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325화 (325/348)

현질로 신화급 각성자가 되었다 325화

아몬의 전용 함선인 ‘디시그마’가 달의 뒷면으로 접근했다.

그곳은 실용적인 이유로 개척이 되지 않은 영역이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악마들과 대립하는 엘프들이 숨기에 좋은 곳이었다.

“수상할 정도로 고밀도의 마력이 이 주변을 가득 메우고 있다…… 피탐지를 막기 위해서겠지.”

악마들에게 중요 기술과 생산 역량을 다 빼앗긴 엘프들이 무슨 수로 이런 지대를 만들어냈는지는 모른다.

어쩌면 원래부터 이 달 뒷면 구역에 뭔가 숨겨져 있었던 걸지도.

어쨌든 그런 요소들로 인해 엘프들을 추적하는 건 쉽지 않았다.

지나칠 정도로 드넓은 우주 공간에서 탐지 기구 없이 목표의 위치를 특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군단장님, 아군 함대가 공격당하고 있다는 전언입니다.”

그렇게 엘프들이 몸을 숨기고 있는 지역을 소탕하려던 찰나, 아몬은 난데없이 다른 함대가 공격당하고 있다는 소식을 받았다.

“아군 함대가? 어디서?”

“그것이…….”

악마는 아몬의 물음을 듣고서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다.

갑자기 들어오는 너무 많은 정보에 혼란을 느끼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침착해라. 네 사견을 배제하고 들어오는 정보들을 있는 그대로 말해봐.”

“람다 함대, 입실론 함대, 뮤 함대……그리고…….”

“뭐라고? 그 세 함대가 한꺼번에 공격받고 있다고?”

“아직 더 있습니다.”

“그런…….”

같은 정보를 듣고 혼란스러운 건 아몬도 마찬가지였다.

엘프들이 제아무리 게릴라전을 능숙하게 실행한다 해도, 우주공간에서 이렇게나 동시다발적인 전술을 펼칠 수 있을 리는 없다.

엘프가 아닌 무언가 다른 존재가 그들을 공격하고 있는 것이다.

번쩍.

그리고 그 공격에 희생된 배들이 섬광을 뿜는 장면은, 이제 아몬의 육안에도 훤히 보일 정도로 가까워졌다.

“아군을 공격하는 적이 달 주변까지 접근했습니다.”

“대체 어떤 놈들이!”

그가 다가오는 적을 바라보며 공격 의지를 발현하자, 기함 디시그마의 선체가 그 방향으로 회전하고는 40문의 포탑들이 포문을 열었다.

곧, 아몬의 거대한 마력을 그대로 연결한 대형 주포들이 고압 고열의 광선들을 일제히 내뿜기 시작했다.

큐웅!

퍼퍼퍽!

40줄기의 광선들이 화망을 형성하며, 수천 킬로미터 거리에 떨어져 있는 대상에 직격했다.

“이런!”

직격당한 대상은 다름 아닌 태공망과 공간의 실로 연결된 인간 지네.

거의 보이지도 않는 거리에서, 길이는 수백 미터 정도로 길지만 전함에 비교하면 덩치가 한참 작은 그것을, 거의 정확하게 명중한 것이다.

“하찮은 필멸자들이 만든 장난감으로 잘도 이런 무기를 만들었군.”

태공망은 별 것 아니라 생각했던 아몬의 함대에게, 점점 더 경계심을 느끼기 시작했다.

“귀찮은 것들.”

다른 것보다도 활동 반경이 조그만 대륙을 넘어서 우주 공간까지 넓어졌다는 점이 컸다.

악마들이 가진 무기로는 가이아의 피조물과 별 불꽃을 다루는 야드가르를 직접 쓰러뜨리지는 못하지만,

문제는 활동 범위가 너무 넓어진 탓에 악마들을 잡으러 다니는 데 시간이 과도하게 소모된다는 점.

아몬을 찾는 데에도 반나절이나 걸릴 만큼 긴 시간을 소비하고 말았다.

그 사이 야드가르의 몸에서 진행되던 하얀 경질화는 더욱 심각해져, 왼팔 전체를 잠식했을 정도였다.

야드가르가 완전히 전투 불능이 되기 전에 빨리 ‘엔트로피 해방의 임계점’을 넘겨야하는 태공망의 입장에서는, 이렇게 시간을 잡아먹는 아몬이 성가실 따름인 것이다.

“그래봤자 이젠 끝이다.”

물론 이제는 그 귀찮게 숨은 적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으니, 더 이상 조급해할 것은 없었다.

여기서 아몬은 태공망의 주력 병기인 가이아의 피조물에게 절대로 타격을 줄 수 없었으니 말이다.

스르르륵.

광선에 직격당해 몸통이 산산조각 났던 지네는, 도리어 그 에너지를 흡수해 길이를 더욱 길게 늘였다.

“이건 물리적인 에너지로는 절대 부술 수 없어.”

그리곤 더 길어진 길이만큼, 무수히 많은 손들은 더 강한 공간 왜곡장을 발산해 접근하는 소형 포함들을 모조리 밀어냈다.

“하, 함선이 강제 공간 도약…….”

“으아아악!”

함선들은 투사체도 없이 가해지는 원거리 공격에, 영문도 모른 채 비틀린 공간 속으로 밀어 넣어졌다가 조금 뒤쪽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끔찍한 모습으로 뒤틀린 채 말이다.

“군단장님, 아군의 포격이 적에게 전혀 피해를 주지 못합니다.”

“뭐라고!”

아몬은 그 강력한 주포 공격을 얻어맞고도 격퇴되기는커녕, 오히려 더 강한 힘을 머금으며 접근해 오는 지네를 앞에 두고 더 큰 혼란에 빠졌다.

‘아예 공격이 통하지 않는 적이라니.’

공략이 가능한 상대가 아니다.

그는 그 순간에 상대가 자신의 영역을 초월하는 존재라는 걸 깨달았다.

‘설마……?’

“적의 숫자가 늘어납니다!”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그 인간 지네의 개체수까지 늘어나고 있다.

무려 열 마리가 넘는 숫자로 말이다.

아군의 공격에는 완전 면역이면서, 피하는 게 불가능한 공격을 행하는 적이 그만큼이나 나타난 것이다.

콰쾅! 쾅!

엘프들이 자신의 행성을 부르는 이름인 벨 가이아.

‘아름다운 가이아’라는 의미의 그 땅에서, 엘프들의 시체로 만든 가이아의 피조물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인간 지네라는 흉측한 몰골을 하고 있었다.

“이리 가까이 오거라. 대악마여.”

그 사이 태공망과 야드가르는 아몬의 함선인 디시그마로 더욱 가까이 다가갔다.

물리적인 전투는 인간 지네에게 맡겨둔 채, 파라슈를 들고 있는 야드가르가 아몬을 베도록 만들려는 작정이었다.

큐웅!

그들의 머리 위로, 다시 한 번 디시그마에서 발포된 광선들이 멀리 떨어져 있는 지네들을 향해 날아들었다.

치익.

광선은 그들을 노리고 있지는 않았지만, 그저 근처를 지나가는 것만으로 피부가 타오를 만큼 뜨거웠다.

“화력 하나는 인정할 만 하구나. 하지만 그걸 아무리 쏴 봤자…….”

태공망은 살기 위해 발버둥치는 아몬의 함대를 보며 비웃었다.

그런데.

-……싫어어어어어!……

“음?”

그의 귓가에 듣기 싫은 날카로운 음성이 미세하게 들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처음엔 환청이나 파괴당하는 함선 속 악마들의 비명 소리인줄 알았으나, 금세 그것이 평범한 존재의 목소리가 아님을 깨달았다.

‘가이아?’

그건 자신에게 이 거대한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피조물들을 제공해 준 고대신, 가이아 본인의 목소리였다.

그녀의 목소리가 들린 것은 분명 통제권을 위해 인간 지네들이 자신과 공간의 실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일 터.

휙.

태공망이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봤다.

퍼퍼퍽!

그러자 디시그마가 쏘아 올린 광선이 지네를 그대로 녹여버리는 광경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렇게 죽임당한 지네는 아까 전과는 달리 제 모습을 회복하지 못한 채 그대로 소멸되고 말았다.

‘설마……가이아가 당했나?’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

고대신이 죽어버렸다.

다른 이도 아니고, 심지어 본체를 감춘 채 피조물들의 육체 사이에서 정신을 마음껏 옮겨 대는 가이아가 말이다.

고대신이 죽는다는 것 자체가 우선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나 생존력이 뛰어난 그녀가 죽고 만 것이다.

‘어떻게……설마 앙그라 마이뉴 그놈이?’

그런 짓을 할 수 있는 건 물론 유신우이겠지만, 대체 어떻게?

태공망의 마음은 더욱 조급해졌다.

여기서 당장 엔트로피 해방의 임계점 돌파를 성공시키지 못하면, 자신의 계획이 완전히 망가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빨리 움직여라! 난 내버려 두고 네놈 혼자서라도 가서 저놈을 죽이고 와라!”

태공망은 야드가르를 혼자라도 보내어 아몬을 죽이고 오도록 지시했다.

별의 불꽃을 발현한 야드가르는, 태공망보다 더 빠른 속도로 기함 디시그마를 향해 활공했다.

* * *

“됐다!”

아몬은 겨우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갑자기 저 괴생물들이 아군 함포에 의해 타격을 입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저 행운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

“군단장님, 소형 물체가 접근합니다. 인간형입니다.”

“인간형?”

“그렇습니다. 그런데 속도가 매우 빠릅니다. 5분 이내에 본 함에 도달할 것 같습니다.”

“맨몸으로 그 속도를?”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갑자기 전장을 가로질러 인간형 적이 다가왔다.

인간형 개체가 특별한 기구의 힘을 빌리지 않고, 맨몸으로 고속정 급의 속도를 내면서 말이다.

‘이 녀석이 진짜다.’

그 존재를 감지한 아몬은 곧 이쪽이 적의 우두머리임을 알아챘다.

‘저걸 상대하려면 함선을 이끄는 것보다 내가 직접 나가는 것이 낫겠지.’

이 순간, 그는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하지만 내가 우주로 나가서 저 녀석들을 상대한다면 디시그마의 화력은 봉인되는 거나 마찬가지.’

우두머리로 보이는 소형 개체를 상대하기 위해 자신이 직접 나가서 힘을 발휘할 것인가,

아니면 여전히 위험한 거대 생물인 인간 지네를 포격하기 위해 디시그마 안에 탑승한 채로 싸워야 할 것인가.

‘그래도 전황을 뒤집으려면…….’

자신이 직접 나가는 쪽으로 마음이 기운 채, 결단을 내리려던 그때.

-군단장님. 저 소형 개체는 제가 상대하겠습니다.

전언이 들려왔다.

전언의 주인은 그의 함대에 소속된 사마엘.

“음…….”

-제게 기회를 주십시오.

아몬은 그 전언을 받고서 잠시 고민하는가 싶더니,

“좋아. 네게 맡긴다.”

그리 긴 시간이 지나지 않아, 곧 그에게 요격 임무를 맡겼다.

사마엘이 저 소형 개체의 발목을 붙잡아 둘 수 있다면,

인간 지네들을 완전 섬멸한 뒤에 우두머리를 죽여서 아군의 손실을 최소할 수 있을 거라는 판단이었다.

“감사합니다.”

덜컹.

아몬의 허락을 받은 사마엘은 곧장 갑판을 박차고 날아, 단신으로 디시그마 함대 전방의 공역으로 접근했다.

‘이걸로 아몬님의 곁에 한 발자국 더 다가간다!’

두터운 황금 갑옷을 온몸에 두르고서 적을 향해 날아가는 그의 모습은, 영락없는 과거 찬란한 문명 속 엘프 신의 모습.

사실 그는 본래 신화급 각성자 엘프였다.

그것도 신계 올림포스의 3주신 중 하나인 하데스의 수호령을 가진 유력한 엘프 각성자.

하지만 그는 악마들과의 전쟁 도중에 동족을 배신하고서 아몬 쪽에 붙었고,

때마침 저승의 신이기도 한 하데스의 권능이 반마(半魔) 개조 적성에 맞아떨어져 완전한 악마 진영에 속한 인물이 된 것이다.

한때 신화급 각성자였던 그라면 직접 무기를 사용해 싸우는 전투에선 밀리지 않을 것이다.

아몬도, 사마엘 자신도, 그렇게 생각했다.

“죽어라!”

쾅! 쾅!

사마엘은 날이 두 갈래로 갈라진 창, 바이던트에서 마치 레일건을 연상케 하는 중력자탄을 연달아 쏘아대며 야드가르에게 다가갔다.

압도적인 화력으로 초기부터 기선을 제압하던 그의 공격은, 그러나.

홰액.

“아……!”

아쉽게도 야드가르에겐 닿지 못했다.

별 불꽃의 날개로 탄환을 모두 피한 야드가르는, 별다른 기교도 없이 그저 한 번.

투콱.

사마엘의 가까이에서 파라슈로 머리통을 찍었을 뿐.

-끄아아아아!

그걸로 그 몸속에 들어 있던 하데스와 함께, 사마엘의 영혼은 그대로 산화되고 말았다.

“호오!”

그리고 그 현장을 바라보던 태공망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생각지도 못했지만……드디어!”

불멸자인 하데스의 영멸로 인해, 엔트로피 해방의 임계점을 마침내 돌파했기 때문이었다.

굳이 아몬을 죽일 필요도 없이 운 좋게 그 조건을 충족해버린 것이다.

투웅!

그 순간, 그들이 싸우던 전장 옆의 거대한 질량체.

달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자나기…….

-이자나미…….

두 고대신들의 목소리가 이 전장에 있는 모든 존재들의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0