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흑카데미의 노예가 살아남는 법-59화 (59/200)

59.

“다만… 흑남님의 계획대로 진행을 하려면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돈이 많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엄청나게 말이죠.”

고산의 방패가 한 드워프를 가리키며 말을 이어 간다.

“저기 저 드워프가 다루는 광물이 보이십니까? 저게 미스릴입니다. 흑남께서 말씀하신 길을 깔려면 평범한 광석으로는 오래 가지 못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미스릴은 다른 광물들보다 탄성도 뛰어나면서도 단단하지요. 그래서 많은 양의 미스릴이 필요합니다.”

“미스릴이라……. 뭐, 좋아요. 미스릴을 사용한다고 치죠. 그러면 견적이 어떻게 될 것 같나요?”

나의 물음에 수염을 쓸어내리던 고산의 방패가 손바닥을 펼쳐 보인다.

“최소 50만 골드는 잡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최소… 50만 골드라고?’

대체 무슨 놈의 돈이 그렇게 많이 필요한 건지.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니… 아무리 미스릴이 비싸다고 해도 그렇지, 최소 비용이 50만 골드라고요?”

“예. 검은 대륙에는 미스릴 광산이 없습니다. 그러니 대륙에서 미스릴을 구해 와야만 합니다. 그러니 비용이 더 많이 들 수밖에요.”

“흠…….”

‘솔직히 돈이 많이 들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로 많이 들 줄은 몰랐는데…….’

물론 내 입장에서 50만 골드가 엄청난 크기의 액수는 아니었으나.

고작 흑마랜드에 롤러코스터 철로를 놓는 데 50만 골드 이상이 들어간다는 건 생각해 볼 문제였다.

‘아무래도 흑마랜드는 좀 더 고민을 해 봐야겠는데…….’

“일단은 잘 알겠습니다. 다만 좀 더 생각을 해 봐야겠네요.”

“저도 좀 더 미스릴을 저렴하게 구해 올 방법을 고민해 보지요. 분명 방법이 있을 겁니다!”

나는 고산의 방패와 몇십 분 정도 더 대화를 나누고는.

레나와 함께 드워프들의 거대 공방을 나가 인근의 가게들을 둘러봤다.

* * *

몇 시간에 걸쳐 레나와 더불어 가게를 돌아다니던 중.

어느덧 해가 저물자 나는 그녀와 함께 숙소로 돌아왔다.

‘다른 건 몰라도 침대만 푹신하면 됐지.’

나는 침대에 몸을 뉘이곤.

오늘 돌아다녔던 가게의 물건들을 떠올렸다.

‘장비들이 정말 많긴 했었단 말이야.’

에인의 쥬얼리 샵.

데메스의 마물 가죽 의류 샵.

그 외에도 여러 가게들이 나의 눈을 자극해 왔었다.

‘선택지가 너무 많으니 도리어 선택 장애가 왔었지만 그래도 나름 잘 골랐지. 레나의 도움이 크긴 했어.’

레나의 도움 덕에 생판 모르는 가게들을 돌아다니며.

내가 원하던 물건들을 발주했으니까.

‘내일도 여기저기 둘러봐야지. 근데 잠자리가 바뀌어서 그런가? 왜 이렇게 잠이 안 오지?’

혹시라도 누가 나를 공격할까 싶어 복도에 트랩들까지 설치해 뒀건만.

어째선지 내 눈은 쉽게 감기지를 않았다.

‘음…….’

내가 다시 눈을 꾹 감고 침대 위를 구르기를 몇 시간.

지익, 지익, 지익, 지익-

갑자기 내가 테이블에 올려 뒀던 부엉이 인형의 눈이.

노란색에서 붉은색으로 반복하여 변하며 작은 소음을 낸다.

‘이게 왜 갑자기 작동한 거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리치의 방에서 갖고 나왔던 백탑의 트랩, ‘쌍눈 부엉이’.

아무래도 그 쌍눈 부엉이의 눈에 무언가가 포착된 모양이었다.

‘아침도 아니고 이 새벽에 복도를 오갈 사람이 있나?’

나는 괜한 의심이 들어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바로 그때.

끼이이이익-

누군가가 어둠과 정적을 뚫고 방 안으로 들어선다.

‘이런…….’

나는 상대가 채 들어오기도 전에.

얼른 창문에 쳐져 있던 커튼 뒤에 몸을 숨기곤 상대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사사사사사삭-

갑자기 내가 사용했던 침구류들이 삽시간에 검게 변하기 시작하더니.

침대를 지탱하던 다리 부분들을 시작으로 침대는 삽시간에 썩어 버려 그 형체를 찾을 수가 없었다.

‘…뭐야. 내가 잠자던 곳에 부패 마법을 갈겨?’

웅웅웅-

나는 곧장 지팡이를 들고 체내의 흑마력을 끌어 올리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상대가 눈치채기 전에.

나는 지팡이로 암살자를 겨눈 채 나지막이 술식을 읊조렸다.

사사사사사삭-

그러자 내 지팡이 앞으로 수십 개의 검은 구체가 생겨나기 시작했고.

‘가라!’

암살자가 채 반응하기 전에 지팡이를 휘둘러 검은 구체를 암살자에게 흩뿌렸다.

콰과과과과광-

침대와 가구 따위들이 폭발에 휘말려 산산조각이 나고.

굉음이 내 귀를 찢을 듯이 울려 온다.

‘이걸로 죽었겠지.’

과거, 리치 더스틴이 썼던 것에 비해 내 파멸 마법은 좀 부족하긴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 위력이면 어지간한 암살자는 죽었을 터.

하지만 분명 내 마법이 직격한 곳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걸 맞고도 살았다고? 이런……!’

나는 반사적으로 몸을 옆으로 던졌고.

내가 있던 자리로 검고 둥근 무언가가 날아들더니.

콰자자자자자작-

숙소의 벽면과 방 일대가 칼바람에 갈려 나가듯 순식간에 조각난다.

‘설마 나락의 숨결을 사용할 줄이야……. 대체 뭐 하는 새끼야?’

흑마법이 뻥 뚫린 벽 밖으로 그대로 튀어 나가 망정이지.

자칫 방 안의 모든 것들이 갈려 나갈 뻔했다.

‘그보다 이 정도 위력의 나락의 숨결을 사용하려면 적어도 6서클 이상의 흑마법사여야 할 텐데… 내가 그만한 흑마법사에게 원한을 진 적이 있던가?’

아니면 혹시 누군가의 사주를 받은 걸까?

‘누구 사주를 받았건 내게 원한을 가졌건… 일단 죽이고 나서 생각하자.’

저 정도의 흑마법을 사용하는 놈을 제압만 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생각은 놈을 죽이거나 죽을 정도의 피해를 입히고 나서 해도 늦지 않다.

‘이미 큰 마법을 사용했으니 다시 캐스팅을 하려면 시간이 걸리겠지? 이제 내…….’

내가 재빨리 흑마력을 끌어모으며 술식을 그리려던 그때.

으저저저저적-

갑자기 발밑의 나무 바닥이 부패하여 급속도로 검게 물들어 간다.

‘저 망할 새끼가 잔재주를 부려?’

발이 꺼지는 상황에서 흑마법을 사용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내가 캐스팅을 캔슬 하는 사이에 놈은 또 다른 흑마법을 준비하겠지.’

그럼 결국 상대가 원하는 구도가 만들어질 터.

‘웃기지 마!’

나는 지팡이를 옆으로 내던지곤.

에나 할멈에게서 받았던 연습용 검을 빼 들고 발뒤꿈치에 힘껏 힘을 실었다.

와자자작-

부패한 나무 바닥이 박살이 나 밑으로 우수수 떨어지는 것과 달리.

“이야아아아아아아!”

나는 공중으로 치솟아 그대로 암살자의 머리 위로 냅다 검을 내리꽂았다.

“이익……!”

내가 검을 사용한다는 것에 크게 놀란 걸까.

암살자는 급히 캐스팅을 멈추더니 급히 몸을 피하려 했다.

서걱-

‘베었다!’

하지만 상대의 판단이 늦었던 것인지.

나는 무언가를 벤 감촉을 선명하게 느낀 채로 검을 좌에서 우로 힘껏 휘둘렀다.

까가가가강-

칼끝이 벽에 살짝 걸려 불꽃이 튀었으나.

그것으로 충분했다.

뻐억-

암살자는 지팡이를 방패 삼아 나의 일격을 막아 냈으나.

버텨 낼 힘은 없었는지 힘없이 바닥을 구른다.

‘진짜 에나 할멈의 말이 맞네.’

아무리 엄청난 힘을 가진 마법사들이더라도.

근접전만큼은 전사들을 이길 수 없다던 그녀의 말은 사실이었다.

‘솔직히 조금 배운 검술이 얼마나 통할까 했는데…….’

바닥을 구르는 암살자는 삼류 검사만도 못한 나를 소드마스터처럼 보이게 할 정도로 근접전에 취약했다.

‘처음에는 노련한 흑마법사 같았는데, 그냥 잔챙이가 처음부터 올인을 했던 건가?’

어느 쪽이건 상관없다.

‘일단 놈을 완전히 처리하는…….’

내가 검을 다시금 고쳐 잡고 암살자에게 달려가던 그때.

펄럭-

‘저놈이?’

갑자기 암살자가 박살 난 벽 밖으로 뛰어내리는 것 아닌가?

‘도망가려고? 어림도 없지!’

나는 다급히 던져 뒀던 지팡이를 회수하곤.

암살자의 뒤를 따라 그대로 벽 아래로 뛰어내렸다.

“파멸의 징조.”

그러고는 짧은 시간 안에 캐스팅이 가능한 흑마법을 구현하여.

암살자의 등에 내질렀다.

화르르륵-

그러자 내 머리 위로 생성된 검은 화살 여러 대가.

몸을 일으키고 있던 암살자에게로 날아든다.

찌지지직-

미처 방어할 여유가 없었던 것인지.

파멸의 징조가 암살자의 머리를 덮고 있던 로브 자락을 찢으며 사라진다.

‘쯧… 빗맞았나?’

3층 높이에서 뛰어내린 탓에.

나는 순간 몸을 주춤거렸다.

‘이대로 놓칠 수는 없…….’

내가 다시금 암살자에게 지팡이를 겨누고 흑마력을 모으려던 그때.

암살자가 천천히 몸을 돌리기 시작했고.

“너는……?”

‘콘스 교수가 암살자였다고?’

나는 암살자의 모습을 보곤 순간 말을 잃고 말았다.

‘콘스 교수가 왜 나를 노린 거지?’

그녀와 했던 부당 거래를 이행하지 않아서?

아니면 내가 흑남이 된 이후로 그녀를 무시해서?

‘이유야 많다고는 해도 나를 죽인다는 리스크를 감수할 정도의 원한은 아닌 것 같은데…….’

여러 의문들이 나의 머릿속을 스쳐 갔으나.

난 빠르게 생각을 접었다.

‘내게 지팡이를 겨눈 이상, 상대가 콘스 교수라고 해도 달라지는 건 없어.’

날 노린 암살자는 죽인다.

지금은 그것만을 목표로 행동해야한다.

하지만.

“부식하는 왕의 왕관이 녹아내리고 하늘을 울리는 망자들의 울부짖음이 세상을 짓누를 때에…….”

그녀의 중얼거리는 소리가 내 귓가를 뚜렷이 울려오자.

‘저 미친년이 지금 무슨 흑마법을 준비하는 거야?!’

나는 콘스 교수의 캐스팅을 멈추기에는 늦었다고 판단하고.

얼른 지팡이를 쥐고 방어 마법을 준비했다.

‘저 미친년이… 이곳 사람들을 싹 다 죽이려고 작정을 했나?’

웅웅웅-

내 몸 주변으로 두텁고도 검은 막이 형성되던 그때.

“…이곳에 강림하소서. 창궐하는 부식의 세계.”

콘스 교수의 읊조림이 끝났다.

그 순간.

콘스 교수가 쥐고 있던 지팡이의 끝에서 귀곡성 같은 괴이한 소리가 흘러나오더니.

통-

부식된 왕관 하나가 바닥에 툭 떨어진다.

‘…온다.’

내가 입술을 악물고 내가 펼친 장막에 흑마력을 불어넣고 있던 그때.

사아아아아아아악-

왕관이 떨어진 곳을 시작으로 생명이 있던 곳들마다.

썩고 부패한 냄새가 진동을 하기 시작한다.

추욱-

바닥의 풀은 생기를 잃고 노랗게 변색이 되었고.

지나가던 동네 개들의 살은 한순간에 썩어 문드러진다.

“크으으읍……!”

‘저 미친년이……!’

내가 눈을 부릅뜬 채 장막의 유지에 사활을 걸고 있던 그때.

우르르르르르릉-

내 뒤편에서 건물이 무너지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온다.

‘건물도 부식돼서 무너진 건가.’

숙소의 흔적으로 보이는 벽돌이 나의 발치에 떨어져 굴렀으나.

나는 다른 곳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었다.

‘이런 대마법을 사용할 줄이야…….’

역시 교수는 교수인 걸까.

설마 콘스 교수가 이만한 흑마법을 구사할 줄이야.

쩌저저저저적-

‘이런……!’

심지어 내가 발현한 암흑장막 주위로 실금이 가던 그때.

화르르르륵-

콘스 교수의 등 뒤로 백여 개의 검은 구체가 생성되어 간다.

‘망할 년……!’

나는 이를 악물고 암흑장막의 유지에 사력을 다했고.

터더더더더더더덩-

콘스 교수가 날린 흑마법 파멸의 일격이 나의 암흑장막을 깨부술 듯 두드린다.

“크읍…….”

나도 모르게 입에서 신음이 튀어나왔다.

‘콘스 교수… 괜히 젊은 천재 소리를 듣는 게 아니었어.’

이제껏 나도 흑마력을 모으며 꽤나 힘을 길러 왔다고 생각했건만.

아직 콘스 교수의 노련함과 흑마법 활용성을 따라잡기에는 부족한 모양이었다.

‘젠장… 그냥 처음부터 펠기누스를 소환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럼 애당초 이런 상황이 만들어지지도 않았겠으나.

상대가 콘스 교수일 거라고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터더더더더더덩-

‘콘스 교수도 내가 펠기누스를 소환할 걸 우려해서 저렇게 흑마법을 난사하는 거겠지.’

끊임없이 내 암흑장막을 몰아치는 검은 구체들을 보며 나는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이대로 소모전으로 가게 되면 내가 불리해.’

절대적인 흑마력 양은 내가 더 많을지 몰라도.

흑마법을 체계적이고 능숙하게 사용하는 콘스 교수의 실력 때문에 내 흑마력이 급속도로 소진되고 있다.

‘그렇다고 방어에서 공격으로 전환을 하려고 하면 곧장 콘스 교수의 흑마법을 허용하고 말겠지. 젠장… 데스나이트 새끼들은 어디서 뭘 하고 있는 거야?’

외부의 조력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이만한 소동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어째선지 누구 하나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이대로 가면 자칫 밀릴 수도 있겠는데.’

콰작, 으저저적-

나는 점점 박살 나는 암흑장막을 보며 속으로 혀를 찼다.

‘할 수 없나.’

나는 심장 주변의 고리를 돌려 신성력을 끌어모으며 소리쳤다.

“수호의 성벽!”

파창, 웅웅웅-

암흑장막이 박살 나기 무섭게.

신성하면서도 반투명한 막이 내 주변에 형성된다.

“…뭐라고?!”

그 모습을 본 콘스 교수의 얼굴이 눈에 띄게 일그러진다.

“어떤 놈이……!”

내게 성마법을 사용한 사제를 찾는 건지.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콘스 교수.

‘백날 찾아봐라, 사제가 나오나.’

여하튼 그녀가 당혹한 지금이야말로 기회다.

‘단숨에 끝내야 돼. 저년이 일어나지 못할 정도의 강력한 성마법을 사용하자.’

내 뇌리로 한 가지 성마법이 스쳐 가자.

나는 검을 하늘 높이 들고 중얼거렸다.

“빛의 수호자시여, 영원한 평안과 안식의 빛을 허락하는 존귀한 신이시여…….”

나의 입에서 성마법의 구절이 흘러나오자.

“무… 무슨……! 흑남이… 성마법을 사용한다고? 이 무슨 섭리에 어긋나는 일이……!”

콘스 교수는 나를 공격하는 것조차 잊고.

당황하여 멍하니 나를 바라본다.

‘마신 베논의 사랑을 받는 흑남이 성마법을 사용한다? 당황할 만하지. 하지만 잊었어? 지금 여기는 전쟁터야, 이년아!’

마침내 캐스팅을 끝마친 나는 콘스 교수를 노려보며.

천천히 입을 뗐다.

“신성한 철퇴.”

그러자.

웅웅웅웅-

어둡던 하늘 위로 점차 밝은 빛이 모여들더니.

이윽고 하늘을 가릴 정도로 거대한 철퇴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

“어떻게 흑남이 고위 성마법을… 이건… 말도 안 돼……. 말도 안 된다고…….”

콘스 교수가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는 것과 달리.

‘네가 날 공격한 건 말이 되고?’

나는 무심히 검지를 위에서 아래로 까딱였다.

그러자 망치의 머리 부분이 기울기 시작하더니.

콘스 교수가 서 있던 일대 위로 망치가 내리꽂힌다.

“으으으… 으아아아아아아!”

그에 콘스 교수도 다급히 암흑장막을 생성하여 신성한 철퇴에 대항해 보고자 했다.

하나 이미 나와의 전투로 흑마력을 많이 소모한 탓인지.

으저저저저적-

신성한 철퇴에 직격당한 그녀의 암흑장막은 달걀 껍데기 부서지듯 삽시간에 부서져 내렸고.

콰과과과과과과광-

귀를 찢어 놓을 것 같은 폭음이 지면을 울리고.

몸을 흔들어 놓을 정도의 충격파가 지면을 타고 주변을 휩쓴다.

‘워우… 이게 고자의 힘인가……. 하물며 완벽한 고자가 되면 더 굉장하긴 하겠네…….’

성마법.

흑마법의 파괴력과는 또 다른 차원의 파괴력이 있는 힘이다.

이윽고 신성한 철퇴가 사라지자.

‘죽었나?’

나는 자리에 쓰러져 있는 콘스 교수의 앞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우웩… 쿨럭… 쿨럭……!”

‘오호… 그걸 맞고도 살아 있어? 대단하네.’

정말이지 질길 정도의 생명력이다.

물론 곧 꺼질 생명이기도 했지만.

“왜 나를 공격했지?”

나는 힘없이 피를 토해 내는 콘스 교수를 보며 질문을 던졌다.

“넌… 대체… 뭐 하는… 놈이지?”

“뭘 뭐 하는 놈이야? 흑남이지.”

내가 피식 실소하며 입꼬리를 올리자.

콘스 교수는 당장이라도 꺼질 것 같은 눈으로 날 보며 힘겹게 묻는다.

“어떻게… 인간이… 흑마력과 신성력을… 동시에 다룰 수가… 있는 거야……. 펠기누스의 영향이라도… 쿨럭…….”

“글쎄? 대답해야 할 이유는 없지.”

내가 어깨를 으쓱이자.

콘스 교수는 꺼질 것 같은 미소를 흘린다.

“흐흫… 쿨럭… 그렇지……. 세상은 참… 불공평해……. 누구는 이를 악물고… 이 자리까지 올라왔는데… 누구는 단지… 신의 선택을 받았다고 삶이… 바뀌다니…….”

“콘스 교수, 인생은 원래 불공평한 거야. 그 자리에 오랫동안 있었으니 누구보다 더 잘 알 것 아냐?”

“쿨럭…….”

‘말이 너무 길어졌어. 이년이 죽기 전에 정보를 뽑아내야 돼.’

콘스 교수가 단독으로 행동한 것인지.

아니면 무언가 내가 모르는 이유가 있는 것인지 확인을 해야만 한다.

턱-

내가 그녀의 얼굴에 손을 올리려던 찰나.

콘스 교수가 힘없이 입꼬리를 올린다.

“지옥에서… 기다리마…….”

으득-

‘뭐? 이런……!’

혀라도 깨문 걸까.

콘스 교수의 몸이 축 늘어진다.

‘이런 망할……!’

나는 속으로 혀를 찼다.

콘스 교수에게서 정보를 빼냈어야 했는데 설마 자살을 택할 줄이야.

‘대체 왜 갑자기 나를 공격한 거지? 아무런 이유도 없이 나를 공격하지는 않았을 텐데…….’

나를 공격하면 베논의 분노를 산다는 건.

콘스 교수 또한 잘 알고 있었을 터.

‘그런데도 그런 리스크를 감수하고 나를 공격했다는 건, 리스크를 감수할 이유가 있었다는 건데… 그 이유를 도무지 모르겠네.’

내가 콘스 교수의 시체를 바라보며 고심하던 그때.

갑자기 콘스 교수의 시신이 눈 녹듯 녹아 없어졌고.

팅-

웬 나무패 같은 것이 바닥에 놓여 있다.

‘뭔데 이것만 남은 거지?’

호기심에 나무패를 건드리려던 찰나.

사아아아아아악-

‘으으음… 이건…….’

불쾌하고도 음습한 기운이 나의 손을 자극해 온다.

‘이 기운은 마물학 수업에서 느꼈던 그 느낌이랑 똑같은데. 가만… 그렇단 건 수업 때 마법을 사용했던 놈이… 콘스 교수?’

잠시 의아함이 들었으나.

‘이걸 갖고 돌아가서 탑주에게 보여 주면 뭔가 단서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몰라.’

나는 먼저 손을 뻗어 나무패를 챙겼다.

바로 그때.

“세상에…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랍니까?”

“아주 난리가 났군요.”

언제 다가온 건지 치료사 레인, 제인이 호들갑을 떨며 내게 다가온다.

‘언제 온 거지?’

나는 게슴츠레한 눈으로 그녀들을 바라보다가 입을 뗐다.

“갑자기 콘스 교수가 나를 공격해서 어쩔 수 없었어. 약이라도 한 건지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약이요?”

“그럴 리가요? 그녀의 정신은 멀쩡했습니다.”

마녀들이 거북한 웃음소리를 내자.

나는 무심히 그들을 노려봤다.

“콘스 교수의 정신 상태를 너희가 어떻게 아는데? 그녀의 머릿속에 들어가 보기라도 했어?”

“들어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지요. 그보다…….”

마녀들은 내 손에 들린 나무패를 보더니.

홱-

돌연 입가에 기괴한 미소를 머금고는 내게 말한다.

“숲의 증표를 잡으셨군요?”

“…뭐?”

‘숲의 증표? 이 나무패를 말하는 건가? 근데 나무패를 잡은 게 뭐 어쨌다는…….’

나는 나무패를 던지려다 손을 멈칫거렸다.

‘이게 왜… 손에서 떨어지질 않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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