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흑카데미의 노예가 살아남는 법-5화 (5/200)

5.

“…계획?”

‘좋았어!’

다행히도 아크 교수가 나의 말에 반응을 보이자.

난 애써 무덤덤한 모습을 보이며 말했다.

“어제 교수님께서는 돈트의 존재 의의는 바로 영예로운 죽음, 순교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랬었지.”

“하지만 그는 자신의 존재 의의를 거부했습니다. 그는 영예로운 죽음을 거부했습니다. 흑마법사들의 하인이 되어 구차하게 살아남았죠.”

‘정확히는 갖고 있는 신성력이 딸려서 살아남은 거지만, 어쨌건 틀린 말은 아니잖아?’

아크 교수가 계속 이야기하라는 듯 고개를 까딱이자.

‘어제 말하는 걸 보니, 저 늙다리는 모든 사람들이 레바논의 계획 아래에서 움직인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으니까 그것 위주로 대화를 주도해 보자.’

난 얼른 말을 이어 갔다.

“그렇기에 레바논 님께선 교수님의 손을 통해 돈트를 처리하셨으니, 레바논 님의 계획대로 이루어졌다고 말씀드린 겁니다.”

“그러니까 자네의 말은 돈트의 죽음도 결국 레바논 님이 계획하셨다는 거군.”

“그렇잖습니까? 우리는 가지요 레바논 님은 나무이시니, 열매를 맺지 못한 가지는 결국 잘려 나갈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나의 마음에도 없는 말에 노인의 두 눈동자가 점점 휘둥그레지더니.

천천히 곡선을 그려 간다.

‘좋아! 반응이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허허, 꽤 재밌는 말을 하는군. 설마 이곳에서 레바논 님의 교리를 듣게 될 줄이야. 자네는 레바논의 신자였나?”

‘후… 일단 돈트에게서 관심을 돌리는 건 성공했네.’

예전에 얼핏 들었던 레바논교의 교리를 언급한 게 먹힌 모양이다.

‘하지만 아직 일이 완벽하게 끝난 게 아냐. 이 자리를 뜰 때까진 긴장을 풀어선 안 돼. 계속 아크 교수의 흥미를 유도해야만 해.’

나는 피가 뚝뚝 떨어지는 메이스를 보며 생각을 이어 갔다.

‘날 레바논의 신자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건 좀 설명할 필요가 있겠어.’

만약 여기서 내가 잠깐의 위기를 피하고자 레바논의 신자가 맞다고 한다면.

지금보다 더 큰 위기에 내몰릴지도 모른다.

“그건 아닙니다. 다만 어느 정도 호기심이 있을 뿐이지요. 저도 레바논 님의 손길을 덧입어 태어난 피조물입니다. 창조신 레바논 님을 궁금해하지 않을 사람이 있겠습니까?”

“호오… 과연……. 자네는 조금 특이하군. 설마 흑마법사 아카데미의 종자가 레바논 님을 거론할 줄이야. 허허…….”

다행히도 나의 대답이 만족스러웠던 것인지.

아크 교수는 피 묻은 메이스를 털어 내게 넘긴다.

‘일단은 다행인가…….’

내게 메이스를 넘겼다는 건.

더 이상 메이스를 사용할 일이 없다는 걸 뜻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보다 닦으라는 소린가……. 그래, 닦아 주마.’

나는 잽싸게 메이스를 받아 천으로 메이스를 벅벅 닦았고.

아크 교수는 허허 웃으며 입을 뗐다.

“자네 말이 맞네. 결국 우리는 레바논 님의 손길을 덧입은 피조물들이지. 자네, 이름이 뭔가?”

“랄프입니다, 교수님.”

“랄프, 랄프라…….”

아크 교수는 내 이름을 조용히 곱씹더니.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자네를 기억해 두지.”

“감사합니다, 교수님.”

“허허, 이만 나가 봐도 좋네.”

‘잘… 해결된 건가…….’

다행히 아크 교수는 더 이상 돈트의 죽음에는 관심이 없어 보였다.

“알겠습니다, 교수님. 시체는 어떻게 할까요?”

“저건 자리에 두게.”

‘시체는 두고 가라고? 아크 교수가 시체를 쓸 일이 있나? 신관장이 죽은 시체를 강의 재료로 사용할 것 같지는 않은데… 어디다 사용하려고 하는 거지?’

혹시 죽은 돈트를 다시 살리려 하는 걸까?

‘신관장이 신도 아닌데 어떻게 죽은 사람을 살려? 그건 말이 안 되는데…….’

하지만 고민한들 마땅한 결론은 나오질 않았다.

‘에이 씨, 어디다 쓰건 알 게 뭐야.’

일단 지금은 자리를 벗어나는 게 급선무다.

“알겠습니다. 그럼…….”

난 고개를 숙이곤 도망치듯 ‘성마법 방어학’ 교실을 빠져나갔다.

‘살았다…….’

아크 교수가 아카데미의 규칙을 몰라서인지.

아니면 나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던 건지는 몰라도 어쨌건 목숨은 건졌다.

‘나중에 아크 교수가 다시 이 일을 꺼내진 않겠지? 뭐, 꺼낸다고 해도 상관없어.’

아크 교수가 날 교실에서 내보냄으로써.

난 아크 교수가 ‘이번 사건’을 묵인했다는 명분을 얻었다.

‘하지만 명분이고 나발이고 그냥 메이스로 뚝배기를 맞아도 하소연할 곳이 없다는 게 개같네…….’

막말로 아크 교수가 아무런 이유 없이 메이스로 내 머리를 후려도.

누구도 아크 교수를 추궁하진 않을 것이었다.

‘교수고 하인이고 똑같은 사람인데, 시발…….’

물론 계급장을 떼고 아크 교수와 맞붙는다고 한들.

메이스에 내 머리만 터져 나갈 터.

‘이 개같은 곳에서 살아남으려면… 역시 힘이 필요한데……. 하…….’

솔직히 이곳에서 5년을 구르며.

어지간한 흑마법들은 전부 머릿속에 넣어 뒀다.

‘문제는 흑마력이야. 심장이 없으면 흑마력도 모을 수 없으니까.’

막말로 아카데미의 학생들과 이론 싸움을 하면, 이길 자신도 있었다.

‘그럼 뭐 해, 흑마력이 없는데……. 심장만 있었어도…….’

물론 심장을 찾을 방도가 있긴 했다.

‘아카데미 안에 있는 심장의 방에 들어갈 수만 있다면, 내 심장을 찾는 것도 가능할 텐데.’

하인과 실험체들의 심장만을 모아 둔 방, ‘심장의 방’.

그곳에는 저주로 인해 적출당한 나의 심장도 자리하고 있었다.

‘들어갈 방도가 있다면 말이지…….’

애당초 그곳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교수들뿐.

감히 하인 따위가 접근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일이나 하자.’

나는 한숨을 내쉬곤.

다시 2층 악마의 석상들을 닦기 시작했다.

* * *

‘아오… 시팔… 돈트 이 개같은 새끼.’

저녁이 되어서야.

난 아카데미 안의 모든 일과를 끝마칠 수 있었다.

‘두 명이서 해야 할 일을 혼자 했으니.’

그래도 이건 비교적 빨리 끝낸 편이었다.

‘이제 좀 쉴 수 있겠어.’

내가 한숨을 내쉬며 1층으로 내려가려던 그때.

‘저건…….’

나의 시야에 검은 로브를 두른 앳된 흑마법사 세 명이 눈에 들어왔다.

‘1학년들인가 보네.’

로브 어디에도 소속 학파의 문양이 없는 걸 봐선.

1학년이 분명했다.

‘2학년부터 자기가 갈 학파를 정해서 갈 수 있으니까. 그보다… 1학년이 지금 시간에 왜 돌아다니는 거지?’

이미 저녁 식사 시간도 지났다.

본래라면 1학년은 기숙사에 있어야 할 터.

‘아직 통금 시간이 아니긴 한데…….’

내가 그들을 보며 의문에 잠겨 있던 그때.

“…정말 이래도 되는 걸까?”

“뭐 어때?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그냥 어떻게 생겼는지 구경만 하는 건데. 아카데미의 규칙을 어기는 것도 아니잖아?”

“그렇긴 하지만…….”

계단을 오르는 학생들의 작은 목소리가 내 귀에 언뜻 들려온다.

“아카데미의 출입 금지 구역이라는데, 너희는 궁금하지도 않냐? 어쩌면 아카데미의 엄청난 보물이 숨겨져 있을지도…….”

로브를 두른 소년이 갑자기 말을 멈추곤.

고개를 들어 날 올려다본다.

“뭘 봐?”

‘뭘 보긴? 지나가니까 보는 거지. 하여간 애새끼들이 싸가지를 밥 말아 먹었나…….’

“…아닙니다. 지나가도 되겠습니까?”

“얼른 꺼져.”

소년이 팔을 휘두르며 낮게 으르렁거리자.

‘염병을 하고 있네. 또 뭔 지랄을 하려고……. 뭐 내 알 바는 아니지만.’

난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너희가 통금 시간을 어기건 헛짓거릴 하건, 나랑 무슨 상관이겠냐?’

“예. 그럼…….”

난 그들에게 고개를 숙여 보이곤.

아카데미를 나가 나의 숙소로 돌아갔다.

삐걱-

“랄프! 왔냐?!”

“푸하하하하! 짐덩이 새끼 데리고 다닌다고 아주 처참한 몰골이 됐네.”

“그보다 돈트 그 새끼는 왜 안 들어오는 거냐?”

나를 보며 폭소하는 동료들을 보며.

난 천천히 입술을 뗐다.

“돈트는… 죽었다.”

“…죽었다고?”

“서, 설마 무슨 등신 같은 짓을 해서 죽은 건 아니지? 그렇지, 랄프?!”

동료들이 하얗게 질려 정신없이 질문을 던진다.

‘만약 돈트가 대형 사고를 친 거라면 자기들도 죽으니 이러는 거지.’

안절부절못하는 룸메이트들을 보며.

난 옅은 미소를 흘렸다.

“진정들 해. 날 봐, 난 아직 살아 있잖아?”

“그, 그러고 보니 그러네……. 후, 대형 사고를 친 건 아니었나 보네. 그래, 죽으려면 혼자 곱게 죽어야지.”

“어디에 깔려 죽기라도 한 거야?”

동료들의 물음에 난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크 교수에게 덤볐다가 머리가 터졌었지.”

“뭐… 뭐라고?!”

“그 미친 새끼가……! 야! 넌 그 새끼가 그 지랄을 할 동안 뭘 한 거야?!”

‘그래. 돈트를 떠맡기로 한 이상, 책임도 나의 몫이니까.’

동료들의 분노는 너무도 당연한 것이기도 했거니와.

난 이미 이 상황을 예상했기에 준비해 뒀던 말을 꺼냈다.

“말했잖아. 난 살아 있다니까? 너희에게도 피해가 가는 일은 없을 거다.”

“그야… 그렇지만……. 어떻게 산 거야? 상대는 그 신관장인데…….”

“뇌물이라도 바친 거야?”

룸메이트들이 앞다투어 묻자.

“뇌물은 무슨… 우리가 바칠 뇌물이 있길 해, 돈이 있길 해? 만약 정말 신관장에게 돈을 찔러줬다고 해도, 그 새끼가 그걸 받았을까? 명색이 신관장인데?”

난 무심히 고개를 저었다.

“왜… 신관장도 돈 좋아할 수도 있지. 돈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에 있어?”

“아 씨… 답답해 죽겠다. 그래서 어떻게 산 건데?”

“입으로.”

내가 손가락으로 나의 입을 가리키자.

“…입? 그게 무슨 소리야?”

“입을 제물로 바치겠다고 한 거야?”

“이 등신아, 설마 랄프가 그 뜻으로 말한 거겠어? 주둥이를 잘 털었다는 거겠지. 그치?”

동료들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묻는다.

“그래. 정확히는…….”

내가 웃으며 말을 이어 가려던 그때.

삐걱-

“지금 전원 다 밖으로 나와라.”

갑자기 하인장이 방에 들어와 집합을 명령한다.

“무슨 일이라도 있는 겁니까?”

“자세한 건 전원이 모였을 때 얘기해 주마. 일단은 집합해.”

‘무슨 일로 집합시키는 거지? 중대발표라도 하려는 건가?’

나는 궁금함을 누르곤.

룸메이트들과 함께 나무집 앞의 작은 뜰로 이동했다.

“무슨 일이랍니까?”

“나도 몰라. 별 시답잖은 거겠지.”

이미 뜰에는 다른 하인들이 집합해 있었고.

난 옆방의 방장 옆으로 가 섰다.

“방장의 뒤로 일렬로 서라. 앞으로도 집합이 있을 땐 이렇게 해. 알겠어?”

“예… 예.”

동료가 새로 들어온 신입을 갈구는 사이.

어느덧 하인들의 앞에 선 하인장이 입을 뗀다.

“오늘 내가 너희를 집합시킨 이유는 단순하다. 앞으로 밤중에는 우리도 아카데미 내의 경비를 서게 됐다.”

‘우리가… 밤에 아카데미 내의 경비를 선다고? 왜지?’

학생들의 통금 시간이 지나거든 스켈레톤들이 아카데미 안을 돌아다니며 경비를 설 것인데.

나 같은 하인들이 왜 경비를 선 단 말인가?

‘이런 니미… 누가 이런 쓸데없는 짓을 시킨 거야?’

일단 하인장은 아니다.

‘하인장이라 봐야 결국 하인이니까.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건, 교수들 중 누군가가 의견을 말하고 학장이 그 의견을 통과시켰다는 걸 텐데…….’

보통 아카데미와 관련된 안건은 학장의 허락을 맡아야 통과가 된다.

‘어떤 교수 새낀지는 몰라도… 피곤하게 됐네.’

하인들도 밤에 경비를 서야 한다는 건.

곧 여기에 있는 누군가는 잠을 못 잔다는 것 아닌가?

‘좆됐네…….’

“예? 저희가 경비를 선다고요? 경비라면 스켈레톤들이 설 텐데 굳이 저희까지 그럴 필요가 있나요?”

“교수님의 명령이야. 우리는 시키는 대로만 하면 돼.”

“질문 있습니다.”

내가 손을 들고 소리치자.

하인장은 이야기하라는 듯 손을 까딱인다.

“그럼 경비는 누가 서게 되는 겁니까?”

“그렇잖아도 그걸 정하려고 집합시킨 거다.”

하인장이 주머니에서 카드 뭉치를 꺼내 들자.

‘설마… 아니겠지…….’

난 굳은 얼굴로 카드를 바라봤다.

“각 방의 방장들은 나와서 카드를 한 장 뽑아라. 가장 낮은 숫자를 뽑은 방이 한 달 동안 경비 임무를 맡는다.”

‘이런 내기는 젬병인데…….’

내가 한숨을 내쉬며 하인장 앞으로 걸어 나가려던 찰나.

뒤에서 작은 속삭임이 들려온다.

“랄프 승률이 어떻지?”

“10번 하면 1번 이길까 말까지, 뭐.”

“…그래? 망할… 이번 달에 편하게 잠자긴 글렀네.”

‘다 들린다, 이 새끼들아…….’

분명 내 승률이 낮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방장만 나를 포함해 일곱인데, 설마 걸릴까?’

[2]

‘…시발?’

“좋아, 이번 달은 랄프의 방이 아카데미의 경계를 선다.”

하인장이 날 보며 소리치자.

“이야! 고맙다, 랄프. 덕분에 발 뻗고 잘 수 있겠다.”

“그냥 네가 하지 말고 다른 녀석을 보내.”

“진짜 랄프가 있어서 다행이지.”

각 방의 방장들이 한마디씩 던지며 무리 속으로 돌아간다.

‘진짜 어쩜 이렇게 재수가 없을 수 있나…….’

난 한숨을 푹 내쉬곤 하인장에게 질문했다.

“경계는 몇 명씩 투입하면 되는 겁니까?”

“구체적인 말씀은 없었다만… 아마 두 명 정도면 될 거다.”

“두 명 말입니까…….”

‘그래도 두 명이면 교대로 경계 근무에 투입할 수 있겠어.’

물론 숙면을 취하는 건 어렵겠으나.

적어도 어느 정도 취침 시간은 확보할 수 있을 터.

“알겠습니다.”

“좋아, 그럼 이제 해산해. 들어가 쉬어.”

‘경계 근무라……. 그래, 한 달만 고생하자. 한 달만 버티면 그 뒤엔 쉴 수 있겠어.’

“랄프… 랄프!”

하인장의 다급한 외침에 난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또 뭘 시키려고?’

“무슨 일이십니까?”

“느낌이… 느낌이 이상하다.”

“…예?”

난 왼쪽 가슴을 움켜쥔 채 숨을 헐떡거리는 하인장을 의아하게 바라봤다.

‘무슨 느낌이 이상하다는 거야? 체하기라도 한 건가?’

“밥이라도 얹힌 겁니까?”

“아니야……. 가슴이… 답답해……. 숨이 잘 쉬어지질… 않아……. 꼭…….”

‘장난하는 게 아닌 것 같은데?’

하인장이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허공에 팔을 휘적거리자.

“어디 많이 아프신 겁니까?”

난 황급히 그의 앞으로 다가갔다.

“가슴이… 가슴이…….”

후드득-

하인장의 입에서 뿜어져 나온 짙은 핏물이 나의 얼굴을 덮었고.

‘뭐, 뭐야…….’

난 황급히 바닥에 고꾸라진 하인장에게 다가가 그의 상태를 살폈다.

‘…죽었어. 분명 방금 전까지만 해도 멀쩡했는데…….’

“뭐야! 무슨 일이야?!”

너무도 갑작스러운 하인장의 죽음 때문일까.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하인들이 서둘러 나의 곁으로 달려온다.

“설마 죽은 건… 아니지?”

“…죽었어.”

나의 말에 하인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는다.

“누가 독이라도 먹인 건 아니겠지?”

“그랬다면 피가 검었겠지. 그건 아니야. 무슨 병이라도 앓고 있던 게 아닐까?”

“글쎄……. 하지만 계속 멀쩡했었잖아? 그런데 갑자기 병 때문에 죽었다고?”

옆방 방장의 물음에 난 고개를 저었다.

“병일 수도 있고, 아니면 저주에 걸린 걸 수도 있고.”

“저주? 그건 더 말이 안 되는 것 같은…….”

“평소에 하인장을 마음에 안 들어 하던 학생의 소행일지도 모르지. 여하튼 이건… 보고를 해야겠어.”

‘콘스 교수에게 보고하면 하인장이 왜 죽었는지 정확히 알 수 있겠지.’

성격은 더러웠어도 그녀가 가진 능력만큼은 인정하는 바였으니까.

“구경만 하지 말고 누가 가서 도구 좀 가져와! 일단 시체는 정리해야 할 것 아냐!”

내 말에 나와 시체를 둘러싸고 있던 하인들이 황급히 움직이려던 그때.

“커헉! 으으으윽…….”

“수… 수미… 안… 쉬…….”

털썩-

돌연 일부 하인들이 가슴을 움켜잡은 채 바닥을 나뒹군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