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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334화 (334/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334화

혼돈은 태공망에게 모든 진실을 이야기해 주었다.

과거부터 이어진 모든 사건들.

왜 일개 불멸자인 자신이 혼돈의 대리자의 역할을 수행하는지.

그리고 왜 그 혼돈의 대리자인 자신이 아니라, 유신우가 마지막에 승리하는 존재가 되어야 하는지.

“지금…… 그걸…… 저더러 받아들이라는 겁니까?”

-받아들이지 않으면 어찌할 건가? 내 의지를 거역이라도 할 셈인가?

“그런 건 아닙니다. 하지만…… 이건…….”

-네가 그저 한낱 쓰고 버려지는 도구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분한가?

“그게 아닙니다! 전 그저 당신이…….”

-흥, 네놈도 쓸모없기는 마찬가지로군. 여느 신들과 다를 바 없이.

으득.

태공망은 이를 악물었다.

잇몸에서, 움켜쥔 주먹에서 피가 났다.

모든 것을 ‘태초’로 돌려놓는 것만이 유일한 길이라 믿었던 자신의 신념이 한순간에 부정당한 기분이었다.

그저 올곧은 믿음 하나만으로 여기까지 왔는데.

“혼돈이시여.”

그는 결국 파국에 이르고 마는 결정을 내리고 만다.

“잠깐 동안만…… 용서해 주시기를.”

태공망은 머릿속으로 연결된 고대신들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혼돈이 그에게 위임했던 고대신의 통제 권한.

그건 당연히 혼돈이 부여한 것이기에 그의 의사에 반해서 사용할 수 없는 힘이었지만.

태공망은 그동안 ‘만에 하나’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몰래 비책 하나를 세워 둔 상태였다.

‘복희, 원시천존. 차원의 통로를 정지시켜라.’

아주 먼 옛날엔 처절하게 싸웠던 적이지만, 이제는 그의 명령대로 움직이는 인형이 되어버린 두 고대신.

그런 기계적 행동이야말로 혼돈을 따르는 구세대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겠지만, 어쨌든 그 정체성이 지금은 태공망의 손에 들어와 있는 상태다.

지금이라면 혼돈을 거역하고서라도 자기 뜻대로 행동하는 게 가능한 것이다.

‘나도 그동안 가만히 앉아 있지만은 않았다. 차원 간 통로의 구조를 파악하는 정도는 직접 움직이지 않고도 할 수 있단 말이지. 혼돈도 이쪽 세계와 접촉하려면 그 통로를 통해야 하는 이상, 그곳이 가로막히면 당분간은 내게 간섭할 수 없다. ……물론 그것도 일시적일 뿐이겠지만.’

당연하게도 태공망에게 혼돈을 완전히 막을 수 있는 힘 같은 게 있을 리는 없다.

그저 잠깐 동안만.

그의 의도를 거슬러 유신우에게 달려들 타이밍을 얻어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대자재천의 화신을 죽이기만 하면…… 아니, 최소한 그놈을 싸움에 끌어들이기만 하면, 그때부터는 혼돈께서 돌아온다 하더라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그때는 차선책으로라도 내 생각을 따라주실 것이다.’

그는 결국 혼돈의 의지의 연결을 이 세계로부터 끊어내는 데 성공하고 말았다.

이제 남은 것은 유신우를 싸움으로 끌어들이는 것뿐.

“인간들을 죽여라!”

태공망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우주공간에서 대기하고 있던 모든 고대신들이 지상의 작은 부유섬을 향해 일제히 달려들기 시작했다.

* * *

“신우 씨.”

“나도 느꼈어.”

유메미가 눈을 크게 떴다.

하늘에서 다가오고 있는 거대한 중압감을 그녀도 느꼈기 때문이다.

쿵. 쿠쿵.

그건 단순히 보이지 않는 기운 같은 게 아니었다.

실제로 부유섬 바깥의 공기 흐름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붉은 장막 외부로는 무수한 파편들이 부딪히며 지나갔고, 저 멀리 산을 뒤덮은 숲에선 자연 발화라도 일어난 것처럼 거대한 화염이 피어올랐다.

기압이 변하고 온도가 변한다.

이 땅에 거대한 재앙이 내려오는 것이다.

“으……아.”

이윽고 사람들이 하늘을 쳐다보며 공포에 떨기 시작했다.

굳이 마력 같은 걸 사용해 느끼려 할 것도 없다.

육안으로도 선명히 보일 정도로 거대한 낙하체들.

이자나기와 이자나미를 비롯해 거인의 형상을 한 무수한 고대신들이 한꺼번에 내려오고 있다.

구름 위에서부터 희미한 형상을 보이기 시작한, 천체 크기의 인간들이 이곳으로 내려오는 모습은 보는 사람의 전의를 꺾어놓기에 충분한 광경이었다.

‘붉은 장막이 없었다면 이 안에 있는 사람들은 몇몇을 제외하곤 모두 광란에 걸렸을 거다.’

존재 자체만으로 정신을 붕괴시키는 이형의 신들.

웬만한 의지력을 갖추지 않고서야, 저 수많은 고대신들이 한꺼번에 뿜는 악의에 맨몸으로 저항할 수 있는 존재는 없을 것이다.

기껏 해봐야 나와 아델, 혹은 아몬 정도.

유메미 같은 마법의 강자도 저건 버틸 수 없다.

‘그러니 우린 더더욱 레아의 피에 의존해야 한다.’

여기서 우리가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그녀가 남겨준 피뿐.

고대신의 강력한 공격마저 대놓고 차단시킬 수 있는, 이 피를 사용하는 것만이 답이다.

“아몬! 블러드 코팅이 완료된 배들부터 출격한다!”

-좋아, 간다!

나는 이 순간을 위해 무리해서라도 일찍 준비를 해 둔 무기를 부유섬 바깥으로 내보냈다.

아직 함대의 모든 함선에 작업을 마친 것은 아니지만, 지금 있는 화력으로도 적에게 타격을 주기엔 충분할 것이다.

“잠깐만요, 신우 씨!”

그때, 유메미가 내 팔을 붙잡았다.

“아직 준비를 완전히 갖춘 것도 아닌데, 굳이 싸움을 걸어오는 적들을 마주해서 보호막 바깥으로 나갈 필요가 있을까요? 차라리 이 안에서 농성하면서 저쪽이 지칠 때까지 버티는 게 나을 것 같은데…….”

“아니. 그건 좋지 않은 선택이야.”

“왜죠?”

“적이 접근하도록 내버려 두면 저것들은 자연스럽게 이 부유섬 주변을 둘러싸겠지. 우리는 방어막의 안에서 바깥으로 공격하는 건 불가능하니, 우린 그 장면을 가만히 앉아서 지켜볼 수밖에 없어.”

“그럼 함선의 블러드 코팅을 전부 완료한 후에 한꺼번에 나가서 반격하면 되잖아요?”

“이미 포위망을 구축한 적진 한가운데에 뛰어드는 짓을 하자고?”

“아…….”

“그리고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어.”

“그게 뭐죠?”

“하늘을 봐.”

내 손가락을 따라, 유메미의 시선이 위로 향한다.

그곳에는 징그러울 정도로 거대한 고대신들이 빼곡히 겹쳐서 여길 쳐다보며 내려오는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저 녀석들, 자기 몸 크기에 비해 훨씬 작은 타격 지점인 이 부유섬으로 한꺼번에 몰려들고 있어.”

“그게 왜요?”

“그것 때문에 좁은 단종진에 가까운 진형으로 무작정 달려들고 있다는 거지. 만약 저기에 직선 화력을 퍼부으면…….”

“아!”

유메미가 그제야 내 의도를 깨달았다는 듯 주먹으로 손바닥을 내리쳤다.

“꼬치처럼 그 뒤에 있는 적들까지 한꺼번에 꿰뚫어버릴 수도 있겠군요!”

“맞아. 그리고 그런 공격을 하려면 타이밍은 지금밖에 없어.”

고대신들은 딱히 전술 같은 건 구사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저만한 권능을 가진 존재들의 입장에선 힘으로 찍어 누르기만 해도 충분할 테니 말이다.

하지만 그 힘이 통하지 않고, 도리어 자신들이 당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때부터는 전투에 임하는 태도가 달라질 것이다.

그러니 저 녀석들이 정신을 차리기 전에, 초탄에 최대한 많은 피해를 입혀서 끝장낼 필요가 있다.

화악.

나는 아지다하카의 칼날개를 펼쳐 위로 날아오를 준비를 했다.

“신우 씨도 직접…… 가시려고요?”

유메미가 그런 나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봤다.

“되도록이면 한 번에 퍼부을 수 있는 화력을 최대화해야지.”

“하지만 너무 무리하는 게 아닐지…….”

그녀가 걱정하는 게 뭔지는 알고 있다.

난 이미 저 함선들을 레아의 피로 코팅하느라 너무 많은 생명력을 소진했다.

단순히 기본 응용법인 보호막을 펼치는 것만도 아직 완전히 익숙해지지 않았는데.

가장 고급 단계의 활용법인 블러드 코팅을 저 거대한 배에 했으니, 내 몸은 이미 만신창이나 다름없는 상태.

욱씬.

실제로 지금 내 팔과 다리는 온갖 자잘한 상처들도 가득하다.

신발과 소매 사이로 피가 뚝뚝 흘러나올 정도.

그런 자그마한 상처조차도 빠르게 회복이 되지 않을 만큼 몸 상태가 나빠진 것이다.

그럼에도 난 이곳에서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었다.

“이기고 돌아올게. 넌 여기서 대기전력들을 보강하는 데에 신경 써줘.”

“신우 씨…….”

난 그녀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유메미는 여전히 걱정을 떨치지 못하는 눈치였지만, 그렇다고 내 의지를 막지는 못했다.

“걱정하지 마.”

콰웅!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뒤, 난 곧장 날개에서 불꽃을 뿜어내며 상공으로 날아올랐다.

* * *

콰우우!

적을 향해 공격 태세를 갖춘 아몬의 함대 한가운데, 나는 나의 함선인 프리드웬에 올라탔다.

‘사거리는 아직……. 조금 기다려야 한다.’

난 이곳에서 저 위의 고대신들에게 공격을 퍼부을 타이밍을 쟀다.

워낙 크기가 거대하다 보니 시야엔 이미 가까이 있는 것 같아 보였지만, 실제로는 수천 킬로미터는 떨어진 거리.

여기서 섣불리 화력을 쏟아내다간 제대로 된 피해를 입히지 못한 채 첫 공격을 마쳐야 할 수도 있다.

그러면 우리 공격 방식의 특징으로 인해, 더 큰 위기에 놓일지도 모른다.

‘레아의 피로 둘러쌌기 때문에 방어력은 완벽할 테지만…… 혹시 모르는 변수가 있을지도 모른다.’

뭐가 됐든 실전은 처음이기에 신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

‘블러드 코팅 공격’은 부유섬 장막 내부에서 몇 번의 시험을 해 본 게 전부였기 때문에, 데이터가 현저히 부족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나마 준비를 전부 끝내기도 전에 저것들이 쳐들어와 버렸고 말이다.

‘다가와라……. 좀 더…….’

그래서 난 확실하게 우리가 승리할 수 있는 때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

-앙그라 마이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지? 이 정도면 이미 함포 사거리에 닿고도 남는 거리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몬이 나를 보채기 시작했다.

그의 목소리엔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무수한 세월을 살아가며 온갖 종류의 전장에서 전쟁을 해온 그조차도, 고대신은 두려운 적이 아닐 수가 없는 것이다.

“이건 함포 사격이 아니니까 더 기다려.”

-이러다 우리가 먼저 공격당하면 어쩔 거냐?

“날 믿어라.”

-쯧.

아몬은 그 이상으론 투덜거리지 않았다.

아무래도 내 단호한 의지를 확인하고 싶었던 모양.

모든 작전의 입안자이자 리더인 내가 지금 망설이는 모습을 보였다면, 아몬은 당장이라도 자신의 함대를 뒤로 물렸을 것이다.

‘온다.’

쿠구궁.

이윽고, 대기가 더욱 격렬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고대신들과의 거리가 그만큼 가까워졌다는 뜻이다.

번쩍.

곧이어 저 하늘 어디에선가 섬광이 번쩍였다.

-앙그라 마이뉴, 정말…….

쩌엉!

투콰콰콰콰쾅!

두꺼운 빛의 기둥이 저 무리들 사이에서 뻗어 나와 지면에 떨어진다.

그 순간 지각판이 통째로 뜯겨 나가기라도 한 듯이, 아득할 정도로 넓은 면적의 땅이 깊게 파이며 바닥에서 대량의 용암이 하늘로 솟구쳤다.

휘우우우!

콰릉! 쿠쿵!

연이어 거대한 전자기 폭풍이 몰아치고 굉음을 동반한 지진이 발생했다.

광선 발사라는 심플한 형태의 일격으로 만들어낸 지각 변동과 자연재해.

저런 걸 난사해 대는 고대신이 지금, 우리 눈앞에 최소 수십 체 이상이 한꺼번에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우리 괜찮은 거냐?

그럼에도 우리는 그 어떤 피해도 입지 않은 채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함대도, 함대 뒤의 작은 부유섬도.

레아의 피로 이루어진 차단막이 저 압도적인 공격으로부터 우릴 완벽하게 보호해 준 것이다.

“그래. 우린 무적이야.”

눈앞에서 그것의 성능을 확인한 나는, 자신감이 샘솟기 시작했다.

“적이 사거리에 진입했다. 공격.”

-드디어!

곧 나는 저 고대신들에게 공격을 되돌려주었다.

프리드웬 내부의 인터페이스를 통해, 수많은 함선들의 상태 표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차원 엔진 동기화]

[질량 타격 도약 활성화]

파아앗.

곧 프리드웬 주변 함선들이 순식간에 입자화되며 사라졌다.

소형정부터 시작해 아몬의 대형 전함인 디시그마까지.

테세우스의 배가 가졌던 고유 권능이, 차원 엔진으로 옮겨져 프리드웬을 통해 다시 황금함대로 돌아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프리드웬까지 입자로 분해되려던 그때.

{유결부 파라슈 소환}

나는 신을 죽이는 도끼를 손에 움켜쥐었고.

팟!

다음 순간, 지상으로 하강 중인 고대신 무리의 후위로 이동해 있었다.

-젠장! 이게 진짜로 먹힐 줄이야!

잔뜩 흥분한 아몬의 목소리에, 돌아본 뒤쪽의 광경은.

퍼퍽! 퍼퍼퍽! 퍽!

고대신들의 몸통을 사정없이 뚫고 나오는 무수한 적금(赤金)색 입자들이, 프리드웬 주변에서 뭉쳐져 원래의 함선 모양으로 돌아오고 있는 모습이었다.

레아의 피로 코팅된 함선의 선체가 직접 고대신의 몸통을 꿰뚫고 지나쳐 온 것이다.

눈 깜짝할 사이, 하늘과 우주의 경계면까지 날아오르는 고속 질량 타격으로 말이다.

‘초탄에 끝낸다!’

터엉!

곧이어 나는 이곳에서 갑판을 박차고 나와, 저 징그러운 거인들의 뒤통수를 향해 도끼를 내리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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