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다음 날.
“규칙은 간단하다. 만약 너희가 눈앞의 학생을 이길 경우에는 너희를 풀어 줄 거다.”
콘스 교수의 진행 아래에서 4학년들의 실기 시험이 진행되어 갔고.
‘풀어 주기는 개뿔… 하여간 말은 잘해.’
난 하인장으로서 시험장을 관리한다는 명목하에 그 모습을 지켜보며 고개를 저었다.
‘만약 진짜로 실험체가 이기면 곧장 교보재나 실험 재료로 쓸 거면서.’
실험체들이 진짜로 이기건 지건.
어차피 저들의 운명은 결정되어 있었다.
“…이기기만 하면 되는 겁니까?”
“혹시라도 상대를 죽이면 어떻게 되는 거죠?”
“죽여도 상관없다.”
콘스 교수의 무심한 대답에 난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죽여도 상관없다니… 학생을 죽이면 당연히 문제가 되는 것 아냐? 뭐… 학부모들의 동의를 받았으니 저러는 거겠지만.’
솔직히 실험체가 죽건 학생이 죽건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다.
‘그래도 기왕이면 학생들이 이겼으면 좋겠네. 그래야 한 놈이라도 물을 마실 확률이 높아질 테니까.’
내가 나무통을 보며 흐릿한 미소를 짓던 그때.
“1조, 시작해라!”
콘스 교수의 외침이 울리고.
우르르르릉-
마침내 시험이 시작됐는지 경기장 안에서 요란한 굉음이 울려온다.
‘시작했나……. 안을 볼 수가 없으니 상황을 알 수가 없네.’
아무리 하인장이라고 해도 경기장 내에 들어가 관람하는 건 불가능했다.
관람이 가능한 건 오직 4학년들을 평가하기 위한 교수진뿐.
‘상관없지. 어차피 싸운 놈들은 분명 물을 찾게 될 테니까.’
“2조! 뭐 하나! 3조! 곧바로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대기하고 있어!”
2조를 보채는 콘스 교수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1조의 시험이 끝났구나.’
난 곧장 경기장의 출구를 바라봤다.
“실기 시험치고 너무 쉬운 것 같은데. 내 실력을 다 보여 드렸어야 했는데, 젠장…….”
“어쩔 수 없지. 상대가 정규 기사나 출중한 마법사였으면 몰라도 달프 교수가 납치해 온 놈들이잖아? 우리보다 실력이 딸린 건 감안해야지.”
“하… 이번에 꼭 흑탑에 들어가야 할 텐데…….”
때마침 검은 로브 위로 피 칠갑을 한 학생들이 출구로 나오고 있었다.
“흑탑은 뭐 아무나 들어가냐? 졸업생 중에 겨우 10분의 1이라도 들어가면 다행이지.”
“그렇긴 해도, 하아… 이번 실기 시험으로 성적이 결정될 걸 생각하면… 속이 탄다.”
“저기 물 있네. 물이라도 마시든가.”
“…그래야겠어.”
그중, 일부 학생들이 갈증을 느낀 것인지.
내가 배치해 뒀던 나무통 앞으로 걸어간다.
‘그래! 마셔! 들이켜!’
“후우… 꼭 좋은 점수를 받았으면 좋겠는데…….”
바가지를 든 학생들의 목울대가 위아래로 꿀렁거리자.
‘…됐다!’
난 말없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가.
학생들의 동태를 살폈다.
“야… 물맛이 좀 이상한 것 같은데…….”
“물에 뭔 맛이 있어? 물이 그냥 물이지. 긴장해서 그래.”
“…그런가?”
1조의 학생들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사라지고.
“조졌네……. 시팔… 시팔!”
“콘스 교수가 보채지만 않았어도… 하…….”
“그 새낀 왜 뒈져 가지고……. 우리까지 점수 깎이게 생겼잖아?!”
곧 시험을 끝마친 2조의 학생들이 씩씩거리며 나무통 앞으로 다가간다.
그렇게 3조, 4조의 학생들이 나무통 앞을 지나치던 그때.
“아씨… 뭔가 속이 안 좋은데…….”
“뭐 잘못 먹은 것 아냐? 아침에 그렇게 처먹더니 배탈이라도 났나 보네.”
“아냐… 그런 게 아니고……. 으윽…….”
갑자기 다른 조가 끝나길 기다리고 있던 1조의 학생 중 한 명이.
배를 붙잡고 바닥에 쓰러진다.
“왜… 왜 이러는 거야? 야! 괜찮아?!”
“나도 속이… 왜 아픈… 으으으…….”
한 명의 학생을 시작으로 전염병이 퍼지듯.
각 조마다 복통을 호소하는 학생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휴… 다행히 효과가 있네.’
혹시라도 내 신성력이 너무도 미비하여.
아무런 효과도 없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단순한 기우였던 모양이다.
‘아니지. 아까 물맛이 이상하다고 한 걸 봐선, 도리어 신성력이 많았다면 학생들이 물을 안 마셨을 수도 있었겠네. 오히려 다행인 건가.’
여하튼 효과가 있음에 내가 속으로 안도의 숨을 내쉬던 중.
“지, 진짜 죽을 것… 누가 더스틴 치료사님 좀 불…….”
“알았어! 야, 조금만 참아 봐! 금방 모셔 올 테니까! 야, 거기! 당장 경기장에 가서 더스틴 님 모셔 와! 당장!”
학생 중 한 명이 날 가리키며 소리를 지른다.
‘오우야… 생각보다 효과가 뛰어난데? 확실히 성수가 흑마법사들에게 독약이긴 한 모양이네.’
물론 성수를 직접 마셨으니 저런 반응을 보이는 거긴 하겠으나.
내 하잘것없는 신성력이 담긴 성수가 저 정도 효과를 보이다니.
‘만약 아크 교수가 직접 성수를 제조해서 뿌렸다면… 대량 학살도 가능한 것 아냐?’
다시 생각해 보니 아크 교수가 이 아카데미에 있어 얼마나 위협적인 존재인지.
새삼스레 실감이 났다.
“알겠습니다.”
그에 난 기다렸다는 듯 경기장 안으로 들어가.
리치, 더스틴을 학생들 앞으로 데려갔다.
[이건… 무슨 일이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복통을 호소하는 게…….”
[비켜라.]
더스틴이 재빨리 바닥에 누워 있던 학생의 상태를 살피더니.
노란 안광을 내뿜는다.
[…성수를 마셨군.]
“성수를 마셨다고요?! 그럼 죽는 것 아닙니까?”
흑마력과 신성력은 극과 극의 사이.
하물며 신의 은총을 받은 물을 마신 게 흑마력을 품은 학생이라면.
죽는다고 해도 그리 이상하지는 않았다.
[다행히 고급 성수는 아닌 것 같다. 하지만 계속 이 상태라면 분명 문제가 되겠지.]
“그, 그럼 어떡합니까?!”
[흑마력 포션을 먹이면 나아질 거다. 일단 이걸 먹여라. 포션을 더 갖고 오마.]
더스틴이 포션을 가지러 자리를 뜨던 그때.
콘스 교수를 필두로 실기 시험 채점을 진행하던 교수들이 출구로 나온다.
“무슨 일이지?”
“그, 그게… 아무래도 성수를 마신 것 같습니다.”
“…성수를 마셨다고?”
학생의 말에 콘스 교수의 눈빛이 대번에 날카롭게 변하더니.
서둘러 학생들의 상태를 살펴본다.
“그러네. 성수를 마셨어…….”
“허… 하지만 성수라니요? 성수를 구할 길이 없을 텐데…….”
“그러니까요. 뭘 잘못 먹은 게 아닐까요?”
달프 교수와 다른 교수들이 의아해하던 사이.
덜컹-
콘스 교수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한쪽에 있던 물이 든 나무통을 열어젖혔다.
“…이거네요. 조잡한 정도이긴 해도 확실히 신성력이 느껴지네요.”
“그렇다면 4학년들이 신성력을 느끼지 못했다는 게요? 허…….”
“아무래도 신성력에 대한 경험이 없으니 그럴 수도 있죠. 그보다 누가 대체 이런 짓을…….”
파스칼 교수가 말꼬리를 흐리자.
콘스 교수가 싸늘하게 말한다.
“아카데미 안에서 이런 짓을 할 수 있는 사람이 한 사람 말고 또 있을까요?”
“그럼 콘스 교수의 말은… 아크 교수가 이 일을 꾸몄다는 겁니까?”
“그렇지 않겠어요? 이 아카데미 안에서 그 말고 신성력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또 누가 있겠어요?”
‘흡…….’
그녀의 싸늘한 물음에 난 괜스레 찔려 숨을 참았다.
“하지만 아크 교수에게 그럴 이유가 있답니까?”
“그거야 당사자가 더 자세히 알지 않을까요? 그렇지 않나요, 아크 교수님?”
“허… 이건…….”
콘스 교수의 물음에 아크 교수는 눈에 띌 정도로 당혹해하는 모습을 보인다.
‘어우… 속이 다 후련하네.’
저 속 모를 늙은 신관장이 당황해하는 모습이 왜 그리도 보기 좋은 건지.
난 입가에 번지려는 미소를 애써 감춰야만 했다.
‘그보다 콘스 교수가 기대 이상으로 잘 몰아붙이고 있네. 심장의 방에 침입한 범인이 나와 버려서 그런 건진 모르겠지만…….’
이틀 전, 1학년 셋이 심장의 방에 침입했던 걸 무용담처럼 떠들다가.
콘스 교수에게 걸리지 않았던가?
‘그 뒤로 뭔가 표정이 안 좋아 보이긴 했었지. 정말 심장의 방의 침입자가 아크 교수이길 바랐던 건가?’
만약 그렇다면 왜 그녀는 그렇게 아크 교수를 싫어하는 걸까?
내가 아크 교수와 콘스 교수의 관계를 고민하는 사이.
“…허허, 뭔가 오해가 있는 모양입니다. 제가 왜 학생들에게 성수를 먹이려고 했겠습니까?”
“하지만 당신 말고는 이 사태를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없는데요?”
콘스 교수가 아크 교수를 쏘아붙인다.
“혹시 성수를 도둑맞은 적은 없습니까?”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그런…….”
아크 교수가 고개를 젓자.
달프 교수가 안타깝다는 듯 혀를 찬다.
“그럼 아크 교수 말고는 범인이 없는 것 아닙니까?”
파스칼 교수가 속삭이듯 말한다.
“허허, 속단하기에는 너무 이르지 않습니까?”
“속단하다니요?”
“학생들 중, 누군가가 성수를 갖고 있을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아크 교수가 스스로를 변호하자.
“최근에 한 학생이 바질리스크의 저주가 걸린 약을 들고 있었던 적이 있죠. 그 뒤로 학생들의 소지품 검사를 한 건 잊으신 모양이죠?”
콘스 교수는 단칼에 그의 말을 잘라 버린다.
‘하긴… 그 이후로 한번 날 잡고 학생들의 기숙사부터 소지품까지 이 잡듯 살피긴 했었지.’
학생의 소행이라고 우기기엔.
아크 교수에게 그리 형편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이제 또 뭐라고 변명하려나?’
“아니면 저를 좋지 않게 여기는 누군가의 소행일지도 모르지요. 여하튼 전 아닙니다.”
“당당하시네요.”
“허허, 지은 죄가 없으니 당당할 수밖에 없지요.”
아크 교수가 허허롭게 웃자.
콘스 교수는 눈살을 찌푸린 채 그를 바라본다.
“하… 아크 교수의 소행이 아니라면 누가 이 일을 저지른 걸까요?”
“허허, 저라고 알겠습니까?”
“여하튼 아크 교수께선 청문회를 면치 못하실 것 같긴 합니다. 잘하면 파면까지 생각하셔야 할 겁니다.”
‘청문회!’
달프 교수의 말에 난 속으로 박수를 쳤다.
‘청문회까지 연다는 건 다른 교수들도 이 사태가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거겠지.’
아카데미 내에 큰 사건이 벌어졌을 때마다.
꼭 이 청문회가 열리지 않았던가?
‘역시 순교는 좀 어려웠나? 그래도 파면이라도 시킨다면 그게 어디야!’
아크 교수가 파면당한다면.
더 이상 그에게 순교당할 걱정은 할 필요 없을 터.
‘제발 파면시켜. 솔직히 이 정도 사건이면 무조건 파면감이잖아?!’
“청문회… 말입니까?”
“사안이 사안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달프 교수의 말에 아크 교수가 씁쓸히 웃는다.
“허허… 잘못한 게 없는데 청문회라니…….”
“잘잘못은 청문회에서 더 이야기하세요. 그때 더 들어 드릴 테니까요.”
콘스 교수가 그를 날카롭게 쏘아붙이던 그때.
“아니. 청문회까지 갈 필요 없네.”
“…학장님?”
교수들의 등 뒤로 학장의 지엄한 목소리가 울려온다.
‘학장이 여긴 왜……. 누가 몰래 가서 이야기하기라도 한 건가?’
학장의 등장에 난 조금 당황했지만.
곧 개의치 않았다.
‘아니야. 차라리 잘됐어. 청문회까지 갈 필요 없다는 걸 봐선, 그냥 이 자리에서 아크 교수의 처우를 결정하려는 것 같은데. 당연히 파면하겠지.’
곧 졸업을 앞둔 4학년들이 성수로 인해 쓰러졌다.
당연히 학장으로서 이번 사태에 대해 누군가에게 책임을 지우려 할 것이었고.
그 대상이 아크 교수가 되리란 건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청문회까지 갈 필요가 없다는 게, 무슨 말씀이신지…….”
“말 그대로네. 아크 교수의 처우는 지금 이 자리에서 결정하도록 하지.”
학장의 단호함에 아크 교수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 가자.
콘스 교수가 미소를 머금은 채, 학장에게 묻는다.
“당연히 파면이겠죠?”
“아카데미의 규율에 따르면 파면이 맞네. 하지만…….”
‘…하지만?’
순간 싸한 느낌에 난 학장의 입을 뚫어져라 주시했다.
“아크 교수는 내 명령을 따른 것뿐이니, 파면을 할 수는 없네.”
“…뭐라고요?”
콘스 교수는 당혹하여 말을 더듬었고.
‘뭐라고? 이게 무슨 개소리야?’
나 또한 어처구니가 없어 멍하니 학장을 바라봤다.
‘아니, 내가 한 일을 왜 지가 했다고 그러는 거지? 아니면 저 늙다리 신관장한테 약점 잡힌 거라도 있나?’
그렇지 않고서야 학장이 아크 교수를 보호할 이유가 있단 말인가?
“학장님… 그게 사실입니까?”
“사실이네. 그렇지 않나, 아크 교수?”
학장의 물음에 아크 교수는 그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천천히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허허, 그렇습니다.”
“학장님! 정말 그게 사실이라면 대체 왜 그런 행동을 시키신 거죠?!”
콘스 교수가 따지듯 묻자.
학장은 덤덤히 답한다.
“곧 졸업을 앞둔 학생이 저 하잘것없는 신성력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이 사달이 났네. 이게 뭘 의미하는 것 같나?”
“그건… 아직 경험이 부족해서…….”
“정확히 봤네, 콘스 교수! 우리 학생들은 신성력에 대한 경험이 없네!”
학장이 박수를 치자.
콘스 교수가 굳은 표정으로 말한다.
“하지만 간혹 신관이나 성기사 같은 실험체를 통해 실습을…….”
“실습을 했다고? 정말인가? 내가 알기론 그런 질 좋은 실험체들이 들어오거든 교수들이 앞다투어 가져가기 바쁜 걸로 알고 있는데, 틀린가?”
“…….”
학장의 물음에 콘스 교수는 대답하지 못한다.
‘사실이긴 하지.’
실제로 그런 실험체들이 감옥에 들어오거든.
교수들이 서로 가져가고자 말싸움까지 벌이지 않았던가?
“그래서 내가 아크 교수에게 부탁했네. 신성력에 취약한 학생들에게 좀 더 과감한 교육을 해 달라고 말이지.”
“하지만 이건…….”
‘명분 봐라, 진짜 그럴듯해서 할 말이 없네.’
실제로 4학년들이 내 하잘것없는 신성력에 당한 탓에.
학장의 말에 마땅히 반박을 할 수도 없었다.
“더 할 말이 있나, 콘스 교수?”
나지막한 학장의 물음에 콘스 교수는 한숨을 푹 내쉬더니.
고개를 젓는다.
‘하긴 학장이 실드를 쳐 주는데 아무리 말해 봐야 무슨 소용일까.’
내심 콘스 교수를 응원하던 나는 그녀를 따라 속으로 한숨을 내뱉었다.
‘설마 여기서 학장이 아크 교수를 실드 쳐 줄 줄이야…….’
이 자리에서 아카데미 최고의 권위자의 명령을 거부할 수 있는 자가 누가 있겠는가?
“자, 이제 이번 일은 어느 정도 해결이 된 것 같으니, 다들 일들 하러 가게.”
“…예.”
“아, 그리고 아크 교수는 잠깐 내 집무실로 오지.”
“허허, 그러지요.”
학장과 아크 교수가 자리를 뜨고.
성수에 당한 학생들이 어느 정도 회복세를 보이자.
교수들도 하나씩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젠장… 아크 교수를 쫓아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는데.’
내가 속으로 씁쓸함을 삼키고 있던 그때.
“잠깐 내 집무실로 따라와.”
돌연 콘스 교수가 내 옆을 지나가며 차갑게 속삭인다.
‘…뭐지? 표정을 봐선 엄청나게 화난 것 같긴 한데…….’
5년간 콘스 교수의 눈치를 살핀 덕에 난 그녀의 감정을 어느 정도 읽어 낼 수 있었다.
‘설마 나한테 화풀이라도 하려는 건 아니겠지? 화는 내가 내고 싶다고!’
아크 교수를 파면시키기 위해 나름 준비하고 준비한 일이건만.
학장이라는 절대 권력 앞에 내 계획이 일그러졌으니.
당장 누구 멱살이라도 붙잡고 화를 내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아…….’
하지만 난 조심스럽게 그녀의 뒤를 쫓아.
콘스 교수의 집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어쩐 일로 부르신 건지…….”
“너, 오늘부터 나한테 흑마법을 배워.”
“…예?”
폭탄 같은 콘스 교수의 발언에 난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그녀를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