…행정가?’
내 속내를 읽은 건지.
에델만 공작이 웃으며 말을 이어 갔다.
“행정가라는 말이 거북했다면 사죄하지. 하지만 흑마법보단 행정 능력이 더 돋보이는 것 같아 그리 말한 것뿐이네.”
‘일부러 날 도발하려고 저런 소리를 하는 건지, 아니면 진심으로 하는 소리인지. 뭐, 어느 쪽이건 상관은 없지만.’
내가 행정가건 흑마법사건 지금 그게 뭐 그리 중요할까.
‘지금은 에델만 공작의 의중을 파악하고 백스 자작의 무고함을 밝히는 게 더 중요한 일이야.’
“딱히 신경 쓰지 않는다. 그보단 네가 나한테 쏘아 보냈던 화살의 저의가 더 궁금한데.”
“하하하, 보기보다 성격이 급하군. 밤은 충분히 기네. 차라도 한잔하며 느긋하게 대화를 나누는 게 어떻겠나?”
에델만 공작이 고개를 까딱거리자.
검은 로브를 두른 이가 슬며시 나와 올밀 앞으로 와 찻잔을 내려놓곤 차를 따라 준다.
“…들기 전에 먼저 이야기부터 끝냈으면 하는데. 난 아직 질문의 대답을 듣지 못했다.”
내 말에 공작은 손수건으로 입가를 훔치곤 빙긋 미소를 지었다.
“초대장을 보낸 이유가 그리도 궁금했나? 그야 자네가 흑남이니까 보낸 거네.”
“그게 무슨 말이지?”
“말을 하기에 앞서… 자네는 잠깐 나가 있게.”
에델만 공작이 올밀에게 축객령을 내리자.
공작의 명령에 올밀은 별수 없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자, 듣는 이도 사라졌으니 이제 솔직하게 이야기해 보지. 질문에 답하기에 앞서, 카밀라 공주가 흑탑에 무언가 제안을 했으니 자네가 병력을 이끌고 페른에 왔을 거라 생각하네만. 내 말이 맞나?”
“그래서?”
“잘 생각해 보게. 냉정히 봤을 때, 페른이 멸망하건 말건 흑탑에는 아무런 손해가 없네. 그건 인정하나?”
에델만 공작의 물음에 나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건 분명한 사실이다. 그래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지?”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너무 필요 이상으로 페른의 정세에 개입할 필요가 없다는 거네.”
에델만 공작이 허허 웃으며 말을 이어 간다.
“백스 자작이 죽건 아니면 페른의 깃발이 연합군의 발에 짓밟히건 말이지.”
“물론 그건 내가 신경 쓸 일이 아니야. 하지만 이쪽은 카밀라 공주의 요청을 받고 군세를 일으켰다. 일개 공작의 명령이 공주의 명령보다 우선시될 수 있다고 보나?”
나는 에델만 공작의 말에 반박하며 넌지시 한마디를 덧붙였다.
“그리고 명색이 일국의 공작이라는 작자가 겨우 여인 한 명 때문에 나라를 팔아넘기려는 모습도 썩 보기 좋아 보이지는 않는 것 같은데.”
그에 에델만 공작이 몸을 움찔거린다.
“…무슨 말을 하는 거지?”
“떠돌이 흑마법사들이 네게 어떤 바람을 넣었는지 몰라도, 신이 아닌 이상 죽은 자를 소생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야.”
“소생이… 불가능하다고?”
에델만 공작이 침묵하자.
나는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며 입을 뗐다.
“정말 죽은 아내가 살아날 수 있다고 생각하나?”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군.”
“좀 더 솔직해지는 게 어때? 페른의 정세에 개입하지 말라 경고나 하려고 날 부른 게 아닐 텐데?”
내가 떠보듯 넌지시 질문을 던지자.
에델만 공작은 잠시간 찻잔을 바라보다가 픽 웃음을 터뜨렸다.
“분명 페른에 온 지 며칠 안 된 것으로 아는데. 제법 조사를 많이 한 모양이야?”
“여러 조력자들의 도움이 있었지.”
“…그것 아나?”
어딘가 공허한 표정을 한 에델만 공작이 나지막이 말을 이어 간다.
“인간은 한없이 약하네. 특히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일을 맞닥뜨렸을 때, 그 무력감을 더 실감하게 되지.”
“그래서 흑마법사들과 손을 잡은 건가?”
나의 물음에 에델만이 서서히 입꼬리를 올린다.
“손을 잡았다? 그보단 서로 원하는 걸 걸고 거래를 한 것뿐일세. 나는 불투명한 나라의 미래를, 흑마법사들은 내 아내의 소생을 걸었을 뿐이지.”
마침내 공작의 입에서 모든 사실을 인정하는 발언이 나오자.
나는 어처구니가 없어 비웃음을 던지며 물었다.
“겨우 여자 한 명이 나라의 흥망보다 중요하다는 건가? 넌 그 두 가지의 무게가 같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지?”
“그건 정하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달라지는 법이네. 나는 내가 더 무겁다고 생각한 쪽을 택했을 뿐이야.”
공작이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단호히 말하자.
나는 속으로 혀를 차며 생각했다.
‘이건 뭐 설득 자체가 불가능한 수준이네.’
나라의 흥망을 생각하기보단 죽은 아내만을 위하는 공작이라니.
‘아내의 죽음이 이놈을 몽상가로 만든 건지, 아니면 그냥 애당초 책임감이 없던 놈인지 원…….’
“네 생각은 잘 알았다.”
“그럼 이제 내가 질문을 하지. 날 도울 생각은 없나?”
“…널 도우라고?”
에델만 공작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여 보인다.
“흑남은 행정가이기 전에 뛰어난 흑마법사라고 들었다.”
‘아까는 마법적으로는 부족하네 어쩌네 하더니, 무슨 말을 하려고 갑자기 올려 치는 거야?’
“그래서?”
“잠깐 나를 따라오겠나?”
서슴없이 에델만 공작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음…….’
나는 그런 그를 바라보다가 말없이 뒤를 쫓았다.
저벅-
거실을 나가 계단을 타고 지하로 내려가자.
피부가 서늘하다 느껴질 정도의 한기가 나의 오감을 자극해 왔다.
‘밑에 냉장고라도 설치해 뒀나. 왜 한기가… 아.’
지하의 한 방에 들어서자.
나는 어째서 지하실이 이토록 추웠는지 알 수 있었다.
“이건…….”
작은 얼음 궁전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사방이 얼음으로 된 방의 중심에는.
창백하다 느낄 정도로 새하얀 피부를 가진 여인이 죽은 듯 누워 있었다.
‘설마 저 여자가 공작과 사별한 부인인 건가. 하지만 좀 희한하네.’
분명 공작이 부인을 떠나보낸 지 못해도 몇 년은 지난 것으로 알고 있다.
한데 부인의 시체는 어찌 저렇게 멀쩡하단 말인가?
‘뼈만 남았어야 하는 게 맞는데. 설마 이 방 때문인 건가? 아니면 정말 흑마법사들이 소생을 성공하기라도 한 건 아니겠지?’
내가 잠든 것 같은 여인을 보며 고민을 이어 가던 중.
에델만 공작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어 왔다.
“어떻게 보나? 자네가 봤을 땐 소생이 가능하다고 보나?”
“아아…….”
‘왜 날 이곳에 데려왔나 했더니…….’
아무래도 에델만 공작은 불안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정말 부인의 소생이 가능한 것인지 내게서 확신을 얻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상태를 보면 알겠지.”
나는 덤덤히 여인의 앞으로 다가가 그녀의 상태를 면밀히 살피기 시작했다.
‘음……. 호오… 이것 봐라?’
솔직히 흑탑에 소속된 흑마법사들이 아닌 떠돌이 흑마법사들이 공작을 현혹하기 위해 달콤한 속삭임만 내뱉은 줄 알았건만.
‘이건 생각 이상으로 완성도가 높아.’
피부의 질감이나 눈동자의 색깔 그리고 찰랑이는 머릿결 등.
이 모든 것들을 종합하면 사람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사람이라면 반드시 갖고 있어야 할 인간의 원초적인 마력.
드루이드들은 태고의 영혼이라고도 부르는 그것이 이 시체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잘 만들었네.”
“자네도 그리 생각하나? 아내의 몸을 복원하기 위해 오랜 시간 큰 공을 들인 보람이 있군. 최대한 과거의 아내와 유사한 사람들을 찾는 데에 신경을 썼네.”
“…….”
‘…유사한 사람들? 쯧쯧… 못해도 수십은 죽였겠네.’
하나 난 크게 개의치 않고 말을 이어 갔다.
“네가 원하는 게 정교하게 만들어진 인형이었다면 이미 목적은 달성한 것 같은데.”
“내 아내가… 정교하게 만들어진 인형이라고?”
“그래. 아주 잘 만들었어. 하지만 딱 거기까지야.”
공작이 혼란해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게… 그게 무슨 말이냐.”
“이건 네 죽은 아내를 닮은 인형일 뿐이지, 네 아내가 아니야.”
“그건 나도 알고 있다! 내가 알고 싶은 건 내 아내가 다시 일어날 수 있는지, 그 싱그러운 목소리를 다시 들려줄 수 있는지다!”
한사코 부정하며 소리치는 에델만 공작을 보며.
난 씁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말했었잖아, 인간은 인간을 소생할 수 없다고. 넌 그들에게 속고 있었을 뿐이야.”
‘아마도 그 떠돌이 흑마법사들은 이 인형으로 공작의 간절함을 이용하고 있었겠지.’
아내를 다시 보고 싶다, 만나고 싶다.
그 절실한 마음을 이용하여 자신들이 추구하는 이익을 얻고 있었으리라.
‘어찌 보면 흑마법사답다고 할 수 있겠다만…….’
“자네가… 자네가 소생을 해 줄 수는 없는 건가?”
“자꾸 희망을 가지는 것 같아 말해 주겠는데, 흑탑의 탑주님을 데리고 온다고 해도 소생은 불가능해.”
“거짓말을… 거짓말을 하는 건…….”
공작이 좀처럼 미련을 버리지 못하자.
나는 한숨을 내쉬며 나지막이 말을 이어 갔다.
“만약 흑마법사가 소생을 해 주는 게 가능했다면 내가 해 줬지. 공작을 내 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데 왜 거짓말을 할까.”
“…….”
에델만 공작이 멍하니 여인의 시체를 내려다본다.
“에이미……. 아아… 에이미…….”
“너를 위해서도, 그녀를 위해서라도 이제 그만 그녀를 놓아주는 게 좋을 거다.”
“나는… 난…….”
혼란스러워하는 공작에게 나는 슬며시 제이나가 집필한 경전을 내밀었다.
“이건…….”
“마음을 추스르거든 읽어 봐. 도움이 될 거다. 그리고 현명한 결정을 내려.”
그 말을 끝으로 난 올밀과 합류하여 공작의 집을 나갔다.
“어, 어떻게 된 겁니까? 공작님과는 이야기가 잘 끝난 겁니까?”
올밀이 조심스럽게 질문을 해 오자.
나는 쓴 미소를 지었다.
“글쎄……. 일단 현실은 알려 줬으니 이제 결정하는 건 공작의 몫이겠지.”
꿈속에 갇혀 있던 공작이 깨어날지.
아니면 여전히 꿈속에 남아 있을지는 오롯이 그의 결정에 달린 일이었다.
‘이만하면 최소한 내가 할 일은 다 한 거잖아? 오히려 너무 필요 이상으로 개입을 해 버렸어.’
페른이 신들이 원하는 대로 멸망하는 걸 바라는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애당초 내가 적극적으로 나서 멸망을 막으려던 건 아니었으니까.
‘공작이 어떤 선택을 하건, 그건 페른이 받아들여야 할 운명이니까.’
나는 덜컹거리는 마차 안에서 조용히 생각에 잠겨 들어 갔다.
* * *
다음 날, 점심.
“…그러니 곧 너희의 행동은 랄프 님의 뜻을 대변한다고도 할 수 있겠지. 때문에 행동 하나하나에 깊은 고민을 하고 움직여야 하는 거야. 무슨 말인지 알겠어?”
“예!”
“네! 롤프 님! 그런데 롤프 님! 사람들이 롤프 님을 랄프 님이라 부르던데, 그건 왜 그런 건가요?”
“음… 그건 말이지…….”
내가 별관에서 옐리치와 아린에게 사도가 갖춰야 할 마음가짐에 대해 열심히 설파하던 중.
“흑남님! 흑남님!”
어째선지 올밀이 활짝 웃고 헐레벌떡 내게 달려오며 소리쳤다.
“무슨 일이야?”
“백스 자작이… 백스 자작이 복직했다고 합니다!”
“호오… 그래?”
‘아무래도 설득이 잘 먹혀든 모양이네.’
백스 자작의 복직 이면에는 분명 에델만 공작의 입김이 자리했을 터.
그 말인즉슨 공작이 죽은 이에게서 미련을 떨쳐 냈다고 봐야 하지 않겠는가?
그에 나는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그거 잘됐네.”
* * *
한편, 같은 시각.
“태세를 정비해라!”
“페른의 영지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천부장들! 집합해!”
널따란 평원 위로 병사들이 개미 떼처럼 득실거리고 있었고.
허공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레바논이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이제 얼마 안 남았네요.]
[전달은 확실하게 했나?]
옆에 있던 베논의 물음에 레바논은 고개를 끄덕였다.
[풀뿌리 하나 남기지 말고 페른에 있는 모든 것들을 싹 다 죽이라고 했으니 잘하겠죠.]
[확실하게 처리해야 된다.]
베논은 저 멀리 자리하고 있는 페른 왕국을 오시하며 말을 이어 갔다.
[페른의 멸망을 시작으로 대륙 곳곳에 전란의 불씨가 일어나겠지.]
[그렇게 약해진 대륙은 결국 멸망을 맞이할 거고요. 그런데 말이죠.]
베논을 지그시 바라보던 레바논이 스산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페른에 있는 모든 것을 소멸한다고 하면, 그 범주에 흑남과 언데드 군세도 포함된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