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
이 주 뒤.
우리는 페른 왕국과 크라켄 왕국 사이에 위치한 백탑 인근에 도착했다.
‘뭔가 흑탑 주변의 상권이랑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더 활기차 보이네.’
나는 백탑 주변에 자리하고 있는 상가들을 지그시 바라봤다.
다그닥-
짐을 잔뜩 실은 마차들은 대로를 달리고 있었고.
사람들의 얼굴에는 여유가 가득해 보였다.
‘마법 도시라는 이름이 붙은 것치곤 생각보다 평범…….’
“그런데 말이에요.”
제이나의 목소리에 난 상념에서 벗어나 그녀를 응시했다.
“문뜩 생각이 나서 그런데 오리하르콘에 집착하는 이유가 있나요?”
“집착? 집착이라…….”
‘신의 힘을 얻었으니 더 이상 오리하르콘이 필요 없을 줄 알았지만… 그게 아니게 됐으니까.’
며칠 전, 나는 제이나가 도굴에 성공하여 얻었던 반지에서 오리하르콘을 떼어 내어 흡수하는 실험을 했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내가 생각한 것 이상이었다.
‘기존에 흑마력이 모이던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힘이 내 안에 흘러들어 왔었지.’
고작 그 작은 알맹이에서 그만한 힘이 들어왔다.
그렇다면 만약 내가 시중에 돌아다니는 오리하르콘들을 싹 다 긁어모아 흡수한다면.
어쩌면 정말 신도 때려잡게 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만약 그날이 오게 된다면…….’
머릿속에 두 신의 얼굴이 떠오르자.
나는 잡념을 밀쳐 내곤 피식 미소를 지었다.
“글쎄… 당연히 이유가 있긴 하지만 말해 주긴 좀 어렵겠네.”
“비밀이 너무 많은 것 아니에요?”
“없는 것보다야 낫지. 그보다 얼른 이동하자.”
제이나가 입을 삐죽거리며 날 바라봤지만.
난 아랑곳 않고 걸음을 옮겼다.
“잠시 신분을 확인하겠습니다.”
백탑의 입구에선 사람들의 신원을 확인했는데.
예전에 만들어 뒀던 용병 패로 어렵지 않게 넘어갈 수 있었다.
이윽고 백탑으로 들어서자.
‘호오… 이게 백탑이구나.’
나는 내부의 정경을 둘러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외관은 새하얀 게 꽤 운치가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내부는 완전 정반대네.’
천장에선 눈이 따가울 정도로 밝은 빛이 뿜어져 나와 널따란 로비를 환히 비추고 있었고.
“하급 포션으로 세 병 주십쇼!”
“이곳에서 산 지팡이에 금이 갔는데 당연히 수리가 되겠죠?”
수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바삐 로비를 오갔다.
‘흠… 역시 포션이 주력 상품인 건가. 마도구를 찾는 사람보다도 포션을 찾는 용병들이 더 많은 것 같네.’
나는 사람들을 관찰하며 시간을 죽이다가.
“다음 손님!”
우리를 부르는 늙은 마법사의 외침에 얼른 카운터 앞으로 이동했다.
“포션을 사러 오셨죠?”
마법사가 우리의 차림을 쓱 훑어보며 묻자.
나는 덤덤히 한마디를 내던졌다.
“오리하르콘을 사러 왔습니다.”
“예? 아아…….”
어처구니없다는 듯 나를 바라보던 마법사가 갑자기 고깔모자를 벗어.
가슴팍에 대며 고개를 숙인다.
“경매에 참여하러 오신 분께 제가 실례를 저질렀습니다. 부디 용서를…….”
‘…경매? 이건 또 무슨 소리야?’
난 그저 오리하르콘을 매입하러 온 것이건만 경매라니?
“경매라니요? 그게 무슨 말입니까?”
“…예? 경매에 참여하러 오신 게 아니었습니까?”
“무슨 경매를 말하는 겁니까?”
잠시 어벙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던 마법사가 주섬주섬 모자를 눌러쓴다.
“지금 그것도 모르고 오리하르콘을 사러 온 겁니까?”
“그보다 경매에 대해 좀 말해 주시죠.”
내 말에 마법사가 피식 웃으며 말한다.
“뭐랄까… 당신은 참 운이 좋은 사람인가 봅니다. 오늘은 백탑이 주관하는 경매가 있는 날입니다. 당신이 원하는 오리하르콘도 오늘 경매 물품으로 올라왔고요.”
“호오… 그래요? 경매는 아무나 참여할 수 있는 겁니까?”
“당연히 아니죠. 백탑에 뚜렷한 호의를 보인 사람들만이 경매에 참여할 수 있지요.”
그의 대답에 옆에 있던 제이나가 툭 질문을 던진다.
“뚜렷한 호의란 게 뭔가요?”
“크헐헐, 뭐겠습니까? 당연히 이거지요.”
엄지와 검지로 둥근 원을 만들어 보이는 노인을 보며.
난 천천히 입을 뗐다.
“그러니까 돈을 내라는 거군요.”
“허어! 그리 말을 하면 저희가 강요를 하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까? 그저 편의를 베푸는 대가로써 약간의 연구비를 지원받는 겁니다.”
‘내 참… 기부는 신관들의 전유물인 줄 알았더니 여기도 매한가지네.’
나는 흘러나오려는 실소를 삼키며 다시 물었다.
“그렇군요. 그래서 연구비는 얼마나 기부해야 되는 겁니까?”
“최소 오천 골드는 내셔야 합니다.”
마법사가 손바닥을 쫙 펴 보이자.
나는 아공간 주머니에서 미스릴괴 하나를 꺼내어 그에게 내밀었다.
“이 정도면 성의로는 충분할 겁니다.”
“이게 뭐기에 그런… 가만…….”
자신의 지팡이와 미스릴괴를 비교해 보는 노인에게 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속이 꽉 찬 미스릴이죠.”
“…….”
노인이 입가에 지었던 환한 미소를 지우고 다시 마법사의 품격을 유지한 채 말한다.
“이것 참… 제가 눈이 침침해져서 하마터면 귀한 손님께 큰 실례를 저지를 뻔했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노인이 미스릴괴를 들고 사라진 지 몇십 분이나 지났을까.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웬 젊은 여인과 함께 돌아온 마법사가 자리에 앉으며 나를 응시한다.
“공자께서 보이신 성의는 백탑에 무사히 전해졌습니다. 일단 이걸 받으시지요.”
“이건 뭡니까?”
내가 백탑의 모양이 각인되어 있는 은패를 이리저리 살피며 묻자.
“백탑에 성의를 보인 일원들에게만 주는 일종의 증표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 증표가 있어야만 백탑이 주관하는 경매에 참여하실 수 있으며, 10층 이상으로도 갈 수 있지요.”
마법사는 자본의 미소를 지으며 답한다.
“10층 이상으로 가는 데 이점이 있답니까?”
“당연히 있고말고요! 밑의 층에서는 팔지 않는 고급 마도구들을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마법사의 영업에 나는 속으로 헛웃음을 흘렸다.
‘10층 이상부턴 럭셔리관이다? 무슨 백화점도 아니고…….’
“미스릴괴 3개 정도를 더 내시면 금패로 바꾸어 드리는데, 어떠십니까?”
“하하, 괜찮습니다. 그보단 바로 경매장으로 가고 싶은데 말이죠.”
“아아, 그러시군요?! 여기에 있는 아이린이 여러분을 안내해 드릴 겁니다.”
늙은 마법사가 옆에 있던 여인의 등을 툭 떠밀자.
“안녕하세요. 수습 마법사 아이린입니다! 다들 절 따라오시겠어요?”
아이린은 어딘가 어설픈 미소를 지으며 우리를 안내하기 시작했다.
“바로 이곳이 저희 백탑이 자랑하는 헬파이어 경매장이에요! 이쪽으로 오세요!”
우리는 그녀의 뒤를 따라 백탑의 옆에 자리하고 있는 거대한 원형 건축물 안으로 들어섰다.
“다음은… 으허헣! 또 굉장히 귀한 물건이 나왔군요! 검은 대지에서만 자생한다는 블러드 문입니다! 약재로도 사용 가능하고, 그리고 또…….”
‘뭐야. 이미 진행 중이었네.’
이미 자리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앉아 경매인의 진행을 주시하고 있었다.
“자아아! 블러드 문의 경매가는 천 골드부터입니다!”
“천 골드!”
“천이백 골드!”
이미 경매에 참여 중이던 사람들이 앞다투어 손을 올리는 사이.
나는 아이린을 보며 물었다.
“우리가 많이 늦은 겁니까?”
“조금 늦긴 했지만 그래도 공자님께서 원하시는 물건은 아직 안 나온 것 같아요. 공자님께서 원하시는 게 오리하르콘이 맞죠?”
“맞습니다.”
“그럼 조금 기다리시면 될 것 같아요.”
그녀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곤 생각에 잠겼다.
‘음… 오리하르콘은 오리하르콘이고, 혹시 괜찮은 게 보이면 다른 것도 입찰해 볼까?’
기왕 경매장에 왔으니 오리하르콘 말고도 다른 경매 물품을 사는 것도 괜찮을 터.
“어르신, 부탁을 드릴 게 있습니다.”
“편히 말씀하시지요, 공자님.”
골버린의 담백한 연기에 난 웃음을 꾹 참곤.
아공간 주머니에서 가죽 자루를 꺼내어 그에게 내밀었다.
“이걸 갖고 백탑에 가셔서 금괴로 바꿔 오실 수 있겠습니까?”
“그러지요.”
“아, 그거라면 제가 도와드릴게요.”
우리의 대화를 듣던 아이린이 팔을 번쩍 들며 나서자.
나는 골버린을 보며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녀가 동행한다면 판매가 그리 어렵진 않을 겁니다.”
“허헣, 금방 다녀오겠습니다.”
가죽 자루를 챙긴 골버린이 아이린과 함께 사라지자.
나는 제이나와 함께 경매가 진행되는 걸 구경했다.
그러던 중.
“자아! 다음은 정말로 귀한 물건이 나왔습니다! 이미 많은 분들께서 큰 관심을 보이고 계시는데, 맞습니다! 신의 광물이라 불리는 오리하르콘입니다!”
천이 걷혀지고 보랏빛이 맴도는 광물이 모습을 드러낸다.
‘드디어 나왔나. 호오… 제법 크기가 있네.’
나는 갓난아기만 한 오리하르콘을 보며 군침을 삼켰다.
‘저 정도 사이즈면 분명 내 힘도 엄청나게 증폭되겠지.’
반지에 붙어 있던 오리하르콘만으로도 어마어마하게 체감이 됐는데.
하물며 저 정도 크기라면 내 힘이 얼마나 늘어날지 도무지 상상이 가질 않았다.
‘저건 반드시 가져가야겠다.’
“여러분께서도 다 아시겠지만 안톤, 파프닐 등 세간에 알려진 명검들은 모두 이 오리하르콘으로 만들어졌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귀한 물건이지요! 자! 시작가는 10만 골드입니다!”
마침내 진행자의 외침이 끝나기 무섭게.
“10만!”
“15만!”
곧바로 입찰 경쟁이 붙어 가격은 무서운 속도로 치솟기 시작했다.
“20만 골드.”
“20만 나왔습니다! 더 없으십니까?!”
“24만!”
팔들이 바삐 올라가길 몇 분.
이윽고 잔챙이들은 다 나가떨어지고.
한 드워프와 젊은 여인만이 남아 입찰 경쟁을 벌인다.
“크윽… 4, 40만!”
드워프가 여인의 눈치를 살피며 힘겹게 손을 올리자.
“45만.”
여인은 코웃음을 치며 가볍게 손을 들어 올린다.
“으으… 망할…….”
이윽고 드워프가 졌다는 듯 고개를 푹 떨구자.
진행자가 기다렸다는 듯 소리친다.
“45만 나왔습니다! 더 없으십니까?! 45만! 45만?! 45……!”
진행자가 오리하르콘을 낙찰시키려던 그때.
나는 느긋하게 손을 들었다.
“50만.”
“5, 50만 나왔습니다!”
그러자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던 여인이 나를 째려본다.
‘뭐, 이년아. 노려보면 어쩔 건데?’
그에 나도 여인을 마주 보며 코웃음을 치자.
여인이 번쩍 손을 든다.
“55만!”
‘끝까지 해보겠다?’
“60만.”
“65만.”
“이익… 67만!”
삽시간에 가격이 천장을 뚫을 정도로 치솟자.
어느덧 장내에는 세 사람의 목소리 밖에 들리질 않는다.
‘아씨… 저 망할 년이 끝까지 귀찮게 하네. 그냥 못 따라올 정도의 금액을 불러야겠다.’
“80만.”
“8, 80만 골드 나왔습니다! 더 없으십니까?!”
경매 진행자가 흥분하여 여인을 보며 물었지만.
어째 여인은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드디어 밑천이 다 떨어졌나? 진작 좀 포기할 것이지.’
“자, 80만! 80만! 80만! 축하드립……!”
내가 주먹을 불끈 쥐고 승리를 만끽하려던 그때.
“잠깐! 잠깐만 기다려 봐!”
나와 입찰 경쟁을 하던 여인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진행자를 제지한다.
‘아씨… 뭐야, 또? 이제 겨우 오리하르콘이 내 손에 들어오나 했더니…….’
도대체 저년은 무슨 생각으로 경매를 멈춘 걸까.
“무슨 일이십니까?”
“저놈이 정말 80만 골드를 갖고 있는 게 맞긴 해? 돈도 없는데 날 물먹이려고 저러는 걸 수도 있잖아?!”
하나 여인의 의견에 진행인은 단호히 고개를 젓는다.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저 손님에게는 백탑이 합당한 제재를 내릴 것이며, 경매품은 두 번째로 높은 가격을 부르셨던 엘레노아 님께 돌아갈 겁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헛소리 말고 당장 저놈이 돈을 갖고 있는지부터 확인해. 안 그러면 내가 다시는 백탑에 호의를 보이는 일은 없을 거다.”
“으음…….”
진행자가 곤혹스러워하던 가운데 한 마법사가 그에게 다가간다.
‘뭔데 갑자기 표정이 밝아진 거지?’
내가 진행자의 달라진 표정에 의아함을 느끼던 중.
진행자가 좌중을 보며 외친다.
“저희는 엘레노아 님의 의문이 합당하다고 판단하여, 잠시 경매를 진행하기에 앞서 해당 사안을 확인하고 가려고 합니다. 다른 손님들께선 이해를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뭐라고?’
엄연히 경매의 룰을 위반하고 생떼를 부린 건 저년이건만.
‘대체 뭐 하는 년인데 백탑 쪽에서 이렇게 편의를 봐주는 거지? 설마 백탑의 물주라도 되나?’
내가 의아함을 삼키는 사이 마법사들이 내게 가까이 다가온다.
“손님, 죄송합니다만 금화를 보여 주시겠습니까?”
“…….”
‘…좀 짜증 나네.’
모든 규칙을 지켜 가며 경매에 임했음에도 의심을 받아야 하다니.
‘그냥 다 엎어 버리고 오리하르콘만 챙겨 갈까?’
“…정말 죄송합니다.”
그러나 마법사들이 연신 사죄를 한 탓일까.
치솟았던 짜증이 슬며시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후우… 그래, 너희가 무슨 잘못이 있겠냐? 다 저 망할 년이 꼬장을 부린 탓이지.’
“그러지.”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아공간 주머니에서 가죽 자루 몇 포대를 꺼내었다.
“그럼 열어 보겠습니다.”
마법사들이 자루를 풀자.
쿠구궁-
그 안에서 미스릴괴가 쏟아져 나왔다.
“이건… 미스릴괴군요.”
“손님, 가격을 측정하는 데 잠시 시간이 걸릴 것 같은데 괜찮으시겠습니까?”
내가 손을 까딱이자.
저벅, 저벅-
곧 경매장 소속으로 보이는 드워프들 몇이 다가와 미스릴괴를 훑는다.
“이건… 굉장하군.”
“그러게 말이야. 하나도 빠짐없이 순수한 미스릴만으로 만든 괴들이야. 솜씨가 제법인 게, 드워프의 작품인 것 같은데?”
“그래서 가격은 얼마나 나올 것 같나?”
마법사의 질문에 드워프가 미스릴괴를 내려놓으며 말한다.
“적어도 75만 골드는 나오겠지.”
“…75만 골드?”
내가 부른 경매가에서 5만 골드가 부족하다는 말이 나오자.
“거봐, 내가 뭐라고 했어? 그럴 것 같더라니까?”
여인이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날 보며 삿대질을 해 댄다.
“이봐, 돈이 부족하잖아? 앞뒤 생각 없이 지를 때는 좋았지?”
“그러게 말이야.”
여인의 싸구려 도발에도 난 덤덤히 그녀를 응시했다.
“75만 골드라면 나도 있는데, 그럼 저 오리하르콘은 내 거지?”
여인의 물음에 마법사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습니다. 낙찰 받은 이 손님의 보유 금화가 부족한 관계로 저 오리하르콘은 엘레노아 님의…….”
마법사들이 누구 할 것 없이 여인의 손을 들어 주려던 그때.
“잠깐 기다려 보게.”
골버린의 목소리가 내 등 뒤에서 울려왔다.
“여기 돈이 더 있으니 살펴들 보게.”
골버린이 양손에 쥐고 있던 자루를 마법사들 앞에 던지자.
촤르르르르-
벌어진 자루 사이로 금괴들이 우수수 흘러나온다.
“이, 이건…….”
‘타이밍 맞춰 잘 왔네.’
나는 골버린을 향해 미소를 던지곤.
다시금 마법사들에게 질문했다.
“이 금괴들까지 합치면 80만 골드는 충분히 넘겠군요. 그렇잖습니까?”
“그, 그렇지요.”
“그럼 오리하르콘의 소유권은 저한테 있겠군요.”
마법사들이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하자.
“이이이…….”
승리를 확신하던 여인의 얼굴이 점점 붉게 달아오른다.
‘어휴… 터지겠다, 터지겠어.’
나는 그런 여인을 보며 아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수중에 10만 골드 정도만 더 있었어도 오리하르콘은 당신의 것이 됐었을 텐데. 참 아쉽게 됐습니다. 다음에는 여윳돈을 더 챙겨 오시길 바라죠.”
“이이, 이이이이……!”
터질 듯 얼굴을 붉힌 여인은 몸만 덜덜 떨 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 * *
몇 시간 뒤.
덜그럭-
나는 일행과 함께 백탑에서 나와 크라켄 왕국으로 향하는 마차에 올랐다.
“정말 돈이 조금만 모자랐더라면 큰일 날 뻔했네요.”
제이나가 조금 전의 일을 언급하자.
나는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말이야. 상대가 그 정도로 많은 거금을 갖고 있을 줄은 몰랐네.”
“그래도 그년 얼굴 봤어요? 완전히 새빨개진 게 참 보는 재미가 있었네요.”
“허헣, 그게 그 여인의 한계였던 게지요.”
골버린과 제이나가 여인의 행동을 두고 한껏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던 그때.
히히힝-
갑자기 마차가 크게 요동치며 멈춰 섰다.
“무슨 일인가?!”
골버린이 마부석을 향해 소리치자.
“그, 그게… 누가 길을 막고 있습니다!”
어딘가 당황한 마부의 목소리가 울려왔다.
‘…도적인가?’
“도적일 가능성도 있으니 무기를 들고 내리죠.”
나는 일행과 함께 무기를 챙겨 마차 앞으로 걸어갔고.
우리는 곧 마차가 멈춰 선 원인을 볼 수 있었다.
“…어? 저년이 왜 저기에 있는 거죠?”
제이나가 길목을 가로막고 있는 여인을 가리키자.
나는 속으로 혀를 찼다.
‘하… 저것 완전 거머리 같은 년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