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나름대로 확신은 있었다고 해도.
어느 정도 불안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아스칼이 받아 온 양피지 숫자만 해도 대략 50장 정도이니… 시작은 좋네.’
역시 ‘흑탑 출신’이라는 스펙이 시련의 탑 여마법사들에게 뛰어난 어필이 된 모양이다.
‘이제 이 정보를 바탕으로 흑탑의 흑마법사들에게 흑혼해 듀오를 더 본격적으로 알릴…….’
“저… 흑남님…….”
내가 싱글벙글 웃고 있던 그때.
아스칼이 조심스럽게 말을 걸어온다.
“왜 그래?”
“기뻐하시는 와중에 죄송하지만 말씀드려야 할 것이 있어서…….”
말꼬리를 흘리는 아스칼을 보며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뭔데 저렇게 죄지은 개처럼 죽으려고 하는 거야?’
“뭐 실수한 것 있어?”
“그게… 그… 아무래도 흑마법사들의 정보만으로는 시련의 탑 마법사들의 시선을 끄는 게 조금 힘들었던지라… 그게…….”
“뭔데? 편하게 말해, 편하게.”
나의 말에 아스칼이 눈을 질끈 감은 채 소리친다.
“흑남님의 정보를 양피지에 적어 홍보하는 데 사용했습니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용서해 주십쇼!”
‘…음? 내 정보를 흘렸다고?’
나는 게슴츠레하게 뜬 눈으로 아스칼을 쏘아봤다.
“어느 정도까지 흘렸는데?”
“그게… 흑남님께서 풀라고 하신 정보들까지만 풀었습니다.”
아스칼이 덜덜 떨리는 손으로 양피지를 내밀자.
나는 그것을 낚아채어 얼른 안을 살폈다.
이름: 랄프
가문: 없음. 흑남인 만큼 차후 가문의 당주가 될 가능성 유력.
나이: 19살
성별: 남
키: 183
몸무게: 78
얼굴: 굉장히 잘생김
‘음… 이 정도 정보면 크게 상관없지. 근데… 굉장히 잘생김?’
나는 양피지를 내리고.
흘끔 아스칼을 바라봤다.
‘이 녀석… 허위 광고를 하고 올 줄이야…….’
솔직히 내가 잘생겼다고 생각한 적은 없건만.
이런 정보를 적어 놓다니.
“이 정도는 괜찮아. 잘했어.”
“죄송… 예?”
“일하는 와중에 보고하기는 어려웠을 테고, 알아서 잘 처리했네. 하지만 다음부터는 주의해.”
“예!”
‘큰 성과를 냈으니까 봐준다.’
나는 다시 고개를 돌려 시련의 탑 마법사들의 프로필을 훑기 시작했다.
‘음… 그래도 아스칼이 제법 여자를 많이 만나 봐서 그런지 괜찮은 여인들로 잘 뽑아 왔네.’
이제 이걸 갖고 흑혼해 듀오의 회원들에게 보여 주면 될 터.
‘다만 잘 매칭을 해야 되는데……. 근데 이건 뭐야?’
양피지 안에는 전에 없던 목록이 하나 추가되어 있었다.
‘등급? C? 오호…….’
“여기 적혀 있는 등급은 네가 적은 거야?”
“예! 마법사들마다 특색이 있던 탓에 제 나름대로 기준을 정해 등급을 매겨 봤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냐. 잘했어.”
‘그래. 등급이 있어야 매칭을 시켜 주는 것도 편하겠지. 이건 아스칼이 잘했네.’
사람마다 등급을 나눈다는 게 조금 그렇긴 해도.
등급을 나누어야 관리하는 입장에서도 편할 터.
“좋아. 이제 고객들에게 가 보자고.”
* * *
2층에 자리한 흑마법사들의 휴식 공간으로 이동하자.
의자에 앉아 있는 푸짐한 흑마법사가 나의 눈에 들어온다.
“덱스, 많이 기다렸어?”
“아닙니다, 흑남님. 제대로 된 결혼만 할 수 있다면야 이 정도 기다림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죠.”
‘음… 어째 그사이에 조금 더 찐 것 같은데……·’
프로필보다 조금 더 푸짐해진 흑마법사를 보며.
나는 미소를 지었다.
“여하튼 일단 결과를 말해 줄게.”
“예!”
“일단 저쪽에서 너와 만나길 원하는 여인들 몇을 찾을 수 있었어.”
나의 말에 푸짐한 흑마법사의 두 눈이 휘둥그레진다.
“저… 정말입니까?!”
“그래. 여기 상대의 정보가 있으니까 천천히 훑어봐.”
신중히 양피지를 살피는 덱스.
그는 한참 양피지를 본 뒤 흘낏 나를 바라본다.
“혹시 정보는 이게 전부인 겁니까?”
“더 궁금한 게 있어?”
“그… 이런 말씀을 드리기 죄송스럽지만 저는 노예와의 매매혼이 아닌 진실된 사랑을 찾아 결혼을 하고 싶습니다.”
덱스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알고 있어.”
“하지만 이 정보만으로는 상대가 어떤 여인인지 판단이 잘 서지 않습니다.”
“네가 원하는 이상형이 참하고 착한 여자였지? 상대들이 그런 여자인지 아닌지 이제 만나러 가 봐야지.”
두 눈을 부릅뜨는 덱스.
“직접… 만나러 간다고요?”
“그래. 처음에 설명할 때 이야기했었잖아? 일단 매칭이 되면 두 사람을 직접 만나게 해 주겠다고. 너도 상대가 어떤지 만나 봐야 판단이 설 것 아냐.”
“그, 그렇긴 합니다만…….”
덱스가 흘끔 제 몸을 내려다본다.
“문제 있어?”
“아, 아닙니다. 다만 괜히 긴장이 돼서……. 여자와 이야기해 본 적이라곤… 흑카데미에 다니던 때가 전부인지라…….”
“여하튼 네가 마음에 드는 상대를 정하면 매칭을 시작할 거야. 그러니까 잘 생각하고 대답해.”
그에 덱스는 다시 양피지를 뚫어져라 바라보다가.
이윽고 한 양피지를 내 앞에 내민다.
“이 여성분과 한번 대화를 나눠 봤으면 합니다.”
“그래. 알았어. 날짜가 정해지는 대로 아스칼이 네게 연락할 거야.”
* * *
이주일 뒤.
흑탑 안, 2층의 휴게실.
“소식 들었나?”
“무슨 소식?”
흑마법사 몇이 의자에 앉은 채 저들끼리 대화를 나눈다.
“덱스가 결혼을 한다더군.”
“…뭐?”
“괜찮은 노예라도 구매한 건가?”
한 흑마법사의 물음에 화제를 꺼낸 흑마법사가 고개를 젓는다.
“아니. 듣자 하니 시련의 탑 출신의 여마법사와 결혼한다더군. 어째 성격이 잘 맞은 모양이야.”
“…그래? 그건 좀 의왼데. 덱스에게 그런 인맥이 있었나?”
“매일 실험실에 처박혀서 연구나 하던 녀석에게 그런 인맥이 있겠어? 커흠…….”
헛기침을 한 흑마법사가 말을 이어 간다.
“나도 궁금해서 덱스에게 물어봤지. 그랬더니 돌아온 답이 가관이더군.”
“뭐라고 했는데?”
“흑남님께서 만드신 상단… 상단? 아무튼 특이한 상단의 덕을 봤다고 그랬네.”
흑마법사의 말에 주변 사람들이 의문에 찬 눈초리로 그를 바라본다.
“…상단?”
“상단이라고 하기는 뭐한데… 그걸 정확히 지칭할 단어가 떠오르질 않는군. 여하튼 그 상단을 통해 시련의 탑의 여마법사와 만난 모양이야.”
“…그래?”
아직 미혼인 남자들이 귀를 바짝 세우자.
화제를 꺼낸 흑마법사가 계속 말한다.
“그래. 이름이… 흑혼해 듀오라고 했던가? 아무튼 그 상단의 소속이 되면 알아서 여인을 찾아다가 선을 보게 해 준다고 하더구만.”
“오호… 그건 제법 흥미가 동하네. 거, 그 상단 가입은 어떻게 하나?”
“별로 어렵진 않다더군. 자기의 정보가 담긴 양피지와 가입비를 내면 된다고 하던데. 50골드라고 하던가?”
50골드라는 말에 흑마법사들이 어깨를 흠칫거린다.
“가격이… 제법 비싼데?”
“그렇긴 하네만 덱스 말로는 그 이상의 값어치를 한다더군. 나보고 가입하라고 아주 귀에 딱지가 앉도록 이야기를 하는데… 어후…….”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흑마법사.
그는 그의 동료들을 보며 슬며시 묻는다.
“자네들도 가 보겠나?”
“어딜?”
“어디긴? 흑혼해 듀오로 말이네.”
동료의 말에 흑마법사들이 얼굴을 찌푸린다.
“내 나이가 벌써 30이야. 결혼은 무슨…….”
“덱스도 32살이야. 나이는 상관이 없네.”
“그렇기야 하네만… 50골드가 적은 돈도 아니고…….”
50골드.
아무리 숙식을 흑탑에서 해결하는 그들이라고 해도.
50골드는 결코 적은 돈이 아니었다.
“당장 다음 달에만 나갈 돈이 20골드가 넘네.”
“연구비를 좀 줄이면 될 일이지. 잘 생각해 보게. 평생 혼자 살 건가? 아니면 다른 흑마법사와 결혼하려고?”
동료의 물음에 모든 흑마법사들이 얼굴을 구긴다.
“그건 좀…….”
“체제른의 소식 못 들었나? 아침마다 식탁에 부패한 빵이 올라온다던데 그렇게 살 바에는 리치가 되고 말지.”
“그러니 다 같이 흑혼해 듀오에 가 보는 건 어떤가? 일단 가서 설명을 들어 보고 마음에 안 들면 나오면 되는 것 아닌가?”
동료의 말에 마음이 흔들린 걸까.
“커흠… 그, 그럴까?”
“설명을 듣는 것 정도야 뭐 어려운 일도 아니니. 어흠…….”
그들은 괜히 헛기침을 하며 자리를 털고 일어나.
어디론가로 걸음을 옮긴다.
* * *
흑탑의 한 실험실 앞.
“후… 이게 뭐라고 괜히 긴장이 되는군.”
“어… 자네도 왔나?”
“크흠… 그… 아무래도 흑남님께서 공식적인 행보를 밟으셨으니 궁금증이 동해서 말이네… 자네는 무슨 일로 온 건가?”
“그게… 하하하… 나도 마찬가지네.”
안으로 들어가기 멋쩍었던 걸까.
괜히 민망했는지 흑마법사들 몇이 껄껄 웃으며 민망함을 감춘다.
“자, 들어가 봅시다.”
“그럴까요?”
덜컹-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는 흑마법사들.
“사람들이… 제법 많군.”
이미 실험실 안에 놓여 있는 의자는 만석이었기에.
그들은 조심스럽게 비어 있던 실험실의 뒤쪽 끝으로 이동한다.
“흑혼해 듀오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말씀을 드리기에 앞서 자리가 부족한 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이렇게 많은 분들이 찾아 주실 줄은 미처 몰랐거든요.”
어느새 실험실 안으로 들어온 아스칼이 좌중을 보며 인사를 건넨다.
“엇흠…….”
“큼…….”
“많은 분들께서 이곳이 뭘 하는 곳인지 궁금해하실 겁니다. 바로 설명하겠습니다. 이곳은 여러분들께서 진실한 사랑을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는 결혼 상단입니다.”
단상에 올라선 아스칼의 입에서 낯선 단어가 흘러나오자.
좌중들은 의아함을 감추지 못한다.
“결혼… 상단?”
“그렇습니다! 자, 여기 곧 결혼을 눈앞에 두신 덱스 님의 말씀을 먼저 듣도록 하겠습니다!”
‘확실히 말주변이 있어서 그런지 잘 운영하네.’
내가 진행을 잘하는 아스칼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던 사이.
단상 위로 푸짐한 흑마법사가 올라선다.
“안녕하십니까. 부패학파의 덱스입니다. 흑남님과 여기 계신 아스칼 흑마법사님의 큰 도움 덕에 저는 이번에 결혼을 하게 됐습니다.”
“흑남님께서 어떤 도움을 주신 겁니까?”
“제가 지금의 아내를 만나는 데 큰 도움을 주셨습니다. 흑남님께서 도와주시지 않으셨다면 저는 홀로 평생을 살았겠죠.”
덱스의 면면에 번진 미소 때문일까.
좌중 사이에서 술렁거림이 인다.
“어떻게 지금의 아내분을 만난 겁니까?”
“흑남님께서 제공해 주신 정보와 편의 덕에 잘 만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아직도 그녀와의 첫 만남을 잊지 못합니다.”
눈을 사르르 감은 덱스.
“그녀는 작은 보석상 앞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었죠. 우리가 만나기로 했던 장소에서 조금 떨어진 곳이긴 했지만 저는 그녀를 보자마자 알 수 있었습니다. 아, 그녀가 나의 매칭 상대라는 걸 말이죠.”
덱스는 과거를 회상하며 계속 말을 이어 간다.
“그녀 또한 저를 알아봤는지 미소를 짓더군요. 그렇게 우리는 만났습니다.”
“만난 지 겨우 이주일 정도 됐는데 어떻게 결혼을 결심하실 수 있었죠?”
폭주하는 질문에도 친절히 응답하는 덱스.
“사전에 흑남님께서 그녀에 대한 정보를 주신 덕에 그녀에 대한 건 대략적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남은 것은 서로에 대한 마음을 확인하는 것뿐이었죠.”
오오오오-
천천히 눈을 뜬 덱스가 좌중을 보며 빙긋 미소를 보인다.
“또한 흑남님께서는 많은 배려를 해 주셨습니다. 그녀가 무얼 좋아하는지, 뭘 먹고 싶어 하는지, 또 어떤 행동을 하는 남성을 좋아하는지 등의 정보를 말입니다.”
“허어… 그런 것까지 도와준단 말인가…….”
“여러분! 노예와 사랑이 없는 결혼을 하고 싶습니까? 아니면 사랑이 있는! 행복이 있는 결혼 생활을 하고 싶으십니까!”
크흠, 큼-
“하지만 흑혼해 듀오에 가입하면… 암묵적으로 흑남님의 산하에 들어가게 되는 것 아냐?”
“그렇게 보일 수도 있긴 한데…….”
좌중 사이에서 헛기침 소리만이 흘러나오던 중.
덱스가 쐐기를 박듯 소리친다.
“물론 선택은 여러분의 몫입니다! 어떤 선택을 하시건 저는 흑마법사님들의 의사를 존중합니다. 마지막으로 저희의 고충을 외면하지 않고 정면으로 받아치신 흑남님께 저는 다시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이만 말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짝짝짝짝-
단호한 덱스의 외침에 대다수의 노총각들 눈에 확신이 들어찬다.
“그 시체 같던 녀석이 저런 표정을 보일 줄이야…….”
“흑혼해 듀오가 그 정도라고?”
“음… 그래도 흑남님께서 운영하시는 상단이라고 하니 속임수는 없겠지. 가입해 볼까…….”
‘좋네. 분위기는 확실히 넘어왔어.’
나는 실험실에 흐르는 분위기를 읽고는 속으로 미소를 흘렸다.
‘그래. 다른 탑의 마법사들과 교류할 일이 적은 상황에서 흑혼해 듀오를 접했으니 가입할 수밖에 없겠지.’
다른 마법사들보다 비교적 폐쇄적인 흑마법사들의 문화가 어찌 보면 작금의 상황을 만들어 낸 것일 터.
‘일단 계속 지켜볼까.’
흑혼해 듀오를 알리는 광고 시간이 끝나고 한 시간 뒤.
“흑남님! 대성공입니다!”
아스칼이 가죽 자루를 질질 끌며 내 방 안으로 들어온다.
“몇 명이나 가입했어?”
“너무 많아서 세기가 어려웠습니다만, 대략 200명이 넘습니다!”
“호오… 많이도 가입했네.”
‘만약 이 인원들을 덱스처럼 전부 결혼시킨다면……,’
나는 슬며시 나의 심장 부근을 내려다봤다.
‘6서클로 올라가는 게 가능할지도 몰라.’
5서클에서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하기를 몇 달째.
하지만 흑혼해 듀오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는다면.
6서클에 진입하는 것도 아주 불가능하지만은 않아 보였다.
‘만약 6서클에 도달한다면… 교수들과 붙어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거야.’
물론 부탑주나 탑주 등.
흑탑의 네임드들을 상대하기엔 아직 역부족이겠으나.
적어도 흑탑의 어지간한 흑마법사들은 전부 제칠 수 있을 터.
‘다만… 흑마력을 늘리는 게 좋긴 한데, 신성력은 지금 상태로 놔둬도 괜찮은 걸까?’
흑마력은 점차 늘어 가는 반면.
아직 신성력은 제자리니 괜히 걱정도 된다.
‘그렇다고 선행을 하자니 그것도 좀 그렇고……. 흠… 고민이네…….’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가 곧 고개를 저었다.
‘일단 눈앞의 일에 집중하자.’
나는 다시 양피지로 시선을 돌렸다.
‘이 정도로 많이 가입했으면 시련의 탑뿐만 아니라 혈탑에도 고객을 늘려야겠는데? 사람이 더 필요하겠어.’
지금 아스칼만으로는 이 많은 업무를 수행하기는 불가능할 터.
‘하지만 어디서 사람을 끌어오지?’
흑카데미의 하인을 쓸 수도.
그렇다고 흑탑의 흑마법사들을 쓸 수도 없는 노릇이다.
‘어느 정도 정보도 갖고 있으면서 다른 탑에 가도 크게 꿀리지 않을 정도의 스펙을 가진 사람이어야 하는데… 그런 사람이 있나…….’
나는 잠시 고민에 잠겨 있다가 손가락을 튕겼다.
‘그래! 그 녀석을 이용하면 되는 것 아냐?’
얼마 뒤.
“무슨 일이야?”
내 방 안으로 들어온 레나.
그녀는 의아하다는 듯 나를 바라본다.
“잘 왔어. 별건 아니고, 너, 일 하나 해 볼 생각 없어?”
“일? 일이라면 설마… 네가 요즘 하고 있는 그건 아니지?”
“네가 생각한 그게 맞아.”
나는 미소를 지은 채 계속 말했다.
“갑자기 고객들이 엄청 늘어나서 도와줄 사람이 필요한데, 네가 딱 적임자라고 생각했거든.”
“내가 적임자라고?”
“그래. 거기다가 지금 흑탑의 고객들이 전원 남성이잖아? 흑탑의 여성분들도 내심 가입하고 싶어 하는 눈치던데 그 사람들은 네가 관리하면 어떨까 해서.”
나는 그녀를 응시하며 툭 한마디를 던졌다.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너는 여성 고객들을 관리하는 여성 파트 총괄 매니저가 되는 거지. 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