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요 며칠 사이에 반이 넘게 죽어 나갔는데 고작 10명을 보충해 준 게 말이 되냐?’
나는 조금은 기대를 가지고 콘스 교수를 바라봤다.
‘그래도 다른 교수들처럼 꽉 막히진 않았으니까.’
“인원을 보충해 달라고? 음… 그건 좀 어렵겠는데?”
“예?”
‘어렵다니? 야! 감옥에 갇혀 있는 놈들은 장식이냐?’
아직 감옥에 남아 있는 실험체를 쓰면 될 걸.
대체 뭐가 어렵다는 걸까.
“감옥에 있는 실험체들을 하인으로 돌리는 건 안 될까요?”
“안 돼. 지금 남은 것들은 실습에 쓸 것들뿐이야.”
‘실습에 쓸 것만 남았다면야 뭐… 나도 사양한다.’
그녀의 말인즉슨.
감옥에 남아 있는 놈들은 돈트처럼 각지에서 한 가닥 하던 놈들이라는 뜻과 마찬가지였다.
‘돈트처럼 교수에게 지랄발광 하는 새끼가 밑으로 들어오는 건 한 번으로 족해.’
“그렇습니까? 하지만 지금의 인원으로는 아카데미의 관리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조만간 달프 교수가 인원 보충을 하러 갈 거니까, 그 전까진 남은 인원들로 어떻게든 처리해. 그 정도는 할 수 있을 거라 보는데. 아니야?”
‘이 시발년아! 일거리가 두 배로 늘어났는데 어떻게든 하라고?! 네 일이 두 배로 늘어도 그딴 소리를 할 수 있겠냐?!’
하지만 어쩌겠는가?
‘까라면 까야지, 시팔……. 그래도 인원 보급을 한다니까 그때까지만 버티면 되겠지.’
인원 보급.
말이 좋아 인원 보급이지, 그냥 교수가 왕국의 외지를 돌며 실험체들을 납치하는 일이었다.
‘달프 교수가 나서는 거면 이번에는 못해도 백 명 정도는 들어오겠네.’
한 번에 수십 마리의 임프도 거뜬히 소환하는 달프 교수라면.
분명 많은 수의 사람들을 납치해 올 수 있을 것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때까지 남은 인원들로 최대한 운영해 보겠습니다.”
“아크를 예의 주시 하는 것도 잊지 말고.”
“명심하겠습니다.”
나는 고개를 숙여 보이곤 콘스 교수의 집무실을 나갔다.
‘하인장이라…….’
갑자기 직분이 상승해 조금은 걱정이 될 줄 알았으나.
내 마음은 생각보다 차분했다.
‘뭐… 언제고 밟아야 할 자리였으니까.’
하인장이 비명횡사하여 그 시기가 앞당겨진 것뿐이다.
‘어디, 하인장이 해야 할 일이… 식자재는 어제 전부 조리실로 보냈으니까 오늘은 괜찮고……. 아, 가만… 그게 오늘이었지. 아 씨…….’
순간, 하인장이 처리해야 할 한 가지 일이 내 머릿속을 스쳐 갔다.
‘아오…….’
난 뒤통수를 벅벅 긁곤.
서둘러 아카데미를 나가 아카데미 입구로 내달렸다.
“후우… 후우…….”
‘젠장… 이럴 줄 알았어.’
호수를 지나 도착한 커다란 마법진 옆으론 커다란 수레 두 대가 있었고.
“대체 언제 오는 거야?”
“이러다 해골 다 썩겠네. 돈을 더 달라고 해야 되는 것 아냐?”
“아니면 예쁜 여자 흑마법사라도 한번 안게 해 달라고 하든가! 푸하하하하하!”
“오, 저기 오네.”
그 옆에서 거지꼴을 한 채 등에 삽을 메고 있는 남자들이 낄낄대다가.
나를 바라보곤 눈을 게슴츠레하게 뜬다.
“사람이 바뀐 것 같은데?”
“이번에는 교체 시기가 더 빠르네. 저번 놈은 얼마나 버틴 거야?”
“아마도 반년 정도? 이번 놈은 홀쭉하게 생긴 게 그마저도 못 버티게 생겼네.”
‘이 도굴꾼 새끼들이… 사람 면전에다가 반년도 못 산다고 지껄여?’
지들도 도굴을 하다가 병사들의 손에 죽기 딱 좋은 직업을 가졌으면서.
누가 누구를 평가한단 말인가?
“기다리셨습니다.”
하지만 나는 속내와 달리 옅은 미소를 보이며 입을 뗐다.
“많이 기다렸지.”
“그래. 몇 시간은 기다렸다고. 이거 돈을 더 받아야 될 것 같은데?”
“일단 양피지를 주시죠.”
내가 손을 내밀자.
도굴꾼 중 한 명이 순순히 양피지를 넘겨준다.
‘어디…….’
난 수레를 돌며 백골들을 확인했다.
‘기사의 백골이 두 구, 마법사가 세 구, 도합 다섯 구. 일단 숫자는 맞네.’
기사나 마법사의 백골은 귀하다.
‘교수들이 인원 보충을 하러 나가도 기사나 마법사를 쉽게 납치해 올 수는 없으니까.’
그렇기에 아카데미에선 이렇게 외부의 조력을 통해.
고급 백골을 수급하는 것이었다.
‘이 백골들은 악마학파의 4학년들이 쓰겠지.’
더 강한 악마를 소환하기 위해선.
당연히 고급 제물이 필요했으니까.
‘그보다, 아오… 나한테 마력만 있었어도 확인하기가 수월할 텐데…….’
마력이 없으니 이 백골들이 정말 기사나 마법사의 것인지.
아니면 그냥 일반인의 백골인지 확인할 길이 없었다.
‘검증서가… 붙어 있네.’
백골의 머리마다에 붙어 있는 양피지 조각에는.
흑탑이 검증했음을 증명하는 표식이 자리하고 있었다.
“거참, 의심 많네. 전부 흑탑의 마법사들 양반한테 확인받고 가져온 거니까 빨리 서명이나 해 줘.”
“확실하게 확인해야 되니까 좀 기다려요.”
“이미 검증을 끝냈는데 확인할 게 뭐 있어? 얼른 가져가.”
도굴꾼들이 툴툴거려도.
난 아랑곳 않고 내 할 일을 했다.
“확인 끝났습니다.”
“내 참… 깐깐하긴. 그보다 그쪽 선임은? 죽은 거야?”
도굴꾼의 물음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제가 이 짓을 하고 있죠.”
“저런… 몸뚱이는 제법 건실해서 장수할 줄 알았는데…….”
“뭐, 학생들의 좋은 교보재가 되겠네. 푸하하하하하!”
도굴꾼들이 지들끼리 낄낄거리다가.
나를 바라보며 묻는다.
“뭐, 또 필요한 거는 없냐?”
“필요한 거요?”
“그래, 예를 들어 이런 거라거나.”
도굴꾼은 녹슨 반지를 내밀며 음흉한 미소를 보인다.
‘이 새끼들이 도굴한 물건 자랑이라도 하려고 그러나…….’
“그건 뭡니까?”
“마법사의 무덤을 도굴하다가 나온 건데, 이걸 끼면 몸이 좋아지지.”
“몸만 좋아지는 게 아니고 기분도 좋아질걸? 어때? 싸게 3골드에 준다.”
난 반지를 흔들어 보이는 도굴꾼을 보며 피식 미소를 흘렸다.
“돈 없습니다. 살 생각도 없고요.”
“돈이 없으면 물물교환도 돼.”
“물건도 없는데요?”
나의 말에 도굴꾼들은 폭소하더니.
어이없다는 듯 나를 바라본다.
“물건이 없긴 왜 없어? 아카데미에 널린 게 물건일 텐데.”
“…예?”
“설마 전 하인장한테 아무것도 못 들은 거냐?”
‘듣긴 뭘 들어?’
하인장에게서 들은 거라고 해 봐야, 교수와 학생들의 뒷담화를 하는 정도였다.
“어휴, 어쩌다 이 답답한 놈이 하인장이 됐지? 그 고귀하신 자제분들께서 다니시는 아카데미인데, 당연히 비싼 물건들도 있을 것 아냐?!”
“그러니까… 물건을 훔쳐 오라 이 말입니까?”
“누가 훔쳐 오래? 그냥 적당한 게 있으면 쓱싹하라는 거지.”
“그럼 그걸 우리가 바꿔 주겠다는 거고. 괜찮지?”
‘말하는 걸 보니, 한두 번 해 본 게 아닌 것 같은데… 설마 역대 하인장들은 모두 이런 거래를 제안받았던 건가? 하지만 전 하인장이 장신구를 착용한 걸 본 적이 없는데?’
어쩌면 전 하인장은 이들의 제안을 거절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전 하인장이고, 난 다르지.’
“근데 그렇게 눈에 띄는 것밖에 없습니까?”
“뭐?”
“반지는 눈에 띄잖아요. 당연히 교수나 학생들의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그런 걸 저한테 팔려는 겁니까?”
나의 말에 도굴꾼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팔 게 있으면 팔아야지.”
“눈에 띄지 않는 물건이 있으면 고민해 보죠.”
“눈에 띄지 않는 거라…….”
도굴꾼은 잠시 고민을 하더니.
품속에서 웬 낡은 책 한 권을 꺼내 든다.
“이건 어떠냐? 책이라면 그다지 눈에 안 띄잖아?”
“그건 뭡니까?”
“우리도 모르지. 글을 알면 너한테 팔려고 했겠냐?”
‘지들도 뭔지 모르는 걸 팔겠다고? 이 새끼들은 양심이 없나?’
난 한숨을 푹 내쉬곤,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저도 가진 게 없으니까, 다음에는 눈에 띄지 않는 걸로 갖고 오세요.”
“…그래? 그럼 할 수 없지. 옜다.”
툭-
갑자기 도굴꾼이 내게 책을 던지자.
난 반사적으로 책을 잡곤 그를 바라봤다.
“뭡니까?”
“뭐긴? 선물이지.”
“만난 기념으로 주는 거니까, 잘 간직해라. 다음에 또 보자고. 아, 물론 네가 살아 있다면 말이야. 그 책이 너보다 오래 살 수도 있겠어? 푸하하하하!”
도굴꾼들은 서로의 얼굴을 보며 폭소하더니.
사삭-
마법진을 타고 삽시간에 자리에서 사라져 버렸다.
‘이런 잡놈의 새끼들이…….’
하지만 저들의 말이 틀린 것도 아니었다.
‘언제 뒈질지 모르는 일이니… 에효. 그보다 무슨 책을 줬는지 볼까.’
도굴꾼들이 도굴하여 얻은 책이다.
좋은 것이라 장담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혹시 모른다.
‘기사의 비전 검술이 적혀 있는 책이라거나… 아니면 대마법사의 지식이 담겨 있는 책일 수도 있잖아?’
나는 조금은 기대를 안고 책을 펼쳐 봤다.
‘이건…….’
중간중간 페이지가 잘려 나가 있긴 했지만.
책의 내용을 파악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레바논 님께서 태초에 빛을 창조하셨고, 빛의 이면으로 어둠이 탄생하였다. 이는…….]
‘이건 레바논의 경전이잖아?’
책 안에 적혀 있는 레바논의 교리와 신념에 대한 내용을 보며.
난 혀를 내둘렀다.
‘아무래도 무덤의 주인이 레바논의 신도였나 보네. 그 빌어먹을 새끼들… 줘도 이딴 똥을 줘?’
흑마법사 아카데미에서 레바논의 경전을 갖고 있다?
실험체가 되기 딱 좋으리라.
‘이걸 어디다가 버려야 되나……. 그냥 호수에 던지자.’
호수에 경전을 던진다면.
누구도 내가 경전을 봤다는 사실을 알 리 없을 터.
‘그래. 가는 길에 깔끔하게 버리고 가자.’
나는 한숨을 푹 내쉬곤 경전을 덮으려고 했다.
그러던 그때.
화악-
‘으윽…….’
돌연 경전 사이에서 갑자기 웬 빛이 쏟아져 나와 나의 얼굴을 덮었다.
‘뭐야, 이건…….’
눈부신 빛 때문에 눈을 제대로 뜰 수 없었으나.
어딘가 따듯한 느낌이 나의 몸과 심장을 어루만지는 것 같았다.
‘이 느낌은…….’
심장에 스며든 포근한 기운.
한 번도 경험해 본 적 없는 묘한 기운이었으나.
난 이 느낌이 무엇인지 본능적으로 직감할 수 있었다.
‘시발… 이건… 신성력이잖아!’
오랜 시간 흑마법사들과 부대끼며 살아온 탓인지.
아니면 얼마 전, 아크 교수가 성마법을 보여 준 덕인지는 몰라도.
난 내 몸에 스며든 기운이 신성력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런 미친… 미친! 갑자기 신성력이 왜 내 몸에 들어온 건데?!’
너무도 갑작스러운 돌발 상황에 난 화가 치밀어 올랐다.
‘오늘 밤에는 도서관에 가서 흑마력을 익혀 보려고 했는데… 시발!’
기본적으로 흑마력과 신성력은 상충되는 기운이기에.
두 기운을 한 심장에 담는다는 건 불가능하다는 게 아카데미 교수들의 지론이었다.
‘이러면… 흑마력을 모을 수가 없잖아!’
설마 하나뿐인 내 심장에 초대도 안 한 신성력이 터를 잡을 줄이야.
‘이런 개시발! 시발! 도굴꾼들 이 개새끼들아!’
나는 이미 아카데미를 나간 도굴꾼들을 떠올리며 욕설을 퍼부었고.
‘그래… 이미 벌어진 일이야…….’
한참이 지나서야 조금 진정할 수 있었다.
‘근데… 원래 신성력을 얻으려면 깊은 신앙심이 기본 조건이라고 들었는데… 경전만 봐도 얻을 수 있는 거였어?’
신성력이 이렇게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었다면.
사람들은 모두 경전만 읽었을 터.
‘이해를 할 수가 없네. 아니… 뭐, 그건 그렇다고 쳐. 먼저 책을 본 건 도굴꾼들인데, 왜 내게 신성력이 발현된 거지?’
아니! 더 따지고 들어가면.
도굴꾼 이전의 책 주인에게 신성력이 발현되어야 하는 게 맞지 않는가?
그런데 왜 하필 내게 신성력이 발현된 걸까?
‘레바논 그 양반이 날 물 먹이려고 이런 건가? 에이… 그건 아니겠지?’
명색이 신이라는 작자가 뭐가 아쉬워서 그렇게까지 할까.
‘답이 안 나오네.’
아무리 고민해 봐도 정답이 나오질 않는다.
‘일단은 돌아가자……. 일을 하면서 계속 생각을 해 봐야겠어. 그리고 이건…….’
난 잠시 경전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버리자니 신성력 때문에 마음에 걸리네… 조금 위험하더라도 몰래 챙겨 가 볼까. 이 경전을 더 자세히 살피면 왜 갑자기 신성력이 내게 발현된 건지 알게 될지도 모르니까.’
난 한숨을 푹 내쉬곤 수레 하나에 백골들을 잘 집어넣었고.
책은 쉽게 찾지 못하도록 수레의 가장 깊숙한 곳에 처박았다.
‘에휴… 얼른 끝내고 밥이나 먹자.’
덜컹-
난 수레를 끌고 천천히 아카데미를 향해 돌아갔다.
‘다음부턴 인원 둘은 데리고… 아니다. 이건 힘들더라도 혼자 하는 게 낫겠어.’
이번에야 도굴꾼들이 똥을 줬다지만.
다음에도 똥을 주리라는 법은 없잖은가?
‘의외로 똥 속에 보물이 숨겨져 있을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그러려면 도굴꾼들과 거래할 물건이 필요한데…….’
도굴꾼들도 넓게 보면 상인이고.
저들과의 물품 교환을 위해선 나 역시 그에 맞는 물품을 준비할 필요가 있었다.
‘진짜 몰래 학생들의 물건이라도 좀 훔쳐야 되나.’
어차피 그들은 쓰레기들이다.
쓰레기들의 물건을 훔친들 별다른 죄책감도 들지 않을 것 같다.
‘아니면 이제 하인장이 됐으니까 창고의 물건을 좀 빼돌리는 것도 가능할 것도 같은데…….’
창고 안에는 학생들의 교육을 위해 모아 둔 갖가지 재료들과 흑마법 촉매제가 있다.
‘거기서 조금 빼돌린다고 해도 모를 것 같긴 한데, 고민되네. 맛만 볼까?’
내가 열심히 머리를 굴리며 수레를 끌고 아카데미 입구의 정원을 지나치던 그때.
“오, 자네군. 잠깐 이리로 와 보겠나?”
꽃에 물을 주고 있던 아크 교수가 나를 불러 세웠다.
‘뭐야. 저 늙은이가 왜 여기에 있어? 오늘은 수업이 없나? 아니면 쉬는 시간인가?’
“…부르셨습니까?”
“이런 정원을 보니 흑마법사라도 결국 자연의 섭리를 따르는 세상의 일부라는 생각이 드는군. 그렇지 않나?”
“예, 뭐… 그렇지요.”
‘뭔 갑자기 개똥 같은 소리야?’
난 억지로 웃어 보이며 아크 교수의 말에 적당히 맞장구를 쳐 주었다.
“이 꽃들도 전부 자네들이 관리하는 건가?”
“예, 그렇습니다.”
“잘 손질되어 있는 게 보기 좋네.”
“감사합니다.”
‘그래서 왜 부른 건데?’
바빠 죽겠는 사람을 붙잡아 놓고 인생 타령이나 하고 있으니.
슬슬 짜증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보다 그 수레는 뭔가?”
“아… 저건 수업에 쓸 재료들입니다.”
“수업에 쓸 재료? 잠깐 봐도 되겠나?”
‘신관장이 백골을 어디다 쓰려고?’
“그러시지요.”
난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다가.
순간, 수레에 놨던 책이 떠올랐다.
‘아… 시팔… 잠깐… 아니…….’
하지만 이미 아크 교수는 수레로 다가가 백골들을 살펴보고 있었다.
“흠… 실험체들의 백골로는 부족한 모양이군. 허허…….”
‘보지 마라… 보지 마…….’
내 간절한 염원이 통한 것일까.
아크 교수는 수레를 살피곤 웃으며 내게 말한다.
“잘 봤네. 그럼 아카데미를 위해 계속 수고하게.”
“…감사합니다. 그럼 가 보겠습니다.”
내가 서둘러 수레를 끌고 아카데미 안으로 들어가려던 찰나.
“아, 참.”
아크 교수가 내 등에 대고 툭 한마디를 던진다.
“수레에 경전이 한 권 있던데… 혹시 자네 건가?”
‘이런 니미…….’
분명 쉽게 찾을 수 없도록 수레 가장 깊숙한 곳에 욱여넣었건만.
대체 저 늙다리는 어떻게 경전을 찾아낸 거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