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흑카데미의 노예가 살아남는 법-10화 (10/200)

10.

‘이러면 적어도 당분간은 잠잠하겠지.’

또 시간이 지나면 뭣도 모르고 덤비는 놈이 나올지도 모르지만.

그건 그때 가서 해결해도 된다.

“다들 해산해. 식사들 하러 가!”

나의 명령에 하인들이 해산하자.

‘나도 밥이나 먹으러 가 볼까.’

나도 천천히 식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 *

‘조금 널널하네.’

하인장이 된 뒤로 비교적 단순한 잡일에서 해방된 덕일까.

평소보다 조금은 여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

‘매일이 이렇게 여유로우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마른걸레로 적당히 석상과 벽면을 닦으며 시간을 죽이고 있을 무렵.

“끄아아아아악! 으아아아아아악!”

‘뭐, 뭔 소리야?’

어디선가 들려오는 선명한 비명 소리에 난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저기는… 달프 교수의 강의실인데. 누가 또 악마와의 계약에 실패한 건가?’

악마와의 계약에 실패하면.

그 여파는 고스란히 계약을 진행한 시전자에게로 돌아간다.

‘올해는 왜 사고가 없나 했더니… 내 저럴 줄 알았다.’

악마와 계약하는 건 생각보다 까다로운 일이다.

‘제물이 시원찮다고 계약을 파투 내는 놈들도 많으니까.’

아니, 차라리 그 정도는 양반이다.

‘면상이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까이기도 하니까.’

악마에게 까이는 이유도 제각각이긴 하나.

차라리 그렇게 까이는 건 다행이다.

‘문제는 소환해 낸 악마가 스스로 계약진을 부수는 경우인데…….’

그리된다면 술식이 강제로 해제되는 만큼.

피해는 고스란히 시전자가 입게 된다.

‘그래도 3, 4학년은 어느 정도 경험이 쌓였을 테니까 그럴 일은 없을 거고… 1학년인가?’

내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교실로 다가가 창 안을 살피려던 그때.

덜컥-

갑자기 교실 문이 열리고.

얼굴에 곰팡이가 가득한 늙은 달프 교수가 황급히 교실을 나온다.

‘이크…….’

난 서둘러 교실 주변을 청소하는 척하며.

달프 교수의 눈치를 살폈다.

‘큰일이라도 벌어진 건가? 달프 교수 정도면 계약이 난장판이 됐어도 수습할 수 있을 텐데?’

내가 그를 보며 의구심을 느끼던 그때.

“거기! 그래, 너! 마침 잘됐다!”

달프 교수가 내게 황급히 손짓을 해 온다.

‘…뭐지?’

“무슨 일이십니까?”

“당장 창고로 가서 흑마력 포션 있는 대로 다 가져와! 당장!”

‘흑마력 포션을 가져오라고?’

마법사에게는 포션이, 레바논교에는 성수가 있다면.

흑마법사들에게는 흑마력 포션이 있다.

‘제조법이라 봐야 시체가 갖고 있는 진기를 뽑아다가 만드는 거지만……. 하여간 시체로 참 이것저것 잘 만든다니까. 근데 그걸 왜 필요로 하는 거지? 설마…….’

교수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지기라도 한 걸까?

‘에이, 설마… 뭐, 1학년이 발록이라도 소환한 건 아니겠지?’

“알겠습니다.”

어쨌건 교수의 명령이었기에.

난 서둘러 창고로 가 흑마력 포션을 있는 대로 보자기에 쑤셔 담아.

달프 교수에게로 돌아왔다.

“여기, 가져왔습니…….”

탁-

대답할 시간조차 아까웠던 것인지.

달프 교수는 내 손에서 보자기를 낚아채어 헐레벌떡 교실 안으로 들어간다.

‘대체 얼마나 큰일이기에 저러는 거야?’

난 슬며시 교실의 창 안을 살펴봤다.

“으으으으으으…….”

“어떡해… 저러다 죽는 것 아냐?”

“저 녀석이 죽건 말건 무슨 상관이야?”

“왜 상관이 없어?! 상관이 있지. 흑탑 부탑주의 딸이 죽으면 우리한테까지 피해가 올 수도 있잖아!”

교실 안에는 당혹해하는 학생들을 비롯하여.

1학년으로 보이는 학생이 핏빛 진 옆에서 피를 토하며 몸을 떨고 있었다.

‘부탑주의 딸이라고? 그것도 흑탑의 부탑주?’

난 이제야 달프 교수가 안절부절못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만약 부탑주의 딸이 자기 수업을 듣다가 죽었다는 사실을 부탑주가 알게 되면…….’

달프 교수는 최소 파면을 당하거나.

어쩌면 그 역시 스켈레톤 신세를 면치 못할 터.

‘뭐… 그건 그것대로 볼만하겠네.’

나는 피식 실소하곤 계속 창 안을 주시했다.

“이런 빌어먹을…….”

얼굴이 하얗게 질린 달프 교수가 계속 검은 액체를 여학생의 입에 들이부었으나.

학생의 상태는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으으으으으…….”

‘…저러다 진짜 죽는 것 아냐?’

솔직히 이 빌어먹을 곳에서 누가 죽건 말건 내 알 바가 아니었다.

하지만 대상이 흑탑의 부탑주 딸이라면 조금 상황이 달라진다.

‘거의 왕의 딸이 죽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그리된다면 당연히 이 아카데미에도 커다란 파도가 들이칠 것이고.

나 역시 파도에 휩쓸릴 가능성이 높았다.

‘어떻게 좀 해 봐, 이 늙은아! 짬밥을 똥구멍으로 먹었냐?!’

내가 속으로 달프 교수를 욕하던 찰나.

스륵-

누군가가 내 옆을 지나쳐 교실 안으로 들어간다.

‘저 사람… 아니, 저 리치는…….’

이 아카데미의 유일한 힐러이자.

흑마법사 치유사이기도 한 리치, 더스틴이었다.

‘저 양반까지 부른 거야? 진짜 어지간히 심각한 모양이네.’

내가 속으로 혀를 차던 그때.

[상태가 심각하군.]

더스틴의 입이 있어야 할 자리에서 스산한 목소리가 울려온다.

“…많이 심각한가? 흑마력 포션을 먹이긴 했는데…….”

[부족하네. 이 꼬마는 육체가 아니라 진기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어.]

‘그 말은…….’

“포션으로는 회복할 수 없다는 건가?”

[대체 누구를 소환했다가 이 파국을 맞은 거지?]

“그게… 나도 잘 모르겠네만… 아마도 그건… 아몬의 손이었던 것 같네.”

달프 교수의 대답에 더스틴의 안광이 흉흉하게 빛난다.

[자네 말은… 저 소녀가 마왕을 소환했다는 건가?]

“팔뿐이긴 했지만… 여하튼 그렇네.”

[역시 부탑주의 여식이라 이건가…….]

더스틴이 소녀를 내려다보던 중.

달프 교수가 그를 붙잡고 다급히 말한다.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네! 정녕 치료할 방법이 없는 건가?”

[기다려 보게. 혹시나 싶어 치료제들을 불렀으니까.]

‘…치료제들을 불렀다고? 가져온 게 아니고?’

내가 의문을 감추지 못하던 그때.

“하인장님? 여기에 계셨습니까?”

등 뒤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난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6번 방이랑 8번 방의 하인들… 설마… 하인들을 치료제로 쓴다고?’

“너희는 여기 왜 온 거냐?”

“더스틴 님께서 부르셔서 왔습니다만… 무슨 일이라도 벌어진 겁니까?”

“그게 말이다…….”

내가 선뜻 말을 꺼내지 못하던 중.

[왔군. 들어와라.]

더스틴의 손짓에 하인들은 어리둥절해하면서도 교실 안으로 들어간다.

[거기, 넌 뭘 하고 있는 거지?]

‘이런 시벌… 더스틴의 눈에 들기 전에 튀었어야 했는데…….’

난 어색하게 웃으며 슬며시 하인들의 뒤편에 자리했다.

‘아니겠지……. 아닐 거야…….’

내가 침을 꿀꺽 삼키던 그때.

[시간이 없으니 바로 시작하겠네.]

더스틴의 몸 사이로 스산한 안개가 흘러나오더니.

하인 세 명의 몸을 덮는다.

“이건…….”

“으어어어어어어어어…….”

젊고 탄탄한 피부가 삽시간에 쪼그라들고.

머리가 하얗게 변해 가는 그들을 보며 난 속으로 욕을 토해 냈다.

‘저 미친놈이…….’

대상의 진기를 빼앗아 타인에게 강제로 넘겨주는 ‘라이프 드레인’.

그 빌어먹을 저주가 지금 그들에게 펼쳐지고 있었다.

‘시발… 우리가 무슨 걸어 다니는 포션이냐!’

“무… 무슨…….”

“으아아아악!”

너무도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한 하인들이 황급히 교실을 나가려고 했지만.

[나가려고? 안 되지! 클켈켈켈켈!]

어느새 달프 교수가 소환한 임프들에 잡혀 꼼짝도 하지 못했다.

“왜… 왜 우리한테 이러는 거야?! 생명력이 필요한 거라면 감옥의 실험체를 써도 되는 거잖아?!”

“이제 감옥에 남아 있는 놈들은 고급 실험체밖에 없어서 그렇겠지……. 빌어먹을… 그 늙은 기사나 쓰지……. 내가 얼마나 열심히 일했는데…….”

하인들이 탄식하던 사이.

스르륵-

더스틴은 모은 진기를 소녀에게 주입하기 시작했고.

모인 진기는 소녀의 콧구멍을 타고 그녀의 몸 안으로 흘러들어 간다.

“어떤가? 진전이 있나?”

[아니. 더 악화되는 걸 막고 있을 뿐이네.]

“뭐… 뭐라고?”

‘아니… 3명의 목숨을 빨아 갔는데도 겨우 악화되는 걸 막고 있다고?’

저 말인즉슨 소녀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선.

계속 하인들의 목숨을 소모해야 한다는 것 아닌가?

‘…좆됐다.’

나는 눈앞이 아찔해지는 것을 느꼈다.

‘시발… 여기서 나갈 방도가 없나?’

내가 맹렬히 머리를 굴리던 찰나.

“으으으으으으…….”

“그… 그만…….”

두 명의 젊은 하인이 늙은이로 변해 간다.

[아몬을 소환한 대가가 이 정도라니. 자네의 연구에도 도움이 되겠어.]

“지금 그게 할 말인가?! 당장 치료제들을 더 데리고 오겠네!”

‘저 쌍년을 치료할 방법… 저 쌍년을 치료할 방법이 진짜 없나? 가만…….’

불현듯 한 가지 가정이 내 머릿속을 스쳐 갔다.

‘근데 그게 가능할까? 아냐, 말은 안 될지도 모르지만 가능할 수도 있는 것 아냐? 그래… 일단 질러나 보자…….’

“아크 교수를 모셔 오는 건 어떻겠습니까?”

나의 물음에 달프 교수가 싸늘한 시선으로 날 바라본다.

“신관장을 데리고 오자고? 학생을 죽이자는 건가?”

“신관들은 치료에 일가견이 있지 않습니까? 물론 그들의 치유 방법이 흑마법사들에게는 독이 된다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는 도리어 독이 도움이 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신관들의 성마법이 가진 치유력은 흑마력 포션이나 그냥 포션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강하다고 한다.

‘치료와는 담쌓은 새끼들이 할 줄 아는 거라곤 타인의 진기나 뺏을 줄 알지. 그럴 거라면 차라리 신관장이긴 해도, 전문적인 치료사에게 상태를 보이는 게 가장 빠를 것 아냐!’

흑마법사들은 파괴, 저주에 능숙한 자들이지 치료와는 담을 쌓은 존재들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아카데미에 있는 유일한 신관장에게 상태를 보여 주는 게 맞지 않겠는가?

[흠…….]

나의 다급한 외침을 들은 것일까.

[일리가 있군. 독도 약으로 쓰는 경우가 있으니.]

임시방편으로 두 명분의 진기 주입을 끝낸 더스틴이 고개를 주억거린다.

“페리, 메튜! 당장 성마법 방어학 교실로 가서 아크 교수를 데리고 와라. 당장!”

달프 교수의 고함에 두 학생이 서둘러 교실을 나간다.

‘제발 아크 교수에게 무슨 대안이 있어야 할 텐데…….’

“제… 제발… 그만…….”

“으으으…….”

다시 두 명의 하인이 라이프 드레인에 갈려 나갈 무렵.

“허허, 절 찾으셨다고 들었습니다.”

마침내 기다리던 아크 교수가 교실 안으로 들어선다.

“아크 교수,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학생들에게 대강 상황을 들었습니다. 바로 상태를 보지요.”

아크 교수는 잠시간 여학생의 상태를 면밀히 살피더니.

천천히 입술을 뗀다.

“결론을 말씀드리면 일단 치유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오오, 정말이오?! 정말 치유가 가능하단 말입니까?!”

“다만 신성력은 흑마법사에게 독입니다. 독을 이용해 치료를 할 것이기 때문에 그 독을 버티게 해 줄 치유제가 필요합니다.”

아크 교수의 말에 달프 교수가 혀를 찬다.

“가지고 온 흑마력 포션은 전부 사용했는데…….”

[아직 치유제들이 남아 있다. 포션 대신 진기를 이용해도 무방하겠지?]

더스틴의 물음에 아크 교수는 벌벌 떠는 하인들을 보며 미소 짓는다.

“물론입니다. 이 정도 숫자면 충분하겠군요. 바로 시작하지요.”

화아아아아악-

아크 교수의 손에 찬란한 빛이 어리고.

교수가 그 빛을 소녀의 몸에 밀어 넣자.

“으으으으… 커흑…….”

소녀의 입에서 검은 피가 터지듯 흘러나온다.

“학생이 버틸 수 있도록 계속 진기를 주입해 주셔야 합니다.”

[알았다.]

아크 교수의 손에 맺힌 빛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으으으으…….”

“제… 제발…….”

하인들이 갈려 나가는 속도도 급속도로 증가했고.

‘빨리 좀 끝나라. 빨리!’

어느덧 6번 방의 하인들은 모두 늙은 미라가 돼 버렸다.

‘이제 곧 우리 차롄데… 뭐라도 좀 해 봐! 이 야매 신관 새끼야!’

물론 8번 방의 하인들이 있었기에.

내 차례까진 아직 조금 여유는 있었다.

‘다른 놈들이 죽는 건 상관없지만, 그래도 저 녀석들은…….’

하지만 난 하인장이 되기 전까지 함께 부대끼던 녀석들이 죽지 않기를 바랐다.

“크흠…….”

아크 교수의 이마에 굵은 땀방울이 맺힐 무렵.

“치료제가 더 필요할 것 같은데… 빨리 부르겠네.”

[서두르는 편이 좋겠다.]

더스틴이 두 명의 하인을 향해 손을 뻗자.

흘러나온 안개가 삽시간에 그들의 몸을 덮었다.

“라… 랄프…….”

“…미안하다.”

‘시발…….’

쭈와아아아압-

안개가 그들의 몸을 덮어.

그들의 몸이 서서히 말라 가던 그때.

“후… 끝났습니다.”

아크 교수가 이마를 닦으며 신성력을 거두어들였고.

[그런가? 비교적 빨리 끝났군.]

“후… 고맙소, 아크 교수. 정말로 고맙소…….”

달프 교수는 십 년은 늙은 얼굴로 아크 교수에게 감사를 표했다.

‘나도 고맙다…….’

그리고 나 역시 속으로 아크 교수에게 감사했다.

‘정말 아크 교수가 치료를 할 줄이야…….’

정말 만에 하나의 가능성을 보고 질렀던 게, 정말 먹힐 줄 누가 알았겠는가?

‘다시는 달프 교수 교실 근처로 다니지 말아야지.’

* * *

그날 밤.

“고맙다, 랄프. 진짜 고맙다. 네가 아니었으면 난 분명 미라가 됐을 거야.”

“대체 어떻게 아크 교수를 부를 생각을 한 거야? 난 진짜 상상도 못 했다.”

나의 독실에 찾아온 8번 방의 하인들이.

내 손을 붙잡고 연신 감사를 표한다.

‘이럴 만도 하지……. 나 같아도 이랬을 테니까.’

아카데미 하인의 유일한 재산이라고 해 봐야 목숨이 전부이다.

그런데 그런 전부인 재산이자 목숨을 보존시켜 줬으니 얼마나 감사할까?

“앞으로 네가 시키는 일은 진짜 짜증 내지 않으면서 할게.”

“나도 네가 하인장이 되고 나선 조금 강압적으로 변했다고 생각하고 욕했던 거, 진심으로 사죄할게. 미안하다…….”

‘내가 변했다고? 난 변한 게 아니라 원래 그런 놈이었어. 다만 숨기면서 지내고 있었을 뿐이지. 뭐, 상관없나.’

나의 독실에서 때아닌 고해성사가 벌어지자.

난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나한테 진짜 고마워한다면 나중에 다른 방 놈들 기강이나 좀 잡아 줘라. 전에 푸라틴을 눕힌 걸론 부족한 건지, 간간이 내 뒷담화하는 소리가 들려오거든.”

전에 내가 7번 방의 방장을 때려눕힌 뒤로.

묘하게 내 귓구멍을 간질이는 말들이 하인들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것 같았기에.

난 내 전 룸메이트들에게 단단히 엄포를 놓았다.

“어떤 새끼가 우리 하인장님의 뒷담화를 해?! 그런 새끼가 있으면 내가 찾아 가지고 그냥 목을 확 씨…….”

“목을 비틀 필요는 없고.”

“아니… 그냥 목을 확 씨……. 어쨌건 뒈질 거면 7번 방 새끼들이 뒈졌어야 했는데, 하필 6번 방 놈들이 걸려서……. 쯧…….”

내가 전 룸메이트들과 대화를 나누던 그때.

똑똑-

바깥에서 문 두드리는 소리가 울려온다.

‘뭐지? 노크한 걸 봐선 교수나 학생은 아닐 거고.’

“들어와.”

나의 말에 웬 하인 한 녀석이 조심스럽게 방 안으로 들어온다.

“무슨 일이야.”

“저, 하인장님. 호출이 있었습니다.”

‘호출? 이 시간에?’

대체 이 밤중에 누가 날 불렀단 말인가?

“어떤 분의 호출인데?”

“아크 교수님의 호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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