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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329화 (329/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329화

“신우 공이 돌아오지 못하는 건, 부활을 하고도 이곳에 도달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오.”

라이진은 확신에 찬 어투로 말했다.

그동안 유신우의 행방에 대한 추측은 이 안에서 금기시되어 있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는 이곳에 남은 사람들끼리 생존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일이었기 때문이다.

레아의 보호막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접근해 오는 괴이체들을 격퇴하느라.

그 후에는 적은 자원을 최대 효율로 사용하기 위한 영지 관리 시스템 구축을 하느라.

바깥에 있을 누군가를 찾아 나선다는 건 생각하기도 힘든 일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야말로 최소한의 생존을 위한 시설이 확보된 상태.

라이진은 지금이야말로 그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 그런 말을 꺼낸 것이다.

“도달할 방법이 없다는 건 무슨 뜻이죠?”

“신우 공이 부활할 수 있는 조건은 하나뿐이오. 본인이 방문했던 장소들 중 한 군데에서 나타나는 것. 즉, 이곳 이지스 인터내셔널을 방문해본 적 없는 신우 공은, 저 괴이체들과 고대신의 저주로 가득한 바깥세상에서 부활하는 수밖에 없다는 거지.”

“그래서 재생을 할 때마다 끝끝내 싸우다 죽는 상태가 지금까지 반복되고 있다?”

“그렇소. 그리고 신우 공은 반드시 타카마 시티에서 부활할 것이오. 우리가 어디로 대피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다른 장소에서 되살아나는 것보다는 타카마 시티에서 우릴 기다리는 편이 더 낫다고 판단했을 것이기 때문이오.”

“가혹한 상상이군. 아무도 없는 텅 빈 도시에서 마스터 혼자 이 긴 시간동안 사투를 벌이고 있을 거라 생각하니.”

“신우 공 정도의 정신력이라면 충분히 버틸 수 있을 거라고 믿소.”

아델이 그런 반응을 보이자, 라이진은 다시 걱정 말라는 투로 받아쳤다.

“아무튼, 그래서, 라이진 씨의 말은 우리가 이걸 사용해서 타카마 시티에서 기다리고 있을 신우 씨를 데려오자는 건가요?”

유메미가 붉은 구슬을 내보이며 말하자, 라이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레아가 스스로를 희생하기 직전, 오랜 시간을 들여 만들었다던 그녀의 마지막 유산.

처음엔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지만, 지금은 유메미의 연구 끝에 그 정체를 파악한 상태였다.

그건 바로 친나마스타의 권능을 재현하게 해주는, 힘의 정수였다.

“레아 양은 광역 보호막을 펼치면 사람들을 구할 수 있지만, 대신 이 상황에서 유일하게 괴이체에 대적 가능한 수단인 자기 자신을 잃을 것을 우려했소. 그렇게 되면 당장 우리는 살아남을 수 있을지 몰라도 인류에겐 미래가 없는 거나 마찬가지가 되는 거지.”

라이진이 계속해서 레아의 의지에 대해 말을 이었다.

“그래서 레아 양은 자신이 희생하기 전에 자신의 역할을 대체해 줄 수단을 만들어낸 거요. 바로 그 구슬이 그 수단이었던 것이고 말이오.”

“하지만 레아 씨는 이걸 신우 씨에게 넘기라고 말했어요. 우리 중 누군가가 사용하는 것보다는 신우 씨가 사용하는 게 더 적합하다고 판단한 거 아닐까요?”

“그 말도 맞소. 그러니 우리가 그걸 잠깐 동안만 사용하고서 신우 공에게 넘겨줘야 한다는 것이오.”

“아…….”

그 순간, 잠시 모두에게 정적이 찾아왔다.

다들 방금 전 라이진이 했던 장황한 설명의 의도가 무엇인지 눈치챘기 때문이다.

“한 번 받아들인 힘의 정수를 다시 신우 씨에게 넘기려면…… 그 사람은 자신의 생명력을 소진해 새로운 정수를 만들어내야 하겠죠. 그럼…….”

“그 과정에서 그 사람은 죽을 수도 있겠지. 물론 레아 양처럼 훌륭한 자질을 갖춘 자라면 그러고도 한 번 더 권능을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의 생명력을 남길 수도 있겠지만 말이오.”

별 불꽃의 막강한 회복력으로도 감당이 불가능한 수준의 생명력 소진.

이 정수를 흡수한 자가 레아의 의지를 이으려면, 죽을 지도 모르는 불확실한 리스크를 각오해야만 한다.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스스로 희생한 레아와 똑같이 말이다.

“…….”

그 때문일까, 잠시 동안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말없이 서 있기만 했다.

유메미, 라이진, 아델, 최윤아.

이 부유섬 내에서, 아니, 어쩌면 유신우를 제외하고 유일한 인류의 생존자 중에서 가장 강한 무력을 가진 네 사람도 여기에 선뜻 나서기는 힘들 터였다.

“……제가 할게요.”

그때, 지금까지 대화를 듣고만 있던 최윤아가 나섰다.

“그동안은 제가 별 도움이 되지 못했으니까…….”

그러자 유메미가 손에 든 힘의 정수를 움켜쥐며 최윤아가 가져가지 못하도록 막았다.

“아니에요. 제가…… 제가 할게요.”

“유메미 씨는 맡아야 할 역할들이 많잖아요. 그러니까 제가 하는 게 나아요.”

“하지만 윤아 씨는…….”

두 사람이 아옹다옹하고 있던 그때.

턱.

“내놔.”

아델이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악.”

그녀가 유메미의 손목을 강하게 움켜쥐자, 유메미는 쥐고 있던 정수를 놓을 수밖에 없었다.

“이건 내가 사용한다.”

“아델 씨…….”

“이 중에서 나보다 더 강한 인간 있나?”

“…….”

유메미와 최윤아는 그녀의 말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거의 항시 칼리의 신격을 개방한 채로 다닐 수 있을 정도로 힘의 컨트롤이 자유로워진 아델은, 순수한 육체 능력만으로는 이 중에서 최상위권.

심지어 정수의 원래 생산자인 레아보다도 더 강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 정수를 다시 생성하는 과정에서 죽음에 대한 위험이 더 줄어들 수도 있다.

“어차피 별 불꽃이 없으면 이건 사용 못 해. 그리고 최윤아의 말대로 유메미, 당신은 중심을 잡아야지.”

“……알겠어요.”

“그럼.”

아델은 결심을 하고서 힘의 정수를 움켜쥐었다.

그 안에 별 불꽃을 불어넣은 다음, 담겨 있는 힘을 자신 쪽으로 끌어당겼다.

화아악.

흑청색 화염과 검붉은 피가 서로 뒤엉켜 움켜쥔 아델의 주먹 사이로 퍼져 나온다.

곧이어 그것들은 그녀의 몸속으로 스며들었다.

“……큭!”

권능을 받아들이는 과정 자체도 쉽지 않았는지, 그 단단한 몸을 가진 아델이 신음을 흘렸다.

아니, 비명을 질렀다.

“끄아아악!”

전신을 갈기갈기 찢는 듯한 고통이 그녀의 몸에 엄습해 왔다.

실제로 검붉은 피가 뒤섞인 흑청색 화염은, 아델의 피부를 통해 흡수되는 과정에서 그녀의 살을 전부 꿰뚫고 지나갔다.

무형의 마력 형태로 존재하는 별의 불꽃과는 달리, 친나마스타의 권능은 물리적인 실체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덕분에 그녀의 몸은 휘감는 피로 인해 만신창이가 되고 말았다.

입고 있는 옷은 걸레짝이 되어버렸고, 피부는 여기저기 생긴 깊은 상처로 피가 흘렀다.

‘버틴다……!’

그럼에도 아델은 이를 악물고 그 고통을 견뎌냈다.

겨우 정수를 받아들이는 것만으로 쓰러질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파직. 파직.

그녀의 몸 위에 여신 칼리의 흉악한 형상이 덮어씌워지며 명멸했다.

‘주도권은…… 넘길 수 없어!’

혹여 그 난폭한 성질의 신격이 그녀의 몸을 완전히 장악하게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

그러면 레아의 희생을 헛수고로 만들 뿐만 아니라, 이 안에 있는 사람들을 전부 위험하게 만들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아델은 자신이 죽지 않기 위해 힘을 한계까지 끌어내는 한편.

동시에 폭주하지 않기 위해 절제하는 이중의 컨트롤을 동시에 행했다.

그 아슬아슬한 사투 끝에.

“젠장…….”

그녀는 마침내 친나마스타의 권능을 모두 흡수하는 데 성공했다.

털썩.

그 대가로 서 있을 힘마저 소진했는지, 아델은 제자리에 엉덩방아를 찧으며 주저앉아야만 했다.

* * *

‘이렇게까지 날뛰는 힘이었나……?’

아델은 친나마스타의 권능을 발현하는 데에 애를 먹었다.

권능 발현의 대가로 대량의 생명력을 지속적으로 소모하는 건 둘째 치고, 힘 자체가 너무나도 불안정했기 때문이다.

지잉!

손바닥의 상처에서 흘러나온 피가, 허공에서 넓게 편 보자기처럼 얇은 장막을 형성했다.

그 모양은 말 그대로 보자기를 허공에서 편 것과 같이, 심하게 일렁거리는 데다 모양도 불규칙적이었다.

아델이 사용하던, 개개인을 감싸는 둥근 보호막보다 훨씬 더 거친 형태의 방어 권능이 나온 것이다.

투쾅!

물론 모양이 그렇게 되었을 뿐이지 차단 성능 자체는 확실했다.

거대한 바위 모양의 괴이체가 내뿜은 공간 왜곡 파동포는 아델의 장막에 가로막혀 후폭풍조차 형성하지 않고 완벽하게 상쇄되었다.

“아델 씨! 다 됐어요! 이쪽으로!”

그때, 뒤쪽에서 유메미의 외침이 들려왔다.

그녀가 건물의 한쪽 벽면에 다른 공간으로 통하는 공간 포탈을 형성한 것이다.

아델은 괴이체의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그 포탈 안으로 재빨리 몸을 던져 넣었다.

우웅.

순식간에 공간을 뛰어넘어 도착한 곳은 한 고층 빌딩의 옥상.

이곳까지 진입해 온 4인방인 아델과 유메미, 최윤아와 라이진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타카마 시티의 중심부인 A&A였다.

“후우…… 잠시 숨 좀 돌리죠.”

네 사람은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엄청난 숫자의 괴이체들이 가하는 일방적인 공격으로부터 도망치면서 유신우를 찾아다니느라 진을 뺐기 때문이다.

“유메미양이 타카마 시티로 연결되는 포탈 좌표를 기억하고 있어서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그 먼 거리를 걸어왔어야 할 뻔했소.”

“그랬으면 레아의 정수가 있었어도 이런 미친 짓은 불가능했겠지.”

인류의 마지막 방주가 된 부유섬 바깥은 ‘지옥’, 그 두 글자로 표현하는 것조차 모자랄 만큼 극한의 환경이었다.

각각 공간 능력과 차단 능력을 사용하는 유메미와 아델, 그리고 레아가 만들어 두었던 도혈탄을 사용하는 최윤아와 라이진이 아니고선, 한 발자국도 움직이기 힘들 정도.

심지어 이 조합으로도 괴이체를 죽이는 건 아예 불가능해서, 견제와 방어, 도주만을 반복하며 수색 작업을 펼쳐야만 했다.

“아델 양.”

“왜?”

라이진이 부르자, 아델은 신경질적으로 대답했다.

“그 레아 양이 사용했던 것처럼, 권능을 공격 용도로 사용할 수는 없는 거요? 방어만으로는…….”

“방어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거, 나도 알아. 하지만 아무리 시도해 봐도 그런 식의 응용이 안 되는 걸 어떡해?”

핏.

그녀가 들고 있는 찬드라하스로 자신의 손바닥을 베어냈다.

그러자 거기서 피가 흘러나왔다.

“레아가 그 탄환에 피를 둘렀던 것처럼, 나도 칼날에 피를 둘러서 공격용으로 사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

흘러나온 피는 찬드라하스의 칼날 주변으로 빨려 들어가듯 움직였다.

그러고는 칼날 전체를 감싸는가 싶더니.

쩌억.

피는 순식간에 새까맣게 굳었고, 가뭄이 일어나듯 칼날 표면에서 갈라져 버렸다.

거기에는 그 어떤 차단의 권능도 들어 있지 않았다.

“그 도혈탄처럼 유지가 되질 않아. 내 몸이 감당하는가는 두 번째 문제고, 레아가 했던 거랑 똑같은 섬세한 컨트롤이 불가능하다고.”

“흐음…….”

“일단 그 권능의 활용은 나중으로 미뤄두고, 우선 신우 씨가 있을 것 같은 위치를 수색하는 데에 집중해 보죠.”

그때 유메미가 둘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이미 방어 장막을 펼치는 정도만으로도 수색은 진행할 수 있으니, 굳이 그 이상의 활용을 아델에게 기대할 필요는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저쪽에.”

그러자 전술 망원경으로 난간 너머를 내려다보던 최윤아가 말을 꺼냈다.

“저쪽에 뭔가가 있는 것 같아요.”

“그게 뭐죠?”

“움직임……. 무언가가 괴이체를…….”

쿵!

그 순간, 이곳에 있는 모두가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진동이 바닥을 타고 올라오는 게 느껴졌다.

그건 단순한 진동을 넘어서, 이면에 강대한 에테르를 내재한 에너지의 후폭풍이었다.

벌떡.

그러자 유메미와 아델이 동시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두 사람이 동시에 그 파동의 근원을 알아챈 것이다.

“이건……!”

방금 최윤아가 지목한 바로 그 방향에, 그들에게 매우 익숙한 영혼의 울림이 느껴졌다.

“신우 씨!”

“마스터!”

그건 확실히 유신우였다.

몇 번째인지 모를 무수한 죽음에서 벗어나, 이제 막 부활해 모습을 드러낸.

적막 속의 불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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