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흑카데미의 노예가 살아남는 법-62화 (62/200)

62.

“…미스릴 광산 말입니까? 그럴 리가요. 분명 고산의 방패는 검은 대지에 미스릴 광산은 없다고 했었는데…….”

레논이 혼란스러워하자.

나 역시 속으로 동의했다.

‘그래. 그 드워프 공방장이 그런 소리를 하긴 했었지. 하지만 미스릴 광산이 아니고서야 이 광경은 도저히 설명이 안 돼.’

레논의 말대로 마녀들이 타인들과의 접촉이 뜸했다면.

이 미스릴로 떡칠을 해 놓은 방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저도 고산의 방패에게 그리 들었습니다. 하지만 광산 외에 이 광경을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허어…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정말… 정말 영악한 년들입니다. 수십 년간 미스릴을 독식해 왔다니…….”

“아직 확실한 건 아니니 일단 주변을 먼저 수색해 보죠.”

나는 레논을 보며 차분히 말을 이어 갔다.

“일단 저는 이 지하 신전을 마저 수색할 테니, 부탑주께선 바깥을 살펴 주시겠습니까?”

“그리하겠습니다. 미스릴 광산이라니… 허 참…….”

레논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사라지자.

‘이제 좀 천천히 살펴볼까.’

나는 지하 신전 안을 자세히 살펴 나가기 시작했다.

‘바알 놈이 남겼던 말이 계속 마음에 걸렸었는데, 이곳에서 단서 같은 걸 찾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흠…….’

벽에 그려진 벽화들을 시작으로.

나는 신전 안에 어지러이 널브러진 도구들을 보며 생각했다.

‘재앙의 신이라는 놈이 대체 왜 나한테 그런 말을 했을까……. 그것도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말이야. 대체 왜…….’

나와 두 신 간의 관계에 균열을 일으키기 위해서?

아니면 정말 진심으로 그런 말을 한 걸까?

‘하아… 바알에게 마인드 브레이커를 사용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럼 진실인지 거짓인지 바로 파악이 될 텐데.’

마녀들이 들었다면 불경하다며 게거품을 물었겠으나.

뭐 어떤가? 마녀들은 이미 역적이 되어 거주지를 버리고 도망쳤는데.

‘흠… 그보다 이 그림들… 보다 보니 꽤나 흥미롭네.’

나는 벽화들을 유의 깊게 살피던 중.

한 가지 사실을 알아냈다.

‘대체 뭘 그렸나 했더니 아무래도 바알의 일대기를 그림으로 그려 놓은 것 같단 말이지.’

베논으로 보이는 장발의 남자와의 전투에서 패배한 뒤.

몰락한 마신 후보는 베논의 아량으로 살아남아 재앙의 신으로 거듭났고.

이후 그를 부르짖던 마녀에게 힘을 허락하는 등.

벽화는 비교적 옛 역사를 상세하게 알려 주고 있었다.

‘하지만 왜 바알이 날 노리는지 이것만으로는 여전히 잘 모르겠어.’

벽화는 어디까지나 과거의 역사들을 기록한 것이다.

현재를 사는 내게는 흥미로운 옛 지식일 뿐, 큰 도움이 되질 않았다.

‘이것만 놓고 봤을 땐, 그냥 베논에게 당했던 게 아니꼬워서 나한테 꼬장 부리는 것 같은데……. 그냥 신들의 다툼에 휘말려서 내 등짝만 터진 것 아냐?’

나는 고개를 저으며 걸음을 옮겼다.

그때.

첨벙-

‘아씨… 맞다. 여기 웅덩이가 있었지. 신발 다 젖었네.’

너무 벽화에 집중한 탓일까.

그만 웅덩이에 내 발목까지 잠기고 말았다.

‘망할… 얼른 발을…….’

그 순간.

화악-

“장로님들께서 돌아오시지 않은 지 이틀이 지났다. 이제 선택해야만 해.”

“하, 하지만 그냥 조금 늦으시는 게 아닐까?”

갑자기 나의 눈앞에 수많은 마녀들이 나타는 것 아닌가?

‘이건… 나를 보지 않고 있어……. 설마 환상인가?’

마치 투명 인간 대하듯 아무도 나를 바라보지 않는 마녀들을 보며.

나는 슬며시 한 마녀에게 다가가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려 봤다.

스윽-

‘환상이네……. 근데 갑자기 왜 이런 환상을 보게 된 거지?’

내가 의아함을 감추지 못하던 그때.

“바알 님께서 우리에게 도망가라고 경고까지 하셨는데도 너는 대체 편린의 물에서 뭘 본 게냐!”

웅덩이 앞에 서 있던 늙은 마녀가 버럭 소리친다.

“대, 대마녀님… 그게 아니고… 죄송해요…….”

“시끄럽다! 더 이상의 반문은 받지 않겠다! 지금 당장 떠날 채비들을 해라!”

늙은 마녀의 외침에 주변의 마녀들이 수군거린다.

“아아… 이 아까운 걸 다 버리고 가야 한다니…….”

“조금이라도 들고 가면 안 되나?”

그녀들은 미스릴로 만든 지하 신전을 못내 아쉬운 눈빛으로 바라봤고.

“너희! 그깟 광물에 눈이 멀어 본질을 잊지 말거라! 우리의 사명은 흑남을 저지하는 것이지, 미스릴을 모으는 게 아니야!”

늙은 마녀는 그런 어린 마녀들을 보며 일갈한다.

“…예? 예! 대마녀님!”

“근데 대마녀님… 저희는 어디로 도망가는 건가요? 검은 대지 말고 저희가 갈 곳이 있긴 한 건지…….”

어린 마녀들의 물음에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있던 늙은 마녀가 한숨을 내쉬고는.

무겁게 입을 뗀다.

“우리는… 기랄 군도로 간다.”

“기랄 군도요?! 거기는 해적들이 득실거리는 곳이잖아요?”

“흑마법사들의 포털을 이용할 수는 없는 건가요?”

마녀들이 앞다투어 질문을 던지자.

“이 어리석은 년들!”

대마녀가 다시 신전이 떠나가라 포효한다.

“장로들이 흑남 암살에 실패했다고 가정하고 도망치는 것이건만. 뭐?! 포털을 이용해?! 네년 머리는 장식이 분명하구나!”

“죄, 죄송해요…….”

“후우… 이미 우리 목에는 현상금이 걸려 있을 게다. 아니, 이미 우리를 잡으러 오고 있을지도 모르지.”

자리의 무게감과 피로감에 짓눌린 노마녀의 눈가가 파르르 떨린다.

“우리는 기랄 군도로 이동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배를 구해 검은 대지를 뜬다.”

“저희는 대륙으로 가는 건가요, 큰 마녀님?”

의자만 한 크기의 작달막한 마녀가 눈을 반짝이며 묻자.

노마녀의 눈가가 힘없이 반달을 그린다.

“…그렇단다, 얘야. 바알 님께서 오셔서 우리를 인도하시기 전까지 우리는 대륙에 숨어 있을 거란다.”

“정말요? 와아아아아!”

철부지 아이가 무얼 알까.

대마녀는 어린 마녀를 지그시 바라보다가 크게 소리친다.

“무얼 멍하니 서 있어?! 당장 도망갈 채비들을 해! 광산은 잊지 말고 파…….”

대마녀의 말이 흐릿하게 신전을 울리는 것을 끝으로.

화악-

어느덧 나는 눈앞의 환상들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환상치곤 리얼했네. 그보다 기랄 군도라……. 금지 구역 같은 곳에 숨어 들어갔을 줄 알았더니 의외의 선택을 했네.’

검은 대지의 주민이 대륙으로 나간다는 건.

그야말로 자살행위나 다름이 없었다.

‘특히 사제나 성기사들 눈에 걸리면 그날로 삶이 고달파질 텐데. 그래도 흑마법사들에게 잡혀 죽는 것보단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는 쪽을 택하겠다?’

검은 대지 안에 갇혀 흑마법사들이나 암살자들이 찾아오는 것을 기다리는 것보단.

대륙에 나가 몸을 숨기는 것이 더 안전할 테니까.

‘대륙은 또 워낙 넓으니 찾는 것도 쉽진 않겠지. 확실히 나쁜 선택은 아니야. 다만…….’

내가 이 환상을 보지 않았다면.

마녀들의 선택은 꽤나 도전적인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었을 터.

‘지금이라도 흑탑에 연락해서 기랄 군도의 항구를 봉쇄한다면, 마녀들을 싹 다 잡아 올 수도 있지 않을까?’

만약 정말 마녀들의 포획에 성공한다면.

내 위신도 올라가게 될 것이다.

‘그래. 이미 검은 대지를 빠져나갔다면 어쩔 수 없겠다만, 아직 남아… 근데, 가만.’

불현듯 한 가지 의문이 내 뇌리를 스쳐 갔고.

나는 게슴츠레하게 뜬 눈으로 웅덩이를 내려다봤다.

‘왜 하필 마녀들의 도주 경로를 정확히 알 수 있는 환상이 타이밍 좋게 보인 거지?’

단순히 내 운이 좋다고 치부하기에는 너무도 형편이 좋았다.

‘더군다나 이 웅덩이… 편린의 물이라고 했었나? 대마녀는 이 웅덩이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눈치였어.’

명색이 마녀들의 수장이고, 또 신전에 있던 물이다.

당연히 대마녀가 편린의 물에 대해 몰랐을 리 없다.

‘편린의 물이 정확히 어떤 용도로 사용되는지는 몰라도 만약 추격자에게 이런 환상을 보여 주는 물이라면… 그렇다면 대마녀는 더더욱 저 웅덩이를 없앴어야만 했어.’

그래야만 추격자들이 신전을 찾았을 때.

이런 환상을 볼 일도 없었을 테니까.

‘하지만 그냥 놔뒀지……. 대체 왜?’

이건 꼭 자신들을 따라오라고 나를 유혹하는 것만 같지 않은가?

‘으음… 뭔가 구린내가 나는데…….’

가지 마! 가지 말라면 가지 마, 이 새끼야!

5년간 하인으로 구르며 생긴 내 직감이 내게 소리를 질러 온다.

‘그래… 느낌이 안 좋아. 이건 흑탑에 알리기만 하고 다른 놈을 내세우자.’

어차피 마녀를 잡으면 공적을 쌓을 수 있을 터이니.

내가 나서지 않아도 부탑주들을 비롯하여 여러 흑마법사들이 나서려 할 것이다.

‘기왕 나설 거면 제른 부탑주가 나서 주면 좋을 것 같긴 한데.’

나는 곧 생각을 끝마치곤.

아공간 주머니에서 흑마력 포션을 하나 꺼내어 들었다.

졸졸졸-

안의 내용물을 모두 비워 버린 뒤.

나는 빈 포션 병을 들고 웅덩이로 다가갔다.

‘아까보다 수심이 확연하게 낮아진 것 같은데. 내가 환상을 본 것과 연관이 있는 건가?’

나는 의아함을 느끼면서도 슬쩍 포션병을 웅덩이에 담았다.

‘음… 이번에는 물이랑 닿았는데도 환상을 안 보네. 대체 환상을 보는 기준이 뭔데? 이걸 가져다가 연구를 하면 뭘 좀 알아낼 수 있을까?’

내가 속으로 혀를 차며 포션 병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던 그때.

“랄프 님! 랄프 님! 아주 기쁜 소식입니다!”

레논이 숨을 헐떡이며 헐레벌떡 내게 달려온다.

“기쁜 소식이요?”

“예! 마녀들이 무너뜨린 광산을 찾았는데 그곳에… 미스릴 광산이 있었습니다!”

‘호오… 진짜 미스릴 광산이 있었던 모양이네. 그러고 보니 대마녀가 광산이 어쩌고저쩌고 했기도 했고.’

그에 나는 미소를 지으며 입을 뗐다.

“역시 저희의 예상이 맞았군요. 그래서 안에는 들어가 보셨습니까?”

“입구가 파괴돼 있더군요. 그래서 일단 누더기 골렘들에게 막힌 입구를 뚫으라고 시켜 놨습니다.”

“잘하셨습니다.”

“하하, 별말씀을요. 그보다 랄프 님께선 뭔가 발견하신 게 있으십니까?”

‘레논과는 거의 한배를 탔다고 봐도 되니 보여 줘도 상관없겠지.’

나는 포션병을 주머니에서 꺼내어 레논에게 내밀었다.

“이건… 뭡니까?”

“마녀들의 말로는 편린의 물이라고 하더군요.”

“예? 마녀들이 있습니까?”

레논의 물음에 나는 내가 봤던 환상들을 간략하게 설명해 주었고.

“아아… 그렇게 된 거였습니까. 희한하군요. 과거를 보여 주는 물이라니…….”

레논은 그제야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거린다.

“그런데 정말 마녀들이 기랄 군도로 떠난다고 한 겁니까?”

“적어도 환상 속의 그녀들은 그렇게 말했었습니다.”

“…그렇습니까? 흐음…….”

내 손에 들린 유리병을 보며 낮게 신음하는 레논.

“이상하군요. 랄프 님의 말씀대로라면 마녀들이 그 사실을 몰랐을 리가 없었을 것 같습니다만…….”

“마침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참입니다만 그래도 흑탑에 연락은 해야겠지요.”

나의 말에 레논은 고개를 젓는다.

“함정일지도 모르는데 너무 섣부른 판단이 아닐까 싶습니다만…….”

“그러니 더더욱 흑탑에 연락을 취해야 하는 겁니다.”

“…예?”

레논의 반문에 나는 차분히 말을 이어 갔다.

“흑탑에 연락을 취해야 저희가 마녀의 도주 경로를 알아냈다는 공적을 얻을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마녀들을 잡으면 더욱 좋고요.”

“하지만 함정일 가능성이…….”

“양피지에 함정에 대한 부분도 써넣으시지요. 함정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하고 추격에 나설 것인지, 아니면 추격을 포기할 건지는 흑탑의 판단에 맡기는 겁니다.”

나의 말에 레논이 이해했다는 듯 나를 바라본다.

“책임을 전가하자는 말씀이십니까?”

“책임 전가라기보단 그들에게도 공을 세울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거라고 봐야겠죠.”

“허허…….”

나의 장난스러운 대답에 허허롭게 웃는 레논.

그는 이윽고 고개를 저으며 툭 한마디를 던진다.

“만약 흑탑에서 추격을 결정한다면, 제른 부탑주가 앞장을 섰으면 좋겠습니다.”

“그가 큰 부상이라도 입고 돌아오길 바라시겠군요.”

내가 슬며시 운을 던지자.

레논이 장난스럽게 놀란 척하며 고개를 젓는다.

“그럴 리가요? 그저 같은 동료로서 공을 세웠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다만 그가 혹시라도 명예로운 죽음이라도 맞는다면 적어도 그의 뼈는 스켈레톤으로 사용하는 대신 불태워 주겠지만 말입…….”

순간 말꼬리를 흐리고는 어색하게 말을 이어 가는 레논.

“오해를 하실까 봐 말씀드립니다만 저는 제른 부탑주를 좋아합니다.”

“예? 제른 부탑주와 레논 님 사이가 좋지 않다는 걸 어지간한 흑마법사들은 다 알고 있습니다만.”

“…그렇습니까? 허허허허…….”

레논은 멋쩍은 미소를 짓다가 얼른 말을 돌린다.

“일단 나가시지요. 저는 먼저 양피지를 데스나이트에게 들려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황급히 지하 신전을 빠져나가는 레논의 등을 보며.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저 아저씨도 마냥 근엄한 줄 알았더니 은근히 웃긴 면이 있네.’

나는 고개를 젓고는 곧장 레논의 뒤를 쫓아 밖으로 나갔다.

“양피지도 데스나이트에게 잘 전달했으니 이제 이동해도 되겠습니다.”

“좋습니다.”

나는 레논을 따라 미스릴 광산이 있다는 곳으로 걸어갔다.

이윽고 레논이 전방의 큰 바위를 가리키며 말한다.

“저곳입니다. 소리가 안 들려오는 걸 봐선 아마도 입구를 뚫은 모양입니다.”

‘한참은 걸어야 할 줄 알았더니 마녀들의 마을에서 그리 멀지 않네.’

미스릴 광산은 내 생각보다 가까운 거리에 위치하고 있었다.

“저기 입구가 뚫려 있군요! 바로 들어가도 되겠습니다!”

레논이 뻥 뚫린 광산의 입구를 가리키자.

나는 흘끔 동굴 안을 살피곤 입을 뗐다.

“먼저 내부를 확인해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입구를 뚫거든 들어가라고 지시를 내려 놨었으니 이미 스켈레톤들이 들어갔을 겁니다.”

“좋습니다. 그럼 바로 들어가시죠.”

나는 레논과 함께 천천히 광산 안으로 진입했다.

‘어두울 줄 알았더니 그렇지도 않아.’

마녀들이 광산을 사용했다는 걸 알리듯.

광산 곳곳에 발광석들이 달려 빛을 밝히고 있었다.

‘그런데… 저건 또 뭐야. 고블린 아냐?’

어째선지 광산을 타고 내려가는 길목마다 드문드문 고블린들의 사체가 보인다.

‘스켈레톤들의 검에 체액이 묻어 있는 걸 봐선 죽은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이런저런 의문들이 쌓이자.

나는 함께 걷던 레논에게 물었다.

“혹시 고블린들이 채굴도 합니까?”

“마녀들 중 일부는 마물을 통제하는 능력을 가졌다고 하니, 아무래도 그들이 고블린을 시켜서 채굴을 한 것 같습니다.”

“이해했습니다. 그보다…….”

화아아악-

나는 돌에 파묻힌 채 은은히 푸른빛을 자아내는 광물들을 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워어… 이걸 돈으로 환산하면 대체 얼마야?’

“생각보다 미스릴이 많은 모양입니다. 당장 눈에 보이는 것만 해도 이 정도인데, 안에 파묻힌 것까지 생각하면… 엄청나겠군요.”

“이건 정말이지 엄청난 발견입니다! 이 정도 광산이 있다면 더 이상 대륙에서 미스릴을 구해 올 필요도 없을 것 같습니다!”

이건 단순한 엄청난 발견 정도가 아니다.

미스릴 광산의 가치는 가히 금화 따위로 매길 수 있는 그런 게 아니었으니까.

‘대륙에도 발견된 미스릴 광산만큼은 세 개밖에 없다고 했지. 그럼 이 광산만 소유하고 있어도 몇 대는 먹고살겠다.’

아니.

어쩌면 흑탑 내 최고의 권력자가 될 수 있는 밑바탕이 되어 줄지도 모른다.

‘가만…….’

너무 큰돈을 본 탓일까.

불현듯 한 가지 의심이 내 가슴속에 피어오른다.

‘만약에 레논 부탑주가 미스릴 광산을 발견했다는 걸 양피지에 적어 놓지 않았다면…….’

미스릴 광산의 존재는 나와 레논 밖에 모른다는 뜻이 된다.

‘쓰읍… 최근 들어 레논 부탑주와 비교적 가까워지긴 했는데……. 아씨, 내가 너무 오버하는 건가?’

만에 하나 미스릴 광산에 눈이 뒤집힌 레논이 나를 죽이려 들 수도 있지 않을까?

‘의심하고 싶지 않지만 나를 죽여 입막음을 하고 미스릴 광산을 몰래 먹을 가능성도 있긴… 아오! 망할…….’

이래서는 안 된다.

한번 의심을 하면 끝도 없이 상대를 의심하게 된다.

‘광산이 아니라 완전 마녀의 유혹이네.’

결국 나는 등에 이고 있던 지팡이에 몰래 손을 뻗으며.

레논에게 질문했다.

“그런데 레논 부탑주님, 혹시 흑탑에 미스릴 광산의 존재를 보고하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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